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ㅣ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우정은 도모하겠으나 총은 버리지 않겠다 :

 


 


 

 

 


 

미생이 기만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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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  직장은 전쟁터'다. 이 웹툰은 징글징글한 직장의 정글, 나아가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득권에 대한 찬사와 옹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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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터 노동자 시선으로 자본 정글을 비판한다기보다는 자본가 시선(자본이라기보다는 자본에 세뇌된 익숙한 논리)으로 체제를 옹호하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 직장은 전쟁터 " 라는 프레임은 자본-욕망'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프레임 설정 자체부터 글러먹었다는 뜻이다. 일터를 전쟁터로 환유하는 순간, 이 기본 설정 때문에 직장인은 총을 든 병사가 된 마음으로 일터를 향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는 이렇게 말하리라. 노동자여 ! 보았는가. 직장은 전쟁터이니 총을 든 병사처럼 죽기살기로 일해라 !  ​이런 프레임으로 시작되는 작품이 많이 나올수록 좋아할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이건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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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_ 라고 주문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재벌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재벌은 가족애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권력 투쟁에 함몰된 집단이라는, 흔해빠진 클리셰 덩어리로 포장된 드라마는 대중이 재벌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시청자는 재산을 놓고 서로 싸우는 재벌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다. 돈이 많다고 해서 그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으나 행복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물로 살 수는 있다. 이처럼 재벌 집단을 불행한 부류로 묘사하는 드라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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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알 두 쪽이 전부인 가난뱅이 시청자에게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는 자위를 하게 만들지만, 이 자위는 허망에 가까운 기망이다. 이런 드라마는 재벌이나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집단을, 그 체제를 옹호하는 기능으로 작용한다. 직장은 전쟁터야 _ 라거나, 돈만 알고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는 재벌은 얼마나 불쌍해 _ 라는 인식은 오히려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가난한 자는 부자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공병 줍는 노인이 우리 박근혜, 불쌍해서 어쩌냐 _ 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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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 >> 원작자인 윤태호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이 작품은 자본 정글을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본 정글을 옹호하는 작품이다. 이 웹툰은 총을 버리고 잃어버린 인간애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여기는 전쟁터이니 총은 들되 우정을 쌓으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폭력은 지양하고 평화는 지향하되 방어 차원에서 총기는 소지해야 된다는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미생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덧대기 ㅣ 본문이 짧아서 본문과는 상관없는 글을 첨부한다(어른이 된다는 것을 주제로 글을 하나 써야 하기 때문에 겸사겸사 생각의 큰 줄기를 엮는다). tvN 프리미엄 특강쇼 << 어쩌다 어른 >> 은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쇼'다. 이 전제는 나이가 들면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이 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어른이라는 자격 조건은 반드시 어린이'라는 상대적 계층이 존재할 때에만 발생할 수 있다. 만약에 어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어른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라는 말은17세기부터 써온 말인데 중세 국어에서 어리다는 의미는 " 나이가 적다 " 는 것이 " 어리석다 " 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서 옛날에는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어른과 어린이를 구별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옛날에는 어린이를 작은 어른 대접을 했다고 한다. 필립 아리에스의 의하면 어린이는 근대의 발명품이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면 어른이라는 개념은 근대가 만든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개념은 허구'다. 나이 가지고 유세를 떠는 인간만큼 추잡한 인간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어쩌다 어른이 된 강사가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위로하는 어쩌다 어른 특강쇼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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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12-2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덧글 답니다. 저는 이 만화 정말 토나왔거든요. 직장인들이 미생 보면서 찬사하는 걸 보고 진짜 의아했습니다.
 

 

 

 

 

 

 

 

 

 

 

 

 

 

 

                                                   

 

촛불 이후,  이제 와서  고백하거니와   :





 


나는 친문보다는 비문이 좋다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에서 나를 사로잡은 문장은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이다. 이 문장은 문법에 취약한 사람이 판단해도 뜻을 알 수 없는 어색한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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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는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나는 (배)가 아프다, 나는 (팔)이 아프다, 나는 (다리)가 아프다 _ 같은 문장 구성에서 괄호부 안에 들어갈 대상으로 1인칭 화자의 신체 부위가 아닌 타자인 " 그 사람 " 을 넣는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바르트가 이 비문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아와 타자를 동일시해서 그 경계가 무너지는 증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자아는 그 사람이 아프면 내 팔이, 내 다리가, 내 배가 아픈 것처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내 오장육부이다.  < 흉터 > 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기호라면 < 눈물 > 은 내 고통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한 기호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팔이 잘려나가는 아픔 때문에, 다리가 뽑히는 통증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 그 통증은 마인드보다는 피지컬의 영역이다. 바르트가 사랑의 아픔은 본질적으로 환상통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바르트는 비문의 힘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징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문장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비문을 경멸하며 기계적으로 정문(正文)을 강조할 때마다 쓸쓸한 생각이 든다. 언어는 순결할 때보다 오염될 때 생명력을 얻는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하나같이 히마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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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공교롭게도 문학을 다루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 하여,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련다. 이런 빙딱 ~                 페르난도 페소아 또한 << 불안의 책 >> 에서 이 사실을 지적한다. 발췌문이 조금 길지만, 내 이웃들이 그 찰나의 따분함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돼먹지 않은 무뢰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러니까, 에헴. 교양인이다.

 

​나의 글쓰기 체계는 두 가지 원칙에 의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훌륭한 고전주의 작가들의 전통을 좇아 나는 즉시 두 원칙을 좋은 글쓰기의 기반으로 삼는다. 첫째, 느끼는 것을 말할 때는 정확히 느낀 대로 쓴다. 분명하다면 분명하게, 모호하다면 모호하게, 혼란스럽다면 혼란스럽게 쓴다. 둘째, 문법은 도구일 뿐, 법칙이 아님을 명심한다......(중략) 문법은 언어 사용을 규정하면서 옳고 그름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동사에는 자동사와 타동사가 있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느낀 것을 사진처럼 남기기 위해 자동사와 타동사를 일부러 바꾸어 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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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처럼 불분명하게 보는 대신 그렇게 한다. 내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위해 " 나는 존재한다 " 고 말할 것이다. 내 영혼의 개별적인 실체성을 강조할 때는 "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 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성스러운 능력이 있는 존재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 존재한다 " 는 자동사를 타동사로 바꾸어 " 나를 존재시킨다 " 고 말할 것이다. 이렇게 문법을 초월한 승리자로서 " 나는 존재시킨다 " 고 말하리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문법에 복종하라


불안의 책, 118쪽



페소아의 지적을 받아들인다면 롤랑 바르트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문법에 복종하는 대신 문법을 초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판사에게는 헌법이 최고 권력이고 군인에게는 군법이 최고 권력이듯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문법이 최고 권력이지만 롤랑 바르트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조까라마이싱을 외쳤던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문장은 종종 문법을 초월할 때 발생한다. 셰익스피어 문학이 지금에서야 위대한 문학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 당시에는 평론가들로부터 비문투성이라는 조롱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김애란의 << 바깥은 여름 >> 이라는 소설을 비판하는 대목은 김애란의 문장은 날것이 주는 비릿한 맛이 휘발되었다 _ 라는 점이다. 김애란 문장은 모양만 예쁜 쿠키 과자 같다. 그것은 발효된 숙성이 아니라 설익은 복종이다. 문장이 문법에 포섭되는 순간, 생명력은 상실된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문단 마피아들이 권력을 얻는 이유는 문법도 법이기 때문이다. 법을 장악하는 자는 권력을 얻는다. 신춘문예를 목적으로 작품을 쓰는 문창과 졸업생들의 문체는 문법적으로 나무랄 데 하나 없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서서 죽은, 딱딱한 나무 같다. 그들에게서는 날것이 주는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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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문학이 커피 향이나 딸기 향만 나는 장르였나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냄새는 배제된 채 향기만 강조하는 문학은 살롱 문학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냄새를 부끄러워한 나머지 독한 향수만 뿌려대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 풍각쟁이다. 요즘 유통되고 있는 한국 문학에서는 비린내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모두 다 방부제 처리가 된 모양이다. 문학은 위생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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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4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들레르는 악취를 뿜어내는 글을 썼어요. 기성 권력과 독자들 모두 까는 보들레르의 패기가 대단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5 15:30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는 그 당신 보드레르고 신랄하게 문단으로부터 조롱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비문과 오문이 많다는... 어디서 들었는데... 아닌가... ㅎㅎㅎㅎ 혹시 아시나요 >

transient-guest 2017-12-15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지 않고 사유하지 않는 작가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특정 문단이나 학연, 연줄을 통해 등단하는 경우도 많고 일단 천편일률적인 소설작법과 접근도 그런 면이 있구요. raw한 작품이 나오려면 그만큼의 연단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인생경험도, 준비도, 무엇도 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길만 밟고 나오니 다양한 느낌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제 편견은 인정합니다만, 그런 면에서 문창과의 창궐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에겐 늘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5 15:31   좋아요 1 | URL
전 요즘 작품들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서 굳이 여러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성이 없어요.주제도 거의 다 비슷하고... 서사의 개성도 없고, 치열함도 없고...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을 세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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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 출판사에서 출간된 << 두이노의 비가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한기찬 번역 >> 를 읽었을 때 전율했다. 한글로 번역된 시집을 감동 깊게 읽었다는 것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어쩌랴, 내가 외국어 까막눈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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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 두이노의 비가 >> 는 백 번 넘게 읽었다. 십 년 동안 이 책은 하루도 빠짐없이 내 가방 속에 들어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읽은 기억이 난다. 종이가 바스러져서 가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 책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청하에서 출판된 한기찬 번역본을 구해서 다시 읽고는 있으나 이 책도 가루가 되어 사라질 날이 오리라(아는 사람은 다들 아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아이보리 비누로 손을 씻는 버릇이 있다. 즉, 책을 험하게 보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자주 읽다 보면 이렇게 그지 같은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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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릴케를 전공한 문학도도 아니니 릴케 시의 깊은 뜻을 어찌 알겠는가마는(변학도가 춘향의 깊은 뜻을 모르듯이) 그의 시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캄캄한 우주에 홀로 버려진 미아가 된 듯해서 << 그래티비 >> 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두이노의 비가 9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 행복이란 다가오는 손실에 앞선 이득일 뿐이니 " 이 시집은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 내용이 깊고 오묘하다. 만약에 당신이 이 시집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것은 신이 당신에게 내린 행운이다. 이처럼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는 책이 또 한 권 있다.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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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이라는 그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거나 종이를 접는 습관이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읽을 때에는 그 모든, 그 모오오오든 버릇을 버려야 한다. 첫 행부터 페이지 마지막 끝 행까지 끊김 없이 줄을 긋는다는 것은 밑줄의 효용 측면에서 보자면 밑줄을 모욕하는 행위에 속하며 페이지마다 종이 끝을 접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독자인 당신은 밑줄과 종이접기를 모독할 권리가 없다. 두 작품은 모두 황홀할 만큼의 미문으로 작성된 문장이지만 처절하다는 점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문장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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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때에는 통곡할 줄 아는 촌스러운 신파도 겸비한 작가들이다. 웃을 때 예쁘게 웃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는 없겠지만, 나는 울 때마저도 예쁘게 우는 사람을 보면 징그럽다. 왜냐하면 울 때마저도 예쁘게 우는 얼굴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울 때에도 예쁘게 우는 법을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것은 가짜로 꾸며낸 격정일 뿐이다. 울 때에는 못생긴 얼굴로 쏟아내도 된다. 그런 얼굴처럼 그런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 생각된다. 페르난도 페소아의 << 불안의 책 >> 을 완독한 상태는 아니지만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은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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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행복하지 않은 자가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릴케는 비가 9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어찌 삶이라는 시간은 시작부터

사라져 가는 걸까. 주위보다 좀 어두운 음영 드리우고

모든 잎새 가장자리마다 잔물결 일으키고 있는

월계수처럼(바람의 미소 같이). ㅡ 또 어찌하여

삶이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것인가 ㅡ 운명을

피하면서 그리워한다는 말인가......


오오, 삶이 행복해서가 아니다,

행복이란 다가오는 손실에 앞선 이득일 뿐이니.


- 비가 9


페소아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저주할 수 있는 글을 쓴다. 그것은 무죄다. 행복한 자가 행복을 저주하는 글을 쓰는 것은 오만이지만 불행한 자가 행복을 저주하는 것은 용서 가능한 독설이다. 올해의 끝은 << 불안의 책 >> 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문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기분이, 그러니까, 음... 기분이 째지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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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18:03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두이노의 비가는... 정말.. 뭐라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솔직히 원문도 아닌 번역된 시 좋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무식하다고 말해서 꾹 참고 있었으나
번역된 시도 좋은데 어찌합니까.. 진짜루 읽다 보면 캄캄한 우주에 홀로 미아가 된 듯한 산드라 블룩처럼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2017-12-13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위편삼절‘ 고사의 실사판을 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20:24   좋아요 1 | URL
사전찾아봤습니다. 위편삼절이 무슨 뜻인가 하고.. ㅎㅎ
새 책을 사고 싶으나 절판된 책이라 찾을 방도가 업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본이 나오긴 하는데
아.. 못 읽겠더라고요.
생각해 보세요. 닳고 닳을 때까지 읽어서 익숙한 문장이
다른 조사와 배열로 되면.. 그것은 정말 못 읽겠습니다.
 



​                                      


윤 종 신 은   죄 가   없 지  :











조은희,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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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는 괴롭다고 했다. 형, 괴로워 !  걸음을 멈춘 A는 귀를 막고 낮게 소리쳤다. 저 노래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고...... 명동 패션몰 건물 야외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요즘 뜨겁다는 윤종신의 << 좋니 >> 였다. 한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그리며 부르는, 흔하디 흔한 유행가. A가 최근에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런 유행가에 마음이 무너질 녀석은 아니어서 내가 말했다. " 네가 언제부터 이런 감상적인 노래를 들으며 질질 짰니 ? " 나는 축 쳐진 녀석의 어깨를 토닥이며 날이 추우니 걸음을 재촉하자고 말했다. 그때 내 뒤통수 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흘려듣다가 그 녀석이 우울한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조은희, 사랑해서 ♬ 사랑을 시작할 때♪♩...... 조은희,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힘들어♬♪♩.... 조은희.... 조은희.... 조은희♬♪♩..... 나는 그가 최근에 사귄 애인의 이름이 조은희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A가 흐느끼면서 말했다. 윤종신, 씹때끼.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A에게 말했다. 윤종신이 무슨 죄니. 제발, 유난 좀 떨지 마......





- 손바닥 소설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고작 이별뿐인 건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
벌써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
굳이 내게 전하더라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 내기엔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네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억울한가 봐 나만 힘든 것 같아
나만 무너진 건가
고작 사랑 한번 따위 나만 유난 떠는 건지
복잡해 분명 행복 바랬어
이렇게 빨리 보고 싶을 줄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너도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혹시 잠시라도 내가 떠오르면
걘 잘 지내 물어 봐줘

잘 지내라고 답할 걸 모두 다
내가 잘 사는 줄 다 아니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너무 잘 사는 척
후련한 척 살아가

좋아 정말 좋으니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
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예전 남자친구일 뿐
스쳤던 그저 그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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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2-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이런 단순한 글자개그에 당하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13:06   좋아요 0 | URL
광화문 촛불집회 때 울려퍼진 게 박근혜는 태진아랑(퇴진하다) 이었잖아요. 같은 이치죠..ㅎㅎ

데미안 2017-12-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서 재미있을 미!

데미안 2017-12-13 18:58   좋아요 0 | URL
요즘 유행하는 독서체.! 라고 하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20:2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가요. 너무 흥미로워서 흥미로울 흥 ! 뭐.. 이런 뉘앙스인가요 ? ㅎㅎㅎㅎ

데미안 2017-12-1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울 흥이 있었군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21:30   좋아요 0 | URL
흥미로울 흥 ! 요거 많이 써먹어야 겠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7-12-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종신 씹때기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3 21:29   좋아요 0 | URL
제 유머의 화룡점정을 정확히 찝어내시는군요. 소오 님 !
 

 

 


 


                                       

 불  편  을     예  찬  하  며   :


​

 


 



냉장고와 화폐




 


 


                                                                                                          선풍기와 에이컨 둘 다 성능이 비슷한 가전제품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동의한다. 그런데 내가 냉장고와 화폐도 그 성능이 비슷합니다 _ 라고 말하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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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폐의 효용을 곰곰이 따지고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화폐가 없던 옛날을 생각해 보자.  어부가 그해에 많은 생선을 잡았다고 해서 일년 내내 먹을거리 걱정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걱정 없이 잡은 물고기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며칠이 전부이다. 물고기는 살이 물러서 쉬이 썩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생선을 잡았다고 해도 그것을 식량으로 소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생선 보관을 늘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이 염장(鹽藏) 저장 방식'이다.  염장은 보관 기간을 최대한 늘려주기 때문에 " 저장(저축, 축적) " 이라는 최초의 경제적 개념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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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냉동고)는 먹을거리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린다는 점에서 차가운 염장 저장 기계'이다. 최근 실험에서 일반 가정집 냉장고에 가득 찬 음식을 다 소비하는데 드는 기간은 평균 3개월이라는 통계값이 나온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냉장고에 3개월치 식량을 보관, 저장, 축적, 저축하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두고 고한다.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를 가진 사람은 굳이 생선을 잡을 필요도 없고 잡은 생선이 썩을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으며 그것을 보관할 음식 창고도 필요없다. 필요할 때 그때그때 화폐와 생선을 교환하면 되니깐 말이다. 화폐를 쌓아둔다는 것은 썩을 걱정 없는 생선을 쌓아둔다는 것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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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가울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많이 쌓아둔다는 데 있다.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을 음식을 냉장고 속에 꾸역꾸역 보관하면서도 신선한 생선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냉장고는 유통 기간이 지나지 않은 싱싱한 생선으로 다시 채워진다. " 얼어 죽을 동태 " 보다는 " 죽은 척하는 생태 " 가 더 맛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얼어 죽을 동태들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 ?  아마도 오랫동안 냉동고에서 방치되었다고 결국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다. 마치 군둥내가 나기 시작하면 버려지는 늦봄의 김장 김치처럼.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음식(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생산된 식량과 유통 기간이 지난 식품)이 전체 식량 생산의 40%에 육박한다고 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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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죄악에 가까운 소비 습관인 셈이다.  냉장고야말로 자본주의 욕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냉장고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요리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냉장고가 생산되고 있다.  그 광고를 볼 때마자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런 삶이 편리(편안)한 것인가 ? 편리(편안)해서 행복한가 ?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불편한 것을 나쁜 것으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불편한 도구를  즐기는 존재이다. 우선 자판 배열 구조 자체가 불편하도록 만들어졌다. 자판기 제조업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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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 그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 자판 배열을 고수한다. 그리고 기타도 악기를 연주하기에는 불편한 구조이다. 그뿐이 아니다. 여행만 해도 그렇다. 여행의 본질은 불편함에 대한 예찬'이다. 산속에서 캠핑을 해본 사람은 그 불편함이 주는 짜릿한 오르가슴을 알고 있다.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나 문학, 영화 따위도 대부분은 불편한 설정으로 관객의 흥미를 유도한다. 인간은 타인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는,  좐인하안 ~ 족속이다. 사람들은 편안한 관계가 좋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을 조금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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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로 우리 편하게 지내자 _ 라고 말하면 나는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한다. 조까세요. 난 조금은 불편하게 좋아요. 꼰대들은 항상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편하게 있어 _ 라거나, 내가 한 살 위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 _ 라거나,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니 편하게 일해 _ 라거나, 내 딸같이 편하게 생각해서 너의 젓가슴을 터지도록 만졌어 _ 라고 말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대부분 회사가 족같을 때 그것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다. 그 말속에 숨은 행간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굳이 이 말속에 숨겨진 꼰대의 하대 정신을 들먹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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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편함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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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형 곡물 유통 기업들은 곡물이 과잉 생산되면 엄청난 양을 바다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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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2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김치를 오래 먹으려면 최소 김치 냉장고 한 대로 부족해요. 김치 냉장고가 일반 냉장고의 냉동실 기능까지 하니 요리 재료 보관에 고민하는 주부라면 안 살 수가 없어요. 먹을 게 많은 것도 단점이 있어요. 먹을 것이 많아지면 보관 장소가 부족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21:24   좋아요 0 | URL
하긴 제 집도 냉장고가 대형으로 3개였습니다... 일반 대형 양문냉장고 2개에 김채 초대형 한 개....
개인적으로는 이해불가능.. 김장의 80%는 먹지 못해서 나중에는 버리고...
비싼 생태는 떨이로 한 상자당 싼 가격에 사서 무조건 냉동실로... 결국 1년 후에 동태 몇 마리 먹다가
냉동실 냄새난다고 버리고...
전 이런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법으로 냉장고 용량을 줄일 겁니다..

2017-12-1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21:32   좋아요 0 | URL
8대라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만 아니라 더 막장은 열쇠를 채웠다고 하잖아요. 누가 훔쳐 먹는다고... ㅎㅎㅎㅎㅎ
냉장고 한대에 3개월치 식량이 들어 있다면 8대면 2년치 식량이 있다는 것인데....
이게 진짜 얼마나 끔찍한 식량 호더 기질입니까... ㅎㅎㅎㅎㅎ


편하게 있어 ! _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이지만
막상 그 사람이 거리낌없이 편하게 있으면 불쾌해합니다.

예를 들어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나 나이 많다고 유세 떠는 놈 아닐세.. 허허..

라고 말하는데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면 어떻게 될까요. 속으로 괴심한 놈미라 생각할 겁니다..ㅎㅎ

ㅎㅎㅎ

똑같은 예로 시어머니가 갓 결혼한 며느리에게
친정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나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아니란다..

이 말에 갑자기 며누리 쇼파에 누워서 어머니 물 좀 갔다 주세요.. 라고 말한다면...
불같이 화낼 겁니다..

2017-12-1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