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우정은 도모하겠으나 총은 버리지 않겠다 :

 


 


 

 

 


 

미생이 기만적인 이유



                                                                                                      미생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  직장은 전쟁터'다. 이 웹툰은 징글징글한 직장의 정글, 나아가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득권에 대한 찬사와 옹호'이다.

그러니까 일터 노동자 시선으로 자본 정글을 비판한다기보다는 자본가 시선(자본이라기보다는 자본에 세뇌된 익숙한 논리)으로 체제를 옹호하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 직장은 전쟁터 " 라는 프레임은 자본-욕망'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프레임 설정 자체부터 글러먹었다는 뜻이다. 일터를 전쟁터로 환유하는 순간, 이 기본 설정 때문에 직장인은 총을 든 병사가 된 마음으로 일터를 향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는 이렇게 말하리라. 노동자여 ! 보았는가. 직장은 전쟁터이니 총을 든 병사처럼 죽기살기로 일해라 !  이런 프레임으로 시작되는 작품이 많이 나올수록 좋아할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이건희'다.

그가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_ 라고 주문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재벌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재벌은 가족애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권력 투쟁에 함몰된 집단이라는, 흔해빠진 클리셰 덩어리로 포장된 드라마는 대중이 재벌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시청자는 재산을 놓고 서로 싸우는 재벌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다. 돈이 많다고 해서 그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으나 행복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물로 살 수는 있다. 이처럼 재벌 집단을 불행한 부류로 묘사하는 드라마는

불알 두 쪽이 전부인 가난뱅이 시청자에게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는 자위를 하게 만들지만, 이 자위는 허망에 가까운 기망이다. 이런 드라마는 재벌이나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집단을, 그 체제를 옹호하는 기능으로 작용한다. 직장은 전쟁터야 _ 라거나, 돈만 알고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는 재벌은 얼마나 불쌍해 _ 라는 인식은 오히려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가난한 자는 부자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공병 줍는 노인이 우리 박근혜, 불쌍해서 어쩌냐 _ 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 미생 >> 원작자인 윤태호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이 작품은 자본 정글을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본 정글을 옹호하는 작품이다. 이 웹툰은 총을 버리고 잃어버린 인간애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여기는 전쟁터이니 총은 들되 우정을 쌓으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폭력은 지양하고 평화는 지향하되 방어 차원에서 총기는 소지해야 된다는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미생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덧대기 ㅣ 본문이 짧아서 본문과는 상관없는 글을 첨부한다(어른이 된다는 것을 주제로 글을 하나 써야 하기 때문에 겸사겸사 생각의 큰 줄기를 엮는다). tvN 프리미엄 특강쇼 << 어쩌다 어른 >> 은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쇼'다. 이 전제는 나이가 들면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이 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어른이라는 자격 조건은 반드시 어린이'라는 상대적 계층이 존재할 때에만 발생할 수 있다. 만약에 어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어른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라는 말은17세기부터 써온 말인데 중세 국어에서 어리다는 의미는 " 나이가 적다 " 는 것이 " 어리석다 " 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서 옛날에는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어른과 어린이를 구별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옛날에는 어린이를 작은 어른 대접을 했다고 한다. 필립 아리에스의 의하면 어린이는 근대의 발명품이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면 어른이라는 개념은 근대가 만든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개념은 허구'다. 나이 가지고 유세를 떠는 인간만큼 추잡한 인간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어쩌다 어른이 된 강사가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을 위로하는 어쩌다 어른 특강쇼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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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12-2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덧글 답니다. 저는 이 만화 정말 토나왔거든요. 직장인들이 미생 보면서 찬사하는 걸 보고 진짜 의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