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시와 함께 영화 시리즈 1탄 : 사랑하는 손 + 시티라이트

 

 

 

 

시티 라이트의 이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내가 굳이 내용을 디테일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강산이 예닐곱 번은 바뀌었으나, 아직까지도 이 장면보다 더 감동적인 재회를 보여준 영화가 있었던가? 내 기억 속에는 없는 것 같다. 소녀 앞에 방랑자가 나타나지만 소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녀가 수술 후 눈을 떠서 처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을 때, 정작 그 소녀가 볼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이러니. “ 사랑하면 보이나니...“ 라는 경구도 있다지만 또 어떤 이에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캄캄한 사랑도 있는 법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사랑 말이다. 꽃 파는 소녀는 꽃과 동전을 건네려다 남자의 손을 스친다. 이때 여자는 손의 촉감을 통해서 이 낯선 남자의 손이 익숙한 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할 때 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이던 그 손이다. 작고, 조용하고, 사려 깊은 손. 아름다운 여자가 초라한 남자를 바라본다. 초라한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의 시선을 피한다. 여자가 뭐라고 말을 하지만 소리가 없다. 소녀는 이 초라한 방랑자가 자신을 구해준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녀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막이 대신한다. “당신이에요 ?“ 소녀가 던진 질문에 방랑자가 대답한다. 역시 자막이 대신한다. “ 이제는 볼 수 있소 ?“  소녀가 대답한다. “ 그럼요, 이제는 볼 수 있어요 !“ 여자가 웃는다. 남자도, 수줍게 웃는다. 채플린이 위대한 점은 바로 지금부터다. 소녀는 개안 수술비를 마련해 준 남자를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통해서 알게 된다발화(소리)가 아닌 수화(손)가 그 뜻을 전달한 것이다. 무성영화는 발화 대신 수화로 소통하는 영화이다. 무성영화의 본질은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었던가 ? *자막 카드란 일종의 수화. 공교롭게도 <시티라이트> 는 무성영화 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유성영화 시절에 만들어진 무성영화이다.

채플린은 무성영화의 시대가 끝났음을 느낀다. 그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간절한 심정으로자신의 마지막 무성영화를 찍는다. 무성영화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서 말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라기보다는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굳이 타협점을 찾자면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자. 형식적으로는 두 남녀 간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본질은 무성영화에 대한 채플린의 애정이 담긴 프로포즈이자 모노로그이다. 오손 웰즈의<시민케인> 을 보고 나면 < 감탄 > 하게 되지만, 찰리 채플린의 < 시티 라이트> 를 보고 나면 < 감동 > 하게 된다. 찰리 채플린은 신이 인간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다.

■  말 그대로 무성영화에서의 자막은 현대의 영화 자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막이 인쇄된 카드를 말한다. 관객은 자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막이 쓰여진 카드를 보는 것이다. 수화란 자막 카드와 같다. 다만 종이 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다 글을 쓴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은 말을 할 수 없다. 이 없기 때문이다. 손은 언제나 조용하다. 입이 없기 때문이다. 손은 침을 흘리지도 않는다. 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 모양으로 만드는 수화는 입이 할 수 있는 발화의 기능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 < 2의 입’> 이다.  하지만 손은 말을 하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대체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손은 종종 입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한다. 사람들은 < > 이 의사와 감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나이가 들면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손이다. 손은 입처럼 감정을 속이거나 미화하지 못한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나고, 무서우면 손끝이 떨린다.

정직하다. 손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거의 모든 것을 말한다. 기도할 때 우리가 두 손을 모으는 까닭은 인간의 신체 기관 중에서 손이 가장 정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 사랑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말의 성찬보다는 진심을 담은 손의 울림이 더 큰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을 때가 기억난다십 분이면 도착할 곳을 느리게 걸었다. 손을 놓았을 때 손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말했지만, 그때 이미 우리는 알고 있었다. 침묵하는 손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손은 가장 훌륭한 문학이다, 세레나데다, 프로포즈다. 시인 최승자는 < 사랑하는 손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주는 가여운 평화

 

  - '사랑하는 손'  전문

 

입은 믿을 만한 기관이 아니다. 비록 입에서 욕이 아니라 아름다운 말을 쏟아낸다한들 정직하지 않다. 손은 말이 없고 무뚝뚝하지만 가장 정직한 것들을 쏟아낸다. 이성복 시인이 입이 없는 것들에게 연민을 느끼듯이 최승자 시인 또한 입이 없는 것(손)에서 연민을 느낀다. 손은 입이 없기에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며 꾸미지 않기에 정직한 기관이다.  시인은 내 손과 네 손의 합일을 통해서(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기도하는 숭고한 손을 본다. 그녀에게 맞잡은 손은 " 가여운 안식 " 과 " 가여운 평화 " 를 기원하는 손이다. 그리고 "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 " 았을 때 흥건히 젖는, 부끄러워하는 손을 보며 말한다. 비가 내린다고, "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 " 린다고......

 

 

- 2012. 03. 11,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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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4-0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 나 이거 자랑인데ㅡ나 예전에 여기서 신문인터뷰 받을 때
사진 담당 기자가 자기가 지금껏 찍은 사람들 중에
베스트5에 드는 예쁜 손이라고 칭찬해줬음.(피식~)
인터뷰 동안 손 제스쳐가 넘 많았나봄. ㅡ_ㅡ

결론 --> 나-손(만) 쫌 이쁨.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6:46   좋아요 0 | URL
사내새끼가 실없이 던지는 농담에 웬 호들갑이냐....
다시는 그 기자 만나지 마 !!!! ( 씩씩...)

곰곰손 2014-04-01 16: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 존빠른답글!!!
아이고야!!보고싶었써곰발!!! ㅠㅜㅜㅜㅜ

알잖아~ 난 곰바리 너 밖에 없능거~♡ ㅋㅋㅋ

아, 이거

http://fuckyeahchaplin.tumblr.com/


내가 좋아하는 채플린 - 영상/사진 꽤 많은 텀블러 사이트.
예전부터 가르쳐줄라 그랬었는데ㅡ
시간날때 함 봐봐~ 너 채플린 좋아하잖아.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7:37   좋아요 0 | URL
오호, 진짜 여기 다 있구나.
자주 놀러가야 겠군.. 흠흠. 고맙다 !

근데 인터뷰 무슨 내용이었냐 궁금 ?!



그나저나 네이버 영화 카테고리에 버리기엔 좀 아까운 글들이 좀 많네.
글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 글 쓸 때의 시간이 아깝단 말이죠. 날마다 몇 개씩 옮겨야겠어....

곰곰손 2014-04-01 17: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뻔하지모ㅡ
어쩌다 여기와서 그런 일 하게 됐냐..
언어에 있어 장애는 없냐,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

..이딴 질문?

암튼, 시발 이제 여긴
말보로 한갑에 460,엔ㅠㅠㅠㅜ
20엔이나 올랐어 ㅠㅠㅠㅠㅜㅜ

곰발.. 나 넘 살기 힘드러ㅡ ㅠㅠ흑흑
빨랑 너 대박나서 나 돈좀줘~
가난이 시러~ 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05:46   좋아요 0 | URL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아이디어를 줄께....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거든
내 아이디어를 훔쳐 !

너에게는 공짜로 주마......


이참에 끊어라. 46엔이면 얼마나 4600원이냐 ?
내가 88라이트 두 박스 보내주마..

samadhi(眞我) 2014-04-0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자마자 찰리 채플린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HD화질이 아닌데도 표정과 몸짓이 가슴에 훅! 들어오네요.
제 몸의 세포가 떨려서 간질간질거립니다. 표현력이 뛰어나네요. 말이 없는데 더 많이 느낄 수 있군요.

손미남에게 무척 약한데 ㅋㅋ. 특히 손짓이 예쁘면 자꾸 눈이 가더라구요. 손짓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말보다 더 많이 말해주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05:48   좋아요 0 | URL
채플린은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예요.
여전히 지금 보아도 세련되었다는 사실에 종종 놀라고는 하죠.
하여튼 이 영화는 채플린의 라임라이트와 함께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 마지막 장면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군요...

손미남이라고 하기에 손미남이란 작가가 있나 ? 했습니다. ㅎㅎ

매직퀸 2014-04-0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영화 제가 완전 좋아함. 처음 보고 울었다죠: 공교롭게 며칠 전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서 다운 받고 초반 조금 봤습니다. 포스팅 본 김에 다시 끝까지 봐야겠네요. 지금봐도 세련됨에 공감. 제가 처음 극장에서 본게 확실하진 읺지만 채플린 영화였을 거에요. 부모님이 모던 타임즈를 영등포 모 극장에서 보여준 거 같은 기억.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3: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 유투브에 풀버전 있길래 감상했습니다.
여전히 좋군요. 따띠도 좋고, 키튼도 좋지만
전 아무래도 채플린이 더 좋습니다.
뭔가 원초적인 슬픔이 있거든요. 이 영화는 아무리 봐도 걸작입니다.

엄동 2014-04-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 표현 죽이죠.
열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일전에 말했듯 제 손은 농부손같기에
모든것을 이야기하는 손"을 당당하게 내밀지 못한답니다 ㅠ

입은 믿을만한 기관이 아니다. 정직하다"라는
저 말이 너무 와닿네요
상등신같이 세치혀의 사탕발림에 꼼빡 넘어가고
쓸데없는데 맘이 몰캉해지는 요즘
마음이 좀 딱딱해질 필요가 있기에
.
손으로 꾹꾹 눌러 저 위 문단들을 메모장에 옮겨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3: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열손가락에 존재의 쓸쓸함이 걸린다니.......
이런 표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농부 같은 손이라..... 감동적이겠군요.
하여튼 말에 속지 맙시다요. 아주 질렸음.....
글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4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이번 달'부터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을 시작한다

 

 

 

 

 

 

1. 그래도, 방긋           

 

 

 

사실 이 책'을 가지고 있다. 한나래 출판사에서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라는 제목으로 90년대에 출간되었다. 물론,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 평가단 14기 주목할 만한 신간 추천 목록으로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절판되어서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이번에 새롭게 나온 모양이다. 반갑지 않다. 절판되었으나 내게는 있는 책, 그런 책은 영원히 절판되었으면 싶은, 아... 그런 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방긋) 그런데 책값이 꽤 올랐다. 한나래 구판'은 9800원인데 이 책은 28000원이나 된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나서 미리보기'로 편집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마치 살펴보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스타 화보집 같다. 적어도 30,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라면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에게 미리 보기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10000원짜리 라운드T를 살 때에도 입어 보고 살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절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지 수'이다. < 할리우드 장르(컬쳐룩) > 은 560쪽이고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 는 479쪽이다. 그런데 목록을 대조 비교해 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사람 또한 동일하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도 자간이나 행간 따위로 변화를 준 모양이다. 하긴, 한나래 판이 30줄'이니 줄 조정을 하면 560쪽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번역자도 동일한데 책값을 3배나 올리나? 한참 투덜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긋 ! ☞ 영화서적 10

 

 

                                                                                                                 

 

                                                       

                                                  

 

 2. 도시와 변두리        

 

 데이비드 하비의 < 반란의 도시 > 도 눈에 " 확 ! "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문학자 20인’에 선정된 데이비드 하비의 최신작 " 이라는 책 소개가 마음에 든다. 데이비드 하비는 세계적 지리학자이자 부드러운 맑스주의자'이다. 일단, < 지리학 >은 재미가 없을 거란 편견은 버려야 한다. 오래 전부터 자본가는 공간을 점유하고 탈중심 지역을 식민지화시켰다. 흔히 식민지 정책하면 제국이 식민 국가를 점령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은 자국 내에서도 식민지 정책은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변두리의 탄생은 도시가 번성하는 때와 관련이 깊다. 식민 통치란 " 본국과는 다른 차별적 지배를 받고 있는 지역에 자국민이 영주할 목적으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개척하며 활동하는 일, 또는 이주민 (네이버 사전 인용)" 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데, < 본국 > 에 < 도시 > 를 넣고, < 지역 > 에 < 변두리 > 를 넣어도 맥락이 통한다. 데이비드 하비는 그동안 자본가가 도시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며 권리를 누린다고 비판해 왔던 석학이다. 이번 기회에 소개도 할 겸 선정했다. 도시 지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피터 손더스의 < 도시와 사회이론 >, 앙리 르페브르의 < 공간의 생산 > 그리고 대우학술총서에서 나온 < 공간의 정치경제학 > 을 추천한다.  ☞ 공간은 정치적이다 

 

 

                                                                                                                 

 

 

 

3. 그것이 알고 싶다    

 

 

 메리 로치만큼 배꼽 빠지도록 글을 잘 쓰는 작가도 없다. 유머 작가냐 ?! 아니다, 과학 분야 전문 저술가'다. 일종의 과학 전문 르포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따분한 과학을 입담 하나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는 메리 로치가 최고'다. 그렇다고 말빨 하나만 믿고 글빨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 아니면 그 반대던가 ?! 메리 로치는 < 손 > 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 발 > 로 지구 몇 바퀴를 뛰어다닐 만큼 부지런한 저널리스트다. 그녀 특유의 빈정거림과 시니컬 그리고 웃음은 성실한 발과 눈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우리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것만 골라서 알려준다는 데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곳에 관심을 두는데, 이 꾀죄죄하고 사소한 에피소드가 읽는 맛을 더한다. 독특한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 스티프 > 는 시체의 유통경로에 대해서, < 스푸크 > 는 사후 세계를 다루었고, < 우주 다큐 > 는 우주비행사를 뽑기 위한 온갖 잡다한 실험을 진지하게 접근한다. 그리고 < 봉크 > 에서는, 맙소사 ! 여성 클리토리스를 다룬다. 모든 작품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 스푸크 > 는 욕심이 과해서 흥미를 잃게 만든 책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본은 한다. 그녀가 이 시대 뛰어난 대중 과학 저널리스트인 것만은 분명하다. 난, 그녀의 팬이다.봉크

 

 

                                                                                                                  

 

 

 

4. 탈락된 자를 위한 복수 

 

 

출판사 교양인의 < 문제적 인간 > 시리즈'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 인물 평전을 기획했는데 그 뚝심이 감동적이다. 2005년 < 로베스 피에르, 혁명의 탄생 > 을 시작으로 트로츠키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기계발서에 편승해서 떼돈을 벌어볼까 생각하는 출판사와 비교하면 교양인이야말로 문제적 출판사가 아닐까 ? 좋은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꾀죄죄한 욕심 때문이다. 평소 1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책값이 50000원'이라면 책을 사서 보기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이번 알라딘 신간 평가단를 기회로 못 먹을 감, 한번 찔러보기 위해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에 지원했는데 탈락된 분들을 위로코자 이 책을 선택했다. 탈락된 자들을 위한 복수'라고나 할까 ? 아니다, 복수는 흔한 시대적 클리셰가 되었으니 위로라고 해 두자. 신간평가단이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느라 밤을 새며 피똥 쌀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리라. 기쁘다. 참고로 나는 1400페이지가 가까운 < 히치콕 - 서스펜스의 거장 > 이라는 평전을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읽고 있다. 벌써 2년째'다.

 

 

                                                                                                                 

 

5. 꾀죄죄죄한              

 

 

일단 책 분량이 1000페이지가 넘어가면 기가 죽는다.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자꾸 망설이다가 구입을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분량이 너무 적어도 적다는 이유로 사기가 망설여지는 책도 있다. 한병철의 < 피로사회 > 가 그렇다. 100페이지 정도라면 교보문고 가서 서서 읽을 만한 분량이지 않은가 ? 이래서 나온 말이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 는 속담일 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책을 살 때 기준은 : 첫째, 동문선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사지 않는다. 둘째,  최소 200페이지 이상. 셋째, 한 페이지 당 최소 21줄 이상'이다(단, 소설은 예외다).   < 투명사회 > 는 200페이지를 넘겼으나, 아쉽게도 21줄을 넘지는 못했다(19줄이다), 그래서 그동안 책을 안 사고 있었지만, 사실 무척 읽고 싶은 책이기는 했다.  이 기준이 어떤 똥고집 비스무리한 꾀죄죄죄죄한 태도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고집을 버릴 생각이 별로 없다. 열린책들 책처럼 촘촘하게 박힌 책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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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4-0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뭬야이거?!?!

뭐? 신간평가단?

너 이런거 하지말어!!!

닝기미~ 곰곰바리~ 자존심이있지~
이딴거 하지말어!!

글고 저 옆에 금메달도 얼른 치워달라그래!!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7:48   좋아요 0 | URL
왜 그르냐. 읽고 싶은 책 맘대로 고를 수도 있는데.....
요즘 책값이 부담이야. 더럽게 비싸져서
이젠 아예 원서보다 비싼 경우도 많아.
나 자존심 쥐뿔도 없어.. 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4-04-0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쿡서적 출판하는 출판사는 역시 열린책들 이죠. 1000쪽 짜리 책은 으...... 그래서 메리 로치의 책 중 제일 재미난 책이 무어란 말인가요? [스티프] 인가요? 읽어보고 싶네요. 과학쪽엔 문외한이라 잘 안읽게 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6   좋아요 0 | URL
열린 책이 사철제본이어서 정말 튼튼해요.

메리 로치 책 중 시티브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4-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명사회 ! 저 이 책 샀어요 ㅎㅎ 한병철선생님이 강연하는데서 그냥 샀다죠. (근데 사실 안직 못읽었어요..ㅠㅠㅋㅋ) 곰발님께서 저 책 선물해주셔서 이거 곰발님한테 선물해드리면 좋겠다아아!!고 생각했었는데 곰발님은 이 책 내가 선물해드리기 전에 사셨겠지? 그냥 그만두자..ㅋㅋ 했는데 곰발님의 고집은 이 책을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시라니 흠흠흠... 흠흠흠.. 저 이번 주말에 알바해서 돈벌면 곰발님께 선무르....(저 이렇게 말만 이렇게 번지르르하게하고 안드리면 완전 못되먹은 사람 될듯한데요..?ㅋㅋ)

아, 한병철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좋았던 것 몇 개

"인문학은 어제의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잠시 휴식을 취하는 눈감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공간을 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는 끊어짐의 눈감기가 되어야 한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내가 원하는 것으로만 내가 이끌리지 않도록 해주소서) 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책 선물입니까. 사양합니다.
밤하늘 님에게 책선물 받는 건 가오가 안 섭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책이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밤하늘 님이 아닐까 합니다.
주말에 알바해서 돈 버시면 그냥 맛있는 거 사서 얌얌하십시요.
아직 안 읽은 책에 집에 한 200권은 돼요. 죽겠습니다.



수다맨 2014-04-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순간 로쟈님 블로그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이런 활동도 이제 맡아서 하시는군요. 그런데 알라딘은 각성해야 합니다. 이런 걸로 책 몇 권 주는 게 아니라 인기블로거(넘버 5~6까지)들에게 돈 천 만 원씩 줬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11:54   좋아요 0 | URL
호기심 삼아 한번 해보려고요. 요즘 책값이 진짜 비쌉니다.
출판계가불황이다보니 책값을 거의 원서 사서 읽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도 허다한데
출판계 망하게 욕을 할 수도 없고... 하여튼 값이 좀 지랄 같습니다. 천 만원 주면 정말 좋겠네요. 시바....

rendevous 2014-04-0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로츠키 꼭 뽑히시길 응원합니다 ^^ 그나저나 동문선 출판사는 제가 모르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동문선에서 나온 롤랑 바르트 책 열심히 샀었는데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7 15:41   좋아요 0 | URL
동문선은 제가 그냥 싫어합니다. 모든 게 다 구린 출판사 같아요.
 

 

 

 

 

 

 

 

 

 

 

 

 

 


 

 

 

 

장국영과 김경욱

 

 

 

만우절이면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물론, 여의도 국회에 불이 났다고 119에 전화를 거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만우절이 되면 항상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게 된다. 공교롭게도 4월이 시작되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았다. 2009년도에는 낙원동 아트시네마에서 " 장국영 추모 영화제 " 를 해서 < 아비정전 > 과 < 화양연화 > 를 보았고, 작년에는 모 출판사가 장국영에 대한 책을 발간하면서 마련한 장국영 기획 특별 상영전을 보기 위해 광화문에 있었다. 왕가위 영화제도 장국영 기일에 맞춰 상영되고는 했기에 4월 하면 장국영이 떠오른다. 그러니깐 4월 1일에 나는 항상 장국영 영화를 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국영 추모 영화는 상영된다. 극장 스크린은 아니지만 케이블 영화 전문 티븨에서 특별 기획전'을 연다. 

 

내가 장국영 추모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낯익은 얼굴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나처럼 장국영을 기리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 떠도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 소설가 김경욱'이다. 그 또한 장국영 열혈 팬'이다. 작년 장국영 추모 영화제 때에는 모 극장 로비에서 장국영과 관련된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때 내가 산 책이 김경욱의 < 장국영이 죽었다고 ? > 라는 소설집이었다. 책을 사서 극장 로비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 장국영 좋아하시나 봐요 ? "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수수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소설가 김경욱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시치미를 떼고는 이렇게 말했다. " 네, 평소 김경욱 소설을 열심히 읽습니다.

 

그래도 한국 문단에서는 김경욱을 따라올 자 없지요. " 사내의 눈빛이 밤하늘 위에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반짝반짝반짝거렸다. 그 다음은 대강 아시리라. 제, 가, 김, 경, 욱, 입, 니, 다 ! 그가 먼저 순댓국에 소주 한 잔 어떠냐며 물었다. 이럴 땐 반응 속도를 살짝 늦춰야 한다. 나는 시계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 낮술 좋죠 ! " 우리는 낙원상가 옆에 있는 이모네'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문학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영화판에 대해 말했다. 결론은 둘 다 개판이라는 거 ! 그때 낮술이 인연이 되어서 우리는 종종 만난다. 만나면 항상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로 말머리를 시작한다. 그는 내가 아비정전을 41번 보았다고 했을 때 " 41번이나 ?! " 라고 놀라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여기서 잠시 사전적 의미로써의 < 이나 > 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이나 : (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있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 수량이 크거나 많음, 혹은 정도가 높음을 강조하는 보조사. 흔히 놀람의 뜻이 수반된다 ㅣ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인용 "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도 < 장국영이 죽었다고? > 라는 단편을 쓰기 위해서 그 정도 보았다고 고백했다. 글 쓰는 동안 느낌을 공유해야 했으니깐, 느낌 아니깐. 그날 < 아비정전 > 에 대한 영화 이야기로만 몇 시간을 보냈다. " 왜.... 아비가 자신을 낳은 친엄마가 그리워서 엄마를 찾아가는 장면 있잖아요 ? 그런데 엄마한테 빵꾸 먹잖아요. 아, 시바. 그때 아비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커튼 너머로 아들을 훔쳐보던 엄마를 의식하며 아비는 고개를 홱 돌려 떠나죠. 그리고는 이런 소릴 하잖아요. 엄마가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나 또한 엄마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아, 시발 ! 여기서 포텐 터집디다. "

 

내가 눈을 갸르스름하게 뜨며 말하자 김경욱에 캬,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췄다. " 건달이란 양심은 팔아도 쪽은 안 팔지 않습니까. 씩씩하게 뒤돌아서 걷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 시바... 이런 태도로 말이죠. 그런데 빠른 걸음으로 걷는 장국영의 뒷모습을 감독은 슬로우모션으로 잡아서 가둡니다. 결국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를 빠져나가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엄마네 집에 머무는 거죠. 행동은 씩씩하게 멀어지는 거지만 마음은 그래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머무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 우리는 그날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눌 때 김경욱이 내 코가 삐뚤어졌다며 바로잡아주었다. " 왜 술에 취하면 코가 삐뚤어질까요 ? " 그가 말을 하며 오줌을 누다가 그만 바지에 잔뜩 흘렸다.

 

내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 코가 얼굴의 중심 아닙니까. 코가 삐뚤어졌다는 건, 그러니깐... 음, 그래. 맞아. 중심을 잃었다는 거죠. 중심 잃고 비틀거리니 코가 삐뚤어졌다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글구 보면 우리 조상들 참....  굉장히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에요. 아니, 닝기미 바지저고리 입던 그 시대에 이런 과학적 사고를 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 그가 내 말을 듣더니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 아 ! 그래서 코가 삐뚤어졌다고 하는군요 ? ㅋㅋㅋㅋㅋ. 이거 제가 좀 써먹어도 됩니까 ? " 안 된다고 농을 치자 그가 다시 한 번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는 지금도 골방에 쳐박혀서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는 부지런한 작가이니 말이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이런저런 만담을 하고 있을 때 불현듯 한 사내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장국영이었다 !

 

우리가 깜짝 놀라서 동시에 장국영이다, 라고 소리쳤더니 그가 웃으면서 " 저, 장국영 아닌데요 ? " 라고 말했다 - 라고 할 줄 알았지 ? 아니다, 그는 진짜 장국영이었다. 중국말로 쏼라쏼라 했는데 우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와 김경욱은 동시에 같은 말을 쏟아냈다. " 이거 꿈이로구나 ! " 장국영이 나와 김경욱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 찌찌뽕 ~ " 눈을 떴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코를 만져보니 삐뚤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 동사서독과 화양연화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00531

■ 브루스 윌리스와 장국영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92976

■ 아비정전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5267

■ 소년다운 고집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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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4-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중혁 작가에 따르면 '경욱이'가 축구를 잘한다고 합디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2:39   좋아요 0 | URL
김경욱 꽤 열심히 소설을 쓰시는 분이죠. 글구 보면 김숨이란 작가도 소설 기계라 할 만함.
둘 다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소설가들이죠..

엄동 2014-04-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혹시

새로운 글을 이 블로그에 내놓을 때.
그 새로운 글보다 더 신상인 글을 이미 써놓았거나
쓰는 중에 있는거 아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3:38   좋아요 0 | URL
그냥... 몇 분만에 후다닥 쓰는 글입니다. ( 귓속말 ) 저 400타 칩니다.

samadhi(眞我) 2014-04-0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eep Purple, April을 들어주고 4월부터는 야구죠 ㅋㅋㅋ. 아 이제 매일 저녁 행복한 야구삼매에 빠져들 수 있게 됐습니다. 10여년 전에 남편과 아이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하다가 "숨"도 생각했는데 이미 숨이란 이름이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소설가였던 것이고. 그 소설가의 남편인 김도언의 글이 좋았습니다. 그 사람도 소설을 쓰는 것 같던데 그 사람의 일기가 저는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3   좋아요 0 | URL
어? 이 글 누구 지웠죠 ?분면 여기에 댓글을 달았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야구의 계절이다.. 막 이런 걸로 길게 썼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숨 남편이 도언이었습니까 ? 몰랐네요. 전혀 몰랐음.... 글쿠나.... ㅎㅎㅎㅎㅎㅎㅎ
숨이란 이름 참 좋죠 ? 제가 아는 이름 중 정말 좋은 이름은 섬'이었습니다. 외자 이름이었죠. 섬.
성하고도 잘 어울려요. 김섬, 정섬, 한섬, 이섬, 그런데 역시 박섬은 안 어울리네요. 박씨가 어찌보면 가장 촌스러운 성 같아요..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4-03 13:53   좋아요 0 | URL
조씨 성이 제일 심하죠. 죄다 욕이 됨. ㅋㅋ 저는 마음에 안들면 그 사람이름에 "조"씨 성을 붙여서 부릅니다.
우리 선배 중 어깨가 꽤 좋았던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별명이 "조까치" 였어요.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4 08:52   좋아요 0 | URL
왜요. 그래도 조 씨' 의외로 괜찮은 성임.....

멋진 성은 류, 민, 한, 오, 정 씨'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후진 성은 김, 박, 곽, 홍 씨 이러거임... 저주받은 성.. 흑흑...

매직퀸 2014-04-03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 포스트를 보길 잘했군요. 4/1일에 행하는 의식인 아비정전 걸어가는 뒷모습보기를 빼먹었는데 생각났네요. 봐야겠군요. 감사. 말씀하신 장면은 정말이지 왕가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 허술한 이야기 따위는 영화에서 나는 상관 안 해 다른 게 있거든 나한테 막 이런 소리가 귓가에 들림.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6   좋아요 0 | URL
전 왕가위 영화 이야기가 허술하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미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그게 커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요즘 느끼지만 이야기 촘촘하지만 후진 작품들 참 많거든요.
이야기가 꼼꼼하다는 것은 시나리오가 좋다는 소리인데 이걸 이미지화시키지 못하는 헐렁하게 됩니다.
왕가위는 이걸 촘촘한 이미지로 엮는 솜씨가 뛰어나죠..

매직퀸 2014-04-03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술한 이야기' 는 수정해야겠습니다. 모 감독이 왕가위 영화에서 이야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고, 왕가위는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영화한다는 그런 세간의 평같은 것이 있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저 단어를 썼는데, 허술한 이야기란 흔히 작법책에서 말하는 잘 짜여진 서사구조 같은 것에 빗대어 그런 것이고, 왕가위의 이야기가 허술하진 않은 거 같습니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잘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 간만에 페루애님 글 보고 아비정전과 중경삼림을 조금 보고 느낀 것. 지금 중간중간 본거긴 한데, 다시봐도 가장 유명한 맘보 춤 추는 장면은 별 감흥이 없군요. 유덕화가 장만옥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 장만옥을 보고 이제 선원이 되겠다는 장면에서 빈 골목길 장면이 좋군요.

내가 허술하다고 한 게 찝찝해서 다시 책상에 앉았는데, 그러다가 오렌지 쥬스를 책상에 엎질렀음 아 나 ㅋㅋ 다행히 컴퓨터에는 흘리지 않았지요. 여튼 덕분에 다시 왕가위 영화의 몇 클립을 보니 왕가위는 소년 감성으로 영화를 만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왕가위가 어른이 된 건가. 화양연화 이후로 10년 동안 만들어진 영화는 별 감흥이 없네요.

아비정전 끝장면을 봤는데, 왜 마지막에 양조위가 등장한건지 페루애님의 의견이 궁금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1   좋아요 0 | URL
구글 돌아다니다가 아비정전 스틸컷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러니깐... 촬영은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미공개 컷인데 거기에 보면 양조위와 장만옥은 그 지붕 낮은 데 함께 있습니다. 아마도 촬영에는
장만옥과 양조위가 사귀는 걸로 찍었던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왕가위 감독 촬영은 잔뜩 하고
정작 다 버리잖아요. 이 영화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보아야.....
관객이 보기에는 뜬금없지만 사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아는 사이였던 거죠....


+

그렇죠 ? 저도 맘보춤이 처음에는 가장 인상에 남았는데 몇 번 보면 왜 이 장면이 끌렸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어요. 공중전화 장면은 늘 좋죠. 저도 화양연화 이후로는 왕가위 영화 잘 안봅니다. 2046에 질려버렸고... 뭐 그렇습니다.
 
아이언맨
존 파브로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이보그'여서 안 돼 !

 

 

 

 

 

 

삼성이 최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삼성 연구 개발팀은 신상품보다 더 신상인 상품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그러니깐 신상'이라며 내놓는 상품은 이미 신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시장 돌아가는 꼴을 호시탐탐 지켜보다가 때가 되면 최신  제품인 양 출시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돌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수명이 짧아야지 회전률 또한 짧아지기에 쉽게 고장나도록 하거나 쉽게 질리게 만든다.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골목 상권까지 넘보며 떡볶이라도 팔 놈들이 저렴한 테엽 장치 시계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테엽 장치 시계 수명'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하나 장만하면 몇 년은커녕 2대, 3대를 거쳐도 고장이 나지 않으니 그들 입장에서 보면 상품 회전률이 너무 길다. 그래서 저렴한 전자 시계를 만들지언정 테엽 시계는 만들지 않는다. 물론 테엽 시계를 만드는 회사는 있다.

 

대신 고가 상품으로 박리다매 대신 희소성에 승부를 건다. 21세기 가장 핫한 전자 제품은 핸드폰인데 신상이 출시될 때마다 기능은 추가된다. 전 모델이 28가지 기능을 갖추었다면 신상은 34가지로 무장을 한 채 선을 보인다. 물론 개발 연구팀은 이미 43가지 기능을 갖춘 모델을 완성시켜 놓고 있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능이 많을수록 그만큼 고장날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한 가지 기능만 있는 제품보다는 잡다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값을 제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비교적 고장이 안나는 가전 제품들은 대부분 기능이 단순하다. 토스터기, 커피포트,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등은 질리도록 고장이 나지 않는다. 왜 ?! 단순하니깐 ! (내가 사용하는 헤어드라이어는 20년 전 제품이다) 그런데 이 기능 전체를 하나로 통일한 로봇팔 기능을 갖춘 제품은 쉽게 고장이 난다.

 

< 윌로스와 그로밋 > 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 바로 만능 로봇팔이다. 아침 출근용 도우미 로봇팔은 토스터도 굽고, 커피도 내리고, 다리미질도 하며 주인 머리도 말린다. 그런데 로봇팔은 항상 잘나가다가 어느 순간 뒤죽박죽이 된다. 커피잔이 제 위치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바닥에 커피를 붓고 구겨진 옷에 다리미질을 해야 하는데 주인 얼굴에 다리미질을 한다. 한번 나사가 빠지면 모든 공정은 엉망이 된다. 엉엉엉. 이게 다 기능을 한곳에 쑤셔 박아 넣기 때문이다. 만능 로봇팔은 단순하게 토스터, 커피포트,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가전 제품 4개 기능을 합쳤지만 이 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 개 이상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커피를 끓이는 일만 해도 그렇다. 커피포트는 단순하게 커피만 끓이면 되지만 만능팔은 커피잔을 낙하지점에 정확히 이동시켜야 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주전자를 기울이는 각도, 커피잔에 커피가 차면 자동적으로 주전자 각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뿐인가 ? 커피잔에 커피가 가득 찼다는 인지 기능도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교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제어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 로봇팔은 복잡해진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시스템이다. 그냥 단순하게 토스터 기기를 사용하면 되고, 커피포트에 커피를 끓이면 되는데 말이다. < 윌리스와 그로밋 > 속 로봇팔은 기능이 수백 가지이다 보니 수많은 기능만큼 잔고장이 많아서 제대로 작동된 적을 본 적이 없다. 삼성 휴대폰 신상이 노리는 것은 바로 고장'이다. 기능을 잡다하게 추가해서 뒤죽박죽으로 만들거나 가격을 올린다.  요즘 쏟아지는 가전제품 속 기능 중 80%는 불필요한 것들이다. 이런 광고가 있다. 주부 모델로 보이는 여성이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나물을 무치다가 문득 드라마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아..... 고춧가루와 참기름 범벅인 손으로 리모콘을 만질 수는 없는 노릇.

 

코가 가장 간지러울 때는 양팔을 깁스했을 때라고 했던가 ? 쥐새끼 같은 대기업은 발빠르게 소비자의 욕망을 읽은 후 음성 인식 티븨를 만들어 소비가 콧잔등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시원하세요 ? 헤헤헤헤헤.  소비자는 리모콘 대신 병신처럼 " 채널 11번 !!!!! " 을 외치면 된다. 물론 기능 하나 추가될 때마다 스마트 티븨 가격은 87,400원씩 오른다. 개발비'다. 티븨나 핸드폰이 이것저것 다하니 이들 제품이 스마트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제품이 스마트할수록 당신은 멍청해진다. 요리를 할 때는 한눈 팔지 말고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쳐서 맛있는 밥상을 준비해라. 영화 < 아이언맨 > 에는 최첨단 철갑 만능 수트 제품이 나온다. 극장문을 나서면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저런 제품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 스마트 " 하게 웃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즐겁게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아마 저 아이언맨 수트에 투입된 최첨단 기능은 1000개는 넘을걸. 기능이 그 정도면 기능 하나 당 사용되는 기술은 열 개는 넘을 거란 말이지. 그러면 1000개의 기능을 위해 만 개 이상의 기술이 투입되고, 그 그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도 가동되어야 겠지. 이봐, 기능이 많을수록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네. 그건 확률이잖아. 아이언맨 철갑 입고 접시에 썰어 놓은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 먹으려다가 느닷없이 과부하가 걸리면 로봇팔이 포크로 자네 눈을 쑤실지도 모른다네. 윌로스와 그로밋도 안 봤나 ? 허허허, 이 사람... 참. 중요한 것은 아이언맨이 아니라 아이 엠 맨'이라네. 믿을 놈은 그래도 자기 자신 밖에 없지, 암 그렇고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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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3-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소비자는 점점 선택권이 좁아지죠. 원하는 걸 고를 수 없는 강요된 소비사회에서 살아가기 빡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1   좋아요 0 | URL
핸드폰 파는 사람에게 기능이 가장 적은 폰'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반응이 이 사람 또라이 아니야, 이런 표정으로 저를 보더군요.
전 기능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하요. 80% 정도는 사용을 안하거든요...

엄동 2014-04-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도 취향 차이인거 같아요
로맨스소설에 환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퐌타지물 마니아가 있는 것 처럼.
많은 기능 일일이 떠들어보고 쓰는 사람도있고 아닌 사람도 있죠

저도 통화 문자 까톡 정도만 씁니다.
스맛폰 처음 시도했을때 신기한 마음에 잔뜩 깔아놓은 기능들은
단한번도 열어보지 않은게 대부분이에요

그나저나
신상을 미리 개발해두느는 건 그렇다 쳐도
쉬 고장나도록 튼튼하지 않게 만드는 짓거리는
차암 꼴불견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3:18   좋아요 0 | URL
어라 ? 여기 댓글 달았는데 왜 지워졌을까요 ? 흠흠.....
모든 가전 제품이 그럴 겁니다.
하여튼 전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은 적이 없어요.
그러니 기능을 제대로 알 턱이 없죠.
저에겐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명박과 라면 하나 같이 먹는 게 덜 지루합니다.
읽지 못하겠음....

밤하늘의별소리 2014-04-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언맨이 아니라 아이 앰 맨 ..ㅋㅋㅋㅋㅋㅋ

<곰발님 글 몰아 읽는 것 너무 티나나요?ㅠ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2   좋아요 0 | URL
T 나도 됩니다. U,V,W,X,Y,Z만 아니면 되니까요.....
 

 

 

 

 

 

 

 

 

 

 

 

 

 


 

 

 

 

집 없는 설움

 

 

 

 

- 디 아더스 :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아라

 

 

샛방'을 얻어 셋방살이'를 해본 사람은 한결같이 집 없는 설움'에 대해 말한다. 주인이 유세 떠는 꼴을 보면 < 집 > 이 있다는 사실은 세(勢)가 있다(有)는 말과 뜻이 통한다. 으리으리한 집을 가진 놈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꾀죄죄한 집을 가지고 있는 놈은 나름대로 꾀죄죄한 권세를 부린다고 할 수 있다.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이 전부인 맨발의 청춘은 주먹 불끈 쥔다. 열심히 일해서 집 하나 장만하리라. " 샛방 " 에서 새'는 사이의 준말'이니 샛방이란 방과 방 사이에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엄밀히 말하면 샛방은 방과 방 사이에 있는 짜투리 공간이다.  홍길동 아버지가 양반이랍시고 길동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게 한 것과 같이,  집주인은 셋방살이하는 이에게 방을 방이라 부르지 못하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다시 한 번 주먹 불끈 ! (페니스는 세우지 마라) 하지만 서러워 마라. 예수도 샛방처럼 방과 방 사이에서 태어난 꾀죄죄한 셋방살이 세입자가 아니었느냐.  곳과 곳 사이가  곳간庫'이듯, 마구간馬廐間 또한 사이(間) 공간'이다. 예수는 바로 틈새 ( 間 ) 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태어난 성인이었다. 그는 우주를 통치할 만한 권세를 가졌으나 구름 위 높은 성을 버리고 가장 좁고 낮은 틈새에서 태어나 인간이 가진 죄를 안고 희생을 선택한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쪽팔려 할 필요 없다. 샛방과 비슷한 말이 곁방'이다. 길동 아버지가 호부呼父를 허락하지 않듯이 곁방 또한 호방(呼房)을 허락하지 않는다. 곁이란 메인 요리'가 아닌 스끼다시'요, 고상하게 말하자면 타자'다. 비주류, 변두리, 짜투리'에 속한다.  속담에 " 곁방 년이 코 곤다 " 는 말이 있다.

 

셋방살이하는 주제에 밤에 코를 골아서 집주인이 잠자리를 설친다는 뜻인데,  속뜻은 제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까분다는 뜻이다. 예수라면 이 말을 듣고 주먹 쥐고 불끈 쥐며 소리쳤을 것이다.  "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쇼 ! "  월세 꼬박꼬박 내니 공짜로 더부살이하는 것도 아닌데 좀 까불면 어떤가 ? 이명박 시절 오야붕 믿고 하는 꼴이 장관이었던 유인촌이었다면 " 승질 뻗쳐서 증말 ! " 이라고 한소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쥐 죽은 듯 살아야 한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 디 아더스 > 는 곁방살이하는 주제에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코를 고는 눈치 없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다. 니콜 키드만은 끊임없이 자기가 사는 집에 유령이 침입해서 한밤중에 시끄럽게 군다고 의심하지만 반전은 따로 있었다.  유령은...... 니콜 키드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비롯한 가족이 오래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저택의 집주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곁방살림을 차린 꼴이다. 이 초라한 몰락, 그녀는 서럽게 운다. 자신이 그토록 지켜려고 했던 가족이 유령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셋방살이'에 대한 설움이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쥐 죽은 듯 숨 죽이며 조용히 살아온 나날에 대한 회한과 설움이리라.  영화 제목 " 디 아더스 " 는 말 그대로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이며, 사이'이고, 곁'이다.  그들은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아야 하는 존재'다, 유령은 그런 존재다. 이와 유사한 영화 < 식스 센스 > 도 곁방살이하는 설움에 대해 말한다. 죽은 자는 무조건 방을 빼야 한다. 그것이 게임의 룰'이니깐 ! 곁방살이'를 하니 그는 잠을 잘 때에도 속 시원하게 코를 골며 잘 수 없다.

 

들킬세라 유령처럼 뒤꿈치를 들며 다녀야 한다.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령은 기본적으로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존재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영화 모두 중심이 아닌 변방 지역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칠레에서 태어났고, 나이트 샤말란은 인도 태생이다. 그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구름 속 성'에 초대된 이방인,  디 아더스'다. 이렇듯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나이트 샤말란이 중심에서 밀려나 " 사이 " 에 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에는 집 없는 설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집 없는 나그네 설움이라니. 이 구조를 대한민국으로 확대하면 슈퍼 갑인 정치가, 대기업, 지방 토호들은 집주인이고 대한민국 서민은 샛방이거나 곁방에 사는 세입자'다. 집주인인 주류 권력자가 곁방살림을 차린 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입 다물고 조용히 살라는 주문이다.

 

코를 골지 말 것, 뛰어다니지 말 것, 세입자 외에는 사람을 불러들여서 떠들지 말 것, 하여튼 입 다물고 조용히 살 것 !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는 할 말을 할 때 조심하게 된다. 국가 조직의 뒷조사가 두렵고, 가진 자가 허위 사실 및 명예 훼손으로 날리는 법원 출두서가 두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주류 권력자는 언제나 곁방 년이 코를 골면 괘씸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파업 노동자에게 백 억원의 손해배상청구서를 날리는 이유는 곁방 사는 년이 시끄럽게 코를 골아서 집주인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는 이유다.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파업 노동자는 벼랑 끝에 몰리고 자살을 선택한다.  좆같지만 그게 현실이다. 오래 전 일도 아니다. 곁방살이를 하던 세 모녀가 방과 방 사이'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그들은 유령처럼 쥐 죽은 듯 살았다.

 

주인은 세 모녀가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다는 말과 함께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는, 착한 이웃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이 말이 꽤나 아팠다. 쥐 죽은 듯 살아야 좋은 곁방살이인가 ? 곁방 년이 코를 골면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 세 모녀 이야기는 묘하게 영화 < 디 아더스 > 와 겹친다. 주인공인 니콜 키드만도 두 자녀를 보호하던 어미였다. 그녀는 죽은 듯, 조용히 살았다. 유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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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푸르 2014-03-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시반전에 대학로로 오셔서 연락주시면 술 한잔 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1 12:52   좋아요 0 | URL
두 잔이 아니군요. 나름 스케쥴이 빡빡해서....
하여튼 모임 함 가져야죠. 오쉬프 님 ! 옛날처럼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3-3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마도 평생 셋방에 살 듯합니다. 이사다니는 것만 아니면 살 만합니다. 두 영화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그 해석 참 기똥찹니다. 글을 읽다보니 셋방에 사는 설움을 그린 소설이며 영화 속 장면들이 그려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3   좋아요 0 | URL
이사... 정말 지긋지긋하죠. 전 이상하게 이사하는 날만 비가 옵니다.
그래서 버린 책이 정말 무지무지 많았습니다. 얼마나 속상하던지...
지금도 책 상태들이 별로 좋지 않아요...

엄동 2014-03-3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임차인의 횡포"도 만만치않죠
대한민국에서 집"관련해 서러워하지 않은 이는 아마 없을겁니다

불행으로 가득한 주말이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나갔다가 짐가방을 몽땅 분실했더랬죠
주최측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어젠 술을 마시며 엉엉 울었어요
왜 이렇게 나는 재수가 없는거냐며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6   좋아요 0 | URL
마라톤이요 ? 엄동 님 운동 마니아시군요. 마라톤을 하시다니.......
새롭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왜 찌질하게 울고 그럽니까.
뭐 재수 없어서 잃어버리겠어요.
어절 수 없으니 우울 걷어내시고요....
활기찬 주중 되시기 바랍니다.

마라톤이라.....

엄동 2014-04-01 10:57   좋아요 0 | URL
풀코스까진 아니구요
하프정도 뜁니다

몹시 즐기진 않으니
마니아까진 아니그여 ㅋㅋ

2014-04-01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1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