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   조   선    원    년   :



국가부도의 날, 2018



                                                                                                                  국가부도의 날에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술집은 한산했고 취객은 조용했다. 이 침묵은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지레짐작할 수 없을 때 발생하게 되는 어떤 " 무지 " 이거나 " 증후 " 였다.

김영삼이 티븨에 나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욕지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감했다, 그날은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으니까 !  20년 전 일이라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어디선가 눈이 내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날은 절기로 小雪 이었다. 소설(小雪)에 소설(小說)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픽션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국가는 국민 탓'을 하기에 바빴다. 국민들의 과소비가 IMF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국민 80%가 자신은 중산층이라 믿었던 시절에, 90년대 인기몰이 중이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큰마음 먹고 생일 파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소시민이라는 누구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MBC 9시 저녁 뉴스에서는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을 취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곳의 음식은 대부분 수입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로열티까지 꼬박꼬박 달러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점을 통해서 우리의 달러가 물이 새듯 해외로 새나가고 있습니다. 엠비씨 뉘우스 ~ 송재익이었습니다. " 죄인이 된 국민은 외화를 모으기 시작했고 장롱 속 금을 내놓기도 했다. 20세기 초에 벌어졌던 국채보상운동이 21세기를 앞둔 끝무렵에 재현된 것이다. IMF 다음해, 9622명의 국민이 자살을 선택했지만 IMF 사태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경제 관료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영화 << 국가부도의 날, 2018 >> 은 내가 허름한 술집에서 생파를 하던 날로부터 일주일 전을 다룬다. 딱 잘라 말해서, 영화는 < 설명 > 은 많은데 < 갈등 > 은 없다.

이 영화에서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한시연(김혜수 분)과 윤정학(유아인 분)은 관객들을 향해 경제 강의를 늘어놓는다. 문제는 두 등장인물 모두 내적 갈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우선, 한시연과 팀원은 서민 편에 서서 IMF 구조 금융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가 입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감독은 이 문제를 의식했는지 영화 끝에 가서 김혜수와 허준호가 " 남매간 " 이라는 반전을 준비했는데 이 촌수寸數 반전'은 너무나 뜬금없어서 촌스러운 반전처럼 보인다. 그리고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은 있으나 마나 한 캐릭터'다. 영화 << 빅쇼트 >> 에서의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캐릭터를 그대로 카피한 윤정학은 염치없게도 그 유명한 대사도 그대로 훔친다.

마이클 버리와 윤정학의 차이점은 마이클 버리는 " 갈등하는 캐릭터 " 이고 윤정학은 " 갈등하는 척하는 캐릭터 " 라는 점이다. 이 차이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납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갈등은 보이지 않고 설명만 늘어놓다 보니 김혜수와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입체적이지 못하고 납작한 캐릭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를 가장 쓸모 있게 사용한 예는 조우중이 연기한 재정국 차관이다. 그 또한 갈등 없는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악마는 원래 갈등이 필요 없는 존재라는 데 있다. 인간은 갈등하지만 악마는 갈등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과소비가 국가를 망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지금의 주장과 닮았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30년 넘게 일한 제화공의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00만 원 남짓이라면 그런 나라는 망해야 한다. 1997년은 헬조선 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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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4: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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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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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의 << 아임 낫 더 온리 온 >> 가사를 정성스럽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명색이 " 작사가 " 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가급적이면 번역에 충실하되 부득이 의역을 할 경우에는 한글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를 쓰도록 매우 노력했습니다. 바람피는 남성에게 버림받는 여성의 마음을 남성 가수가 부르다 보니 감정 전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바, 이번 번역 작업에서는 여성의 속마음에 가깝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바람과 버림은 전혀 다른 차원이니까요.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울어봅시다.




You and me, we made a vow

우리 손가락 걸고 맹서했잖아요
For better or for worse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나누자고....
I can't

하아, 개뿔 !

believe you let me down

널 믿은 내가 개년이다, 내가 개년 ~
But the proof is in the way it hurts

지금 내 속이, 속이 속이 속이 속이 말이 아니야, 소야 ㅠㅠ
For months on end I've had my doubts

음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Denying every tear

눈물만 하염없이 주르륵
I wish this would be over now

도장 찍어, 이 개호로시방새야
But

하지만...

I know that I still need you here

나.... 당신이 아직은 필요해요, 다알링 ~

You say I'm crazy

그래요, 너님 말대로 나 개년이야.
Cause you don't think I know what you've done

네가 지난 밤에 한 일을 내가 모를 줄 알았지 ?
But when you call me baby

내 귓구멍에 콧바람 넣으며 우리 아가 _ 라는 지껄이는 소리를
I know I'm not the only one

다른 년들에게도 속삭였다는 사실 !

You've been so unavailable

넌 늘 내 곁에 없었어
Now

와우 !

sadly I know why

존나 슬프지만 이젠 알아
Your heart is unobtainable
Even though Lord knows you kept mine

네가 개호로쌍놈의노른자위를이쑤시개로터트릴새끼라는 걸,

넌 진짜 사랑을  알기에는 인간 됨됨이가 졸라 글러처먹었어. 이 똥물에 튀겨죽일개놈아. 널 펄펄 끓는 기름에 튀겨주마. 오, 주여 ~

You say

적반도 유분수지

I'm crazy

내가 개또라이라고,라고,라고, 라고라 ?
Cause you don't think I know what you've done

네, 네네네네네 !  넌 내가 당신이 지난 밤에 떡치고 돌아왔다는 거 모를 줄 알았쥬, 그쥬 ?
But when you call me baby
I know I'm not the only one

댓 발 나온 그 주둥이로 다른 년들 귓구멍 후벼파는 소리나 하고 다녔니 ?

I have loved you for many years

나... 오랫동안 널 사랑했었다
Maybe I am just not enough

그런 내가 너에게는 칠칠이 팔팔이 여자 구봉서였니 ?
You've made me realise my deepest fear

고마워, 너 때문에 내 야리꾸리한 마음을 깨닫게 해줘서
By lying and tearing us up

아, 하염없이 눈물이 박연폭포처럼 흐르누나.
 



샘 스미스 선생의 < 그려, 이 낫이 내가 풀 베던 그 낫이여 !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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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2019-01-10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짐 폭발, 역대급 번역 ㅋㅋㅋ
 

 

 

 

 

 

 

 


 

청파동을 아는가 ?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ㅡ 청파동을 아는가, 최승자

 



                                                                                                             수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성격이 대부분 샤이(shy)하다. 네에, 부끄럽고요.                 부끄러움을 많이 타다 보니 처음부터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다.

고작, sky 하늘을 우러러 shy 부끄럼 한 점을 스크린 테이블 앞에 선보일 뿐이다. 일단 입가심으로 맛만 보세요 ~              괴물의 시점 - 샷'이나 그림자로 스쳐 지나가거나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는 정도'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 감질맛 > 이 나서 애를 태우지만 그것이야말로 크리쳐물(괴수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 감칠맛 > 이다. 중간에 괴물이 꼬리 치는 장면이 나오기라도 하면 관객은 자지러진다. 괴수영화는 신체의 일부분(페티시즘)으로 시작해서 세미누드로, 그리고 종극에는 올 누드로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클래식한 에로 영화를 보는 맛이 있다. 관객은 알몸을 보고 싶어 한다. 얼마나 단단한 물건인지, 얼마나 딱딱한 물건인지, 얼마나 거대한 물건인지, 도대체 저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80년대 가요무대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조용필이었고 90년대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 서태지와아이들 > 이었듯이, 괴수 영화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괴물(의 헤어누드)이다. 그것이 바로 장르의 법칙이다. 몸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몸통보다는 꼬리를 살짝 보여주는 것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묘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관객의 호기심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술수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헤어누드로 등장하는 것은 포르노이지 에로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  90분짜리 에로 영화를 스킵 없이 감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90분짜리 포르노 영화를 스킵 없이 전편 관람하는 것에 애로 사항이 많다. 에효 !    

임성한의 막장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드라마 생명은 " 연속성 " 이다.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드라마 시청을 하루라도 놓치게 되면 맥락이 끊어져서 재미가 반감되고 결국에는 시청을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자극적인 오늘의 미끼를 던진다. 임성한 작가는 여러분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고 당신은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             당신이 미끼를 물어버린 이상, 주도권은 막장 드라마 작가에게 있다. 낚싯대를 쥔 것은 작가이니깐 말이다. < 오늘의 미끼 > 는 < 어제의 미끼 > 보다 항상 먹음직스럽다. 그것이 막장 드라마의 윤리 없는 도덕률이자 법칙이다. 

내가 << 골목식당 >> 을 성공한 싸구려 괴수영화 시리즈물'이라거나 막장 드라마'라고 폄하하는 이유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붙잡기 위해서 미끼의 싸이즈'를 키운다는 데 있다. 여기서 미끼는 미운오리새끼의 준말이면서 빌런을 의미한다. << 골목식당 >> 은 회를 거듭할수록 전편보다 더 강력한 빌런이 등장한다. 역대급 발암 캐릭터라는 홍탁집 아들은 청파동 피자집 사장에 비하면 천사에 가깝다. 그리고 오늘의 빌런은 언제가 방영될 내일의 빌런에 비하면 천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하다. 왜 ? 그것이 바로 장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영화 속편이 내용과는 관련 없이 사이즈만 키우다가 몰락하고 말듯이(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라. 이 영화는 외양은 로봇 영화이지만 따지고 보면 괴수 영화에 속한다),

막장드라마가 날마다 시청자를 붙들기 위해 내용과는 상관없는 자극적인 미끼만을 던지듯이 골목식당은 보다 국민 욕받이 캐릭터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오늘도 죽은 상권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릴 것이 분명하다. 골목식당 제작진이 욕망하는 것은 착한 상인이 아니라 나쁜 빌런이기 때문이다. 잘 키운 빌런 하나 얌전한 상인 열 명 부럽지 않다. 막장 드라마에 대한 정의가 욕하면서 본다는 의미라면 골목식당은 막장 드라마'다. << 골목식당 >> 이라는 프로그램은 멘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장 드라마라는 애초의 제작 의도와는 달리 멘토가 주인공인 성장 드라마로 변질되었다. 이제는 멘티가 멘토를 공격하는 행위는 역린으로 취급되고 있다.

시청자인 당신은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자영업자를 응원하기 위해 << 골목식당 >> 을 보는 것 같지만 속마음은 빌런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당신은 자영업자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아니라 쇠꼬챙이를 옆에 두고 티븨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빌런이 등장할 때마다 로마 전투장을 찾은 로마인처럼 하늘을 향해 세운 엄지손가락을 바닥을 향해 내리꽂으며 자비롭게 외칠 것이다. 찔러, 찔러, 찔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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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4 1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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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4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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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편








1 성난 황소. 2018  ★★


                                예술 영화는 인물을 집중 탐구하는 영역이어서 풀타임 내내 등장인물을 분석하는 데 할애한다. 그리고 예술 영화를 즐겨 보는 시네필도 기꺼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만 오락 영화인 경우는 다르다. 오락영화에서 지루함은 재앙이다. 오락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이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한계는 영화 시작한 지 러닝타임 20분 내외'로 그 이후부터는 집중력이 저하되어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이 시간대는 감독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시간이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  관객 여러분에게 소만근을 소개합니다. 소고기 한 근도 아니고 반 근도 아닌, 자그마치 소고기 만 근이요. 나이는 28세, 철근도 씹어삼킬 남근의 소유자입죠.                       이 기초 설정이 탄탄해야 후반부에 휘몰아칠 질풍노도에 관객은 격렬하게 호응하게 된다. 문제는 관객의 몰입도'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는 상영 시간 20분 즈음에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괴수 영화 장르 같은 경우 이 시간대에 괴물 꼬리를 살짝 보여주는 식이다. 지루해서 입이 댓 발 나온 관객은 꼬리를 보는 순간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 시스템을 알고 나면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매우 효과적인 배우이다. 마동석은 그 자체로 하나의 텍스트'여서 감독이 굳이 마동석이라는 인물을 지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마동석은 하나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화에 출연해도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우리는 그가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성난 황소, 2018 >> 의 마동석은 << 범죄도시 >> 의 그 마동석이고, << 부라더 >> , << 챔피언 >> , << 원더풀 고스트 >> , << 동네 사람들 >> 의 그 마동석이다. 문제는 엇비슷한 이미지 소모에 따른 식상함이다. 바로 그 지점이 마동석의 딜레마'이다. 굵은 팔뚝만 가지고 장사하기에는 이제 밑천이 다 드러난 상태가 아닌가 싶다.


 

​- 


2 도어락, 2018 


                            < 방 > 이 개인이 거처할 수 있는 실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 원룸 ONE-ROOM  > 은 1인 주거 공간의 마지노선'이다. 원룸은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이보다 후퇴한 주거 형태가 < 쪽방 > 이다.  쪽방은 ROOM 를 1/2, 1/3, 1/4, 1/5, 1/6......1/13으로 쪼갠 형태로 고시원, 쪽방촌, 달방, 고시텔이 이에 속한다.  영화 << 도어락 >> 은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일상의 공포를 설득력 있게 제공한다. 독거의 최소 주거 공간 형태가 ONE - ROOM 이라는 점은 주인공 조경민(공효진 분)이 계약직 직원이라는 설정과 맞물리면서 주거 빈곤에 따른 현대 여성의 사회적 불안을 다루는데 성공한다. 한 칸짜리 방에 사는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곳에서 물러나면 갈 곳은 방을 쪼갠 쪽방이다. 이 영화가 리얼리티를 가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살인마가 사는 공간으로 설정된 공가(空家)가 영화 중후반부터 주요 무대로 등장하면서 이 영화는 톤 앤 매너가 갑자기 와르르 무너진다. 무대가 원룸 ONE-ROOM 에서 공가(空家) EMPTY HOUSE 로 후퇴하면서 일상생활의 공포는 난도질 스플래터 장르의 판타지로 추락한다. 특히, 공가 장면들은 영화 << 목격자 >> 와 << 샤이닝 >> 냄새가 너무 나서 신선함마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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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완벽한 타인, 2018 ★★★


                                       영화 << 완벽한 타인 >> 은 핸드폰이 요물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곤경에 처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곤경과 불안을 코미디로 처리했지만 장르를 스릴러로 바꿔도 꽤 흥미진진한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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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라잉게임, 1993 ★★★★★

                                        인간 관계가 어려운 지점은 내 본성과 네 본성이 대립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천성과 네 천성이 대립할 때 발생하게 된다.  본성이 < 거시적 서사 > 라면 천성은 < 미시적 서사 > 에 가까워서, 천성은 본성에 비하면 쩨쩨하고 사소한 성질머리'에 속한다. 그렇기에 뭔가 거창하고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문학은 주로 인간의 천성을 다루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예를 들면 " 게으른 성격 " 은 본성이 아니라 그 사람의 " 사소한 천성 " 이다. 일상에서 관계의 어려움은 주로 이 쩨쩨하고 사소한 성질머리-들이 서로 대립할 때 발생한다. 남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남성의 천성과 여성의 천성이 다르기에 대립하게 된다. 여기어 덧대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면 더더욱 그렇다. 천성이란 교정으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어서 성격과는 다른 성격이 천성이다. 천성은 유별난 것이다. 그 사람의 천성이 유별나지 않다면 그것은 천성이 아니라 본성에 가깝다. 영화 << 크라잉게임 >> 에 등장하는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는 서로 다른 천성을 가진 전갈과 개구리가 등장한다. 헤엄일 칠 줄 모르는 전갈이 개구리 등에 엎혀 강을 건너는 도중에 개구리에게 독을 쏜다. 강 한가운데서 벌어진 일이어서 개구리는 독 때문에 죽고 전갈은 물에 빠져 죽는다. 개구리가 전갈에게 묻는다. WHY ? 그러자 전갈이 죽어가면서 대답한다. IT'S MY NATUER !  천성은 그 사람의 개성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향한 독이기도 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전갈일까, 개구리일까 ?  내 천성이 누구에게는 독이 되지 않았을까 ?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다. 그렇고 그런 한국 영화 100편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좋다. 이 영화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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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01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치광이 최강희 평론가라는 분은 완.타.를
작년 최고의 영화로 꼽더군요.

다만 그 영화 역시 우리의 오리지널이 아니
라, 외국영화의 리메이크인지라...

그나저나 외국 걸작 영화들의 번역 제목을
차용한 영화들의 범람이 그다지 마음에 들
지 않습니다.

마틴 스코시즈와 드니로의 <성난 황소>가
전혀 상관 없는 마동석 배우의 영화로 거듭
나는 건 쫌...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1 16:14   좋아요 0 | URL
일종의 소품인 영화인데
한국 영화가 워낙 질이 떨어지다 보니
최강희는 원탑이라 자신있게 말하는군요..

마틴의 < 성난 황소 > 는 정말 걸작이죠.
저의 톱10안에 도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나와같다면 2019-01-01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y? It‘s in my nature
죽음. 소멸의 공포마저도 이겨버리는 본성.
너무나 슬픈 대사

전갈의 천성을 알면서도 등에 태울 수 밖에 없었던 개구리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1 19:29   좋아요 1 | URL
보고 나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죠.
저 위의 < 완타 > 도 재미있긴 한데.. 보고 나면 남는 건 없어요..

syo 2019-01-0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9년 첫 영화를 <크라잉게임>으로 해야겠구나 싶은데요!! 영화에는 진짜 소양이 없어놔서, 올해는 곰발님 픽 덕 좀 보겠슴니다...

곰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1 20:53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좀 오래된 영화인데 생각할거리가 매우 많은 영화입니다.
충격적 반전도 있고 꽤 재미있습니다..
 

 

 




체리와 함께


                                               옛날에 칠레산 체리를 먹다가 그만 (체리)씨를 삼키는 바람에 뱃속에 씨가 자라서 산부인과 병원 대신 자유부인 수목원에서 배를 갈라 어린 체리나무를 낳았다. 당시, 광우병 시위로 인하여 사람이 체리를 임신했다는 놀라운 뉴스는 묻혔지만, 이 동네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동네 사람 중에서 젊은 사람들은 나를 " 체리 아빠 ' 라고 불렀고 노인들은 앵두 아빠라고 불렀다.  금지옥엽, 체리를 키웠다.  고생한 보람은 있어서 지난여름에는 체리가 달콤한 열매를 생산했다. " 아빠, 제가 만든 열매들이에요 ! " 체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빠, 제가 만든 열매들이에요. 그 열매들이 첫 월급을 탄 자식이 선물한 빨간 내복 같아서 나 또한 설움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체리와 함께 울었다. " 우리 외나무,  체리야 !  이 시베리아벌판보다 추운 서라벌한복판에서 홀홀단신 홀로 살아야 할 체리야. 외롭지 않니 ? " 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체리를 보자 나는 말했다.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말이라도 해보렴, 어서 ! " 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무 말이나 하려고 애를 쓰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오늘은 체리와 함께 술을 마셨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자 불콰해진 체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유재하의 << 가리워진 길 >> 이었다. 체리가 노래를 부르자 나는 술 안주 대신 기타 반주로 체리의 가락에 호응했다. 창을 부르는 소리꾼에 맞춰 장구를 두드리는 고수처럼 말이다. 늘어진 노래 테이프처럼, 슬픈 하울링이 텅빈 방안 가득 채우자 나는 그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참, 이상도 하지......  기똥차게 노래 잘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이상하게도 지겹다. 탐 웨이츠, 밥 딜런, 백현진의 노래가 좋다. 고음 파트를 삑사리로 처리할 때마다 " 인간적 ㅡ " 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였던가 !  충무로 인현시장 노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 혹시 앵두 아빠 아니세요 ? " 백현진이었다. 그는 반색을 하며 어린 앵두 소식을 물었다. 나는 그가 앵두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나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말하는 세대의 말버릇처럼 말이다.  우리 앵두는 잘 있읍니다. 우럭도 아니면서 무럭무럭 크고 있읍니다.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뛰어드는 혈기왕성한 어린애 같읍니다. 그가 내게 크라운 맥주를 가득 컵에 따라 주었다. 치어스 ~ 그가 말했고  나는 응답했다. 치어스 ~ 노래가 흘러나왔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어 주오.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 아무 > 라는 대명사'다. " 아무 ㅡ " 다음에 어떤 조사가 붙는냐에 따라 의미가 180도 달라진다. < 아무나 > 와 < 아무도 > 는 전혀 다른 뜻이다. " 아무나 " 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 아무도 " 는 아무도 할 수 없다. 전자는 everything이고 후자는 nothing이다. 이처럼 " 아무 " 는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당신의 무능이 아니다.  < 하고 싶은 것 > 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올해의 목표를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당신의 무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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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8-12-31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해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좋은 일만 함께 하는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2-31 16:40   좋아요 0 | URL
수고 많으셨씁니다.. 건강하십시오 ~

겨울호랑이 2018-12-31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1일1식과 함께 건강한 2019년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1 13:41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