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런 말을 한다 : "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 "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정보가 집약된 텍스트'이다. 오히려 얼굴을 무시하고 비싼 명함과 명품에 혹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를 오독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시간을 오래 두고 만날 사람이 아니라면 일단은 타인의 얼굴'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책을 볼 때에도 겉모습'을 유심해 살핀다. 표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판형, 줄과 자 수'까지 센다. 편집 디자인도 검토한다. 책 디자인'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출판사는 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이다. 반면 내용만 믿고 디자인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출판사는 게으른 출판사'이다.

 

출판사 사흘'에서 나온 < 지속의 순간들 > 은 출판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0점에 가깝다. 텍스트를 고려하지 않은, 별 생각없이 진행한 출판 기획이 자칫하면 훌륭한 책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생김새만 놓고서 반대말 놀이'를 해보자. 책의 반대말은 사진이다. 책은 일반적으로 세로가 길고 가로가 짧은 직사각형'이다. 이에 반해 사진은 세로가 짧고 가로가 긴 직사각형'이다. ( 물론 세로 찍기 사진도 있으나 일반적인 형태를 논한 것이니 여기서는 예외로 하자. ) 이처럼 책과 사진은 겉모습이 서로 반대'다. 그러므로 책의 반대말은 사진'이다.

 

출판사 " 사흘 " 은 책과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반된 외형'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반적인 책 형태' ( 가로 짧고, 세로 길고... ) 는 사진이나 그림'을 담기에는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가로'가 짧기 때문에 삽입된 이미지'들이 대부분 크기가 작은 형태로 입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그림책 대부분은 일반적인 판형에서 벗어나 가로가 긴 변형판으로 출간이 된다. 가로 길이가 길어야지 삽입될 그림이 크고 선명하게 인쇄가 되기 때문이다. 정사각형 상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상자는 정사각형 상자'와 같은 이유이다. 이러한 고민은 어린이 책에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일반적인 판형을 벗어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래야지 가로 찍기'로 찍은 사진'들이 보다 큰 크기로 입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에세이'란 결국 글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이 주인공이 아니었던가 ! 같은 예로 문학동네에서 나온 < 필경사 바틀비 > 는 아예 가로 길이가 세로보다 길다. 하비에르 사발라의 예술적 삽화를 부각시켜서 다른 출판사와 차별화를 두려고 한 출판사의 기획 의도'로 읽힌다. 이처럼 이미지'가 책 읽기에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되면 일반적으로 가로 길이'를 키워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그런데 출판사 < 사흘 > 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일반 판형이었다면 이런 글은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 지속의 순간들 > 은 일반적인 판형에서 가로를 1 센티미터 줄였다. 결론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형'과 매우 흡사한 모양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 문서 테두리 설정에서 여백을 크게 두어서 그 폭은 더,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욱 좁아졌다. ( 미리 보기'에 나온 스트랜드의 " 눈 먼 여인 " 은 이 여백 설정을 벗어나 크기를 키운, 유일한 예외다. 미리 보기'를 활용해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은 모두 이 책에 삽입된 사진 크기가 그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가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

 

 

형태가 이런 식이다 보니 사진은 크기가 대폭 줄었다. 페이지 한 면 전체를 한 장의 사진'으로 할애했지만 놀랍게도 사진 크기가 참 크래커와 유사한 사진이 수두룩하다. 눈이 나쁜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진 디테일을 살펴볼 엄두가 안난다. 마치 포켓북 판형 안에 삽입된 < 천지창조 > 를 보는 듯하다. 제프 다이어가 쓴 글은 매우 훌륭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형편없는 책이 되었다. 출판사가 적어도 사진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이런 황당한 설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글은 작가가 만들지만, 좋은 책은 출판사가 만든다. 이 또한 만고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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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책 내용만 좋아서는 절대 독자들에게 전달안된다.
좋은 책이 만들어지려면 편집자와 출판사의 노고가 필요해.

곰발! 사진 바꼈네! 멋진 수염이다. 나도 이참에 수염을 길려봐야겠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7:22   좋아요 0 | URL
아니 사진 크기가 꼭 에이스 크래커 크기와 거의 유사함... 이거 독자를 놀리는 건지 은근 화가 남...
충분히 키울 수 있거든. 그런데 일부러 디자인을 고려했는지 에이스 크기로 주욱...

글구.. 넌 기르지 말고 그려 !! 이 짜샤 ~

iforte 2013-06-2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크래커에 비교하니 크기가 확 와닿네요.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책인데.. 전 영문판으로만 가지고 있어서.. 사실 것도 페이퍼백이라 질이 그닥 좋진않지만서두... 그나마 그 책에 있는 원본 사진들 중 상당부분을 사진화보집으로 가지고 있어서 많이 아쉽지는 않았어요.
출판사 편집자 분들이 자기자신이 독자라면 어떤 책을 더 보고싶을지 고민하며 책을 만들었으면 싶네요.

음... 수염....이 있으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시네요, 곰발님. 혹시 배우출신 아님? 얼굴이 자유자재로 변하는듯요, 도화지처럼. 그리는대로.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2:56   좋아요 0 | URL
오 !!!!!!!!!!! 이 책 영문판 가지고 계십니까 ? 혹시 책 판형이 한국판과 같은가요 ?
삽입된 사진'은 어떤가요 ? 에이스 과자 크기만한가요 ? 글이 훌륭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출판 편집 부분에서는 정말 낙제입니다. 인용된 사진을 찾으려고 하면 열 장은 앞으로 넘겨야 있고...
총체저입니다. 미국이야 워낙 하드커버와 페이퍼 보급판이 진행되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첫 판부터 개판입니다. 읽다가 짜증이 났습니다.


+
어떻게 된게 찍은 사진마다 전부 다르더라고요. 근데 이 사진들 대부분 5년 전 사진입니다... 2~ 5년 사진들입ㄴ다.

iforte 2013-06-26 23:07   좋아요 0 | URL
음.. 보급판이어서인가.. 하드커버는 본적 없어서 모르겠고요, 크래커사이즈, 우표사이즈, 카드 사이즈, 골고루 있네요. ㅋ
다만 제가 가진 책은 글이 너무 작아서... 거의 약을 사면 약병에 적혀있는 디렉션 보다 약간 큰 정도? 눈 버릴까봐 킨들버전으로 다시 사서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01:01   좋아요 0 | URL
그럼 영문파도 한글판이랑 비슷하군요!!!
이해를 못하겠네요... ( 괜히 미안해지네.. 흑흑흑... )
아니 한글판은 한 페이지 전체를 사진 한장에 할애를 했는데 그게 크래커 크기'예요.
그 수많은 여백을.. 왜 그리 활용을 했는데... 영문 출판사 항의해야 겠어요...

아마존 가서 미리 보기 보았는데 그래도 거긴 가로가 한국판 보다 길고
테두리 여백이 한국판 보다 좁아서 그래도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요. 여기 그냥 세로로만 길어요..



+

그나저나 포르테 님 플릭커인가 뭔가에 올린 사진 보니 아마츄어는 아니고 프로 사진가보다 잘 찍는 거 같습니다.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iforte 2013-06-27 01:4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아니 무신 그리 황송한 칭찬은... 헤헤 (그래도 기분은 좋다고 입은 찢어지네용..ㅎㅎ)

플릭커블로그에 북한 사진들이 떴는데, 생각밖으로 참 예술적으로 공공건축물들을 장식해놨네요. 다만, 이 사진찍은 학생말에 의하면, 지하철역을 어떤 정거장에선 세워주고, 어떤 정거장은 못내리게 하고.. 그런다네요. 혹, 트루만쇼같은 세트장인가...? ㅎㅎㅎ 암튼, 이런거, 띄우면 한국에서는 검열에 걸리나요? 모르겠네... 한번 아래 링크로 들어가보세요.

http://blog.flickr.net/en/2013/06/25/north-koreas-modern-luxuries-revealed/

iforte 2013-06-27 01:50   좋아요 0 | URL
보다 많은 북한 풍경사진을 볼수 있는곳은 요기:
http://www.flickr.com/photos/live-ness

근데, 시골은 진짜 시골.. 와... 우리나라에는 이미 사라진 풍경이지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07   좋아요 0 | URL
우왕 ! 감사합니다. 저 사진 보는 거 무척 좋아합니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제 방에 암실을 만들었는데 아예 빛 들어오는 창문 이런 데 전부 골판지로 막고....
그런데 절실히 깨달은 것은 그림 재주가 있는 사람이 사진도 잘 찍는 거는 아니더라고요.
전 그림 재주 있다는 소릴 꽤 들었는데 사진은 영 재주가 없었어요.
사진 잘 찍는 사람 부럽습니다. 사진 구경 잘 할께요..

히히 2013-06-27 14: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진에서 중요한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시각의 전환이래요.
조리개,셔터속도 ... 제발 기계적인 작동에 목숨걸지 말고
시집을 많이 읽으면 된답니다.
가령 비를 찍으려면 장화를 찍고, 바람은 깃발, 태양은 칼라진 땅,
봄은 눈 속에 핀 꽃, 여름은 얼음물을 마시는 목젖,가을은 노부부의 뒷모습,겨울은 아가의 빨간 볼...
풍문으로 들었소.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4:17   좋아요 0 | URL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꽃을 그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군요 ?

라로 2013-06-2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 님 퍼스나콘 또 바뀌셨네요!!! 굉장히 센스있으신 분!!!!!
알라딘에서도 놀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16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왕따인 저와 놀아주어서 제가 재미를 붙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ㅋㅋㅋㅋㅋ

히히 2013-06-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다른 남자','더 리더' 읽고
[이레]출판사가 영화흥행을 믿고 표지디자인에 1푼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는 생각에 괘심하였습니다.
단언컨데 책디자이너는 소설의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민음사의 '무진기행'을 읽고 문학동네의 것으로 구매하였습니다.
'생명연습'을 읽을 때 심장이 벌렁거려 책장을 넘기던 손이 떨렸는데
그 작품을 목차의 처음으로 넣었더이다. 따져 볼 필요가 없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10   좋아요 0 | URL
아... 전 이상하게 김승옥이 와닿지 않아요.
좋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 이게 심장으로 와닿지가 않아요. 무진기행이 걸작이라는 건 저도 동의하는데
뭔가 내 심장을 두드리는 건 아닙니다.
내 심장을 무지 두드렸던 건 마르케스 백 년, 푸익 거미여인키스, 마흐프즈 우리동네 아이들, 보르헤스 작품들... 이런 작품들이거든요.... 흠흠.. 다시 김승옥 일어봐야겠습니다.

히히 2013-06-2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백년동안의 고독은 곰..발님 코드라 생각했습니다.
천명관의 고래나 이전에 언급했던 한밤의 아이들을 추가해도 괜찮치 싶은데...

김승옥 글은
감히 발설하고 싶지 않은 밑바닥의 감성을 훑어주니까
모든 인간은 나와 비슷하구나하는 대리만족 같은거...
밖으로는 아닌 척 해도 배설직전의 똥물을 담고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4:19   좋아요 0 | URL
고래 읽고 좀 충격 먹었죠. 그런데 천명관은 고래 이후가 좀 실망입니다.
워낙 뛰어난 첫 소설이었으니 마이죠....
백년을 읽고 나서 확실히 깨달았죠. 난 영미보다는 남미 문학이 좋다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

 

당신은 내 고백을 믿을 수 있을까 ?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 고백을 듣고 나면 조롱 할 것이다. 하지만 고백하련다. 나는 전생에 고래였다, 향유고래'였다. 오호츠크해에서 저 먼 태평양까지, 푸른 물속 헤엄치던 거대한 고래'였다. 나는 물고기 떼를 만나면 입을 벌렸다. 입은 거대한 동굴이 되어서 물고기 떼를 유인했다. 내 뱃속에서 물컹하게, 아! 씹히는 것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는 뱃속에 가두면 안 될 것을 가둔 죄'로 인간으로 태어났다. 뼈대 없는 가난한 가문에, 키 작은 루저로 환생하였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업보'라고 했다. 내가 고래였을 때,

 

 

 

향유고래였을 때 삼킨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경을 읽고 나서야 나는 그때 삼켰던 것이 바로 " 요나 "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요나를 삼켰다. 그 죄에 대한 벌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루저'가 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내 현생을 지랄같은 업보'라고 말하고, 현대 사람들은 나를 < 루저 > < 아웃사이더 > < 경계인 > 이라고 말했다. 통틀어서 < 乙 > 이라는 계급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았으나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내 전생은 새 ( 乙 : 새 을 )가 아니라  물고기였지 않은가 ?

 

이러한 의문은 곧 풀렸다. 옛날 사람들은 새가 죽으면 조개'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하하하. 지금이야 웃지만 계통과 계보'에 대한 기초가 전무했던 옛날 사람들은 새가 죽으면 물고기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박학다식했던 정약전도 < 자산어보 > 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 속명 새조개 ]

큰 놈은 지름이 네댓 치 정도이다. 껍질은 두껍고 미끄러우며 색깔과 무늬가 참새 깃털과 비슷하다. 아마도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북쪽 지방에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는 희귀하다. .... ( 이청의 주 ) 월령편에는 " 음력 9월에 참새가 큰 물에 들어가 조개로 변하고, 음력 10월에는 꿩이 큰 물에 들어가 蜃( 신 : 무명조개 ) 으로 변한다. " 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화생'하는 것은 아니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자산어보 부분 발췌 재인용

 

 

 

무릎을 쳤다, 어떻게 ? 탁 !!! 정약용의 말이 맞다면 내 전생은 물고기였으나 동시에 새이기도 했다. 참새는 죽어서 새조개가 되고, 꿩은 죽어서 무명조개가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이러한 지식은 조롱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으나 사실 詩는 계통과 계보를 무시하는 세계관'이다. 시인은 말한다. 사랑하는 애인의 벌거벗은 등을 보고 " 당신은 한겨울 헐벗은 층층나무 가지" 였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화생( 化生 ) 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관이다. 그것은 시적 아우라이지 엉터리가 아니다.

 

물고기와 새의 수상한 관계는 오징어'에서도 드러난다. 오징어는 원래 이름이 烏敵魚(오적어)다. 까마귀 오, 적 적'이다. 까마귀의 적이라 뜻이다.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고, 까마귀가 오징어를 잡아먹는다는 소리도 있다. 진중권과 변희재 이후 최고의 적수다. 그런가 하면 나원이 쓴 [ 이아익 ] 에서는 음력 9월에 까마귀가 물속으로 들어가 오즉어'가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물고기와 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 얼마나 멋진 시적 아우라'인가.

 

하지만 오징어란 녀석의 정체를 알게 되면 당신은 학을 떼게 된다. 지금부터 나는 완장을 찬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당신이 알지 못했던 이중생활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징어'는 원래 오징어'가 아니었다. 옛날 사람들은 갑오징어'를 오징어라 불렀다. 그렇다면 지금 오징어'라고 불리우는 녀석은 무엇으로 불렀을까 ? 꼴뚜기다. 그러니깐 오징어는 꼴뚜기보다 몸집이 큰 꼴뚜기'인 것이다. 이러한 족보가 세월이 흐르면서 오징어'라고 불렸던 녀석은 < 갑오징어 > 가 되어 계급 서열에서 < 갑 > 을 획득하고, 큰 꼴뚜기는 < 오징어 > 가 되어 < 魚 > 라는 지위를 얻었다. 신분 세탁'을 한 것이다.

 

 

 

반면 몸집이 작은 꼴뚜기는 계급 분화에 따른 결과로 천민의 지위를 얻는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한다는 조롱을 받으면서 말이다. 요새 시쳇말로 하자면 乙이다. 큰 꼴뚜기였던 오징어는 甲과 乙 사이에 놓인 중산층이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놈은 < 대장 > 이 아니라 < 완장 >을 찬 놈이라고 했던가 ? 오징어가 갑오징어로 옮기는 바람에 공석이 된 영역을 큰 꼴뚜기가 냉큼 차지한 것이다. 오징어가 된 큰 꼴뚜기'는 앞장서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라며 어물전에서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고래 빙의를 하며 소리치고 다녔다. 허어, 통재라.

 

 

 

가만히 뜯어보면 어물전 세계나 인간 세계나 크게 다르지 않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놈들이 벼락 부자가 되면 그보다 꼴불견도 없다. 솔잎 먹던 세월은 잊은 지 오래이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노동자 파업에 대해 늘 부정적이다. 스스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노동자임을 깨닫지 못한다.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를 멸시하고, 감정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감정 노동자들에게 푼다. 이것이 다 계급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큰 꼴뚜기 주제에 자신은 오징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러니 계급 투표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꼴뚜기는 꼴뚜기를 지지해야 하는데 큰 꼴뚜기는 갑오징어에게 투표를 한다. 계급 상승에 대한 갈망 탓이리라. 전 오세훈를 서울 시장으로 뽑은 사람은 강남 3구가 아니다. 나는 그들의 투표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강남 3구 지지자들은 계급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세훈을 두 차례나 연속으로 서울 시장에 당선시킨 수훈갑은 비 강남 유권자들이었다. 강남 3구 유권자들에게 비아냥거리지 마라.

 

나는 한때 고래였다, 향유고래였다. 요나를 삼킨 벌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새(乙)가 되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 내가 삼킨 것이 요나'였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나는 乙이므로 乙를 지지한다. 꼴뚜기였으면서 갑오징어를 지지하는 오징어를 경멸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를 지지해야 한다. 이건 한때 향유고래였던 내가 당신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아니,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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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느와르 2013-06-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뭐, 찰진 단문에다 수미쌍관, 화룡점정까지 접수하는군요
ㅡ으윽 곰발님이시여 아흐 다롱디리~~저 강물 어예 건너소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5 11:31   좋아요 0 | URL
걱정마십시요. 곧 한국 문단을 평정할 날이 올것이옵니다.

히히 2013-06-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맑은 날 잔잔한 호수 안을 들여다 보세요.
품은 것은 날갯짓하는 새요, 뭉게뭉게 양떼요, 늠름한 산줄기 입니다.

갑오징어들아 !
바벨탑건설이 무산되었다하여
乙의 언어를 버리지 말거라.
甲은 神이 아니니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5 15:09   좋아요 0 | URL
속초 살 때 얕은 물가인데도 불구하고 멸치떼 비슷한 것은 수만 마리 돌아다니는 게 보입디다.
아, 이거 정말 장관이더군요. 방향을 휙 바꾸면 이게 빛에 반사가 되어서 그 흐름이 보이는데
마치 바람 같았어요. 물 속의 바람이라...ㅇㅇㅇㅇ

히히 2013-06-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람이라...!
전에 살던 아파트 앞이 바로 바다고 그 옆으로 갈대밭이 있었어요.
긴 대가 흔들릴 때 마다
갈대소리라 하기 싫고
바람소리로 고집 피우곤 하였습니다.
바람 날려 흐르는 음들은 다 바람소리입니다.
풍경바람소리, 파도바람소리, 우듬지바람소리...

떨어진 것은 낙엽이오나 날리는 것은 秋風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09:19   좋아요 0 | URL
히히 님 혹시 시인이세요 ? 갈대소리라 하기 싫어서 바람소리라 고집을 피운다라..
이거 시인들의 심성 아닙니까...
파도소리도 아니고 파도 바람소리라... 음...
한시 쓰시는 분 같습니다..

iforte 2013-06-26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지금 아침시간이예요. 아침식사를 하다가 창문에 붙어서 껍질을 벗고 있는 도마뱀 한마리를 보았네요. 앞마당에 뱀들이 다니는지라 이 불쌍한 것들이 편히 땅에서 볼일을 보지도 못하는군요. 어쨌든, 전 첨 알았네요, 도마뱀이 허물을 벗으면서 몸에 달라붙은 껍질을 먹어버리네요. 그냥 버리는게 아니라. 껍질을 벗어 환골탈퇴....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도마뱀은 그대로 도마뱀이군요. 뱀이 되지는 못하고.. ㅡ.,ㅡ;; 쬐끔 달라진다고 자기 성분이 바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있죠, 왜.. 그저 껍질을 벗고 약간, 아주 약간 키가 큰것 뿐인데.. 그죠?

어쭈... 지금 막 이 댓글 쓰는 동안 방금 전 변피한 놈이 짝을 찾네요. 숫컷들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목을 빨갛게 부풀리거든요. 쫘아식이... 이제 갓 청소년이 된 놈이...췟. 발랑 까져가지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09:22   좋아요 0 | URL
앞마당에 도마뱀들이 다니다니...ㅎㅎㅎ 훗훗.. 좋은 동네시군요.
제가 좋아하는 녀석들 가운데 하나가 도마뱀입니다.
도마뱀 귀엽죠. 허물 먹는다는 소리는 처음 듣네요. 아니다..... 파충류는 허물을 벗으면 그걸 먹습니다.
왜 그러냐면 고거 적으로부터 자기 흔적 지우기 위해서 먹는다고
내셔널지오그라픽에서 그랬음 ! (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뱀도 자기 허물을 먹습니다. )

근데 그 마당에 있는 돔뱀 큰 건가요 ? 전 지금까지 작은 도마뱀 생각하고 이 글을 썼는데..

iforte 2013-06-26 22:53   좋아요 0 | URL
작은 놈들 맞아요. 완전 성인이래야 검지손가락 길이..? 마당에 도마뱀 있다고 또 마냥 좋지는 않아요. 이것들이 자꾸 벗어놓은 운동화에 들어가는통에 한번은 운전하다가 차 세워놓구 운동화 흔들어서 거기 낀 놈을 떼어놓기두 했구요. 마당에 똥은 어찌나 싸놓는지.. 치우다 치우다 포기...ㅜㅡㅜ. 게다가 이놈들 먹으려구 가끔 밖에서 뱀이 집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뿐인가요. 가끔은 혼자라서 가뜩이나 쓸쓸한데 마당에서, 것두 한가운데서 짝짓기하구 있구... 아주 염장을 질러요. 그래도 이넘들이 젤루 귀여울때는, 제가 햇빛쬘때 마당에서 똑같이 태닝하고 있는 놈들을 볼때.. 무지 평화스러워요, 그때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3:06   좋아요 0 | URL
도마뱀 잡으로 뱀이 들어오면 곧 뱀 잡으로 곰이 들어오고
곰이 들어오면 곰을 잡으려고 사냥꾼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불법적인 사냥꾼을 잡으려 말을 탄 보안관이 들어올 것이고....
그 보안관 잘생긴 남성일 터이니 좀더 기다려보십시요.
좋은 소식 들릴 것입니다.

iforte 2013-06-2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곰발님 민낯을 드디어 보게되었군요. 예전사진은 사실 좀 독하게 보여서 나쁜남정네 삘이 있었는데... 이제보니, 참 선량하게 생기셨어요. 당신을 선한남정네로 인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1:03   좋아요 0 | URL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전 저 사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뭔가 지독하게 우울해보이잖아요.
원래 우울병을 앓고는 있지만, 흠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4:03   좋아요 0 | URL
다시 사진을 보니 좀 골때리게 생긴 것 같아서 다시 사진을 변경했습니다...ㅋㅋㅋㅋ

iforte 2013-06-26 22:55   좋아요 0 | URL
그닥 골때리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피식 피식..) ㅎㅎㅎ
진짜 참 선량하고 순수해 보였는데... 지금 사진도 좋네요. 아마 20세기 초의 어느 시점에 서울에 막 상경한, 서울신사 티내려고 막 치장한 시골양반...? ㅍㅎㅎㅎ 농담 농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3:06   좋아요 0 | URL
시골스러운 분위기 좋아합니다.
하하하하하....
 

 

 

 

 

 

 

< 잡다 > 에 대한 이야기 : 책과 엉덩이는 하나'다.

 

 

사탕이 담긴 유리병이 있다. 맛있는, 아 ! 추파춥스. 사탕 주인은 아이에게 손을 넣어 마음껏 가져가라고 한다. 기회는 한번이다. 아이'가 유리병 속에 손을 넣어 욕심껏 사탕을 움켜쥔 후 손을 빼려는데 빠지지가 않는다. 사탕을 욕심껏 한움큼 쥐면 유리병 목이 좁기에 손을 뺄 수 없다. 아이는 운다. 그때 사탕 유리병 주인이 타이른다. " 아이야, 손에 쥔 사탕을 몇 개 놓아주렴. 물고기를 물에 놓아주듯이 말이다. 그러면 손이 빠질 거란다. "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다.

 

탐욕을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 < 움켜쥔 손 > 이다. 여기서 < 꽉 쥔 손 > 이라는 표현과 < 움켜쥔 손 > 이라는 표현'은 다르다. 주먹'은 정직한 노동자의 손이고, 움켜쥔 손은 탐욕스러운 자의 손이다. 케테 콜비츠'는 정직한 노동자를 스케치 할 때는 늘 불끈 쥔 주먹을 표현했다. 케테 콜비츠에게 있어서 주먹은 폭력적 도상'이 아니라 정직한 힘에 대한 은유이다. 반면 " 움켜쥔 손 " 이미지는 대부분 평판이 좋지 않다. 대표적인 장르가 신파'다.

 

이수일은 말하고 심순애는 운다. " 놔아아아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도 좋더냐 ? " 신파는 이처럼 떠나보내야 할 대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놓지 못하고 바지가랑이를 잡고 질질 짜는 서사'다. 대한민국 일일드라마의 팔 할은 바지가랑이나 치맛자락에 매달려 우는 손'에 대한 이야기다. 말이 좋아서 사랑이고, 순정이고, 나발이지 까놓고 말하자면 구질구질한 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코드'를 확장하면 결국 윤창중으로 끝이 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글의 끝맺음은 윤창중 씨'로 끝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윤창중으로 가기 위한 간이역'인 셈이다. " 이 역의 종착역은 윤, 창중. 윤창중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나는 종이책'이 전자책'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바람'이 반이니 불안한 주장이다. 근미래 사회에서 전자책으로만 독서를 해야 하는 상황은 마치 내 옆 좌석에 이명박 각하와 9시간 걸리는 볼리비아행 비행기 여행을 함께 해야 하는 꼴과 비슷하다. 아, 생각만 해도 황홀해서 몸이 존나 떨린다. 물론 가카가 일반석에 앉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말이다.

 

독서는 눈(시각)과 함께 손(촉각)을 만족시키는 오래된 상품이었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거나, 종이를 접고 서표를 넣어두는 행위 그리고 손끝에서 느끼는 종이 결'은 독서 쾌락의 5할이다.  촉감이 없는 독서는 애서가'를 만족시킬 수 없다. 독서란 기본적으로 < 읽다 > 에 방점을 두는 행위이다. 그런데 모니터는 < 보다 > 에 방점을 두는 기계 장치'이다. 그러니깐 전자책이란 읽어야 할 텍스트를 관람하는 행위로 변환시킨 것'에 불과하다. < 독서 > 가 아니라 < 시서 > 이거나 < 견서 > 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 그것은 마치 볼 수는 있으나 만질 수는 없는 쇼걸의 환상적인 S 라인 소프트 바디'와 동일하다. 나는 차라리 환상적인 S라인 바디보다는 조물딱거릴 수 있는 H라인이나 D라인을 택하겠다. 그것이 현명한 판단은 아닐까 ?

 

나는 화장실에 갈 때 빤스에 똥 살지언정 반드시 책을 가지고 들어간다. 너무 급한 나머지 책을 들고 가지 않았을 때에는 화장실에 놓인 유한락스 성분분석표를 손으로 뜯어서 읽은 적도 있다. 휴지는 없어도 읽을거리는 있어야 한다.  화장실은 꼬마 한스가 되는 순수한 과정. 가래떡을 밀떡으로 밀어내는 공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화장실이다. 그런데 막상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보다는 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안전감 때문에 생긴 버릇이리라. 종이책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은 모두 안다. 책을 읽을 때 손이 하는 역할을 말이다. 그 묘한 쾌락적 Grab !!!

 

애서가와 윤창중은 닮았다. 공통점은 쾌락적 Grab 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애서가는 책을 움켜쥐기를 좋아하는 반면, 윤창중은, 아, 아아 !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책 대신 엉덩이를 좋아한다. 시력이 나쁜 탓이었을까 ? 선생님은 어쩌면 엉덩이를 책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기자 회견장에 나와서 쓸데없이 늘어놓은 변명보다는 차라리 " 엉덩이를 책으로 착각했소 !  똥 싸고 싶었는데 책을 짚는다는 것이 그만..... 내 눈엔 엉덩이가 책으로 보였소 !  " 라고 했다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29만 원이 전부라는 두환 씨가 말한 변명보다는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책과 엉덩이는 동일하다. 대변인 윤창중 선생님'은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죠, 윤창중 씨 ?

 

 

 

 

 

+

이 글은 포르테 님에게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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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2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만 보고 애서가의 지적 탐욕을 질타하신 글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반전, 종이책을 탐독하는, 그 쾌락을 찬미하신 글이군요. :)
저도 지금 간만에 종이책의 물성을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4:48   좋아요 0 | URL
오홋... 글 수정할 부분 없나 하고 살피는 중 덧글을 달아주셨군요.
수정할 부분 있나 살펴본 결과 너무 완벽해서 수정할 부분이 없네요... 으하하하하하....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

새벽 2013-06-22 14: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완벽합니다. 탈고가 필요 없습니다.

일에도 필요하고 해서 에드워드 윌슨 통섭,을 다시 읽고 있어요.
밑줄을 많이도 그어놨네요. 지금 왜 여기 밑줄을 그었는지 갸우뚱 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그 밑줄이.. 몇 년 전 제가 그어놓은 밑줄이라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5:02   좋아요 0 | URL
신기하죠. 과거에 그은 밑줄에 동의하는 것은 아마 50% 정도 될 거예요.
저도 내가 왜 밑줄을 그었을까 ?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ㅎㅎㅎㅎ
통섭... 비싼 책이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2013-06-22 15: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평소 필독서들도 못 읽어서 안타까워하는 제가 이 책을 손수 구입하진 못했구요.
제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후배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에요. ^^;
이 친구는 학창 시절에도 뜬금없이 지식의 고고학,을 선물해서
저로 하여금 푸코에 치가 떨리게 만들면서 푸코 입문을 훼방놓더니 계속 같은 패턴으로..

유의미한 책이긴 한데 솔직히 전반적으로.. 결국은, 인문학도 사회과학도 다 우리 진화생물학을 받아들여!
내지는 우리가 다 흡수해줄게! 그런 선언으로 읽힙니다. 제겐.
암튼 뭐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날씨 안좋은 휴일엔 저도 좀 독서를 하려 합니다.
한 번 책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잡고 나면 또 한참 즐거워요. ^^
곰곰발님도 좋은 토요일 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5: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식의 고고학....
푸코 입문치고는 진짜 제대로 걸렸네요. 아, 저도 처음에 읽은 책이 지식의고고학이었습니다. 푸코 존나 어려운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지지의고고학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하마터면 지식의고고학 읽고 어려워서 아예 푸코 책은 안 읽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2013-06-22 15: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 말이요.
1990년대에 갑자기 영화 평론가들이 푸코를 들먹이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제가 언젠가 스치듯 그랬나봅니다.
미셀 푸코란 사람 책들을 좀 읽어야 할까봐.. 그에 대해 알아야 영화가 제대로 보이나 봐..
푸코에 대해 잘 모르던 그 친구도 분명 어느 서평에서 '푸코의 집대성' 뭐 그런 소갯말을 보고 사줬을 겁니다.
주석에 주석에 주석.. 몇 페이지 읽는데 몇 시간.. 그런데 그 몇 페이지 이해도 못하고.. 하하.

비로그인 2013-06-2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곰발 님의 글들을 책으로 내주십쇼!! 좋은 글들은 모니터로 읽기 싫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4 12:3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근데 종이책으로 나오면 제 글이 좀 먹힐까요 ?

iforte 2013-06-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영광을! 곰발님 복받으실꺼예요. 오홋.. 여기는 이제서야 토요일 아침인데... 날도 맑고 화창한것이 해피한 주말이 될 좋은 느낌이요. 나중에 곰발님 책 출판하실때 이 글 밑에는 꼭 '헌정'대목 생략하심 안됩니다. 험험. 넵. 저도 달빛가루님 댓글처럼 곰발님 책내셔야한다에 한표요.

Plus, 곰발님과 또하나 같은 공통점을 찾았서요. 저도 책이 손에 안잡히면 급설사 모드에서도 맘에 드는 책 찾을때까지 화장실 안가요. 설사를 변비로 만든적도 있다니까요, 책을 못찾아서. 간혹, 쉬야모드인줄알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예기치않게 부대상황이 뒷따를시에는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거 들고 성분분석표라도 읽는답니다. 왜 이걸 읽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암튼 뭔가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절대 편안히 일을 마칠수 없다는... (상당히 부끄..) 거기는 밤일텐데. 오늘밤엔 로또사면 당첨 보장이라는 변꿈을 꾸시길 바래요. 이왕이면 황금변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4 12:34   좋아요 0 | URL
포르테 님도 똥 쌀지언정 책을 가지고 가시는구랴..... 생각해 보니 화장실에 아예 책 한 권을 둘 것을 그랬어요. 왜 화장실에 라이터 줄에 매달듯이 천장에 줄로 책 묶어서 대롱대롱...

근데 신기한게 갈 때마다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게 따로 있다는 겁니다...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3-06-25 08:38   좋아요 0 | URL
한손에는 책 한손에는 담배 이렇게 셋팅이 되야 안정적으로 큰일을 마칠수가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7:25   좋아요 0 | URL
아무개 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책과 담배와 똥이라.. 삼위일체로군요 !!!!
 

 

 

 

종이책, 전자책 그리고 육미집.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리 없듯이 서평 블로거'들은 한 번쯤 <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 에 대한 생각'을 적고는 한다. 대부분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호소하며 종이책이 가진 우월성을 주장한다. 가난하지만 착한 여자 주인공'에게 보내는 드라마 시청자의 지지'가 읽힌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복고에 대한 향수'가 강해서 디지털에 대한 반감이 있다. 그런데 " 아날로그적 감성 vs 디지털 모더니티 " 의 싸움에서 승자는 항상 디지털 모더니티'였다. 필카'가 디카'에 의해 멸종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 코닥이 파산 신청을 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이제 35미리 필름 카메라 사용자'는  옛것을 고수하는 청학동 사람들 취급을 받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논쟁은 마치 <필카냐 디카냐> 논쟁처럼 보인다. 과거에 겪은 경험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결국은 전자책이 승리할까 ? 개인적 취향이 고려된 판단을 전제로 한다면 : 종이책은 전자책을 신나게 박살내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힘겨운 승리'를 거두리라. 종이책이 전자책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 촉감 " 이라는 감각의 논리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과 손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과 함께 촉각이 동시에 진행된다. 눈으로는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손가락은 분주히 종이가 가지고 있는 체온과 결'을 감지한다. 하지만 모니터는 접촉이 주는 위안이 없다. 모니터는 < 보는 > 것에 방점이 찍히고, 종이책은 < 읽는 > 것에 방점이 찍힌다. 동일한 텍스트'라고 가정을 해도 전자는 보는 것이고 후자는 읽는 것이다. 독서'에서 독은 읽다'를 의미하는 것이지 본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

 

여기에 개인적인 독서 취향에 따라 밑줄을 긋거나 종이 모서리를 접기도 한다. 이보다 과격한 사람은 연필로 메모'를 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인다. 나 같은 독자'는 종이의 재질을 유심히 본다. 노란 색연필을 긋기 위해서는 형광 모조지'보다는 거친 느낌이 있는 e-light紙'를 선호한다.  손으로 만질 때의 그 촉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  밑줄 긋기에 가장 좋은 책(종이)는 70년대 즐겨 사용되던 산성지'로 만든 책이다. 황변 현상으로 인해 옅은 갈색이 되어버린 거친 종이 말이다. 색연필은 미끄러지지 않고 종이 결 속에 스며든다. 아, 이 느낌을 좋아한다 !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니 < 종이책 독서 행위 > 는 < 전희 > 와 비슷하다. " 전희 " 란 뜻이 무엇인가는 이 자리를 통해 밝히지 않겠다. 왜냐하면 내 이웃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 *** 님 전희'는 숙희 동생 전희'를 말하는 겁니다. ) 각설하고,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것은 전희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시각적 욕망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침을 묻히고, 접고 하는 과정이 바로 전희'이다. 노련한 손기술은  조루를 커버할 수 있는 무기이다. 비아그라'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전희'이다. 상대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정성스레 접촉할 때, < 아 > 하는 탄성이 나오게 되어 있다. 사령관이자 상관이신 나으리인 클레어 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상투어를 빌리자면 " 발광 다이오오오오드적 극성 " 이다. 짜릿하다는 말이다. ( *** 님, 성교는 반포대교의 사잇길입니다. 모르셔도 됩니다. )

 

반면 전자책'은 까탈스러운 접대부'와 같다. 그냥 보기만 할 뿐이다. 저 아름다운 유두'에 침이라도 한번 묻히려고 하면,  손등을 냅다 후려치며 이런 소릴 한다. " 아저씨, 시간 없어요." ( *** 님, 유두는 두유의 자매품입니다. 시중엔 없으니 찾진 마세요. ) 전자책이 딱 그 느낌이다. 쇼윈도우에 진열된 예쁜 마네킹 같다. 이처럼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것이다. 과연 우리가 시집을 전자책으로 읽어낼 수 있을까 ? 정말 그런 날이 올까 ? 종이책이 사라지는 날 시집도 사라지지만 소설은 살아남는다. 시란 본질적으로 모니터로는 읽을 수 없는 장르가 아닐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독서는 시각과 촉각이 함께 하는 행위'이다.

 

종각 인사동 쪽에 위치한 < 육미집 > 이 불에 타 전소되었다. 다양하고 저렴한 안주로 주머니 사정이 고약한 서민들에게 이십 년이 넘게 사랑을 받았던 허름한 술집이다. 자주 가는 단골집'은 아니지만 < 육미집 > 이 불에 타 없어지자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적 정서'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피맛골은  디자인 서울 계획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젠 왕이 살았던 곳'만 살아남았다. 폐허 위에 다시 건물이 세워질 것이지만 옛것은 종적을 감추고 새것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처럼 사라지는 것은 모두 옛것'뿐이다. 아날로그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남대문이 그랬고, 필름 카메라'가 그랬고, 육미집이 그렇고, 삐삐가 그랬다. 정말 ? 응, 정말 그랬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들이다.

 

책만큼은 종이책'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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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지인의 말을 빌면, 전자책이 종이책에게 승리를 하지 못할 것으로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촉감보다) 컨텐츠인데, 전자책의 경우 불법 복사를 방지하기 힘들어 좋은 내용의 서적일수록 우선적으로 종이책으로 발간하여 판매를 한 후, 추후 전자책을 발간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아니면 종이책만 발간하거나.)

http://blog.aladin.co.kr/maripkahn/5725783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12:48   좋아요 0 | URL
꽤 일리 있는 주장이네요. 사실 왠만하면 뚫리지 않습니까. 치열한 방어'를 하겠지만 거기에 쏟아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드합니다. 저도 한번 전자책으로 읽어볼까 했는데 아, 이거 습관이 안 들어서 그런지 읽은 것 같지가 않더란 말입니다. 왜 서양 음식 먹으면 집에 와서 밥에 김치 먹어야 저녁 먹은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 읽고도 읽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한 그런 게 남더라고요..

Forgettable. 2013-06-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필카와 종이책을 사랑하는 아날로그계의 여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육미집은 정말 아쉬웠어요 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13:10   좋아요 0 | URL
어라 ? 저 방금 포게 님 네이버 블로그 들어가서 댓글 달고 나오는 길입니다. 사실 처음 디카 나왔을 때
농담 아니라 포토그라퍼 서부터 아마츄어 사진 동호회 모두 디카를 존나 비웃었습니다.
별 그지같은 것이 다 나오는구나. 으하하하... 다 이런 분위기였죠. 저도 여기에 편승해서
수동 카메라 사고 집에다 암실 만들었더니 1년 후에 디카가 쫑내더라고요.. 무서웠음...

육미집... ㅎㅎ. 전 육미집 별로 안 다녔지만, 밤 늦게까지 하지 않습니까.... 눈치 안 보고 새벽에 마실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는데 참... 아쉬웠어요...

히히 2013-06-2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 눈 보다 지 입이 더 밝아서 싫어요.
1.5미터 떨어져서 곰...발님 글을 봐야
화면 밝기를 개무시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아직도 2G폴더폰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07:13   좋아요 0 | URL
오홋.. 눈이 나쁘시군요. 폰트를 좀 키울까요 ?
폰트를 키우면... 잘 보이실려나.

오, 오오오 ! 너무 감동하지는 마세요. 전 늘 모두에게 친절하니깐 말이죠... 호호..

iforte 2013-06-2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전기가 나가버리는 상황이 온다면, 디지털로 저장해놓은 책들을 어떻게 읽을것인가요? 혹은 구글북 처럼 컨텐츠를 저장해놓은 서버가 다운되면, 훅 가버린 컨텐츠를 어떻게 복원시킬건가요? 인류가 핵전쟁으로 절멸할지라도 이 지구는 바퀴벌레들과 파편이라도 남아있을 책들이 지켜주리니.... ㅎ
걘적으로 어떤 포맷이 좋다라기보다, 어떤 것이 본인의 목적을 더 잘 충족시켜주는가에따라 선택할 문제인듯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같은건 걘적으로 별로 없는편요...(LP음반은 예외로. 첨에 CD의 잡음 없는 깨끗함, 차가움이 몹시도 싫었더라는..) 가령 전 공부를 위해 앞뒤로 뒤적거려야 할 책은 꼭 종이로봐요. 그냥 큰 줄거리만 기억하면 될법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여행갈때도 책으로 이고지고 보따리 싸지 않고 간편한 전자책으로. 밤에 읽다가 지쳐 잘때까지 읽는것도 전자책 (불을 켜둔채 잘일이 없어서요). 그래도 이것만은 꼭 종이책이어야한다..는 건 화장실에서 책읽을때. 아, 요건 반드시 종이책이어야해요. 안그럼 볼일을 편히 잘 못봐요. 왜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아마도 밀어내는 순간의 부들부들 떨리는 쾌감을 느끼기에, 전자책의 촉감은 넘 차가운 때문인지... 흠.. 신경과학적으루다가 연구해 볼만한 주제이군요. (심각 심각).

p.s. 삐삐는 기술적으루 올드 모델이라도 디지탈 아닌가요? 흠.. 기술적으로 문외한인지라 확신할 수 없지만 웬지 그런 느낌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07:12   좋아요 0 | URL
삐삐'는 왠지 아날로그적 감성을 무지하게 작동시키는 요물입니다. 아, 삐삐 가지고 싶다. 1004, 8282 막 이런 거 뜨곤 했는데 말이죠. 후훗...

모든 디지털이 바떼리 나가면 블랙 아웃이죠.. 훗...
글구 보니 윗분 말씀처럼 이거 복제'가 가능합니다. 해커 수준이 뭐 거의 개발자랑 맞먹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으니 다 털린다고 봐야요. 그렇다고 미국방부 수준으로 잠금 장치'를 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잠금 해제되면 뭐 쪽빡 차는 거죠. 위의 마립간 친구 분 말씀이 꽤 일리 있는 말씀이세요...
그리고 종이 책은 그 역사를 보십시요. 수백 년 전 책이나 지금 책이나 거의 대동소이하잖아요. 디자인이 이렇게 바뀌지 않고 수천년 이어져 오는 거 쉬운 게 아님요.

전 종이책을 읽는 이유가 그랩 감 때무인거 같아요. 뭔가 손으로 좀 움켜잡는듯한 느낌이 있어야... 윤창중도 아마 그램 감 마니아였을 것 같습니다. 멍청하게 책 대신 남의 엉덩이를 잡아서 그렇지..ㅎㅎㅎㅎㅎ

iforte 2013-06-22 08:22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곰발님의 기발한 상상력은.... 넵. 그립감이죠. 완전 동감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08:36   좋아요 0 | URL
애서가들에게는 책이야말로 최고의 그립감'이죠. 전 화장실 갈 때도 팬티에 똥을 쌀 망정 일단 책을 손에 쥐어야 화장실에 갑니다. 그립감 때문에 말이죠. 화장실에서 책을 얼마나 보겠어요. 창중이가 외교 라는 것을 망각하고 그짓을 벌인건 바로 그립감 때문이 아닙니까. 창중이는 엉덩을 잡은 것이고 애서가는 책을 잡았고...

고로 책과 엉덩이는 동일어'입니다. 앞으로는 책과 비슷한 낱말은 이라는 말이 나오면 무조건 엉덩이'라고 말하십셔..ㅎㅎㅎㅎㅎㅎㅎ

아, 이거 쓰고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엉덩이와 책은 하나다, 라는 ㅈ제로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살해당한 책'과 읽은 여자'는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근근이 살림을 이어가던 동네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  칠순을 훌쩍 넘긴 주인은 평소에도 자주 가게'를 닫아두는 편이어서 그려려니 했는데, 올해부터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단골이어서 몇 시간 동안 뒤적이다가 달랑 책 한 권 사고 나와도 눈치'를 주는 일 없었다. 오히려 8월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무작정 주시는 통에 땀을 뻘뻘 흘렸던, 기분 좋은 추억만 남은 곳이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헌책방은 절판된 책들이 모여 있는 < 만남의 광장 > 이었다. 엘리어티 카네티의 눈부신 걸작인 < 구제된 혀 > 를 발견한 곳도 헌책방'에서 였고, 하서세계문학전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 재코올의 날 > 도 이곳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 재코올 " 이라는 외래어 표기법이 말해주듯이 1970년대 출간된, 세로쓰기 방식의 책'이다. 이 책은 내가 간직한 보물 1호 ! 하드커버에 사철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무척 견고하다. 한마디로 < 책' > 답다. 겉모습만 화려한 요즘 책이 그냥 커피라면,

 

이 오래된 낡은 책은 티오피'다. 본새를 중요시하는 나에게는 오가피'다. 황변 현상으로 인한 옅은 갈색 종이'는 오히려 눈의 피로를 막는다. 그에 비해 요즘 책은 중성지를 사용해서 지나치게 밝다. 더군다나 빛에 반사가 되어 번들거려 눈이 나쁜 사람은 시력 잃기 딱이다. ( 70년대에는 산성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산성지는 빛에 노출이 되면 황변 현상이 중성지에 비해 높게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 염려할 것은 못된다. 산성지로 만들어진 책은 수명이 500년이란다. 굳이 밝기를 위해서 비싼 중성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 )

 

그뿐인가 ! 사철방식이 아닌 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은 읽다 보면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가운데가 쩍 하고 갈라져서 마음 놓고 펼치지도 못한다. 그 악명 높은 출판사 동문선의 책 상태'는 역대 최강이다. 아, 모세의 기적은 이런 데에서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이번 글은 책 상태'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니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 접기로 한다.

 

헌책'을 구입하게 되면 종종 책 속지(?)에 적힌 메모를 보게 된다. 책 주인이 읽기 전에 혹은 읽은 후의 감상을 짧게 적은 문장들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말하자면 < 100자평 > 이다. 그런가 하면 책을 상대방에게 선물하면서 남긴 메모도 보인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의외'로 재미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낡은 책 가운데, 메모가 적힌 내용들이다.

 

1.

*** 선생님께. 10년 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게으른 본인 탓입니다. *** 드림.

- *****, ** 출판사

 

 이 책'에 적힌 메모를 읽고 나서 10분 동안 웃었다. 책은 판매용이 아닌 증정본이다. 이 평론집을 쓴 A 교수가 B 교수에게 증정한 책'이다. 책을 증정할 정도'라면 얕은 관계는 아닐 터인데, B 교수는 이 책을 버린 모양이다. 두 분 다 문학평론가인데, 둘 다 인지도가 높다. 한국 문단, 삭막하구나 ! 10분 동안 웃었다.

 

 

2.

우리는 그것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우리가 그것을 분석하는 것은 가히 신을 믿는 것처럼 맹목적이다. 그것은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나 작동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상하지 않으며 다만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it

 

- 앙띠오이디푸스, 민음사

 

 

3.

이 책을 보며 방긋 웃고 있을 너를 상상하며

- 반 고흐, 열화당

 

 

 

4.

to. ** 나에게 사랑에 대한 다른 시각을 심어준 책. 용기를 준 책. 이 책이 지금 너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줄거라 믿는다. 항상 밝은 모습. 긍정적 사고 잃지 말자. 사랑해. p.s 늘 항상 똑같이 !! 2010.4. ** 이가.

 

- 죽* **을 ** *** , 예담 출판사

 

살해당한 시체와 읽은 책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어떤 식으로든 증거를 남긴다는 점이다.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갈피 사이에 눌린 서표의 흔적이 있거나, 잘 말린 네 잎 클로버가 있거나 하는 식이다. 읽은 책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은 읽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부록으로 음악 시디'가 첨부되었는데 헌책에 딸려온 cd는 개봉한 흔적'도 없었다. 그러니깐..... 여자는 남자가 선물한 책을 읽지 않고 팔아버린 것이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 남자는 알고 있을까 ? 여자가 아닌 수염 난 남자가 당신이 쓴 메모를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5.

안녕 ! 반갑다.

아마 이 글을 읽을 즈음이면 너는 헌책방에 있을 것이다. 예일여고 < 숨어 있기 좋은 책방 > 이겠구나. 내가 이 책을 그곳에 팔았거든. 네가 자주 다니던, 너의 집 근처 헌책방이잖아. 우리가 종종 가던 그 책방. 내 예상이 맞다면 너는 이 책을 발견하고는 기뻐할 거야. 왜냐하면 네가 그토록 찾던 그 책이었으니깐 ! ( 혹시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닌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 책을 사지 말아주세요. 단 한 사람을 위해 쓰여진 러브레터이니깐 말이죠. ) 나... 누군지 알겠니 ? 애린이야. 한애린 ! 이제 기억나지 ? 그동안 난 몸이 아팠어.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결국 졸업은 하지 못하게 되었어.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거든. 문득 네 생각이 나더구나. 나... 널 좋아했거든. 죽기 전에 널 찾고 싶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추한 몰골로 널 만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너의 소식을 접할 수도 없었어. 넌 감쪽같이 지상에서 사라졌더구나. 혹시 네가 그토록 가고 싶다던 페루로 떠난 것일까 ? 오랜 고민 끝에 이렇게 너에게 러브레터를 보낸다. 네가 좋아하는 책의 빈 속지에 말이다. 넌 내게 말했지. 이 세상 모든 편지지는 접어야 한다고. 접고 접어야 편지봉투 속에 들어간다고 말이지. 하지만 난 접지 않고도 너에게 띄울 수 있어. 지금처럼 ! 이 글을 발견했을 즈음이면 난 멀리 떠났을 거야. 헌책방이란 헌책방은 모두 뒤졌어. 전국을 돌아다녔지. 어렵게 얻은 책이다. 내가 너에게 주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선물이다.

 

안녕, 나의 날개접은새 !

2002.4.01 애린

 

- 구제된 혀, 심설당 

 

속초로 떠나기 전 책장 2개 분량의 책을 헌책방에 판 적'이 있다. 간직할 책과 팔 책을 분류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모서리 책장에 있는 책'을 모조리 팔았다. 여비가 없어서 판 것은 아니었다. 와,신,상,담. 바늘 침대에서 잠을 자고, 쓸개를 먹는 심정으로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책이 없는 텅 빈 책장은 일일이 못을 빼서 분리한 후 겨울에 장작으로 쓸 요량으로 창고에 쌓아두었다. 책장이 있던 자리엔 네 개의 꼭지점이 방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

 

그날 밤 그 돈으로 술을 마셨다. 내가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판 책이구나. 묘한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내 아내가 몸을 팔아서 벌어온 화대'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술에 취해서 책장 속에 꽂힌 책들을 보다가 엘리어트 카네티의 < 군중과 권력 > 에서 시선이 멈췄다. 아, 그래.... 엘리엇 카네티 ! 나는 빠르게 그의 저서 < 구제된 혀 > 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무심코 팔아버린 책 속에 이 책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면 아쉽지 않은데 이 책은 1982년 심설당에서 나온 이후로 출판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구하기도 힘들 뿐더라 내게는 매우 뜻 깉은 사연이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만 이 책을 팔아버린 것이다. 책을 판 지 며칠이 지난 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책 분류 중이어서 보관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책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은... 그러니깐,  5년 전 일이다.

 

*

 

 

예일여고 헌책방에서 < 구제된 혀 > 를 발견했을 때, 나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이 책을 여기서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낡아서 누렇게 변해버린 종이를 넘길 때마다 종이가 바스러질까봐서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마치 비본을 보는 것처럼. 이 책을 헌책방에 내다 판 사람은 누굴까 ? 다행히 책 뒷장에 박힌 빈 속지'엔 책 주인이 쓴 메모'가 적혀 있었다. 가 이 메모 편지를 읽었을 때는 이미...... 6년이 지난 후였다. 그러니깐 2007년이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책방 주인에게 책을 내밀었다. 주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 댁이 ***이요 ? " " 네에, 제가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 혹시 이 책을 판 사람 기억하세요 ? "

 

" 그럼... 기억하고 말고 ! 그 아가씨는 이 책은 주인이 따로 있다며 내게 당부를 했다오. 그리고 책 값도 이미 지불했어요. 잠시만... 그 아가씨가 두고 간 사진이 있었는데... 아, 여기 있구려 ! 사진을 주며 꼭 이 사람에게 이 책을 주라고 하더군. 언젠가는 올 거라고 하면서 말이지. 내가 그때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아가씨가 슬피 울어서 생각이 나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만 인연이 아니라고, 자신은 곧 먼 곳으로 떠난다고... 이 책은 이미 값을 지불했으니 그냥 가지고 가시구랴. 아픈 사랑 너무 오래 두지는 마시구랴. 사실 이 책 한 권 때문에 그동안 책방을 접지 못했다오.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토록 슬피 우는가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읽다가 그 아가씨가 쓴 메모를 읽었다오. 읽지 말았어야 했어...... 손님을 애타게 기다린 건 그 아가씨뿐만이 아니라오. 이 늙은이도 당신'을 기다렸소. 이젠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 요즘 어디 누가 헌책을 보나.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이제 손님 얼굴이 기억 나는구려. 아니, 그동안 왜 그렇게 발길이 뜸했소? "

 

*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대입 재수 학원에서였다. 한 여자가 필기를 하지 못했다며 교재를 빌려달라고 했다. 바로 그 여자였다. 창백한 여자였다. 여자와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쉽게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문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는 했다. 엘리엇 카네티에 대한 이야기와 카프카와 그르니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둘이 동업을 해서 헌책방을 열자고 했다. " 내 책과 네 책을 모으면 꽤 근사한 헌책방이 되지 않을까 ? " 그녀는 맑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은 제안이 아니라 프로포즈'였다. 그땐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인연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할 말과 못할 말을 남겨둔 채 우리는 그렇게 잊혀졌다. 그런 그녀를 헌책방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이면서 동시에 못할 말이었던 사랑 고백을 이제서야 듣게 된 것이다. 책이면서 동시에 연서인, 고백이면서 동시에 유서가 되어버린 책을.  나는 아직도 이 책을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헌책방을 열면 가게 이름을 < 애린 책방 > 으로 하겠어. 잘 자라, 캄캄한 밤 하늘을 보면 종종 네 생각이 난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에피소드 5'는 뻥이다. 에피소드 1에서 4까지는 뻥이 아니다.

 

펼친 부분 접기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 < 모두 다 예쁜 말들 >과 < 만우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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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쉐흐바 2013-06-2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 에피소드5는 뻥 아니냐고 물으려고 할 차에 접힌부분 펼치기를 하니, 역시나 <뻥>이라네.
<나. 페루애 전문가 다됐음.>

당신의 문체와 사고방식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소.

이미 그전에 <애린> 이라는 이름만 보고도 바로 눈치깟지.

소율, 애린... 페루애가 좋아하는 여자이름 특유의 뉘앙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0 15: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정한 나의 오따쿠요. 애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요. 뭔가 순정 만화 칼의 검'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소 !!!!! 애자. 순자 이런 건 좀 그렇잖소...

아는 분 이름이 성이 허이고 이름이 만'이요. 허만..

이게 질 낮은 은행 마이크 소리로 전파되면 다음과 같소.

" 123번 험한 손님 !!! 7번 창구로 오세요. "

사람들 다 쳐다보오. 도대체 얼마나 험하기에 험한 손님이라나.. 하고 말이오...

행인 2013-06-2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의 검 아닙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0 16:58   좋아요 0 | URL
네에.. 불의검.. 저 이거 재미있게 보았음... 걸작임 !!!!!
거기에 애린이 나오나요 ?

행인 2013-06-20 18: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애린은 모르겠고 저는 그거 단행본 나오기 전에 연재로 보다 보다 지쳐 잊어 버린 후론 완결 못 봤어요.
불의 검이 잘됐군요. 김혜린은 두번째로 좋아하는 작간데 '테르미도르'도 재밌습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도 강추요 (태왕사신기가 이거 따라했다던데) 거기엔 '연이' 가 나옵니다 ㅋㅋ (이건 고급 순정이라 붙이고 싶군요 스크립톤 작렬!)

우울한 날엔 김미영의 '야, 이노마' 보세요. (두권짜린데 두시간 웃을 수 있음요)

다 보시면 말씀해 주세요. 또 추천해 드릴게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0 19:07   좋아요 0 | URL
불의검' 이거 완간 되었나 모르겠네요. 하도 여러 해 동안 찔끔 찔금 나와서 말입니다.
작가가 몸이 아프다는 소리도 들리곤 했는데...
불의검에서 인상 깊었던 건 < 별리 > 라는 단어였는데 이 단어 뜻이 < 이별 > 이더라고요.
뜻도 똑같고... 앞뒤만 바뀌었는데 참.. 느낌 다르더라는..

행인 2013-06-20 19: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직도 안 나왔다고요? 김혜린님 아프시...맞아요. 별리였죠. 같은 작가 비천무에서는 설리 입니다. 이건 영화가 안 나왔어야 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05:30   좋아요 0 | URL
캬.. 비천무 ! 생각해 보니 비천무에서 별리'라는 단어를 본 것 같습니다.
마자. 비천무였다... 설리. 오랜만에 듣는군요. 다른 만환ㄴ 모르겠는데
이 작가분은 역사에 해박하시더라고요...
어서 빨리 완쾌되서야할터인데.. 흠흠.

행인 2013-06-21 09: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진짜 순정만화 보시네요?? ㅋㅋ 신기하다...
야, 이노마는 꼭 보세요. 이건 한 다섯번 보고 외워도 되요. 저 어제도 인터넷에서 찾아보다 울었음..사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12:53   좋아요 0 | URL
이놈아. 꼭 보겠음....

무탄트 2013-06-24 13: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마지막 에피소드5를 보고 눈물을 살짝 흘릴 뻔 했던 전, 순진한 건가요? ㅋㅋ
김혜린 님의 책은 거의 다 가지고 있는 편인데, 불의검도 모두 완간되었습니다. 제겐 다행히도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지요. 김혜린 님의 책들은 읽고 나면 가슴이 마구 뜨거워집니다. 누군가에게 목숨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4 13:21   좋아요 0 | URL
무탄트 님 오랜만이네요. 불의검 다 완간이 되었군요. 흠흠... 함 찾아서 봐아겠네요.
김혜린 작가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작업을 하셔야 할 터인데.....
전 남자인데도 가끔 순정 만화를 보고는 합니다. 편식하지 말자 주의여서 말이죠..

히히 2013-06-2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엥! 나쁜사라~암 나쁜사람
감은 잡았지만 혹시하고 기대는 했었는데.....

헌책방이 보다 정이 가는 것은 바랜 공기들이 가득하여 부담이 없다는 것
최근에 헌책방거리는 예쁘게 리모델링을 하여 퍼질러 앉아서 볼 수 없다는 것 ㅠㅠ

나의 월척 "Una Paloma Blanca"
고물상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욕이 안 될 정도로 참 헌책방에
뒤로 젖힌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책장을 훑고 있는데
습하고 칙칙한 문내나는 공간에 한 줄기 빛이 환했다는 느낌
아저씨께서 LP판으로 위의 곡을 틀었는데 기냥 몸이 까딱까딱
이 곡을 듣는 3분 동안은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밀어넣어 지치고 지친 귀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0 19:06   좋아요 0 | URL
무슨 노랜가 하고 검색했더니 귀에 익은 멜로디가....
이거 너무 오래된 노래인데요 ?
ㅎㅎㅎㅎㅎㅎ. 엘피판 트는 헌채방은 처음 봅니다.
전 항상 헌책방 하면 무시무시하게 조용한 것만 연상이 되어서요..

새벽 2013-06-2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년 4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올 때,
삼중당 문고 제70권인가.. 달려라 토끼 /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아마 맞을 거예요.
제가 그 책 페이지 갈피 사이에 비상금 십만원 숨겨둔 걸..
그걸 모르고 집사람이 박스에 넣어서 다 버리고 왔다는요..
그 책이 제발 곰곰발님께 갈 수 있기를...
아.. 그때 생각하니깐 또 눙물 나오려 합니다.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0 19:05   좋아요 0 | URL
아... 삼중당... 저 이거 모으고 싶어요. 삼중담 문고 말입니다. 정말 원통하군요. 조금 일찍 알았으면.. 그 귀한 삼중당... 이젠 좀 귀한 게 삼중담입니다. 70권이나 눈 돌아가겠습니다. 이젠 헌책방에서도 삼중당 잘 없습니다.

< 마음은외로운 사냥꾼 > ㅎㅎㅎㅎ. 이 책 고른 사람 정말 땡잡아을 것 같습니다.

iforte 2013-06-2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 모냐....고...요... ㅡ.,ㅡ;;;
이런 식으로 차기작 티저를 흘리시는, 고도의 상술 신공 아뇨? 그래도, 찰나였으나 제법 코끗 찡했어요. 접힌부분 클릭이 조금만 늦었어도 크리넥스로 손이 갈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05:18   좋아요 0 | URL
책에서 실현된 모세 기적 몇 번 당하면 정말 그 출판사 욕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동문선... 정말 답이 안 나옴. 전 책상에 펴놓고 보는 스타일이라서
꾹꾹 누르거든요. 페이지 넘어가지 않게...
동문선 책은 유독 180도 펼치기는커녕 90도 정도가 끝입니다. 그래서 꾹꾹 누르다 보면
이게 다 갈라지더라고요. ㅎㅎㅎㅎㅎ...

전 헌책을 좋아하는데 헌 책방 가면 사람들은 같은 책이면 새책 고르는데 전 일부러 혼책 고릅니다.
그리고 속지가 깨끗한 책보다 같은 책이면 속지에 메시지를 남긴 책을 봅니다.
이상한 버릇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05:21   좋아요 0 | URL
이런 말까지 할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저의 진짜 경험담을 하나 들려주죠..
알라딘에 책을 잔뜩 판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꽤 시간이 지난 후 종로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책을 보다가
왜.. 자기가 읽은 책 중고서점에 있으면 한번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펼쳐서 보았어요.
어디서 낯이 익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라 ?!!!!!
그 책 제가 판 책이더라고요 !!!!!!!!!!!!!!!!!!!!!!!!!!!!!!!!!!!!!!!!!!!
와.. 이거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이런 거.....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iforte 2013-06-2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꽂힌 표현은 '모세의 기적'이었네요. (쓸때없는데 꽂히는것도 병인데..씁). 종이의 사해가 쩍 갈라지면서 뜨오옷하는 곰발님 표정이 생각나버렸거든요. ㅎㅎ

전 헌책은 가급적 잘 사지 않아요. 원채 책에다 줄긋고, 낙서하고, 이러면서 책을 보는지라, 깨끗한 여백을 개척하는, 혹은 정복하는 느낌? 때문에. 또 책은 절대로 나눠 보지도 빌려주지도 않아요. 제 손만 타야하거든요, 제 책은. 제 책이 남의 손 타는게 싫어요. 책에대해서만큼은 유난히 깔끔떨어요. 책 표지에 흠갈새라 아주 조심조심, 성스럽게 영물로 영접하거든요. 그래서 겉은 완전 새책인데, 속은 완전 너덜..ㅎㅎ
그래도... 먼 훗날 누군가에게 제 책을 유산으로 남겨주어야겠죠. 그때 그 사람은 제 '흔적'을 발견하고 제 생각을 해주었으면... '책 드럽게 (많이란 뜻이 아니라, 지저분하게) 읽는 인간이었져..'

비로그인 2013-06-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바벨 2세> 전권을 팔았습니다... 하필이면 에누리까지 당하면서. 그 돈으로 맥주 마셨습니다. 작년 초에도 공부한답시고 곱게 포장해놨던 만화책 팔았었는데.. 다시 구하기도 어려울 희귀하고 상태 좋은 책들이었는데 지금은 누구 손으로 들어갔을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05:22   좋아요 0 | URL
으, 으으으으.... 그 무시무시한 걸작 바벨 2세 전권을 왜 파셨습니까.
이거 ,,,, 소장가치가 충분한 만화 아닙니까. 제 경험으ㅗ는 책 판 돈은 반드시 술을 마시게 되어 있어요.
술 안 마시고 책을 가지고있는게 낫습니다.
안타깝군요...

Forgettable. 2013-06-2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댓글 달려다가 수업종쳐서 못달았어요. 까먹고 있다가 네이버 블로그 갔다가 타고 다시 왔는데, 네이버 블로그 앱으로도 알라딘 로그인이 가능하다는게 진짜 놀라워서 정작 할 말은 잊은듯 •_•

5보고 저 막 소름 쫙쫙 돋아서 애들한테 이 세기의 로맨스(?)에 대해 막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 세월을 넘나드는 로맨스는 언제나 제 마음을 홀립니다 ㅋㅋ

요즘은 책을 안사니 책을 팔 일도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1 05:36   좋아요 0 | URL
그거 이제 아셨구랴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세기의 로맨스는 대부분 다 뻥이더라고요.
폭풍의 언덕 보십시요. 막상 그 작가는 연애를 한번도 못해보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기의 로맨스는 모두 상상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현실에서의 로맨스는 쫀쫀하고 쪼잔하고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그런 것들의 연속이잖아요


애들한테 한번 눈 딱 감고 말씀해 주세요. 어떤 반응이 오는 지 궁금합니다. .


애린이 쓴 날짜를 확인하셨다면 금장 알아차렸을 수 있습니다. 4월 1일....

Forgettable. 2013-06-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애들한테 반도 얘기하기 전에 사기 치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 굳건하게 얘기하니 반은 믿고 반은 여전히 약팔지 말라는... 말재주가 부족한듯요. 내일 중1한테 다시 도전!!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07:05   좋아요 0 | URL
음.... 당장 헤어지쇼... 일말의 순정도 없는 이'라고.. 이렇게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흑흑... ( 농담이구요..)
믿으시는 분이 있으시군요...ㅎㅎㅎㅎㅎㅎㅎ. 중1은 먹힐 수 있습니다. 일단 슬픈 음악을 좀 깔고 분위기를 좀 잡고 해보세요. 포겟 님' 이 이야기하면서 막 웃으면서 하신 것 아닙니깡 ?

소년에로학난성 2013-08-2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aph_noir입니다ㅎㅎ
여전히 들를 수 밖에 없는 글'들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8 11:02   좋아요 0 | URL
아하... 느와르 님이시군요.. 하하....
드림팀 잘 되갑니까 ?

레베랑스 2013-09-0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애님 글만 즐겨찾기 해놓는 그런 기능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