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의 정치학 : 대한민국, '' 놈만 밀어준다.  

 

-  강남 스타일, 싸이  

 

 

 

종편 티븨'가 일제히 뉴스'를 멈추고 < 싸이 시청 앞 광장 콘서트 > 생중계를 한 적이 있다. 뉴스 시간에 뉴스를 중단한 채 싸이 쇼'를 실시간으로  중계한  것 .  이처럼 정규 뉴스 시간에 뉴스를 멈추고  딴따라 쇼'를 생방송으로 보여준 사건은 전세계'를 통틀어서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나 한순간에 < 새 > 됐다고 징징거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빌보드를 점령한 < 말 > 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대한민국이 당신에게 흠뻑 빠졌다.  싸이는 율곡 이이 선생'도 하지 못한 10만 양병'을 시청 앞에 모아서 다 함께 떼창'을 했다. 대,다,나,다 ! 뉴스의 기본은 < 볼거리 > 가 아니라 < 알 권리 > 다. 뉴스가 볼거리'로 전락하면 그것은 옐로우 저널리즘'이 된다. 싸이 공연 생중계'는 과연 알 권리일까, 볼거리'일까 ? 뉴스가 기본 의무를 저버리고 쇼를 생중계한 것은 마치 야구장에서 축구하는 꼴이다. 뻘짓이라는 말이다. 뉴스 종사자들이 스튜디오에서 주접 떨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몰빵에 가까운 광신적 애국주의'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될 놈'만 밀어주는 방식은 이명박이 그토록 강조했던 " 기업 프랜들리 정신 " 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발굴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싹수가 노란 놈은 애당초 잎을 솎아서 나무가 성장'하는데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한다. 투자'란 촌년을 여신'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신비한 메이크업 ! 될성부른 떡잎'은 훗날 甲이 되고, 싹수가 노란 잎은 乙이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돈이 될 만한 놈'에게 올인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니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반면,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도 있다. 될 놈만 밀어주는 방식'이 장기적 안목이라면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한 투자'다. 실력 있는 투자자'라면 < 된 놈 > 보다는 < 될 놈'>을 눈여겨본다. 그렇다고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이 잘못된 투자라고 할 수는 없다. 광고주가 잘나가는 스타만 고집하는 이유는 그 스타'가 가지고 있는 즉흥적인 전시효과 때문이다. 

 

둘 다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다. 될 놈'은 발굴에 방점을 찍는 것이고, 된 놈'은 몸값 마케팅'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 주체'가 기업이 아닌 국가'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대로 굴러가는 국가'라면 될 놈과 안 될 놈 모두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이 될성부른 떡잎이든 싹수가 노란 잎이든 말이다. 될 놈이 크게 돼서 기쁨의 < 나팔'> 을 불 때, 안 될 놈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여의도 한복판에서 < 나발'> 을 분다.  곰곰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한끗 차이'다. < 나팔 > 이나 < 나발 > 이나 모두 금관 악기'이지만 이 사소한 한끗은 극과 극'이다. " 미워도 다시 한 번 " 이라는 룰이 적용되지 않을 때, 그들은 여의도 한복판에서 칼 들고 나발'을 불 것이다. 사람 일이란 모른다. 한때 그들도 나발 대신 나팔을 분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팔을 가진 자'보다 나발을 가진 자'가 많을 때 사회는 분열되고, 그 사회적 비용은 나팔을 가진 자가 벌어들인 이익보다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기업과는 달리 될 놈에게도 투자하고 안 될 놈에게도 투자를 해야 한다.<  될 놈 - 투자 전략 > 과 < 안될 놈 - 투자 전략 > 을 적절하게 콘트롤하는 것이 노련한 국정 운영'이다. 그런데 국가가 투자하는 방식 가운데 최악인 경우는 된 놈'만 밀어주는전략'이다. 된 놈'에게만 올인한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기득권에게만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야구에 빗대서 이야기하자면 < 된 놈 - 전략 > 은  어린 유망주를 발굴해서 키울 생각은 안 하고  FA 시장에 나온 홈런 타자 이승엽에게만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은 이승엽이  제 역할을 다하면 다행이지만 부상을 당해서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니 위험한 몰빵에 가깝다. 차라리 이승엽 한 사람에게 돌아갈 비용을 미완의 유망주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안정적인 분산 투자이다. 국가는 앞만 보는데 급급해서 발등에 떨어진 불똥만 끄다가는 망하게 된다.

 

< 거포 > 에서 < 거품 > 으로 추락하는 먹튀 선수를 종종 보게 된다. 몰빵이 낳은 부작용이다. FA 시장에 나온 거포 타자가 탐이 나기는 하지만 눈 질끈 감고 미래 유망주를 찾아나서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국가 운영과 교육은 백년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멀리 볼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인데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백년지계'는커녕 오년지계'에 몰빵한다. 그러니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인물이 이명박이다. 김병만도 최소한 16년 동안 갈고 닦아야 비로소 달인이 되는데 국가 운영을 5년 안에 해치우겠다고 하면 욕심이 아닐까 ? 아니나 다르랴 ! 4대강 사업은 거대한 재앙이 되었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하니 이미 검증된 선수에게만 집중 투자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 된 놈'만 밀어준다 ! 개천에서 용 나온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개천도 지역에 따라 다르니 양재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홍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생 한 끗'이다. < 아 > 다르고 < 어 > 다르다고는  하지만 님이나 남이나 니미 뽕이다. 그게 그거니 거기서 거기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1%의 노력과 99%의 운이 성공과 실패'를 쪼갠다. 태어날 때부터 나팔'을 가진 사람은 나중에 나발'이 되지 않도록 악기를 잘 다루어야 하고  태어날 때부터 나발을 가진 사람에게는 나팔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거포는 거품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승엽 같은 홈런 타자 한 명'보다는 타율은 낮아도 팀에 도움이 되는 콩알 타자 백 명'이 필요하다. 이승엽은 처음부터 대포'였나 ? 그도 시작은 콩알이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제발 야구장에서 가서 떼창 하지 말자. 다 큰 어른이 애새끼도 아니고 그 무슨 떼창인가 ! 어제 엘지는 연장 10회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패 당했다. 자꾸 그러면 나 컨트롤 비트 다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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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10-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국민 모두가 모범생이면 나라가 망한다 라는 설명이 붙은 책이 있었습니다. (읽지는 못했고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검색도 안 되네요.) 한 동안 고민을 했었죠. 왜 망할까. - 나중에 찾은 설명은 미래의 모범생이 현재의 모범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된 놈만 밀어주는 것도, 될 놈만 밀어주는 것도 ; 진화론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죠.

마립간 2013-10-02 12:07   좋아요 0 | URL
댓글 쓰다가 생각난 것인데, 대기업에서 된 놈(경쟁력있는 중소기업)만 착취하는 전략은 어떨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2 12:41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서 모범생 기준은 다른 나라에서 보면 창의력 없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범적인 것과 길들여지는 것은 전혀 다른데 자꾸 우리는 길들여지는 것을 롤 모델로 삼는다는 것이 문제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항상 된 놈만 흡수하잖아요.... ㅎㅎㅎ.
파이를 키우면 냅다 삼킵니다.

히히 2013-10-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싹수가 푸른 놈이 태양을 내세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다가
된바람에 四肢가 死地가 되는 꼴을 여럿 보았습니다.
노란 놈도 각자 고유한 상징과 열정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될, 된 놈의 기준이 어디 있습니까?
두 딸 키우면서 깨치는 것은
세상 모든 자식은 될,된 놈입니다.
노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쉬운것을......
과거의 흐름에 현재를 사는 이 나라의 미래는 짜증나잔냐!!!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8   좋아요 0 | URL
댓글달기의 세익스피어 님 !
사지가 그 사지'가 되는 꼴 여럿 보셨군요.
그나저나 딸이 둘이니 정말 옆기지 님은 아이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요.
남자애들은 왜 무뚝뚝하잖아요.
하지마 이 나라 딸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기도 하죠....
히히 님이시면 잘 키우시리라 믿숩니다.
노인들은 항상 못 살던 옛날 타령을 하고,
수컷들은 항상 왕년에 타령을 하죠.
이래저래 과거지향형입니다.

saint236 2013-10-0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 생중계하고, 소주먹었다고 난리치고..아마도 종편은 싸이의 돌출 행동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싶네요. 이렇게 영상으로 보여주고, 지면으로 까대고... 아들좋고 아버지 좋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5 09:33   좋아요 0 | URL
항상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언론이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소속과 무속 :

 

 

- 무당과 고양이'에 대한 단상

 

여배우'라는 낱말은 있지만 남배우'라는 낱말은 없다. 라캉을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무의식은 언어로써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개같은 남성 꼰대가 지배한 대한민국.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전을 뒤져보다가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 남배우 > 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 요즘 잘나가는 류근 시인의 취한 입말'을 빌리자면 " 시바, 조낸...... " 당황스럽다. 나는 지금까지 남자 배우'라는 조합을 본 적은 있으나 " 남배우 " 라는 낱말을 본 적은 없다. 아니나 다르랴 ! 사전은 대부분 그 단어에 대한 활용 예문이 있기 마련인데 < 남배우 > 라는 단어를 사용한 예문은 아예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어를 사용한 작가는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관료적 우격다짐'이 읽힌다. 그런 식이라면

여의사'란 단어가 있으니 남의사'란 낱말도 있어야 하고, 여형사가 있으니 남형사도 있어야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그렇다고 <남행 열차> 라는 말도 있으니  <여행 열차> 라는 조합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사전에는 여의사나 여형사라는 단어는 있으나 남의사나 남형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 남배우 > 라는 단어는 예외 조항을 두었을까 ?  (언어학자 마리나 야겔로는 < 언어와 여성 > 에서 " 여성의 조건에 대한 사회 언어학적 접근 " 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일단 오해는 하지 말자. 한글이 남성 중심 사고 체계를 갖춘 문자'라기보다는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는 자주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해야 할 후손들이 한국어'라는 언어를 잘못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만약에 당신이 " < 여의사 > 라는 단어는 있는데 왜 사전에 < 남의사 > 라는 단어는 없나요. 남성을 무시하나요 ?" 라고 당당하게 묻는다면 나는 답답하다. 중요한 것은  남배우, 남의사, 남형사'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어야 남녀 차별 없는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배우, 여의사, 여형사'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된 것이 남근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여성 차별을 생산하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된 것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여자 배우, 여자 의사, 여자 형사따위로 단어를 나열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 남자 새끼'가 < 남의사 > 따위를 가지고 화딱지를 내고 그러냐, 웬 오지랖이냐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병헌처럼 중후한 미(mi)음으로 이렇게 말하겠다. " 남.이.사 ! "

반면 < 무당 > 이라는 단어는 배우, 의사, 형사'라는 낱말과는 성격이 정반대'이다. 보통 남자 의사'를 성별 구분 없이 보통 의사'라고 지시하듯이 여자 무당 또한 성별 구별 없이 무당'이라고 지시한다. 만약에 당신이 무당을 여자 무당'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무속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무당(巫堂) 에서 무(巫)는 이미 여자 무당'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 여자 무당 " 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중복이라는 말이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이 구름 운(雲)과 비 우(雨) 가 주로 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이는 것처럼,  무산지우 巫山之雨 나 무산지운 巫山之雲 이라는 고사성어도 모두 남녀 간 성적인 교합을 의미한다. 여기서 < 巫 > 는 여성을 의미하고 < 山 > 은 남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남자 무당'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 박수무당'이다. 남자 무당을 무당'이라 하지 않고 굳이 박수무당이라고 지시하는 것은 결국 쪽수의 문제'이다. " 팔 할 대 이 할 " 의 구조가 차이와 차별을 만드는 것이다. 이 할'에 소속된다는 것은 곧 단어 앞에 잰더를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라는 직업군에서 여성의 비율이 이 할'에 소속되기에 여의사'라는 단어가 탄생되는 것이고, 무속에서 남성의 비율이 이 할'에 소속되니 박수무당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무속은 남근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여성 중심적 판타지아'를 구축한 세계'이다. 우리는 흔히 무당이나 무속을 불가촉 세계라 하여 두려워하지만 사실 굿은 신명 나는 구경거리'이다.  희노애락이 담긴 한풀이'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속의 풍경'은 곱고 예쁘고, 슬프다. 굿은 good'이다.

굿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황홀경이다. 나는 점쟁이가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지만 무당이 하는 말은 신뢰한다. 무 巫 ( 무당 ) 과 복卜 ( 점쟁이 ) 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巫 란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켜서 병을 < 치유 > 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행위이고, 卜은 단순히 미래에 일어날 < 확률 > 에 방점을 찍는 행위'이다. 전자는 힐링'이고 후자는 예보'다. 그렇기 때문에 巫 라는 한자는 여자 무당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의사'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샤먼'이 주술과 의술을 겸했던 것과 같다. 내가 무당의 존재를 믿기 시작한 이유는 개인적 체험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 놀라운 티븨, 서프라이즈 > 따위에서 선보이는 언빌리버블한 허구'가 아니다. 실제 경험'이다. 군산에 있을 때 바(BAR)에서 일하는 여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처음 본 나를 보자마자 생일 파티를 같이 하자고 했다. 내 생일과 자기 생일이 같다는 주장이었다. 나와 함께 동행한 무리들은 모두 낄낄거리며 웃었다. 타관에서 서로 생일이 똑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 더군다나 낯선 이의 생일을 맞출 확률은 ? 우리가 낄낄거리며 웃자 바텐더는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내게 보여줬다. 나와 같은 달, 같은 날이었다.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그녀는 내게 같은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말을 자주 하고는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지만 가슴 한편에는 어떤 불안감이 존재했다. 특이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는 제사 때 피우는 향 냄새'가 진하게 나서 내 머리가 다 아플 정도였다. 나는 젊고 매력적인 아가씨에게 차마 향촉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 늘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  이 자리에서 사적인 얘기를 구구절절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에 간략하게 결말을 말한다면 그녀는 신내림을 받았다.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감쪽같이 사라진 지 8개월이 지난 후였다. 군산을 떠나던 날, 간신히 연락이 되어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병색이 완연했다. 곱고 매력적이던 여자는 여전히 곱고 매력적이었으나,  뭔가 더 어둡고 깊었다. 우리는 술집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신내림을 받은 그녀는 그동안 벌어진 일에 대하여 내게 말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고백은 눈물이 반이었고 희망도 반이었다. 그녀의 슬픈 가족사에 나는 몸이 떨렸다. 늦가을이 오면 가끔 그녀 생각이 난다.  말장난 같지만 < 무속 > 의 반대말은 < 소속 > 이다.  소속은 한자로 곳 소(所) 에, 무리 속(屬)'으로 이루어졌으니 뜻은 일정한 단체나 기관과 같은 무리 속'을 뜻한다.

내가 무속을 소속이라는 단어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이유는 무당'은 생래적으로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다. 콜린 윌슨이 내린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그들은 " 너무 깊게 너무 넓게, 그리고 너무 멀리 본다. " 소속이 울타리 < 안의 거처 > 라면 무속은 울타리 < 밖에 존재하는 > 영역이다. 위에서 말한 무당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무속은 가부장 중심 집단에서 벗어난 경계 밖 소수자의 처소'이다. 그것은 남성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은 독립적 세계이다. 종종 길고양이'를 보게 되면 신내림을 받은, 깊고 어두웠던 낯빛을 한, 군산 여자가 생각난다. 경계 밖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 무당처럼 사람의 손길에 길들여지지 않은 길고양이들은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산다.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처럼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생은 소속이 아닌 무속의 삶이다. 점점 그들이 좋아진다. 무당과 길고양이는 닮은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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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10-0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이 생각나는군요. 잡귀신 물러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1 17:51   좋아요 0 | URL
요즘 쓰시는 논문은 잘 끝내셨나 모르겠군요.
제 친구 놈이 만화 오타쿠가 아니라 피규어 오타쿠인데
정말 한 달에 쏟아붓는 돈이 거의 백에서 이백이더군요...
만애비 님은 피규어 모으서나 하지는 않죠 ?

마립간 2013-10-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윌슨이 내린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그들은 "너무 깊게 너무 넓게, 그리고 너무 멀리 본다."

위글은 제게 위로가 되네요. '아웃사이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고 있는 작품인데, 이 달 이내로 꼭 읽어야 겠네요.

제가 알고 있은 에피소드 한 가지 소개하면
ㅎㄱ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있는데, (당연히 여자죠.) ㅎㄱ (남자) 고등학교는 없었던 터라, 선생님으로부터 대신 전화를 받으라는 부탁을 받고 'ㅎㄱ 고등학교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다음부터는 여자고등학교라고 대답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1 17:53   좋아요 0 | URL
여교수란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넌샌스죠...
여자 교수'란 조합이 있는 것과
여교수란 단어 자체가 사전에 등록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 아닙니까..
하여튼... 아웃사이더 좋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0-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규어는 아닙니다. 논문 반 정도 되어 갑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2 13:02   좋아요 0 | URL
아니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을 터인데 아직 완성을 안 하심.... ㅎㅎㅎㅎ

히히 2013-10-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잡귀잡신은 물알로 천복만복은 이리로 덩더더 쿵덕쿵"
왕년에 정월 지신밟아본 히히입니다.
취미로 풍물판에서 놀다가 신랑이랑 가족이 되었구요.
그땐 신들린 것 마냥 젊음을 아끼지 않았으나
신끼는 없었는지
한 땀 한 땀 해가 갈수록 연상의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ㅋㅋ

무속 <-->소속
이러니 곰...발님 글에 중독이 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4   좋아요 0 | URL
댓글달기의 세익스피어 님 오셨군요.
옛날에 풍물판에서 놀면 요즘 국정원 식 사고로 따지면 좌파일 가능성이 농후하군요.
국정원에 신고해서 국정원 시계를 타야겠어요.
신고하면 5만원짜리 청와대 로고가 박힌 시계를 준다고 하네요..

rtour 2013-10-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방가방가. 으..나 누구게요? 즐거운 인생입지요. 그냥 편하게 네이버로 오시오. 이게 뭔 재접속, 로그인, 서버 허락 기다리기 등등. . 참 비싸십네다, 그랴.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2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인생 님 ! ㅎㅎㅎㅎ.
남아일언중천금인데 후다닥 다시 복귀하면 면이 안 서잖아요.ㅎㅎㅎㅎㅎ
기회를 봐서 다시 복귀하도록 하겠스비다.
 

 

 

 

 

 

단언컨대, 책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옛날에 시나리오 쓴다고 끄적거렸던 구상 중 하나가 인피( 人皮 ) 로 양장본을 만드는 어느 미친 애서가 이야기'였다. 조나단 드미 감독이 만든 < 양들의 침묵 > 을 보고 나서 너무 감동한 나머지 급조한 스토리'였다. 영화 속 주인공인 재단사 ⑴ 제임 검브가 쇠가죽 대신 사람 가죽으로 < 옷 > 을 만들어 입었다면 내가 구상한 애서가는 쇠가죽 대신 인피'로 < 책 > 에 옷을 입힌다. 그는 인쇄된 텍스트를 새롭게 필사하여 사철 제본 방식의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사람 살가죽을 입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본을 그대로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바꾸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첨가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내용은 보르헤스를 흉내 낸 것이다. 그러니깐 이 세상에는 없는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⑵ 제 2의 삐에르 메냐르'였다.

⑴ 원래는 제임스 검브'인데 병원 담당 계원의 실수로 - s'를 누락하고 기재해서 James가 아닌 jame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원작 소설에는 자세하게 나온다. 한국에는 동사무소 직원이 그 일을 한다면 미국에는 병원 담당 계원이 그 일을 한다. 그러니깐 jame은 알파벳 s 가 결핍된 이름'이다. 그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61722 

⑵ 삐에르 메나르'는 보르헤스 단편에 나오는 인물로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의 몇몇 장을 마침표 하나, 쉼표 하나까지 그대로 다시 쓴다.  결국 피에르 메나르는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를 능가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가 보기엔 명백한 표절이지만 보르헤스'는 다시 쓰기'를 창조적 행위'로 보았다. 이처럼 보르헤스의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 필경의 풍경 " 이다. 옛날에는 도서관 사서와 수도사가 필경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르헤스야말로 가장 성공한 필경사'였다. 보르헤스'는 서른 중반이 넘어서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이 엽기적 서사가 꽤 마음에 들어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다가 결국은 애서가의 직업을 문학평론'을 하는 미치광이 교수로 정했다. 당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군이 바로 교수와 문학 평론가'였다. 알전구 십오 촉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하실에서 사람 살가죽을 벗겨내서 무두질을 하고 있는 꼰대를 상상하니 통쾌한 거라. 당시 나는 < 엘 포토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1971 > 나 < ⑶핑크플라밍고 / 존 워터스, 1972 > 와 같은 old하지만 odd한 영화에 환장하던 때'여서 불 끄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는 날이 많을수록 서사는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판이 되어갔다. 결국 이 미치광이 대학 교수'는 자신이 살해한 희생자의 살가죽으로 만든 책을 보고 자위'를 하게 이르렀다. 그리고는 항상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누는 것이다. 

⑶ 존 워터스 감독은 포르노'보다 더 포르노 같은 영화를 원했다. 그 결과가 바로 < 핑크 플라밍고 > 였다.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감독이 내뱉은 호언장담'처럼 가장 역겨운 영화'가 되었다. (실제로 영화가 상영되기 전 극장 로비'에서는 구토용 봉지를 나눠주었다고 한다.) 남자 항문을 클로우즈업으로 보여준 후 립싱크하는 장면과 주인공 디바인이 개똥을 진짜로 먹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이 영화는 퍽유 시네마의 원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 인어 공주 > 에 나오는 마녀 우르슬라'가 바로 디바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빌헬름 엔젠이 < 그라디바 > 에서 선보인 우아하며 신비한 에티튜드와 E.T.A 호프만이 < 모래사나이 >에서 묘사한 그로테스크 그리고 에코의 < 장미의 이름으로 > 가 보여준 아우라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주변인의 몰이해로 인하여 접어야 했다.  " 현대인의 헬 오브 지옥 " 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대서사는 결국 폭파하게 되었으니......  나는 한동안 < 현대인의 상실 > 과 < 현대인의 불안 > 을 달래기 위해서 종로 쓰리 스트리트 펍'을 드나들며 기무치와 다꽝을 새컨드 안주 삼아 보드카와 압생트를 마시며 종로 파이브 스트리트 거리를 런닝하며 뛰고는 했다.  그리고는 컴 백 홈 해서 커피포트에 담은 블랙 커피를 머그잔에 따라 마시며 자위를 했다.

나는 이내 신음소리를  토해 냈다. "  위스키...위스키....  "  하루키 식 위로의 방식'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선 서사'였을까 ? 나는 미치광이 교수가 우아한 양장본 만듦새를 보며 자위를 하거나 똥을 싸는 행동이 이해가 가는데 다른 이'는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루키의 주인공들이 자위하는 것은 너그럽게 용납을 해주면서 왜 미치광이 교수가 책 표지를 더듬으며 자위하는 행위는 인정을 안하는 것이더냐.  응?!  무두질과 용두질을 교묘하게 섞는 잔재주가 기특하지 않은가 ? 나는 무동력 배 위에서 시니컬하게 외치던 신구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늬들이 게 맛을 알어 ? " 하여튼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이 미치광이 교수의 은밀한 사생활은 결말이 다음과 같다. 

연쇄 실종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는 주요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던 미치광이 대학교수의 서재를 구경하게 된다. 낡은 책은 모두 가죽 양장본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책장에 꽂혀 있다. 형사는 그중에서도 새롭게 제본된 토마스 핀천의 < 브이 > 를 보게 된다. 아, 이 책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 쇠가죽으로 헌책을 새롭게 제본하는 것이 취미라는 대학교수. 형사는 책을 살피다가 가죽 양장본 표피'에 새겨진 독특한 무늬'를 보게 된다. 검은 얼룩 옆에 독특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서재를 떠나는 형사 ! 형사는 경찰서로 돌아와 그동안 실종된 여성들 자료를 스크랩한 서류철을 꺼내 살핀다. 이때 형사는 갑자기 피해 여성의 스냅 사진 한 장에 집중하게 된다. 

원피스를 입고 바다에 뛰어드는 피해 여성의 뒷모습이다. 매의 눈을 가진 형사는 그 사진에서 중요한 단서를 포착한다. 그것은 흉터였다. 실종된 여성의 날개죽지에 새겨진 점 옆에 있는 독특한 화상 흉터 모양 ! 캬 !!!  토마스 핀천의 < 브이 > 양장본 표지에서 발견한 무늬'와 똑같은 것이었다. 대충,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내가 이런 구상을 하게 된 이유는 미술 전시회에서 본 고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사철 제본 방식에 가죽으로 제본한 양장본'은 그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책 디자인'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킨들의 역습'에도 불구하고 내가 종이책'이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에는 책 자체가 아름다운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은 책을 사철 방식이 아닌 무선 제본'으로 만든다. 책을 만드는 비용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진 하드보일드한 하드커버'는 확실히 아름답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가운데, 만듦새만 가지고 평가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하서 출판사가 내놓은 세계추리소설전집'이다. 초판 발행이 1974년으로 당시 가격이 1700원이다. 사철 제본 방식에 하드 커버'다. 앞 커버와 뒷 커버에는 그 어떠한 인쇄도 없다. 그냥 가죽 느낌이 나는 붉은 종이로 압착시켰고, 책등에만 금박으로 제목이 박혔다. 제목 또한 클래식해서 < 쟈칼의 날 > 이 아니라 < 재코올의 날 > 이라고 새겨져 있다. 책 크기는 8,90년대 잘나가던 범우사 크기'다.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나는 당장 구입했다. 단돈 2000원에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유행이 지나면 모든 물건은 촌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한데 책 디자인만큼은 옛날 디자인'이 훨씬 아름답다.

 요즘에 나오는 책 디자인은 화려하기만 했지 깊이가 없다. 빈 공간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광고 문구를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더라. 단언컨대 책 표지에 설레발치는 문구가 화려하게 박힌 책치고 좋은 책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누구나 다 읽는 베스트셀러는 역설적으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다. 한때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열광적 찬사를 받았던 < 시크릿 > 이란 책을 검색해서 중고 서적으로 매매되는 현황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책 주인이 간직하지 않고 버려서 중고 장터에 매물로 쏟아진 분량이 600권이 넘는다. 없어서 못 파는 게 아니라 있어도 안 팔린다. 요즘 아파트 거래 현황 같다.

마빈 해리스의 < 문화 유물론 > 이란 책을 구입하고 싶어서 몇 년 동안 중고 장터를 뒤져보았지만 팔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 내 속을 태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니깐 베스트셀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책이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읽지 않는다. 인기 있을 때는 단물만 쏙 빼먹고는 늙었다 싶으면 내다 파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보수주의자인지도 모른다. 책 만듦새'에 있어서 만큼은 옛날 방식이 좋다. 황화 현상으로 인해 누렇게 ⑷ 변색된 펄프는 색 바랜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6,70년대 종이 재질이 주는 거친 촉감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요즘 책에 쓰이는 희멀건 종이를 보면 병색이 완연한 폐병 환자 같아서 병실에 간 기분이 든다.

⑷ 왠지 종이보다는 펄프'라고 쓰고 싶다. " 보그 병신체 " 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펄프'라는 발음이 주는 느낌이 좋다. 늬낌 아니까 !

이래저래 옛 책이 좋다. 그리고 세로쓰기로 인쇄된 방식도 길을 들이면 읽기 편하다. 사람들은 세로 읽기'가 불편하다고 고백하는데 사실 그 말은 뻥에 가깝다. 속독의 경우는 가로쓰기 방식이 편하지만 속독이 아니라면 세로쓰기 방식으로 인쇄된 책을 읽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만화책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방식으로 인쇄된 책을 출간하겠다. 왜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방식은 너무 흔하잖아 ! 끝을 맺을 시간이 왔다. 요즘 유행하는 이병헌 말투를 빌려서 작별 인사를 고하겠다. 이병헌은 이런 말을 했다. " 메탈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물불을 두려워 않고 뛰어드는 용기와 시련에도 상처받지 않는 강인함, 차갑지만 약한 자를 감싸안는 따듯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 책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물과 불을 두려워하여 뛰어들 용기도 없고 (분서갱유라는) 시련에 상처받는 나약한 심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 번 뿔나서 심장이 불타면  활도 아니면서 활활 잘 타는, 물과 불을 두려워하면서도 때론 물불 가리지 않고 다 태우는 성깔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책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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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29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믿숨미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9 16:19   좋아요 0 | URL
새벽 님으 죄를 사하겠습니다

수다맨 2013-09-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 플라밍고는 방금 몇 장면을 봤는데 확실히 골 때리는 영화네요. 호불호를 떠나서 이런 영화가 그당시 만들어졌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차라리 어설픈 해피엔딩이나 도식적 서사보다는, 어떤 의미에서건 극단을 지향했던 이 영화에 훨씬 더 깊은 호감이 가네요. 저에겐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요즘 따라 정말로 역겨운 건 TV드라마나 같잖은 예능이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9 16:20   좋아요 0 | URL
워터스 감독이 워낙 아니키적 감수성이 있습니다.
반자본주의자로써 지독한 꼰대 혐오를 가지고 있으신 어른입지요.
꼰대 이성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이 영화를 그들 보라고 만든 영화인데
정작 그들은 안 보네요..ㅎㅎㅎ. 이런 영화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에서 좀 보아주셔야 할 영화입니다.
토 나오거든요...

히히 2013-09-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은 나로 하여금 다른 세상의 것들에서
나 자신의 느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능력자다.
자신의 그늘을 발견하고 볕을 찾아 나서는 모든 인간에게
능력자는 구름을 몰아내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7: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댓글 세계의 소크라테스이며 셰익스피어인 히히 님....

자신의 그늘을 발견하고 볕을 찾는 이'에게
능력자는 구름을 몰아냈다, 라.... 좋습니다.
 

 

'것과 '한 것.

 

 

문학사상사'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잡은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였다. 잘 키운 스타 하나'가 연예 기획사 전체를 먹여살리는 것과 같다. 한때 하루키는 문학사상사가 심혈을 기울인 울트라 슈퍼스타'였다. 마음의 양식인 책을 논하는데 느닷없이 생긴 꼴'을 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책 만듦새'가 박색이어서 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동문선과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책들이다. ( 잠시 샛길로 빠지자 ! 출판사 동문선 표지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마분지를 뜯어다가 페이지로 활용한 듯한 두꺼운 종이 재질은 제본에 사용된 종이 종류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농담이 아니라 종이학을 만들기엔 두껍고 딱지를 만들기엔 딱이다, 딱이다, 딱이다.  대다나다 ! )

" 발간 후 20년간 지속적인 베스트셀러 " 라는 띠지 광고를 사용하는 < 상실의 시대 > 는 유감스럽게도 디자인은 변함이 없다. 좋게 말하면 꿋꿋하고 나쁘게 말하면 방치'다. 신경 안 써도 알아서 잘 팔리니 굳이 판매 전략따위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눈 코 입도 그리기 싫어서 실루엣만 그려넣은, 이 촌스러운 디자인'은 < 해변의 카프카 > 에서도 그대로 쓰인다. 마치 지우개를 사용해서 사람 모양으로 지운 것 같다. 이 정도 실력을 선보이려면 초등학생의 미적 감각이라면 충분하다. < 해변의 카프카 > 라는 책'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제 13장 " 절대 고독의 세계 " 에서 주인공은 텅 빈 도서관 열람실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읽고 있다.

그는 소세키 전작'을 읽을 요량으로 전집'에 도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 < 13장 > 을 읽으면서 꽤나 오랫동안 웃었다.  페이지 열댓 정도 되는 분량에서 사용된 단어를 보면 일본 소설이 아니라 서양 소설 같다는 착각이 든다. 샌드위치, 훈제 연어와 크레송, 슈베르트, 로드스타, 와인'이라는 단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 ① 커피포트에 담은 블랙 커피를 머그잔에 따라 마시 " 며 스포츠카를 몬다. " ② 브레이크와 엑셀을 교대로 밟는 횟수가 많아지고, 기어가 세컨드와 서드 사이를 왔다갔다 " 하며 운전을 하는데 " ③ 오른손은 핸들 위에, 왼손은 짧은 시프트놉 위에 있다 " 는 문장을 보면 반은 일본어와 반은 영어'다. 전형적인 보그 병신체'다 !   

나는 하루키 문장을 볼 때마다 장근석이 작성한 싸이월드 미니 홈피 글이 생각난다." 르망에서의 레이싱은 내게 큰 익사이팅한 흥분감을 주었고, 테라스에 누워 앙드레 가뇽의 연주를 플레이하는 것를 들으며 마신 와인은 나를 은은하게 만들었다. 다시 한 번 파리에 간다면 한 손에는 와인병을 들고 다른 손에는 뉴스페이퍼를 들고 샹젤리제 스트리트 거리를 워킹하며 뉴욕 헤럴드 트리뷴이라고 샤우팅하며 외치고 싶다 " 길거리에서 병나발 부는 풍경을 이렇게 근사하게 묘사하는 (장)근석이의 근성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 글로리 오브 영광 " 이다. 내가 하루키 문장과 장근석 문장이 닮았다고 우기니 하루키 팬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차이도 크다.

당시 장근석은 철없을 때 쓴 글인 반면  하루키는 철들고도 그렇게 쓴다 ! 아이구야, 맙소사......  하루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자꾸 덜 익은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고 비빈 비빔밥 생각이 간절하다. 사람들은 하루키 소설 문장을 무국적 글쓰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잡것, < 雜 > 이다.  하여튼 문학사상사 책 표지 디자인은 하루키 문장만큼이나 구리고 후지다.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소세키의 대표작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와 민음사에서 출간된 같은 책을 비교 평가'하면 답이 나온다.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이나 어째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와는 다르다. 문학사상사 표지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니라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해태' 같다. 내게는 출판사 < 문학사상사 >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인 반면,

 출판사 < 범우사 >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콜린 윌슨'이다. 그가 24살 때 쓴 < 아웃사이더 > 는 압도적 걸작'이었다. 변변한 학벌이 없는 그가 24살에 작성한 이 평론집은 기적에 가까웠다. 그가 앙리 바르뷔스의 < 지옥 > 을 이야기하면서 인용한 문장이 좋아서 나는 이 문장을 아이스크림도 아니면서 달달 외우고는 했다. " 나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이룩해야만 할 사명도 없으며, 반드시 전달하지 않으면 안될 감정도 없다. 나는 가진 것도 없으며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있다. " 아내가 예쁘면 처가댁'을 향해 절을 한다고 했던가 ?!  범우사에서 출간된 책들도 디자인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양서'를 많이 보유했던 성실한 출판사'로 기억하고 있다. 종종 헌책방에서 일반적인 판형보다 약간 작은 범우사 책을 발견하게 되면 짝사랑했던 옛 애인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데이비드 린의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를 볼 결심을 하게 된 이유도 < 아웃사이더 > 때문이었다. 어찌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T.E 로렌스에 대한 칭찬을 했던지 안 보고는 못 견딜 지경이 되어 결국 추운 겨울에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를 보게 되었는데, 아.... 시부랄 ! 이 영화는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과 함께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로렌스가 쓴 < 지혜의 일곱 기둥 > 도 때마침 출간되었기에 미리 사두었었다. 이래저래 < 아웃사이더 > 를 길라잡이 삼아서 책에서 다룬 책을 찾아서 읽었다. 그런데 젊은 듣보잡 콜린 윌슨의 벼락 같은 성공'은 문학판 꼰대들에게 제대로 찍힌 모양이었다.

못 배운 놈이 쓴 글이 배운 놈이 쓴 글보다 월등히 훌륭한 성과물을 냈으니 꼰대들 심기가 불편했으리라. 꼰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쪼잔한 복수가 고작.  < 아웃 사이더 > 이후의 작품들에 대하여 그들은 철저하게 콜린 윌슨을 무시했다. 콜린 윌슨이 못 배웠다고 무시당한 케이스였다면, 한국에는 무학에 가까운 김기덕'이 배운 놈들에게 무시당했다.  그것 외에도 둘은 묘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다. 콜린 윌슨 또한 김기덕처럼 살인과 섹스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콜린 윌슨의 이상한 행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내 수중에 콜린 윌슨이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공교롭게도 그가 쓴 책을 사람들에게 빌려주었는데 한 권도 회수하지 못한 까닭이다. 내 친구들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내 메시지를 잘 들으렴 !

" 개새끼들앙, 내 책 빌려갔으면 얼렁 돌려줘라 !  " 읽은 책을 다시 사야 한다는 것이 찜찜해서 계속 미뤘으나 적어도 < 아웃사이더 > 는 구매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일단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여러 책을 한꺼번에 구매할 요량으로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우연히 하루키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고 책장을 뒤지다가 그만 < 아웃사이더 > 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 신기했다.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분실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장 모퉁이에 얌전히 꽂혀 있다니. 지금 < 아웃사이더 > 를 읽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끝내준다 ! 콜린 윌슨이 내린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는 " 헛것 " 을 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아웃사이더는 너무 깊게 너무 많은 것을 본다.

인사이더'가 가시적 영역 안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본다면, 아웃사이더는 비가시적 영역에 떠도는 무수한 헛것'들을 본다. < 광인 > 은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이다. 롤랑 바르트는 < 사랑의 단상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는 한결같이 나 자신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치는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기(consiste) 때문에 미치는 것이다. " 광인이란 헛것을 보는 존재인데 롤랑 바르트적 시선으로 보자면 정상적인 존재는 잡것 雜'에 가깝고,  비정상적인 존재는 본질 純'에 가깝다. 변하지 않는 존재가 광인'이다. 그들은 비가시적인 것들과 대화를 하고 바라본다.  < 헛것 > 이야말로 비가시적 영역의 대표적 존재가 아닐까 ? 아웃사이더'라는 제목을 내 식대로 정하자면 " 시력이 징허게 좋은 녀석들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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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09-2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콜린 윌슨이라는 멋진 저자를 알게 되었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곰곰발님 쓰신 글 보면서, 문득 에릭 호퍼가 생각났습니다. 에릭 호퍼야 주류로부터 크게 무시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 역시 변변한 학벌 없이 꾸준한 독서와 고된 육체 노동을 하면서 학문 활동을 이어 나갔죠.
어쨌든 한국이나 미국이나 배운 분(먹물)들이 하는 짓은 하나같이 비슷한 듯합니다. 누군가를 배제시키고, 무시하려는 모양새가 때로는 정치인의 그것보다 더 얍삽하게 느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01:54   좋아요 0 | URL
뭐 워낙 뛰어난 책이어서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을 겁니다.
올라온 서평을 보니 역시 칭찬이 자자하군요... 흠흠.
에릭호퍼도 그렇고 콜린 윌슨도 그렇고... 출판사들은 책을 출간할 때
선입견 같은 것은 없었나 봐요. 대한민국이었다면 그렇게 순수하게 책을 출간했을까 의문입니다.
맹신자들도 참 좋더군요....

iforte 2013-09-2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다시 오랫만예요! 모처럼 아침에 휘닥 서재글 읽을 시간이 났네요. 덕분에 훗날 읽을 요량으로 지혜의...을 영문판 킬들버전으로 사두었네요. 단돈 2불에 전권을 말이죠. 해외에 있어 좋은 점은 싼값에 영문판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거죵.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일단은 사두는걸로. 곰발님 추천해서 독이 되는 일이 있겠지 싶어서요. 알라딘은 매상 올려주는 곰발님께 포상금, 뭐 이런거 안주나? ㅋㅋㅋ
또 쟐 계시구요. 담에 또.... 헤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01:57   좋아요 0 | URL
하상 오랜만에 오시니 더욱 반갑네요. 포르테 님.
불철주야 열심히 공부하시다가는 이거 최우등으로 졸업하시는 거 아닙니까 ?
그나저나 미국은 전자책이 굉장히 다양해요. 값도 싸고 말이죠. 2불이라니.....
이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이 2불이라니...흑흑...
생각해보면제가 꽤 삐끼를 잘하는 거 같아요. 사서 안 읽으면 뭔가 손해보는 것처럼 글을 쓰잖아요..ㅎㅎㅎㅎ

포스트잇 2013-09-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아의 로렌스', 충무로 옛 대한극장에서 마지막(?)으로 70mm 상영을 했죠. 데이비드 린 감독...사막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하얀 티를 입고 서있던 모습이 생생하군요. 제가 본 린 감독의 영화들은 다 걸작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언의 딸'은 특히.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구매하려고 둘러보다가, 콜린 윌슨까지 만나네요. '정신 기생체' 2/3 정도 보다만 게 전분데 '아웃사이더'도 꼭 보고 싶네요. 땡스투~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16:13   좋아요 0 | URL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정성일 말마따나 정망 극장 가서 보아야 합니다. 트랜스포머 이런 건 그냥 모니터로 봐도 되요. 그러나 정말 아라비아는 길쭉한 스크린으로 봐야 사막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가 있어요....

정신기생체는 ㅁ 제미가 없나 봐요 ? 전 안 읽었습니다. 콜린윌슨은 소설가 타입은 아닌 거 같아요..ㅎㅎㅎ
아웃사이더 꼭 읽어보십시요.. 격이 확실히 다릅니다.

yamoo 2013-09-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어요!ㅎ 범우사를 보니, 반갑네요. 제가 처음으로 전집류를 사서 읽은 게 범우사 입니다. 특히 범우고전선과 범우사상신서는 줄기차제 사 모았지요. 프롬 책이 많이 번역되어 한 두 권 사다 보니 거의 다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범우문고본도 아주 즐겨 애독하던 문고본인데 책값이 2천원을 넘기면서 안사게 됐습니다..ㅎㅎ 콜린윌슨의 <아웃사이더>도 범우사상신서 중 한권있지요. 아웃사이더 읽고 <잔혹>과 <살인의 철학>, <우주의 역사>를 차례로 구입했네요^^

근데, 정말 문학사상사는 책 표지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할 듯해요. 몇 권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디자인이 헬이라는^^;;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알게 됐지만, 범우사 번역이 그리 좋지가 않더군요. 특히나 모노의 <우연과 필연>은 오역과 비문이 넘실되는...그야 말로 최악이었지요..ㅎㅎ 문예출판사 사상신서도 모았었는데, 범우사보다 번역이 더 헬이었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9 00:42   좋아요 0 | URL
야무님 덧글 읽으니 옛생각이 막 나는군요. 중학교 때 이상한 놈을 친구로 두었는데
그놈이 그렇게 책을 미친듯이 읽더군요. 그때 그놈은 이미 니체를 읽고 있었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저도 경쟁적으로 책을 읽고는 했죠.
그때 주로 읽은 책이 바로 범우사 책입니다. 범우고전과 범우사상신서'.....
그때는 범우사가 지금의 민음사 레벨이었을 것니다.
책 끝에 보면 목록 나오잖아요 ? 그거 서로 읽은 것 체크해서 적게 읽은 놈이
짜장면 내기'를 자구 해서 전 범우사를 독파했습니다. 제 누나 세대들이
삼중당 세대였다면 제 또래는 범우사 세대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민음사 세대라고 해야 할까요 ?
그때 닥치는 대로 범우사만 읽어서 번역이 후졌나 안 후졌나는 아예 생각이 안 나네요..ㅎㅎㅎㅎ
그냥 친구놈 이겨보겠다고 범우사 책만 읽었던....ㅎㅎㅎㅎㅎ

가끔 헌책방 가면 범우사 책을 만나게 되는데 자꾸 사고 싶어요. 같은 책이있지만서도 말이죠...
하여튼 야모님 덧글 보니 갑자기 옛 생각이 나네요..

콜린 윌슨'이 문학보다는 잡학으로 빠졌는데 전 이 행보가 꽤 마음에 듭니다.
살인의 추억도 좋앗고 ( 아니 철학..) 현대ㅏㄹ인백과, 불가사의 대백과 그런 책들도 아주 흥미쥔쥔하게 읽었습니다.요즘은 어째 범우사가 없는 거 같아요 ? 망했나 ?! 갑자기 급 궁금해지네요..

히히 2013-09-2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갱신하기 위하여 죽을 똥 살 똥 쓴 글인지
고상함을 읽지않고 동정어린 눈으로 세상을 초연히 대하고 있는 글인지는
분간이 되더라구요.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편안한 글이 좋더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7:29   좋아요 0 | URL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편안한 글을 쓰는 작가의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개를 좀 시켜주십시요..

엄동 2013-10-0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와 장근석 ㅋㅋㅋ

그리고 그들의 보그병신체! ㅋㅋㅋㅋ

아 재미져요 증말~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1 18:03   좋아요 0 | URL
근석이와 하루키 팬들이 보면 속 뒤집어질 이야기입니다..ㅎㅎㅎ.
 

 

 

 

칼과 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우리말'이 < 꽃잠 > 이다.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이 바로 꽃잠이다. 아, 좋다 ! < 첫날밤 > 을 꽃잠'이라고 한 조상의 심성'이 아름답도다. 이 꽃잠'에는 " 깊이 든 잠 " 이라는 뜻도 있으니 꽃잠의 반대말은 쪽잠'이거나 칼잠'이라 할 수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우기는 에이스 침대에서 편안한 잠을 자면 꽃잠이고, 나처럼 수면제에 의지해서 잠을 자면 불편한 잠이 된다. 꽃잠과 칼잠이다.  불면증 때문에 날마다 단잠 아닌 쪽잠'을 자는 내게 발리'에서 돌아온 친구는 황홀했던 꽃잠에 대해 설명하고는 했다. 놀라운 사실은 첫날밤이 곧 첫경험'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첫날밤이 곧 첫경험인 아내'가 황홀한 오르가슴'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 여자가 첫경험 때 오르

가슴도 느끼는 경우는 홈런성 타구가 내야 뜬 공'으로 아웃되는 것만큼이나 드물다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종종 연기를 하고는 하지 ! " 라고 말할까 하다가 남의 집 속사정에 지나치게 오지랖을 떠는 거 같아서 대신 아양을 떨며 덕담을 던졌다. " 첫날밤이 곧 첫경험이라니, 더군다나 첫경험'에서 서로 황홀한 < 아 > 를 쏟아내다니 대다나다 ! 너희들 천생연분이다 . 아, 아름다운 신혼이구나. "  남근에도 뼈가 있다고 믿을 정도로 순결한 놈 !  말이 좋아 순수'이지 나쁘게 말하게 존나 무식'한  것이다. 남성들은 생각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남자로 태어났으니 생래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터이지만 그래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 또한 남성이니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솜씨 좋기로 소문난 논픽션 작가 메리 로취

가 쓴 < 봉크 > 는 남성들이 여성의 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우선 페니스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여성은 전제의 20~30% 밖에 안 된다. 이 말은 변강쇠'라고 해도 질 삽입 섹스'만으로는 여성을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여성의 주요 성감대는 < 질' > 보다는 양이 아니라 < 클리토리스' > 다. 쉽게 말해서 꼬마 페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클리토리스는 남성 성기처럼 흥분하면 피가 쏠려서 평소보다 2배 정도 팽창한다고 하니 동종 기관인 것은 확실하다. 발기한 남근을 뜻하는, 라캉이 매우 좋아하는 단어인 phallus 는 발기한 남근'과 여성 음핵(클리토리스) 모두를 뜻한다.  2,30%의 여성이 질 삽입 섹스로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면 70%에 달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그리고 질 오르가슴은 사실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이다. 여성 성기는 모양이 모두 천차만별인데 음핵과 질 사이의 간격도 개인 차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음핵과 질 사이가 가까운 사람은 페니스 삽입 섹스 시 클리토리스를 마찰시키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자극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이다. 평균 질과 음핵 사이가 2.5센티미터 안이면 페니스 삽입 섹스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밖이면, 음..... 성적 만족을 느끼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나폴레옹의 후손인 마리 보나파르트'라는 여성은 질과 음핵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고 판단하여 간격을 좁히는 수술을 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수술은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내내 우울했다. 시

대를 잘못 만난 탓이다. 만약에 마리 보나파르트가 베티 도슨과 동시대 사람이었다면 베티 도슨'이 쓴 <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 에서 해답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베티 도슨'은 자위'로 여성을 해방시키자고 주장하는 성 교육자이다. 그녀가 여성 해방을 위해 적극 권장한 것이 바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자위'다. 베티 도슨은 그러니깐.... 여자 하루키'다 ! 그녀는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바디섹스워크숍'에서 수많은 수강생을 상대로 자위로 명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녀는 자위를 하면서 명상할 때 만트라를 주문처럼 외운다고 한다.  자위를 뜻하는 masturbation 과 명상을 뜻하는 meditation 이 발음상 비슷하니 얼렁뚱땅 그럴싸하게 만든 것 같다. 이 자위 명상 이론'은 빌헬름 라이히'가 만든 오르곤 축적

기'만큼이나 생뚱맞다. 그녀가 진정한 페미니스트'인지 아니면 힐링 코치로써의 장사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여성 성기'가 매우 다양하다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포르노에서 흔히 보여주는 성기'는 모두 엇비슷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800만 가지의 모양새를 가진 여성 성기'가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수많은 여성의 성기를 생각하니, 아...... 후끈 달아오른다. 아, 촉촉하고 검은 동굴 !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 성기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남성은 여성의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남성은 포르노 구매율 세계 1위 강국인데 정작 여성 오르가슴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물개 응응 먹거나 뱀 잡아먹고 사정 시간만 연장하면 최고의 퀄

리티'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G스폿 공략을 하거나 클리토리스를 거칠게 마찰시키는데 사실 이런 식으로는 여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성 만족도'를 보면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그들은 섹스 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상대방이 좋아하는 성감대를 희롱한다. 느리고 부드럽게 말이다. 진정한 운우지정'이라 할 만하다. 한국 사회는 여성이 자위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남근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다. 설이 길어졌다. 칼잠은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고 꽃잠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 깊이 든 잠'은 몸에 좋은 음식과 같고  만족스러운 섹스가 끝난 후 깊이 든 잠'은 몸에 좋은 보약과 같다. < 잠 > 이라는 1음절 앞에 < 꽃 > 이라는 식물성이 더해지면 행복

하고,  반대로 < 칼(갈치)' > 이라는 동물성'이 더해지면 불행해진다. 그거시 바로 인생이다. 칼과 꽃, 인생 한 끗발'이라는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갈치처럼 칼잠을 잔다. 서서 잠을 잔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재는 불공정하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새벽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니 늘 쪽잠을 자기 마련'이다. 이제는 상류와 삼류'를 구별하는 기준은 잠과 이(치아) 를 보면 답이 나온다. 꽃잠을 자느냐 칼잠을 자느냐에 따라 상류와 삼류로 나뉘고, 치아가 가지런하고 미백인 사람은 상류이고 누렇고 덧니 난 이빨은 삼류가 된다. 당신의 이는 치아인가 이빨인가 ? 이것 또한 한 끗발이라. 인생은 이래저래 한 끗발이다. < 자위 > 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노동'에 대해 일갈하니 " 고갱님, 마마마많이 당황하셔쎠요 ? "

하지만 독자여, 이해해 달라.  난 원래 그런 남자다. 그냥 섹스와 노동'에 대한 글이라고 기억하자. 요즘은 세상이 하, 수상하여 노동이라는 낱말을 자주 사용하면 국정원에서 감찰을 하니 섹스와 근로'라고 정정하겠다. 이 글은 섹스와 근로'에 대한 이야기'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588 : 칼잠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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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3-09-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간만에 정독했네 ㅋㅋ :D


어여쁜 꽃잠"이라는 단어로 시작해

오르가슴"과 자위"에 이르기까지!
(오 미쁘기 그지 없습니다)


'맨처음'을 의미하는 꽃등"에

'봄철추위'의 꽃샘"과 '봄바람'의 꽃바람"까지.


처음의 순수하고 투명한 느낌의 "꽃" 단어에

꽂히는 금요일이네요, 꽃곰발님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7 15:39   좋아요 0 | URL
간만에 정독이시군요. 앞으로는 자주 정독 바랍니다.
농담이고요. 섹스의 순우리말이 밤일'이니 섹스 이야기하면서
노동으로 끝맺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허허...
그나저나 어제는 정말 좀 춥더군요. 씐납니다.
저는 추운 날이 좋거든요. 아주 잘 견딥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인지 그녀인지 알 수 없는 분이 문득 생각납니다.. 혹은 2개 다 가질 수 있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16:16   좋아요 0 | URL
그 새끼 여전히 뻥카 치며 잘 놀고 있더군요.... 이런 쌍놈들 때문에 네이버를 떠나게 됩니다.

히히 2013-09-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미가 새끼 젖을 물리며 칼잠을 자도 꽃잠을 잔 듯이 개운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칼잠을 나의 꽃잠으로 미화시키는 저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머저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7:3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히히 님이야말로 벼린 칼 끝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덧글 세계의 셰익스피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