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우리말'이 < 꽃잠 > 이다.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이 바로 꽃잠이다. 아, 좋다 ! < 첫날밤 > 을 꽃잠'이라고 한 조상의 심성'이 아름답도다. 이 꽃잠'에는 " 깊이 든 잠 " 이라는 뜻도 있으니 꽃잠의 반대말은 쪽잠'이거나 칼잠'이라 할 수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우기는 에이스 침대에서 편안한 잠을 자면 꽃잠이고, 나처럼 수면제에 의지해서 잠을 자면 불편한 잠이 된다. 꽃잠과 칼잠이다.  불면증 때문에 날마다 단잠 아닌 쪽잠'을 자는 내게 발리'에서 돌아온 친구는 황홀했던 꽃잠에 대해 설명하고는 했다. 놀라운 사실은 첫날밤이 곧 첫경험'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첫날밤이 곧 첫경험인 아내'가 황홀한 오르가슴'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 여자가 첫경험 때 오르

가슴도 느끼는 경우는 홈런성 타구가 내야 뜬 공'으로 아웃되는 것만큼이나 드물다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종종 연기를 하고는 하지 ! " 라고 말할까 하다가 남의 집 속사정에 지나치게 오지랖을 떠는 거 같아서 대신 아양을 떨며 덕담을 던졌다. " 첫날밤이 곧 첫경험이라니, 더군다나 첫경험'에서 서로 황홀한 < 아 > 를 쏟아내다니 대다나다 ! 너희들 천생연분이다 . 아, 아름다운 신혼이구나. "  남근에도 뼈가 있다고 믿을 정도로 순결한 놈 !  말이 좋아 순수'이지 나쁘게 말하게 존나 무식'한  것이다. 남성들은 생각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남자로 태어났으니 생래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터이지만 그래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 또한 남성이니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솜씨 좋기로 소문난 논픽션 작가 메리 로취

가 쓴 < 봉크 > 는 남성들이 여성의 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우선 페니스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여성은 전제의 20~30% 밖에 안 된다. 이 말은 변강쇠'라고 해도 질 삽입 섹스'만으로는 여성을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여성의 주요 성감대는 < 질' > 보다는 양이 아니라 < 클리토리스' > 다. 쉽게 말해서 꼬마 페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클리토리스는 남성 성기처럼 흥분하면 피가 쏠려서 평소보다 2배 정도 팽창한다고 하니 동종 기관인 것은 확실하다. 발기한 남근을 뜻하는, 라캉이 매우 좋아하는 단어인 phallus 는 발기한 남근'과 여성 음핵(클리토리스) 모두를 뜻한다.  2,30%의 여성이 질 삽입 섹스로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면 70%에 달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그리고 질 오르가슴은 사실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이다. 여성 성기는 모양이 모두 천차만별인데 음핵과 질 사이의 간격도 개인 차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음핵과 질 사이가 가까운 사람은 페니스 삽입 섹스 시 클리토리스를 마찰시키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자극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이다. 평균 질과 음핵 사이가 2.5센티미터 안이면 페니스 삽입 섹스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밖이면, 음..... 성적 만족을 느끼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나폴레옹의 후손인 마리 보나파르트'라는 여성은 질과 음핵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고 판단하여 간격을 좁히는 수술을 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수술은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내내 우울했다. 시

대를 잘못 만난 탓이다. 만약에 마리 보나파르트가 베티 도슨과 동시대 사람이었다면 베티 도슨'이 쓴 <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 에서 해답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베티 도슨'은 자위'로 여성을 해방시키자고 주장하는 성 교육자이다. 그녀가 여성 해방을 위해 적극 권장한 것이 바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자위'다. 베티 도슨은 그러니깐.... 여자 하루키'다 ! 그녀는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바디섹스워크숍'에서 수많은 수강생을 상대로 자위로 명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녀는 자위를 하면서 명상할 때 만트라를 주문처럼 외운다고 한다.  자위를 뜻하는 masturbation 과 명상을 뜻하는 meditation 이 발음상 비슷하니 얼렁뚱땅 그럴싸하게 만든 것 같다. 이 자위 명상 이론'은 빌헬름 라이히'가 만든 오르곤 축적

기'만큼이나 생뚱맞다. 그녀가 진정한 페미니스트'인지 아니면 힐링 코치로써의 장사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여성 성기'가 매우 다양하다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포르노에서 흔히 보여주는 성기'는 모두 엇비슷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800만 가지의 모양새를 가진 여성 성기'가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수많은 여성의 성기를 생각하니, 아...... 후끈 달아오른다. 아, 촉촉하고 검은 동굴 !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 성기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남성은 여성의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남성은 포르노 구매율 세계 1위 강국인데 정작 여성 오르가슴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물개 응응 먹거나 뱀 잡아먹고 사정 시간만 연장하면 최고의 퀄

리티'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G스폿 공략을 하거나 클리토리스를 거칠게 마찰시키는데 사실 이런 식으로는 여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성 만족도'를 보면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그들은 섹스 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상대방이 좋아하는 성감대를 희롱한다. 느리고 부드럽게 말이다. 진정한 운우지정'이라 할 만하다. 한국 사회는 여성이 자위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남근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다. 설이 길어졌다. 칼잠은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고 꽃잠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 깊이 든 잠'은 몸에 좋은 음식과 같고  만족스러운 섹스가 끝난 후 깊이 든 잠'은 몸에 좋은 보약과 같다. < 잠 > 이라는 1음절 앞에 < 꽃 > 이라는 식물성이 더해지면 행복

하고,  반대로 < 칼(갈치)' > 이라는 동물성'이 더해지면 불행해진다. 그거시 바로 인생이다. 칼과 꽃, 인생 한 끗발'이라는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갈치처럼 칼잠을 잔다. 서서 잠을 잔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재는 불공정하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새벽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니 늘 쪽잠을 자기 마련'이다. 이제는 상류와 삼류'를 구별하는 기준은 잠과 이(치아) 를 보면 답이 나온다. 꽃잠을 자느냐 칼잠을 자느냐에 따라 상류와 삼류로 나뉘고, 치아가 가지런하고 미백인 사람은 상류이고 누렇고 덧니 난 이빨은 삼류가 된다. 당신의 이는 치아인가 이빨인가 ? 이것 또한 한 끗발이라. 인생은 이래저래 한 끗발이다. < 자위 > 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노동'에 대해 일갈하니 " 고갱님, 마마마많이 당황하셔쎠요 ? "

하지만 독자여, 이해해 달라.  난 원래 그런 남자다. 그냥 섹스와 노동'에 대한 글이라고 기억하자. 요즘은 세상이 하, 수상하여 노동이라는 낱말을 자주 사용하면 국정원에서 감찰을 하니 섹스와 근로'라고 정정하겠다. 이 글은 섹스와 근로'에 대한 이야기'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588 : 칼잠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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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3-09-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간만에 정독했네 ㅋㅋ :D


어여쁜 꽃잠"이라는 단어로 시작해

오르가슴"과 자위"에 이르기까지!
(오 미쁘기 그지 없습니다)


'맨처음'을 의미하는 꽃등"에

'봄철추위'의 꽃샘"과 '봄바람'의 꽃바람"까지.


처음의 순수하고 투명한 느낌의 "꽃" 단어에

꽂히는 금요일이네요, 꽃곰발님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7 15:39   좋아요 0 | URL
간만에 정독이시군요. 앞으로는 자주 정독 바랍니다.
농담이고요. 섹스의 순우리말이 밤일'이니 섹스 이야기하면서
노동으로 끝맺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허허...
그나저나 어제는 정말 좀 춥더군요. 씐납니다.
저는 추운 날이 좋거든요. 아주 잘 견딥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인지 그녀인지 알 수 없는 분이 문득 생각납니다.. 혹은 2개 다 가질 수 있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16:16   좋아요 0 | URL
그 새끼 여전히 뻥카 치며 잘 놀고 있더군요.... 이런 쌍놈들 때문에 네이버를 떠나게 됩니다.

히히 2013-09-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미가 새끼 젖을 물리며 칼잠을 자도 꽃잠을 잔 듯이 개운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칼잠을 나의 꽃잠으로 미화시키는 저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머저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7:3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히히 님이야말로 벼린 칼 끝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덧글 세계의 셰익스피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