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오늘의 사상신서 157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단백질 로드 :

애타게 동물성 단백질을 찾아서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이 질리도록 먹었던 군만두'는 서비스 메뉴'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면 유지태는 최민식을 사설 감옥'에 보내면서 날마다 밥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밥값은 사설 감옥 직원들의 공돈으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를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깐 최민식은 15년 동안 직원들이 점심을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로 나온 만두만 먹다가 속 터져버린 이야기다. 만약에 최민식에게 군만두 대신 딤섬을 點心 으로 내놓았다면 그토록 비극적이지는 않았으리라. 짬뽕이 맵고 자극적이었다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딤섬'은 담백하고 순한 맛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자극적인 것을 탐하다가 늙으면 순한 맛에 매료된다.

 

- 보수란 무엇인가, < 짬뽕과 딤섬 > 중

 

 

아버지의 여름 밥상은 언제나 단촐했다. 밥은 늘 찬물에 말고 잡수시고 반찬은 마늘이나 고추를 된장에 찍어 드시는 정도가 전부였다. 소고기나 닭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으셨고, 그렇다고 해서 채식주의자'는 더더욱 아니셨다. 여름 식단만 놓고 보면 영양 불균형'처럼 보이지만 사계절 전체를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아버지는 가을에서 봄까지 삼시 세 끼 보신탕'만 드셨다. 남들은 삼복에 단고기'를 즐겨 먹었지만 아버지는 특이하게도 여름 삼복에는 단고기를 멀리 했다. 여름을 견디기 위해서는 겨울에 몸 보신을 해야 여름을 이길 수 있지, 여름에 먹는 보양식은 헛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노인이었다. 아버지의 고집 덕에 집에서 키우던 개들는 삼복을 무사히 넘겼지만 소설(小雪)을 넘기지는 못했다. 개들은 김장철과 무서리 내리는 초설 사이에서 비명횡사하고는 했다.

 

그리고 입춘이 오기 전에도 똑같은 일이 다시 한 번 반복되었다. 삼복을 거쳐 첫눈 무서리를 견딘, 마지막 남은 황구는 결국 입춘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당에서 뛰놀던 황구는 보이지 않았다. 훵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 하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어미 젖을 갓 뗀 황구 새끼 서너 마리가 개집을 차지하고는 했다. 어머니는 종종 자식들에게 쇠고기 육계장이라고 말은 하고는 밥상에 올렸으나 쉽게 먹지는 못했다. 그것이 단고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단고기'를 먹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매우 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 맛이냐 > 아니면  < 의리냐 > 를 놓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의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단고기'를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보신탕 문화가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신탕 문화'를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운 식문화'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꼴사나운 짓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홍신 작가처럼  "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야, 안으로는 자주 독립과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 보신탕 문화를 민족의 자금심  따위'로 숭상하려는 태도 또한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였다. 벼 농사 중심인 한국과 중국'은 동물성 단백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였다. ( 마빈 해리스의 주장을 전제로 한다면 ) 콩이나 다른 채소에서도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는 있으나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만큼의 영양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는 농사를 짓는 데 매우 중요한 일꾼이었고, 닭은 날마다 달걀을 공급하는 짐승이었으니 잔칫날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민들에게 만만한 것은 개'였다. 개는 중요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 삼복 > 할 때 복이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쳐져서 伏(복)으로 쓰이는 꼴을 보면, 복날에는 반드시 개를 잡아먹는 풍속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모양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현대는 동물성 단백질 과잉 섭취의 시대이다. 옛날에야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개를 잡아먹었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값 싼 고기를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애완동물인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이유로 나는 단고기 식용에 반대한다. 문화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 에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다룬다.  흥미진진하다. 그는 힌두교 사람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와 이슬람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단백질 공급 루트'로 설명한다. 그가 내세운 가설은 이렇다.  쟁기와 수레를 끄는 < 소 > 는 인도 사람에게 있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우유를 공급한다. 그리고 똥은 화력 좋은 연료로 쓰인다. 짚, 왕겨, 나뭇잎, 풀을 뜯어먹고 나서 싸는 똥이니 좋은 연료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도 소는 인간이 먹지 못하는 것만 골라서 먹으니 식량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여러모로 보나 소를 죽여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득보다는 소를 보호해서 얻는 이득이 월등히 많은 것이다. 효율 대비 측면에서 보자면 소를 죽이지 않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래서 소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에는 소를 숭배하는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라고 마빈 해리스는 주장한다. ) 이슬람 문화권이 돼지를 혐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돼지는 무더위에 약해서 이슬람 문화권 기후에 맞지 않다. 돼지는 몸에 열이 오르면 물이나 진흙 속에 뒹굴어서 열을 식혀야 하는데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막을 횡단하는 유목민 입장에서 보면 돼지'는 이래저래 키울 수가 없다. 설령 악조건을 이기고  키운다고 해도 손실을 벌충할 만한 요소가 없다. 소, 염소, 닭, 낙타, 양 등은 고기뿐만 아니라 가죽은 물론이고 동물성 단백질인 우유와 달걀을 생산하며 보온을 위한 털과 쟁기를 끄는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돼지는 고기 공급 이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돼지를 키워서 투자 대비 비싼 동물성 단백질을 얻느니 차라리 투자 비용이 저렴하며 동물성 단백질뿐만 아니라 다른 부산물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짐승을 키우는것이 낫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속내일까 ?  이슬람교 사람들은 돼지를 더럽고 혐오스러운 짐승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힌두교가 < 숭배'> 라는 방식으로 소고기를 금지시켰다면 이슬람교는 < 혐오 > 라는 방식으로 돼지고기 식용을 금지시켰다. 마빈 해리스는 이런 식으로 말고기, 개고기에 이어 결국에는 식인 문화'에까지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마빈 해리스의 동물성 단백질 인류사'는 여러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절대 반지'처럼 설명하지만 대부분의 영양학자들인 단백질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마빈 해리스가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단백질은 중요한 영양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굳이 동물성과 식물성을 나눌 필요는 없다. 채식주의자는 간단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만으로도 건강하게 산다. 설령 우유와 계란마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승려'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마빈 해리스의 주장이 모두 엉터리라고도 할 수 없다. 문화 인류의 역사'란 딱히 한 가지 조건으로만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요소들이 얽히고설켜서 지금의 문화 인류사'를 만든 것이다.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가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독자를 지식의 고고학으로 안내한다면,  마빈 해리스는 식신로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마빈 해리스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레드 다이아몬드처럼 대중적인 문장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박찬욱 감독의 < 올드보이 > 가 생각났다. 사설 감옥에서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은 사나이 ! 어쩌면 그는 야채로만 속을 꽉 채운 야채 만두를 꾸역꾸역 먹다가 드디어 속이 터진 것은 아니었을까 ? 그가 원한 것은 유지태를 향한 복수였지만, 사실 그에게 당장 필요했던 것은 동물성 단백질'이었으리라. 일단... 먹고 나서 복수하자 !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거창한 결심보다 앞서는 것은 항상 식욕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그나저나 인간이 소처럼 짚, 왕겨, 풀 따위를 먹었다면 에너지 걱정은 덜었을 것이다. 인간이 싼 똥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여보 !  올겨울에는 부모님 댁에 똥을 놓아드려야 겠어요 ! " ( 아, 인간이란 자원을 낭비만 할 뿐이니, 소똥만도 못한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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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3-10-2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명쾌한 결론.
저도 맛이냐 의리냐 에서 의리를 택한 경우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0   좋아요 0 | URL
뭐 맛을 선택했다고 해서 야만인'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배꼽만큼도 없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개고기 문화가 나쁜 습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개와 함께 사는 인간으로써 도리를 지킬 뿐입니다....ㅎㅎㅎ

슈아 2013-10-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 블로그에서 지난번에 대화하고는 이제서야 역주행하러 왔어요. 띄엄띄엄 등장하는 건 제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지 제게는 매일매일 안부인사를 드리는 것과 같답니다 :)
네이버 블로그도 물건이었지만(?) 알라딘 서재도 하나하나 정말 주옥같네요. 물흐르듯 맛깔스러운 한글을 오랜만에 접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ㅠ_ㅠ 그나저나 이 책 읽었던 책이에요! 오래전에 타부와 금기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읽었던 책 같은데 저는 매번 의리를 입에 담지만 정작 저는 맛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위선주의자에 가깝답니다. 패스트 푸드의 나라에 오니 그런 위선이 한층 더 돋보이는 느낌이라 숙연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4   좋아요 0 | URL
앗, 슈아님이군요 ! 타관 생활 견딜 만하십시깡? 저도 사실 의리 타령하지만 늘 혀의 욕망에 당합니다. 동물 윤리로 따지자면 닥, 소, 돼지도 먹으면 안 돼죠. 지금처럼 공장식 사육장에서 말입니다.
실천이 중요한데 이게... 이 동물성 단백지에 대한 유혹으 쉽게 버릴 수가 없네요.
두부를 많이 먹고 고기는 조금 먹으려고 해도.. 입맛이 초등 입맛이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젠가는 꼭 약속을 지킬 겁니다.

슈아 님 보니 또 고양이 생각이 나네요. 애쉬 안부를 묻습니다.

나탈야 2013-10-2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벙개, 스케쥴 체크 좀 하겠습니다.

10/24 (목)
10/28 (월)
10/30 (수)

괜찮으신 날 좀 골라주세요.

제 블로그에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스맛폰이 댓글 떳다고 알려주거등녀.
 

 

 

 

 

 

 

 

팀명과 토템 !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욕 해도 좋다. 어쩔 수 없다. 2013년 미국 월드시리즈 플레이 오프' 를 보다가 2013년 한국 플레이 오프 4차전 < 엘지 대 두산 > 경기를 보고 있노라니 유치원 어린이 야구 대회'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 브라질 대 영국 > 경기를 보고 나서 < 홍콩 대 베트남 > 경기를 연이어 보게 될 때 느끼게 되는 질적 저하'와 비슷하다. 멋진 다이빙 캐치'는 바라지도 않는다. 땅볼'조차 줍지 못해 허둥대는 꼴이나 상대팀에 대한 배려'따위는 애당초 없는 양아치 근성'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윤요섭이 2루에서 아웃 당했다고 해서 분풀이로 상대 선수 옷을 잡고 시비'를 걸 때는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의 입장으로써) 상대팀에게 미안했다. 학교에서 < 타격 > 은 배웠지만 < 인격'> 은 배우지 못한 탓이다. 윤요섭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타격이 아니라 인격이다.

 

선수만 탓할 일은 아니다. 김기태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은 차라리 안 하니만 못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다.  타자가 안타를 치고 주자가 되었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게 되는 번트 작전'을 보고 있으면 소심하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플레이 오프 4차전 < LG : 두산 > 경기'는 번트로 시작해서 번트로 망한 경기였다. 김기태 감독은 주자가 1루에 나가기만 하면 번트 작전을 지시했는데 상대팀에게 뻔히 읽히는 수'를 작전이라고 하니 민망할 뿐이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설령 번트 작전이 성공했다고 해도 반드시 점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번트 작전보다는 타자를 믿었어야 했다. 감독이 경기에 개입해서 작전을 남발하게 되면 그것은 학생 아마추어 야구이지 성인 프로 야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선수단을 타박해서 무엇하랴 !

 

그래도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으니 큰 위안'을 삼는다. 내가 보스톤 레드삭스 팬이 된 이유는 아기자기한 빨간 양말 토템 때문이었다. 빨간 양말을 본 순간에 나는, 아... 사랑에 빠져버렸다 !  원래 정식 명칭'은 < 보스턴 레드 스타킹즈 > 였는데 이름이 길다 보니 팬들이 부르기 쉽게 " 레드삭스 " 라고 해서 만들어졌다. " 양말 " 이라는 낱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번 월드 시리즈는 < 양말(들)의 전쟁 > 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빨간 양말 팀과 싸울 카디널스(Cardinals)는 주홍색이라는 뜻인데 토템이 주홍색 참새(홍관조) 다. 1899년, 구단주'였던 프랭크 로빈슨이 주홍색 양말을 선수들에게 신게 하자 야구 스포츠 기자'가 주홍 양말'에 빗대서 붙인 이름이 지금의 카디널스'다. 그러니깐 이번 싸움은 < 빨간 양말 대 주홍 양말 대전 > 이다. 

 

그런가 하면 하얀 양말 팀도 있다. < 시카고 화이트 삭스 > 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흰 스타킹'에서 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 도 양말 색깔 때문에 팀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파란색과 오렌지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무늬 양말이 호랑이 무늬'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신시내티 레즈 > 도 보스톤 레드 스타킹즈'와 같다. 양말 색깔에서 유래가 되었다. 정식 명칭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즈'였다.   보스톤이 스타킹에서 삭스'로 변경했다면, 신시내티'는 레즈 스타킹'에서 스타킹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레즈'라고 불렀다. 지금의 신시네티 레즈'다. 만약에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이름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 레드 스타킹스 대혈투 " 로 불리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팀도 양말 색깔과 관계가 깊다.

 

이 팀은 1883년 우스터 브라운 스타킹즈'가 그 모체이기 때문이다. 양말 색깔을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흰 양말은 시카고, 빨간 양말은 보스턴과 신시내티, 주홍 양말은 세인트루이스, 갈색 양말은 필라델피아, 끝으로 줄무늬 양말은 디트로이트'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팀명과 토템의 유례'를 보면 아기자기한 것이 많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지역 특성과 역사'에서 비롯된 토착형 이름이 많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팀명과 토템은 연고지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저 먹이사슬 최상위 토템을 경쟁적으로 정했을 뿐이다. 대구에는 사자가 살고, 광주에는 호랑이가 살며, 서울에는 곰과 하늘을 나는 비룡이 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창원에는 공룡이 있다고 우기기도 한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고 몇 가지 재미있는 팀명과 토템'만 소개하기로 하자. 메이저리그 팀명과 유례'를 알아두면 미국 도시 지리 생태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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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브루어스 ( Brewers ) 는 그 뜻이 " 양조업자들 " 이란 뜻이다. 밀워키가 양조업으로 번성한 도시'란 사실을 알 수 있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Padres ) 는 신부님'이란 뜻이다. 찾아보니 미국에 스페인 성당이 처음으로 세워진 곳이 바로 샌디에이고'라고 한다. ■ 반면 시애틀 메리너스 ( Mariners ) 는 " 선원들 " 이라는 뜻이니 시애틀이 항구 도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 그리고 템파 베이( Tampa Bay  rays ) 라는 이름 자체가 템파 만'이라는 이름이니 물과 관련이 깊은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토템 또한 물고기인 가오리 ( ray ) 이다. 원래는 템파 베이 데블레이스'였는데 최종적으로 템파 베이 레이스'로 확정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오리와 다이아몬드 그라운드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모두 마름모꼴'이다.

 

마름모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Diamondbacks ) 다. 애리조나주에 서식하는 방울뱀으로 등에 마름모꼴 무늬가 있는 독사 ( Diamondbacks rattlesnake ) 한다. 만약에 템파 베이 가오리 팀과 애리조나 방울뱀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되면 사람들은 " 다이아몬드( 마름모꼴 )  대전 " 이라고 부를 것이다.  자, 가오리가 등장했으니 청새치'가 토템으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플로리다 말린스 ( Marlins ) 에서 marlins'는 청새치'라는 뜻이다. 창단 당시 구단주였던 웨인 후이젠가'가 낚시광'으로 유명했다고 하니 그가 청새치'를 팀명과 토템으로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청새치'는 말 그대로 황홀한 입질의 대표적 물고기'가 아니었던가 ! 몸무게가 200kg이 넘어서 청새치를 잡으려다가 잘못하면 배가 뒤집어지기도 할 만큼 힘이 센 물고기'다.

 

헤밍웨이가 소설 < 노인과 바다 > 에서 묘사한 물고기도 청새치'다. 그는 말년에 이곳 플로리다 해안에서 청새치 낚시를 즐겼다. 낚시광'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는 물고기가 바로 청새치'이다. 이처럼 입질이 황홀하다 보니 청새치 낚시 대회가 인기리에 열리기도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쿠바의 카스트로'도 청새치 낚시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독특한 사연을 가진 구단도 있다. LA 다저스 ( Dadger ) 는 " 기피자 " 라는 뜻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서 무임승차하거나 남을 잘 속이는 부류를 뜻한다. 일설에 의하면 브루클린 시민들이 전차에 무임승차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 그리고 시카고 컵스'는 애송이 혹은 아기 곰 ( cub ) 이라는 뜻이다.  창단 당시 신인들로만 구성이 되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빗대어 부르다 보니 컵스'가 된 모양이다. 토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두산 베어스( 사나운 곰 ) 와 시카고 컵스 ( 아기 곰 )가 붙으면 두산이 5회 콜드 게임으로 이길 기세이지만,  두산 전력으로는 시카고 컵스 산하 2군 선수와 격돌해도 이기기는 힘들다. 시카고 컵스'가 창단 이후 1908년 우승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기는 하나 그래도 명색이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힘 있는 짐승만을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팀명이요 토템이다. 경상북도와 사자'는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 호랑이도 구경 못하는 판국에 머나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나 볼 수 있는 사자가 웬 말인가 ! 그래도 사자'는 봐줄 만하다. 청룡이니 비룡(와이번즈) 따위는 아예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서로운 짐승이다. 차라리 해태 타이거즈 대신 < 해태 갓김치 > 이라거나 롯데 자이언츠 대신 < 롯데 자갈치 > 라고 했다면 귀에 쏙쏙 들어왔을 것이다. 엘지 깍쟁이, 한화 핫바지, 삼성 머스마'도 좋은 작명이다. < 컵스 > 와 < 다저스 > 라는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이름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15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이 만들어 놓은 관용'이라 할 수 있다. 야구 경기만큼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홈런을 친 선수는 홈런 세레머니를 자제하고 빠르게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홈런을 친 선수에게는 기쁨이지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투수에게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수 차이가 큰 경기에서는 그 아무리 도루왕이라고 해도 이기고 있는 팀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다. 지고 있는 팀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어제 경기처럼 윤요섭 선수가 2루에서 아웃당했다고 해서 분풀이로 상대 선수 옷자락을 잡으며 싸울 기세로 시비를 거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짓이다. 하여튼 다음 시즌에는 엘지 트윈스와 에스케이 와이번즈'가 한국 시리즈'에서 격돌했으면 싶다. 둘 다 용'이 토템이니 < 용용죽겠지 대혈투 > 가 아니겠는가 ! ( 엘지의 전신이 바로 엠비씨 청룡'이고 에스케이 와이번즈에서 와이번즈( wyvern ) 가 비룡일 뜻하니 두 팀도 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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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0-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메이저리그 팀이름들의 유례가 이렇게나 흥미로웠다니요... 재밌는 사실 잘 알고 갑니다.
말씀하신대로 국내 리그 팀명 싹 갈아치워야 합니다.

LG 쌍둥이들 -> 서울 촌놈스
두산 곰돌이들 -> 눈감으면 코베일스
넥센 영웅들 -> 서울 뺀질이스
삼성 사자들 -> 대구 고담스
롯데 거인들 -> 롯데 과매기스
NC 공룡들 -> 창원 전어회스
해태 호랭이들 -> 해태 홍어스
SK 비룡들 -> SK 차이나타운스
한화 독수리들 -> 한화 꼴찌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1 19:40   좋아요 0 | URL
팀명만 제대로 알아도 미국 어느 정도 지리학에 정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플로리다 말린스 같은 경우 청새치가 토템이니 항구 도시라거나...
양키즈가 뜻이 북부 사람이라는 것이니 뉴욕이 남부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라 북부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
그리고 애리조나와 방울뱀이 연결되니 사막과 연결이 되고, 그러니 남부 도시라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잖아요.
요거 외울 필요 있습니다.


해태 홍어 좋군요 ! 한화는 솜바지가 제격임...
에스케이 월미도는 어떤가요 ! 좀 이런 지역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급조한 감이 있어요...
그냥 무조건 힘있는 짐승만 갖다 쓰고 말이죠..

rtour 2013-10-2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아 있구랴. 술 많이 자셨습니까? 그참, 페루에 님도..걍 네이버 블로그도 사용하시죠?
귀차나..귀차니즘의 대가인 내가 여기까지 출몰하게 하다니, 그 파워도 대단하지만, 그만
귀찮고 싶다!!!! 이왕 올리는 거, 여기저기..얼마나 좋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2 16:14   좋아요 0 | URL
음.... 제가 혹시 또 난동을 부렸나요 ? -_-
기억이 안 나서.... 음, 찾아봐야겠군요.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인데 바로 돌아가면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기회봐서컴백하도록 하겠습니다.

귀찮으셔도 당분간 자주 오시기 바라요...

2013-10-22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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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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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3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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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0-2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까짓 비아냥 머 어떻습니까. 껄껄껄...
물론 저도 비아냥 거릴테지만... 어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네이버가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박진감 넘치자나요?
페루애님에겐 박진감이 어울립니다.

어서 돌아오세요. 껄껄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5   좋아요 0 | URL
나타야 님의 공격이 제일 두려워요. 또 지랄을 할 것이기 때무네...
한 지랄 하시잔하요... ㅎㅎㅎㅎㅎㅎㅎ
하긴 여긴 박진감이 없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2013-10-2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주 정도 있으면 페루애 게임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컴백 않으시면 보쌈해다가 눌러 앉히겠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6   좋아요 0 | URL
아니 왜 페루애 게임을 끝내십니까. 하긴 이젠 포스터 공급력도 많이 딸리실 겁니다...ㅎㅎㅎㅎㅎㅎ
누가 보쌈 해서 삼시 세 끼 먹여주고 쟤워주고 했으면 좋겠네요..ㅎㅎ

새벽 2013-10-23 17: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실 포스터는 많고 많은데.. 매일같이 포스팅 하고 체크하고 하는 게 점점 힘드네요.
그냥 포토로그에 미니멀/대체 포스터 콜렉션 포스팅 몇 번 쫘악 하고 다시 옛날처럼 사나흘에 한 번 씩 리뷰나 하고 낙서나 하고.. 그러렵니다. :)

슈아 2013-10-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밀워키에 있을 때 나들이의 80%가 맥주 또는 야구와 관련되어 있었던어요.
밀워키 맥주 맛은 정말 최고입니다. 지금은 많이 쇠락한 사업이지만 몇 개의 맥주 Brewery가 남아 있는데 찾아가면 그 날의 신선한 맥주를 바로 맛볼 수 있지요. 세인트루이스와 플레이오프 경기땐 미시간 호숫가의 US뱅크 빌딩이 GO BREWERS라고 창문의 불빛을 새기고 있었고요. 대도시도 시골도 아닌 저물어가는 도시의 몇 안되는 행사 하나하나가 처절한 축제 같아서 마음껏 즐겼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군요. 밀워키 맥주 야조장이라.... 아시겠지만
한국 맥주 오즘 맛 나잖아요. 개놈의 새끼들.... ㅎㅎㅎ
그나마 밀러 생맥주 맛이 좋아서 밀러 생맥주 자주 찾고는 했어요.
맥주는 정말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500생맥주 마시느니 차라리 소주 마시는 게 백 번 낫죠....
을지로에도 오비맥주 직통으로 공수해서 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 맥주도 무척 맛있어요.
이놈들이 맛을 못내는 건 아니에요.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데
워낙 주류가 독과점이다보니 굳이 비용을 더 들여서 맛을 낼 생각을 안하는 거죠..
경쟁자들이 엄잖아요.. ㅎㅎ
 
의자의 재발견 - 삶의 풍경을 만드는 의자 디자인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세미콜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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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빠뜨려 !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우에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16조

 

 

 

시골 노총각을 결혼시키기 위한 글로벌 웨딩 프로젝트 영화인 < 나의 결혼 원정기 > 에서 노총각들은 맞선을 보기 위해서 머나먼 우즈벡'까지 원정을 떠난다. < 반지 > 원정대가 아니라 < 반려 > 원정대'다. 이들의 목적은 여자'를 다 자빠뜨리는 것이다. 아,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우즈벡 말로 " 내일 또 만나요 ! " 가 바로 " 다자빠뜨러 ! " 라고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 해서든, 다음에 또 만나야 기회가 올 것이 아닌가 말이다. 자빠뜨리기 위해서는 " 다자빠뜨러 " 해야 하고, " 다자빠뜨러 " 해서 결국 짝이 될 상대를 침대에서 자빠뜨려야 한다.  수컷이란, 그런.... 존재다 ! 맞선 본 여성과 " 다자빠뜨러 " 하지 않는다면, < 반려 > 는커녕 < 승려 > 가 될 판'이다.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행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 영화 < 방가? 방가 ! > 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의자 공장 공장장인 최 반장'이 의자 공장 작업장 직원에게 의자의 품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디자인 ? 편리함?! 견고함 ?!!!  정답은 " 자빠지지 않으려는 불굴의 투지 " 이다. 전봇대는 넘어져도 의자는 넘어지면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의자가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그러므로  " 다 자빠뜨려 ! " 의 반대말은 " 의자 " 다. 7인조 여성 떼거지 율동단'이었던 티이라가 < 의지 > 때문에 팀이 자빠진 경우라면 가구 디자이너'는 자빠지지 않는 < 의자 >를 만드는데 의지'를 불태운다.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다리 세 개'인 의자'보다는 다리 네 개인 의자가 안전하고, 다리 네 개보다는 다리가 다섯 개인 의자가 보다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다리 개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보통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가 대중적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하게 의자의 균형 감각만을 놓고 봤을 때는 다리가 네 개인 의자보다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가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왜냐하면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의자 다리가 세 개'인 의자는 다리 길이가 모두 제각각이어도 균형을 잡을 수가 있다. 그리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다리가 세 개'인 의자가 안정적이다. 이처럼 제각각 다른 다리 세 개로 이루어진 의자'는 < 다르다 > 와 < 틀리다 > 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각기 다른 다리 세 개'가 서로 어우러져 균형을 이루는 현상은 평등과 다양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예'이다. 반면 의자 다리가 네 개인 형태는 다리 네 개의 길이가 똑같을 때에만 안정적이다.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다 자빠진다.

 

내가 보기에는 자비로운 신은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성정이 곱지 못한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전자는 다르다와 다양성'에 방점을 찍고, 후자는 틀리다와 획일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들은 < 틀리다 > 는 이유로 동일한 길이를 요구하며 다리 길이를 자르거나 덧댄다. 그래야지만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승질머리'는 동일한 기준에서 미달되는 것을 싸잡아서 차별한다. 평균에서 어긋나는 놈은 키 작은 루저가 되거나 혐오스러운 동성애자 그리고 된장녀와 김여사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자의 생태학은 인간에게 매우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의자 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생각하지면 주위를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다리를 가진 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널리 사용되지만 태초에 의자는 다리가 없는 그루터기'였다.

판톤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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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루터기 모형은 건축가 베르너 펜톤에 의해 다리가 없는 팬톤 의자'로 디자인되었는데 " 좌석 부분과 등판, 다리의 구분이 없이 한 몸으로 된 의자 ( 의자의 재발견, 51 ) " 였다. 그런가 하면 다리가 하나인 의자도 있다. 그 유명한 튤립 의자'이다.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 했는데 와인 잔을 닮아서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다리가 두 개인 의자도 있다. 마르셀 브로이어가 만든 B32'는 다리가 두 개로 카페에서 흔히 보게 되는 토넷 의자만큼이나 대중적인 의자'이다. 이런 식으로 다리가 셋, 넷, 다섯'인 의자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의자는 다리가 아예 없다고 해서 앉은뱅이'라는 놀리지 않고, 하나'라고 해서 절뚝이라고 조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리 개수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튤립 의자 + B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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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의자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인간은 의자를 만들었지만 의자는 인간에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의자를 보면 인간의 삐딱한 성정'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 의자 > 와 < 자리 > 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자리(지위)가 높을수록 의자'는 화려하다. 포장마차에서 흔히 보는 스툴60 스타일 의자는 주로 서민이 앉는 의자'이다. 등받이도 없고 팔걸이도 없다. 반면 지위가 높은 양반은 등판과 팔걸이'를 갖춘 고급 회전 의자'에 앉는다. 360 도 회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돌아가는 판옵티콘이라 할 만하다. 루이비통이 여성의 계급을 말해주는 징표라면 팔걸이가 달린 회전 의자'는 남성의 명함을 나타낸다. 자리가 낮은 계급에게는 팔걸이'가 부착된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법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초중고 학교 교실 의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학생에게는 팔걸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5월이 되면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뻥이다.

등판과 팔걸이가 없는 스툴60 + 팔걸이가 없는 톨렛 의자 + 회전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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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팔걸이에 팔을 걸치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꼴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안락한 의자'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이처럼 팔걸이'가 있는 의자는 권력지향적 이미지'가 강하다. 고흐는 해바라기 정물 이외'에도 다양한 정물을 그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의자'다. 고흐는 < 고흐의 의자 / 1888 > 와 < 고갱의 의자 / 1888 > 이라는 그림을 남겼는데 수평적 인간 관계를 중요시했던 고흐의 의자'는 등판만 있는 수수한 의자였던 반면에 수직적이며 권위적이었던 고갱의 의자는 팔걸이가 달린 의자였다. 이처럼 의자는 은연 중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드러낸다.

바르셀로나 의자 + 라운지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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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메리칸 사이코 > 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바르셀로나 의자( 1926 ) 를 소품으로 사용한다. X 모양의 크롬 도금된 틀 위에 가죽 시트와 등받이가 놓인 바로셀로나 의자'는 섬뜩한 살인자의 차가운 취향과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명품 의자 논란이 일었던 < 라운지 체어 / 1956 > 는 의자왕 임스 부부가 친구인 빌리 와일더 감독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의자'였다. 임스 부부가 살아 있어서 동방예의지국에서 자신이 만든 의자'를 두고 피 터지게 싸우는 꼴을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 의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

고흐의 의자 + 고갱의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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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의자  + 고갱의 의자  ▼

 

 

고흐의 의자 / 1888

 

 

 

 

 

고갱의 의자 /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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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툴,소파,의자 한결같이 책상다리를 하기때문에 너무 인체공학적인 의자는 저와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그루터기가 딱 제 취향입니다.
나의 계급은 몸이 먼저 말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22:28   좋아요 0 | URL
이 글은 나름 심혈을 기울였으니 별 반응이 없네요... ㅎㅎㅎㅎ. ( 이미지 첨부 하고 이런 거 귀찮아서 거의 안 하는데 이번엔 사진 자료 찾아서 첨부했습니다. )

전 카페 주인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나 안 썼나를 볼 때 의자'를 봅니다.
카페에 잘 어울리는 찻잔에 신경을 많이 쓰는 주인은 보았지만
의자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의자 아는 만큼 보입니다.
굉장히 재미있어요.....

애정샌 2014-09-0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일 년후 추석 전날에 읽다니 감회가 새롭고 또 생각해주신 정성 때문에 늦게 읽어 죄송합니다.오래전 만나서 애기를 나누었을때 의자에 관해 눈을 빛내시던 페루애님이 기억납니다. ㅎ
무튼,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네요. 제 엉덩이 사이즈에 꼭 맞는 의자만 찾다보면 제 엉덩이 크기는 금방 불어버릴 것 같아요. 몸이란 편하고 안락할수록 제 형태를 잃지 않나 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10:23   좋아요 0 | URL
아, 누군지 알겠다. 니트 님이셨군요. 잘지내셨습니까 ? 보고 싶은 얼굴이군요.
이 책 읽어보셨나요. 다음에 만나면 이 책 읽어보라, 드리겠습니다.
사실... 그닥 내용이 알찬 책은 아닙니다만.. ㅎㅎ
잘 지내십시요.
 
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치나스키, 놀이하는 인간.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이 있어 !

 

 

- 우체국, 中

 

 

입대하기 전'까지 공사판에서 막일'을 했었다. 입대 날짜'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림잡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돌았다. 당시 내 꿈은 집에 근사한 홈시어터'를 장만하는 것이었다. 성능 좋은 진공관 앰프와 빔프로젝트'를 장만하여 거실 쇼파에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꿈이었다. 영화가 끝나면 어두컴컴한 거실 쇼파에 앉아서 영화가 남기고 간 진동을 느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깨작깨작 일 할 수는 없었다. 공사판에서 열흘 일하면 편의점에서 한 달 동안 일한 품삯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사판에서 막일'을 했다. 기술이 없으니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목수 시다바리를 했고, 미장공 시다바리를 했다. 첫째 날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둘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고, 셋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공사장 십장은 갓 스물이 넘은 나에게 노가다라는 것이 처음에 힘이 들지 일주일만 버티면 막일도 할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입곱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마찬가지였고 여덟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리고 막일을 한 지 일백 서른 다섯 번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봄이 오자 꽃은 피었지만 내 등골에는 소금 꽃이 피었다. 시멘트 400포를 혼자서 옮겼을 때에는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에는 저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나이면 또래 여자아이와 뒹굴며 신나게 신음소리를 토해내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삭신이 쑤셔서 뒷방 늙은이처럼 신음소리나 내고 있다니, 하지만 거실에 꾸며질 작지만 화려한 극장을 생각하며 참았다. 일이 힘들다 보니 참을 먹는 시간에 틈틈이 술을 마셨다. 몸이 힘들면 술의 힘을 빌려서 벽돌을 옮겨야 했다.

 

공사판에서 일하면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은 씻을 수 있는 곳과 똥 쌀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공구리를 치지 않은 나무 거푸집 위에다 똥을 쌌다. 그러므로 남양주 레미안 105동 11층과 12층 사이에 내가 싼 똥이 남아 있으리라.  그렇게 공사판을 전전하던 끝에 나는 드디어 7월 15일에 훈련소 입소를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출력 좋은 스피커와 성능 좋은 앰프 그리고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캐논 빔 프로젝트'를 장만했다. 입대 전 공사판에서 피똥 쌌던 생각을 하니, 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내가 홈시어터를 만들고 나서 처음 본 영화가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였다.  써라운드 입체 음향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만큼 좋은 영화도 없다.  화질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지만 사운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고 감상하니 총 소리가 내 뒤통수에서 들렸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는 귓구멍에 이어폰을 꽂고 영화를 봐야만 했다.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지랄을 한 탓이다. 시부랄, 이 좋은 스피커와 앰프를 두고 귓구멍에 이어폰이나 꽂고 영화를 감상해야 하다니. 개새끼들....  문득 슬픈 농담 하나가 생각났다. 가난한 사내가 큰 맘 먹고 최신식 티븨'를 장만했단다. 다기능 멀티 플레이어'여서 스마트한 티븨였다. 이 티븨'는 어린이 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거리 감지 센서가 부착되어서 시청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 오면 전원이 자동적으로 꺼지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술에 만취한 남편이 새벽에 들어와서 겁도 없이 아내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려다가 심기가 불편한 아내가 냅다 손을 내려치는 풍경과 비슷했다. 접근 금지'였다 !

 

사내는 이 기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외제차에나 있을 법한 거리 감지 센서'가 티븨에 내장되어 있다니 ! 그는 침대에 누워 이 똘똘한 티븨로 드라마를 볼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한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사내는 아무리 전원을 눌러도 티븨가 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티븨와 침대 간 거리는 스마트한 기기'가 보기에는 시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좁아터진 공간이었다. 사내는 포근하고 말랑말랑한 침대를 벗어나서 바닥에 냉기가 도는 딱딱한 방문 앞에 정자세를 하고 앉아서 티븨를 봤다고 한다. 허리가 뻐근해서 눕기라도 하면 성정이 곱지 못한 티븨'는 삐쳐서 핏 ! 소리를 하며 꺼지기 일쑤였다고. 사내는 멋진 스마트 티븨'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 개새끼, 좁아터진 단칸방에서 산다고 바보상자마저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구나 ! "

 

며칠 후, 사내는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 본선 경기를 시청했다. 방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말이다. 박지성이 골을 몰고 상대 팀 골대를 향해 달렸다. 너무 흥분한 친구들은 벌떡 일어나며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불길한 예감, 그렇다. 스마트 티븨'는 가까이 오지 말라며 핏 ! 소리를 내며 꺼졌다.  그 후, 친구들은 똑똑하지만 싸가지 없는 티븨 눈치를 봐야겠다. 소근소근 말했다.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이겨도 친구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스마트 티븨는 성격이 꽤나 지랄같으니깐....   곰곰 생각하니, 내가 영락없이 그 꼴이었다. 홈시어터는 근사했지만 집구석은 후졌던 까닭이다. 이웃집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도 들리는 판국에 출력 300짜리 스피커를 장만할 생각을 했다니, 어리석은 일이었다. 3평짜리 방에서 시력 저하 방지 기능을 갖춘 티븨'를 장만하는 꼴이었다.

 

아마도 그 스마트한 티븨'는 속으로 이런 말을 했으리라. " 코딱지만한 집구석에서 나처럼 우아한 티븨를 장만하다니, 웃겨. 아.. 우껴 " 찰스 부코스키의 < 팩토텀 > 을 읽다가 훈련소에 입소할 때까지 공사판에서 허드레 막일꾼으로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팩토텀( factotum : 잡역부, 막일꾼 )이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노동과 땀에 대한 숭고함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는 힘들어서 피똥 싼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몸이 고생해야 큰 깨달음을 얻는다는 꼰대들의 메시지'는 뻥이었다. 몸이 고생하면 그냥 병든다. 고생은 사서 할 필요가 없다. 낚시로 잡힌 갈치는 금갈치'라고 불리며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그물에 갇혀서 몸이 찢기고 멍든 갈치는 먹갈치'라고 불리며 싸게 팔린다. 병든 놈은 싸게 팔린다.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진실'이다.

 

찰스 부코스키 소설은 반-노동소설'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해내는 노동의 신화'를 거부한다. 치나스키는 그저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게 꿈이다.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섹스 하는 것이 최고'다. " 좆이 서질 않는다 ! "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잰 척하는 먹물과 우아한 척하는 속물 문단과 주류 사회에 대한 주객(酒客)의 펄프픽션, 혹은 퍽유-픽션'처럼 읽힌다. 저잣거리와 뒷방 입말'은 캐릭터에 생생한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의 문장에는 후까시'가 없다.  헛과시'가 없다는 말이다. < 우체국 > 에서는 항상 똥구멍'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 펙토텀 > 에서는 자지'라는 단어가 검열 없이 자주 등장하지만 찰스 부코스키 소설은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만약에 당신이 이 소설을 읽고 외설이라고 격분한다면 당신은 인생을 너무 우아하게 산 사람이다. 콜린 윌슨이 < 아웃사이더 > 를 쓰기 전에 부코스키 소설을 읽었다면,

 

그는 부코스키 소설을 전형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정의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그대로 소설 속 주인공 치나스키에게도 적용된다.  " 나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이룩해야만 할 사명도 없으며, 반드시 전달하지 않으면 안될 감정도 없다. 나는 가진 것도 없으며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있다. "   치나스키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사명도 없다. 그리고 가진 것도 없고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지만 그는 멋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앰프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욕망한다. 비록 1.5평짜리 좁은 방에서 뒹굴지만 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거리 감지 센서가 부착된 스마트한 티븨'를 원한다. 게으른 놈이어서 지나치게 뻔뻔한 욕망인가 ? 얼리버드'였던 이명박 각하는 너무 부지런하셔서 오히려 더욱 뻔뻔하지 않았던가 ?

 

이 세상 모든 욕망은 뻔뻔하다. 뻔뻔하지 않은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10분마다 여자와 섹스하는 생각한다는 수치가 있으니 치나스키는 뻔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사르트르의 < 구토 > 에 나오는 로깡탱'처럼 24시간 내내 실존과 존재에 대한 상념에 사로잡힌 인간은 없다. 사르트르는 고뇌하는 지식인 흉내를 내며 으스대고 거들먹거렸지만 그 또한 10분마다 여자와 하는 상상을 하며 아랫도리를 뜨겁게 달구었을 것이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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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10-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대한 서설(?)입니다요..ㅎㅎ
전 아파트 공사장에서 시멘트 200포대 날랐는데, 그날 완전 뻗었다는..ㅎ 아~ 엔날 생각 난다는..ㅎ
그나저나 이 소설을 꼭 보겠어요~ 제꿈도 역시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21   좋아요 0 | URL
전 400포 날랐습니다. 정말 죽을 거 같았어요.토하고 싶었다니까요...ㅎㅎㅎㅎ
근데 진짜 이거 한두 달 하니깐 그렇게 죽을 거 같진 않더라고요.
편한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오전에 일하다가 오후에 비가 쏟아져서
하루 일당 받고 집에 올 때는 얼마나 좋던지....

2013-10-18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9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10-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희망 + 뻔뻔 = 욕망
욕망 + 뻔뻔 = 욕심
욕심 + 뻔뻔 = 옹심
옹심 + 뻔뻔 = 노망
수위조절 잘 하셔야 합니다요.
시골서 갓내려오셔서 특별한 기술없었으므로
아버지가 지어 올린 아파트가 한두 채가 아닙니다.
술 만큼은 뻔뻔뻔뻔뻔뻔....하셨는데
다행히 망령나시기 전에 호흡으로 수위조절하셨습니다.
관 부여잡은 우리들만 뻔뻔한 년놈이 되었습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22:38   좋아요 0 | URL
오, 옹심이 뭔가하고 찾아봤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거 뭐냐 옹심이라고 해서 팥죽에 넣는 것을 옹심이'라고 하더라고요.
별미라서 자주 먹던데 제 입맛이는 별로....

하여튼 이런 공식을 만드는데는 히히 님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옹심과 뻔이 만나면 노망이라...
후훗.. 항상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편린 2013-10-20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팩토텀 하니 어느 공장이었던가 (공장이 하도 많이 나오니 기억이..) 사장 아내랑 섹스를 하는데
그 여자 팬티에 똥이 묻어있었다는 장면이 기억이 나네요.

날이 쌀쌀해집니다. 늘 몸조심하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1 11:43   좋아요 0 | URL
그 표현 강렬했죠... 생각나는군요...사실 소설이 굉장히 군더더기 엇이 깔끔하잖아요.
지리멸렬하게 묘사에 치중하는 것도 아니고...
소설가가 묘사에 집중한다고 해서 독자도 그 묘사를 보고 생생하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빠르게 읽어나가니까요. 그런 묘사가 많을 수록 짜증이 나는데
치나스키'는 시를 써서 그런가, 간략한 서술이지만 핵심을 찌르는 실력을 갖춘 이'입니다.
 

나쁜 피 : 혈액형은 당신에게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제일 흔한 질문이 혈액형을 묻는 것인데, 이 심리에는 대화의 과정을 생략하고 상대방을 빨리빨리 알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만남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 성격이나 생각을 차근차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반면 혈액형은 내 궁합과 맞는 사람을 가장 신속하게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편리하다. 빨리빨리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벼락치기'는 이처럼 사람을 사귀는 영역에도 침투한다. 나이를 묻는 것은 어떤가 ?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은 애매모호한 관계 설정을 종식시키는 데 좋다. 이러한 나이 위세는 싸울 때도 드러난다. " 너 몇 살 처먹었어 ? " 직위 서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상무는 회사와 사회'를 혼동한다. 회사'를 뒤집으면 사회'가 되니 연장선상인 줄 착각한 것이다. 도상학적으로 말하자면 에티켓은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고자 하는 심리이고, 서열은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는 심리이다. 벼락 시스템은 수직적 관계일 때 제대로 작동된다.  한국 사회는 벼락'이 지배하는 사회다. 혈액형을 묻는 게 왜 잘못이지, 나이를 물어보는 게 왜 예의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거 아닌가, 학번을 묻는 게 왜 폭력이 되지 ? 정말 그 사실을 모른다면 당신은 천박한 사람이다.

 

- 벼락 사회 : 과정을 생략하면 과장이 된다, 中

 

 


 

 

 

 

 

 

혈액형 성격 테스트'가 < 구라 > 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혈액형 성격 테스트'는 < 히틀러의 인종 우생학' > 이 그 출발점이었다. 위 혈액형 분포 도표에서 나타나듯이 유럽인은 대부분 혈액형이 O형과 A형이다. 비율로 따지면 80%가 넘는다. 스위스 같은 경우는 90%에 육박한다. 반면 유대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B형의 분포가 상대적으로 높다. 더군다나 러시아 또한 B형 비율이 높으니 쥐새끼 같은 히틀러가 이 사실을 놓칠 리가 없다. 그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일 아리아 혈통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혈액형을 이용했다. 히틀러식 우생학은 B형 피'는 나쁜 피'라는 결론을 내렸다. B형은 범죄자가 많고, 머리가 나쁘고, 성격이 사납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유럽인은 O형과 A형의 전체 혈액형의 80~ 90%를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와 유대인 그리고 러시아'는 B형과 AB형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히틀러 식 우생학 논리가 맞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종은 페루의 인디언이다. 이들은 O형이 100%다. 만약에 당신이 B형 남자들은 괴팍해,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치들이 즐겨 사용했던 상투어'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카페에서 비싼 커피 마시면서 상대방에게 혈액형을 묻는 실례를 범하지는 말자.  타인의 피'는 당신에게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혈액형 성격'은 100% 엉터리'다. 그런데 사실 심리 테스트나 혈액형 테스트 결과를 보면 A형인 사람은 A형처럼 보이고, B형은 B형처럼 보인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포러효과/the Forer effect 라고 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성격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다음 글을 읽고 예문이 자신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면 예금주 곰곰생각하는발, 제일은행 계좌 02-192834-19 으로 돈을 입급하라. 복채 한 번 받아보자 !

 

 

" 당신은 타인이 당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존경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만, 아직 당신은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결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이 아직 그것을 강점으로 이용하지 않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겉으로보기엔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자기 억제도 되어 있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한 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올바른 결단을 한 것인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로 굴레로 둘러 싸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종종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딱 내 이야기인가 ? 너무 " 흥미쥔쥔 " 해서 오줌을 지렸나 ? 잠자리에서만 쏟아내야 하는 신음소리 < 아 > 를, 이 글을 읽으면서, 순두부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막국수처럼 막 쏟아내는 것은 아닌가 ?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 겉으로는 강한 척합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은 상처받기 쉬운 성격입니다. "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이명박, 진중권, 변희재, 낸시랭,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에게 물어보라.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열쇠는 < A but B > 의 문장에 있다. < 척하기 > 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다. " 겉으로는 강한 척 ~ " 이라는 문장은 " 식탁 위에 놓인 사과는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 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뻔한 소리'라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은 < 척하기 > 의 명수다.

 

이 명제를 A 라고 하자. 달랑 A 하나만 말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대뜸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 내가 시부랄... 이명박인가 ! " 화가 난 당신은 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명심해야 될 것은 점을 보는 행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테스트'는 힐링'이 목적이다. 나쁜 것 하나를 말하면 좋은 것 하나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 ... 합니다만, 당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은 상처받기 쉬운 성격입니다. " 이 문장은 결국 강한 척하지만 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알고 보면 좋은 놈'이라는 덕담이다. 여기서 무너진다. " 내 얘기 맞습니더 ! 흑흑흑.... " 알고 보면 좋은 놈'이라는 위악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좋다. 위의 예문을 보라.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은 < 합니다만... > 이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명제'를 모두 다 제시하는 것이다.

 

남들로부터 사랑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성격에 약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 60억 인구 중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이명박 밖에 없다. 그리고 숨겨진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으랴 ?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될 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 없다. 그런 사람은 각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위의 예문은 당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바로 < 포러 효과 > 이다. 이러한 심리를 잘 파악하면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사기 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가 이 포러 효과를 실험한 예를 들겠다. 속초에 있을 때 동우대학 여대생과 술을 마신 적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동우대 학생이라는 점과 집이 서울이라는 점이 전부였다. 나는 우선 귓구멍에서 안테나를 뽑았다. 삐용삐용 ! 일단 양 미간에 힘을 주어 川 를 만든 후 말을 했다.  

 

1. 당신은 부모 속을 태웠어.....

2.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상처 받기 쉬워.....

3. 노학동에 거주하며.....

4. 100미터 앞 사거리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어. 약간 기울어진 전봇대 옆에 말이야.....

5.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은 붕 떠 있지.

 

" 붕 떠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이죠 ? " 여자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얼렁뚱땅 제시한 통밥'이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다. 양 미간에 새겨진 川자를 풀어 이마에 三를 만든 후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당신이 사는 곳이 2층 이상이라는 거야. " 내 말을 들은 여자는 복채라도 내놓을 기세였다. 다 맞다는 것이다. 어떻게 아셨죠, 라는 질문을 열 번 넘게 들었다. 답은 쉽다. 서울 사는 아가씨가 강원도 첩첩산중'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의외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① 우선 지지리도 공부를 못했을 것이고, ② < 시바 > 와 < 조낸 > 이 맛깔스럽게 나오는 걸 보니 어디서 좀 놀았을 것이고, ③ 하숙 하면 학교 근처이니 노학동에 살 것이며, ④ 이곳 하숙 형태는 대부분 일반 가정 주택'을 개조해서 1층은 주인이 살고 윗층은 하숙'을 들이는 구조였으니, 적어도 단층 주거 형태는 아니란 결론. ⑤ 그리고 집 앞에 구멍가게'가 없는 곳이 어디에 있는가 ! 

 

기울어진 전봇대'는 답부터 말하자면 전봇대는 기울어질 확률보다 기울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상대방은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어느 누구도 평소에 전봇대가 기울어졌나 안 기울어졌나를 관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했던 말을 반복하자면 60억 인구 중에 전봇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인간은 이명박 밖에 없다.  내가 그냥 구멍가게'가 있다, 라고 말했다면 피식 웃었을 것이다. 구멍가게 없는 마을이 어디 있나. 하지만 디테일을 살려서 얘기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기본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위에 제시한 예문을 곁들이면 점성술사가 되고, 점쟁이가 되며, 멘토가 되고, 힐링이 되며, 영혼이 맑은 자이며 미래를 보는 자가 된다. " 당신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규제를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죠 ? "

 

만약에 당신이 피 따위로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말겠다. 당신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이해하는 과정이 지난하니깐 혈액형 따위로 만난 지 10분 안에 상대방의 성격 따위를 원나잇스탠드(벼락치기)를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생각보다 멍청한 존재'다. 다 고만고만한 멍청이들이 있을 뿐이다. 나 또한 멍청하다. 부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 형은 희대의 사기꾼이나 사이비 종교 교주를 하면 대성할 타입이야 ! "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으련다. 나는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알고 보면 상처 받기 쉬운 존재'다.

 

 

 

+ 내 취향은......

 

어젯밤, 이국적인 꿈'을 꾸었다. 외국 여자가 내게 다가와서 다급하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마피아의 보석을 훔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피아'로부터 쫒기고 있어서 도피 자금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훔친 보석을 보여주며 1/10 가격으로 흥정을 했다. 꿈속에서 나는 그녀가 제시한 돈을 주고 보석을 샀다. 여기서 페이드 아웃 ! 다음 장면은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마피아'에게 쫓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문을 부숴버릴 듯이 두드렸다. 저 문이 열리면 덩치 큰 마피아들이 내 주머니를 뒤지리라. 그리고 내 몸에서 보석이 발견되면 뒈지리라 !   나는 콘돔에 바람을 불어서 그 속에 보석을 넣은 후 삼켰다. 다시 페이드 아웃 ! 나는 화장실에 가서 똥을 쌌다. 퐁 ! 소리가 나더니 바람을 넣은 콘돔이 빠져나왔다. 흐르는 물에 씻었다. 포도를 씻듯이. 꿈이란 것이 엉망진창이어서 다음 장면은 죽을 고비를 하고 가져온 보석을 친구에게 자랑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친구가 보더니 한 마디 했다. " 야, 빙딱아 ! 이건 보석이 아니라 큐빅'이잖아 ! 등신아, 큐빅 100개 박힌 머리핀, 시장에 가면 1000원에 판다 ! " 원통했다. 큐빅이었다니.......  눈을 떴다. 꿈이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순문학보다는 펄프픽션 쪽인 것 같다. 꿈에서 비록 썅년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꽤나 흥미진진한 모험이었다. 다음에는 큐빅과 보석을 혼동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겠다. 콘돔에 보석을 넣고 삼키는 아이디어는 나름 훌륭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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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0-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의 시나리오는 어쩐지 레오까락스의 '나쁜피'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네요. ㅋㅋㅋ

저는 혈액형 이론 좋아해요. 웃김ㅋㅋㅋ 외국친구들한테도 널리널리 전파. 주로 같이 비웃는 용도로.

혈액형으로 남의 성격 파악하는 건 안되지만, 내가 무슨 혈액형일것 같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에서 이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오더라구요. 여러모로 재미있는 혈액형이론입니다. 그 자체보다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재미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06   좋아요 0 | URL
꿈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 저번에는 에일리언이 나오더군요. 꿈에서 시고니 위버도 보았습니다.
트랜스포머도 나오고 그래요...ㅎㅎ

맞습니다. 혈액형이 뭐냐고 물었을 때 오히려 내 혈액형이 뭔거 같튼데 라고 되물으면 그 사람이 말한 혈액형이 곧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안 좋게 보면 ab형으로 볼 것이고 좋게 보면
뭐 오형.. 이런 식....ㅎㅎㅎㅎㅎㅎ. 앞으로는 혈액형 물어오면 성질내지 말고 되물어야 될 것 가타요..

마립간 2013-10-1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ABO, Rh가 대중적이지만 MN 혈액형과 같은 다른 종류의 혈액형이 많습니다. 이것을 이용하여 (확률적으로) 친부모/자녀의 관계를 밝혀주죠. 그러므로 혈액형은 개인에게 혈연의 근원近遠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집단에서는 혈액형의 분포를 통해 집단을 (우열관계가 없는, 제 용어로 바꾸면 수평적) 특정 지울수 있습니다. 예를 어느 국가/민족인지 알 수 없는 학교의 학생 혈액형을 조사하고 그 분포가 페루와 같다면 그 학교의 학생은 (확률적으로) 페루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학 연구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11   좋아요 0 | URL
흠흠... 그렇군요.
제목을 저리 정한 것은 과장이 팔 할이죠. 제가 좀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말입니다..ㅋㅋㅋㅋㅋ
하여튼 심심풀이 땅콩으로 하는 에이비오형식 혈액형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 사람들이 거의 다 비 형'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전 비 형이 아니거ㅡㄴ요.
그런데 그냥 비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럴 줄 알았다면서 줄줄이 그 예를 들더라고요...ㅎㅎㅎㅎㅎ
재미있습니다.


마립간 2013-10-19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악의 없는 과장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ABO 혈액형과 성격의 속설?은 논리적/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댓글은 반론이라기보다 첨언에 해당하죠.

제 혈액형은 *인데, 남들은 #형인 줄 알죠. 제가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해 봐도 #형으로 나옵니다. (저는 *형으로 바넘효과가 작요하지 않나봐요.) *형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럴 리理가 없는데...' ; 그럴 리가 뭘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0:23   좋아요 0 | URL
일반적인 통념에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그러면 보통 b형이냐고 묻더라고요...
아마 마립간 님도 사람들이 b형이냐고 묻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히히 2013-10-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격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입니다.
후천적의 시작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로 보구요.
태아는 3개월쯤부터 성호르몬이 활동하는데
이때 산모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여
여성성을 가진 남아가 태어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삼천포로 빠졌는데... 그니까, 뱃속환경을 후천적으로 본다구요.
예전에 직장에서 혈액형을 신봉하는 부장에게
피도 안마른 신참내기가 곰...발님처럼 의견을 내었다가
승천은 포기하고 상사가 딴 곳으로 발령받기를 기다린 적은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20   좋아요 0 | URL
타고나기 보다는 환경적 요소죠. 성적은 거의 대부분 환경과 타고난 체력이 반반이라고 봐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환경이면 긍정적 사고를 많이 가지고..
그 역은 그 역으로 ㅏ타나고..
그러니깐 피 따위로 성격 짓는 따위는 정말 하지 말았으면 해요.
굉장히 짜증나요...

전 이상하게 짜증나더라고요

yamoo 2013-10-1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별 혈액형 분포표를 보니, 의외로 울나라만 B형이 많고 다른 나라들은 그리 많은 수치가 아니네요~
쫌 놀람~ㅎ
특히 페루는 대박이네요....전체 국민이 o형이라뉘!!!
유익한 페이퍼 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8   좋아요 0 | URL
아시아 계통은 대부분 20%를 넘어요. 페루뿐만 아니라 아마 인디오 계열이 대부분 0형일 겁니다.
신기해요. 피가 달랑 하나라는 게 참 심기합니다. 그래서 제가 페루를 사랑합니다.

다크아이즈 2013-10-1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바넘효과잖아요.ㅋ
저 모든 강좌의 첫 시간에 이 바넘(포러)효과로 시작하거든요.
스무개 항목 만들어가는데,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문장에 수강생들 대부분 속아넘어 갑니다.

성격 테스트 20문항 중 자의식 강한 한 두명만 서너 개 이하 항목에 동의하고 60퍼센트 이상은 17개 이상 항목에 동의합니다.
족집개 점쟁이 되는 것 일도 아니지요 ㅋ. 나중에 성격 유형마다 똑 같은 내용인 것 알고 나면 허탈해하죠. 그래도 혈액형별 성격이나 점쟁이의 말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구제할 순 없더라구요. 오래 굳어진 생각이 쉬 바뀌질 않으니까요. 그들이 보면 바넘효과 운운하는 곰발님이나 저 같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요.

간만에 책 주문하러 왔다, 엄써서 교보 문고 있다고 안내하길래 난데없이 가입해서 주문하고 왔네요.
혹시 로즈버드 -피에르 아술린, 읽으셨나요? 뭐 건질 것 있을 것 같아서 남의 동네까지 가서 주문하고 왔다는.

언제 천천히 들어와서 곰발님 글 미뤄둔 것 읽을게요. 굿나잇하시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0:28   좋아요 0 | URL
오, 팜므 님 강의하시는군요. 흠흠... 바넘, 포러 효과 워낙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고 재미있다보니
자주 쓰이고는 하는데 사람들인 그래도 여전히 이런 거에 속수무책입니다.
심심풀이 땅콩이기는 하지만 이런 것에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참... 어리석은 태도 같아요.
혈액형 성격 풀이말하면 외국 사람들은 웃는다고 하더군요. 혈액형이 어떻게 성격을 만드냐고 말이죠...ㅎㅎㅎㅎ


+

로즈버드'하면 시민케인 밖에 모르겠군요. 함 찾아봐야겠어요. 굉장한 소설인가 보죠 ?

다크아이즈 2013-10-19 11:06   좋아요 0 | URL
오해 마시길ㅋ 뭐 대학 강단 이런데 아니고
도서관이나 여성센터 등 문화 강좌 말하는 거예요.

로즈버드 ㅡ당연히 시민 케인에서 가져온 제목이고 소설 아니고 에세이에요.
알라딘 품절이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6:41   좋아요 0 | URL
강당에 서는데 장소가 무슨 문제입니까.
배우는 곳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찾아 보니, 은근 재미있는 책 같습니다.... 기회 되면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