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얼굴 근육'을 써서 표정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투수가 팔 근육을 써서 공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톡스'란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 표정을 잃는다. 주름이야말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렇게 ! 그것은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미용을 위해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과 같다. 피아니스트가 손톱을 길게 기른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깊은 주름을 보고 있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주름이 매력인 수전 새런든은 별다른 연기 없이도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굳이 대사를 읊지 않아도,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름의 놀라운 효능이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젖가슴은 처지더라도, 젖꼭지가 점점 진한 색깔을 보이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관목처럼 밑동에서 가지’를 치며 올라오더라도, 그 세월을 순응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맛이 좋다. 그리고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더 달콤한 몸내를 풍긴다. " 시인의 말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홍상수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회춘‘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14833 세기의 마녀들 中

 

 


 

 

 

 

 

 

 

관상.

 

 

 

 

 

 

 

 

 

neighber라고 써야 할 자리에 naver'라고 쓴 적이 있다. 누군가가 그 오류를 지적하길래 쿨하게 " 아, 나의 미스테이크 ! " 라고 말한 적 있으나, 사실 나는 지금까지 < naver > 가 " 이읏 " 이란 뜻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 거대 포털사이트'가 지향하는 목적이 전세계를 하나의 이웃으로 연결시키려는 야심'으로 이해했다. 그러니깐 내가 미스테이크'라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무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쪽팔려서 거짓말을 한 것인데, 문득 내가 왜 영어를 못한다고 부끄러워 해야 하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것은 영어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내 거짓말이었다. 한국놈이 한국말만 잘하면 되지, 굳이 영어까지 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페이퍼에서 neighber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 일부러 영어사전을 펼쳐보았다.

 

내게는 꽤 어려운 단어이다.  가끔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자신의 어설픈 영어 실력을 웃음거리로 사용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애국심을 강조하던 한국인은 알고 보면 줏대도 없는 새끼들이란 생각을 했다. 한국인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못하는 것을 서로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너희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야. 각하 정권 때 해프닝으로 끝난 " 오륀지 파동 " 은 가나다라 민족이 ABCD민족을 얼마나 흠모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만민을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교육 이념'이 국가를 통치하는데 달콤한 떡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각하의 꾀죄죄한 뇌와 심장을 무조건 욕할 수만도 없다. 백성이 욕망하니 각하는 그 심리를 이용해 먹으려고 한 것 뿐이다. 

 

한번은 모임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을 파티쉐'라고 소개하길래 내가 " 제빵사 말씀하시는거죠 ? " 라고 말했다가 따귀를 맞을 뻔한 적이 있다. 같은 이유로 쉐프'라고 말하면 좋아하고 요리사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한다. 먹다 남은 양주를 " 키핑 " 하는 것은 기본이면서, 소주를 " 키핑 " 하겠다고 하면 속으로 욕을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도둑놈도 " 씨프 " 라고 해야 좋아할 분위기'다. 한마디하련다. " 야, 이 시발놈들아 ! 자기 직업이 그런 식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하면, 인왕시장 아래 구탱이 생선가게 魚水船에서 일하는 생선 장수인 내게 꼴사납게 칼질이나 하는 생선 장수라고 천박하게 말하지 말고 < 피쉬 딜러 > 라고 불러라 ! 그리고 환경미화원은 < 스트리트 클리너 > 라고 불러라. " 그 짓은 못하면서 왜 자기 직업을 쉐프나 딜러 따위로 남들이 불러주기를 강요하는 것일까 ? 한국놈이 한국말을 부끄러워하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 거다.

 

가나다라의 ABCD 사랑은 끝이 없다. 지겹다. 서두는 입만 뻥긋할려고 했는데 오고가는말풍선이 의외로 커진 감이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 영어 실력이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자막 없이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은 가능하다. 이현세 만화에 나오는 외팔이 실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이자 외화 번역가'인 조상구 씨가 내게 늘 했던 말이 법정 드라마 번역은 일반 번역료보다 2배는 받아야 된다고 넋두리였다. 그 이유는 법 관련 전문 용어가 많고, 또 하나 ! 말이 많다. ( 외화 번역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액션 영화다. 심한 경우는 대사가 400개 밖에 안 된다. 야뵤, 으라차차, 윽, 컥, 퍽퍽, 와장창, 킬 유 따위가 팔 할이니 말이다. )

 

일반 영화 같은 경우는 대사가 보통 900개에서 1200개 사이인데 반해 법정 영화는 1800개에서 2000개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번역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비단 대사 횟수 때문이 아니다. 법정 다툼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대사가 길다.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이야 그대로 옮기면 되지만 영상 번역은 대사 글자수에 한계가 있다. 보통 16자가 한계다. 그 수가 넘으면 대사를 읽느라 화면을 놓치게 된다. < 어 퓨 굿맨 > 같은 경우는 대사가 2000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번역하기 까다롭다는 푸념이었다. 그런데 건방지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영화를 자막 없이 보아도 대충 이해를 한다. neighber와 naver'를 구별할 줄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곰곰 생각했다. 영어라고는 파인 땡큐 앤드 유 밖에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것일까 ?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헐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보아도 대충 이해를 하는 것은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일반적 패턴과 배우의 표정 연기'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헐리우드 영화를 수천 번 보다 보면 헐리우드 시나리오만의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 소설이 고전을 바탕으로 그 텍스트를 무한 변주하는 것과 같이, 헐리우드 시나리오도 어떤 원본을 바탕으로 꾸준히 복제되기 때문에 대사들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상황을 잘 이해하면 배우가 어떤 대사를 칠 것인지는 명확하다. 물론 송강호 같은 애드리브의 황태자가 나타나서 대본에도 없는 말을 쏟아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배고픈 상황이 연출이 되고 그 다음 장면이 식사 장면이라면 이 장면에서 배우가 쏟아낼 말은 뻔하다. " 오, 여보 ! 정말 당신 요리 솜씨는 일품이구랴 !!!! "

 

하지만 시나리오의 일반적 패턴만으로 영어 깜깜이가 무자막으로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때에는 배우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얼굴 표정보다는 배우가 표정을 짓기 위해서 사용한 얼굴 근육을 섬세하게 읽는 것이다. 여기에는 폴 에크먼의 " 얼굴 표정 분류법 " 이 큰 도움이 된다. 에크먼은 말한다.

 

" 우리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도 300가지 조합이 생깁니다. 세 번째 근육을 추가하면 4,000가지가 넘지요. 우리는 5개 근육까지 조합해 봤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얼굴 형상이 1만 가지'가 넘더군요. "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폴 에크먼은 얼굴 근육이 사용된 부위를 관찰하여 거짓말을 밝혀냈지만, 나는 배우가 어떤 특정 대사를 말할 때 모든 배우들이 동일한 특정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깐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라면 A라는 대사를 칠 때는 A라는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깜깜이'라고 해도 얼굴 표정만 가지고 대사를 읽을 수 있다. 만약에 어떤 배우가 L이라는 얼굴 표정을 지으면 그 배우는 L 대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연결시키면 된다. 배우가 L-E-W-F-A 순으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면 그 배우는 L-E-W-F-A 순으로 대사를 친 것이다. L 이 " 나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해 " 라는 사랑이 담긴 대사라고 하자. 그리고 E가 " 그래서 내 가족을 해치는 놈은 용서할 수 없어. " 라는 분노를 담은 대사라고 하자. 이 둘을 연결시키면 " 나는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네. 그래서 내 가족을 해칠 놈은 그 어떤 누구도 용서할 수 없어. " 가 된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뒤에 나올 W,F,A가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식의 훈련을 하다 보면 자막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속기사는 대화나 녹취 따위를 빠르게 옮겨 적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속기를 오래 하다 보면 입모양만 가지고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음소거를 한 상태의 영상물'도 속기가 가능하다. 그들은 입 모양만 본다. 나는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속기사처럼 입 모양에 집중하는 대신 얼굴 표정에 주목했다. 아랫 눈썹이 내려갔는가, 속눈썹이 올라갔는가, 미간이 좁혀졌는가 따위를 보게 되었다. 반복하자면 속기사가 음소거 상태인 영상물 속 인물의 입 모양만 가지고 말을 알아듣듯이, 나는 입 모양 대신 얼굴 표정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자 비극이 시작되었다. 얼굴만 가지고도 사람 속마음을 꿰뚫게 되었다. 대부분은 말하는 메시지와 얼굴 표정이 서로 엇박자'였다. 각하가 촛불 집회 후  다 내려놓겠다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을 때, 나는 그가 말한 것과 얼굴 표정 간에 엄청난 간극이 있음을 깨달았다.

 

말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표정 : 이 지긋지긋한 놈들아 !

말    : 국민의 뜻에 따라 다 내려놓겠습니다.

표정 : 아무리 지랄해 봐라. 방귀는 소리 내어 뀌면 욕먹지만 소리 없이 뀌면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이런 식이었다. 각하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게 " 어머, 굉장히 매력있으세요 ! " 라고 말했으나 얼굴 근육의 쓰임새로 보아서 " 뭐냐, 이 꾀죄죄한 놈은... " 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내가 타인의 속내를 읽었다고 화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괴로웠다. 하지만 이 재주는 나중에 큰 재능이 되리라는 생각을 늘 품고는 있었다. 나는 충무로에서 영화 편집을 했다. 당연히 한 영화를 작업하게 되면 백 번 넘게 보아야 했다. 그리고 편집이 없는 날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외화 스포팅 작업도 해야 했다. 스포팅 작업이란 번역가가 번역한 대사 자막을 적절한 타이밍에 찝는 작업이었다. 이 또한 영화를 반복해서 보아야 했다.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 춤추는 무뚜 > 였다. 원래는 인도 영화라고 해도 필름 판권을 팔 때 무조건 영문 자막으로 번역한 대본을 동봉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 필름을 살 때도 한극 측 배급사는 반드시 영어 대본을 동봉한다. 이 대본 속 대사는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번호 옆에는 초 단위의 타이밍이 기록되어 있다. 대사 1024번 1:22:33'이라는 말은 영화 상영 1시간 22분 33초에 1024번 대사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 춤추는 무뚜 > 라는 영화는 20분 가량이 짤린 채 입고되었다. 설상가상 영화사에서 필름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영화제 때 돌던 필름이어서 영어 대사 대본이 분실되었다.  결국 나는 번역한 한글 대사만 가지고 상황에 맞춰 스포팅을 해야 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인도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나 천상 외화 번역가가 번역한 대사와 맞는 얼굴 표정을 찾아야 했다.  스포팅 할 자리를 못 잡아서 계속 반복적으로 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렇게 편집 기계 앞에서 배우 얼굴을 반복적으로 100번 넘게 보다가 깨닫게 되었다. 배우들은 특정 대사(감정)를 말할 때, 거의 대부분, 배우들이 동일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말이다.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표정은 같은 것이다. " 사랑해 ! " 라고 말할 때 미국 배우나, 중국 배우,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과테말라 배우 모두 동일한 얼굴 근육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폴 에크먼이 FACS ( Face Action Coding System ) 으로 밝혀낸 것과 동일했다. 얼굴 표정만 가지고도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관상가'가 아니면서도 관상을 보게 되었다. 종종 얼굴 표정과는 다른 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보게 된다. 각하처럼 말이다. 정치가와 사기꾼은 대부분 얼굴과 입이 따로 노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또 한 부류가 있다. 내가 어수선'이라는 생선가게에서 생선 장수를 하면서 만난 손님 가운데 한 명 ( 남자였다 ) 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그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것은 설명이 불가능한 불안함'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형님, 형님 하며 그를 따랐고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나는 확신한다. 그는, 화성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계속 그를 염탐하고 있는 중이다.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가 그랬던가 ! 미치도록 잡고 싶다고 말이다. 거의 다 왔다. 낚시꾼이 생선 토막으로 갈치를 잡듯, 나 또한 생선으로 그 녀석을 잡겠다.  기다려라, 나 ! 어윤부, 인왕시장 구석진 생선가게 어수선의 생선장수, 하는 일마다 안 돼서 온갖 세상에 불만을 쏟아내는 자. 생선 가시에 찔려서 눈물이 찔끔 나온 사내. 내가 그를 잡겠다. 그의 진상을 밝히면 멱살을 잡고 조용히 속삭이겠다. " 밥은.... 먹고 다니냐 ? " 내 관상 짓'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영어 깜깜이가 헐리우드 영화를 무자막으로 보는 노하우를 자랑하는 것이었을까 ? 아니다. 나는 늘 하지 않아도 될 말은 앞에 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끝에 두는 버릇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관상 " 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 사람 외모 가지고 판단하는 거 아니여 ! 그게 제일 나쁜 거여. 알긋냐 ? 사람은 말이다.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이는 것이제. 암, 그렇고 말고. 안 그르냐 ? " 그런데 나는 이 말을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얼굴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말을 믿으면 안 된다. 말은 과천 경마장에 가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얼굴보다는 먼저 말을 믿기 때문에 항상 속는 것이다. 정치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누리당 정치가 쌍판을 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다.

 

기름기가 죄르르 흐르는 얼굴을 보면 기름기 잘 오른 10월 전어 같다.  당신은 정치가의 얼굴을 믿고 뽑은 것일까, 아니면 말을 믿고 뽑은 것일까 ? 얼굴은 모든 것을 말한다. 정직한 사람은 얼굴에 표가 난다. 달변가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말빨은 천박한 얼굴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다. 가끔 정직한 촌부들을 만나고는 한다. 그 얼굴은 하나의 거대한 믿음이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 하나로 믿음을 준다. 이처럼 얼굴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므로 외모 보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계룡산 뜬구름 잡는 상투는 지나가는 민들레와 둥굴레 그리고 쇠똥구리에게 줘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외모는 미적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직한 얼굴은 아름다운 얼굴을 압도한다.

 

혹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 관상 > 이라는 페이퍼 제목과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 < 관상 > 에 대한 이야기'로 착각하는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그런 착각은 바보들이나 하는 실수이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뭐라고 ?! 영화 < 관상 > 에 대한 글인 줄 알고 여기까지 읽었다고 ? 아이구야, 이런 참고 사항을 왜 마지막에 가서 배치했나면.......  이봐 ! 나, 원래 그런 놈이야. 꾀죄죄한 심장과 소갈머리를 가진, 생선 가시에 찔리면 눈물부터 훔치는 사내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게 가당하기나 하니...

 

 

 

 

 

+

끝으로 < 춤추는 무뚜 > 하나 올린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난 당최 무슨 말인지 몰랐다. 898번 대사를 도대체 어느 지점이 찍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맸던 생각이 난다. 헐리우드 영화가 타국에서 맥을 못 쓰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 같은 경우는 만들어진 영화의 90% 이상이 이런 뮤지컬'이다. 내 기억으로는 1년에 제작하는 영화 편수가 미국 영화'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도 영화에 빠지면 미국 뮤지컬 못 본다. 감상하시길......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나 더 올린다. 파트리스 르콩드의 걸작 <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이다. 이 장면도 내가 환장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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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2-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왕, 이 글 넘 재밌어요. 첨에 영화 관상 리뷰인 줄 알았지만~ 저도 아직 못 본 영화 ^^;

저 역시 말보단 사람 외양을 믿습니다. 그보단 사람 목소리 톤... 그리고 필체를.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7:44   좋아요 0 | URL
제가 사실 새벽 님을 믿는 이유는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새벽 님 얼굴은 정직한 얼굴이에요.
저도 외모와 목소리를 믿습니다. 외모와 목소리는 사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합니다.

사무아 2013-12-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전하시군요. ㅎㅎ
알라딘서재까지 와서 감탄하고 갑니다.

못 읽었던 포스트들을 날 잡아서 읽어야 할 것 같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8:15   좋아요 0 | URL
사무아 님.... ㅎㅎㅎㅎㅎㅎㅎ. 자주 오십시요. 사실 제 글이 항상 재미있잖아요.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은 올리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팬을 확보해야 생선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습니다.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因果律 2013-12-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링크가 즐겨찾기에 저장해둔 주소보다 편리하네요 감사해요
블로그 끊은 기간에도 가끔 들르곤 했는데 즐겨찾기 어디에다 두었는지 깜빡깜빡 했거든요
이리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저도 팬인데, 그 생선 어디가야 살 수 있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9:14   좋아요 0 | URL
인과율 님 점점 성숙해지시네요. 미모가 점점 한참 물오른 전어 같습니다.
혹여 홍제동 올 일 있으시면 메모 남겨주십시요. 생선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르미에르 2013-12-0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이사를 하신 모양입니다 ^^
메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9:48   좋아요 0 | URL
오, 스케치곡 나오셨군요. 제가 하루만 이곡 반복적으로 들어보고 나서 제가 내일
메일 드리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음악이 너무 좋군요.
천재군요.......
지금 듣고 있는데 이 곡 대박이군요. 음악 좋습니다.

rtour 2013-12-02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덧글창도 열어주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04:23   좋아요 0 | URL
( 코 팜 )

세이지& 2013-12-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블로그이웃 오레클 입니다..

어제 통영에서
고기잡이 배 안에서 파닥거리는 생선들을 보았습니다..
횟집에서 머리를 툭 쳐서 죽이는 장면도 보았구요..
미안했지만 그것을 먹었는데..확실히 힘이 나더군요..

머릿속도 마음속도 어수선한 요즘..
제 관상 좀 봐달라고 찾아가보고 싶네요..ㅎㅎ

그러긴 힘들 거 같고,
생각하는 발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링크 계속 걸어주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3:11   좋아요 0 | URL
오레클 님 반갑군요. 아니 언제 통영까지 가셨씁니까 ?
통영 음식이 양념을 과하게 넣지 않습니다.
특히 섬으로 들어갈 수록 생선 자체의맛으로 승부하더라고요.
도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맛이 그냥 그렇다고 말해요.
저도 그랬는데 익숙하다 보니
이 맛, 도시에서는 못 느끼는 맛이더라고요....
자기가 먹을 만큼만 잡아 죽이는 것은
죄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항상 문제는 자기가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살생을 한다는 데서 문제가....

2013-12-0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다 2013-12-0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연예인들이 초보적인 영어실력이 어설퍼 부끄러운 게 영어 때문이 아니라 그 만큼의 중고등학교 기초지식이 없음 때문에 비웃고 부끄러움을 개그로 날리는 줄 알았어요. 따지고보면 수학/음악/영어/과학 기타등등 그 중 영어는 한 과목에 불과하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3 23: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웃기는 코드 이잖아요. 그게 그렇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해야 하나 라는....
그래요... 영어는 많은 것 중 한 과목이잖아요.
영어 잘하면 좋죠. 적어도 영어 못한다고 쪽팔려하지는 말자,.. 뭐, 이런 다짐... ㅋㅋㅋㅋ.

유다 2013-12-0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하게 사자성어 몰라 하는 개그?! 뭐 그런걸로 보아요 ㅋㅋㅋㅋㅋ그나마 영어와 사자성어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고. 저는 중학교 때 배운 음악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어른되어서 초딩때 배운 박자법 모른다고 성당지휘자한테 초딩도 못한X라고 까이기도 하여 ㅋㅋ

걍 십대에 의무교육을 제대로 흡수못한걸로 까는게 아닐까 한다는. 어쩌면 맞춤법 몰라 부끄러운 맥락과 비슷.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3 23:59   좋아요 0 | URL
노래 못하시는군요 ? ㅎㅎㅎㅎㅎ...하긴 저도 음정 박자 다 놓치는 삼치'라서...ㅎㅎㅎㅎㅎ
 

 

 

 

 

 

 

 

타율은 낮아도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품사로 따지자면  < 조사/助詞 > 다.  조사란 "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 / 네이버 사전 "  이다. 실력 있는 문장가는 조사'를 정확히 사용한다. 김훈은 종종 어떤 조사를 쓸 것인가에 목숨을 건다. 그의 문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조사 덕이 팔 할이다. 반면 타율은 높은데 정작 출루율이 낮은 선수는 형용사나 부사 혹은 감탄사'와 비슷하다. 이런 문장은 자극적이기 일쑤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이라면 이런 문장은 다 훑지도 않고 탈락시킨다.  좋은 문장은 좋은 조사'에서 나오듯이, 좋은 타자는 품사 " 조사 " 같은 선수다. 그러므로 쫄지 마라, 시바. 키 작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남자 새끼가 가슴 대신 젖가슴 달렸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젖가슴이 작다고 쪽팔릴 필요도 없다. 허리 사이즈가 77사이즈이면 어떤가 ? 그리고 전문대 나와서 별 볼 일 없는 직장을 얻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별 볼 일은 천문학자들이나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우리에게는 오클랜드 소총부대'가 있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경기에서는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많았다. 이 세상은 아이큐 100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야구란 10번 중에 3번 성공하면 잘했다고 대접받는 스포츠다. 10번 중에 3번 성공했다는 말은 뒤집으면 10번 중에 7번은 실패했다는 것 아닌가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97511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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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의 인지상정.

 

 

 

< 티라노의 발톱 > 을 보고 나서 < 디워 > 를 볼 수는 있다. 그리고 < 디워 > 를 보고 나서 < 티라노의 발톱 > 을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영화 가운데 < 디워 > 보다는 < 티라노의 발톱 > 을 더 재미있게 보았지만 " 티라노 " 를 볼 정도의 인내심이라면 " 디워 " 도 참고 볼 수 있다. 둘 다 도 긴 개 긴'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두 작품의 질'이 확연하게 드러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 디워 > 를 보고 나서 < 에일리언 > 을 볼 수 있지만, < 에일리언 > 을 보고 나서 바로 < 디워 > 를 끝까지 볼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투 플러스 에이 인증을 받은 꽃등심으로 배를 채운 후 삼겹살'을 먹으라고 하면 먹기 힘든 것과 같다. 삼겹살이 맛이 없는 고기'라는 말이 아니다. 삼겹살'보다는 꽃등심'이 맛있다는 말이고, 고기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다시 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후식으로 단단하지만 달달한 감 한쪽을 먹는 게 속이 편하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다, ○○○이나 ○○○ 시를 읽고 나서 김신용 시집을 읽을 수는 있으나, 김신용 시를 읽고 나서 ○○○이나 ○○○ 시를 읽을 수는 없다. 현기증이 난다. 덮는 게 상책이다. 내가 ○○○이나 ○○○를 비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은 나누면 사라지고 독점하면 커진다. 삼권분립'은 바로 이러한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에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문단도 마찬가지'다. 교수를 하면서 시를 쓸 수는 있다. 시를 써서 먹고 살 가능성은 각하가 10년 안에 자신의 죄를 한 톨만큼이라도 뉘우칠 가능성보다 희박하다. 꾀죄죄한 심장에서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를 쓰면서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직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나 소설을 비평하는 문학평론가가 시를 쓰면 안 된다.  < 100분 토론 > 을 진행했던 사회자 손석희는 100분 토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서 사람들과 사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것을 자제했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사적 만남을 가지다 보면 친분이 생기고, 친분이 생기면 정이 생기고, 정이 생기면 결국에는 인지상정에 이끌려서 균형잡힌 저울대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같은 이치 아닐까 ? 시인이 시인들과 잦은 만남을 가지며 친분을 도모하다가 문학평론가로 돌아왔을 때 과연 인지상정에 휩쓸리지 않고 날카로운 비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과 사를 확실히 한다면야 그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사람이라는 게 정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인은 인지상정에 존나 약한 민족이 아니었던가. 여기에 문예지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까지 겸하면 이것이야말로 삼권분립이 아닌 삼권합일'이다. 결국에는 끼리끼리 노는 꼴이 된다. 권성우는 < 비평과 권력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현재 문예지에 발표되는 비평문 중에서 과연 비판에 값하는 비평문들이 어느 정도나 될까 ? 내가 보기에 비판적 글쓰기에 해당되는 비평문들은 아직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해설비평, 덕담비평, 텍스트 물신주의 비평이 우리 비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 비평과 권력, 소명출판

 

비평문을 보면 문학평론가들이 문학 평론은 하지 않고 주말에 예식장 가서 주례 선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검은 머리가 흰 파뿌리가 될 때까지 글을 쓰시오 ! 그들은 과연 원고료를 받는 것일까, 아니면 주례비'를 받는 것일까 ? 평가하기에도 고약한 소설 앞에서는 무작정 " 전복적 상상 " 이 돋보인다거나 " 감성적 떨림 " 이 돋보인다고 말한다. 그놈의 전복적 상상은 어떻게 생긴 것이고, 감성적 떨림은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 할 말 없다면 비평문을 쓰지 말아야 하고, 문제가 많아서 할 말이 있으면 예봉을 휘둘러야 한다. " 전복적 상상 " 이라는 말은 " 현대인의 불안 " 과 함께 비평문에서  56억 7천만 번이나 들어서 정말 전복이라는 전복과 조개'가 상상도 하는 짐승으로 오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전복적 상상'이 현대인의 불안'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눈이 나쁜 나는 < 현대인의 불안 > 이 자꾸 내 눈알에는 < 현대인의 불알 > 로 읽혀서 곤혹스럽다. 나는 한탄하고는 한다. 왜 문학 평론가가 문학성의 질적 저하를 걱정하지 않고 남성의 전립선 기능 저하를 걱정할까 ? 오호, 통재다. 정치평론가는 정치평론가와 정치가를 겸하지 않는다. 영화평론가도 영화평론을 하다가 감독으로 전향해서 성공한 사람은 있지만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영화감독까지 겸하지는 않는다.  길드를 위한 쉴드가 아니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어째서 문학평론가가 소설가나 시인을 겸하는 것일까 ? 심심풀이로 시를 쓰나 ? 시는 아무나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쓰면 안 된다. 시도 쓰면서, 교수도 하면서, 문예지 편집위원도 하고,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평론도 하는, 마당발 문학평론가여, 꾀죄죄하게 투잡 뛰지는 맙시다 ! ( 성실히 시를 쓰는 가난한 시인과 열심히 비평문을 쓰는 정직한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소 ? )

 

*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다 아는 소리이지만 야구는 실패를 다루는 스포츠다. ( 야구에 대한 오고가는말풍선은 카테고리 모호한 취향 내 야구관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뿌잉뿌잉 ~ ) 그래서 야구에 대한 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학'을 다룬다. 사실 교훈은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얻는 것이 실용적이며 가치 있다. 샴페인을 터트리게 되면 들떠서 판단력이 흐리게 되어, 자신이 성공 요소'라고 뽑은 것이 사실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 공산이 크다. 심형래는 자신의 무모한 도전을 성공 요인으로 뽑았으나 파산 신청을 한 지금 되돌아보면 계획성 없는 무모함이 실패를 결정짓는 요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좋은 타자는 경기가 끝난 후에 반드시 자신이 치웠던 경기를 녹화한 테이프롤 다시 보면서 복기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홈런을 쳤을 때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삼진 당했을 때를 유심히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를 발견하게 되고 다음 경기에서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평론도 마찬가지다. 덕담이나 줘서 시인을 기쁘게 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차라리 매서운 채찍이 낫다. 평론가나 동료들이 김애란의 < 두근두근내인생 > 에서 쏟아낸 찬사'는 최악이었다. 대책 없는 지지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시인은 경기가 끝나면 녹화실에 들려 자신이 치룬 경기를 복기해야 한다. 홈런을 쳤을 때의 장면은 한 번만 보고 넘겨야 한다. 그리고는,  뼈아프지만 삼진을 당했을 때의 장면을 수없이 반복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때 불광동에서 도깨비풀로 악명이 높았으며 원 펀치 쓰리 강냉이'라고도 불렸던 나를 알음알음 찾아온 건달들에게 늘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고는 했다.

 

" 잘 들어라, 아그들아 !  지금은 인왕산 시장 아래에서 어수선/魚水船 이라는 모퉁이 생선가게 생선 장수로 손에 칼을 잡지만 옛날에는 맨주먹으로 양아치 18명을 1분 안에 작살낸 적도 있다. 음, 그러니깐 말이야. 권투선수가 상대방 주먹을 피하기 위해서 상대 선수의 글러브를 쳐다보면 백 프로 맞게 되어 있어 ! 왜 그런지 아나 ? 글러브는 두 개야. 상대방이 내 글러브를 쳐다본다 싶으면 오른손으로는 잽을 날리는 시늉을 하면서 움직이지. 자기 촉수를 벌레처럼 움직여서 물고기들이 먹이인 줄 알고 다가왔을 때 냅다 입을 벌리는 아귀처럼 말이야. 오른손 잽은 아귀 촉수 같은 거야. 상대방 선수는 왼쪽 팔로 가드를 친단 말이야. 바로 그때, 상대 선수가 내 오른손 움직임에 정신이 팔릴 때 왼손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거지. 원 펀치 쓰리 강냉이. 이빨 세 개는 기본이다. 니들이 나처럼 전설의 주먹이 되기 위해서는 글러브를 쳐다보지 말고 상대 눈깔을 부릅뜨고 꼬라봐야 한다. 상대 선수의 눈빛이 변하고 어깨가 다른 방식으로 움찔할 때, 그것은 바로 결정타를 날린다는 신호를 의미하거든. 주먹을 피하지 말고, 눈빛을 읽어라. 타자도 마찬가지야. 중요한 것은 공의 포물선이 아니라 투수의 눈빛과 어깨란다. 이왕 왔으니 방어나 사 가지고 가라. 생물 싱싱한 거 들였다. 꽁치 한 마리 덤으로 주마. 그나저나 이 새끼들아, 정신 차려. 주먹도 한때다. 명왕성이란 새끼가 꼴사납다며 주접을 떨 때 옛날 같으면 사시미로 얼굴을 온통 칼질했을 텐데.... 지금은 참고, 참고, 참는다. 주먹은 헛것이여. 치욕은 한때이고 영광은 굴비다. 알긋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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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1-3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꺄악~! 불광동 도깨비불 옵빠!! 마지막 명문단에 박수와 환호를..! 짝짝딱!!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8:47   좋아요 0 | URL
제가 한때 조양은과 맞짱 뜨고는 했죠. 참.... 미스타코리아 대회인가. 아, 육체미 대회 어떻게 되셨습니까 ?

새벽 2013-12-01 17: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은메달 땄습니다. 장년부에서 ^^;
언젠간 일반부에서 이삼십대들과 같이 함 서보려구요
색다른 경험으로 회춘과 전복의 괴물이 한 번 쯤 되볼까 싶어요. 나중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8:03   좋아요 0 | URL
아니.. 뭐 이런 경우가 !!!! 굉장하군요 !
ㅎㅎㅎㅎㅎ 대단합니다. 정말 성실하신 새벽 님....
하하하하.. 축하드립니다. 멋지십니다.

아, 이거 제가 새벽 님 팔뚝에 매달리는 거 고거 사진 한 장 남겨도 되겠습니깡 ? ㅎㅎㅎㅎㅎㅎㅎ
아,생각해 보니 육체미 선수들은 그런 요구를 제일 싫어한다는 걸 어디서 읽은 적이 있네요.
급 취소... 하여튼 축하드립니다.

새벽 2013-12-01 18:5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하.. 맞아요. 그건 좀 그렇죠. 그러나 곰곰발님이시라면..!

여튼 감사합니다. :)

saint236 2013-11-3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과 친분이라.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제가 알라딘 서평단을 할 때에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지요. 좋게 리뷰 써달라고 준 책인데 영 아니올시다 싶을 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이 책은 돈주고 사서 읽기는 아깝다는 늬앙스의 글을 썼습니다. 솔직하게 썼지만 마음 한편은 무겁더라고요. 손석희씨의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21:04   좋아요 0 | URL
전 서재 들어갔다가 별 5개로 도배된 서재를 보면 글 안 읽고 바로 나옵니다.
그런 건 전혀 의미가 없거든요.
saint 님처럼 별 하나가 종종 보일 때 믿음이 갑니다. 아, 이 사람은 인지상정에 이끌려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구나.. 이런 믿음 말이죠. 어차리 서재 글 읽는다는 것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을 고르는 행위잖습니까...

수다맨 2013-11-3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이문구 소설가가 후배 작가들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까이 지내지도 말고 너무 멀리 지내지도 말라. 이것이 어쩌면 하나의 일리 있는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들끼리 너무 만나면 친분이 생겨서 서로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안 만나면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사실 모두가 마루야마나 조지 오웰처럼 살기란 어려울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곰곰발님 말씀처럼 작가들끼리 좀 떨어져 지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겸직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가깝게 다붙어 지내니 엄밀하고 예리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때문에 저 같은 독자들이 잡지에 실리는 평론이나 서평을 불신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자주 찾게 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21:57   좋아요 0 | URL
제가 항상 하는 말이 문예지 비평을 쓰는 문학평론가 글보다는 소박하지만 서평가 서평이 내가 보기에는 더 예리하다. 거든요. 프로가 쓰는 비평은 ( 특히 대형 출판사 끼고 도는 문예지 전속 평론가 ) 지나가는 개에게 줘라. 서평이 더 근사값에 가까울 수 있다... 뭐.. 이런......

적어도 우리가 서평을 읽을 때는 아닌 것을 골라냅니다. 에이, 이건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네..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평론은 뭔가 막 그들이 강요하는게 있어요. 어라, 그럼 내 생각이 틀렸나 ? 프로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그래, 나도 그냥 아리송했는데 좋다고 생각하자.. 이런 거... 알고 보면 다 뻥인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2:21   좋아요 0 | URL
가끔 김현 시대처럼 평론집이 읽히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비상업적이라거나 지나치게 딱딱한 서술 탓이라고 문단 자체에서 분석하던데...
까놓고 말해서 읽지 않는 이유는 병신같아서 안 읽는 겁니다. 평론이 어려워서 안 읽는 게 아니라 말이죠.
출판사 끼고 책장수가 된 것처럼 덕담이나 주고받으면 누가 봅니까... 차라리 장정일이나 로자 님 같은
서평이 훨씬 믿음이 갑니다. 이들은 적어도 어떤 출판사에 소속되어서 대빵 눈치를 보지 않으니깐 말이죠.
전 요즘 출판사 끼고 사는 평론가 보면 책장사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2-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교수같은 분들을 보면 미학으로 보는 것과 미학을 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분리해야죠. 그저 오덕 평론처럼 오덕오덕거림이...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2:47   좋아요 0 | URL
그놈의 오덕'이란 말은 늘 들어가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도 바쁘십니까 ? 이거, 부산 직업 때려치고 서울에 터잡으십셔 ~

수다맨 2013-12-0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쟈님 서평은 뭐랄까 점점 요약 수준으로 가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예전에 보았던 고종석과 김훈, 김규항을 비교하는 글처럼 논쟁적이고 예리한 글은 잘 안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어쩌면 너무 책을 많이 접하고, 거기에 파묻혀서 그런지 요즘은 신간을 소개하고 그것을 요약하는 데만 힘쓰시는 듯합니다.
반면에 장정일 글은 여전히 뚝심과 예기가 있어 좋더군요. 자기 주관이 때로 지나치게 글에 스며드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나름의 일관된 그의 태도라 미덥게 보이더군요. 시사인에 싣는 비평이 굉장히 읽을만 한데, 모옌의 신작을 소개하면서 (그에 비하면) 하루키는 '인스턴트 식품'이고 황석영은 '듣보'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소하는 것이 재밌더군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3:33   좋아요 0 | URL
아마 로자 님은 바빠서 그냥 쉽게 쉽게 요약 정리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고종석 김훈 김규항 비교하는 거 읽은 적 있습니다.... ㅎㅎ. 장정일 님이야 뭐, 워낙 눈치 안 보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양반이어서 시원하더군요. 물론 사람이라는 게 오류는 다 있지만, 그 오류가 무서워서 무조건 덕담으로 가면 그게 더 막장 아니겠습니까. 장정일의 독서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여튼 제가 장정일 같은 경우는 하 60% 믿고 들어가는 반면, 문예지 끼고 열심히 하는 평론가의 평론은 4%만 믿습니다. 책장사 같잖아요. 그들이 쏟아내는 설레발을 적용하면
노벨 문학상 한 10번은 탔을 겁니다.
 
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3시.

 

 

 

 

 

옛날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사장이 전 직원을 소집했다. 뒤숭숭한 소문이 돌던 때라 대충 짐작은 했지만 회사가 이렇게 빨리 문 닫을 줄은 몰랐다. 사장은 개정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쥐새끼 같은 정치가 흉내를 내며 당당하게 폐업 선고를 한 후 사라졌다. 일주일 후면 문을 닫는 것이다. 그날 점심은 그동안 모아둔 영춘각 쿠폰과 지각할 때마다 모아둔 벌금으로 배가 터지도록 중화요리를 먹었다. 팔보채도 원없이 먹었고, 탕수륙도 먹고, 군만두도 먹었다. 호기로 고량주 한 병 시켜서 깠다. 캬, 좋더라. 소풍 온 기분이 들었다. 야호 ! 점심 먹었으니 그동안 사장 눈치 보느라 제대로 낮잠도 못 잤는데 낮잠이나 푸지게 잡시다 ! 하하하. 그런데 웬걸 ! 잠이 오기는커녕 눈만 말똥말똥 또렷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남아서 외근을 핑계로 맞은편 대한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거래처이므로 공짜로 볼 수도 있었으나 이것저것 물어볼 것 같아서 표를 끊고 몰래 들어가서 보았다. 영화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좋구나 ! 이런 것이 바로 여유로운 삶이로구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에스에프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가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다음달부터는 무엇을 하지 ?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영화 상영 도중에 영화관을 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고 평소 본 적이 없던 사람들만 쓸쓸하게 걸어다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후 3시에 영화 보는 놈들은 대부분 직장이 없거나 프리랜서'겠구나. 드문드문 보이는 행인들 얼굴을 보니 모두 초라하고 궁상맞았다. 누군가도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겠지 ? 오후 3시의 거리를 채우는 것은 우울한 것들이었다. 점심 시간 때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거리는 오후 3시가 되자 그 거리를 절뚝거리는 것들이 채웠다. 

 

그들은 낙원동 뒷골목이나  돈의동 쪽방촌 그늘에  숨어 있다가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명랑한 것들이 거리를 채웠다. 그렇다. 오후 3시는 우울한 것들이 거리를 채우고, 오후 6시는 명랑한 것들이 거리를 채운다.  오후 3시는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혹은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러니깐 3시는 어정쩡한 시간이다. 어정쩡하기는 새벽 3시도 마찬가지다. 잠을 자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잠을 깨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오묘한 순간이다. 나는 밤 9시에 불 켜진 동네 이웃집 창문을 보면 하나도 궁금하지 않지만 새벽 3시에 불 켜진 이웃집 창문을 보면 그때부터 궁굼해진다. 잠들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일찍 깨어난 것일까 ? 3시라는 벡터'에 위치한 사람은 대부분 우울한 사람이다. 오후 3시에 공원이나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은 낡고 둥근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오후 3시가 주는 몽환적 나른함'은 영화 < 아비정전 > 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다.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리고는 매점 여직원에게 자기와 함께 1분 간만 시계를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시계는 막 2시 59분을 지나 3시 정각을 향하고 있다. 이 1분은 둘이 함께 한 1분이 되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된다.  왕가위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소프트 필터를 사용해서 나른한 꿈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이 애매모호함은 새벽 3시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새벽 3시에 잠들지 못한 이 또한 불안한 사람일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오후 3시에 거리를 걷지 않고, 새벽 3시에 깨어 있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소설가나 시인은 불안한 사람들이다. 시간에 비유한다면 소설가나 시인은 3시에 가까운 인간형'이다. h 씨는 내 오랜 이웃이었다. 성정이 고와서 내가 가끔 술 먹고 주사를 부려도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다른 이'였다면 " 곰곰발, 짜져 개새야 ! 호호호 " 라고 했을 터인데, h는 묵묵히 이 지랄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h는 지방 작은 도시에서 식당을 한다. 오랫동안 운영한 걸 보니 음식 솜씨가 좋은 듯했다. 술 손님을 상대하다 보니 새벽이 되어서야 식당 일을 매조지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 나는 오후 3시에 집을 나와서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갑니다. 결국 3시 인생이에요. "  

 

그녀의 말은 내게 어떤 울림을 던져주었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오후 3시에 만났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거나, 새벽 3시에 불 켜진 창문에 사는 한 명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를 위로했던 시간은  항상 FM이거나 AM인 3시였고, 나를 위로했던 이도 FM이거나 AM인 3시에 거리에서 마주쳤던 이거나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에게 3시는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애매모호한, 그런 시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후 3시는 재방송만 틀어주는 별 볼 일 없는 방송국 시간대도 아니었다.  오늘도 그녀는 이 글을 손님이 뜸한 새벽 2시나 3시 사이에 읽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당신이 켜놓은 불 켜진 창문 때문에 나 또한 작은 위로가 되었다고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르트르의 < 구토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다가 이리 되었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다.  하지만 솎아내야 할 글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르트르는 < 구토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3시다. 3시, 이 시간은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항상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각이다. 오후의 어정쩡한 시간. 오늘은 참을 수 없다. " 아마도 사르트르는 이 문장을 새벽 3시에 썼을 것이 분명하다. 사르트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만큼은 좋다. 그리고 이 문장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사르트르는 오늘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오늘 참을 수 있다. 언젠가는 참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 옛날처럼 새벽 3시에 실정맥을 풀어서 파란 실을 붉게  물들일 날도 올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참겠다. 새벽 3시에 불 켜진 그녀의 창'을 보아야 하니깐 말이다. 나는 가끔 자상하다. 항상 자상했으면 좋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시집에 들어 있는 시가 모두 좋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시가 처음부터 마지막 연까지 다 좋을 필요도 없다. t 씨가 말했다. " 말을 잘하는 사람은 침묵을 잘하는 사람이고, 책을 잘 읽는 이는 잘 잊는 사람이다. "  책을 읽고 나면 다 잊고 한 문장만 기억하면 된다. 이정록의 시집 [ 의자 ] 에 수록된 < 머리맡에 대하여 > 라는 긴 시'에서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단 하나였다. " 성년이 된다는 것은 머리맡이 어지러워지는 것 " 이라는 문장이었다. 다 잊고 하나만 기억하자. 모두 다 덤벼라. 하지만 명심해라. 나는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만 죽을 때까지 팬다,  라는 건달 정신으로 말이다. 한 문장만 두 눈 부릅뜨고 쳐다보면 된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이 아니다. 물방울'이다. 이 페이퍼의 잡문과 사르트르의 문장은 잊어도 좋다. 하나만 기억하자. 오후 3시에 집을 나와 새벽 3시에 집에 가는 사람에 대하여. 여자여,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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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 젊을 때는 오줌을 싸도 오강이 깨지낟고 하더니만

요즘은 글빨이 살아서 그냥 썼다 하면 글이 되는구나. 오호 통재다. 시바....

오늘도 집에 가서 술이나 마셔야 겠다.

즐거운인생 말 믿고 고량주 잔뜩 샀다가 낭패만 봤다.


독해서 더이상 못 먹겠다.

소주와 맥주 한 병 사가지고 마셔야겠다.

과일 안주에는 양주고,

탕슉에는 고량주고,

김치 안주에는 소주다 !!!!


새벽 2013-11-29 22: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진짜 구토할 정도로 술 마셔본 게 언제인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23:16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구토를 안 하고 술을 마셔본 게 언제인지....-_-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에 두 번 마시기로 했는데 어제까지 4번 마셨다. 결심을 한 게 지난 일요일이었으니 결심하고 나서 날마다 마신 꼴이다.
에라이... 빌어먹을....... 새끼야...

어제도

술 처먹고 여기저기 지랄을 했더구만... 왜 사냐.. 진짜...

나에게 하는 말이다.



저녁 손님 맞을 준비나 해야겠다.


남은 생선이나 어서 팔자...



생선 싸게 사고 싶으신 분들은 인왕시장 어수선'으로 찾아오십시요. 제가 있는 상호명입니다.
어수선에서 어윤부를 찾아주세요.. 꽁치 한 토막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새벽 2013-11-29 22: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인왕시장이 홍제역에 있는 곳 맞죠..?

어수선이라..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23:17   좋아요 0 | URL
어때요 ? 기가 막한 작명 아닙니까 ? 고기魚 + 수산 = 어수선'입니다...
작명 하나 마음에 듭니다.

2013-11-29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16:45   좋아요 0 | URL
그럼요. 갈치 사시면서 8토막 내주세요. 라고 말하세요.
우리 둘만의 암호입니다.

2013-11-2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rtour 2013-11-2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디, 진짜 생선 팔아요? 나 생선 좋아하는데. 탕슉 시켜서 고량주 드삼.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23:18   좋아요 0 | URL
네에, 저 생선 팔아요. 다음 모임에는 싱싱한 생선 한 마리 가지고 가겠습니다.
글찮아도 냉동 탕육 하나 사가지고 와서 냉동해서 먹어야겠어요.
이건 뭐... 고량주에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슴... 괸히 샀어, 괸히 샀어.....

Forgettable. 2013-11-30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3시 이론. 제게도 매우 잘 맞아 떨어지네요. 아 술.. 저도 이번주 연일 달리네요. ㅠㅠ 힘들어라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2:51   좋아요 0 | URL
왜 거짓말하고 그러십니까. 마치 이번 주만 달린 것처럼 날마다 달렸으면서.............................

rtour 2013-11-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알라딘 어플을 깔았어요. 여긴 좀 술 먹고 젠틀하게 깽판치기 어려운 감은 있으나..뭐, 깽판치기에 제일 마음 놓이는 이 중 하나가 페루니 머. 여유가 생김 홍제 인왕시장 어수선에 들려보리다. 시장표 국수나 같이 한 사발? 솔까말, 상회 이름이 어수선이라고 하니, 이거 뻥이다 싶습니다만. ㅋ 너무 멋진 이름이잖수? 페루가 신장개업한 거면 또 몰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6:38   좋아요 0 | URL
제가 늘 깽판치는 주제에 어딜 감히 남이 깽판친다고 잔소리를 하겠습니까.
모든 깽판 다 받아줍니다. 깽판을 넘은 개판 혹은 난장판, 이판사판으로 지랄을 해도
다 받아줍니다.

시장표 잔치국수 참... 좋아해요. 제가.
독특한 맛이 있음........

그나저나 알리던 어플 깔았으니 자주 오시겠네요. 신난다...

핍희 2013-12-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세시에 울고,
다섯시에 자서
세시에 일어날 때가 많은데
그럼 눈이 퉁퉁 부어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01:01   좋아요 0 | URL
세 시에 울고 다섯 시에 자서 세 시에 일어나니
당신은 울보이면서 잠보이니 울잠보'입니다.
다음부터는 비로그인으로 덧글 다실 때 반드시 울잠보'로 해주십시요....


잠깐... 혹시 피비 님 ?!

2013-12-02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2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정록 2013-12-0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이 삼삼하네요. 소설가시군요. 뵙고 소주 한잔 찌끄리고 싶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21:03   좋아요 0 | URL
역시 술은 찌그려야죠 ? ㅎㅎㅎㅎ
 

 

 

 

 

 

 

 

소라게'가 사는 집은 패각이다. 연체동물의 몸에서 분비된 석회질이 단단한 조개껍데기를 만드는 것이다. 겉은 딱딱한 각질의 세계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것은 뼈 없는 무른 몸이다. 뼈 없는 몸이 뼈로 만든 집을 만드는 것이다. 달팽이도 마찬가지다, 우렁도 마찬가지다. 단단한 조가비 속에 사는 것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짐승이다. 아, 이 위악적 은폐'란 !  선인장 가시'도 마찬가지다. 가시는 말랑말랑한 몸이 토해 놓은 딱딱한 패각'이다. 그 가시를 가르면 동글동글한 푸른 잎'이 숨어 산다. 그러니깐 날카로운 가시는 푸른 잎이 숨어 사는 방이고, 달팽이 집이며 소라 껍질이다. 이 좁고, 날카로우며, 위협적인 가시 안에서 사는 넓고, 부드러우며, 촉촉한 잎이라니. 아, 이 위악적 삶의 세계란 !

 

- 패각과 가시, 2011년 일기 中

 

 

 


 

 

 

 

 

 

- 내 방 벽'에 그린 그림, 술병 사이로 지나가는 건 지렁이'다.

 

 

 

내 옷은 달팽이의 껍데기'다.  

 

 

 

지렁이의 시

 

그저 온몸으로 꿈틀거릴 뿐, 나의 노동은

머리가 없어 그대 위한 기교는 알지 못한다

구더기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지만

내 땀 다 짜내어도 그대 입힐 눈물

한 방울일 수 없어

햇살 한 잎의 고뇌에도 내 몸은 하얗게 마르고

天刑이듯, 그대 뱉는 침 벗삼아 내 울음

알몸 한 벌 지어 오직 꿈틀거림의 노래를 들려주겠다

이 세상의 모든 빛,

그대 사랑에게 겸허히 먹히어 주겠다

나를 지킬 무기는 없어

비록 어둡고 음울한 습지에 숨어 징그러운

몸뚱이끼리 얽혀 산다 해도 어둠은 결코

적소(謫所)가 아니다 몸뚱이가 흙을 품고 있는 한

우리 암수의 성기가

사흘 밤 사흘 낮을 몸 섞는 풍요로운 꿈으로

모든 버려진 것을 사랑하는 몸짓으로

그대의 땅을 은밀히 잉태하고 있는 한

 

- 김신용, 시선집 [ 버려진 사람들 ]

 

 

 

나는 여자들에게 매력 없는 수컷'이었다. 키는 작고 얼굴은 컸다. 설상가상 공부도 못했고 집도 가난했다.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많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 뇌 > 가 고장이 나서 엉뚱한 짓을 자주 하고는 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꼰대들을 향한 반항심'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일진은 아니었으나 일진과 친하게 지냈다. 내가 내 주먹을  " 원 펀치 쓰리 강냉이 " 라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깍두기였다. 일진의 보호를 받는 깍두기였다. 고등학교 때 내 별명이 대학생이었다. 아이들이 보충수업을 위해 아침 7시에 등교할 때, 나는 10시나 11시쯤에 학교에 갔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느닷없이 밖으로 나가 운동장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고는 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뇌가 고장났으므로. 아이들은 자유로운 내 등하교 시간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듣고 싶은 과목만 들었다. 듣기 싫은 과목은 듣지 않았다. 교실 대신 운동장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체육 시간에는 교실에서 잠을 잤다. 처음에 나를 대학생'이라고 한 사람은 고2 담임이었던 ○○○ 수학 선생'이었다. 때려도 때려도 반응이 없으니 화가 난 선생이 소리쳤다. " 니가 대학생이야 이 새끼야. 골라서 수업 듣게 ? " 그 이후, 아이들은 나를 대학생이라고 불렀다. 내가 수업 시간에 답답해서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해바라기를 하면 다른 반 교실에서도 그 모습을 창문 밖으로 보며 수근덕거렸다. 도대체 저 녀석은 뭐하는 녀석일까 ? 아버지가 이 학교 이사장이라도 되는 걸까 ? 그렇다, 나는 전교생들에게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다. 나름 사랑받고 자란 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자에게는 매력 없는 수컷이라는 점이었다. 매력을 떠나서 여자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일쑤였다.

 

미팅'에 나가면 폭탄 역할 하기 딱이었다. 고상한 문학 모임에서는 스티븐 킹이 셰익스피어'보다 훌륭하다고 해서 욕을 먹었고, 문학판을 기웃거리고 싶어하는 애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권혁웅과 남진우를 존나게 까서 문학소녀들에게 욕을 먹었다. 왜냐하면 자기 학교 교수였으니 말이다. " 곰곰발, 짜져 등신아 ! 호호호. " 나름 동성들에게 사랑받고 자란 몸인데 이성들에게 무시를 당하니 몸 둘 바를 몰랐다. 꼬이는 것은 수컷뿐. 수많은 게이들이 나를 흠모했지만 나는 천성이 색기 있는 풍각쟁이'여서 여자의 젖가슴이 좋았다.  수컷들,  밤꽃 냄새 풍기는 놈들에게 질려버린 몸이다.  동성애자이건 이성애자이건 사내새끼'라면 재수없었다. 지금도 나는 수컷들이 징그럽다. 어찌 그리 멍청한지....  짜져, 등신들아 ! 어쩌자고 신은 내게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운명을 주었을까 ?

 

그때부터 몸치장을 과하게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내 패션은 그렇게 탄생했다. 명동을 지나가면 가끔 패션 잡지 사진 기자들 눈에 띄어서 길거리 패션 카탈로그에 실리기도 했다. 3개월 구독권과 부록 따위를 줬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길거리 패션 캐스팅이 3번 정도 된 것을 보면 독특한 패션이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과하다는 데 있다. 귀걸이를 하고, 에스닉풍 목걸이를 차고 다녔다. 처음에는 목걸이 한 개를 차고 다녔는데 이제는 기본이 3개 이상은 차고 다녀야 했다. 팔찌도 양쪽에 하고, 반지를 10개까지 끼고 다닌 적도 있다. 이 정도면 패션이 아니라 < 세상에 이런 일이 > 에 나올 만했다. 광우병 촛불 집회 때는 찢어진 청바지에다가 아트 슈피겔만의 걸작 만화 < 쥐 > 를 본떠서 쥐가 불타는 그림을 그리고 시위현장에 나간 적도 있다. 페루의 치요 모자를 쓰고,

 

이상한 사진가방을 들고, 목걸이를 네 개나 주렁주렁 차고, 무색 라운드티'에다가는 유성 매직으로 " 쥐새끼는 가라 ! " 라거나 " MB정권 웃으면서 코 판다, 개새들아 ! " 라고 썼으니 전경들이 보기에는 인상에 오래 남았을 것이다. 가끔 나를 알아보는 전경도 있는 듯했다. 눈빛이 그때 그 새끼 아니야 ? 라는 눈빛이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패션'이었다. 사실 이러한 패션은 테러'에 가까웠다. 내게는 자랑스러웠으나 누군가에게는 내 패션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보다 못한 어떤 이가 나에게 말했다. " 거지 패션의 선두주자 " 라고 말이다. 옷을 멋지게 입고 다녀서 여자들을 " 다자빠뜨려 " 할려고 했는데 과해서 그만 거지'가 된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소리가 있지 않은가 ?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옛날에 하던 패션의 10% 정도만 하고 나간다. 얼굴에 문신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접기로 했다.

 

가만 보면 비싼 옷은 화려하지 않다. 디자인은 대부분 기본적 패턴에서 약간의 변형을 줄 뿐 기본에 충실하다. 반면 싸구려 옷은 화려하다. 옷이 화려하다는 것은 디자인이 과하게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패션이 와사비'처럼 자극적이었던 이유는 싼 옷'만 샀기 때문이었다. 동대문이나 도떼기시장 가서 옷을 사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시바 !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련다. 나는 삐에로 같은 내 키치적 패션 감각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리라. 비싼 생선일수록 요리를 할 때는 자극적인 양념을 섞지 않는 법이다. 싱싱한 대구 생선은 별다른 밑간 없이 소금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듯이, 비싼 옷이 기본적 패턴에 충실한 이유는 고급 원단으로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반면 비린내가 심한 생선일수록 독한 양념으로 비린내를 지우듯, 싸구려 옷은 싸구려 원단을 감추기 위해서 색이 점점 화려해지고 디자인이 과하게 들어가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라는 인간은 원단 자체가 싸구려였다. 별 매력 없는 놈이어서, 비린내를 지우기 위해서, 독한 양념을 뿌렸고 색을 과하게 썼다. 그것은 보호색이었다. 뼈 없는 무른 몸으로 태어난 달팽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흙빛으로 위장한, 딱딱한 껍데기 속에 숨듯, 나는 무른 몸을 숨기기 위해 딱딱한 척하는 인간이었다. 나라는 인간과 침대에서 뒹군 적 있는 여자는 안다. 내 속살이 달팽이 같다는 사실 말이다. 하여, 친구여 ! 와사비 같은 내 패션에 돌을 던지지는 마라. 내가 입은 것은 옷이 아니라 달팽이의 껍데기'였다. 구더기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었지만 내 몸은 날개를 만들지도 못하는 지렁이'였다.

 

 

 

 

 

덧.

생각해 보니, 내가 지렁이 그림을 꽤 그렸다.

 

 

 

 

술병 사이로 지나가는 지렁이 : 나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말하련다. 지렁이를 키운 적 있다. 환경 단체'에서 지렁이 아파트를 분양하는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지렁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했는데 키우다 보니, 아이구야.... 이렇게 예쁜 놈들도 없다. 고슬고슬하게 싸는 똥조차 예쁘더라. 키우다 보면 지렁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에 빠지고 만다. 지렁이는 피부가 워낙 약해서 지렁이를 사람 손 위에 얹어놓으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참... 이 벽화 이름은 < 안녕, 밤이여 ! > 다.

 

 

 

 

양귀비 꽃 사이로 지나가는 지렁이 : 한때 열심히 지렁이 그림을 그렸었다.

 

 

 

 

- 개기월식 때 지나가는 지렁이 : 사진이 짤려서 잘 안 보이는데 맨 아래에 나비 애벌레와 지렁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지렁이가 화려한 나비를 보고 나도 크면 나비처럼 될 거라며 희망을 품자 왼쪽에 있는 나비 애벌레가 콧방귀를 뀐다. " 야, 이 멍청아 ! 너는 날개조차 만들지 못하는 지렁이일 뿐이야 ! "

 

 

 

 

 

 

 - 강아지풀 사이로 지나가는 지렁이 : 일종의 잔혹 그림 동화'라고 할까 ? 털복숭이 강아지풀과 벌거숭이 지렁이가 친구가 되어 같이 여행을 떠난다. 강아지풀은 털이 없는 지렁이가 부럽고, 지렁이는 털이 많은 강아지풀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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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진우 시를 읽고 나서 김신용 시를 읽을 수는 있지만
김신용 시를 읽고 나서 남진우 시를 읽으려고 하면, 차마 읽지 못한다. 현기증 난다.

수다맨 2013-11-29 20:01   좋아요 0 | URL
저랑 똑같으시군요 ㅎㅎㅎ
사람 마음이 다 같나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20:4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김신용 이 사람 나쁜 사람입니다.
김신용만 아니면 남진우 시 많이 샀을 텐데.... ㅋㅋㅋㅋㅋㅋ
하여튼 남진우 시는 읽을 때마다 무지 짜증나는데
왜 욕하기 위해서 막장 드라마 보지 않습니까.. 내가 그 꼴입니다.

2013-11-29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3-11-3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그린 그림 참 좋아 멋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2:58   좋아요 0 | URL
언젠가 그림 그려서 액자 하나에 넣어드리지요.
오쉬프 님 시집 나오면 내가 크로키하겠음.. 문지사 만 크로키 하냐 !!!!!!!!!!!!!!!!!

푸르푸르 2013-11-3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한강은 아버지가 괜히 시쓴다고 시같지 않은 시쓰는 걸 보고
자기도 시도 쓰고 싶었던 건가?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2:57   좋아요 0 | URL
처음에 등단한 게 시를 통해서였나 봐요. 그리고 소설 등단하고.. 그후 계속 소설을 쓴 것 같은데....
소설을 쓰다 보면 시를 쓰는 것을 잃어버리나 봅니다.
 

 

제주도는 말과 은갈치의 고장이다. 8월에 잡힌 은갈치는 얼마나 고소했던가 ! 그물이 아닌 낚시로 잡은 은갈치 상품은 한 마리에 5만 원에 팔리니 은'보다 가격이 높아 서민들은  비싼 은갈치를 금갈치'라고 부른다. 가격이 비싼 금갈치'이다보니 어부는 금갈치 보기를 금같이 한다. 하지만 똑같은 어종과 크기라 해도 그물에 잡힌 갈치'는 은갈치'라는 이름 대신 먹갈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물 속에서 이리저리 몸부림치다 보니 빛나는 비늘이 다 떨어져나가 먹빛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절반 이하로 팔린다. 이처럼 상처 받지 않고 잡힌 놈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맛도 좋다. 청춘도 마찬가지다. 상처받지 않고 자란 놈이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이명박이 젊은이들에게 공장 가서 고생 좀 해 봐야 한다고 지껄일 때, 그리고 김난도가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마굿간도 아닌 곳에서 말 털며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빅엿을 날려야 한다. 천 번을 몸부림치거나 흔들린 놈은 은갈치'가 될 수 없다. 당신은 먹갈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은갈치가 5만 원에 팔릴 때 당신은 시장에서 절반 가격에 팔린다. 멸치도 정치망에 걸린 놈보다는 죽방림'에서 잡힌 놈이 비싸게 팔린다. 이처럼 상처 입지 않은 몸은 귀하게 팔린다.  그게 진실이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라. 젊어서 고생 사서 하지 마라.  꼰대의 말은 민들레'에게 줘라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9276  히틀러와 시인 中

 

 

 


 

 

 

고래 뱃속에서 : 한 우울만 파라.

 

 

 

한 달 전 일이다.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레오니드 치프킨의 <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을 읽고 있는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와서 갈치를 8토막 내달라고 주문을 했다. 생선장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생선을 8토막 내달라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가끔 개나 고양이에게 주기 위해 생선을 사 가는 손님도 있기는 하지만 8토막 내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내게 낮게 속삭였다. " 과히 듣던 대로 말솜씨 못지 않게 칼솜씨도 뛰어나시네요. 토막낼 물건이 하나 있어요. 뼈가 억세기도 하고....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죠. 처리하는데 천만 원 드릴께요. " 나는 순간 그 여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차렸다.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일이라. 뼈가 억센 물건이라. 망설이고 있는 사이 여자가 다시 낮게 속삭였다. " 저도 알라디너'예요. 곰곰발 님 글 보고 찾아왔습니다. "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왼쪽 눈 부위가 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화장으로 감추기는 했으나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를 감출 수는 없었다. 갑자기 연민이 느껴졌다. 때리는 남편을 피하기 위해 밀었다가 남자가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 죽었으리라. 나는 그녀를 따라 나섰다. 집은 으리으리했다. 그런데 대문은 보이는데 집은 보이지 않았다. 집 대신 시커먼 민둥산 하나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커다란 고래㉢의 등이었다. 마당에는 죽은 고래가 있었다. 그녀가 말한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죽은 고래를 부위별로 나누는 일이었던 것이다. 너무 커서 십 년은 걸릴 것 같았다. 계산해 보니 내 품값은 한 달에 십만 원도 안 되었다. 하루 품값은 3000원이었다. 닝기미,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칼 들고 설치는 게 내 운명 아니었던가. 고래 지느러미를 자르는 데에만 꼬박 13일이 걸렸다. 마지막 날엔 눈이 내렸다. 여자는 내가 일하고 있는 동안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어제였다. 고래 이빨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전기톱이 동원되었다. 일하는 틈틈이 배가 고파서 살점을 뜯어먹었다. 분리한 살점들은 모두 다음날 고래 고기 시장으로 은밀히 유통되었다. 여자가 랜턴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캄캄한 고래 뱃속으로 나를 안내했다. 순간 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본능적인 감정이었다. 그때였다. 주위가 환해졌다. 랜턴 빛이 아닌 다른 빛이었다. 그것은 황금이었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여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 내 남편은 포경선 선장이었어요. 그가 고래를 잡았어요. 행운이었죠. 고래가 보물선을 삼켰으니까요. " 상기된 내 얼굴과는 달리 여자는 차분했다. 여자는 나를 더욱 깊은 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여자의 남편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 죽은 남편을 처리한다는 것은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죠. " 여자가 다가오더니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손으로 힘껏 내 불알을 쥐었다. " 실망이에요. 당구공보다 작군요... " 우리는 고래 뱃속에서 섹스를 했다. 여자가 신음소리를 냈다. < 아 > 라고 한마디하면 < 아 > 는 고래 뱃속에서 떠돌다가 메아리가 되어서 < 아아아아아 > 가 되었다.

 

그리고 절정에 다다른 여자가 < 아아아아 > 라고 외치자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가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온종일 섹스만 했다. 배가 고프면 고래 살점을 떼어다가 와사비와 간장에 찍어 먹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시장 한구석 모퉁이 생선 가게 생선 장수로 돌아왔다. 배를 갈라 내장을 훑어 내고 토막을 내서 팔았다. 생선 장수는 생선을 토막 내서 팔아야지 고래 뱃속에 있는 금화나 옮기면 안 되었다. 그녀가 내게 원했던 것은 고래를 토막내는 것도 아니었고, 남편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금화를 옮기는 작업이었다. 그 일은 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융업 종사자들의 몫이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생선 배를 갈라서 내장을 훑고 저녁에 올린 요리 종류에 따라 토막을 내는 일이었다. 가정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길게 토막을 내달라고 요구하고, 불행해 보이는 얼굴일수록 생선을 짧게 토막내기를 원했다.

 

대화가 없는 가족은 각자 생선 한 토막을 가져가서 젓가락질을 하지만 화목한 집은 여자가 일일이 가시를 바르고 살을 발라 사랑하는 식구 숟가락 위에 올려주기에 굳이 짧게 토막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생선을 짧게 토막내 달라고 하는 손님에게는 유독 친절하게 굴었다. 덤으로 꽁치 하나를 얹어주기도 했다. 내가 시장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바로 행복한 사람은 수박을 자주 산다는 점이었다. 수박이란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과일. 온가족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먹어야 비울 수 있는 과일. 수박을 자주 산다는 것은 가족 간에 대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아주 사소하고, 구석진 모퉁이에서 일을 해도 깊이 보면 다 보인다. 나는 시장에서 일하고부터 비로소 프리다 칼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년에 유독 수박이 있는 정물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명예가 아니라 가족의 탄생이었다. 그녀는 간절히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못했다. 그녀가 그린 수박은 가족에 대한 어떤 열망처럼 느껴졌다. 나는 시장에서 생선을 판다. 비록 비린내나는 일터이지만 향기 좋은 포장지 같은 일터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물을 깊게 보는 눈을 가지고 있고, 불행한 여자에게 꽁치 하나를 덤으로 주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직업이 좋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옳다. 종종 시인이 소설을 내거나 소설가가 시집을 내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 한강이 시집'을 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백이면 백 실패하게 된다. 소설을 잘 쓴다고 시를 잘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창작을 하는 것이다. 소설은 " 쓰다 " 라는 동사가 잘 어울리고, 시는 " 짓다 " 라는 동사가 안성맞춤이다. 물론 " 소설을 짓 " 거나 " 시를 쓸 " 수도 있지만 소설은 쓰다'와 이어져야 하고 시는 짓다'와 이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문학평론가는 문학평론가만의 문장이 있다. 그 문장으로 시를 쓰면 꼰대가 된다. 권혁웅이나 남진우의 시㉤는 계룡산 뜬구름 위에서 뒷짐을 진 채 이승 아랫것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바라보는 자세처럼 보인다. 

 

 그것을 두고 < 성찰 > 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내가 보기에는 성찰'보다는 < 해찰 > 에 가까우니 말이다. 하여튼 문학평론가가 시 쓴답시고 끄적거려서 좋은 작품 나온 거 못 보았고, 훌륭한 소설가가 시를 쓴다고 해서 소설에 버금가는 뛰어난 시를 쓴 경우 또한 보지 못했다. 한강의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 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로 시 몇 편을 읽어보다가 구매를 포기했다. 내가 보기엔 소설 쓰다가 불필요해서 솎아낸 문장을 따로 모아놓은 노트 같았다. 권혁웅의 <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 를 두고 언어 유희'라고 하면 안 된다. 그건 그냥 말장난'이다. 시를 읽는 독자에게 그 시가 쉽게 쓰여진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은 더이상 시가 아니다. 가끔 고래 뱃속에서 사랑을 나눴던 그녀는 나를 찾아와서 갈치를 산다. 그리고는 금화 하나와 고래 고기를 놓고 간다. 금화 한 개는 지금 시세로 따지면 천만 원이 넘는다. 내가 파는 것은 은갈치가 아니라 금갈치다.

 

 

 

 

 

 

 

 

 

 

 


 

 

 

+

 

 

 

  ★★★★★

생각보다 재미있다. 걸작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이런 식으로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

이 소설 원제가 An unsuitable job for a woman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

 

 

 

 

★★★★★

이 소설이 압권이라는 데 동의한다.

 

 

 

★★★★

나름, 그림이 많아서 좋다. 다이안 아버스 평전에 사진이 없어서 곤혹스러웠던 악몽은 적어도 할 필요 없을 것같다.

 

 

 

중세 수도사 같은 코스프레는 좀 집어쳤으면 좋겠다. 계룡산 뜬구름 위에서 속세를 내려다보는 근심어린 시선은 뭔가 좀 묵시론적인 에스에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십자가를 짊어진 고독한 지식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로....

 

 

 

 

 

 

 

솔직히 시집 좀 읽다가 덮었다. 유희와 말장난 사이. 뭐, 권혁웅이나 남진우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취향을 조롱하는 건 절대 아니다. 서로 취향이 다를 뿐이다. 내가 책 파는 사람도 아니고 굳이 눈치 보며 글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까놓고 말해서 내가 신랄하게 까는 이유는 문학평론가들이 주례사 비평만 늘어놓기 때문에 그렇다. 함민복이나 김신용 시인에게는 시집 인세'가 중요한 수입원이니 그렇다고 쳐도 남진우나 권혁웅은 대학교수라는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깐다고 해서, 시집이 안 팔린다고 해서, 곤궁해지는 경우는 없을 것 아닌가 ? 그래서 맘 놓고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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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8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2013-11-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저 시집 알마전 얼핏 표지 제목만 보고서는 꽂혔었는데 말이죠.

지금 인터넷 뒤져서 일단 표제시만 읽어봤는데.. 제 느낌에 이 사람, 주로 머리로만 쥐어 짜내서 시를 쓰는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18:26   좋아요 0 | URL
머리로만 시를 쓴다는 게 문제죠. 소설가는 머리로만 글을 써도 됩니다. 소설은 기본이 허구이니깐 말이죠.
하지만 시인은 머리로 시를 쓰면 개판이 되죠. 시인은 심장으로 써야 하는데, 머리로 쓰면 말장난이 되는....

rtour 2013-11-29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 까시고, 저도 고량주 한 잔 했네요. 방금이요. 안주없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03:29   좋아요 0 | URL
아, 방금 지웠습니다. 취하면 왜 그냥 화딱지가 나는지..
이거 그냥 선량한 사람들 욕해서 미안한데요. 나란 인간은... 참 몹쓸 인간 같아요...
저 이제 고량주 안 먹겠씁니다. 오늘은 족발 하고 먹었는데 족발 하고도 안 어울림....
그나저나 고량주를 안주 없이 먹다니... 대단합니다..

수다맨 2013-11-29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용 시인이나 함민복 시인이나 인세로 그닥 재미 못 봤을 텐데요 ㅎㅎ
들리는 소문으론 함민복 시인은 강화에서 인삼 파시고, 김신용 시인은 사모님이랑 수의 만드신데요.
인삼은 근데 (열을 내는 음식이라) 봄여름에는 잘 안 팔리고, 수의는 중국산이 하도 들어와서 공들여 짜도 영 수입이 안 된다고 예전에 들었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08:13   좋아요 0 | URL
함민복 시인 늦장가 가셔서 얼마나 기뻤던지...
인삼 파시는데 영 장사 수완이 없으신가 봅니다. 함민복 시인 사람이 좋아서 장사하기는 틀렸어요.
함민복 시인은 천상 시인'입니다. 이 사람은 재주가 없어서 시인 밖에 못할 사람이에요.
김신용 시인은 수의를 만드는군요. 고 사실은 몰랐네요.. 허허허..

함민복 시도 좋고, 김신용 시도 좋죠.
전 시가 세련되냐 안 됐냐를 떠니서 시는 기본적으로 심장으로 써야지 손으로 쓰면 안 된다 주의거든요.
함민복 시가 좀 세련된 맛은 없어도 읽다 보면 가슴을 치는 구석이 있습니다.
제가 뭐 미래파 시는 다 까는 것 같은데 사실 전 황병승 시 좋아합니다.
이 시도 보면 뭔가 치는 게 있어요...


명왕성 2013-11-2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칼질은 생선에만 하세요. 꼴사납습니다.

만식이 2013-11-29 17: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분 혹시 권시인님 아니냐.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17: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싸가지없기는 명왕성 님이나 나나 마찬가지이니 여기서 끝냅시다.
내 글에 기분 나빴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꼴사나운 글을 올린 저도 그렇지만
꼴사납게 덧글 단 명왕성 님도 꼴사나우니 우린 둘 다 꼴뚜기합시다.
그나저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식이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만식이 님 때문에 기분 풀어졌습니다. 역시 유머야 !!!!!!!

푸르푸르 2013-11-3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왕성 덧글때문에 빵 터져서 한참 웃고 감
뭐 저런 사람도 필요하다니까
근데 첨엔 잘못 읽어서 칼질은 사람에게만 하세요로 잘못 읽고 뭐 조폭인가 했네
그나저나 간좀 잘 아껴두쇼 나 바쁜거 지나고 나면 좀 같이 마시게~

곰곰생각하는발 2013-11-30 13:02   좋아요 0 | URL
난 처음에, 눈이 나빠져서, 칼질은 선생님만 하세요, 라고 쓴 줄 알았음.. 알고 보니 생선'이더군요.
저 새끼 보면은 은근히 직업 비하적 발언을 하고 있어요.

개새끼, 생선장수 없으면 어떻게 생선 먹을래 ?


넥타이 매고 지 상사 똥구멍 핥는 건 대단한 직업인양 그런 자세가 보임.. 설마 시인은 아니겠지..ㅎ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2-07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실화인 줄 알았잖아욧!
얼마나 매혹적인 소설인지. 고래고래고래고래. 백년동안의 고독. 의 오마주. 끝없는 이야기를 써내는 선수들, 정말 선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2:28   좋아요 0 | URL
백년고독 읽으셨군요. 아, 이 소설 읽었을 때 정말 참신해서 뒤로발라당 넘어지는 줄 알았ㅆ브니다.
얼마나 재치있고 흥미진진합니까. 전 아무래도 라틴 문학이 제 취향인 거 같더라고요.

백년고독 좋아하시면 아마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도 좋아하실 겁니다.

모래 여자 끝내줍니다. 강추 !!!!!!!!!!!!!!!!!!!!!!!!!!!!!!!!!!!!!!!!!!!!!!

samadhi(眞我) 2014-02-08 12:03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볼게요. 고등학교 때 에스빠냐어를 배웠어요. 우리학교는 특이하게도 흔한 일어독어불어를 배우지 않고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기억나는 건 거의 없지만. 더블 R 발음 연습한다고 혀 꽤나 굴려서 연습했지요. 처음엔 까마귀 소리만 나더니 결국엔 되더라구요. 그때부터 에스빠냐 언어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어릴 때 언니랑 주말의 명화에서 "달콤 쌉싸름한 초컬릿" 한다고 잠 안자고 기다리던 기억도 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14:27   좋아요 0 | URL
오홋. 에스빠냐어''' 매력 있죠. 저도 외국어 공부 할 기회가 있다면 다 집어치우고 에스빠냐 공부하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천주교 재단 고교였나 봐요. 후훗..
전 확실히 남미 문학 취향이더군요. 남미 문학은 보통 모두 별 4개는 되었으니 말이죠.
모래의 여자, 아, 아아아아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samadhi(眞我) 2014-02-08 22:23   좋아요 0 | URL
지역이름 딴 고등학교였어요. 중학교는 강제(?)배정받아서 미션스쿨을 다니며 고생이 막심했어요. 고등학교는 연합고사를 봐서 들어갈 수 있으니 굳이 그 괴로움을 반복하지는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