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얼굴 근육'을 써서 표정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투수가 팔 근육을 써서 공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톡스'란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 표정을 잃는다. 주름이야말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렇게 ! 그것은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미용을 위해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과 같다. 피아니스트가 손톱을 길게 기른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깊은 주름을 보고 있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주름이 매력인 수전 새런든은 별다른 연기 없이도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굳이 대사를 읊지 않아도,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름의 놀라운 효능이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젖가슴은 처지더라도, 젖꼭지가 점점 진한 색깔을 보이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관목처럼 밑동에서 가지’를 치며 올라오더라도, 그 세월을 순응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맛이 좋다. 그리고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더 달콤한 몸내를 풍긴다. " 시인의 말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홍상수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회춘‘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14833 세기의 마녀들 中

 

 


 

 

 

 

 

 

 

관상.

 

 

 

 

 

 

 

 

 

neighber라고 써야 할 자리에 naver'라고 쓴 적이 있다. 누군가가 그 오류를 지적하길래 쿨하게 " 아, 나의 미스테이크 ! " 라고 말한 적 있으나, 사실 나는 지금까지 < naver > 가 " 이읏 " 이란 뜻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 거대 포털사이트'가 지향하는 목적이 전세계를 하나의 이웃으로 연결시키려는 야심'으로 이해했다. 그러니깐 내가 미스테이크'라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무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쪽팔려서 거짓말을 한 것인데, 문득 내가 왜 영어를 못한다고 부끄러워 해야 하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것은 영어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내 거짓말이었다. 한국놈이 한국말만 잘하면 되지, 굳이 영어까지 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페이퍼에서 neighber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 일부러 영어사전을 펼쳐보았다.

 

내게는 꽤 어려운 단어이다.  가끔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자신의 어설픈 영어 실력을 웃음거리로 사용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애국심을 강조하던 한국인은 알고 보면 줏대도 없는 새끼들이란 생각을 했다. 한국인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못하는 것을 서로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너희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야. 각하 정권 때 해프닝으로 끝난 " 오륀지 파동 " 은 가나다라 민족이 ABCD민족을 얼마나 흠모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만민을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교육 이념'이 국가를 통치하는데 달콤한 떡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각하의 꾀죄죄한 뇌와 심장을 무조건 욕할 수만도 없다. 백성이 욕망하니 각하는 그 심리를 이용해 먹으려고 한 것 뿐이다. 

 

한번은 모임에서 어떤 여자가 자신을 파티쉐'라고 소개하길래 내가 " 제빵사 말씀하시는거죠 ? " 라고 말했다가 따귀를 맞을 뻔한 적이 있다. 같은 이유로 쉐프'라고 말하면 좋아하고 요리사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한다. 먹다 남은 양주를 " 키핑 " 하는 것은 기본이면서, 소주를 " 키핑 " 하겠다고 하면 속으로 욕을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도둑놈도 " 씨프 " 라고 해야 좋아할 분위기'다. 한마디하련다. " 야, 이 시발놈들아 ! 자기 직업이 그런 식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하면, 인왕시장 아래 구탱이 생선가게 魚水船에서 일하는 생선 장수인 내게 꼴사납게 칼질이나 하는 생선 장수라고 천박하게 말하지 말고 < 피쉬 딜러 > 라고 불러라 ! 그리고 환경미화원은 < 스트리트 클리너 > 라고 불러라. " 그 짓은 못하면서 왜 자기 직업을 쉐프나 딜러 따위로 남들이 불러주기를 강요하는 것일까 ? 한국놈이 한국말을 부끄러워하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 거다.

 

가나다라의 ABCD 사랑은 끝이 없다. 지겹다. 서두는 입만 뻥긋할려고 했는데 오고가는말풍선이 의외로 커진 감이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 영어 실력이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자막 없이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은 가능하다. 이현세 만화에 나오는 외팔이 실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이자 외화 번역가'인 조상구 씨가 내게 늘 했던 말이 법정 드라마 번역은 일반 번역료보다 2배는 받아야 된다고 넋두리였다. 그 이유는 법 관련 전문 용어가 많고, 또 하나 ! 말이 많다. ( 외화 번역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액션 영화다. 심한 경우는 대사가 400개 밖에 안 된다. 야뵤, 으라차차, 윽, 컥, 퍽퍽, 와장창, 킬 유 따위가 팔 할이니 말이다. )

 

일반 영화 같은 경우는 대사가 보통 900개에서 1200개 사이인데 반해 법정 영화는 1800개에서 2000개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번역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비단 대사 횟수 때문이 아니다. 법정 다툼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대사가 길다.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이야 그대로 옮기면 되지만 영상 번역은 대사 글자수에 한계가 있다. 보통 16자가 한계다. 그 수가 넘으면 대사를 읽느라 화면을 놓치게 된다. < 어 퓨 굿맨 > 같은 경우는 대사가 2000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번역하기 까다롭다는 푸념이었다. 그런데 건방지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영화를 자막 없이 보아도 대충 이해를 한다. neighber와 naver'를 구별할 줄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곰곰 생각했다. 영어라고는 파인 땡큐 앤드 유 밖에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것일까 ?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헐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보아도 대충 이해를 하는 것은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일반적 패턴과 배우의 표정 연기'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헐리우드 영화를 수천 번 보다 보면 헐리우드 시나리오만의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 소설이 고전을 바탕으로 그 텍스트를 무한 변주하는 것과 같이, 헐리우드 시나리오도 어떤 원본을 바탕으로 꾸준히 복제되기 때문에 대사들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상황을 잘 이해하면 배우가 어떤 대사를 칠 것인지는 명확하다. 물론 송강호 같은 애드리브의 황태자가 나타나서 대본에도 없는 말을 쏟아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배고픈 상황이 연출이 되고 그 다음 장면이 식사 장면이라면 이 장면에서 배우가 쏟아낼 말은 뻔하다. " 오, 여보 ! 정말 당신 요리 솜씨는 일품이구랴 !!!! "

 

하지만 시나리오의 일반적 패턴만으로 영어 깜깜이가 무자막으로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때에는 배우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얼굴 표정보다는 배우가 표정을 짓기 위해서 사용한 얼굴 근육을 섬세하게 읽는 것이다. 여기에는 폴 에크먼의 " 얼굴 표정 분류법 " 이 큰 도움이 된다. 에크먼은 말한다.

 

" 우리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도 300가지 조합이 생깁니다. 세 번째 근육을 추가하면 4,000가지가 넘지요. 우리는 5개 근육까지 조합해 봤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얼굴 형상이 1만 가지'가 넘더군요. "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폴 에크먼은 얼굴 근육이 사용된 부위를 관찰하여 거짓말을 밝혀냈지만, 나는 배우가 어떤 특정 대사를 말할 때 모든 배우들이 동일한 특정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깐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라면 A라는 대사를 칠 때는 A라는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깜깜이'라고 해도 얼굴 표정만 가지고 대사를 읽을 수 있다. 만약에 어떤 배우가 L이라는 얼굴 표정을 지으면 그 배우는 L 대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연결시키면 된다. 배우가 L-E-W-F-A 순으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면 그 배우는 L-E-W-F-A 순으로 대사를 친 것이다. L 이 " 나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해 " 라는 사랑이 담긴 대사라고 하자. 그리고 E가 " 그래서 내 가족을 해치는 놈은 용서할 수 없어. " 라는 분노를 담은 대사라고 하자. 이 둘을 연결시키면 " 나는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네. 그래서 내 가족을 해칠 놈은 그 어떤 누구도 용서할 수 없어. " 가 된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뒤에 나올 W,F,A가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식의 훈련을 하다 보면 자막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속기사는 대화나 녹취 따위를 빠르게 옮겨 적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속기를 오래 하다 보면 입모양만 가지고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음소거를 한 상태의 영상물'도 속기가 가능하다. 그들은 입 모양만 본다. 나는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속기사처럼 입 모양에 집중하는 대신 얼굴 표정에 주목했다. 아랫 눈썹이 내려갔는가, 속눈썹이 올라갔는가, 미간이 좁혀졌는가 따위를 보게 되었다. 반복하자면 속기사가 음소거 상태인 영상물 속 인물의 입 모양만 가지고 말을 알아듣듯이, 나는 입 모양 대신 얼굴 표정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자 비극이 시작되었다. 얼굴만 가지고도 사람 속마음을 꿰뚫게 되었다. 대부분은 말하는 메시지와 얼굴 표정이 서로 엇박자'였다. 각하가 촛불 집회 후  다 내려놓겠다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을 때, 나는 그가 말한 것과 얼굴 표정 간에 엄청난 간극이 있음을 깨달았다.

 

말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표정 : 이 지긋지긋한 놈들아 !

말    : 국민의 뜻에 따라 다 내려놓겠습니다.

표정 : 아무리 지랄해 봐라. 방귀는 소리 내어 뀌면 욕먹지만 소리 없이 뀌면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이런 식이었다. 각하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게 " 어머, 굉장히 매력있으세요 ! " 라고 말했으나 얼굴 근육의 쓰임새로 보아서 " 뭐냐, 이 꾀죄죄한 놈은... " 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내가 타인의 속내를 읽었다고 화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괴로웠다. 하지만 이 재주는 나중에 큰 재능이 되리라는 생각을 늘 품고는 있었다. 나는 충무로에서 영화 편집을 했다. 당연히 한 영화를 작업하게 되면 백 번 넘게 보아야 했다. 그리고 편집이 없는 날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외화 스포팅 작업도 해야 했다. 스포팅 작업이란 번역가가 번역한 대사 자막을 적절한 타이밍에 찝는 작업이었다. 이 또한 영화를 반복해서 보아야 했다.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 춤추는 무뚜 > 였다. 원래는 인도 영화라고 해도 필름 판권을 팔 때 무조건 영문 자막으로 번역한 대본을 동봉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 필름을 살 때도 한극 측 배급사는 반드시 영어 대본을 동봉한다. 이 대본 속 대사는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번호 옆에는 초 단위의 타이밍이 기록되어 있다. 대사 1024번 1:22:33'이라는 말은 영화 상영 1시간 22분 33초에 1024번 대사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 춤추는 무뚜 > 라는 영화는 20분 가량이 짤린 채 입고되었다. 설상가상 영화사에서 필름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영화제 때 돌던 필름이어서 영어 대사 대본이 분실되었다.  결국 나는 번역한 한글 대사만 가지고 상황에 맞춰 스포팅을 해야 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인도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나 천상 외화 번역가가 번역한 대사와 맞는 얼굴 표정을 찾아야 했다.  스포팅 할 자리를 못 잡아서 계속 반복적으로 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렇게 편집 기계 앞에서 배우 얼굴을 반복적으로 100번 넘게 보다가 깨닫게 되었다. 배우들은 특정 대사(감정)를 말할 때, 거의 대부분, 배우들이 동일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말이다.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표정은 같은 것이다. " 사랑해 ! " 라고 말할 때 미국 배우나, 중국 배우,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과테말라 배우 모두 동일한 얼굴 근육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폴 에크먼이 FACS ( Face Action Coding System ) 으로 밝혀낸 것과 동일했다. 얼굴 표정만 가지고도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관상가'가 아니면서도 관상을 보게 되었다. 종종 얼굴 표정과는 다른 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보게 된다. 각하처럼 말이다. 정치가와 사기꾼은 대부분 얼굴과 입이 따로 노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또 한 부류가 있다. 내가 어수선'이라는 생선가게에서 생선 장수를 하면서 만난 손님 가운데 한 명 ( 남자였다 ) 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그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것은 설명이 불가능한 불안함'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형님, 형님 하며 그를 따랐고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나는 확신한다. 그는, 화성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계속 그를 염탐하고 있는 중이다.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가 그랬던가 ! 미치도록 잡고 싶다고 말이다. 거의 다 왔다. 낚시꾼이 생선 토막으로 갈치를 잡듯, 나 또한 생선으로 그 녀석을 잡겠다.  기다려라, 나 ! 어윤부, 인왕시장 구석진 생선가게 어수선의 생선장수, 하는 일마다 안 돼서 온갖 세상에 불만을 쏟아내는 자. 생선 가시에 찔려서 눈물이 찔끔 나온 사내. 내가 그를 잡겠다. 그의 진상을 밝히면 멱살을 잡고 조용히 속삭이겠다. " 밥은.... 먹고 다니냐 ? " 내 관상 짓'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영어 깜깜이가 헐리우드 영화를 무자막으로 보는 노하우를 자랑하는 것이었을까 ? 아니다. 나는 늘 하지 않아도 될 말은 앞에 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끝에 두는 버릇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관상 " 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 사람 외모 가지고 판단하는 거 아니여 ! 그게 제일 나쁜 거여. 알긋냐 ? 사람은 말이다.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이는 것이제. 암, 그렇고 말고. 안 그르냐 ? " 그런데 나는 이 말을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얼굴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말을 믿으면 안 된다. 말은 과천 경마장에 가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얼굴보다는 먼저 말을 믿기 때문에 항상 속는 것이다. 정치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누리당 정치가 쌍판을 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다.

 

기름기가 죄르르 흐르는 얼굴을 보면 기름기 잘 오른 10월 전어 같다.  당신은 정치가의 얼굴을 믿고 뽑은 것일까, 아니면 말을 믿고 뽑은 것일까 ? 얼굴은 모든 것을 말한다. 정직한 사람은 얼굴에 표가 난다. 달변가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말빨은 천박한 얼굴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다. 가끔 정직한 촌부들을 만나고는 한다. 그 얼굴은 하나의 거대한 믿음이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 하나로 믿음을 준다. 이처럼 얼굴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므로 외모 보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계룡산 뜬구름 잡는 상투는 지나가는 민들레와 둥굴레 그리고 쇠똥구리에게 줘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외모는 미적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직한 얼굴은 아름다운 얼굴을 압도한다.

 

혹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 관상 > 이라는 페이퍼 제목과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 < 관상 > 에 대한 이야기'로 착각하는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그런 착각은 바보들이나 하는 실수이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뭐라고 ?! 영화 < 관상 > 에 대한 글인 줄 알고 여기까지 읽었다고 ? 아이구야, 이런 참고 사항을 왜 마지막에 가서 배치했나면.......  이봐 ! 나, 원래 그런 놈이야. 꾀죄죄한 심장과 소갈머리를 가진, 생선 가시에 찔리면 눈물부터 훔치는 사내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게 가당하기나 하니...

 

 

 

 

 

+

끝으로 < 춤추는 무뚜 > 하나 올린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난 당최 무슨 말인지 몰랐다. 898번 대사를 도대체 어느 지점이 찍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맸던 생각이 난다. 헐리우드 영화가 타국에서 맥을 못 쓰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 같은 경우는 만들어진 영화의 90% 이상이 이런 뮤지컬'이다. 내 기억으로는 1년에 제작하는 영화 편수가 미국 영화'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도 영화에 빠지면 미국 뮤지컬 못 본다. 감상하시길......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나 더 올린다. 파트리스 르콩드의 걸작 <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이다. 이 장면도 내가 환장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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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2-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왕, 이 글 넘 재밌어요. 첨에 영화 관상 리뷰인 줄 알았지만~ 저도 아직 못 본 영화 ^^;

저 역시 말보단 사람 외양을 믿습니다. 그보단 사람 목소리 톤... 그리고 필체를.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7:44   좋아요 0 | URL
제가 사실 새벽 님을 믿는 이유는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새벽 님 얼굴은 정직한 얼굴이에요.
저도 외모와 목소리를 믿습니다. 외모와 목소리는 사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합니다.

사무아 2013-12-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전하시군요. ㅎㅎ
알라딘서재까지 와서 감탄하고 갑니다.

못 읽었던 포스트들을 날 잡아서 읽어야 할 것 같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8:15   좋아요 0 | URL
사무아 님.... ㅎㅎㅎㅎㅎㅎㅎ. 자주 오십시요. 사실 제 글이 항상 재미있잖아요.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은 올리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팬을 확보해야 생선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습니다.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因果律 2013-12-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링크가 즐겨찾기에 저장해둔 주소보다 편리하네요 감사해요
블로그 끊은 기간에도 가끔 들르곤 했는데 즐겨찾기 어디에다 두었는지 깜빡깜빡 했거든요
이리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저도 팬인데, 그 생선 어디가야 살 수 있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9:14   좋아요 0 | URL
인과율 님 점점 성숙해지시네요. 미모가 점점 한참 물오른 전어 같습니다.
혹여 홍제동 올 일 있으시면 메모 남겨주십시요. 생선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르미에르 2013-12-0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이사를 하신 모양입니다 ^^
메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1 19:48   좋아요 0 | URL
오, 스케치곡 나오셨군요. 제가 하루만 이곡 반복적으로 들어보고 나서 제가 내일
메일 드리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음악이 너무 좋군요.
천재군요.......
지금 듣고 있는데 이 곡 대박이군요. 음악 좋습니다.

rtour 2013-12-02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덧글창도 열어주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04:23   좋아요 0 | URL
( 코 팜 )

세이지& 2013-12-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블로그이웃 오레클 입니다..

어제 통영에서
고기잡이 배 안에서 파닥거리는 생선들을 보았습니다..
횟집에서 머리를 툭 쳐서 죽이는 장면도 보았구요..
미안했지만 그것을 먹었는데..확실히 힘이 나더군요..

머릿속도 마음속도 어수선한 요즘..
제 관상 좀 봐달라고 찾아가보고 싶네요..ㅎㅎ

그러긴 힘들 거 같고,
생각하는 발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링크 계속 걸어주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3:11   좋아요 0 | URL
오레클 님 반갑군요. 아니 언제 통영까지 가셨씁니까 ?
통영 음식이 양념을 과하게 넣지 않습니다.
특히 섬으로 들어갈 수록 생선 자체의맛으로 승부하더라고요.
도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맛이 그냥 그렇다고 말해요.
저도 그랬는데 익숙하다 보니
이 맛, 도시에서는 못 느끼는 맛이더라고요....
자기가 먹을 만큼만 잡아 죽이는 것은
죄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항상 문제는 자기가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살생을 한다는 데서 문제가....

2013-12-0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다 2013-12-0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연예인들이 초보적인 영어실력이 어설퍼 부끄러운 게 영어 때문이 아니라 그 만큼의 중고등학교 기초지식이 없음 때문에 비웃고 부끄러움을 개그로 날리는 줄 알았어요. 따지고보면 수학/음악/영어/과학 기타등등 그 중 영어는 한 과목에 불과하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3 23: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웃기는 코드 이잖아요. 그게 그렇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해야 하나 라는....
그래요... 영어는 많은 것 중 한 과목이잖아요.
영어 잘하면 좋죠. 적어도 영어 못한다고 쪽팔려하지는 말자,.. 뭐, 이런 다짐... ㅋㅋㅋㅋ.

유다 2013-12-0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하게 사자성어 몰라 하는 개그?! 뭐 그런걸로 보아요 ㅋㅋㅋㅋㅋ그나마 영어와 사자성어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고. 저는 중학교 때 배운 음악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어른되어서 초딩때 배운 박자법 모른다고 성당지휘자한테 초딩도 못한X라고 까이기도 하여 ㅋㅋ

걍 십대에 의무교육을 제대로 흡수못한걸로 까는게 아닐까 한다는. 어쩌면 맞춤법 몰라 부끄러운 맥락과 비슷.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3 23:59   좋아요 0 | URL
노래 못하시는군요 ? ㅎㅎㅎㅎㅎ...하긴 저도 음정 박자 다 놓치는 삼치'라서...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