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몰라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연신 손으로 " 마빡(이마) " 을 친다. 사내는 자신을 골목대장 마빡이'라고 소개한다. 아하, 그래서 손으로 연신 마빡을 치는구나 ! 마빡이가 자기 마빡을 치는 행위는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연상 작용을 활용한 자기 PR, 영리한 셈법이다. 다음은 얼빡이'가 등장한다. 그는 팔을 힘껏 휘둘며 자기 이마를 때린다. 마빡이보다 얼빡이(김시덕 분) 행동이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얼빡이는 왜 손으로 마빡을 치며 등장하는 것일까 ? 자기 이름을 알리려면 마빡'보다는 얼굴 뺨을 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 뭐, 이마도 얼굴에 속하니 그리 생뚱맞지는 않다만 !  이때 대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다른 동료와는 달리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등장한다.

 

팔을 휘젖는 품새'가 힘차서 노동 강도로 보자면 가장 힘든 자세'다. < ~빡이 3형제 > 는 투렛증후군 환자처럼 특정 행위'를 쉬지 않고 반복하다 보니 힘들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무대 위 바보(들)은 콩트고 나발이고 빨리 끝났으면 싶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관객이 박수치며 박장대소하는 것도 반갑지 않다. 시간만 연장될 뿐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갈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반복 행위를 하며 쓸데없는 말을 쏟아낸다. 관객은 웃는데 왜 웃는지는 모른다.  그냥 웃기니까 웃는다. 개그콘서트 코너 << 마빡이 >> 는 " 내용 " 이 없는 콩트'다. 상황극이 아니다 보니 줄거리'도 없다. 줄거리가 없다 보니 메시지도 없다. 하지만 관객은 빵, 터진다. 바보는 관객인가 마빡이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이러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예수, 부처, 마호메트'만 하는 게 아니다. 달동네 골목길에서 해 질 때까지 놀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 ? " 아버지는 웃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 몰라서 물어 ? 나도 잘 몰라 ! 아행행해ㅎ허허햏ㅎ히햏힣ㅎ해히힣해햏ㅎ.... " 하지만 아들은 알고 있다. 나는 " 공짜/空- " 다. 이동통신 016 Na 광고다. 한국 방송 광고 역사상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 016 - Na > 는 (당시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심오하고 오묘했다. 아버지가 웃자 시청자도 웃었다. 왜 ? 나도, 너도, 바둑이도, 고양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들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 아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지며 놀다 오겠다고 말한다.

 

아마, 아들은 " 동쪽 " 으로 갔을 것이 분명하다. 왜 ?!  " 몰라서 물어. 사실 나도 잘 몰라 ! " 아햏햏 아버지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며 아햏햏, 웃으셨지만 세상은 공짜/空자가 지배하는 세계'다. < 마빡이 > 나 < 016 광고 > 속 na는 모두 空이다. 지금 관객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복 행위'를 본다. 그동안 우리가 무의미'를 보거나 의식하지 못한 이유는 무의미를 볼 기회(무의미를 인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위대한 점은 무의식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다. 의식은 무의식에 비하면 " 빙산의 일각 " 이다. (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용구 대신 남산의 팔각(정)이라는 표현은 어떨까 ? )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이 통제한다고 믿지만 사실 일상 대부분은 무의식이 통제한 결과'다.  

 

불교는 無와 空을 발견한 종교'다. 아라비아숫자 < 0 > 이 인도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zero " 라는 말의 어원도 인도어'에서 비롯됐다. < 0 > 은 인도어로 空을 뜻하는 " 수냐(sunya) " 다. 이 말이 아랍으로 건너오면서 시프르(sifr)가 되었고, 서양으로 건너오면서 라틴어 제피루스(zephirus) 가 되었다. 또한 숫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시프르(chiffre)는 0을 뜻하는 수냐'에서 따왔다. 이 정도면 숫자의 아버지는 1,2,3,4,5,6,7,8,9가 아니라 0이다. 우우, 하지 마라. 와와, 해라. 무는 힘이 세'다. 영화 << 배트맨 >> 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 조커 " 는 카드놀이에서 무소속'이다. 그는 스페이스 군단도 아니고, 다이아몬드 군단'도 아니다. 물론 하, 하하하하트 군단 소속도 아니다. 그는 독자/獨自이며 고아/孤兒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고 싶었으리라. 소속이 없다 보니 계급도 없다. 스페이드 1보다 낮은 숫자'다.

 

결국 조커는 0에 가까운 존재'다. 하지만 0은 무시무시한 증식과 동시에 완벽한 소멸을 보여준다. 1 더하기 1은 2이지만, 1이라는 숫자 옆에 0이 놓이면 10이 된다.  반면 10 x 10 = 100이지만 1000000000000000000 x 0 = 0이다. " 오, 한순간에 새됐어 ! " 0은 상대가 어마무시한 골리앗이라 해도 단번에 쓰러뜨리는 힘과 지략을 겸비한 다윗이다. 블랙홀과 빅뱅 현상도 특정 대상을 0으로 나눈 결과'다. 왜냐고 묻지 마라. 우주 물리 과학자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0이다. 0은 無이면서 無限( ∞ ) 이다. 영화 속 조커는, 그런 존재'다 ! 조커는 무의식'이며 무소속이고 무의미하면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나는 공짜'다. 정종철이 << 골목대장 마빡이 >> 에서 주장하듯이 na는 무서운 놈이다. 웃지 마라, 이 콩트는 무서워야 끝난다.

 

끝으로 오세훈에게 한마디 하련다. 공짜 점심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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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6-1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광고 다시 보니 정말 웃깁니다. 요즘은 저런 광고가 못 나올 것 같아요.
나오게 되면 이병헌 같은 배우가 나와서 각 잡고 "단언컨대 0은 가장 완벽한 숫자입니다.." 그럴 거 가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6 19:0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마빡이 유행해서 이 광고가 나왔나 ?! ㅎㅎㅎㅎ.
0은 정말 신기합니다. 두고두고 생각할 숫자입니다.

엄동 2014-06-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으로는 동영상이 안보이는군요
잘계셨지요?
출근길 신호대기중에
뒤에서 받히는 바람에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아직도 등허리가 뻐근뻐근하네요
차조심하세요 몰때도 거닐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7 10:40   좋아요 0 | URL
교통사고는 후유증 조심해야 한다 하는데
조심하십시요. 앞뒤 범퍼에 스프링을 달아농으세요.
튕겨나가게... 그래도 댓글 다시는 거 보니
다행이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6-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세훈씨 잘 있습니까? ㅎㅎㅎ

살인의 추억 송강호 씨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여

밥은 먹고 다니냐?

아마 밥 대신 고기를 먹지 않을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8 18:38   좋아요 0 | URL
5세 아마, 어디서 대학 강의하고 있을 겁니다. 요즘 추세가 국회 떨어지면 대학으로 빠지더라고요...
보고 싶네요. 5세 훈이의 하얗고 고른 이,빨 !!!! 스마일'에 꿈뻑 죽던 유권자들......

2014-06-1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하게 있어도 되지만......

 

 

 

http://youtu.be/uW-sjI2wB6k

 

 

사내(社內) 인트라넷'에 < 익명 자유 게시판 > 이 도입된 적이 있다. 보스는 낮에는 진보요, 밤에는 보수 꼴통 마초'가 되는 " 지킬 박사와 하이드 " 형 인간이었다. 많은 참모진이 " 익명 게시판 " 을 반대했지만, 보스는 직원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며 " 익명게시판 " 을 " 직장 내 신문고 " 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결의를 했다. 직접 백성(평직원)의 말을 듣겠다는 소리'다.  " 사내 직원들이여,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글을 올리쇼 ! " 당시 사내 커뮤니티 관계망은 오로지 실명 인증을 통해서만 글을 쓸 수 있다 보니 불만 사항이 있어도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직원들은 생각보다 익명게시판에 불만을 쏟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아부가 늘었다.

 

어떤 놈은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난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겠다는 소리와 함께 조직의 강성대국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다는 말로 매조지하는  습자기 같은 간신도 있었다. 형광등 백한 개를 켜놓은 듯한 아부'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가 되어 조롱을 받곤 했다.  가끔 술자리 뒷담화 타임에 불콰하던 얼굴이 불쾌한 표정으로 바뀌는 이도 있었다. 익명이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그 누가 알겠는가 ? 다음날 익명 게시판에는 " 회사 험담이나 하는 족속들 " 이라는 글이 올라오고는 했다. 우리는 불콰했던 얼굴이 불쾌한 표정으로 변했던 김 대리'를 의심했다. 어느 날이었다. 익명 게시판에 평소 마초 꼴통 면모를 보였던 닉네임 뽀로로 님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본을 " 쪽빠리 " 운운하며 맹렬히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 뽀로로 님, 흥분하지 마십시요.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비난하기에 앞서 독도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뽀로로가 반론을 제기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 친일파 근성은 버리시죠 ? " 나 또한 반박 댓글을 달았다. " 뽀로로 님, 잘하면 대나무 깎아 죽창 만들 기세로군요 ! " 오고가는말풍선이 길어지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며칠 후, 총무부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익명 게시판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였다. 익명 게시판'이라더니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추적하면 다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슈발 ! 추측컨대, 나와 말싸움을 벌렸던 이는 사장이었던 모양이다. 몇 달 후 익명 게시판'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개그콘서트 << 편하게 있어 >> 는 "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이동했을 때. 송대리가 겪게 되는 곤경 " 에 대한 이야기'다.  콩트 설정을 살펴보니 김과장은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인 척 고래 흉내를 내는 술고래'다. 그에게 송대리'는 일 잘하는 쎈쓰쟁이요, 믿고 의지하는 아랫사람이다. 3차는 자기 집'이다. 그는 송대리에게 말한다. "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 " 송대리 입장에서 보면 편할 리 없다. 김과장이 편하게 있어, 라고 말하는 순간 그곳은 불편한 장소가 된다. 왜냐하면 송대리와 김과장은 공적 영역에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공적 관계인 송대리가 사적 공간인 김과장 집에 침범하는 순간 사회적 거리'는 무너진다.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 상호작용 의례 >> 에서 " 중간 계급이 사는 도심 지역에서 하위 계급이 사는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좌석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73쪽, 아카네) " 고 지적한다. " 상위 계급일수록 접촉 금기의 범위가 더 넓고 정교하다 " 권력과 자리가 높을수록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거리'가 탄생한다. 권력과 거리는 비례한다. 백악관 청소부가 오바마와 아무리 친하다 한들 오바마에게 다가가 팔짱을 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바마는 청소부에게 다가가 팔짱을 낄 수 있다. 거리를 침범했으니 무례한 태도일까 ?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바마는 수평적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라는 칭찬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허락없이 친밀감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아랫사람은 그럴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권력의 맛, 아니겠습니까 ?

 

김과장(윗사람)이 송대리(아랫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 태도는 송대리에 대한 민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친밀감 표현이지만, 송대리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편하게 있어, 라고 말하는 관계는 대부분 불편한 관계'다. 편한 사이는 결코 편하게 있어, 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마치 사랑하는 사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 설정에 따라 공적 공간에서는 편하지만 사적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불편해지는 관계가 있다. 개그콘서트 << 편하게 있어 >> 는 서로 친한 사이'라고 해도 공적 공간에서 느끼는 친밀도와 사적 공간에서 느끼는 친밀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나와 말싸움을 했던 뽀로로 님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온라인 야자 타임'을 도입하여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도입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그는 아랫사람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몸짓을 근사한 태도라 생각했지만, 막상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던, 없었던, 없었던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예의상 던지는 " 편하게 있어 ! " 라는 말에는 생략된 부분이 있다. " 편하게 있어,   도 되지만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지 ? "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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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6-1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글을 읽고 곰곰발님과 같은(?) 결론에, 같지 않은(?) 결론이군요.

저는 이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 인간 사회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온 말이다.

저도 이 글에도 동의 합니다. ;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다.

인간 사회 관계 - 공적 영역, 인간 관계 - 사적 영역, 또는 양자를 포괄한 영역 ; 위 글의 인간 관계가 공적, 사적을 포괄한 의미라면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 선택이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4 22:04   좋아요 0 | URL
저는 좀 프로이트적으로 생각해서 쓴 문장입니다. 물론 프로이트 이론 중 프로이트는 " 말실수 " 가 갖는 의미를 크게 보았지만,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대체로 발화된 의미보다는 생략된 언어'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죠. 당신을 증오한다는 당신을 사랑한다, 라는 말이다... 이런 비스무리한 말 말이죠. 입 밖ㅇ로 나온 말은 증오한다인데, 사실 여기서 생략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었죠. 그런 의미입니다.헤헤...
 

 

 

 

 

 

 

 

 

 

 

 

 

 

 

 

 

 

 

 

 


 

 

 

 

 

 

개그 콘서트 1 : 생활의 발견 + 나쁜 사람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19243 :

개그 콘서트 2 : 두 분 토론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20323 :

개그 콘서트 3 : 깐족거리 잔혹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43434 :

 

 

 

 

 

 

 

그 옷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단편,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대학로 로맨스는 2009년 개그 콘서트 대박 코너 가운데 하나였던 << 분장실의 강 선생님 >>과 웃음 코드가 동일하다. 분장-쇼'라는 측면에서 < 대학로 로맨스 > 는 < 분장실의 강 선생님 > 속편이다. 강유미와 안영미가 대학로 연극 선후배 관계로 설정되었다면, 서태훈과 허안나'는 연인 사이로 나온다. 여기에 안영미가 실감나게 연기한 밉상 진상 선배 캐릭터는 정승환이 맡았다. 이 콩트에서 정승환과 허안나는 매회마다 엽기적 분장-쇼'를 선보인다. 그들은 가가멜, 마녀, 스머프, 까마귀, 두더지, 물개, 돼지머리, 두꺼비'가 되어 관객 앞에 나타난다. 강유미 - 안영미 짝패'에 비해 관객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그럭저럭 배역을 잘 소화한다. " 빠앙~ " 터지지는 않지만  " 푸우~ " 웃게 만드는 힘은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엉터리 분장/복장'인데 한눈에 봐도 겉과 속이 다른, " 속보이는 " 재현이다. 그것은 " 맞지 않는 옷 " 이다. 사람이 개나 돼지 복장을 한다는 점에서 크로스 드레서 Cross-Dresser 다. 젠더 위반 복장은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 << 록키 호러 픽쳐쇼 >> 나 << 헤드윅 >> 에 나타난 드렉퀸'은 사회에 불온한 존재처럼 보인다. 콩트 속 허안나는 서태훈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늘씬한 체격에 잘생긴 서태훈은 이별 통보에 밤잠을 설친 듯하다. 그는 애인이 일하는 극장으로 헐레벌떡 달려와 전화를 건 후 여자를 기다린다. 이때 여자는 예상을 깬 " 파격 " 패션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그녀는 애벌레이거나 까마귀 복장을 하고 있다. 종(인간)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허안나는 크로스-드레서'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옷(맞지 않는 옷)을 입었기에 우스꽝스럽다

 

관객은 이별 장면에서 허안나의 통보'가 " 자격지심 " 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하. 찮. 은. 존. 재. 다 ! 하층민이다. 직장 선배 정승환도 마찬가지'다. 분장쇼에 동원된 대상은 인간보다 열등한 자격을 가진 족속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관객을 웃긴다. 움직이지 않고 꿈틀거린다. 걷는다기보다는 흐느적거린다. 팔과 다리는 대부분 없거나 혹은 지나치게 길거나 짧다. 퇴화의 증후'이다. 여기에는 낯선 타자성에 대한 거부, 인간 실격, 계급 강등 혹은 계급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당신이 이 콩트를 보며 실없이 웃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정상성에 대한 차별이 작동한 결과'다. 그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발견한 " 토끼굴 속 크로스 드레서 세상 " 이다. 서태훈은 소년 앨리스'이고, 정승환과 허안나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다.

  

결국 사랑을 되찾는 것으로 콩트는 끝을 맺지만 이 해피엔딩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 레벨 " 을 강조하는 정상 가족은 과연 " 급 " 이 다른 크로스 드레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사회는 " 변형된 타자 (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 "  대해 지나치게 신경질을 부린다. 순혈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회를 " 병맛 " 으로 만들었다. 이종 간 교접 행위로 인해 피 섞이면 곤란하다는 논조'다.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이요, 순혈 사회'이니깐 말이다. 한국 주류 사회에서 동남아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 급 " 이 다른 며느리'다. 대한민국 정상 가족이 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교양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격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특정 소수 내국인에게도 향한다. LGBT가 그들이다.

  

정상 가족 신화는  LGTB를 이종 교잡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낙인 찍는다. 오로지 공격과 비웃음뿐이다. 제2의 윤창중이 되실 문창극 선생님은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 퍼레이드를 왜 하나, 자기가 좋아한다면 그냥 좋아하면 되지, 왜 홀딱 벗고 퍼레이드 하나 ! " 틀린 말은 바로잡아야 한다. 홀딱 벗지는 않았다. 빤스는 입었다. 빤스 입고 돌아다니는 게 퇴폐'라면,  빤스 벗고 덤빈 윤창중 선생님은 퉤퉤퉤퉤퉤퉤퉤퉷폐'다. 축제는 일탈이다.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일탈도 포용할 줄 모른다면 그런 사회는 밴댕이 소갈딱지'요, 아주공갈염소똥이다. 그들이 퀴어 퍼레이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패션-쇼'가 아니라 " 차이에 대한 긍정 메시지 " 다.  한국 사회에서 " 복장 " 은 단정해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무리는 왕따 당한다. 노스페이스가 유행하면 노스페이스를 입어야 하고, 레깅스가 유행하면 레깅스를 입어야 한다. 

 

변신은 순혈과 혈맹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유행은 언제나 이 범위 안에 있을 때에만 유효하며 안전하다. 배꼽티와 미니스커트가 아무리 급진적이라 해도, 사실은 허용 범위 안에서만 불온한 척할 뿐이다. 퀴어 문화 축제'에서 동성애자들이 분장한 크로스 드레서'는 맞지 않는 옷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양복과 넥타이로 치장한 복장이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 하지만 틀렸다. 대한민국에서 변신은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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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6-1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머프, 가가멜 편은 저도 봤지요.
개그 콘서트,는 참 대단한 프로.. 각자의 층위에서 여러 유머 코드에 폭소, 쓴웃음 갖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울집 꼬맹이들도 즐겨 본다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5:32   좋아요 0 | URL
이거 은근 재미있습니다. 전 티븨를 안 보는데, 그냥 하루 몰아서 왕창 보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이 프로 보면서 느낀 것을 옷을 잘못 입으면 웃긴다는 거죠.
퀴어페스티발에서 동성애자들은 웃긴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입은 옷입니다.
넥타이를 버리고 용기를 내서 빤스 입고 멋을 낸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알맞은 옷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호모포비아들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었다고 눈살을 찌프리죠....

하여튼 개그 컨서트는 재미이씀..

마립간 2014-06-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의 지배층과 비슷한 지도층/상류층도 일탈을 하죠. 단지 권력과 돈에 의해 보안이 철저히 유지됩니다. 물론 100% 보안이 유지될 수 없으므로 틈새로 새어 나오기도 합니다. 별장 성접대와 같이. 이들의 속내는 권력도 돈도 없으면서 무슨 일탈을...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일탈을 하지 않는 것은 일탈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권력과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5:35   좋아요 0 | URL
권력이 커질수록 법적 예외조항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특히 후진국일수록 그렇잖습니까.
심판의 잣대가 기울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타 문화, 타자성에 대해서 좀 간섭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남의 성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우스움..

마립간 2014-06-12 16:4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수평적 가치관(남의 성생활, 타 문화)과 수직적 가치관(사적 도덕성)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7:12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것 같습니다. 수평적 기준과 수직적 기준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그들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동성애는 결과적으로 후세에 인간 유전자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아니....ㅎㅎㅎㅎ 그냥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만 해도 좋은 세상이 오는데 앞으로 10000년 후를 걱정하는 게 좀 그렇습니다.

pastafor루루 2014-06-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루루님 글은 너무 재미있고 좋아여
월간 페루애
주간 페루애
일간 페루애
이런 걸룽 아침마다 배달오면 좋겠땅 ~0~
종이로도 읽고시퍼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3 15: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페루애의 아침편지'를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식후 3회 발송 조치하겠습니다.
 

 

 

 

 

 

 

 

 

 

 

 

 

 

 

 

 

 

 

 

 

 


 

 

 

 

정성일과 캔 로치

 

 

 

 

영화 잡지 << 키노 >> 편집장'이었던 정성일은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 내용 > 보다는 < 형식과 스타일 > 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가 쓴 평론은 내용 분석'보다는 쇼트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정성일 입장에서 보면 내용 중심 영화는 형식 중심 영화에 비해 글감을 뽑기 어렵다. 일반 관객은 홍상수, 봉준호, 데이빗 크로넨버그 그리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기)가 어렵지만 평론가에게는 오히려 이런 영화가 글 쓰기 쉽다. 평론가는 내용이 형식이나 스타일을 압도하는 영화에 대한 비평을 쓸 때가 더 난처하다. < 디워 > 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겨 ? 생각해 보니, < 디워 > 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링크를 걸어둔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49114 )

 

당신이 시네필'인가, 아닌가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라는 이름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냐에 달렸다. 아피타퐁, 아파퐁찻, 아치타퐁'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시네필 자격이 없다. 설령 아슬아슬하게 아피찻퐁 단계를 무사 통과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다음 단계인 위세라타쿤, 위세라쿤타, 위라타세쿤, 위쿤라세타 덫이 기다리고 있다. 내게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라는 이름이 야코프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라는 풀네임을 가진 멘델스존 이름보다 외우기 어렵다. 차라리 " 경찰청 쇠창살 외철창살, 검찰청 쇠창살 쌍철창살 " 이라고 말하는 게 더 쉽다. 왤케, 어려운겨 !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화장실에서 옛날 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정성일이 캔 로치 감독에 대해 짧게 언급한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잡지 씨네21'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씨네21은 화장실에서 읽기 좋은 잡지'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정성일: 이건 개인적인 느낌인데 나는 켄 로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는 한 번도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켄 로치는 그냥 정치를 다룬다. 나는 영화가 정치를 다룰 때 촌스러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 때는 행복하다. 정치적인 영화는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즈가 <오차즈케의 맛>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을 때, 그것은 정치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롱테이크로 찍었을 두 부부의 식사 장면을 샷을 나눠서 한 명씩 잡았음) 전후 일본사회에서는 오즈에게 있어 숏을 쪼개는 그 결단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전후 일본이 패전을 딛고 경제성장을 향해 나아갈 때 가족이 어떻게 쪼개지느냐, 개인화, 파편화 하느냐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다루진 않지만 샷을 쪼개는 것 그 자체가 오즈를 정치적으로 만든다.
 

정윤철: 영화가 정치를 다룰 때와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다르다는 말인가.

정성일: 나는 후자를 지지하고 싶고, 후자가 항상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영화를 진행하며 해서는 안되는 결정적인 일이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함부로 죽이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영화는 쓰레기야, 네가 창조한 인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면 너는 파산한 거야, 그런다. 그것이 아무리 미학적인 것이더라도. 나는 미학적인 결정보다 상위에 있는 결정은 윤리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윤리라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은 도덕과는 다르다. 나는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미학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학은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학에 매달릴수록 영화는 빈곤해지고 퇴폐적이 될뿐만 아니라 몰락한다. 미학의 절정에 도달한 순간 모든 예술은 타락을 경험했지 않았나.

 

글을 읽다가 "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 는 속담이 생각났다. 여기서 황모는 붓을 만드는 데 쓰이는 족제비 털을 말한다. 쉽게 말해 천성은 고치기 힘들다는 소리'다. 정성일은 < 영화가 정치를 다루는 것 > 과 < 영화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은 다르다고 말한다. 전자는 촌스럽고 후자는 세련된 장치'다. 그에게 캔 로치 영화는 " 촌스러운 것 " 이다. 정윤철이 묻는다. " 영화가 정치를 다룰 때와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다른다는 말인가요 ? " 그도 나와 같이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성일은 < 영화가 정치를 다루는 것 > 과 <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드는 것 > 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왜 ? 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캔 로치는 정치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영화라는 장르를 자유발언대'처럼 활용했다. 그는 노동 계급 사람들에게도 발언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일은 " 미학은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학에 매달릴수록 영화는 빈곤해지고 퇴폐적이 될뿐만 아니라 몰락한다. 미학의 절정에 도달한 순간 모든 예술은 타락 " 한다고 말했지만 이 표현은 완벽한 모순이다. 미학은 형식에서 나온다. 정성일은 내용보다는 형식(미학)에 높은 점수를 줬으면서 지금 와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자기가 말하고도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른다. 캔 로치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나는 내용이 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리고 내용이야말로 영화에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반드시 핵심적인 경험 속에서 나온 핵심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전혀 중요치 않다..... 내가 위험하다고 느낀 것은 스타일이 카메라 앞에 있는 대상보다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 있는 대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캔 로치는 현대 영화가 형식과 스타일을 중시한 나머지 정작 카메라 앞에 있는 대상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움직이고 쇼트와 쇼트를 나눈다. 그 사이 " 대상 " 은 실종된다. 캔 로치야말로 미학은 별로 대단한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학에 매달릴수록 영화는 빈곤해지고 퇴폐적이 될뿐만 아니라 몰락한다(고 캔 로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캔 로치는 카메라를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교를 최대한 배제했기 때문이다. 형식을 보지 말고 노동자 얼굴을 보라는 메시지'다. 정성일이 켄 로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할 말이 없고 글감을 뽑아내기가 힘들다. 이럴 땐 모른 척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그는 캔 로치가 정치 영화를 만든다고 비판한다. 사실 그는 정치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들었는 데 말이다. 정성일 식 글빨과 말빨을 보면서 늘 느낀다. 쉬운 내용을 어렵게 만드는 건 쉽지만, 어려운 내용을 쉬운 문장으로 쓰는 건 어렵다. " 죄송합니다. 짧게 쓸 시간이 없어 길게 씁니다 ! " 파스칼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란다. 정성일에게 필요한 것은 간단 명료'다.

 

 

 

 

덧대기

 

1. 고다르는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감독이다. 그는 영화 소재로 " 정치 " 를 다루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무기처럼 활용한 감독이다. 캔 로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카메라를 칼처럼 사용한다. 캔 로치와 장 뤽 고다르는 동일하면서 동시에 차이'가 난다. 그는 고다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내 생각에 1960년대에는 모두가 프랑스 누벨 바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그들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어떤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영화의 문법에 그토록 강력한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정한 영향이기보다는 유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우리들은 아주 젊었고, 영화를 이용하는 방법에 있어 성숙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영향이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한 종류의 영향은 곧 서서히 사라져갔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관해서보다는 스타일에 대해 더 많이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스트들이 길게 보아 더욱 더 영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나는 비토리오 데 시카, 체코의 밀로스 포먼, 이리 멘첼 등을 더욱 좋아한다. 나는 결국 그들에게서 더욱 많은 영향을 받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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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퀸 2014-06-0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차즈케의 엔딩 샷에 대한 정성일의 설명엔 공감을 하면서도 (그리고 이렇게 영화들이 좀 더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영화가 정치를 다뤘을 때 촌스러워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좀 전에 켄로치 글을 올린지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켄로치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구나 ! 누가 마음을 움직이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9:37   좋아요 0 | URL
잘 읽었습니다. 전 케스'를 꼭 보고 싶었는데 캔로치 영화제를 한다는 거 자체를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당장 달려갔을 텐데 말이죠. < 케스 > 놓친 건 정말 아쉽습니다.

정성일 이 사람은 말을 좀 이상하게 하는 버릇이 있어요. 따로 따로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전체를 놓고 보면 무슨 소린지 모릅니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룬다는 말은 고다르 영화를생각하면 되죠. 고다르는 정치를 소재로 다룬다기보다는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루니깐 말이죠.

제가 보기엔 캔 로치 영화야말로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감독이지 로치 영화가 정치를 다룬 것은 아닙니다. 스톤의 제이에피케이 같은 영화가 정치를 다룬 거죠... ㅎㅎㅎ 하여튼 저는 정성일과는 코드가 안 마즘..

매직퀸 2014-06-10 00: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마지막 덧, 수정해서 추가하셨군요.
마침 내일 고다르 영화 보러 가는데 좀 더 생각할 부분이 생겼네요~ ㅎㅎ
저도 고다르 영화에 그리 감명 받지 않습니다. 많이 본 게 아니라 뭐라 하긴 그렇지만, 깊은 감명을 받지 않다보니 잘 안 찾아 보게 되는 거겠지요. 고다르 하니까 형식미와 내용을 갖춘 감독중에 브레송이 생각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00:51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내용 따로 형식 따로는 별로 없죠. 많은 감독들이 내용과 형식을 둘 다 고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만 있는 영화 혹은 형식만 갖춘 영화 이렇게 분류되지는 않잖아요.
내용에 맞는 형식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스타일을 고르겠지요. 고다르는 내용보다는 형식을 실험한 감독이었죠. 장르라는 게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오르면 형식을 실험하게 됩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잖아요. 처음엔 실제와 똑같은 것을 따르다가 어느 순간 형식을 고민하게 됩니다. 인상파가 그런 경우겠죠. 미술에 모네가 있다면 영화판에는 모네와 비슷한 사람이 바로 고다르였죠. 형식 실험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죠. 인상파, 다다이즘 같은 게 주류였다고 해서 계속 그런 식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극사실주의'가 등장하기도 하죠. 사진 같은데 보면 회화죠. 이런극사실주의는 과거로의 회귀적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로치는 네오리얼리즘으로 회귀하고자하는 욕망을 가진 감독입니다.

매직퀸 2014-06-10 01: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무엇보다 (나라는 다르다고 해도) 고다르와 누벨바그를 깔 수 있는 그쪽의 문화가 제일 부럽군요. 아마도 그쪽 문화의 강점은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유명 선후배끼리 도저히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 짓 (뒤에선 다하지만)

sirene 2014-06-0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완전 공감합니다.

p.s. 아래 세 번째 문단, 밑에서 세 번째 줄 '관련도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9: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예리하시군요. 복 받으실 겁니다.... 갑자기 정형돈 생각나네요.. ㅎㅎ

K잉여 2014-06-0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의 얘기는 에이젠 에이슈타인의 영화로만 봐도 완벽한 모순이 되죠. 그는 충돌 몽타쥬이론을 창시해서 형식과 편집 기교를 강조했잖아요.그러면서도 영화를 공산당 선전에 이용한 그야말로 윤리도 없는 정치영화인데 말이죠. 정성일 말에 따르면 에이젠슈타인 영화는 미학적이지만 촌스러운 영화가 되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21:45   좋아요 0 | URL
취향의 문제인데 정성일은 에이젠슈타인보다는 고다르를 더 사랑한다는 고백 같습니다. 그가 뜬금없이 윤리와 도덕을 끌고 와서 이야기하니 갑자기 붕 뜬 느낌입니다. 형식미란 일종의 미학인데, 실컷 미학 좋아, 하다가 느닷없이 미학은 버려도 된다... 고 하질 않나... ㅎㅎㅎㅎ 중구난방이에요..

수다맨 2014-06-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ㅎㅎㅎㅎㅎㅎ 아 이 대목 읽다가 뿜었어요.
켄 로치 영화를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문제는 정성일 말의 배면에 깔린, 곰곰발님 말씀처럼 내용과 대상이 어떻건 형식과 스타일만 잘 살리면 된다는, 오연한 심리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런 심리가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문화계 전반에 만연해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00:53   좋아요 0 | URL
정성일은 고다르르 좋아하든 아니든 그건 그 사람 취향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사람 글이나 논리를 보면 논리 모순에 종종 직면하게 된느 걸 보게 됩니다 요게 답답하다는 거죠.
그가 미학 따위는 윤리를 위해서라면 버려, 라고 말하는 건 정확하게 캔 로치가 영화 속에 담고자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성일을 로치 영화를 비판합니다. 논리 모순이죠. 그는 언제나 횡설수설해요.

매직퀸 2014-06-1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성일씨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다가 재미난 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www.djuna.kr/xe/board/687749

페루애님이 쓴 글과 시선이 비슷하신 듯. 눈이 아파서 댓글은 안 읽었고, 본문 중간 링크 페이지가 짤려서 중간에는 대강 건너 뛰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03:24   좋아요 0 | URL









저도 중간 부분은 대충 넘겨 보았습니다만 글쓴이 생각과 제 생각이 비슷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소리 같은데 전체를 놓고 보면 서로 뒤엉켜서 논리 모순이 발생합니다.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란 점이죠. 그는 어렵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못 쓰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그가 쓴 문장입니다.



" 이 때 이데올로기는 이미 소유한 결론을 내세워서 새롭게 드러난 모순을 단지 낡은 문제틀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스크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구조로 바뀌는 어떤 난처한 교환 관계에 놓인다. "



이렇게 쓸 필요가 있을까요 ? 문장을 이따위로 쓰면 ( 첫 말머리와 마침표 간격을 보십셔셔 !! ) 주어와 술어가 꼬이게 되고, 수식 관계가 엉망이 됩니다. 나눌 필요가 있죠. 저 문장을 가지고 편집자나 교정하시는 분에게 가져가 보십셔. 한 문장에 부사나 형용사를 빼는 게 좋죠. 보십시요. 한 문장에 < 이미 > < 단지 > < 종종 > 라는 부사가 남발합니다. 솎아내야죠.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놈의 부사 남발입니까.. < 결론을 ~ > < 모순을 ~ > < 마스크 효과를 > 에서 격조사를 남발하니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게 됩니다. 이걸 이해할 수 있습니까 ? 전 10번 이 문장 읽었는데 모르겠습니다.

새벽 2014-06-10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켄 로치 영화 중 [랜드 앤 프리덤]과 [빵과 장미]를 인상적으로 봤지요.

개그 콘서트의 로비스트 여사를 만나면 재밌겠다 싶은 평론가들이 몇몇 있어요. "뭔 또라이 같은 소리야?!!"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14:01   좋아요 0 | URL
랜드, 빵, 바람 흔들, 하층민, 요란 직 요런 작품들 좋죠...며칠 전에 로치 영화제가 열렸어요. 아쉽게 놓쳤네요.
어차피 취향의 문제이니 좋고 나쁘고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문장은 좀 알기 쉽게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6-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켄 로치의 <보리밭에 흔드는 바람>을 보면서 처음에 졸음이 나오는 카메라이지만, 그 졸음이 나오는 것 자체가 완벽한 등장인물에 대한 비극적인 역사를 하나의 사실성처럼 여겨지더군요. 촌스럽게 한 것은 그 자체를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라 여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14:04   좋아요 0 | URL
간섭을 최소화하자는 게 로치입니다.
그리고 시간 순서대로 영화를 촬영한다고 합니다.
물론 배우들은 그날그날의 사건 전개만 통보 받습니다. 랜드에서 아... 여자 주인공이 죽는데
그 장면을 동료 배우들은 그날까지 몰랐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화 보면 연기가 리얼한데 그당혹스러움은 연기라기보다는 실제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깐 로치 영화 속 배우들은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과거를 체험하는 방식입니다.

드팀전 2014-06-1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고다르가 '정치영화'와 '정치적 영화' 구분 한 것은 쉽게 말하자면, '정치영화' 라는 것은 기존의 제도, 즉 우리가 말하는 현실의 정치와 그의 지형들을 말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제도와 법의 선한 집행이라는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학이 가진 정치성의 한계를 짓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공화주의니 자유민주주의니 하는 그런 것들로 어떻게든 봉합시킵니다. 고다르는 그런 '정치영화'는 진짜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구요.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고다르에게는 리얼리즘이나 재현성의 한계에 갖히지 않는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영화의 정치적 힘이었을 겁니다. 영화나 예술에서 필요했던 것도 그것이라고 믿었을 거구요.이러한 정신은 68혁명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있어보입니다. '정치영화'의 효용이나 가치를 정성일 선생은 영화미학적 차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영화'의 실효적 가치나 의의를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제가 뭐 알겠습니까..고수들 사이에서 구경이나 하며 그냥 뭐 그런거 아닐까 하는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0 15:22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 저도 대충 정성일이 < 정치 영화 > 와 < 정치적 영화 > 를 구분한 의도는 알고 있습니다. 뉘앙스를 보면 정성일은 로치 영화를 단순히 " 프로파간다 영화 " 쯤으로 인식하는 거 같습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로치 영화가 정치 영화'라고 단정할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고다르가 말했죠. 영화란 두 시간 동안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서 관객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장치'라고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 열쇠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정치 영화, 예를 들면 올리버스톤 감독의 < jfk > 는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관객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지는 않습니다. 올리버 스톤은 그냥 정치'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반면 로치 영화는 재미, 감동, 슬픔, 불의에 대한 분노'보다는 반성과 실천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성일은 윤리를 위해서라면 미학은 버려도 좋다고 말하지만 로치야말로 공공 윤리'를 위해서 잡다한 미학을 버리고 순수하게 영화를 직시한 감독이었습니다. 정성일은 모순에 빠진 겁니다. 그가 말하는 정치적 영화가 윤리를 위해 미학은 버려도 좋다는 자세를 가진 순수 영화라면, 로치 영화야말로 정치적 영화입니다.

뭐, 그렇다는 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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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6-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와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페이퍼만 되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9: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만애비 님도 페이퍼에 당선됭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삿갓이오 2014-06-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켄 로치는 그냥 정치를 다룬다. 나는 영화가 정치를 다룰 때 촌스러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를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 때는 행복하다."

0. 형식은 미학이 아니다. 형식=미학이 아니라는 뜻이다. 형식=>미학이라는 뜻이다. 정성일은 언제나 '형식=>윤리'인 영화를 최우선으로 지지해왔다. 언제나 그랬다. 가령, 오즈의 영화가 가진 위대성은 형식=>윤리이다. 미학은 부수적인 것이다.

1. 정치가 영화의 대상이 되는 것과, 영화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명 다르다.

2. (켄 로치의 영화가) '정치를 대상화한다'는 명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가 '정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상대적인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가 무엇인지를 모르는데, [정치]와 [정치의 대상]의 차이를 알리가 없기 때문이다.

3. 정치란 무엇인가? 그리고 도대체 정치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가 일종의 윤리학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정치는 (조지 오웰의 표현을 빌리면) 삶을 (더 좋다고 판단되는)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의 대상은, 정치적 행위가 추구하는 무엇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4. 켄 로치의 영화는 명백히 정치적이다. 다시 말하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정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정성일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정성일이 지지하는 영화와 켄 로치의 영화 사이에는, 대중 영화와 예술 영화 사이 만큼의 간극이 존재하니까. 정치를 다루는 영화는 관객을 각성시키지만, 정치의 대상이 되는 영화는 관객의 영혼을 움직인다. 우리를 정치적으로 각성시키는 것은 켄 로치 영화 외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있다. 반면, 우리의 영혼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나는 이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5. 나와 같은 생각을 '스스로' 해본 사람만이, 나의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방점은 '스스로'에 있다. 모든 중요한 문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6 19:04   좋아요 0 | URL
0. 개똥같은 소리 마라. 예술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칸트가 한 말이다. 그리고 헤겔은 형식과 미학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생각했다. 헤겔 선생이 이런 소릴 하셨다. 형식을 규정하는 것은 내용이나 그 형식은 다음 내용을 규정한다. 또한 과도한 형식은 내용을 붕괴시킨다. 로치는 과도한 형식이 내용의 순수'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성일은 형식주의자'다. 무론 형식주의자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1. 정치가 영화의 대상이 되는 것과 영화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르다. - 누가 같다고 했나 ?

2. 어째 댓글이 정성일 글보다 헷갈리나 ? 한번 자세하게 풀어서 써봐라. 정치를 대상화한 예를 들어보고, 정치의 대상이 되는 영화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될 것 5가지를 들어봐라. 그 상대적 명제'에 대해서도 말이다.

3. 이 글을 쓴 당신이 정성일이 아니길 바란다. 혹여 맞다면, 영화 졸라 재미없더라.
정치의 대상은 정치적 행위가 추구하는 무엇이다 본다 본질적이다 - 꼭 이렇게 비비꼬아서 써야 하냐 ? 한번 알기 쉽게 써봐라 . 글을 쓸데. 어떤, ~ 무엇이다. 요런 거 남발하지 마라. 두리뭉실하게 말이다.

5.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방점은 침묵이다. 모든 중유한 문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p.s 댓글이 무척 좋다. 앞으로 자주 올려달라... 당신의 의견 존중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물론 빈말이다.



삿갓이오 2014-06-1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학의 본질이 형식에 있는 것과, 형식의 본질이 미학에 있는 것이 구분이 잘안되나? 지금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
시작부터 동문서답을 하면, 상대는 대화할 마음이 사라진다. 상대가 바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
미안하지만 내 답변은 <카탈루냐 찬가>의 서문으로 대신하겠다. 궁금하면 찾아보시라.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정성일은 성균관대 재학시절에 이미 박사들 연구논문을 대필해주던 사람이다.
아쉽지만 본인과는 클라스가 다른 사람이란 소리.
형식주의 어쩌고 하는데 정성일이 오래 전에 형식주의를 비판했던 것도 알고있나?
그는 물론, 구조주의자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의 글쓰기는 포스트구조주의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알려주자면, '미학과 윤리학은 동일한 것'이다.
아, 내가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이 입장의 기원은 물론 플라톤이다.
철학서는 날독하거나 개설서만 읽지말고, 열심히 천천히 오랫동안 소화하시라. 철학함은 즐거움이니까.
본인은 인터넷 잘안한다. 굿바이 포레버.. 러뷰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4 13:59   좋아요 0 | URL
감사하다. 장난처럼 쓴 덧글인데 진지하게 받으주어서 고맙다.
카탈루니아찬가는 집에 있길래 찾아서 읽었다. 서문이 아니라 인용문이더라.
하여튼 멍청이'라는 소리 아닌가. 참고하겠다.
그리고 박사 논문 대필이나 했으니 정성일 또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인다. 고발조치하겠다.
농담이다. 앞으로는 날독하지 말도 정독 가서 정독하겠다. 겨울엔 추운데 6월에는 정독도 꽤 풍경이 좋다.
감사하다.....

그리고 하나 더 !!!!

비트갠은 미학과 윤리학은 동일한다고 지지했는데 어쩌나 시바... 정성일은 다른 소릴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미학에 사로잡히는 것이 윤리적 타락의 징후로 보인다. 눈을 움직이는 건 미학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 숭고함이다. "



카탈루냐 찬가 서문 너나 읽어라.. 인터넷 잘 안해도 이 덧글을 읽을 거란 걸 나는 안다. 밥은 먹고 다니냐 ? 밥 먹을 때는 고기만 먹지 말고 콩나물고 천천히 오랫동안 소화하시라. 너 똥 쌀 때 콩나물 그대로 나온다. 쾌변은 생의 즐거움이니까...



지나가던노숙인 2014-07-18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성일이 윤리적 타락의 징후라고 말할 때의 '미학'은,
윤리가 배제된 '감각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미학적 태도를 가리키는거고,

비트겐슈타인이 미학과 윤리학이 동일하다고 말한건,
미학이 미학이 아니란 소리임.
쉽게 말해,
미학(감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이 진정한 미학(윤리적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이 아니란 소리임.
즉, 미학 + 윤리학 => 숭고미
다시 말해, 선한 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플라톤주의를 뜻함.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비트겐이 러셀을 찾아갔을 때, 러셀이 이렇게 말함.
니 고민이 논리적인 문제면 내가 도와줄수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면 도와줄수 없다.
비트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마디하고 나감.
"윤리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은 동일한 것이다."

그런데 비트겐은 윤리적인 것과 아름다운 것이 동일하다고 말함.
다시 말해, 논리적인 것과 아름다운 것은 동일하다.
'구조주의' 짜잔

지나가던노숙인 2014-07-18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구, 예술영화의 역사 자체를 움직인 본질은 '윤리'가 맞음.
오즈 야스지로 뿐만 아니라 미조구치겐지, 구로사와아키라, 나루세미키오 등의 영화가 지향하는게 결국, 현실비판이고..
켄로치처럼 뉴웨이브 영화감독들도 결국 계급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윤리'에 근거하는 것이고..
문제는, 문학을 예로들면, 또스또예프스끼나 똘스또이같은 러시아문학자들처럼,
정치적이고 체제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이전에 인간 본연의 것까지 카메라가 포괄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거장의 반열을 가르는 요소일것임.... 이상 오늘도 밥굶고 지나가던노숙자말씀
 
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앨버트'를 추모함

 

 

 

 

 

" 앨버트. 앨버트, 엘버트. 아, 불쌍한 앨버트...... " 앨버트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바스라진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진화생물학자 굴드는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가서 범인을 폭로하는 추리소설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했지만 나는 질질 끌다가 이 글 마지막에 가서  고독한 생을 살다가 쓸쓸하게 죽은 앨버트 약사 略史 를 소개하고자 한다. 눈물샘은 잠시 거두자. 실컷 울기 위해서는 먼저 웃어야 한다. 니체는 이런 소리를 했다. " 세상에서 인간보다 가장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 " 이 말은 곧 웃음'은 불행과 연관이 깊다는 소리'이다.  자주 웃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사람일 경우가 높다. 완벽한 존재는 웃지 않는다. 웃을 필요가 없다.

 

깃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볼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깃발은 바람 없이는 펄럭이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뿐더러 가격도 저렴하니 " 깃발 " 하나 정도는 구비하는 게 좋다. 심심할 때 깃발을 꽂으면 바람을 구경할 수 있다. " 그대 이름은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 " 그뿐인가 ? 깃발은 풍향계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쓰임새가 다양하다. 하지만 달나라로 이사를 가거든 깃발은 챙길 필요 없다. < 달 > 에는 대기가 없으니 당연히 바람도 없다. 달나라 달방 앞에 태극기를 꽂아 보았자 깃발은 삼백육십오 일 내내 볼품없이 축 늘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김선태의 시 < 개불 > 을 인용하자면 " 물을 빼고 나면 형편없이 쫄아들어 쪼글쪼글해지고 마니, 그참 영락없이 사정 후 뭣 같 " 은 모습으로 말이다.

 

지구인이 달에 " 달방 " 을 얻어 이사를 갈 때 지구에서 쓰던 살림을 그대로 옮겼다가는 난처한 일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지구에서 사용하던 살림은 모두 지구 중력을 염두에 둔 세간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중력이 없기에 고정되지 않은 물체는 둥둥 떠다닌다. 우주 의자는 의자다리가 네 개일 필요도 없고, 우주 접시는 평평할 필요도 없다. 우주 시대'가 열린다면 세간은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우리는 중력이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하지만 < 중력 > 에 대해 곰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주 항공 과학자다. 과학 분야 탐사 저널리스트 매리 로취의 << 우주 다큐 >> 는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주비행사와 우주 비행 훈련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룬다.

 

미소보다는 냉소'가 주무기인 매리 로치는 " 멋지다, 신난다, 태권브이 우주비행사 만만세 ! "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지 우주비행사가 지키는 게 아니다. 우주비행사는 직업인이지 영웅이 아니다. 그녀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 집중한다. 우주 비행사 후보자들은 과연 어떤 테스트를 받게 될까 ? 심사위원들은 용기와 카리스마, 혹은 희생 정신과 불타는 애국심 따위에 높은 점수를 줄까 ? 우리가 생각했던 모범 답안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다. 후보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종이학 1000마리 접기 따위'다. 비행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용기와 애국심 따위가 아니라 끈기와 인내'다. 그들이 우주선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나사를 조이거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수다를 떠는 게 전부다. 매리 로취는 시작부터 우주비행사에 대한 환상을 깬다. 그들이 하는 훈련은 대부분 꾀죄죄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 달나라 여행을 떠난 이소연 씨'는 사실 우주비행사'라기보다는 우주선 승객'에 가깝다. 대한민국 애국심 마케팅이 이소연을 우주 영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한국 언론은 호들갑을 떨며 우주 훈련을 철인3종 경기처럼 묘사했지만 이소연 씨는 어쩌면 하루 종일 종이학만 접었을지도 모른다. 전영록의 종이학'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향수를 달랬을 것이다. "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 ~ 남 몰래 울먹이며 전해 주던 너. 못 다했던 우리들의 사랑 노래를...." 어쩌면 노래를 부르다가 울컥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눈물'조차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일단 먹고 싸는 것부터가 문제'다.

 

우주 멀미로 인해 구토를 하게 되면 위에서 쏟아낸 토사물이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우주비행사가 들숨을 쉬는 과정에서 식도나 코로 들어가 호흡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고, 위액(위산)이 묻은 토사물이 눈에 들어가게 되면 치명적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중력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이어트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은 솔깃하다.

 

내장이 흉곽 윗부분으로 이동해 어떤 다이어트로도 만들 수 없는 잘록한 허리선을 만들어준다. 나사의 한 연구자는 이를 < 우주 미용 용법 > 이라고 불렀다. 무중력상태에서는 머리카락이 풍성해진다. 가슴도 처지지 않는다. 중력 상태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체액이 머리로 이동하여 눈가의 잔주름도 펴진다. 혈액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은 상체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체액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서 수분의 10~15%를 배출한다. (127쪽)

 

미용과 다이어트에 고민하는 한국 여성이라면 당장 짐 싸서 우주행 이민 신청을 할지도 모른다. 축 늘어진 젖가슴을 싱싱한 계란 노른자로 만들어 준다고 하니 이 아니 기쁠쏘냐만 말이란 끝까지 들어야 한다. "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얼굴은 퉁퉁 붓고 다리는 새처럼 가늘어지게 한다고 하여 ' 부은 얼굴, 닭다리 증세 ' 라 부르기도 한다는 말도 들었다. " 그렇다, 모든 현상에는 < 작용 - 반작용의 법칙 > 이 있듯, 모든 미용 용법에는 < 작용 - 부작용의 법칙 > 이 따른다. 당신은 < 잘록한 허리와 중력을 무시한 달걀 노른자 가슴 체형 > 과 동시에 < 얼굴과 상체는 하마인데 다리는 학다리인 타조형 > 체형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우주에서 남자는 항상 거시기가 서 있는 상태가 된다. 축 늘어진 거시기'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팔이 자연스럽게 < 앞으로 나란히 - 자세 > 가 된다고 한다. 팔이 이 지경이니, 뼈도 없는 거시기는 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 앞으로 나란히 " 가 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정력에 관심이 있는 대한민국 남성이 이 글을 읽고 우주 달나라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 작용-부작용의 법칙 > 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싶다. 중력이 없는 공간이다 보니 남녀가 서로 붙어 있는 것 자체가 힘들고, 설령 붙어 있다고 해도 나무늘보처럼 굼뜰수밖에 없다.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우주 공간은 열불 나는 곳이다. 섹스는 그냥 지구가 제일 좋아요 !  이 책은 온통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 우주 다큐 >> 라는 제목 대신 << 중력이 없으면 >> 이라는 제목을 달아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기구하고, 슬프고, 다크하고, 아스트랄하며, 고독했던 앨버트 生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련다. 그렇다고 박근혜처럼 두 눈 부릅뜨며 눈물을 짜낼 필요 없다. 눈물은 방앗간에서 짜내는 참기름이 아니니까. 고승덕처럼 길거리에서 대성통곡한다고 학을 뗄 필요도 없다. 종이학 천 마리 접으면 학이 되리니 !  그냥 이 글을 읽고 촉촉한 눈물 한 방울만 흘리면 된다. 지구에서 눈물은 위험하지 않으니까.  앨버트는 몸집이 작은 아이였다. 몸무게가 고작 4킬로그램으로 기저귀를 찬 아이였다. 기껏해야 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 1948년, 앨버트는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었다. 가가린, 존 글랜, 루이 암스트롱 이전에 앨버트가 있었다. 앨버트는 눈앞에서 광활한 우주 공간을 목격한 최초의 우주인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미소 냉전시대, 우주 경쟁이 낳은 비극이었다.

 

앨버트는 가가린이나 암스트롱과는 달리 기저귀를 찬, 의사 결정조차 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니었던가 ! 앨버트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로켓에 실려 캄캄한 우주 공간에서 2분 동안 떠 있다가 지구로 추락했다. 물론 앨버트는 여행 소감을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초조한 심장 박동과 거친 호흡을 모니터한 기록이 전부였다. 아아, 인간이란 이토록 잔인하도다 ! 긴 말 하지 않으련다. 심심한 애도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참고로 앨버트는 로켓에 탑승한 붉은털원숭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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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6-0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상당히 재미있다. 현재 50% 세일한다. 고급 정보'다.

새벽 2014-06-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앨버트야 못난 인류를 대표해서 미안하다아아아아악~! (앞으로 엎어짐)

진짜 좋은 정보인 걸요. 흥미진진한 책 같은데 기왕이면 세일할 때 구입해야겠어요. 하지만 알라딘 결제시스템이 또 에러를 거듭한다면... 구매 포기.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2:41   좋아요 0 | URL
으, 으으으으으으으....
결제시스템이 자꾸 오류가 나면 정말 화딱지 나죠....
그 기분 194% 공감합니다. 새벽 님과 알라딘은 전생에 진중권과 변희재 사이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