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 1 : 생활의 발견 + 나쁜 사람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19243 :
개그 콘서트 2 : 두 분 토론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20323 :
개그 콘서트 3 : 깐족거리 잔혹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43434 :
그 옷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단편,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대학로 로맨스는 2009년 개그 콘서트 대박 코너 가운데 하나였던 << 분장실의 강 선생님 >>과 웃음 코드가 동일하다. 분장-쇼'라는 측면에서 < 대학로 로맨스 > 는 < 분장실의 강 선생님 > 속편이다. 강유미와 안영미가 대학로 연극 선후배 관계로 설정되었다면, 서태훈과 허안나'는 연인 사이로 나온다. 여기에 안영미가 실감나게 연기한 밉상 진상 선배 캐릭터는 정승환이 맡았다. 이 콩트에서 정승환과 허안나는 매회마다 엽기적 분장-쇼'를 선보인다. 그들은 가가멜, 마녀, 스머프, 까마귀, 두더지, 물개, 돼지머리, 두꺼비'가 되어 관객 앞에 나타난다. 강유미 - 안영미 짝패'에 비해 관객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그럭저럭 배역을 잘 소화한다. " 빠앙~ " 터지지는 않지만 " 푸우~ " 웃게 만드는 힘은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엉터리 분장/복장'인데 한눈에 봐도 겉과 속이 다른, " 속보이는 " 재현이다. 그것은 " 맞지 않는 옷 " 이다. 사람이 개나 돼지 복장을 한다는 점에서 크로스 드레서 Cross-Dresser 다. 젠더 위반 복장은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 << 록키 호러 픽쳐쇼 >> 나 << 헤드윅 >> 에 나타난 드렉퀸'은 사회에 불온한 존재처럼 보인다. 콩트 속 허안나는 서태훈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늘씬한 체격에 잘생긴 서태훈은 이별 통보에 밤잠을 설친 듯하다. 그는 애인이 일하는 극장으로 헐레벌떡 달려와 전화를 건 후 여자를 기다린다. 이때 여자는 예상을 깬 " 파격 " 패션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그녀는 애벌레이거나 까마귀 복장을 하고 있다. 종(인간)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허안나는 크로스-드레서'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옷(맞지 않는 옷)을 입었기에 우스꽝스럽다
관객은 이별 장면에서 허안나의 통보'가 " 자격지심 " 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하. 찮. 은. 존. 재. 다 ! 하층민이다. 직장 선배 정승환도 마찬가지'다. 분장쇼에 동원된 대상은 인간보다 열등한 자격을 가진 족속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관객을 웃긴다. 움직이지 않고 꿈틀거린다. 걷는다기보다는 흐느적거린다. 팔과 다리는 대부분 없거나 혹은 지나치게 길거나 짧다. 퇴화의 증후'이다. 여기에는 낯선 타자성에 대한 거부, 인간 실격, 계급 강등 혹은 계급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당신이 이 콩트를 보며 실없이 웃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정상성에 대한 차별이 작동한 결과'다. 그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발견한 " 토끼굴 속 크로스 드레서 세상 " 이다. 서태훈은 소년 앨리스'이고, 정승환과 허안나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다.
결국 사랑을 되찾는 것으로 콩트는 끝을 맺지만 이 해피엔딩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 레벨 " 을 강조하는 정상 가족은 과연 " 급 " 이 다른 크로스 드레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사회는 " 변형된 타자 (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 " 대해 지나치게 신경질을 부린다. 순혈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회를 " 병맛 " 으로 만들었다. 이종 간 교접 행위로 인해 피 섞이면 곤란하다는 논조'다.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이요, 순혈 사회'이니깐 말이다. 한국 주류 사회에서 동남아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 급 " 이 다른 며느리'다. 대한민국 정상 가족이 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교양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격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특정 소수 내국인에게도 향한다. LGBT가 그들이다.
정상 가족 신화는 LGTB를 이종 교잡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낙인 찍는다. 오로지 공격과 비웃음뿐이다. 제2의 윤창중이 되실 문창극 선생님은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 퍼레이드를 왜 하나, 자기가 좋아한다면 그냥 좋아하면 되지, 왜 홀딱 벗고 퍼레이드 하나 ! " 틀린 말은 바로잡아야 한다. 홀딱 벗지는 않았다. 빤스는 입었다. 빤스 입고 돌아다니는 게 퇴폐'라면, 빤스 벗고 덤빈 윤창중 선생님은 퉤퉤퉤퉤퉤퉤퉤퉷폐'다. 축제는 일탈이다.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일탈도 포용할 줄 모른다면 그런 사회는 밴댕이 소갈딱지'요, 아주공갈염소똥이다. 그들이 퀴어 퍼레이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패션-쇼'가 아니라 " 차이에 대한 긍정 메시지 " 다. 한국 사회에서 " 복장 " 은 단정해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무리는 왕따 당한다. 노스페이스가 유행하면 노스페이스를 입어야 하고, 레깅스가 유행하면 레깅스를 입어야 한다.
변신은 순혈과 혈맹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유행은 언제나 이 범위 안에 있을 때에만 유효하며 안전하다. 배꼽티와 미니스커트가 아무리 급진적이라 해도, 사실은 허용 범위 안에서만 불온한 척할 뿐이다. 퀴어 문화 축제'에서 동성애자들이 분장한 크로스 드레서'는 맞지 않는 옷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양복과 넥타이로 치장한 복장이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 하지만 틀렸다. 대한민국에서 변신은 유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