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상자 도난 사건의 전말



                                                  지난번 글에 감자 상자를 도난당한 일을 간략하게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어머니가 도난당한 감자 상자 가격은 16,000원이다. 토요일 주말, 어머니는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날 저녁 교회에 두고 온 감자 상자'를 차에 실어 문 앞에 두고는 " 들것 " 을 가지러 잠시 집 안으로 들어오셨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 중이라 철문 문턱을 넘긴다는 게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때마침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내가 밖으로 나가보니 감자 상자'는 감쪽 같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 짧은 시간에 도난당한 것이다.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시간은 흘렀고, 문득 그 길목을 지나쳤던 한 노인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서둘러 뛰어가니 그 노인은 아슬아슬하게 빌라 안으로 들어가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살고 있는 연립 주택보다는 고급 빌라 단지'였다. 8가구가 한 동으로 묶여 총 2동으로 나뉘었는데, 한 동에 주차 공간은 16대'였다. 그러니까 이 빌라에 사는 거주자는 한 가구 당 차를 두 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권을 가진 족속이었다. 한 가구 당 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라는 사실은 이 빌라 거주자가 중산층 이상'을 겨냥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 달에 세 번, 외주 청소업체가 건물 청소를 해주는 곳. 바로 이 지점에서 내 계급 의식이 발동했다. 상자를 도난당했던 장소로 되돌아와 주변 지형을 살피던 중 감시용 cctv를 발견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 신고한 다음 날, 바로 경찰이 현장 답습을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황스러웠다. 16,000원짜리 감자 상자 도난 사건에 대하여 경찰이 현장을 찾아 조사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범인이 돈 20,000원을 놓고 갔다는 소식이었다. 파출소에 도착하니 감자 도둑은 없었다. 경찰은 조근조근 말했다. 범인을 찾았다, 노인이더라, 하지만 아들과 어렵게 사는 가난한 이더라, 안 된다, cctv를 확인시켜 줄 수는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불쌍한 노인이다, 강제는 아니다.......  나는 분실 대금 20,000원을 받는 선에서 사건을 종료하자는 경찰의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봐야겠습니다 ! 경찰 입장에서는 한 동네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사실을 원치 않을 것이다. 사소한 일 때문에

나중에 칼부림 사건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 사람을 만나야 했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쪽을 주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그 노인이 사는 곳이 그 빌라 주민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그 노인이 그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경찰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잠시 후, 노인이 도착했다. 내가 예상했던 그 노인이 맞았다. 그 골목을 지나다니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노인이었다. 말이 노인이지 성성한 중년 여성이라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개와 산책을 하다 보면 그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투덜대던 노인이었다. 개똥이 거리를 더럽게 만든다나 ? 혼잣말이지만 누가 봐도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그 노인이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예상 가능한 변명이 이어졌다. 됐고요 ! 앞으로는 거리에 버려진 것이라 해도 함부로 손을 대지는 마십시오. 요즘은 cctv가 노려보고 있습니다. 그 노인은 상기된 얼굴로 내게 20,000원을 건냈다. 내가 4,000원을 거슬러주려 하자 노인이 자상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나는 허공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 지랄도 풍년이네 ! " 노인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쩨쩨하게 사내새끼가 16,000원 때문에 그 난리를 피우냐고 말이다. 통 크게 놀라고, 대폿집에서 젖가락 두들기지 말고, 배,배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룸살롱에서 시바스 리갈 마시며 젖가슴 두들겨야 남자라고. 미안한 소리지만, 양주 마시며 술집여자 젖가슴 만질 생각 없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는 사소한 것에, 쩨쩨한 것에 자주 분노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굳이 내가 분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00억을 훔치지 위해서 살인을 한 살인범에게는 관심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쩨쩨한 규모다. 시장 한켠에서 24시간 영업하는 순댓국 가게 주인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손님이었다. 그는 밥을 먹다가 태연히 가게 주인에게 다가가 목을 졸라 죽였다. 그가 그 가게에서 훔친 돈은 6만 원이 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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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9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가뭄이 심해서 감자 값이 비싸다고 하더군요. 요즘 나라 경제가 팍팍해서 그런지 농사일해서 얻은 농산물까지 몰래 훔치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21:41   좋아요 0 | URL
팔도가 흉년인데 여의도만 지랄이 풍년이니.... 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7-0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기가 어렵지요. 저랑 비슷하네요.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거. 대범하게 그냥 넘어가주지 못하는 쪼잔함 때문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쪽팔려하고는 합니다. ˝노인이 자상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오.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21:43   좋아요 0 | URL
가난한 집 할머니라면 넘어갔죠. 부짓집 할머니가 진상을 부리니 짜증이 난 겁니다. 어디서 건방지게 선심쓰듯 거스름돈 안 받겠다고... 그러면 제가 아이고 고맙습니다, 눈물 나네요.. 뭐 이럴 줄 알았나 보죠 ? ㅎㅎㅎㅎ .

samadhi(眞我) 2015-07-09 21:46   좋아요 0 | URL
재벌드라마가 폐해가 많지만, 애초에 존재자체가 거북하지만 그런 드라마가 곰발님이 얘기하신 상황만큼은 기차게 잘 표현하는 듯해요. 귀티가 아닌 돈티 팍팍 내며 없는 사람 깔보는 짓거리.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21:59   좋아요 0 | URL
돈티 팍팍 내려면 200만 원 주던가.... 어디서 도둑질해서 경찰서 들어왔으면 쪽팔린 줄 알아야지, 2만 원 주고 선심을...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지랄이 풍년이네, 라고 말했더니 얼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samadhi(眞我) 2015-07-09 22:00   좋아요 0 | URL
근데 이거 실화예요? 곰발님 얘기는 헷갈려서 ㅋㅋ 그런 것이 마음에 쏙 들지만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0 05:42   좋아요 0 | URL
100% 레알 실화입니다.
 

 

 

 

 

 

 

 

 

    

현정화는 현정화다 : 무오류의 오류    

 

 

    

                                                                                         신문 기사를 읽고 나서 무릎 탁, 치고 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우, 우우 하게 된다. 특히 조중동 같은 경우는 사주에 대한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일 뿐이어서 억지에 가까운 글이 많다. 기승전우리사주님이라고나 할까 ?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 벌어진 전쟁 을 보면 여러 영화들이 떠오른다. 제목을 붙이자면 < 다구리 연기 대작전 > 이 어울릴 것 같다. 아니면 < 도레미파솔라 시파, 피가 끓는다 > 정도 ? 올해 한반도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흉년을 걱정하는데 여의도'는 지랄이 풍년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이 날 것이요, 참고 참고 또 참으면 참치가 될 것이니 말이다. 내가 굳이 이번 전쟁에서 박근혜의 잘잘못을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조중동마저 등을 돌려 박근혜에게 삿대질을 했으니깐 말이다.

 

이 의리 없는 혈투를 보고 있자니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 << 넘버 3 >> 에서 조필(송강호)는 정신 훈화 도중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는 부하의 지적에 발끈한다. 부하가 틀린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때 송강호는 오류 지적 을 권위에 대한 쿠데타로 여긴다. 왜냐하면 송강호는 스스로를 무오류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오류인 존재가 설파하는 모든 입말은 무오류다. 그렇기에 내가 현정화라고 하면 현정화 가 되어야 한다. 무오류의 세계에서는 < 잘못을 지적하는 앙칼진 말풍선 > 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배, 배배배배배배신, 배반형이다. , < 임춘애입니다, 행님 > 이라는 사실 명시는 사실이냐 오류이냐의 차원을 떠나서 무조건 배신이 된다. << 배신 >> 이라는 격정적 서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시(明示) 가 아니라 등을 돌린 행위에 있다.

 

박근혜에게 유승민의 사과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승민이 반발을 하든 사과를 하든 결과는 동일하다. 영화 << 달콤한 인생 >>에서 김영철이 이병헌에게 말해봐, 왜 그랬어 ? ” 라고 묻지만, 이병헌은 그 어떤 질문을 해도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yes라고 말해도 죽고, no라고 말해도 죽고, i'm sorry 라고 말해도 죽는다보스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자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해법을 내놓아도 오답이 된다. 박근혜가 유승민에게 사약을 내리는 논리도 이와 같다. 유승민은 사퇴의 변'에서 여전히 "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입니다 " 라고 말하지만, 박근혜가 집권하는 기간 동안은 임춘애가 아니라 현정화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 김의겸 기자가 쓴 기사. 길지만 전문을 옮긴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청와대판 ‘달콤한 인생’…“유승민,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김의겸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이의 전쟁을 지켜보자니 어디서 한번 본 듯한데라는 느낌이 자꾸만 끼어들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10년 전 영화 <달콤한 인생>이다. 특히 영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가 기시감을 부채질한 거다. 대개의 누아르 영화는 이권이나 영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와 배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흐르는 감정을 다룬다. 조직의 두목과 2인자 사이의 사소한 감정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을 카메라는 담았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모욕이 아니라 배신을 말했다. 그리고 모두들 배신이라는 틀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한다. 그러니 당연히 유승민은 가해자가 되고, 박근혜는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모욕이라면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배신감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린다는 가해자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개념이다. 하지만 모욕감은 원인 제공자의 의도가 중요하지 않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결정적이다. 특히 자존감이 훼손된 상태에서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을 후벼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10년 만에 <달콤한 인생>을 다시 찾아봤다.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공짜다. 얼마나 달콤한 세상인가.

    

 

#1 상호신뢰 - 두목은 사심 없는 부하가 마음에 든다

 

범죄 조직의 두목(김영철·사진)은 부하(이병헌·사진)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냉철하고 명민한데다 과묵해 일처리에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두목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부하에게 부탁을 하나 한다. 젊은 애인(신민아·사진)이 하나 있는데 그녀에게 딴 남자가 생긴 것 같다. 감시를 해보다가 사실이면 처리하라는 거다. 그리고 두목은 부하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너 애인 있어? 사랑해 본 적 있어? 없어. 넌 없어. 그래서 이런 일을 너한테 시키는 거야, 그래서 널 좋아하는 거야 임마

 

당 대표 시절 박근혜는 유승민을 믿었다. 비서실장으로 가까이 두고 썼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그때는 유승민의 지휘를 받았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캠프의 핵심적인 자리를 맡겼으니 유승민은 감히 누가 넘볼 수 없는 최측근이었다. 성격이 깔끔하고 일솜씨가 완벽하니 신뢰했을 것이다. 특히 사심이 없어 보이는 유승민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다들 자기 정치를 하느라고 보스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게 정치판의 생리인데, 유승민은 예외로 보였을 법하다. 사랑을 모르는 부하이니 자기 애인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두목처럼, 박근혜도 사심없는 유승민한테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게다.

    

 

#2 억울한 부하 -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나를

 

부하는 두목의 여자를 감시하다 낯선 설레임에 빠져든다. 여자가 춤을 추고 첼로를 켜는 모습을 훔쳐보며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래서 여자가 다른 젊은 남자를 만나는 장면을 잡아내고도 두 사람을 놓아준다. 하지만 부하는 자신을 휘몰아친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두목이 왜 그랬냐고 추궁하는데도 제대로 답을 못한다. 겨우 한 대답이란 게 두 사람이 만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만 지켜준다면 모든 게 다 잘 될거라고. 진심이었을 거다. 약속대로만 된다면 두목의 의심은 풀리고 여자는 안전해진다. 그리고 자신도 다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부하는 오히려 두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절규한다. “저 진짜 죽일려고 그랬습니까?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나를. 무슨 말이든지 좀 해봐.”유승민도 마음이 흔들린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리키는 길이 맞는지 회의를 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 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시대의 요청에 따라 보수도 혁신해야 하고 그 길만이 새누리당이 정권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국회법 개정도 공무원연금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개혁안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였을 뿐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새누리당도 대통령도 그리고 자신도 좋아질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니 유승민도 대통령의 노여움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사과를 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지난 4개월 남짓한 기간에 두 차례 총리 인준 동의안 처리, 경제·민생 관련 법안 처리, 김영란법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영화 속 이병헌이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나를이라고 외치는 대목과 겹쳐보인다.

 

    

 

#3 상처받은 두목 - 노화는 가속화되고, 인내심은 바닥나고

 

두목은 모욕감 때문에 부하를 죽이려고 했다고 말한다. 10년 전 영화를 볼 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서였다. 자기의 여자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그저 봄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을 뿐인데 가장 아끼던 부하를 그리 쉽게 제거하려 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두목의 나이쯤 되어 영화를 다시 보니 조금은 달리 보인다. 특히 두목이 이별을 통보하는 애인을 향해 나이가 들면 말이야. 점점 인내심이 부족해져라고 말하는 대목은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문제는 젊음 그 자체다. 두목은 젊은 여자를 사랑하나 여자를 잡아두기에는 나이가 들었다. 그저 집과 선물로 애정을 물물 교환할 뿐이다. 애인은 이미 젊은 남자를 몰래 만나고 있고, 믿었던 부하마저 연정을 품는다. 나이 든 이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젊은이의 특권이다. 젊고 잘생긴 데다 유능하기까지 한 부하는 자신의 노화와 추레함을 부각시킨다. 존재 자체로 상처를 준다. 게다가 자신은 배신한 여인을 처치하라고 했는데, 부하는 여자에게 관용을 베푼다. 자신의 옹졸함만 더욱 두드러질 뿐이다. 부하가 배신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두목은 이미 모욕감을 느낄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던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때를 잘못 골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이 선거의 여왕이다. 국민의 지지와 애정은 대통령의 존립 근거이고 모든 영광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메르스 때문에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잠시지만 30%의 방어선마저 무너졌다. 다들 자신을 향해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는 모든 게 원망스러운 법이다. 지금이 그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악의 상태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세월호. 콘크리트라던 자신의 지지율에 쫙 금을 내고 냉혹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씌운 게 세월호다. 그런데 유승민이 세월호의 악령을 되살리는 국회법 개정을 무신경하게 합의해준 거다. 국회법 개정이 위헌이냐 합헌이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그 무심함이다.

 

이번 한번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내려간 적이 또 한번 있었다. 1~2월 연말정산 파동 때다. 그런데 유승민은 바로 그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지적한다. 가장 민감한 세금 문제를 가장 어려울 때 정면으로 치받은 꼴이다.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모멸감을 주는 것들뿐이다. 그 모욕감을 견뎌내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해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는 벌써 반환점을 돌고 있다. 정치적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4 태도의 문제 - 쉽게 끝낼 일을 키운 건 어떤 뻣뻣함

 

두목이 다짜고짜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 기회를 줬다. 그것도 여러번. 영화에서는 두목이 꽤 길게 독백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 큰 조직의 보스에게 부하 이병헌을 제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하는 말이다.

 

꽤 똑똑한 친구가 제 밑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심부름을 하나 시켰는데 사소하게 생각했던지 실수를 저질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대단한 실수도 아니고 가볍게 야단치고 끝날 일이었죠. 그런데 그 친구 분위기가 이상한 거예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아닐 수도 있어요. 내 착오일 수도 있는 거죠. 근데 조직이란 게 뭡니까? 가족이라는 게 뭡니까? 오야가 누군가에게 실수했다고 하면 실수한 적이 없어도 실수한 사람이 나와야 되는 거죠. 간단하게 끝날 일인데 그 친구 손목 하나가 날라갔어요. 잘 나가던 한 친구의 인생이 하루 아침에 끝장이 났습니다. 이번 일은 손가락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치러진 2012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고, 복지와 분배 강화를 요구하는 개혁 성향 목소리를 선명하게 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정도다. 아마 첫 균열은 그보다 훨씬 일찍,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뒤다. 바닥에서 잡초처럼 자라며 눈칫밥을 먹어본 사람이면 보스의 불편한 심기를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냉큼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마음을 풀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 명문 가문에서 자라 최고의 학부를 나온 유승민은 그런 유전자가 없다. 아마도 적잖은 옛 친박 동료들이 가서 수그리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뻣뻣함은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고, 간단하게 끝낼 일을 키우고야 말았다.

    

 

    

#5 냉혹한 경쟁 - 보스의 지시가 떨어지자 충성 경쟁이 시작된다

 

두목의 제거 명령이 떨어지자 이병헌과 경쟁 관계였던 문 실장(김뢰하)은 신이 났다. 이병헌을 묶어 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 바닥 원래 이런 거 아냐? 누구 원망하지 마라. 우습다. 정말 세상이란 게. 가만 보면 인간이란 게 아무 것도 아냐.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잖아.” 아무런 연민도 망설임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이병헌에게 당했던 수모를 한꺼번에 되갚아 주기라도 하려는 듯 최대한 잔인하게 다룬다. 하루 전까지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던 사이인데, 해머로 손목을 내리치고, 구덩이를 파고 묻는다.

 

 

새누리당 내 경쟁자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의중이 분명해지자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이른바 친박 의원들은 벌떼처럼 달려든다. 국회법을 개정할 때만 해도 반대하는 의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보스의 지시가 떨어지자 충성 경쟁을 벌인다. 어느 재선 의원은 청와대 생각을 따르는 사람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유 원내대표를 사퇴시키겠다는 생각이라며 대통령 요구는 쉽게 말해 유 원내대표가 배신자나 다름없으니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것뿐 아니고 정치를 아예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콤한 인생>에도 영향을 끼쳤을 게 분명한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아. 다만 정치는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 아는 것이지.” 마피아와 결탁한 어느 정치인이 정치가 범죄조직보다는 한수 위임을 자랑하며 한 말이다.

    

 

    

#6 씁쓸한 결말 - 상생의 정치, 너무 달콤해서 슬픈 꿈

 

영화 속 이병헌은 옛 소련의 KGB가 쓰던 권총을 구해 복수에 나선다. 그리고 끝내 두목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유승민에게는 그런 무기가 없다. 처음 얼마 동안은 몇몇 동료 의원들이 보호해주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지역구도 대통령의 아성인 대구이니 대통령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다. 영화는 이병헌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읊으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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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5-07-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사파는 이래서 탄생!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13:11   좋아요 0 | URL
박씨도 자신의 인기가 불사`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권력인 것을...

붉은돼지 2015-07-0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봤습니다. <달콤한 인생>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못 보고 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13:12   좋아요 0 | URL
달콤한 인생 영화 좋습니다. 뽀다구 제대로 나온 영화입니다.

stella.K 2015-07-0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나 청와대나 여자가 문제로군요. ㅋ
보스가 되지 말고 리더가 되라고 하는데 청와대는 어느 새 조폭 소굴이 되었군요.
어머니는 참 덕이 많아 국민의 추앙을 받았었는데.
누님이 대통령이 된 것도 어머니의 덕과 후광 때문이란 말도 있구요.
왜 우리의 누님은 어머니를 닮지 않고...ㅠ

여성 리더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죠. 그런데 아직 그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녹록치 않은 건지 그걸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저 분 글 잘 쓰시네요.
저도 그 영화 봤는데 워낙 피의 제전이었던 기억이나 잘 만들긴 했어도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15:04   좋아요 0 | URL
유승민 사태를 다룬 글 중 가장 좋았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말이죠.

영화도 참 좋습니다. 이병헌은 목소리가 참 좋아요.
제가 목소리 좋은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samadhi(眞我) 2015-07-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와르 하면 최고라 손꼽는 영화죠. 우리나라 느와르 장르에서 이것 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에릭이 나와 사족이 되고 말았는데요. 양파가 부른 ˝달콤한 인생˝도 감미롭고. 중간에 영화대사가 삽입된 ost를 다운 받아서 노래를 듣다가 이병헌에게 빙의(?)되어 남편과 함께 그 대사를 읊곤 했어요. 양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노래 만큼은 인정합니다.

노회찬과 김빙삼이 트윗에 이 상황(?)을 아주 적절히 표현했더군요. 푸른 기와 궁에 살고 있는 늙은 여왕은 저 혼자 딴 세상에 살고 있네요. 우리가 그런 사람(?)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꾸 믿기지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21:46   좋아요 0 | URL
전에도 말했듯이 이 감독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하는 기가 막히게 좋다는 거죠.
정말 느와르 특유의 개폼이 잘 뽑아져 나왔어요. 흔치 않는 영화입니다.

언제까지 백성이 여왕 뒷치닷거리를 해야 하는지. 취닷거리? 치닷거리?!


치닥거리`였네요...
아니다, 뒤치닥꺼리엿네요..

samadhi(眞我) 2015-07-09 21: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이 영화 때문에 김지운 감독 다음 영화들을 기대했으나, 실망이 매우 컸지요. 뒤치다꺼리 입니다^^ 주제곡 정말 좋아요. 알고 계시겠지만 또 들어보시길.
 

 

 

 

 

 

 

 

 



사물에 대한 애티튜드, 두 번째 : 거울




 

 

 




그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을 그린 화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워낙에 유명한 그림이니 말이다(나는 화가의 이름 공개'를 잠시 미루겠다). 다른 화가가 그런 예수 그림과는 달리,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순한 농부의 얼굴이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든다.  제목은 << 황색 예수 >> 다.  저 얼굴에는 그 어떠한 분노도, 거대한 고뇌도, 숭고한 서사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쳤을 뿐이다. 편안히 잠든 얼굴이어서 좋다. 그런데 오래 보다 보면 문득 슬픔이 찾아온다. 그래서 성호를 긋고 내 죄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 주여,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란 놈은 법 없이도 살 놈이어서 지은 죄가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 또한 나태와 자만의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이 죄 없음에 대한 죄'를 고백하나이다. "

요즘은 먹방이 대세이다 보니 유행따라 이 그림에 대한 감상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 소고기 무국 >> 같은 느낌이 난다. 이 그림을 배경으로 자화상을 그린 화가가 있다. 이 그림 속 화가'가 << 황색 예수 >> 를 그렸다.

 

 

 

 

 

이 그림 제목은 << 황색 예수가 있는 자화상(1889) >> 이다.  그림 속 화가는,  폴 고갱이다.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서 자화상을 그렸다. 그러므로 << 황색 예수 >> 를 그린 화가 또한 고갱이다. 화가 스스로도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두 그림 속 예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좌우가 바뀌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고개가 기울어진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이다. 고갱은 왜 그림을 좌우가 바뀐 상태로 그렸을까 ? 답은 화가가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그렸기 때문이다. 화가들이 자기 얼굴을 그릴 때는 대부분 거울을 보고 그리게 되니 전이된 상(象)이 그대로 화폭에 담긴 것이다. 시인 이상이 지적했듯이 " 거울 속의 나 " 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 " 다.

악수란 오른손과 오른손 혹은 왼손과 왼손이 맺는 동맹이니 < 나 > 와 < 거울 속의 나 > 는 서로 동맹을 맺을 수도, 그렇다고 타협을 할 수도 없는 존재'다. 이처럼 오른손잡이는 거울 속에서 왼손잡이'가 된다는 점에서 거울은 " 왜곡과 전이(轉移) " 가 발생하는 장소'다. << 황색 예수가 있는 자화상 >> 에서 보이는 고갱의 두툼한 귀는 오른쪽 귀가 아니라 왼쪽 귀'다. 천진난만한 어조로 말하자면 거울은 동화 속에 나오는 청개구리'다. 거울 하면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다. << 백설공주 >> 다.  일단, 왜곡과 전이의 장소인 거울이 진실'만을 말한다는 설정은 모순이다. 오히려 거울은 거짓 대꾸를 하는 사물'에 가깝다.  여왕이 < 말하는 거울 > 에게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 라고 물었을 때

말하는 거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라고 대답한 것은 반대로 대답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거울이란 왜곡과 전이가 발생하는 장소이기에 그렇다. 거짓말하는 거울의 지적은 어쩌면 여왕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거울은 청개구리이니깐 말이다. 청개구리 같은 거울의 지랄같은 성질머리는 상(象)을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거울을 보는 주체가 동일인이라 해도 어느 때는 잘생긴 얼굴처럼 보이다가도 또 어느 때는 초라한 얼굴로 변하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거울은 심술궂게도 당신이 가장 닮기 싫어하는 인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카프카는 거울을 통해서 아버지와 닮은 자기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처럼 거울은 < 주체의 얼굴 > 을 < 타자의 얼굴 > 로 바꾸고는 혼자서 속으로 낄낄거린다.

시인 이상은 " 거울 속의 나 " 가 " 나와는 반대 " 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는 거울에 비친 상(象)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를 거부한다. 꽤 닮았다( " 거울속의나는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또꽤닮았소 " ) 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동일하다 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거울은 믿을 것이 못되는 요물이라는 사실을 시인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백설 공주 이야기로 돌아와서 " 거울이 말을 한다 " 는 설정 자체부터가 여왕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여왕이 들은 것은 거울의 말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환청으로 들린 것이다. 거울에 비친 상(象)은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투영(投映)된 결과'다. 그러니까 거울은 사진기'가 아니라 엑스레이 촬영기'에 가깝다.

거울은 < 겉 > 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 속 > 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당신이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은 거죽이 아니라 뼈와 내장들'이다. 화가가 그린 자화상은 항상 왜곡과 전이'가 투영된 상이다. 화가는 거죽을 그리지 않고 뼈와 내장을 그린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두 장의 고흐 자화상이 있다. 이 두 자화상을 그린 화가는 동일인이지만 그림 속 화가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린다. 고흐는 마음을 그리기 위해 마음에 흔들리는 얼굴(들)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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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색 예수가 있는 자화상>의 화가 뒤쪽에 얼굴 형상의 도자기 보이시죠? 고갱의 얼굴을 형상화한 도자기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고갱은 그림뿐만 아니라 도자기도 몇 점 남겼어요. 자화상에 나오는 도자기처럼 얼굴 형상의 도자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자화상은 재미있는 구조로 볼 수 있어요. 화가 본인의 얼굴, 그 뒤쪽에는 화가의 얼굴을 본뜬 제2의 얼굴. 저는 얼굴 형상의 도자기가 고갱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9 02:58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도자기 그림이 고갱 얼굴이군요. 음... 그림 읽기 재미있네요.
사이러스 님 때문에 연달에 2개 글을 쓰게 되었네요...
 

 

 

 

 

임춘애입니다, 형님 !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로 입이 곧 항문이다. 먹는 통로와 배설하는 관이 같은 것이다. 우우, 더러워 ! 그런데 요즘은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서 " 어쩌면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한 족속이기보다는 플라나리아'에서 진화한 족속이 아닌가 ? " 라는 생각을 했다. 꼴도 보기 싫다고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나, 꼴이 보기 싫다니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사람이나, 꼴도 보기 싫다고 하시니 나가시라고 말하는 패거리나 모두 한통속이다. 꼴통의 언어 습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 왕년에 - 서사 > 이고,  다른 하나는 < 헝그리 - 서사 > 다. 꼴통이 " 왕년에.... " 라는 말문으로 시작하는, 그들 입에서 호명된 과거는 찬란하다. 듣다 보면 모두 알랑 드롱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다.

 

그런가 하면 헝그리 서사'를 말하는 꼴통들은 요즘 젊은이를 배가 불러서 나약한 족속이라고 말한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세대라는 것이다. 자기 세대는 < 헝그리man > 으로 규정하고 자식 세대는 < 허니문baby > 로 규정한다. " 우리가 쓴 소주 마시며 너희들을 키웠으나, 너희들은 달달한 포도주'만 마시는구나. "  자살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생긴 의지 박약이고, 군대를 가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도 고생을 모르고 자랐으니 군대에서 피똥 싸야 한다는 말한다. " 니들... 일주일째 짱께, 컵라면만으로 때우고 있는 거 잘 알아.... 물론 흰 쌀밥에 괴깃국 먹고 싶겠지... 이거 참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야, 훈련... 응 ? 니들 한국 복식이 왜 잘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지 알아 ?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야,

 

헝그리... 옛날엔 말이야... 다 라면만 먹고도 진짜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엄마, 나 챔피언 먹었다. 그 누구냐... 현정화, 현정화 걔도 라면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렸지... "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현정화 ?!  현정화는 탁구 선수이지 육상 선수는 아니다. 누군가 말한다.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그 순간 모든 것은 게임 종료'다. 꼴통은 외친다. " 나가 있어 !!! " 다음 장면은 내가 말을 안 해도 다들 아시리라. 여기서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이라고 말한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다. 감히, 각하의 헝그리 정신 훈화'에 딴지를 걸었으니 험로가 예상되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꿈에도 몰랐다. 각하는 이렇게 말했다.  " 니.... 니들... 내 말, 자 자 자잘들어.

 

내.. 내가 하늘  색이 빨간색, 하면 그때부턴 무조건 빨간색이야. 이, 이이이건 노,노노리끼리한 색이지만 내가 빨간색, 하면 이것도 빨간색이야... 응? 내가 현정화라 그러믄, 무조건 현정화야. 내 말이 토, 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다는 새끼는 전부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TO부정사. 아, 아아아아앞으로 직사시켜버리겠어... "  직사라는 말에 패거리는 4D 영화관 의자처럼 벌벌 떤다. 쪼는 순간, 라면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린 선수는 현정화가 된다. 이것이 바로  갈굼 정치'요, 가재미 효과'다. 째려보면 모두 납작 엎드리는 현상 말이다. 패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 현정화입니다, 행님 !!! " 그들은 임춘애를 임춘애라 부르지 못하고 임춘애를 현정화'라 부른다. 앞으로 벤츠 타고, 룸살롱 가서 양주 먹으려면 보다 큰 권력에 붙어야 살 수 있으니 눈치나 살펴야 한다. 보스는 말한다.

 

" 그래..헝그리 정신...이 헝그리 정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니들 조만간 진짜 잘나갈거야...벤츠 타구... 베, 베베벤츠 타구...루루루룸싸롱?..아, 아아아아안방드나들듯 드나들 거야...하지만 그때 가서두 짱께 먹던 시절, 컵라면 먹던 시절..우리 산에서 개구리 잡아먹구 뱀 잡아먹구..그런 시절...절대 잊어선 안돼...모든 걸...정말 열심히.... 늘 강조하지만.. 잠자는 개한테는 결코 햇빛은 비치지 않아!! 해삣!!" 

참... 지랄이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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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7-07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다어버버 ㄹ혜 화법 또또똑같아서 우우우웃었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00   좋아요 0 | URL
우리 때만 해도 산에서 개구리 자바 먹구 뱀 자바 먹구 했는데.... 그러니깐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시겠죠?

samadhi(眞我) 2015-07-07 19:01   좋아요 0 | URL
근=ㄹ 혜 말보다 백만배 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래가지구 좋은 거 맛있다 그런거 아니지 않다고, 막 그러믄 캔디 이러고 하고 있다고 말씀 전합니다.

samadhi(眞我) 2015-07-07 19:05   좋아요 0 | URL
이젠 우주가 바빠서 안 도와준답디까 곰발님이 ㄹ혜 통역까지 가능하신거예요? 역시 고수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10   좋아요 0 | URL
우리 옛날에는 옥수수에 조밥 먹고도 우주가 도와준다. 그런 거, 나중에 피똥 싸도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 그러니까 내 말은 우쭈쭈.... 그런 겁니다. 전 고수시에 살지 않고 서울시에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고수시는 어디에 있나요 ? 대구시는 들어봤어도 고수시는 들어보질 못했네요.

samadhi(眞我) 2015-07-07 19:12   좋아요 0 | URL
곰발님 일관성 쩔어요 ㅋㅋ 궁금한 건 ㄹ혜가 우주어버버를 대본 보고 읽은 건지 아님 잘못 읽어 그런건지예요 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15   좋아요 0 | URL
그거 누가 써준거라면(왜 대통령 원고 써주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 그 사람, 알라딘 고수 서평가 문장을 보고 공부 좀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개그맨 유행어도 아니고....

2015-07-10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흐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고흐가 스스로 자른 귀는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 반 고흐 붕대를 감은 모습의 자화상」1889년

 

                                                  어느 날, 고흐는 광기에 휩싸인 채 칼로 귀를 도려낸다. 귀를 도려낸 것으로 보아 환청 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위 그림은 그가 귀를 도려내고 난 후에 그린 자화상이다. 붕대를 감은 쪽이 상처 입은 부위. 그렇다면 고흐가 잘라낸 귀는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 그림을 보고 판단하시라. 사람들은 대부분 이 그림을 보고 오른쪽 귀가 잘렸다고 대답하겠지만 틀린 대답이다. 붕대가 감긴 쪽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가는 자화상을 그릴 때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그리게 된다. 현실 속 고흐는 떨어져나간 왼쪽 귀에 붕대를 감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상()은 오른쪽 귀가 된다.

시인 이상이 지적했듯이 “ 거울 속의 왼손잡이 인 것과 같다. 거울에 의해 전이된 상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다 보니 왼쪽 귀는 오른쪽 귀가 된다. 이러한 왜곡은 모델을 직접 보면서 화폭에 담을 때는 발생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고 그리는 자화상이라는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 그림 속에서 붕대를 감은 귀는 왼쪽 귀. 하지만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리다 보니 거울에 비친 상에 의존하지 않고 머릿속 스크린을 통해서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실제로 상당수 화가는 모델 없이 상상 속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반론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으나 머릿속 스크린에 투영된 이미지-가설 은 틀렸다.

일단 고흐는 고갱과는 달리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고흐와 고갱이 다른 차원이다. 결정적인 힌트는 고흐가 입고 있는 < 외투의 단추 > 에 있다. 남자 옷은 단추가 오른쪽에 달렸고 여자 옷은 왼쪽에 달렸다. 위 그림을 보면 고흐가 입고 있는 외투 단추가 왼쪽에 달려 있다. 고흐가 여자 옷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은가 ? 단추 위치만 파악해도 이 그림이 거울을 보며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 옷의 단추가 오른쪽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붕대가 감긴 쪽은 왼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정설에 의하면 고흐는 오른손잡이였다고 한다. 자기 몸에 자해를 하거나 타인을 죽일 목적으로 칼을 손에 쥘 때는 심리학적으로 평소 자주 사용하는 손을 사용한다. 자살의 경우, 실패에 따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오른손잡이는 손목을 그을 때 왼손에 주저흔을 남기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법정에서 살인 사건을 다룰 경우 가해자가 칼을 쥔 손에 따라서 정상참작이 가능하다. 평소 오른손잡이가 상대방과 다툼 끝에 칼을 왼손에 잡고 찔렀다면 고의보다는 우발적 사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고흐의 잘린 귀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른손에 칼을 쥐고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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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니체도 고흐도 모두 1889년에 미쳤구나...
글구 보니 둘 다 목사의 아들.....
글구 보니 둘 다 동생의 보살핌이 있었고.....
글구 보니 둘 다 경제적 빈곤......

cyrus 2015-07-07 18:40   좋아요 0 | URL
둘 다 매독으로 고생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3   좋아요 0 | URL
? 고흐도 매독으로 고생했나요 ? 이야.. 이거 완전 평행이론인데요...

stella.K 2015-07-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 보니 제가 중학교 갓들어가서 그런 실수를 할 뻔한 적이 있었죠.
학교에서 주는 명찰이 아직 다 안 만들어졌다고 임시 명찰을 만들라는 건데
거울이 타인의 시선이라고 가정할 때 그렇다면 반대쪽으로 이름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써 봤는데 주관있게 그렇게 달고 다녔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왜 거울은 나를 그렇게 비추는지 모르겠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거울에게 물어봐야겠네요.
거울아 거울아 너는 왜 항상 반대로 비추니 ?

2015-07-1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