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양장) - 20대를 변화시키는 30일 플랜
이지성 지음 / 맑은소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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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마  면     되  는  데     ?   :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주말 드라마와 예능은 거의 보지 않지만 << 그것이 알고 싶다 >> 라는 방송은 본방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보다 보면 세상은 온통 개새끼와 씹새끼들의 천국. 그중에서도 관심 있는 사건은 몇 번씩 보게 된다. 나름, 추리력을 발휘하여 범인을 예상해 보기도 한다. << 배산 여대생 살인사건 >> 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수사를 담당한 관계자의 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결정적 단서라면서 " 키 150대에서 160대 사이인 여성 " 이라고 특정했는데 이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한국 여성은 대부분은 이 범주 안에 포함되기에 결정적 단서도 아니고 특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 범인은 바로 !!!!!  키가 2미터 아래인 남자일 것 " 이라는 소리(조금 과장을 하면)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 흔한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알려주는 꿀팁 대방출은 결정적 단서랍시고 " 키가 150대에서 160대인 여성 " 이라거나 " 키가 2미터 이하인 남자 " 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적이 반드시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단서라고 할 수도 없다. 


자기 계발서의 꿀팁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자기 계발서는 채찍과 함께 당근을 선물한다. 엄격한 시간 관리 그리고 피나는 노력과 같은<  자기 수련 > 을 강조하면서도 채찍에 피멍 든 독자에게 < 자기 배려 > 도 강조한다. 도대체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 20대의 독서 취향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주로 읽는 분야는 자기 계발서로 전체 독서의 69%라는 조사도 있다. 이 정도면 자기계발의 압승이다. 자기 계발서가 전체 독서 시장의 70%를 차지하다 보니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 라는 낯 뜨거운 제목의 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지성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대의 삶이 10~20대 시절 원했던 바로 그 삶이 아니라면, 운명이나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그대의 혀를 탓해야 한다. " 우리는 성공한 자의 고생담을 통해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만 성공한 자의 고생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다. 성공한 자의 고생담(실패 스토리)은 자기 PR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타인의 고생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공한 자의 고생담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고생담이다)


스스로를 인문학 전도사라고 말하는 이지성은 어느 인터뷰에서 독서량을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요약하자면) 20~30페이지 정도 되는 원고지 분량을 쓰기 위해서 구입한 책은 대략 500만 원 됩죠. 헤헤헤. 음....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는 책의 경우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2000만 원~3000만 원어치 책을 구입했습니다요. 헤헤헤. " 기승전돈돈돈돈이다. 몇 권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몇 원으로 환원하는 이지성의 인문학적 지성은 과연 얼마일까 ?  원빈은커녕 넙데데한 원판처럼 생긴 내가 인문학적 지성으로 흘러넘치는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 얼마면 되는데 ? " 







​                         


모든 질문을 환전으로 환원하는 버릇은 이지성의 습관처럼 보인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대중작가로서 재벌 개혁 얘기도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책은 원래 상품성이 없어요. 자기계발서는 제일 상품성이 없고요. 사람들이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데 환경이 워낙 척박하니 이런 책이라도 읽을 뿐이에요. 돈을 생각하면 사업을 해야죠. 회사 세우고 3박 4일에 300만~400만원씩 받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1년에 80억을 벌었다고 소문난 분도 있어요.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파견해서 커미션을 받는 산업이 짱짱해요. 시이오(CEO)를 위한 고전강좌를 하고 1인당 1000만원씩 받는 분도 있어요. 제가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재벌이 됐겠죠. 그러나 그건 돈벌이고 사업이지, 작가의 길이 아니에요. 저에게도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겠어요. 회사를 세우자, 이름만 걸고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보내자, 강의만 하면 수백명이 오니까 강당 빌려서 1일 8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하자, 작가님은 와서 강의 한 시간만 하고 가라. 다 거절했어요.”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39206.html )



20대 독자의 전체 독서 중에서 자기계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70% 정도인데 이지성은 반대로 자기계발 분야가 제일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대답한다. 이 주장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 그는 열심히 사느라 연애는 언제하냐 _ 라는 질문에는 미인대회 출신인 여성만 세 번 사귀였다고 대답한다. 아이구야. 그에게 중요한 것은 트루 러브가 아니라 트로피 후광 효과'이다. 그가 표현한 " 미인대회 출신 여성 " 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이자 트로피 와이프에 대한 과시욕이다. 진짜 묻고 싶다. 당신의 지성을 돈으로 환전하자면 도대체 얼마냐 ? 




▦ 그는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고3 학생의 필독서로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을 뽑았다. 철학이 전공인 학생들조차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정독이 힘든 텍스트인데 과연 고3 학생이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을까 ? 그는 수많은 인문학서를 추천하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 고전은 원어로 읽어라. 그리고 원전일 읽어라 ! 맙소사, 원전을 읽으라고 하면 고대 히브리어와 고전 그리스어를 통달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알고 있을까 ? 쉽게 말해서 아래 문자를 해석할 줄 아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가 고전 그리스어를 한 글자도 모른다는 데 500원을 걸겠다. 


ὦ φῶς, τελευταῖόν σε προσβλέψαιμι νῦν,
ὅστις πέφασμαι φύς τ᾽ ἀφ᾽ ὧν οὐ χρῆν, ξὺν οἷς τ᾽
οὐ χρῆν ὁμιλῶν, οὕς τέ μ᾽ οὐκ ἔδει κτανών.

오 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1183-118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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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2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새해인사가 늦었습니다!ㅠ 작녀에도 곰발님의 명쾌하고 시원한 글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좋은 시간도 가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1년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2 21:56   좋아요 1 | URL
앗,막시무스 님....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정신이 늘 산만해서...
작년에 맹활약을 펼치신 막시무스 님, 올해도 맹활약 부탁드립니다아. 꾸벅.

레삭매냐 2021-01-0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아무리 좋게 봐도 저자가 아니라
희대의 약장수 같아 보입니다.

성경은 불가타 버전의 라틴어로
그리고 오디세이아는 지적해 주신
대로 고대 그리스어로 읽어야겠네요.

혹세무민하는 자기계발서가 독서시장
을 교란시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
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약이 무시로
팔리니 약장수들이 활개를 치는 거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4 00:52   좋아요 0 | URL
궁금하죠 ? 그는 과연 성경을 불가타 언어로, 고대 히브리어로, 옛날 그리스어로 읽었을까 ?
아마 구별도 못할 걸요. 세 언어를..
 















                              


영화 < 조제 > 에  대하여   :










위스키의 바디감










내가 싫어하는 영화 부류는 슬픈 장면에서 슬픈 배경음악을 과도하게 삽입한 경우다. 이런 영화는 십중팔구 배경음악이 전체 사운드를 잡아먹는다.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음악을 활용하여 관객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하는 수작이다. 감독은 슬픈 표정을 짓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은 후 슬픈 음악의 볼륨을 점점 높이면서 관객과 밀당을 펼친다. " 자, 이제 울어 ! 안 울어 ?  이래도 안 울래 ? " 관객이 울지 않으면 주인공을 더욱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넣겠다는 태도다. 이것은 감독이 슬픔을 볼모로 관객을 협박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격렬비열도에서 태어난 죽방멸치 새끼라면 콧방귀도 안 뀌겠지만, 관객 대부분은 그 장면에서 가거도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하게 된다. 타인의 비참에 대하여 슬픈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관객이 눈물을 보였다고 해서 그 장면(그 영화)이 작품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관객이 꼴렸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훌륭한 에로 영화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찬가지로 관객이 크게 웃었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훌륭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품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화적 재현의 윤리이다. 


내가 장애인을 다루는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장르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들에게 장애인은 웃음 코드와 감동 코드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프레임에는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저변이 깔려 있듯이 장애인보다도 못한 비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은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차별이 깔려 있는 태도'다. 그리고 이성애를 다루는 사랑 영화 속에서 여성은 " 여자에게는 사랑이 전부 " 로 등장하지만  현실 속에서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없다. 가난을 다루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상을 타자화할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이런 오류들이 발생하는 영화는 대부분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다루고, 남성 감독이 여성을 재현하고, 가난한 적이 없는 자가 가난을 병풍처럼 활용할 때 발생한다.  무지할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 영화 << 조제 >> 는 이 오류와 기만과 무지가 만든 최악의 영화'다. 관객들은 프라이팬 대신 다리미로 스팸을 굽는 조제의 장면이 등장할 때 웃었지만 나는 그 장면이 빈곤에 대한 무지와 조롱처럼 보여서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가난이 결핍의 세계라 해도, 낯선 남자 앞에서 다리미 위에서 스팸을 굽는 궁상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가 있을까 ?  


감독은 그것이 꽤나 신선한 영화적 상상력이라며 낄낄거렸겠지만 재현에도 윤리가 있는 법이다. 감독은 가난을 병풍처럼 세워놓고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감독이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위스키의 바디감과 커피의 바디감1)을 남발할 때마다 나는 그 옛날 박근혜 정권 때 워싱턴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윤창중의 그립감 발언이 떠올랐다. 영화는 조제의 빈곤과 비참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화면으로 모든 장면을 채웠지만 그것은 마치 6성급 호텔 만찬회에서 산해진미를 맛보며 세계의 가난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가난과 장애와 여성을 병풍처럼 세워놓고는 정작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낮게 속삭였다. " 아이, 시발. 격렬비열도의 죽방멸치만도 못한...... " 




​                               


1)    위스키와 커피의 공통점은 살롱 문화의 오브제라는 점이다. 위스키가 중산층 남성의 (룸)살롱 문화를 대표하는 오브제라면 커피는 중산층 여성의 살롱 문화를 대표한다. 감독이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을 소재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는 것은 그가 살롱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살롱 영화'다. 살롱에 모인,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을 즐기며 문학을 이야기하며 예술을 논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만 다리미 위에서 스팸 굽는 여자를 안줏거리로 사용하지는 말자. 부탁이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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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12-31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벌써 2020년이 다 지나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31 21:34   좋아요 1 | URL
겨호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고양이도 건강히 잘 지내고, 따님도 항상 신나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han22598 2021-01-02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생각을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선 했어요. 죽었다 깨어나도 비장애인인 나는 장애인을 대변할 수 없다고....거의 불가능한일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2 20:49   좋아요 0 | URL
실격..... 이 책이 아마 작년에 나온 책이죠 ?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후부키 2023-07-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는 다리미 위에 스팸굽는 장면이 없는데요? 소설을 읽어보고 글을 작성하신건지?
 
더 해빙 (4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고속버스 휴게소 트럭에서 파는 신바람 이박사 트로트 메들리 테입보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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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4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40만 부가 아니라 40부만 팔렸으면 하는 책  :











내 그럴 줄 알았다 !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밀란 쿤데라, 농담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조각 솜씨가 뛰어난 피그말리온 왕이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한 후,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을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더니 훗날에 소원이 이루어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자기 계발서는 대부분 이 심리학 용어를 무한대로 변주한다. 쉽게 말해서 : 소원을 말해봐 ~                   


피그말리온 효과와 비슷하지만 동시에 반대되는 개념이 오이디푸스 효과'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자신의 기대와 예측에 부합하는 결과라면 오이디푸스 효과는 자신의 결의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기대와 예측에 부합하는 결과'다. 전자가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후자는 너의 저주가 이루어진 경우다. 이 두 개념을 통틀어 " 자기 충족적 예언 " 이라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은 커서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말하곤 했는데 결국 감독이 되었으니 자기 충족적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고,  김어준은 평소에 각하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는데 


그것이 실현되었으니 이 또한 자기 충족적 예언의 실현인 셈이다. 피그말리온과 오이디푸스는 모두 왕족이니 흙수저 출신에게는 예언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ㅡ 오, 놉 ! 그것은 착각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을 쉬운 언어로 설명하자면 " 내 그럴 줄 알았다 " 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까불다가 접시를 깨거나 뛰놀다가 넘어졌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흔하게 하는 말이 바로 " 내 그럴 줄 알았다 ! " 이다. 부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까불다가 접시를 깨거나 뛰놀다가 넘어질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 놀라운 예지력. 


그런데 그 부모는 정말로 그 아이가 그럴 줄 알았을까 ? 그럴 리가 없다. 그 부모는 그 아이가 그럴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심리는 바로 사후확증편향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사전에 그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 믿으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사후 정보를 사전 정보라고 우길 때, 우리는 버릇처럼 < 내 그럴 줄 알았다 > 라거나 <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 라는 원망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측한 결과는 사후 정보를 사전 정보'였다고 우긴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이 지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인간의 예측력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인간의 예측력이 낮은 이유는 미래라는 공간이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지배하는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가 스페인 독감보다 더 지독한 코로나라는 블랙 스완이 출현할 줄 알았으랴.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자기 계발서의 공약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소원이란 기본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에 기대는 희망일 뿐이다. 설령,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것은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관계도 아니다.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관계도 아니라면 그것은 아무 관계도 아닌 것이다. " 어머,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아이, 부끄러워요." 


자기 계발서에서 훌륭한 모범이라고 소개한 사례들은 대부분 << 내 그럴 줄 알았어 ㅡ 심리 >> 를 이용한 것이다. 그럴 줄 몰랐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고 아는 척을 하는 순간, 독자들은 대책 없이 홀린다. 40만 부나 팔았다는 << 더해빙 >> 의 대책없는 낭만적 낙관주의를 볼 때마다 밀란 쿤데라가 << 농담 >> 에서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라는 쓴 문장이 생각난다. 교주 서윤과 신도 주연의 만담 복음서처럼 보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종교학 서적이 아닌가 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배금주의를 종교적 숭배의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이 끔찍한 혼종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 어머 !  할렐루야다, 얘 " 


이런 책은 40만 부가 아니라 40부만 팔렸으면 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생각은 없었으나 몇 장 읽다가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나서 혼잣말을 했다. " 내 그럴 줄 알았어 ~ " 이런 책을 쓰는 저자를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묻고 싶다. " 정말...... 그럴 줄 알았어요 ?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럴 줄 몰랐죠 ? 그런데 왜 아는 척을 하고 xx이세요, 네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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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점 은   곧   단 점 이 다   :











함부로 조언하지 말 것










나관중의 역사소설 << 삼국지연의 >> 는 피카레스크(:양아치들이 등장하는 소설 장르) 소설이자 하이스트(:떼강도 장르 영화) 장르'다. 말이 좋아 영웅호걸이지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그들은 은행 금고 대신 나라를 강탈하려는 인물군상이다. 그래서 나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존경하는 인간이 한 명도 없다. 영화 < 도둑들 > 에서 애니콜 전지현의 대사를 빌리자면  :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어마어마한 쌍놈이거든.             


가끔, 술자리에서 이 소설을 들먹이며 삼국지를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가 있던데,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상처 치료엔 조까라마이싱이 특효 ! 됐고 ~    한중일 세 나라는 각각 좋아하는 인물이 다르다. 한국인은 인덕( :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 )이 넘치는 유비를 좋아하지만 중국은 의리가 넘치는 관우를 최고의 영웅이라 생각하고 일본은 열혈남아 조자룡을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한국인은 유비가 삼국지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유비를 그닥 뛰어난 영웅이라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이 보기에 유비는 우유부단하고 지략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인덕이 많은 경우. 승패만 놓고 보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전투에서 패가 가장 많은 인물이 바로 유비'다. 운이 좋다는 늬앙스. 다시 말해서 한국인은 유비의 인덕을 장점으로 보지만 중국인과 일본인은 그것을 단순한 요행따위로 생각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구에게는 장점인 것이 다른 이에게는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누구의 평가가 더 훌륭한가 _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변함없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어마어마한 쌍놈이거든 !        


삼국지(연의) 거들먹거리며 옛날이야기하는 것을 꼰대의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글 말머리를 삼국지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쟁에서 칼싸움하던 시절, 키가 큰 병사와 키 작은 병사가 싸우면 누가 더 유리할까 ?  당연히 키가 큰 병사가 유리하다. 팔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칼 길이가 길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칼이 아닌 화살 공격에서는 장점이었던 큰 키가 단점으로 작용한다. 


덩치가 크면 그만큼 화살에 맞아 죽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화살로 참새를 맞힐 확률보다는 곰을 명중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역사학자는 그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토끼와 거북이에게도 적용된다. 토끼의 장점은 빠른 발이지만 토끼가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에서 진 이유는 자신의 장점을 지나치게 과신했다는 데 있다. 토끼의 낮잠은 자기 재능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토끼에게 빠른 발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자, 이제부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자기 계발서의 목표는 분명하다. 타인의 단점을 지적해서 잘못을 부각시키고 타인의 장점은 발굴해서 내 것으로 학습하면 자기계발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장단점은 상황에 따라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코미디언 심형래의 흥망'이다. 신지식인 1호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시작한 심형래의 성공 요인(장점)은 "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인 추진력 " 이었다. 그는 티븨에 나와서 "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 ! " 라고 말했는데 그는 결국 이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의 장점을 성공 요인으로 뽑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그 사람의 단점이 성공 요소로 작동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의 훌륭한 인성 때문이 아니라 수성(獸性) 때문이라는 점을 이제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어버이 부대 빼고는 말이다).  이처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반드시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래학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에 사라질 직종 0순위를 뽑으라면 아마도 미래학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비대칭성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스완, 나심 탈레브 ).  어떤 미래학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자신 있게 진단하며 온택트,  언택트를 언급하며 미래 설계의 빅텐트를 치는 멘트를 날리지만 내가 그에게 진짜로 묻고 싶었던 것은 멀지 않은 과거에 그는 왜 코로나19 라는 블랙스완의 출현은 예측하지 못했는가 라는 질문이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쌍놈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은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이다.  차라리 자기 계발서 대신 자위 계발서를 읽고 황홀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쾌락을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다.  자기 계발서의 팔 할은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조언으로 채워진다.  좋게 말하면 조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지적이며(더 나쁘게 표현하자면 지적질이지만)  중립적 태도로 보자면 충고'다.  그것이 충고이든, 지적이든, 조언이든, 위로이든 간에 당신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데 500원을 걸겠다.  


그들은 자신의 책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구매자를 등쳐먹기 위해 갈라진 혓바닥으로 조언, 위로,  설득,  독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독사일 뿐이다.  다음은 나심 탈레브가 2016년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 졸업식 때 낭독한 축사'다.  정독을 권한다.  두꺼운 자기 계발서를 사서 읽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 서서 그의 축사를 공짜로 읽는 것이 당신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확언 아닌 확인하는 바이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




















졸업생 여러분, 이 졸업식은 내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대학 졸업식입니다. 나는 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성공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그저 겸손의 표현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성공의 정의는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저녁 거울을 쳐다보며, 열여덟 살이나 스무 살 즈음의, 아직 세상의 때가 묻기 전의 자신이 지금의 나를 보면 실망할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젊은이는 당신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명성이나 부, 사회적 위치나 훈장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그 젊은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다면, 당신은 성공한 삶을 산 것입니다. 다른 모든 성공의 정의는 인위적입니다. 부서지기 쉬운(fragile) 인조물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성공이란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심지어 레바논에서도 전쟁에서 죽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 맞게 그 의미를 바꾼다면, 성공이란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공동체의 범위를 좁게 잡든 넓게 잡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모든 행동이 오직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집단은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하나 할 때마다 동료를 위한 행동 역시 하나 하라는 규칙(uomo d’onore)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성이란 용기 없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남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십시오. 그 대상이 꼭 어떤 사람일 필요도 없습니다. 베이루트 메디나티(2016년 시작된 레바논의 사회운동 – 옮긴이)나 지역사회를 위한 것도 좋습니다. 사소할수록, 구체적일수록 더 좋습니다.

약점이 있는 삶을 성공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기자를 무서워하는 억만장자, 사돈이 돈을 더 벌어서 괴로워하는 부자, 인터넷에 올라온 비판을 두려워하는 노벨상 수상자를 알고 있습니다.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일수록 추락을 두려워합니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외부에서 주어진 성공으로 인해 더 불안해졌고, 더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최악은 이력서 네 페이지를 모두 자신이 전에 어떤 직위였는지로 채우고 관직을 떠난 다음에도 그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일 겁니다. 마치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집안의 모든 가구를 누군가 훔쳐 갔다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자존감은 그 반대입니다. 스토아학파의 원칙이 이러했습니다. 마침 이 학파의 시작은 페니키아였습니다. (나심 탈레브는 레바논 출신으로 고대 페니키아는 오늘날 레바논 지역에 있습니다. – 옮긴이) 스토아학파가 어떤 이들인지 묻는다면, 나는 약간 태도가 건방진 불교 신자, 곧 레바논 출신의 불교 신자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아미운 지역에서 자신의 부족 일에는 다른 모든 일을 제쳐놓고 나서는 자존감 강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은 두려움 없이 잠들었고 아침을 행복하게 맞았습니다. 소련 붕괴 시기에 한 달에 200달러를 받고 겨우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이해할 작업을 하면서도 상을 받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자 자신감의 부족이라 생각한 러시아의 수학자도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부유한 이들 중에도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에서 유명인 행세를 하지 않으며, 검소하게 살고, 고급 양주가 아닌 값싼 술을 마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를 뿐입니다.

이제 내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어떤 심오한 철학적 숙고 끝에 나왔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는 사실 다 어느 정도 치장된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인간이 가진 도박적 본능에서 나온 겁니다. 대주교를 연기하는 충동적인 도박사를 상상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지만, 나는 트레이딩과 리스크 테이킹에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현대가 아닌 중세 유럽 혹은 지중해풍의 분위기에서 자라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부모님은 밥 에드 드리스의 앙투완 도서관과 다른 큰 도서관의 회원이었고, 나는 날 때부터 책과 가까웠습니다. 부모님은 그들이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책을 샀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즐거워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레바논의 학식 있는 많은 분, 특히 역사학자들을 많이 아셨습니다. 우리는 예수회 사제들과 저녁을 자주 했고, 그들의 박학다식함 때문에 나는 그들을 내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나는 교육이란 스승과 함께 식사하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학식을 지능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작가나 철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레바논의 대학 입시에 매달리다 보면 그것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자주 가지 않았고, 14살 때부터 책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에는 내가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학위를 위한 학교와 배움을 위한 독서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동안 방황했고,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위대한 레바논인 소설의 8페이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내 소설은 1년에 1페이지씩 만들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확률론을 배우게 되었고 여기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고고한 철학적 과학적 욕망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도박을 걸 때 나오는 스릴과 호르몬의 효과에 의한 것입니다. 한 친구는 내게 파생상품의 세계를 알려 주었고, 나는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분야는 복잡한 수학과 트레이딩이 모두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분야였고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도 극히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탐욕과 두려움은 인생의 선생님입니다. 나는 지능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마약을 구하기 위해 온갖 기발한 수를 생각해내는 중독자와 비슷했습니다. 수익의 가능성이 보이기만 하면, 갑자기 내 안의 두 번째 뇌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불이 나면 시합 때보다도 더 빨리 뛰어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위기가 사라지면 나는 다시 멍청이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트레이더로서 우리가 가진 문제에 수학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자신이 가진 이론을 어디에 적용할지 찾는 학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수학을 실제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단순히 공식으로 알 때보다 훨씬 더 깊은 이해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계량경제 분야에서 12년을 보낸 다음 딴 박사학위는 석사나 학사 학위보다 훨씬 쉽게 딸 수 있었습니다.

나는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이 거의 항상 잘못된 수학을 자신들의 문제에 적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생각은 이후 블랙 스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통계적 도구는 그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끔찍하게 잘못된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드물지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꼬리 현상”을 과소평가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발견은 1987년 주가 폭락 때 내가 20대에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게 해줬습니다.

나는 우리가 확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확률은 과학과 철학의 도구이며, 신학, 철학, 심리학, 과학 그리고 현실의 위기관리와 같은 문제에까지 쓰입니다. 우연히도, 확률 개념은 8세기 레반트 지역에서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여러 학문들 사이를 산책하며, 길가의 사람들을 귀찮게 하면서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심한 장난을 치며 보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 의학 논문을 꺼내 과학자들에게 “p가치(p-value)”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소스라칠 겁니다.

2008년 경제 위기는 내 인생에서 두 번째 변곡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나는 내가 명성을 싫어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명인, 캐비어, 샴페인, 이름이 긴 음식들, 값비싼 와인, 특히 와인 비평가들이 싫었습니다. 나는 값싼 술과 오징어 요리를 포함한 안주를 좋아합니다. 부자들은 그들을 등쳐먹으려 만들어진 시스템이 정해준 취향을 자신이 가진 척하고 싶어 합니다. 지루한 부자들과 미슐랭 3스타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날, 나는 내 취향이 어느 쪽인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나는 닉스 피자에 들러 $6.95 하는 피자 한 조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 아직 미슐랭 식당을 가지 않으며 복잡한 이름의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나는 자신이 유명인을 많이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알레르기를 느낍니다. 나는 그렇게 1년 정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가 아미운과 뉴욕 근처의 내 서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작업을 연구하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 이력서를 볼 때마다 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에는 내가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과거에 했던 일만 쓰여 있습니다.

나는 오늘 그냥 내 인생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받은 모든 조언은 다 틀린 것으로 드러났고 나는 그 조언을 따르지 않아서 기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집중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한 번도 집중한 적이 없습니다. 미루지 말라는 말을 들었지만, 블랙스완을 쓰기까지 나는 20년을 기다렸고, 300만 부를 팔았습니다. 책에 가상의 인물을 넣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책이 지루하지 않게 네로 툴립과 팻 토니를 넣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난하면 안 된다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내가 그들을 비난할수록 그들은 내게 더 잘해주었고 내 논평을 요청했습니다. 허리가 아플 때는 역기를 들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역기를 든 뒤로 허리가 한 번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내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더 고집을 피우고 더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도 책임질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 조언이 맞지 않았을 때 어떤 책임을 질지도 말해야 합니다. 이건 일종의 황금률의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지키고 있는 비법 몇 가지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 신문을 읽지 마세요. 어떤 형태로도 뉴스를 따라다니지 마세요. 그보다는 작년 신문을 읽으세요. 이는 뉴스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으로부터 뉴스를 봐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 무언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큰 소리로 이를 말하십시오. 당장은 손해를 좀 보겠지만, 이를 통해 당신은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사람들은 당신을 신뢰하게 될 겁니다. 내가 무명의 저자이던 시절, 나는 블룸버그 라디오의 인터뷰 중 인터뷰어가 멍청한 이야기를 하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나와버렸습니다. 3년 뒤, 블룸버그는 내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모든 경제학자는 나를 싫어합니다. (물론 여기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의 경제학자들을 제외하고 말이죠.) 나는 두 번이나 비방을 당했지만, 또 한니발과 랄프 네이더 이후 가장 용감한 레바논인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몬산토와 같은 사악한 기업을 비판했고, 그 때문에도 비방을 당했습니다.

– 회사 대표보다 경비원을 더 존중하세요.

– 지루한 일은 하지 마세요. 세금을 아끼고, 장모님을 방문하세요. 당신의 느낌은 가장 좋은 헛소리 감지기입니다. 이를 통해 당신의 삶을 결정하세요.

내 책에는 많은 규칙이 있습니다. 그 규칙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축사를 끝내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피해야 합니다. 근력 없는 근육, 신뢰 없는 우정, 책임 없는 의견, 미학적 관점 없는 변신, 가치를 축적하지 못하는 시간, 영양소 없는 음식, 정의 없는 권력, 엄밀함 없는 사실들, 학식 없는 학위, 강인함 없는 군대, 문명 없는 발전, 깊이 없는 복잡함, 내용 없는 유창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용 없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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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4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전 삼국지를 읽지 않고 기냥 영화나 시리즈 만화만 봤어요.
사촌들 친지들이 어떻게 삼국지를 안읽었냐고 비웃었고(진짜로!)
졸업하고 어딘가에서 면접을 봤는데 ‘삼국지‘를 읽었냐고 물어서
‘아니요‘라고 했는데
주변에 있던 이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고 쳐다본 경험이 ㅎㅎㅎ

아무튼 곰곰발님 포스팅 공감하며 읽었네요.
곰곰발님 서재에 트리 한그루 놓고 가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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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25 12:56   좋아요 1 | URL
왜 한국인이 중국의 정사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삼국지를 찬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삼국지 3번 정독한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라는 소리하잖아요.
ㅋㅋㅋㅋㅋ

이런 책 안 읽어도 됩니다. 그 시간에 다른 책 읽는 게 도움이 될 듯요..ㅎㅎ

수다맨 2020-12-25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삼국지(연의)를 오래전에 여러 번 읽어서인지 더는 이입도, 공감도 가지 않더군요. 사실 삼국지 같은 서사에서 간과되는 것은 (의리 있는 왕이나 용맹한 장수나 명민한 책사 같은 이들을 강조하다 보니까) 그 당시 인민들이 겪었던 온갖 고난과 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벌과 토호들이 저마다 ‘땅부자‘, ‘오야붕‘이 되겠다고 전쟁을 벌였으니 민중 학살과 여성 강간, 농지 황폐화 같은 사건들은 끊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서도 ˝삼국지˝를 흠모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에 가보라고, 책에 나오는 군주/장수/문사/책략가 같은 이들은 극소수이지만 화살 맞고 절명하거나 겁탈당하는 사람들은 무수할 것이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20-12-25 12:56   좋아요 2 | URL
글세말입니다.
건달들의 땅따먹기 놀이인데 너무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

가넷 2021-01-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나온 삼국지평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그냥 무협소설인데요... 깡패들 이야기...

지금에야 좀 덜한 것 같긴 하지만, 예전에 삼국연의를 안 읽었다고 하면 실망이랍니다. 너 같이 책을 좋아하는 애가 그걸 안 읽어서 ....

평생 안 읽어도 무방한 건데 뭐가 그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어요.

곰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항상 올리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1-11 15:10   좋아요 0 | URL
가넷 님도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