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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4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40만 부가 아니라 40부만 팔렸으면 하는 책 :
내 그럴 줄 알았다 !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밀란 쿤데라, 농담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조각 솜씨가 뛰어난 피그말리온 왕이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한 후,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을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더니 훗날에 소원이 이루어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자기 계발서는 대부분 이 심리학 용어를 무한대로 변주한다. 쉽게 말해서 : 소원을 말해봐 ~
피그말리온 효과와 비슷하지만 동시에 반대되는 개념이 오이디푸스 효과'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자신의 기대와 예측에 부합하는 결과라면 오이디푸스 효과는 자신의 결의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기대와 예측에 부합하는 결과'다. 전자가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후자는 너의 저주가 이루어진 경우다. 이 두 개념을 통틀어 " 자기 충족적 예언 " 이라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은 커서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말하곤 했는데 결국 감독이 되었으니 자기 충족적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고, 김어준은 평소에 각하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는데
그것이 실현되었으니 이 또한 자기 충족적 예언의 실현인 셈이다. 피그말리온과 오이디푸스는 모두 왕족이니 흙수저 출신에게는 예언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ㅡ 오, 놉 ! 그것은 착각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을 쉬운 언어로 설명하자면 " 내 그럴 줄 알았다 " 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까불다가 접시를 깨거나 뛰놀다가 넘어졌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흔하게 하는 말이 바로 " 내 그럴 줄 알았다 ! " 이다. 부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아이가 까불다가 접시를 깨거나 뛰놀다가 넘어질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 놀라운 예지력.
그런데 그 부모는 정말로 그 아이가 그럴 줄 알았을까 ? 그럴 리가 없다. 그 부모는 그 아이가 그럴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심리는 바로 사후확증편향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사전에 그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 믿으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사후 정보를 사전 정보라고 우길 때, 우리는 버릇처럼 < 내 그럴 줄 알았다 > 라거나 <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 라는 원망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측한 결과는 사후 정보를 사전 정보'였다고 우긴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이 지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인간의 예측력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인간의 예측력이 낮은 이유는 미래라는 공간이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지배하는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가 스페인 독감보다 더 지독한 코로나라는 블랙 스완이 출현할 줄 알았으랴.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자기 계발서의 공약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소원이란 기본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에 기대는 희망일 뿐이다. 설령,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것은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관계도 아니다.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관계도 아니라면 그것은 아무 관계도 아닌 것이다. " 어머,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아이, 부끄러워요."
자기 계발서에서 훌륭한 모범이라고 소개한 사례들은 대부분 << 내 그럴 줄 알았어 ㅡ 심리 >> 를 이용한 것이다. 그럴 줄 몰랐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고 아는 척을 하는 순간, 독자들은 대책 없이 홀린다. 40만 부나 팔았다는 << 더해빙 >> 의 대책없는 낭만적 낙관주의를 볼 때마다 밀란 쿤데라가 << 농담 >> 에서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라는 쓴 문장이 생각난다. 교주 서윤과 신도 주연의 만담 복음서처럼 보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종교학 서적이 아닌가 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배금주의를 종교적 숭배의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이 끔찍한 혼종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 어머 ! 할렐루야다, 얘 "
이런 책은 40만 부가 아니라 40부만 팔렸으면 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생각은 없었으나 몇 장 읽다가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나서 혼잣말을 했다. " 내 그럴 줄 알았어 ~ " 이런 책을 쓰는 저자를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묻고 싶다. " 정말...... 그럴 줄 알았어요 ?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럴 줄 몰랐죠 ? 그런데 왜 아는 척을 하고 xx이세요, 네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