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술에 대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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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 바보들의 행진, 1975 >> 에서 주인공 병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로 마신다. 소주 한 병 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잔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잔술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나는 70년대 서비스'에 압도당했다. 그런데 잔술을 받는 소주잔의 용량이 특별했다. 얼핏 보면 맥주 잔인데 자세히 보면 맥주 잔보다는 크기가 1/2 작은 것 같고 일반 소주잔보다는 2배 큰 것 같다. 크아, 절묘하다. 영화 << 바보들의 행진 >> 은  시나리오의 정석을 놓고 보자면 형편없는 시나리오'다. 술 마시고, 미팅 하고, 술 마시고, 당구 치고, 술 마시고,  연애하는 내용이 전부여서 플롯에서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하지만 " 서사 없음 " 과 " 담론 없음 " 이 그 당시 70년대 검열의 제국과 맞물리면서 빛을 발한다. 무력하다는 것, 국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완벽하게 무력하다는 것.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술에 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영화의 시작은 지나치게 얄개스러워서 명량 학원물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과도한 조종의 표정들에서 느닷없이 출몰하는 젊은이의 울증을 포착한다. 6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가 << 하녀 >> 라면 7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는 << 바보들의 행진 >> 이다.



2    영화 << 술고래 barfly, 1987 >> 는 제목 그대로 술꾼에 대한 이야기다. 이 변두리 술집은 빈속에 잔술을 한입 털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이 모이는 곳이다. 미키 루크가 온갖 진상과 주사를 부리는 주정뱅이로 등장하는데 그는 이 술집에서 또 다른 주정뱅이 여자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잔술 주고받다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였으나 이상하게도 인상에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각본을 찰스 부코스키가 썼다는 사실은 먼 훗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찰스 부코스키라는 작가를 안 지 몇 년 안되기 때문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술과 섹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는데 나는 이 빈곤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소설 << 여자들 >> 의 마지막 문장은 " 자지가 서질 않는다. " 였는데,  나는 이 마지막 문장 앞에서 숨이 턱턱 막혔다.


 

3   술독에 빠진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섭섭할 영화가 바로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 이다. 좋아하는 술을 실컷 마시다가 죽겠다는 결심을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그때는 질질 짜면서 본 영화였으나 지금 다시 본다면 꽤나 실망할 수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신파가 과도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좋은 영화를 보게 되면 뒤풀이로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고 그것이 내가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뒤풀이 술집에서 만취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영화가 좋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할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 대학로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 키즈 리턴 >> 을 보고 나서 혼자서 대학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다가 정신줄 놓은 기억도 나고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를 보고 나서 애인과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술맛은 훌륭한 안주가 아니라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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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1) 한 잔 털고 싶다. 독하고 값싼 술이어서 가난뱅이 술꾼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압생트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연출한 << 토탈 이클립스 >> 이다. 연인이었던 랭보를 잃은 베를렌느는 술집에서 혼자 압생트 두 잔을 주문한다. 마신다. 환각 탓이었을까 ? 그 앞에 랭보가 나타나 그와 함께 잔을 나눈다. 이 영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명적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 올까. 먼 나라의 어느 술집에서, 이렇게 외칠 수 있을까. " 압생트 투 ! "


 

 

 

 

                         

                         

 

1)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많이 마셨던 술로서 쑥의 줄기와 잎을 잘게 썬 다음 고농도의 알코올을 부어 방치한 후 추출하고, 방향 성분이 녹아 있는 이 추출액을 다시 증류하여 제조한다.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45-74%)가 강하고 당분을 포함하지 않는 암록담황색 술로서 아니스의 방향과 약간 쓴맛이 나서 식전주(apéritife)로 많이 이용하였다. 유럽에서는 쑥의 쓴맛으로 인한 약효로서 식욕부진과 위액 분비 촉진제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압생트는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서 강력한 환각작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화가, 소설가,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 점차 밝혀져 20세기 초반부터는 압생트 음주를 법으로 금하게 하였다. 압생트에는 튜존(thujone)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압생트에 독특한 향취를 주는 성분이지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 상태를 유발한다.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심으로써 생기는 중독을 압시틴 중독증(absin-thism)이라 하며, 멍청한 상태,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안신경염 또는 환각 경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다.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와 화가인 로트렉과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사람들이 모두 압생트의 중독으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지난 1981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가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다시 개재된 상태이며, 현재 200개 브랜드의 압생트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이 압생트의 생산을 개재한 이유는 압생트가 정신에 미친 영향이 많이 과장되었고 그 위험이 다른 술보다 그다지 높지 않으며, 유해물질의 농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주류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압생트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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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마시고 싶은 술이 고흐가 살아있을 때 마셨던 오리지널 압생트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18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금지된 술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들었습니다..

cyrus 2017-12-05 14:22   좋아요 0 | URL
한 잔 정도는 괜찮을거예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0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왜 알코올농도가 70%인가 그럴 겁니다... 먹으면 죽어요.. ㅎㅎㅎㅎ
요즘 나오는 압생트가 이 농도를 유지하나 모르겠네요..
이 술 풀린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20세기 후반에서야 주류 회사에서 로비해서 풀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7-12-0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12-0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빙 라스베가스>를 보며 저도 질질 짰던 기억이. ㅋ.
지금 다시봐도 울것 같아요. 역쉬 영화는 신파가.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3   좋아요 0 | URL
ㅎㅎ 라스베스 음악이 또한 죽여주잖아요.
음악이 이 영화의 분위기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듯합니다..ㅎㅎ

2017-12-0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19   좋아요 0 | URL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옛날 풍경을 본다는 게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데미안 2017-12-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보면 술 자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긴밀한 관계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어떤 사람이 예술하냐고 물으면

이 분은 예술보다는 술을 좋아해서 항상 ˝ 예 ! 술 좀 합니다.. ˝ 이런 식으로 말했다는 고백을 들은 생각이 나는군요..

수다맨 2017-12-0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들의 행진˝ 보다가 생각이 난 건데 종로 3가에는 아직도 잔술을 파는 곳이 몇군데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 영화에서 나오는 작은 유리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컵에 담아서 준다고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23   좋아요 0 | URL
오, 수다맨 님 바보들 행진 보셨군요. 좋은 영화는 시대가 흘러도 항상 동시대성을 가지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착한 페미니즘 VS 나쁜 페미니즘 :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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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 단추와 배꼽이 일치할 때가 최상의 패션이라고 믿는 그는 언제나 바지춤을 위로 추켜 입었다. 밑위길이가 길면 그나마 볼썽사납지는 않은데 밑위가 짧으면 차마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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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위가 짧은 바지 단추를 배꼽에 끼우면, 아...... 아아, 이런 씨불알 !  남근이 돋보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바지 속에서 봄에 피는 쑥도 아니면서 불쑥 쏫은 (남근과 불알로 추정되는) 그것을 본다는 것은 지옥 같은 맛이다. 설상가상 웃옷을 바지 속으로 넣어 입으면 점입가경이라. 볼썽사나우면 안 보면 되지 _ 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게 아니다. 그럴수록 자꾸 그곳에 눈길이 가기 마련. 그런데 독특한 점이 있었다. 퐈이어 에그(FIRE EGG 혹은 火卵)의 크기가 남다른 것이다. 내 뽜이어 에그가 지구 크기였다면 그는 천왕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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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화장실에서 밝혀졌다. 그는 대물이었다 ! 그러니까 바지춤을 최대한 위로 추켜 입는 그의 패션은 "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 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다나다. 그는 대물답게 남성우월주의자였다. 입만 열면 남자가 돼서 _ 이라거나 여자가 감히 _ 라고 말하는 부류였다. 이쯤되면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이겠거니 지레짐작하겠지만 아니올시다. 그는 피 끓는 삼십 세'였다. 열혈남아답게 강건한 몸이었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대식의 소화력과 터질듯한 허벅지는 남성다움을 과시하기에 좋은 체형이었다. 당시에 그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무실 직원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녀는 나와 함께 배꼽을 바지 단추 구멍에 끼우는 패션을 혐오하는 부류였다. 사달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직원의 신혼부부 집들이에서 벌어졌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직원이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며 호호호 _ 하자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의 마음은 퐈이어 !  질투에 사로잡힌 대물은 그 남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 형씨, 형씨가 이 동네에서 그렇게 술을 잘 마신다며 ? 나랑 술 내기 한번 합시다. 병나발 원샷, 오케이 ? " 맞장구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놀랍게도 대물의 제안을 받은 사내 A는 게임을 받아들였다. 집들이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다 말렸으나 두 사내의 호기를 막을 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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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이 먼저 소주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A도 소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1차 병나발전은 무승부. 대물이 다시 소주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 다음 차례는 A였지만 뚜껑을 따기도 전에 2차 병나발 게임 포기 선언을 했다. 대물은 승리에 도취돼서 불콰한 얼굴로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나, 이런 남자야 _ 이런 표정으로. 대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주 한 병을 더 따서 병나발을 불었다. 소주 세 병을 마시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10분 후에 발생했다. 속이 더부룩하다며 화장실에 간 그는 변기 밖에다가 어마어마한 토사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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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액이 분비되어 음식을 삭이기 전이라 그가 쏟아낸 토사물은 무척 싱싱했다.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신혼부부 화장실을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만든 것이다. 신혼부부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이가 없네. 당연히 집들이는 파투가 나고 손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이냐 ? 아니올시다.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는 신혼부부가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나서면서 계단을 한 층 내려오다가 아래층 문 앞에 토사물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5, 4, 3, 2, 1.  퐈이야 ~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그렇게 두 번을 더 쏟아낸 다음에야 그는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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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는 말 없이 떠난다지만 남겨진 자의 비애는...... 말해서 무엇하랴.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있는 그대로를 전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가르캉뒤아, 미스터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가 싸질러 놓은 어마어마한 토사물이 아니라 한국 남성들이 유아인으로 시작된 애호박 게이트를 관람한 후 입 밖으로 싸질러 놓은 관전평'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페미니즘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남근 대신 핏대로 텐트를 세우던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라고 고백한 유아인을 지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자지는. 오타다. 이 지지는 논리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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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 유아인이 가짜이거나 아니면 대개의 한국 남성들이 알고 보니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그동안 한국 남자들 위악 떨고 있엇구나아. 물론 대개의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라는 가설은 잘못되었으니, 유아인의 페미니즘이 가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유아인이 남초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영웅으로 등극한 데에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있다. 꼴페미, 메갈짓 따위는 남초들이 평소 즐겨 사용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착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으로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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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믿고 실천하는 것은 착한 페미니즘이고 상대방은 나쁜 페미니즘이라는 주장한다. 그런데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착한 페미니즘 운운하는 방식은 이미 구라파에서 오래 전에 유행했던 의 구닥다리 방식이다. 서프러지스트(suffragist)와 서프러제트(suffragette)의 관계를 이해하면,  왜 유아인이 착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을 이용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서프러지스트는 186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한 사람을 지시하는 단어이고, 서프러제트는 1910년대 평화적 저항에서 무력 저항으로 노선을 바꾼 세력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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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와는 달리 조직적으로 무력 시위에 가담했다. 평소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에 대해 초지일관 무관심(무려 50년 동안이나 !)으로 대응했던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의 과격 시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서프러지스트를 서프러제트라고 비틀어버린 데에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작은 것'을 의미하는 어미(-ette)를 붙임으로써 그들을 비하했던 것이다(한국에서 페미니스트를 꼴페미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남성들은 폭력은 옳지 않다면서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에 대항하기 위해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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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들은 서프러제트가 출몰하자 비로소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똥 묻은 개보다는 겨 묻은 개가 낫다. 유아인이 진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메갈짓, 꼴페미, 워마드) 프레임으로 갈라치기하는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그는 나쁜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위해서 착한 페미니즘 전략을 차용한 것뿐이다. 그 옛날 구라파 남성들이 서프러제트를 공격하기 위해서 평소에는 마음에도 없던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는 척)했던 것처럼 말이다. 유아인의 전략이 기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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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의 애호박 게이트'를 보면서 그레이트 빅 퐈이어 에그 씨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 싱싱했던 토사물들. 토사물을 뒤적거리다 보면 아마도 싱싱한, 아직 삭지 않은 애호박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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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2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찬 하루를 열게 하는 글이네요.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연어알물새알.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2 09:26   좋아요 1 | URL
페미니스트인 유아인이 남초의 우상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제 남초들도 죄다 페미니스트인 모양입니다. 꼴뚜기 같은 색휘들..

페스트 2017-12-04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해자-피해자, 남자-여자, 강자-약자와 같은 이분법은 당장은 적을 향해 돌진하는 전선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줄어들게 하고, 현상을 명쾌하게 보여주며 설명되는 듯한 착각을 가져다 주기는 합니다. 여기 이분법에서 피해자이며 약자는 옹호받고 배려 받는 것만으로는 권력의 위계가 바뀌지 않습니다. 옹호하고 배려하는 강자에 의지하는 관계이니까요. 그러면 메갈처럼 옹호-배려는 강아지에게나 줘라 나는 니들을 껌처럼 씹겠다고 한다면, 이 권력관계에 균열이 조금이나마 생기고 지향하는 바(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가 관철되는데 도움이 될까요? 물론 의제를 선명하게 하고 돌진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충돌은 계속 사건적 명제로 떠오르게 하고 정치적 투쟁을 지속될 수 있게 하니까요. 여기 대의?에 바쳐진 칼은 소의를 챙겨볼 기능(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빨갱이를 극혐하게 되면 빨강양말만 신어도 적이며 자신의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행태까지도 미러링하는게 좋은 전략인줄은 모르겠습니다. 유아인이 설명충적 성향도 있고 맨스플레인적 성향도 있습니다. 그게 제물이 되어야 할 충분조건이 될까요?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합니다. 아니 모순되고요 덜떨어진게 우리들입니다. 그러기에 서로가 서로를 품어줄수 있는 여지가 있는게 아닌가요. 서로를 제물 삼는 죽이는 전쟁이면 남는 것은 서로 폐허가 되거나 원한의 악순환밖에 뭔가 남을런지요.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벌하는 전쟁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유아인에게 낙인을 붙이는 행위도 토벌의 한 행태가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2:1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편가르기하려는 이분법이 아닙니다. 여성 억압에 대한 고찰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까요. 이걸 단순하게 남성 여성 나눠서 성 대결 팔씨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에 이것을 단순하 남녀 성대결로 인식하고 그 출발점을 그것에 맞춘다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12-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인 애호박 게이트가 뭔가 해서 찾아봤습니다. 저는 유아인씨의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블로거 분의 말씀대로 유아인씨가 깔끔하게 사과했다면 바로 해결됐을 문제일텐데... 언쟁은 하면 할수록 소모적이고 감정싸움으로 치닫는거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0:35   좋아요 1 | URL
저는 이런 논쟁이 좋은 징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가 유아인을 까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단순한 가십을 떠나 정치적 영역으로 포섭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7-12-07 11:40   좋아요 0 | URL
곰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왠지 또다른 형태의 마녀사냥은 아닌가해서 댓글 달아봤습니다ㅎ
사건이나 논쟁에 대해 잘 모르면서 괜히 말씀드렸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곰발님과 말씀 나누니 좋네요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45   좋아요 0 | URL
우리가 오랜만이었나요. 전 꼬박꼬박 들렀습니다. ( 뭔가 억울한 느낌이.. ㅎㅎㅎㅎ )
저는 싸워야지 뭐라도 해결이 된다는 주의여서요... ㅎㅎㅎ



싸움 구경이 재미있잖습니까. 그래서 자주 봅니다.. ㅎㅎ
 

 

 

 





영  화  잡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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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를 영화광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 능력이 탁월하여 자막 없이도 몇몇 나라의 영화를 보는 사람이다. 영화제 기간이 되면 종종 보게 되는 이이여서 알음알음 한 다리 건너 통성명을 하게 되는 사이가 됐다. 구라파 언어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는 내가 종종 생각없이 업계 용어인 우라까이나 가께모찌 같은 말을 쓰면 인상을 찡그리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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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람을 인상 깊게 본 계기는 GV(영화가 끝나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었다. 그는 유창한 외국어로 감독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하아유, 아엠 파인 탱규 앤듀 따위의 수준이 아니었다. 외국어 까막눈인 내 귀에는 쏼라쏼라처럼 들렸다. 외국어가 쏼라쏼라로 들리는 관객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방 끈이 가장 긴 세대라고는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대개는 까막눈이었으리라. 나는 이 상황이 매우 유감이었으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무대는 감독과 함께 통역사도 참석하는 자리였다. 그가 굳이 감독과 직접적으로 외국어로 대화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다른 관객들을 배려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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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니미,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느 날, 영화 모임에 참석했더니 그도 있었다. 이런저런, 그런 수다가 이어졌다.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 다크 나이트 >> 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극찬하기에 내가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 개소리라니요 ? "  화가 난 그는 내 쪽을 향해 뾰족한 말풍선을 띄웠지만 나는 포크로 그 말풍선을 터뜨리며 말했다. 새소리보단 낫잖습니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 << 다크 나이트 >> 에서는 연기의 신 로버트 드니로라고 해도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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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가면 쓰고 연기하는 장면이 팔 할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연기 실력을 뽐낼 것인가. 물론 얼굴 표정 연기가 전부는 아니다. 연기에는 액션도 포함된다. 배트맨 역은 안타깝게도 신체마저도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제대로 된 메소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극찬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 배트맨 >> 은 가면 쓰고 진검승부를 가리는 복면가왕은 아니다. 나한테 개소리라는 소리를 들은 그는 기회를 만회하고자 우아한 영화로 화제를 돌렸으나 내 취향은 " 막가는 영화 " 쪽이어서 탁자 위에서 오고가는입말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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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한 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한 얼굴을 하자 배려심 깊은 A가 나에게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잽싸게 대답했다. 내 얘기 좀 들어보실라우 ? 막가는 영화 몇 편을 이야기하자 그가 비웃듯이 말했다. 호호호. 아니 무슨 그런 영화를 보세요. 수준 떨어져서 대화를 못하겠다는 말투였다. 이때는 영화 << 아수라 >> 가 개봉되기 전이었기에 그때가 << 아수라 >> 개봉 이후의 일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물론 속으로만. " 좆이나 뱅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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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1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대놓고 상대방에게 ‘개소리‘라고 쥐어박는 건 무례하군요. 제가 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본인 말만 계속 하는 사람, 상대방의 취향이나 생각을 무시하거나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 때문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4:10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반성합니다. 개소리라는 소리는 제가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7-12-01 14:13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저는 개소리라고 한 사람이 영화광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제가 글을 잘못 읽었어요. 본의 아니게 곰발님을 욕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4: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닙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syo 2017-12-01 14: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두 분ㅋㅋㅋㅋㅋ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

cyrus 2017-12-01 14:53   좋아요 2 | URL
저도 syo님 사랑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러스 님 때문에 오랜만에 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2-01 15:28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 가끔가다 이런 허당기를 보이는 게 매력포인트입니다. ㅋㅋㅋㅋ 리뷰머신의 허방집기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5:41   좋아요 0 | URL
허 당 있는 사람이 그래도 법 없이도 살 사람이죠.
자유당 놈들이 법 없으면 무뢰아 되는 법.

cyrus 2017-12-01 18:27   좋아요 0 | URL
To. syo님 // 북플로 글을 빨리 읽다 보니 종종 오독할 때가 있어요. 글을 잘못 읽은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어요. 그럴 때 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맞아요. ^^
 


 

 

 

 

 

 

 

 

 

 

 

 

 

 

 

 




원푸드다이어트와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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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의 아니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9개월 동안 유지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1일1식을 하다 보니 한 끼가 소중한 거라. 옛말에 (밥)풀떼기로 허기를 채우면 히마리가 없어서 돌아서자마자 배가 고프고, 고기로 배를 채우면 하루 종일 든든하다는 소리를 신뢰했던 나는 하루에 단 한번 찾아오는 한 끼에 " 올인 "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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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에 2500칼로리를 투하하는, 말 그대로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삼겹살도 굽고, 닭 다리도 뜯고, 스테이크도 썰었다. 고기에 곁들이는 술은 음료수였다. 크아, 달다 달아. 밥통에 밥이 있어야 구색을 맞추는 살람살이이지만 내 몸속에 있는 밥통(위장)에 쌀 대신 고기로 채우다 보니 밥 한술 한술 멀리하게 되었고, 급기야 고지방 저탄수화물 비스무리한 식단이 완성된 것이다. 일종의 원푸드다이어트 식단이라고나 할까 ?    하지만 몰빵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바싹 익힌 고기에서 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고기가 새카맣게 탈 정도로 익혀도 피비린내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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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기의 물컹물컹한, 소리 없는 식감이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이후, 나는 씹을 때 입안에서 소리가 나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주로 딱딱한 채소를 익히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무, 당근, 배추 따위. 씹을 때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소리가 들리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는구나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음식에서 풍미와 식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운드라는 점이었다. 사실, 인간이 느끼는 < 맛 > 은 식재료 본연의 맛이 아니라 엉뚱한 요소-들의 결합에서 파생된다. 맛을 좌우하는 것은  " 소리 " 와 " 냄새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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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실험이 있다. 실험 대상자에게 눈과 코를 막은 채 사과 맛에 대해 품평해 달라는 숙제를 낸 후 사과 대신 양파를 주면 사람들은 자신이 먹은 것이 사과가 아니라 양파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먹은 사과의  품종까지 설명한다. 눈과 코가 막히자 사람들은 양파를 씹을 때 나는 소리를 사과라고 착각한 것이다. 이처럼 소리가 맛을 좌우한다. 만약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사과에서 칠판 긁는 소리가 난다면 그 사람은 사과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박을 고기라고 속이면 사람들은 수박을 고기라고 착각한다. 맛은 환영(幻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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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방을 보기 시작한 때는 음식에서 피비린내 때문에 고생할 때와 겹쳐진다. 평소,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경멸했던 내가 먹방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먹방을 보면 졸음이 쏟아졌다. 불면증으로 고생한 나에게 침대에 누워 보는 먹방은 졸피뎀이었다. 저 소리, 저 소리, 저 소리. 아, 아아아. 저 아삭한 소리 !  도대체 내 불면증과 먹방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   먹방에 사용되는 마이크는 ASMR 기능을 갖춰서 미세한 소리도 감지할 수 있다. 종종 그들은 자신의 방송이 ASMR이라는 광고도 한다. 그렇다면 ASMR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 소리 증폭 마이크의 약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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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생각 없이 ASMR를 검색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우리나라 말로는 자율감각쾌감반응'이다. 일종의 백색소음인 셈이다. 그런데 ASMR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먹방에 중독된 원인은 섭식장애와 수면 욕망이 낳은 결과인 것이다. 쓸쓸한 마음이 10월에 부는 낮은 가을바람처럼 내 밑바닥을 긁었다. 내 영혼은 온통 허깨비에만 반응하는 헛것이로구나. 지금은 먹방을 보지 않는다. 꾸역꾸역 10인분 분량의 음식'을 삼키는 비제이를 볼 때마다 장난삼아 살인을 저지르는 들개가 연상된다. 먹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먹은 것은 누군가의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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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30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30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30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1-3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말씀처럼 우리가 먹은 것은 미처 삶을 다 살지 세대를못한 다른 생명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제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과연 먹은 영양만큼 알찬 하루를 보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3:19   좋아요 1 | URL
음식이란 누군가의 생명인데, 장난 삼아 과식 자랑을 한다는 게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돼지와 생리











                                                                                                           옛날에는 월경 중인 여성은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월경 중인 여성은 교회 바깥에서 머물러 있도록 지시받았다. 남성의 피가 희생과 용맹을 의미했다면 여성의 피는 불결과 불경을 의미했다1). 조국을 위해 피흘린 숭고한 주체는 남성이지 여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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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피에 대한 해석에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했다. 정신분석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여성의 피는 가부장제 담론 안에서 남성의 피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진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킹 초기 장편소설 << 캐리 >> 에서 캐리는 왕따 학생이다.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또래 아이들로부터 배제되고 삭제된다는 점에서 불가촉천민에 가깝다. 소설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캐리가 돼지 피를 뒤집어쓰는 장면은 이 소설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장편소설 << 캐리 >> 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고 풍부한 풍미를 갖춘 문학적인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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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여성 성기를 " 돼지 " 라고 지시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여성 성기를 닮은) 조가피를 화폐로 사용하던 시대에도 조가비 화폐를 돼지라고 불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여성 성기를 돼지로 비유하는 데에는 돼지가 더러운 동물을 대표하는 짐승2)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적 습속은 오늘날에도 남아서 독일어 암퇘지스러움을 뜻하는 단어 " sowishness " 가 월경을 뜻하는 속어로 쓰이고 있다. 캐리는 돼지 피를 뒤집어쓰는 순간 더러운 년이 되어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더러운 돼지 피를 뒤집어쓴 캐리는 더 이상 인격체를 갖춘 신체라기보다는 짐승의 몰골을 한 비체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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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 비체 > 는 非體 (아닐 비)이면서 동시에 卑體( 비천할 비) 이다. 이러한 흔적은 한국 남자들이 여성을 비난할 때 흔히 사용하는 " 너, 오늘 생리하니 ? " 라는 표현과도 연결된다. 이 표현에는 여성의 피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가 담겨 있다. 몇 달 전,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외상을 겪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행위의 심리는 이상 배출된 fluxes 피와 멍으로 인해 피해자의 인격체가 비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해자들이 보기에 피해자는 생명을 보호해야 할 사람이라기보다는 더러운 오물 덩어리처럼 인식되었던 것이다.

​

이처럼 청결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체내에 있어야 할 물질(똥, 오줌, 침,고름,기생충,피,생리혈)이 외부로  fluxes 되어 신체가 오물로 오염이 되면 인간으로서의 주체는 급격하게 비체로 전환된다. 그것들은 은밀하게 배출되어 처리해야 될 금기-들이다. 내가 이국종 교수를 비판하는 지점은 그가 북한 병사의 배를 갈라서 체내에 있는 물질을 적나라하게 세상 밖으로 브리핑했다는 데 있다. 부상을 당한 북한 병사의 몸은 기생충과 분변 그리고 피 범벅인 이미지화된다.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온다는 말은 영화 << 에이리언 >> 에서 외계 생명체가 사람 몸을 뚫고 나오는, 그 유명한 공포 이미지를 " 우라까이 "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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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기만적인 이유이다. 북한 병사는 주체에서 비체로 전환된다. 이것은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점령할 때 내세우는 변명을 합리화한다. 제국이 식민지를 침탈하면서 내세우는 것은 위생과 청결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국종의 브리핑은 매우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 발설된 정치적 언술이다. 그는 청결한 남한을 강조하기 위해 불결한 북한을 전시한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국종 교수에게 묻고 싶다. 기생충이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나 ?  몸 길이가 27cm나 되는 기생충은 한국인의 몸에서는 볼 수 없다 _ 라는 말은 정말 사실인가 ?


 

 

이국종 브리핑 논란과 그것을 소비하는 언론을 지켜보고 있자니 캐리에게 돼지 피를 뒤집어씌우고는 낄낄거렸던 잔인한 학생들이 오버랩된다.











​                                           



1) 남성의 피가 계급을 초월하여 희생과 용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귀족의 피는 성스럽고 천민의 피는 더럽다.

2) 자연 속에서 자란 돼지는 피부가 예민하기 때문에 햇볕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진흙에 뒹구는 버릇이 있는데, 돼지가 가축화되면서 진흙이 없는 사육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임시 방편으로 진흙 대신 배설물을 이용하게 되었다. 더러운 동물이라는 오명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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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11-29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의 <캐리>는 명작 중 명작이지요. 킹의 출세작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흠....이국종의 브리핑을 비판하는 게 이 페이퍼의 주된 논점이군요. 캐리의 주인공이 돼지 피를 뒤집어 쓰는 장면을 비체로 연결시키고 그걸 제국주의로 연결하여 이국종 브리핑을 까는 페이퍼를 쓴 발상이 놀랍습니다. 역시 곰발 님 답다는 생각^^

그치만 개인적 생각인데요, 이국종 브리핑이 매우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정치적 발상이라는 걸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가 병사를 수술하면서 그리도 많은 기생충을 본 것이 신기하여 언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접할 때 익숙한 패턴이 아니라 새로운 걸 봤을 때 느끼는 신선한 충격은 발설을 하기 좋은 예비적 동기가 되기 충분하니까요. 단순한 사실을 너무 확대 재생산 하는 건 아닌지 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물론 곰발님과 같은 의견이 충분히 일리는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9 20:07   좋아요 0 | URL
쿠아아.. 야무 님, 왜 이렇게 뜨문뜨문 방문하십니까.
자주 좀 놀러오십시오. 야무 님 없는 알라딘은 팥 없는 찐빵 같습니다.

제가 이국종 교수에 대해서 비판적인 것은 사실 이국종이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언론과 그 언론을 무비판적으로만 소비하려는 소비자에 대한 비판이 더 앞섭니다..
^^

그건 그렇고 요즘 야무 님 근황이 어떻습니까 ? 무탈하시지요 ?

cyrus 2017-11-3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이 제일 두려워했던 여성의 생리적 현상이 월경과 출산입니다. 남성 예술가들은 여성의 누드를 그릴 줄만 알았지 여성의 출산 장면을 소재로 한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1 13:20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남성의 몸은 생산 능력은 없으니 완전체는 여성의 몸이 아닌가 싶습니다..ㅎㅎㅎ 어폐가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