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해
정치인 혹은 정당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는 책은 필독서'다. 롤스의 << 정의론 >> 따위는 안 읽더라도 이 책은 읽었으리라.
프레임 이론의 대가인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자신이 지지하는 진보 진영이 번번이 선거에서 지자 솥뚜껑이 열려서 쓴 책이다. " 솥도 니미럴, 멍청한 민주당 새끼들. 솥 까고 앉아 있네. 다 솥 잡고 반성해 ! " 내용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고 외치는 순간, 사람들은 그때부터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두 다 옹박이 되어서 코끼리 생각만 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의미를 뜻하는 말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미국 코미디언이 대중을 향해 < 오바마케어 > 와 < 저렴한 건강보험법 >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자 거의 대부분이 오바마케어는 아주 싫지만 저렴한 건강보험법은 좋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 오바마케어 " 와 " 저렴한 건강보험법 " 은 동일한 법안인 데에도 말이다. 즉, 정치는 말장난'이다. 이 표현은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 복지 > 라는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이윤을 고려하지 않는 무상 투자이다. 복지의 기본은 무상인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아는 사실이 아닐까 ? 그런데 보수 진영은 복지 앞에 무상이라는 < 공짜 > 프레임을 작동시켜서 < 무상복지 > 라고 비판한다. 무상 = 복지'인데, 무상복지라는 프레임이 작동하자 복지 정책은 거지에게 흥청망청 퍼주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결을 달리 해서 말하자면, <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따지고, 여자는 남자의 재력을 따지는 > 프레임은 선남선녀가 만들어낸 전략이 아니다. 프레임은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선전 문구가 아니다. 프레임을 선정하고 유포하는 것은 항상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선 이 프레임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따져야 한다. 이 프레임이 가가호호 전파를 타서 그 설교에 세뇌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돈 많은 남자'다. 돈 많은 남자는 여자들이 남자는 외모보다는 돈이 우선이라고 믿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그 믿음이 확고할수록 나이 어리고 얼굴 예쁜 여자를 획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과 권력을 쥔 기득권은 " 남자는 외모보다는 돈 " 이라는 프레임을 퍼트린다. 인간이란 쉽게 속는 종족이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도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평범한 남성들이 "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해 " 라며 여자를 속물로 규정하며 비난하게 될수록 돈 많은 기득권 세력의 프레임에 말려든다는 주장이다. 그럴수록 여자들은 돈 없는 남자들이 찌질해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코끼리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_ 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듯이,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속물 _ 이라고 외치는 순간 여자들은 돈 없는 남자보다는 차라리 돈 많은 남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흙수저 세대가 금수저 세대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프레임 전략을 짜야 되는 것은 아닐까 ? 적어도 이 프레임은 지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