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 신분에 대한 선입견 고찰 :
눈물의 결정체
지난해 가을, 교육부가 후원하고 서울대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실험 제목은 << 외모와 신분에 대한 선입견 고찰 >> 이었다. 진행 방식은 간단했다.
금수저 출신 5명과 흙수저 출신 5명을 섞은 후 출신 성분을 맞추는 실험이다. 물론 실험을 진행할 스탭은 신분을 드러내기에 좋은 값비싼 장신구나 명품 브랜드 옷 따위는 탈의한 후 동일한 옷을 입혔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그들의 첫인상만 보고 신분을 맞춰야 했다. 맞힌 확률은 평균 50% 안팎이었다.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처럼 하나 마나한 실험 결과였다. 정부로부터 용역비를 사용한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분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는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이 아니라 몸에 두르는 장신구의 차이에 있으며, 소비 사회일수록 부유층은 중산층과의 신분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하나 마나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이 연구 결과에 즉각 반발해서 연구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 저에게도 기회를 주신다면 확률 100%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 " 연구팀은 즉각 반응했다. 실험은 서울대 사회학 심리 연구소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열 명의 스탭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영화를 보여줬다. 예상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기에 스탭들은 모두 눈물을 쏟았다. 잠시 후, 내가 내놓은 답안지를 보던 서울대 연구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확률 100%였다. 나는 명탐정 홈즈처럼 으스대며 말했다. " 우리는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을 식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사람이 소유한 상품의 아우라로 인해 빈티나는 얼굴처럼 보이거나 부티나는 얼굴처럼 보일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죠.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놓쳤습니다. 눈물, 그렇습니다. 바로 눈물입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울 때 차이를 보입니다. 믿으실지 모르시겠으나...... 그러니까, 그게...... 금수저는 울 때 흑흑, 하고 울지만 흙수저는 울 때 흙흙, 하고 웁니다. 제가 실험에 앞서 신파 영화를 보여준 이유이기도 하죠. 흑이냐 흙이냐의 문제인 것이죠. 하지만 귀로 흑과 흙을 구별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눈물을 모아서 급속 냉동시킨 후 조각을 떼내 현미경으로 결정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눈(雪)의 결정체가 모양이 다 다르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죠 ? 눈물에도 결정체가 있습니다. 여기 화면을 보시죠 ! " 화면에는 흙이라는 글자 하나가 모니터 전체를 꽉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보이십니까 ? 흙이라는 글자처럼 보이는 것은 문자가 아니라 결정체입니다. 조직 구조인 셈이죠. 한글인 흙의 폰트 크기를 키운 게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것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흙수저의 눈물입니다. "
와와.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 그렇습니다. 흙수저 세대는 흙흙, 웁니다. 여기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시는 교육부 공무원도 참석하신 걸로 아는데 손 들어 보십시오. 아, 네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대통령은 어떤 결정체를 가지고 있을까요 ? 저는 정보원을 통해 지난 세월호 때 흘린 대통령의 눈물을 어렵사리 채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이 흘린 눈물의 결정체를 세계 최초, 아니 우주 최초로 공개합니다. " 모니터에는 흙 대신 듥과 닭 사이의 글자를 닮은 결정체가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듥이다 닭이다 주장해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듥이다, 닭이다, 아니다 듥이다.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를 파는 상인처럼 사람들은 하나 마나 한 논쟁에 빠져서 모니터 앞으로 듥닭같이 달려들고는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웠다. 듥이오, 닭이오, 듥이오, 닭이오. 정부에서 파견된 고위직 공무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공무원 1 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듥이오, 저게 어찌 닭이란 말이오 ! " 누군가 한숨을 깊게 쉬며 말했다. " 니미. 히트다, 히트 ! "
1) 서사심연(서울대 사회학 심리 연구소) 강당에서 듥이라고 주장했던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다음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이 된다.


골든리트리버로 6살이다. 털을 바짝 잘랐다. 이름은 봉달 씨다. 몸무게 33k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