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입장을 밝히다
다음은 창비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다. 읽다가 1초, 2초, 3초, 4초...... 한참, 웃었다. 웃다가 숨 막혀서 죽는 경우다 있다는 소리가 헛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정형화된 클리쉐, 논리적 비약, 눈 가리고 아, 웅.
신경숙 작가 <전설>의 표절논란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 신경숙 작가의 입장>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문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메일로 보내왔다.
집필 중에는 연락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신경숙 작가는 현재 신작 집필을 위해 몇달째 서울을 떠나 있는 상태이다.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창비 문학출판부의 입장>
언론과 독자분들께 <전설>과 <우국> 두 작품을 다 읽고 판단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두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짤막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내 극우 성향의 민족주의자고, 1970년 쿠데타를 주장하는 연설을 한 뒤 45세의 나이로 할복자살한 작가이다. 1960년에 발표한 <우국(憂國)>은 작가의 말년의 삶을 예견한 단편이라고 봐도 무관한데, 작품의 주인공은 천황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남성주의에 빠진 극우민족주의자이다.
시대적 배경은 1936년 천황 직접 통치를 주장하며 쿠데타(2월 26일)를 일으킨 세력이 3일 천하로 실패한 날이다. 쿠데타의 대의에는 동조했으나 신혼인 점을 고려한 친구들이 배제하는 바람에 거사에 참여하지 못한 주인공(신지 중위)이 할복을 결심하고, ‘천황 군대 만세’라는 유서를 남긴 뒤 자살하는 세세한 과정(창자가 쏟아져나온 뒤에도 죽지 않자 스스로 단도로 목을 찔러 죽어가는 과정의 묘사)을 아내(레이코)로 하여금 눈앞에서 지켜보게 한 다음, 레이코 역시 그의 신념이 당연하다는 듯 뒤따라 단도로 목을 찔러 자결한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성애묘사가 두드러지는 남성주의적인 판타지로 볼 수도 있는 단편이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에 수록된 단편 <전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뛰어난 작품으로,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가 쓴 거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직핍한 현장감과 묘사가 뛰어나고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 중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 인연과 관계의 유전 등을 솜씨있게 다룬다.
사실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다. 또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개정판 제목에 대한 언급이 있어 답을 드린다. 이응준 씨는 개정판 제목을 바꾼 것을 가지고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한 논조로 이야기하는데 유감스러운 일이다. 구간 개정시에는 작가뿐 아니라 출판사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해 더 어울리거나 그 시기에 맞는 제목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를 표절시비와 연관지어 문제 삼는 건 도를 넘어선 억측임을 밝힌다. (2015년 6월 17일)
신경숙의 반응은 내가 예측한 결과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재현되었다. 모르쇠와 무대응은 모두 한통속. 작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출판사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자임한다는 시나리오. 든든하시겠습니다, 충성스러운 출판사를 두어서 말입니다. " 집필 중에는 연락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신경숙 작가는 현재 신작 집필을 위해 몇달째 서울을 떠나 있는 상태 " 라는 설정은 전형적인 조경란 - 전술이다.
출판사는 왜 별 필요도 없는, 속보이는 사족을 굳이 보도 자료에 집어넣었을까 ? 저 문장은 마치 작가가 앞으로는 집필 작업에 몰두하느라 바람이 전하는 풍문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겠다는, 초연한 자세'를 대중에게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구설수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자세. 다시 말해서 잡어들 노는 물에 가지 않겠다는 당당한 태도.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수면 아래로 잠잠해질 때까지 << 해저 3만리 >> 여행이나 하시라는 출판사의 밑밥 설정'이다. 조경란은 논란 이후 << 백화점 >> 이란 에세이로 돌아왔는데, 어쩌면 신경숙은 << 바다 이야기 >> 로 컴백할 자세다.
신경숙의 무신경한 반응 : " ......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을 보면서 이상하게 정치인들이 비리 사건으로 연루되어 법정에 설 때마다 포토 라인 앞에서 핏대 높이며 항변하는 태도와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저를 믿고 뽑아주신 유권자 및 동지 여러분에게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 " 이런 태도 말이다. 창비의 논리'는 정말 찌질함의 만렙을 보여준다. 이응준이 지적한 것은 전체-서사'에 대한 유사성이 아니다.
< 우국 / 미시마 유키오 > 의 전체 줄거리와 < 전설 / 신경숙 > 의 전체 줄거리가 유사하다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 내용 자체가 다르니 줄거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표절이라는 게 반드시 전체와 전체를 놓고 비교 평가하는 것일까 ? 그렇지 않다. 표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줄거리를 표절하는 것과 문장을 표절하는 것. 이 경우는 문장을 표절한 것이다. 창비는 전체 표절(줄거리)이 아니니 부분 표절(문장)은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물타기 하는 중'이다. 누구보다도 표절의 정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 정도면 독자를 핫바지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 마치 1000억이 든 금고에서 100억을 털었으니( 금 무게가 무거워서 다 들고 나올 수 없어서... ) 도둑질이 아니라고 하는 소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