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영어 발음 수업 - 처음이라서 막막한 발음 강세부터 연음·축약까지, 발음의 핵심을 한 권에
하이빅쌤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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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영어 공부를 꽤 해 왔다. 문법도 알고, 단어도 웬만큼 외웠다. 그런데 막상 입을 열려고 하면, 막히곤 한다. 혹은 뭐라도 말을 해보지만 정작 원어민은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보면 왜 아는 단어조차도 잘 안 들리고, 해외 여행을 가서 자신있게 외워둔 말을 하더라도 문제는 상대의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거다. 문제는 바로 '발음'이다. 완벽한 원어민 발음까진 흉내내지 못하더라도, 그저 오해 없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대화가 통하는 발음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미국식 영어의 핵심 소리를 제대로 잡기 위해 완벽하게 말하는 영어가 아니라 소통이 되는 영어를 목표로 쓰였다. 유튜브를 통해 25만 구독자들에게 영어 발음 코치를 해온 하이빅쌤은 이론만 나열한 발음서가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와 문장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끌어 준다. 영어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흘러 가는지를 처음부터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기초부터 알려준다.


문법이 완벽해도, 어휘가 풍부해도, 소리가 빗나가면 소통은 끊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발음은 단지 '소리 하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어가 비로소 영어처럼 들리기 위해서는 강세, 리듬, 연결, 축약, 탈락이라는 모든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r 발음, 라라랜드부터 미역까지 L 발음의 t와 d, 소리가 아니라 바람에 가까운 h 등 미국식 발음을 완성하는 핵심 자음 소리부터 모음 소리, 연음의 원리, 축약의 원리 등으로 구분해 충분히 따라해보고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왜 그런 발음이 만들어지는지 그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불필요한 이론 대신 실제 발화에 바로 적용되는 핵심 원리만 담았다. 필요한 부분에 QR 코드를 수록해 저자 강의를 들으며 학습할 수 있도록 했고, 원어민 음성을 들으며 정확한 발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각각의 장마다 MP3 음원도 제공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억양에 관한 장이었다. 언어마다 고유한 톤과 매너가 있는데 한국에서 있는 조사들을 발음하는 습관이 영어 문장을 말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데, 그것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영어의 계단식 억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톤을 조절해 말하면 영어 문장이 훨씬 영어답게 들리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발음은 공부가 아니라 훈련'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설명만 들어서는 절대 바뀌지 않고, 무조건 해봐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입 모양을 직접 바꿔보고, 혀의 위치를 의식적으로 조정해보고, 숨을 어떻게 내쉬는지 실제로 연습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머리로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과 입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말이다. 영어가 가진 자연스러운 특징을 살려 강약을 주고, 흐름을 만들고, 이어질 곳은 잇고, 줄일 곳은 줄이는 것. 그 정도만 되어도 대화는 충분히 열린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식으로 발음을 바꾸는 5단계 시스템을 익힌다면, 조금은 발음이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각 레슨의 핵심 발음 규칙을 단어 단위로 체계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알아듣는 영어'를 '전달 되는 영어'로 바꾸는 그날까지, 열심히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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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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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이주자들은 어디서......?"

"역사 속에서 왔어요."

"뭐라고요?"

아델라는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할 줄 알거든요." 말투가 꼭 무슨 커피 머신을 설명하는 사람 같았다. "시간관리국에 온 걸 환영해요."               p.14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근미래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정부는 시간을 넘나들어 이동하는 수단을 개발했지만, 그것이 아직 상용화된 단계는 아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시간관리국'을 설립해 과거에서 넘어온 '이주자'를 관찰하며 연구 중이다. 역사의 경로를 바꿔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주자'들은 역사에 남은 큰 전쟁이나 자연재해, 전염병 따위의 현장에서 원래라면 죽을 목숨인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1665년 페스트가 런던을 휩쓴 대역병 시대에서, 1645년 네이즈비 전투 현장에서, 1916년 솜 전투에서, 프랑드 대혁명 시기인 1793년에서, 그리고 1847년 북극탐험 현장에서 각각 이주자들이 현재로 온다. 과거에서 온 그들은 미래에서 살아가야 했기에 감시원이 늘 곁에 붙어 있으면서 그들을 안전한 삶으로 이끌어야 했다. 그러한 감시원을 '가교'라 칭했고, 이야기는 국방부 언어 담당부서에서 통역사로 일하다 가교가 된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해군 장교와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가 현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1845년에서 추출된 그레이엄 고어는 여성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매우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영국 젠틀맨이자 지독한 애연가이기도 하다. 그는 북극 탐험 중 고립되어 죽을 뻔했다가 현대로 오게 된 케이스였다. 그는 폐렴과 심한 동상, 괴혈병 초기 증세, 부러진 발가락 등을 치료받았다. 그리고 시간관리국 병동에서 세 번이나 탈출하려 했던 적이 있고, 반항을 멈추고 나서는 오히려 이주자 중 가장 높은 적응 수준을 보이고 있다. 모든 이주자는 일 년 동안 가교와 함께 지내도록 했다. 세탁기와 가스레인지, 라디오, 진공청소기 따위에 관해 설명을 들은 뒤 "당신네는 번개의 힘까지 노예로 삼았습니다. 그러고는 단지 하인을 고용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 힘을 사용하는군요."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고어가 현대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과연 19세기의 신사와 21세기의 공무원,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는 어떻게 진행될까. 




인생이란 문을 쾅 닫는 일의 연속이다. 우리는 날마다 돌이키지 못할 결정을 내린다. 고작 십이 초 늦은 지각 때문에,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삶은 느닷없이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만약 시멜리아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면, 또는 퀜틴에 대한 의심을 덜 품었다면 내가 가교였던 해의 겨울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내 손으로 그레이엄을 어떻게 바꿔놨는지는 감히 곰곰이 생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p.258


자, 여기 과거에서 갑작스럽게 현대로 시간 여행을 온 사람들이 있다. 길게는 361년 전에서, 짧게는 110년 전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21세기에 무사히 적응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에서 온 사람과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함께 있으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서로 작성하면서,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민자들은 무사히 현대에 적응할 수 있을까. 눈길 닿는 곳마다 오로지 건물과 사람들로 지평선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고, 여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숨을 쉬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마음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대가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주자와 가교가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관리국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과연 시간 여행에 숨겨진 정부의 음모는 뭘까. 애초에 이 극비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펭귄 클래식에서 일하는 작가 캘리엔 브래들리의 장편 데뷔작이다. SF적인 설정을 블랙코미디와 로맨스로 가볍게 풀어 나가다가 흡입력있는 스파이 스릴러로 마무리되는 페이지터너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읽었다. 이런 작품이 데뷔작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현대에 오게 된 사람들을 '난민'으로 대하는 것이나, 이민자 가정 출신의 화자를 통해 그들을 적응시킨다는 설정, 문화적 맥락이 부재하는 자리에 순진무구한 풋풋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두 사람의 로맨스도 재미있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 넘치는 스토리도 탄탄하게 흘러간다. 몇 줄의 기록과 낡은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 있던 실존 인물에 상상력을 더해 캐릭터로 탄생시킨 것과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 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게다가 일단 너무 재미있다. 현재 6부작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고 하는데, 영상화된 버전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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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 - 더 나은 매일을 위한 희망의 철학
라르스 스벤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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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희망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미래를 향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에 갇혀 있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다. 즉, 가능한 것들 가운데 이것이 아니라 저것을 원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행동에는 아무 생각과 의도가 없어 보인다.                 p.35


노르웨이의 철학자 라르스 스벤센은 전쟁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며 '희망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전쟁을 겪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는 분노, 절망,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했지만,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그것을 이겨내고 자유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수준의 용기와 저항을 낳는다. 인간의 삶에서 희망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불가능한 것을 이겨내도록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희망을 단순한 감정이나 낙관으로 보지 않고, 이성적 판단과 윤리적 선택이 결합된 태도로 정의한다. 희망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더 나은 가능성을 선택하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해 신학, 근대 철학, 현대 정치사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속에서 희망이 어떤 방식으로 사유되고 사용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홉스, 스피노자, 칸트, 니체 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해 희망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탐구했는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관심사는 삶의 본질인 고통을 피하는 것이지만 고통을 막으면 삶은 지루해진다. 지루함을 깨뜨리는 데 성공한다면 고통이 되돌아올 것이다. 이 악순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으며 희망이라도 갖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에 도리어 파괴적이다. 고통을 막았을 때의 만족이란 일시적인 자유 외에는 없는 것이고 희망은 우리를 혼란과 고통에 몰아넣는다는 쇼펜하우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희망을 품은 한 가지가 있다.               p.178


오직 인간만이 희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니 희망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기도 하다. 인간의 정신은 생존하기 위해 희망을 필요로 한다. 현재보다 미래가 나아지리라는 희망, 삶이 어떻게든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왜 뭔가를 하겠는가. 희망은 우리가 자신보다 대단하다고 믿는 대상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너무 근본적이기 때문에, 또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것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쉽게 그것에 대해 잊어 버리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방황을 하며 절망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삶에서 희망은 그렇게 중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신화를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뚜껑을 열지 말라는 경고를 어긴 판도라로 인해 인간 세상에 온갖 악이 퍼지게 된다. 자신이 세상에 풀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판도라가 서둘러 뚜껑을 닫았지만, 상자에 남은 것은 딱 하나뿐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어쩌면 상자 속의 희망은 좋은 것인 척 위장한 악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마음으로 희망에 이끌리지만 그 희망 속의 악은 대부분 실망으로 이어지곤 하니 말이다. 물론 희망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과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희망이 인간 삶에서 하는 역할을 광범위하게 탐구하는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종일관 '희망'에 대해 사유하는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희망에는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오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일이 보다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세계를 보다 희망차게 바라보는 방식을 찾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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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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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맞춤법에 이토록 예민할까. 나는 그 이유를 '불안'에서 찾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의 소통은 얼굴 없이 글로 먼저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를 보지 못한 채 상대의 문장을 먼저 본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은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자 하나가 삐끗하면 그 비끗함 너머로 사람 자체가 흐릿해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지만, 글이 먼저 이미지를 만든다.               p.13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해서 생긴 에피소드에 관한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맞춤법 빌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맞춤법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국립국어원 국어상담실 10년 차 베테랑 상담 연구원이 국어를 상담하고, 토론하고, 연구한 기록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카카오톡 외에도 전화,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자장면'과 '짜장면' 중에서 뭐가 맞는 표현인지, '고객님'은 잘못된 거고, '손님'은 맞는 것인지, '라면을 낉여오거라'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왜 '갈빗살'은 붙여쓰는데, '닭 다리 살'은 띄어 쓰는지, '로서'와 '로써'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한글 맞춤법, 호칭,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국어 생활 전반에 관한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실상이 어떤지, 언제 어디서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곤란을 겪게 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인공지능이 빛의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길어 올리면, 우리 상담 연구원들은 그 답변이 '규범'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맥락'이라는 결과 맞닿아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언어의 온기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절차는 조금 달라지더라도 국어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내놓은 문장들이 국어 생활자의 삶에 올바르게 닿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최종 검토자'로서 품을 들일 것이다.               p.182~183


일상에서 맞춤법 실수를 쉽게 접했던 것은 사물 존칭표현이다. 제품 문의를 했을 때 '품절되셨어요'라고 한다거나, 음료를 주문했을 때 '음료 나오셨습니다'같은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물론 친절하게 응대하느라 그런 거라 굳이 말투를 고쳐주지는 않지만, 저거 아닌데 싶었던 적이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 상담실에도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에게 결례가 되지 않고, 높임법에 딱 들어맞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주로 상담 직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러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의가 우리 사회가 말에 대해 느끼는, 상대에게 불친절하게 들릴까 봐 두려워하는 강박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한다.  사물을 높여서까지 극진한 높임을 보이는 표현들을 듣다보면 그럴만도 하다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쓰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책에는 언어와 관련한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질문하기를 택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언어를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을 통해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는 시간이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부록으로 우리말 365 단골 질문 20가지가 정리되어 있다. 에요/예요, 되/돼, 어떻게/어떡해, 데/대, 안/않, 아니오/아니요 등 딱 여기 정리되어 있는 표현들만 익혀도 어디가서 맞춤법이 틀릴까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단순히 맞춤법 표기 하나, 띄어쓰기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변화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전의 빈틈 속에서, 언어의 세계를 지키고 바꾸고 교정하는 일을 하며 365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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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 일기 - 나무와 꽃을 돌보며 발견한 자연의 질서와 조용한 위안
김민호 지음 / 판미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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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잎을 내느라 사철나무는 누렇게 하엽을 낸다. 피는 것과 지는 것이 나란히 있어 정원은 결국 균형을 찾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옇게 일어나는 일상의 고민들이 씻겨 내려가기를. 지나갈 것들은 지나가고 남아야 할 것만이 남아 있기를. 봄비에 살짝 젖어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한 잔디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대고 잡초를 뽑는다. 가끔 울새의 우는 소리와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뿐, 정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차곡차곡 봄이 쌓인다.                p.26


런던이라는 낯선 땅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식물들로부터 받은 위로와 기쁨을 담고 있는 책이다. 1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의 정원사 자격증 과정을 시작해 수료하고, 정원 회사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뒤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야생화 꽃씨를 담고, 정성스레 소개글을 작성해 집집마다 전단지 돌리기를 200여 장, 그렇게 정원사로서의 시간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민호이고 정원사입니다.... 이 작은 봉투에는 양귀비와 수레국화 같은 야생화 씨앗이 있습니다. 흔하지만 예쁜 꽃들입니다. 정원 한구석에 뿌려져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 전단지 전문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정원이 있는 집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그 정원사를 꼭 만나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열두 달의 기록을 담았다. 3월에는 버터컵, 4월에는 클레마티스, 5월은 작약... 이런 식으로 매달 중심이 되는 식물 이야기를 들려 준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찍은 정원 도면과 흑백 손그림, 사진들이 빼곡히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마다 달큼한 흙내와 풀내음이 나는 듯한 책이었다. 계절을 따라 펼쳐지는 정원사의 일상은 식물을 다루는 그 어떤 책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이야기는 꿈을 이룬 뒤에 더 고요하고 진득한 방식으로 흐른다고. 정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손톱 밑 흙때는 씻기지 않고 손마디에는 굳은살이 박이며, 모자를 써도 입 주변에는 종일 해가 닿아 검은깨 같은 점이 늘어나고, 퇴비를 짊어진 봄날의 오른쪽 어깨에는 구수한 퇴비 냄새가 배는 것이 정원사의 실제 일상이다. 그저 예쁜 꽃들과 초록의 나무들에 둘러 싸여 있는 멋진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정원사의 진짜 일에 대해 알 수 있어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가지마다 묻어 있는 나무의 시간을 읽고, 이렇게 자라야만 했던 이유와 노력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나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시선을 옮긴다. 뿌리를 내린 이 자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거기 자라고 있는 나무일 테니까. 해가 뜨고 지는 방향, 작년 여름 매섭게 바람이 불던 날, 초봄 예기치 않게 내렸던 늦서리...... 모든 기억이 가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아무리 날이 선 전지가위를 들고 있다고 한들, 그 시간들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가지치기는 그저 깊이 없이 허둥대는 얕은 노동일 뿐이다.             p.281


런던은 크고 작은 정원이 딸린 주거 형태가 흔한 편이라, 집 밖의 조그만 땅에서 이것저것 심고 가꾸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서 해외에 비해 정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편이라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이 언젠가 이루고 싶은 로망같은 거였다. 정원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포기영국정원일기, 김민호, 판미동, 에세이, 영국정원사, 정원하고 대신 집에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정원에 대한 로망을 대리 만족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정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지, 계절마다 어떤 씨앗을 뿌리고, 가지치기와 비료를 주는지 저자의 글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언젠가 정원을 가지게 된다면, 꼭 이렇게 해봐야겠다 싶었을 만큼 유용한 정보들이 많았다. 



워낙 식물을 좋아하고, 정원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모든 에피소드들이 다 재미있었지만, 겨울 중에서 1월에 대한 글이 뭉클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가지마다 묻어 있는 나무의 시간을 읽고, 이렇게 자라야만 했던 이유와 노력을 이해하려 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가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나무의 시간들까지 헤아리는 정원사라니... 이런 사람이 가꾸는 정원이라면 정말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정원을 맡긴 영국의 집주인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식물들이 매 순간 해야 하는 일들을 조용함 속에서 해내는 그 단단함에 불완전한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나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자연의 단단한 리듬에 맞춰 삶을 바라보는 책이라 지친 하루의 끝에서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런던의 한국인 정원사가 전하는 정직하고, 다정한 위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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