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마케팅 - 한계를 뛰어넘는 마켓 프레임의 대전환
라자 라자만나르 지음,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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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순간부터 질 때까지도 모자라 잠자는 순간에도 소비자 관련 정보를 하나에서 열까지 수집하기 위해 안달을 내는 미친 세상이 온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소비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 부스러기 하나까지 (아마도 모두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해야겠지만) 끌어모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소비자들은 온순한 또는 게으른 성격 때문에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서명하면서 자신의 정보를 날려 보내고 만다. 참으로 '멋진 신세계'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p.87

 

코로나로 인해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또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해고를 당했다. 많은 기업이 파산 신청을 했고, 적어도 수십만 곳이 넘는 소규모 기업들이 사업을 접었다. 유가는 곤두박질쳤으며, 사람들은 격리되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송두리째 바뀌었고, 아마도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가 우리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위기관리 또한 마케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30년간 시장의 온갖 흥망성쇠를 목격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이자 최고 마케팅 권위자인 라자 라자만나르는 이 책에서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미래를 대담하게 내다본다. 발전된 기술과 달라진 일상, 그리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떨까. 저자는 제5의 패러다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마케팅 전략을 '퀀텀 마케팅(Quantum Marketing)'이라 정의하고, 이 프런티어 전략을 통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루고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론을 재구성한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지금, 기존의 이론, 전략, 관행 등 마케팅의 모든 것이 붕괴하고 있다. '멋진 신세계'를 위한 프레임, 퀀텀 마케팅으로 위기 속의 마케팅을 구할 수 있을까.

 

 

 

오늘날, 평균적으로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초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금붕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 사람이 평균 하루에 3천 내지 5천 개의 광고 메시지에 노출된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는 천문학적 수준의 정보 과부하이며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가 없다. 따라서 마케터는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매일 3천에서 5천 개의 다른 메시지들과 경쟁해야 하며, 이런 아수라장을 뚫고 나아가 자사 브랜드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알리고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p.200~201

 

마케팅은 최근 몇 년 동안 극적으로 변화했다. 훨씬 더 데이터 중심적이며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개인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는 세상,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들어가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해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얻는다. 사물인터넷부터 웨어러블, 스마트 스피커, 디지털 보조기, 커넥티드 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에 온갖 유형의 센서가 뿌려져 있다. 바야흐로 무한 데이터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수많은 신기술이 소비자들의 삶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니, 마케터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역학을 활용하고 접근 방식 전체를 혁신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시장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마케터들의 존재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라자 라자만나르는 지금의 상황이 마케팅에 있어 위기인 동시에 거대한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선 4단계에 걸쳐 진화한 마케팅의 역사를 짚어보고, 우리가 향하는 제5의 패러다임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전망해본다. 그리고 수많은 신기술이 마케팅에 어떤 위협 또는 기회를 가져다 줄지 예측하고,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마케팅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거대하고 놀랍도록 빠른 변화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퀀텀 마케터'만이 미래의 풍요로움을 누리게 될 거라고 말이다. 기업의 CEO와 마케터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매우 현실적이고도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모두가 마케터가 되는 시대, 새로운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궁금하다면,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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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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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완벽주의와 성실함을 근본으로 삼는다. 매일같이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영역이다. 무용수들은 성실 근면이 뼛속까지 차 있다. 문제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다 보니 전공생들은 어려서부터 가학적일 정도로 금욕적이고 자기 비판을 내재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장점보단 단점이 먼저 보이고 크게 보인다.... 나는 발레를 그만두고서도 늘 완벽하려 애쓰는 마음 때문에 제풀에 지칠 때가 많았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해 내고 싶고, 더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를 갈아 넣으며 몰아세웠다. 남편은 제발 ‘시간표 빈칸 채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p.128~129

 

발레리나라고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핑크빛 발레 슈즈와 사뿐거리는 튀튀, 빛나는 왕관과 보석 장식을 두른 가냘픈 여성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모습 뒤에 감춰진 것은 땀에 절어 소금이 더께 앉은 레오타드, 발가락을 종이 테이프로 칭칭 감고 물집을 터트리고 달래듯 주무르던 손길, 파스 냄새와 땀 냄새가 후텁지근하게 배어 있는 탈의실, 무대 뒤의 하염없는 대기 시간들이다. 매일매일 연습실에서 같은 순서로 몸을 풀고 같은 동작들을 수업이 반복해서 쌓아온 시간들이다.

 

 

저자는 여덟 살 때부터 발레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발레 전공으로 대학 무용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엔 프로페셔널 발레단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발레리나에 대한 눈먼 찬사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전공한다는 것의 보편적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즐길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속에서 오래도록 허우적댈 때 펼쳐지는 애증의 파노라마를 말이다. 발레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읽으면 더 재미있는 세계,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겪는 치열한 사투의 현장이 페이지 곳곳에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었다.

 

 

포인트 슈즈를 신는 건 부드러웠던 발이 고목나무 뿌리처럼 거칠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체중이 실려 발톱이 까매지고 발가락 마디마디 물집 잡히고 까지는 건 예사다. 아무리 테이프로 발가락을 감싸고 쿠션을 대어도 작품 두세 번 연습하면 피가 났다... 포인트 슈즈 뒤축을 자르고 고무줄로 잇거나 솜을 대거나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소용없었다. 굳은살이 충분히 쌓이고 나서야 웬만한 연습엔 끄떡없는 발로 거듭났다. 뜨거운 모래에 손을 박으며 단련하는 쿵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발이 되면 비로소 포인트 슈즈를 신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달까.     p.191~192

 

공감이 되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 부분이다. <‘이 공연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는 아마추어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다. 무대에서 크게 실수하여 울면서 집에 걸어갔더라도, 다음 날엔 여느 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왜냐하면 한 순간 반짝이며 폭발하는 것보다, 매일 꾸준하게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일 계속되는 공연이니 오늘 하루 실수하더라도, 내일 더 잘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은 프로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오늘 공연에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아 붓겠어! 라는 마음 또한 프로의 모습은 아니다. 공연에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 그것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에게는 그날 그 시간의 공연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라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수준의 기량을 똑같이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일 것이다.

 

 

이 책은 한 켤레에 몇 만원이나 하지만 고작 열 몇 시간 연습에 닳아 버리는 포인트 슈즈, 평생을 지독하게 이어온 다이어트, 박수 갈채를 받았어도 다음 날 또 다시 연습실에서 첫 블록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 연습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지?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매개로 초심자가 베테랑이 되어 가는 1만 시간의 견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무대 복귀를 꿈꾸는 발레리나 엄마를 향한 사회의 포용력과 한계, 남성 무용수들의 레오타드를 향한 왜곡된 시선들, 유색인 무용수가 무대에 설 때마다 체감해야 하는 백인 주류의 문화 양상들, 시대에 뒤떨어진 인권 감수성과 예술성을 사이에 둔 양가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발레의 이슈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1만 시간은 하루 세 시간을 꾸준히 투자했을 때 대략 10년이 걸리는 긴 시간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1만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보낸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을 안겨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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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들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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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부당한 시스템을 이용해서 벌어들인 돈을 가져다가 그 부당한 시스템 때문에 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주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은 공평한 운동장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리해지도록 45도쯤 기울여놓았어요. 그러니 운동장이 불공평해지고 게임이 지루해진 겁니다, 데이브." 루이는 지미에게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나와 다시 비치볼 모양으로 쪼그라들어서 통통 튀기 시작했다.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사람이 재미없고 둔해집니다." 그가 3미터 높이로 튀어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지며 말한다. "당신들 미국인들은 대부분 재미없고 둔한 사람들이에요."      p.141

 

빌리 모턴은 작은 어선을 갖고 있는 선장이었다. 어느 날, 선원 두 명과 함께 그물을 펼쳐 놓고 기다리는 중에 이상한 물고기가 선실 지붕위로 올라온다. 못생긴 복어 같은데, 덩치가 농구공만큼 큰, 털복숭이 농구공 혹은 비치볼 같은 물고기였다. 빌리는 지느러미도 비늘도 눈도 없는, 물고기처럼 생긴 구석은 하나도 없는 털복숭이 물고기를 집으로 데려 간다. 아이들은 그것을 '웃기는 물고기'라고 부르며 함께 놀고, 그것은 아이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는다. 그것은 보기와 달리 아주 똑똑한 존재였고, 외계 생물처럼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CIA와 은행을 해킹하고, 말하는 법을 배워 인간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다른 우주에서 왔다고 말하는 그것에게 빌리는 묻는다. 여기 지구에 왜 온 거냐고.

 

"목적은 전혀 없어, 빌리. 우리는 놀러 왔어."

 

은행과 기업의 계좌 수백 개를 해킹했지만, 특별한 목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냥 재미로, 놀이를 한 것에 불과했다. 그들이 컴퓨터를 해킹해서 통제하는 능력을 모조리 사용한다면, 몇 주 만에 인간의 문명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즐겁게 놀려는 거지 파괴적인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혁명에는 관심이 없다. 지구에 온 외계의 존재들은 수백 명이나 되었고, 그들은 국토안보부와 NSA 등 미국 정부로 대표되는 시스템들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재미있어 한다. 물론, 미국 정부는 그런 일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이는 외계인들과 그들을 소탕하려는 정보요원의 추적극이 한바탕 소동처럼 펼쳐진다.  인간보다 훨씬 지능이 높은 외계 생명체들은 테러리스트 명단을 삭제하고, 기업가와 정치인을 겁박하고, 문학작품을 쓰거나 스포츠 스타가 되기도 한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그들을 지구에서 추방하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데, 과연 이 난장판의 끝을 볼 수 있을까.

 

 

 

"대단하군." 내가 말한다. "내가 진짜 중요한 사람 같아."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이 인간 질병의 핵심이야." 루이가 말한다. "인간들이 개인으로서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놓을 수만 있다면, 그 병이 나을걸. 주위 사람들은 물론 모든 생명체들과도 하나가 되어 살아가게 될 거야.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다른 생물들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런데 지난 3,4천 년 동안 당신들은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는 생각, 유일하게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 때문에 지구에 무슨 재앙이 벌어졌는지." 횡설수설이 말한다.      p.445

 

'주사위의 결정'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경계도 한계도 없는 강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다이스맨>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루크 라인하트의 신작이다. 권태에 지쳐가는 정신과의사가 어느 날 주사위를 던진 뒤, 주사위 눈이 내려준 결정이 강간, 살인 같은 끔찍한 일일지라도 무조건 따르기로 한다는 파격적인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 작품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이상하지만 색다르고,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루크 라인하트는 파격적인 데뷔작 <다이스맨> 이후로 45년이나 지나서 이 작품 <침략자들>을 출간했다. <다이스맨>이 ‘20세기 최고의 컬트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침략자들>은 '가장 독창적이고 유쾌한 SF'라는 수식어로 설명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지구를 찾은 '털복숭이 비치볼' 외계인들과 인간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들의 부조리와 21세기 미국과 미국인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 사회적으로 무거운 주제들을 가볍고 유쾌하고, 그럼에도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파격적인 작품인 만큼, 표지 역시 색다른데 띠지를 걷어내면 보여지는 앞표지에는 제목도, 저자 이름도, 출판사 명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마치 컴퓨터 오류 화면 같기도 하고, 암호처럼 느껴지기도 한 이미지가 전부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원서 표지가 외계의 존재들을 드러냈던 것에 비해, 한국판 표지가 더 파격적이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는,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사회고발 SF를 만나 보자. 작가의 이웃들은 그를 괴짜 노인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정말 루크 라인하트만이 그려낼 수 있는 괴짜 SF 소설이다. 싸움보다는 장난을 좋아하는 이상한 외계인들의 대혼란 파티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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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웅진 세계그림책 213
앤서니 브라운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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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엄마는 아들과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개의 이름은 빅토리아, 공원에 가서 목줄을 풀어 줬더니 꾀죄죄한 개가 나타나 쫓아 버리려고 했지만 졸졸 따라다니는 게 못마땅하다. 아들 찰스와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찰스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걱정이 된 엄마는 목이 쉬도록 찰스를 부른다. 저 멀리 어떤 여자애랑 얘기하는 찰스가 보였고, 엄마는 얼른 아들과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항상 혼자인 것이 심심하고 외로운 찰스는 엄마와 빅토리아와 함께 공원에 간다. 빅토리아는 상냥한 강아지를 만나 재미나게 놀고, 찰스도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 스머지와 함께 미끄럼을 타고, 구름사다리에 매달리며 재미있게 논다. 하지만 엄마가 노는 걸 발견하고는 바로 집에 가야했다. 찰스는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며 다음에 공원에 왔을 때도 스머지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야기는 네 명의 화자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겪은 일들을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목소리에서는 찰스의 엄마, 두 번째 목소리에서는 스머지의 아빠, 세 번째 목소리에서는 아들인 찰스, 네 번째 목소리에서는 딸인 스머지의 1인칭 시점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들은 공원이라는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있었지만, 각자 다른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낯선 아이와 어울리는 모습이 못마땅한 엄마가 되었다가, 외로운 아들의 입장도 되어보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지친 아빠가 되었다가,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인 딸이 되어보기도 한다. 덕분에 누구의 입장으로 읽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는 특별한 재미를 안겨준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매우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그림들이 인상적인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신간이다. 그림책을 잘 모르는 누가 보더라도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라고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만의 독특한 색깔이 친숙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익숙하고 현실적인 풍경 속에 숨겨진 수상하고, 특별한 점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엉뚱한 상상력과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들의 표정, 섬세하게 연출된 배경들까지 앤서니 브라운의 정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할스의 작품 <웃는 기사>, 다빈치의 <모나리자>, 뭉크의 <절규>, 마그리트의 그림 등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익숙한 명화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네 가지 이야기를 누구의 입장에서 읽느냐에 따라 공감하는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여러 번 반복해서 볼수록 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전하는 마법 같은 공감의 순간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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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섬 웅진 모두의 그림책 4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황보연 감수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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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름 없는 숲속에 '꿈의 그늘'이라는 곳이 있다. '소원의 늪'과 '잃어버린 시간의 폭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신비한 병원이 있다. 숲속 동물들의 악몽을 치료해주는 곳이다. 누구나 가끔은 무서운 꿈을 꾸게 마련이다.

 

동물들은 여러 가지 악몽들을 꾼다. 가시두더지는 거대한 발에 짓밟히는 꿈을 꾸고, 주머니쥐는 꿈속에서 사나운 고함 소리에 고통 받는다. 쿠스쿠스의 악몽에서는 정체 모를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코알라는 휙휙 기괴한 소리에 잠을 못 이룬다. 악몽을 자주 꾸게 되면 왈라비 박사에게 가면 된다. 그는 악몽을 치료해주는 뛰어난 의사이다.

 

 

어느 날, 숲속 외딴 곳에서 새 환자가 찾아온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였다. 왈라비 박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늑대가 들려주는 악몽은 조금 이상하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둠만 보이는 것이다. 두툼한 책들을 여러 권 뒤져 보았지만, 늑대의 꿈과 비슷한 악몽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침내, 왈라비 박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당신,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씨는..... 멸종되었습니다."

 

 

다비드 칼리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함께 한 이번 작품은 이미 멸종이 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대상으로 그려졌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고, 기묘하고, 오싹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여러 감정을 불러오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책을 펼치면 첫 페이지부터 여러 동물들을 모습이 나타난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오하우꿀먹이새, 핀타섬코끼리거북, 큰바다쇠오리, 사우디가젤, 마다가스카르코아뻐꾸기, 도도, 파란영양, 사막캥거루쥐 등등... 이제는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는 동물 128마리의 모습이 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이미 멸종된, 또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꾸는 악몽은 기괴하고, 무섭다. 왈라비 박사가 악몽을 사냥하는 방법이라고 보여주는 '악몽 사냥 설명서' 또한 오싹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것들이 모두 인간이 동물을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었다. 인간들의 욕망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멸종된, 그리고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꾸는 꿈이라니.. 섬뜩하고, 슬픈 상상력이다.

 

이제 세상에 없는 동물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유령의 섬으로 그들을 데려 가는 왈라비 박사. 어둑한 섬들 여기 저기에 자리한 그림자뿐인 동물들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라 너무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어쩐지 책 속 이미지들이 아이들의 꿈 속에 나타날 것만 같으니 말이다. 반대로 어른들에게는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꿈과 현실의 조각들을 정말 근사하게, 환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그림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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