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 한숨에 읽는 2
스티븐 나이트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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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다른 미스터리들처럼, 이 서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범죄와 그에 따른 결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의 개입이 있지만, 그들은 사건이 일어날 때만 나타나는 부패한 형사 메들이 이끌고 있다. 이 소설은 매해 가장 큰 경기인 멜버른 컵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부패한 형사 메들은 지역 인물이 관여하는 큰 사기 사건에 휘말린다. 이것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이야기 줄기로 덥힌다.              p.115


'조 올로클린 시리즈'로 국내에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마이클 로보텀을 좋아한다. 그는 실제 호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작품을 쓰기도 했고,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성, 문장, 복선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는 작가이다. 그래서 호주의 범죄 소설하면 마이클 로보텀부터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있었겠지만, 바로 떠오르는 다른 작가가 없는 것처럼 호주의 범죄 소설이 유독 많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1818년부터 2017년까지의 호주 범죄 소설사를 정리한 것이다. 호주 문학계 최초로 200년에 걸친 범죄 소설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탐구한 책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범죄 소설이라는 장르는 영국과 유럽, 미국, 혹은 일본, 중국 쪽이 다 이야기할 거리가 많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호주’라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중심에 두고 장르를 조망한다는 점이다. 900여 편의 작품을 시대, 주제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 책 좀 꽤나 읽은 독자인 나에게도 낯선 작품들이 훨씬 더 많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문학적 가치와 호주 내 독자들의 반응에 근거해 다루었고, 호주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 작품들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지나치게 정보성 위주로 쓰여 있는 책이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 소설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논문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이중 구조와 더불어, 이 작품은 이전 작들에 비해 빠르게 전개되지만 일반적인 하디 스토리가 가진 복잡한 모델은 드물다. 주인공의 개인적 생활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이 이야기 속 여인과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바비의 여아친구와 나누는 허위적 애정 관계 사이에 있다... 즉, 그는 여자들에 빠지지 않고 사건 본질에 충실했다.           p.406~407


1788년 호주가 식민지로 정착하게 된 기반이 '범죄'였다고 한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 호주는 한번 보내면 안 보여 좋은 범죄자들을 위한 유배지였기 대문이다. 그렇게 대영제국의 새로운 해외 식민지이면서 죄수들이 넘쳐났던 초기 호주 사회가 호주의 범죄 소설이 출발하게 된 계기가 된다. 호주 범죄 소설의 가장 초기 사례는 강력한 수사력을 필요로 하는 공권력 도는 수사 담당자라는 존재도 없이 범죄 사건들을 다루고, 그 결과들을 기록한 범죄 소설이었으며 문학적으로 자리하지 못한 하위 장르였다.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들의 성공신화, 불합리한 수형 제도 아래 부당한 판결을 받은 이들의 사연에서 시작해 이후 부유한 자유 정착민과 무법적으로 금광을 찾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 나왔고, 멜버른을 배경으로 한 퍼거스 흄의 베스트셀러인 도시 범죄 소설로 확장된다. 참고로 퍼거스 흄의 작품은 국내에 출간된 크리스마스 앤솔러지인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주 범죄 소설의 문학적 가치는 매우 미약했으나, 1980년대부터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범죄 소설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1980~1999년대를 다룬 장이 가장 분량이 많다. 사설탐정, 경찰, 범죄 소설, 아마추어 탐정, 사이코스릴러, 원주민 범죄 소설, 역사적 범죄 소설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호주만의 독보적 양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준다. 2000~2017년까지를 다루고 있는 장에 이르면 드디어 알고 있는 작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브로큰 쇼어>라는 작품을 쓴 피터 템플이다. 이 작품이 나왔던 영림카디널의 블랙 캣 시리즈에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모두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은 2017년까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후로 현재까지의 작품들이 언젠가 추가된다면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범죄 소설은 당대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 범죄 소설을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국가적‧사회적 현실을 비추는 강력한 문학 장치로 진지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범죄 소설을 좋아한다면,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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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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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을 위한 기록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미국 이외의 세상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솔직히 미국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 반쪽 역사라는 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쪽은 그동안 망각했던 나머지 반쪽의 역사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미국, 영국, 소련, 독일 같은 <메이저> 이외에 많은 <마이너> 국가도 전쟁의 한 축을 맡았다.             p.23


2022년 2월 24일 새벽 4시, 20만 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코로나의 여파 속에서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며 막을 내린 지 불과 한 달여 뒤였기에, 세계는 더욱 충격에 빠졌다. 스탈린 이상으로 탐욕스럽고 예측 불허인 푸틴은 80여 전 스탈린이 그랬듯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이 무차별 폭격을 당했고, 수많은 민간인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그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질 것이 뻔한 싸움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 아니라 화근을 자초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어리석에 잘못이 있다고 미국과 서방은 생각했다. 하지만, 단 사흘이면 푸틴의 승리로 끝날거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 지도자인 젤렌스키는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고,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 벌어진 미국 이란 전쟁도 누가 이길지 뻔하지만, 장기화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동서고금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은 약소국의 공통된 숙명이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 국가 간의 온갖 모략과 암투가 있었던 때부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국제 외교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히 인류 최악의 전쟁이라는 제2차 세계 대전은 서구 열강과 약소국들의 민낯을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제2차 세계 대전은 강대국을 위한 역사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더 퍼시픽>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주요 도서들 모두 주요 강대국들의 서사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 소련, 독일 외에도 수많은 약소국들이 전쟁의 한 축이었다. 약소국이라고 해서 마냥 무력한 존재도 아니었고, 강대국들이 쓰다 버리는 장기판의 졸도 아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약소국들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싸웠는지 그 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제는 전쟁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였다. 문제는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였다. 1918년에 불가리아의 항복을 시작으로 동맹국 전체의 붕괴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하는 히틀러는 연합국과의 단독 강화를 시도한 이탈리아와 헝가리에 무자비하게 철퇴를 휘둘러 본보기로 삼았다. 불가리아는 진작부터 중립국인 스위스와 튀르키예를 통해 연합국과 은밀하게 협상을 탕진하고 있었지만, 히틀러가 조금이라도 낌새를 눈치챈다면 결단코 내버려둘 리 없었다.             p.900


저자는 수많은 세계사 관련 책을 써왔고, 개인 블로그인 <팬더 아빠의 전쟁사 이야기>를 통해 마이너한 전쟁사를 틈틈이 쓰고 있다.  그는 '강자의 이야기만으로 역사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나머지 세계;를 통해 제2차 세계 대전을 다시 들여다 보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제2차 세계 대전이란 거대한 싸움을 승패라는 단일한 서사가 아니라, 여러 국가의 충돌로 발생한 연쇄적이고 다중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전쟁을 주도한 강대국이 아니라,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약소국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제2차 세계 대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현장감 있는 사진과 세력권 지도, 전쟁의 흐름을 보여 주는 자료들로 가득한 이 책은 976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로 읽기 전부터 압도감을 준다. 분량이 많은 것만큼 담고 있는 이야기도 밀도 높은 서사라 차근차근 읽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약소국들은 전쟁을 시작하지도, 전쟁의 방향을 결정하지도 못하지만, 그 결과는 가장 먼저, 제일 무겁게 떠안아야 한다. 승자의 서사에 가려져 있던 약소국들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제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가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군사 대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4년이나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전쟁사라는 것이 결코 읽기 수월한 텍스트는 아니지만, 이 책은 약소국이 처했던 지정학적 위치와 세력 구도를 지도로 정리하여, 각 전선의 이동과 국가 간 역학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전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세계사,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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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이돌 다산어린이문학
이송현 지음, 오삼이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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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할머니도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지만, 십 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내 속을 꿰뚫어본 듯 할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애나 어른이나 늙은이나 똑, 같, 아. 명심하라고."              p.91


다정이는 최고의 한국 무용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무용 학원에서 하루 종일 보낼 거라고 엄마한테도 미리 말해두었다. 예술중학교에 입학하려면 자신처럼 평범한 아이는 남보다 더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계획이 다 엉망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하와이에서 이모할머니가 오신다고, 방학 때 이모할머니랑 여행도 하면서 잘 지내라고 엄마가 말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번 여름에 승진 기회를 붙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이모할머니를 모시고 챙길 사람은 다정이 밖에 없었던 거다.




10년 만에 한국에 오는 이모할머니는 빨간 립스틱에 핑크빛 눈 화장을 하고, 세련된 쇼트커트 스타일로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실 할머니가 하와이에서 날아온 이유는 최애 아이돌인 '스윗보이즈'를 보기 위해서였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 10년 만에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왔다니 다정이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집에서는 온종일 스윗보이즈만 무한 반복으로 보고, 벽에는 온통 스윗보이즈 사진으로 도배를 하는 등 하루 만에 다정이의 세상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런 다정의 마음과는 별개로 이모할머니는 광화문에 가서 수문장 교대의식을 구경하고, 종로 뒷골목에 있는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식사를 하며 급기야 다정이랑 아이돌 댄스를 배워야겠다고 선언한다. 최고의 한국 무용수를 꿈꾸며, 진짜 춤은 한국 무용뿐이라고 생각하는 다정이는 과연 할머니와 함께 아이돌 댄스를 배울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취향에,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좌충우돌 일상을 함께 보내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할머니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한국 무용이 최고라는 나에게 춤은 다 똑같다고 매번 약 올리듯 말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꿈이 무엇인지, 얼마나 소중한지 과연 할머니가 알고 있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어쩌면 할머니는 할머니의 방식대로 다른 사람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모르는 사이에 혹시 내 꿈도 응원하고 있을까?           p.131~132


<내 이름은 십민준>시리즈와 <레벨 업 5학년>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이송현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힙한 할머니 이야기이다. 실제로 k팝 팬덤 문화 중에 두드러진 현상이 할머니 팬덤이다. 그들은 공식 팬카페에 가입하고, 콘서트 티켓 전쟁에 뛰어 들고, 음원 스트리밍도 한다. 5,60대는 물론이고, 70대 이상의 팬들이 젊은 팬들보다 오히려 더 열정적이다. 자식을 다 키웠고, 사회생활도 은퇴한 나이라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특별한 연령층의 팬덤을 몰고 다니는 현상이 이제는 꽤 익숙해졌기에, 이 작품 속 하와이 할머니라는 캐릭터 또한 매우 이해가 되었다. 물론 하와이 할머니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케이팝 아이돌 덕후지만 말이다. 그렇게 기존 동화 속 할머니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서 더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점 중의 하나는 한국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 재래시장까지 이어지는 여정 속에 케이팝, 프라이드치킨, 찜질방, KTX 등 한국 문화의 다층적인 풍경들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와이에서 살다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 온 공간과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며 'K-컬처'의 매력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돌 댄스 학원을 등록하고 최신 문화를 체험하며 유행을 즐기는 할머니와 전통 한국 무용수를 꿈꾸며 반듯한 생활 태도를 고수하는 열세 살 소녀라는 대비되는 캐릭터를 통해 서로 다른 가치관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세대 갈등을 넘어 색다른 케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이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가치관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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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터 설계하는 최상위 합격 로드맵 - All 1등급 초정밀 입시 가이드
박동호.최지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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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생 아이의 미래는 중, 고등학교 때가 아니라 지금 결정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 학부모들 사이에 '중학생 되면 늦어요', '지금 기초가 안 되면 평생 따라잡기 힘들어요'라는 말이 자주 오가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교육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의 자기조절력과 학습 습관은 중등 이후 학업 성취도의 중요한 예측 지표다.                 p.7


초등 시기를 놓치게 되면 중고등 학생 때는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공부 습관을 제대로 다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적어도 초등학교 시기만이라도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아이의 공부 습관을 잡아주거나 공부를 시키고 싶을 때 학원을 절대적으로 의지한다. 일단 학원에 보내면 그 시간만큼은 공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학교에서 집중하지 않는 아이가 학원에서는 공부를 할까. 특히나 초등 시절에 학원을 여러 개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효율적으로 그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 만난 책은 현역 의사이자 유튜브 ‘의대생TV’ 운영자 박동호와 갓 입시에서 벗어나 입시 컨설턴트로도 일했던 의대생 최지석의 최상위 합격 비법이 담겨 있다. 부모 입장에서 쓴 자녀교육법이 아니라 실제 입시를 성공한 자녀 입장에서 본 기억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 책이라 주관적이지만 생생하고 보다 현실적인 조언과 전략을 담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두 저자는 모두 일반고인 여의도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현역으로 의대에 합격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초중고 입시 12년을 잘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이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공부법을 들려준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학부모로서 정말 유용한 정보와 조언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최상위권 대학 합격은 고등학교의 전력전이 아니라, 초등, 중등에서 이미 짜인 두뇌 설계의 실행이다. 초등은 두뇌를 키우는 시기, 중등은 습관을 굳히는 시기, 고등은 그것을 발휘하는 시기'라는 점이었다. 




사춘기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모두 처음이다. 아이는 학생으로서 처음 겪는 혼란 속에 있고, 부모는 학부모로서 그 혼란을 처음 마주한다. 이 시기에는 "내 말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부모 또한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p.175


단순히 고등학교부터 입시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면, 12년의 설계와 전략이 중요하다. 우선 초등학생 때는 '학습 뇌'를 만드는 것이 주요한 시기다. '학습 뇌'란, 말 그대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뇌로 만든다는 것이다. 뇌가 학습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식을 많이 갖추어놔야 하는데, 초등학교 때는 이런 기본 지식과 상식을 쌓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유아기와 초등학교 시절이 '공부 뇌'를 만들고 기본 상식을 쌓는 시기였다고 하면, 중학교 때는 본격적으로 공부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기다. 즉, 이전에 공부 머리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공부 습관과 멘탈을 근육처럼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 유아기 때 뇌를 준비하고, 초등학교 때 기본 상식을 쌓고, 중학교 때 공부 습관과 멘탈을 잡았다면, 고등학교 때는 심화학습을 해야 할 때다. 깊이 공부해서 지식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단계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12년 로드맵을 초등, 중등, 고등 카테고리로 나눠 매우 현실적이고도 세심하게 단계별로 정리해두었다.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의 공부법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학원과 자습을을 각각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독서가 중요한 이유와 최상위를 위한 국,영,수 선행, 그리고 부모의 태도와 역할까지 짚어준다. 구체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노하우와 오답노트 작성법과 활용법, 수행평가 준비, 학원 고르는 방법, 공부 체력과 멘탈관리법, 절대 안 까먹는 암기법 등 꼭 필요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일반고에서 내신 1.26을 유지하며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인 전략적인 생활기록부까지 공개하며 저자가 직접 고안한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7단계 법칙’을 알려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공부 습관과 성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부모로서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학부모의 정보력과 환경 조성이 아이의 성적을 만든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12년의 설계도가 담긴 이 책이 확실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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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의 폭풍 - 로마 공화정 몰락의 서막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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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죠, 폴리비오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조국에 이와 똑같은 운명이 선고될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듭니다." 이어서 그는 로마 전통에 따라 호메로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언젠가 성스러운 트로이아가 멸망하고 프리아모스와 그의 백성들이 학살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밀리아누스는 그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모든 제국은 필히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그것은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p.48~49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옥타비아누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들에 속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들이 등장하는 화려한 로마 공화정 마지막 세대의 삶을 그린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혹적인 인간 군상과 놀라운 사건들로 가득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로마 공화정이 재앙 직전 상황까지 가게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넘어가는 변혁기, 로마사 전문가들이 '로마 혁명'이라 부르는 바로 그 시기이다. 


지중해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던 고대 로마의 공화정은 서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였다.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공화정 체제는 당대의 굉장히 선진적인 정치 체제로 500년 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표면의 평온 아래서 균열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었던 로마는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을까.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거둔 최종적 승리는 경제 불균형 증가, 전통적 생활방식으로부터의 이탈, 정치적 양극화 심화, 정치 행위의 불문율 와해, 군대 사유화, 부정부패 횡행, 끈질긴 사회적, 민족적 편견, 시민권과 선거권 확보를 둘러싼 다툼, 계속되는 군사적 수렁, 폭력의 정치 도구화, 특권에 집착한 나머지 시스템을 제때 개혁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 등을 낳는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풀어나가고 있어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역사가 현재의 거울이 된다는 말을 체감하게 되는데, 그만큼 로마의 역사는 현대 정치 체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부분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플루타르코스가 말하듯이 "술라는 처음에는 자신의 행운을 적당히, 정치인처럼 활용했으며 사람들이 그에게서 상류 귀족층에 속했으면서도 동시에 일반 민중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다음번 술라가 로마에 올 때─전쟁이 끝나고 그에게 대적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의 행동은 큰 권력을 지닌 관직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그런 자리는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을 바꾸어 변덕스럽고 허영심 많고 잔인하게 만든다고 여겨졌다."               p.406


로마는 이천여년 동안 다양한 정치 체제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바로 공화정 체제이다. 공화정 체제는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얼핏 오늘날의 민주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로마 공화정은 자유분방한 민주제가 아니었다. 소수의 귀족 파벌 가문들이 공직을 관습적으로나 법적으로 독점하고 있었고, 가난한 농부건 번창한 상인이건 부유한 지주건 모든 평민은 권력에서 배제되었다. 평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고 나서, 귀족과 평민 간의 오랜 싸움을 거친 후에야 평민을 위한 정무관을 선출하게 된다. 그렇게 귀족의 권력 남용에 맞서 평민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호민관들이 선출된다. 이 책은 로마가 포에니 전쟁을 거친 후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 된 시점에서 여러 군사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토지법 개혁을 시작으로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마리우스와 뛰어난 술수와 군사적 재능으로 승승장구했던 독재관 술라의 갈등, 이탈리아 내전 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담아냈다. 


저자인 마이크 덩컨은 팟캐스트 〈로마사The History of Rome〉 시리즈로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매주 업로드한 189개의 에피소드에서 들려준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장점을 살리고 고대 문헌과 각종 사료들을 통한 자세한 내용 보충을 통해 이 책을 썼다. 기원전 146년부터 기원전 78년까지를 연대순으로 다루고 있는데, 카르타고 정복 직후에서 그라쿠스 형제의 토지법 개혁, 마리우스와 술라의 정치적 갈등, 이탈리아 내전까지의 70여 년을 그리고 있다. '혁명'에 집중하기보다 혁명이 조성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줄거리를 단 몇줄로 요약하는 게 의미가 없는 책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반란과 배신과 폭동이 벌어지며, 피비린내 나는 정치모략으로 서사가 휘몰아치면서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며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고대 로마사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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