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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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묘하게 으스스했다. 휑뎅그렁해서 어쩐지 오싹했다. 사실 방 두 칸짜리 낡은 연립주택에 살던 아이가 갑자기 호화 저택에 살게 되었으니 이질감을 느낄 만도 하다. 우리 가족 외에 또 누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오싹하고 불쾌한 감각이라니...... 아침부터 밤까지 새아빠는 회사에 나가 있었다. 집에 있는 사람은 엄마와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뿐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누가 있다는 기분을 도저히 떨칠 수 없었다.    p.26

 

열한 살 유마는 새아빠가 생기면서 난생처음 이사를 했고 학교를 옮기게 된다. 유마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의 봄방학을 즐기던 참이었는데,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태어나고 자랐던 간사이 지방을 벗어나 생전 가본 적 없는 도쿄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유마의 친아버지는 순문학 작가였는데, 필명으로 관능소설을 써서 겨우 생계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 취재 여행을 다녀와서는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맥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꾀죄죄한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에서 고급 주택가로 이사와 대저택에서 살게 되었지만, 유마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나마 새아빠의 유일한 혈육인 도모노리 삼촌과 유마가 말이 잘 통해 유마에게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새아빠가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고, 엄마가 임신을 하게 되어 두 사람만 함께 외국으로 가고, 중학교 입시를 생각해 유마만 일본에 남게 된다. 유마는 삼촌과 그의 동거녀와 함께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고급 별장지에 있는 별장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숲 속 별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왠지 모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뭔지 모를 존재가 집 안을 배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별장 뒤편에 있는 '사사 숲'이라고 불리는 곳은 어린아이가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일이 잦았던 금단의 숲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아이는 발견되지 않거나, 발견되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주친 60대 노인은 유마에게 최대한 빨리 이 집을 떠나는 게 좋다고, 조심하라는 경고의 말을 남기는데.. 과연 유마는 이곳에서 무사히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 별장 뒤로 펼쳐진 사사 숲에 숨겨져 있는 비밀과 진실은 무엇일까.

 

 

조금 전까지 닫혀 있던 눈앞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동익동의 복도가 나타났지만, 물론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공포가 되살아났다. 복도의 조명 스위치가 이 부근에 있었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식당의 불을 켤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망설여졌다. 유마는 용기를 짜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과감하게 복도를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그리고 조리실 문손잡이를 더듬어서 필사적으로 찾았다. 없어? 공황상태에 빠져서 비명을 지르기 일보 직전에야 왼손이 문손잡이에 닿았다.     p.154

 

미쓰다 신조의 신작 <마가>는 <흉가>, <화가>에 이은 '집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이 시리즈는 나이 어린 주인공이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각 권 사이에 내용상의 연관성은 없지만, 편안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이 끔찍한 괴이 현상의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리즈가 되고 있다. 특히나 어린 주인공의 시점으로 체험하는 괴이한 현상들과 끔찍한 경험들을 통해 전달되는 공포라 그런지, 감정이입하기가 매우 쉬운 편이다. 스멀스멀 나타나는 '그것'이 뒤를 돌아보면 우리 집 어딘가에서도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공포란 헐리우드 영화의 그것처럼 아무 의미 없이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구제할 수 없는 절망, 불합리할 정도의 우월감, 끝을 모를 악의, 압도적인 광기, 소름 돋는 증오,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살의'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동기가 있어 출발한 공포라 더욱 섬뜩하다. 오싹하고 기분 나쁜 기운 자체는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사실 그 악의 기원을 따지고 보면 극도로 현실적인 배경에서 시작한 거라 그만큼 끔찍하고, 놀라운 것이다.

 

시리즈의 세 번째 <마가>는 기존 '재앙이 내린 집'이란 기본 컨셉에, 기존 두 작품과는 다른 파격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더욱 궁금했던 작품이다. 미쓰다 신조 특유의 상황 묘사들이 극한의 공포와 오싹함을 불러오는데, 특히나 의성어들이 더욱 실감나는 현실감을 전해 준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뒤쪽의 새까만 형체의 기척이 단숨에 다가오며 내는 소리, 슉, 슈우욱. 넓고 넓은 공간에 덜렁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 갑자기 들리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또각, 또각, 또각. 그러다 갑자기 빨라지는 발소리, 딱, 딱, 딱. 층을 단숨에 내려오며 뚜벅, 뚜벅, 뚜벅. 한밤중에 갑자기 조리실 안에서 들리는 흐릿한 소리, 푸훅. 어둠 속 인간의 형체가 걷기 시작하며 척, 척, 척. 갑자기 문이 삐걱거리며. 끼이. 누구라도 이런 장면묘사들을 읽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식은 땀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증폭되는 공포감이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고, 서사 속으로 단숨에 들어가도록 해서, 더욱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거기다 마지막 결말에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나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매혹적인 마성의 세계 '미쓰다 월드'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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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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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다시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나름대로 신호가 가도록 '다정한 분'이라고 썼는데."
청신호를 준 사람이 있다. 분명히 나 또한 다가오라는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 직후에 사라진다. 더는 접근하지 않는다. 왜일까? 많은 연애에서 흔히 일어나는 진부한 미스터리. 우리 모두 답을 안다고 생각하는 수수께끼이다. 지난 세기를 휩쓸었던 유명한 말, 그 사람은 나에게 그만큼은 반하지 않았다.    p.27

 

'서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는 도로미의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3년 전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미는 제주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대받아서 내려가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SNS 팔로워들에게 제주 맛집도 소개받고, 오가는 길도 물어보고 할 겸해서였다. 그리고 그 글을 보고는 한 남자가 행사장으로 로미를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로미가 그리는 일러스트의 팬이라며, 인스타도 팔로하고 있었는데 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양봉을 한다는 그 남자는 그렇게 이틀 연속 찾아와서 로미와 근처 카페로 가서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상도 좋았고, 말도 잘 통했고, 서로에 대해서 호감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게 헤어진 후 그는 로미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로미는 자신의 마음이 착각일지 모른다 해도 그를 기다렸다. 물론 호감을 표시했던 사람이 다시 연락하지 않을 만한 이유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하여 친구인 박하담과 윤차경, 그리고 도로미 세 사람은 제주로 가서 양봉한다는 그 사람, 양봉남을 찾아 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를 만들어가며 양본하는 그 남자를 찾아 비행기에 오른다. 도로미는 ‘허니맨’을 찾아 그날의 진심을 묻고 싶었고, 박하담은 ‘허니맨’을 찾는 과정을 제주 이민, 양봉과 연결하여 다큐멘터리로 찍을 계획이었으며, 윤차경은 자신이 다니는 화장품 회사의 신규 사업 중 하나로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을 만들었다. 그녀들은 제주에서 양봉을 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양봉남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수상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급기야 거대한 산업적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자기는 그 사람을 기억한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로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건 어떤 인상일 뿐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그런 게 아닐까. 그날의 옷, 그날의 차, 어떤 특정한 순간. 선명하다고 믿어지는 흐릿한 기억. 결국 잘못은 인간의 기억과 연애 감정이라는 착각에 있다. 망할 로맨스, 친구들과 어제 나누었던 얘기대로, 로맨스의 서사에 젖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그런 결말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고,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p.376

 

쟁쟁한 미스터리 작품들의 번역가로 유명한 박현주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서평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는 뛰어난 창작자이자 성실한 연구가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는 '꿀벌'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체 15장의 이야기는 제목부터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일한다', '가깝고 달콤한 것을 원하기 마련',' 벌들은 비에 갇히지 않지만', '진로는 예측을 벗어나기도 한다' 등등 꿀벌의 특징에 빗대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도입부에 도대체 작가의 6컷 꿀벌 만화를 수록해 꿀벌의 다양한 습성과 꿀벌과 관련된 정보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또한 그러한 꿀벌들의 이야기는 전체 소설의 서사와 뚜렷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는 여러 가지 신호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분명히 호감을 표시한 사람이 다시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다양하게 추리해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세계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니 말이다. 다 다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착각도 하는 거지만, 바로 그 착각 때문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는 상대와 멀어지고, 큐피트의 화살이 행방을 바꾸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과 연애 감정이라는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미스터리라는 양념을 쳐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라 매우 술술 읽힌다. 거기다 '전격 양봉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장르 또한 독특한 개성을 발하며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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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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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진화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 형 얘기나 좀 들어보자."
"진화는 무슨 진화."
바냐 삼촌이 도저히 씹히지 않는 힘줄을 불에 던지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지구상 그 어떤 동물도 산꼭대기에서 불을 훔치려고 한 적은 없었어. 너는 자연법칙을 위반한 거야. 오스왈드야, 그 사슴고기 좀 이리 줄래?'"
"위반이 아니라 진화라니까."     p.71

 

원시인들이 등장해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면, 대부분 역사나 과학 혹은 인문학 장르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장르는 무려 '소설'이다. 수백만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된 초기 인류의 진화과정을 한 원시인 가족의 삶으로 압축시켜 보여준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진화를 다루고 있는 과학서들을 그래도 꽤 읽어본 편인데,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건 읽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프렌즈의 아빠 호조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더욱 '힙'해진 원시인들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표지 일러스트와 '지난 50만 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읽기도 전부터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학자이자 언제나 진화하고 싶어 여러 연구를 하고 있는 아버지 에드워드가 있다. 그는 화산에 올라가서 가져오던 불을 직접 피우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하고, 가족들끼리 짝을 맺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부족과 혼인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안을 하고, 인류 최초의 활을 개발하고, 음식을 씹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를 고민하고, 현재 그들이 쓰고 있는 언어는 반쪽짜리 의사소통 방식에 불과하다며 사고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언어가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당시 원시인들로서는 파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개척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인 바냐 삼촌과 항상 대립하고, 자식들 또한 그의 행동을 매번 불만스러워한다. 바냐 삼촌은 에드워드에게 왜 자연의 순리대로 따르지 않고 인위적으로 빨리 진화하려고 하느냐며 소리치지만, 그럼에도 그의 진화에 대한 열망은 끊임없이 타오른다.

 

 

"우리 중 누가 인류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인류를 진정한 인간의 길로 인도하는 뛰어난 선구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점을 꼭 명심하거라. 나는 너희 둘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단다. 내가 살아서 그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는 아마 가능할 거야. 바로 진정한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는 거지! 나야 보다시피 늙어가는 몸이지만, 나의 자그마한 노력이 너희들을 그런 길로 인도했다는 것만 알아준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구나."     p.240

 

이 작품은 1960년에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제목이 여러 번 바뀌며 6번 개정 출판될 정도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벌써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찬사를 보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나 역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국내에는 2005년에 <나는 왜? 아버지를 잡아먹었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원작의 코믹함과 풍자,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는 그대로 살리되, 완전히 현대적인 번역과 시선으로 돌아온 개정판은 당시에는 자연스러웠으나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 날카로울 수 있는 부분들을 다듬고, 현재 트렌드에 맞는 단어들을 세심하게 배치해 시대적 거리감을 확 좁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익히 예상할 법한 어느 정도 뻔한 스토리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다. 1만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대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의 화자가 에드워드가 아니라, 그의 둘째 아들 어니스트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작은 일도 남들보다 훨씬 깊이 있게 생각하는 등 철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어니스트 역시 다른 형제들과 삼촌처럼 아버지의 진화를 향한 행동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불 사용법을 다른 부족에게 알려주려고 하고, 어니스트는 불 피우는 방법을 자신과 가족들이 독점해야 한다며 반기를 드는데... 가족들과 에드워드 사이의 불화는 심각해져 가고 그렇게 쌓인 갈등이 폭발하게 되는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은 과거로 퇴행할 수도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극중 에드워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인류 진화의 과정을 만나보고 싶다면, 시대를 초월한 인류 진화의 연대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야기 자체로도 너무 재미있고, 신선하고, 색다르고, 현명한 소설이라 진화를 다루고 있는 그 어떤 이론, 과학서보다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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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 명문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프로젝트가 밝힌 성공의 8가지 공식
로널드 F. 퍼거슨.타샤 로버트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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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학력군의 부모들이나 최저 학력군의 부모들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자녀가 다섯 살이 되기 훨씬 전부터 간단한 수치 개념과 기초 단어 읽는 법을 가르쳤다. 대화를 나눌 때는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며 존중해주고, 자녀의 질문에는 신중히 생각한 후 대답해주었다. 경제적 여력이 어느 정도이든 간에 고도의 헌신과 통찰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특징이 있다. 부모들 자신이 한때 소망했으나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대신 이루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31

 

'부모가 굶더라도 자식의 공부는 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정부는 교육의 평준화를 외치고 있지만, 부모들의 명문 학군에 대한 희망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자녀들이 힘들어한다면, 부모로서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의 성공이 오로지 성적이나 시험만으로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명문가 교육열을 풍자한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것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며, 부모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하버드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양육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혹은 '무엇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15년간 하버드생들을 비롯하여 큰 성공을 거둔 수백 명의 성장 과정을 인터뷰하고 이를 분석했다. 퍼거슨 교수와 로버트슨은 그 결과 부모로서 자녀의 성공을 돕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책을 통해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부모의 8가지 결정적 역할을 알려주고 있다.

 

 

가정은 아이가 접하는 최초의 학습 환경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학습 환경이다. 뇌 발달의 중요한 토대가 형성되는 시기는 생후부터 5세까지이다. 숫자와 글자에서부터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 습득하고 있을 만한 모든 것은 이 몇년 간의 조기발달 시기에, 대체로 가정에서 학습된다. 이 기간은 다양한 가정 환경의 차이에 따라 아이들 간의 교육 불균형이 발생하는 시기이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격차의 싹을 미리 없애버릴 수도 있는 시기이다.    p.173~174

 

성공한 사람들의 부모는 자녀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을까? 우리는 그들의 양육 방식에서 어떻게 실용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성공한 자녀 대부분이 영재나 유전적인 잠재력에서 대단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놀라웠다. 이들은 대부분 보통 사람의 범주에 들었고, 단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똑똑함도 힘처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 부모가 수행했던 바로 그 양육 공식은 여덟 가지 역할로 이루어져 있다. 뇌가 성인의 90퍼센트 수준까지 발달하는 생후 5세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인 '조기학습 파트너', 모든 사람과 시스템이 아이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기능하도록 살피는 '항공기관사', 비상요원처럼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아이에게 새로운 생각을 깨우쳐주는 '계시자',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녀가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찾도록 도와주는 '철학자', 말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롤 모델', 아이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상가', 마지막으로 자녀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의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조언과 지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GPS'이다.

 

하버드대생들이 말하는 ‘나는 이런 가정교육을 받았습니다’ 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고, 수많은 실제 사례와 검증된 학습이론, 뇌 과학과 아동발달 등 최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밝혀낸 양육 공식이 잘 정리되어 있어 지금 부모이거나 부모가 될 계획이라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고, 자녀가 성공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침들을 수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법이 아니라 유년기에 부모가 자녀가 교감을 나누고, 아이의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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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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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만 찍고, 으이? 요 올라와서 같이 커피 마시믄서 꽁알이들 밥 묵는 거 보소. 을매나 이쁘노. 쪼맨한 것들이 오도독 먹는데 증말로 이쁘제. 이게 내 요즘 사는 낙 아이가.”
정말로 그랬다. 은은히 풍겨 오는 따뜻한 밥 냄새, 선선한 아침 공기, 잠이 저만치 달아나는 진한 커피, 그리고 고양이들. 대단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이었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을 것 같았다.     p.16

 

SNS상에서 꽤나 유명한 할머니와 고양이 사진들, 바로 그 사진들을 찍은 고양이 작가 전형준의 첫 에세이집이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을 찍으려고 산 카메라였는데, 어느 날 마당에 찾아온 길고양이 가족을 촬영하면서 그의 길고양이 사진들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됐고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검은 봉지만 봐도 고양이인 줄 알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고양이 중증 환자, 라고 스스로를 표현할 정도이니 그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짐작이 될 것이다.

 

 

저자는 지난 5년 동안 집 근처부터 재개발 지역까지 부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만났다. 이 책에 가득 수록된 사진 한 장 한 장은 저마다의 각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고, 부산 할머니들의 투박하지만 정겨운 사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 어우러져 뭉클하고, 따뜻한 한 편의 서사가 완성되었다.

 

사랑을 받으면 동물이든 사람이든 빛이 나는 것인지, 햇빛을 만끽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얼굴에서 사랑받는 존재 특유의 반짝임이 가득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애정을 베푸는 할머니와 고양이의 애틋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그 믿음과 사랑이 사진들 속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길고양이에게 가혹한 세상. 많은 길고양이들은 오늘만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 사진을 찍게 된 건 내게 진흙 속에서 수많은 진주를 찾는 것 같은 행운이었다. 이 작은 털뭉치들에게 베풀어진 온정을 보며 위로를 얻기도, 또 희망을 느끼기도 했다.    p.307


고양이와 함께라면 언제나 좋고, 어디든 좋은 사람들, 때로는 이들이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무슨 일인지 귀찮게 물어보지 않고, 왜 그러느냐고 짜증나게 몰아치지 않고,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동물들이니 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고양이와 사람이 어울려 사는 당연한 풍경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고양이의 무던한 일상과 사람들의 관대한 날들이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콩알만 한 게 야옹야옹 말도 많아 꽁알이로 부르는 길고양이들의 밥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꽁알이 할머니, 한겨울에도 다섯 정거장 떨어진 시장에서 명태를 사 와 손수 살을 발라주는 찐이 할머니, 동네 길고양이 형제 여덟 마리 중 혼자 살아남은 ‘하나’를 집으로 들이신 하나 할머니, 부식 가게를 하며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부식 가게 할머니 등 부산 할머니들이 작은 털뭉치들에게 베푼 온정과 끈끈한 유대감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우리 동네에서도 거의 매일 길고양이들을 만난다. 물론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해 훌쩍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곤 하지만 말이다. 길고양이들은 잘못된 속설 탓에 미움의 대상이 되어 왔고, 쓰레기봉투를 뜯고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잡혀가 안락사를 당하거나 텃밭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길고양이가 수난을 당하는 만큼 그들을 지키려는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우리나라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조금 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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