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웨이츠, 밥 딜런 그리고 아델

 

어지러워한다는 것은 자신의 약함에 도취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저항하려 하지 않고 그것에 탐닉해버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에 취하고 더 약해지기를 바라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큰길에서 주저앉게 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땅바닥보다 더 낮은 곳에 쓰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ㅡ 밀란 쿤데라, 소설의 기술 中

 

 

 

 

ㅡ 탐 웨이츠

 

노래방에서 심수봉 노래를 부르려다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평소라면 빵빠레 포텐'이 터지면서 태진아 노래방 기기 목소리'가 나에게 " 우와,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라는 명랑한 심사평을 남겼을 텐데, 심수봉 노래'가 끝나자 태진아 노래방 목소리'가 나에게 남긴 말은 " 하는 짓이 가관이네요 ! " 라는 맹랑한 심사평'이었다. 노래가 끝나면 접대용 멘트처럼 흔들던 헝가리 이주민 템버린 씨'조차 침묵했다. 템버린, 너조차 ? 순간, 주먹 불끈 쥐며 괄약근 꽉 조였지만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노래 실력으로는 심수봉 노래다운 눈물 젖은 " 마이너ㅡ뽕끼 " 를 재현할 수는 없었다. 그 후'로도 몇 번 심수봉 노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놀고 있네요 ! 그런데 심수봉 노래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은 심수봉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트로트'라고 해서 모든 이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심수봉 노래는 어렵다. 곰곰 생각하면 아무리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라 해도 심수봉 노래를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가수를 본 적이 없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보였다. 마치 이명박이 노무현 코스프레 한다고 밀짚모자 쓰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꼴과 비슷했다. ( 그에게는 오뎅, 호떡, 국밥 따위를 개스럽게 게걸스럽게 먹을 때가 " 존나 " 예쁘'다. ) 이처럼 보기엔 쉬워보여도 막상 부르면 어려운 노래'가 있다.  그것은 심수봉이 어려운 노래를 쉽게 불렀기 때문이었다. 심수봉 노래는 오롯이 심수봉이 불러야 맛이 난다. 그녀는 어려운 표현을 쉬운 문장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문장가'다.

 

​▶ http://youtu.be/JJcOWEucuFE : 정승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과 유재하 노래'도 그렇다. 노래방에서 제발 부르지 말았으면 하는 노래 1위'가 임재범 노래'라고 하는데, 내 기준을 적용하자면 노래방에서 정말 듣기 거북한 노래는 김광석과 유재하 노래'다. 이들 노래는 타인이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존재한다. 그런데 << 케이팝스타 >> 에서 정승환은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을 자기 노래'처럼 소화했다. 탁월한 목소리'였다. 듣고 있으니 눈물 나누나. 하지만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비단 " 가창력 " 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있는 기준은 아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종종 가창력이 별 볼 일 없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 http://youtu.be/ZVLtH6Bt8Kg  탐 웨이츠, 미니애폴리스의 창녀에게 온 크리스마스 카드 : 찰리, 잘 지내 ? 존나 보고 싶다, 시바. 난 잘 살아. 순둥이 남편 만나 사랑도 하고 임신도 했어. 존나 날마다 감동 쩌는 이벤트 마련한다. 시애미'도 잘해. 니미. 행복해, 호호. 똥 쌀 지경이야. 아, 사실. 나 돈이...... 좀,  필요해. 지금까지 했던 말 다 거짓말이야. 나 여기 깜빵이야. 보석금이 필요해.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찰리 ?  생각난다. 우리 침대에서 뒹굴 때 말이야. 자긴 내 젖가슴 터져라 움켜쥐었고 난 당구공 같은 당신 불알을 핥고는 했지. 당신 불알을 난 항상 눈깔 사탕이라고 놀렸잖아. 난, 흠뻑 젖고는 했어. 보고 싶어, 찰리. 돈 빌려줄 수 있지 ? 보석금만 있으면 크리스마스 전날에 풀려날 수 있을 거야. 찰리... 오, 찰리 !

탐 웨이츠와 밥 딜런'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다. 둘 다 썩은 성대'로 노래를 부른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고음이 없다. 눅눅한 짚불마냥 슬슬 타다가 연기만 매캐하게 날 뿐이다. 명창이 박연 폭포 아래에서 피를 토하는 지옥 훈련 끝에 득음을 얻었다면, 탐과 밥은 여자와 담배와 위스키로 숙성된 성대'로 전봇대 아래에다 800,000번 토하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둘 다 썩은 성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썩은 성대에 썩 좋지 못한 가창력으로 불렀는 데도 이 정도 퀄리티'라면 가창력 뛰어난 가수가 부르면 정말 뛰어난 노래'가 될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탐 웨이츠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르면 맛이 안난다. 찰스 부코스키'가 위스키 먹고 술 취한 상태에서 부르면 모를까, 다른 이'가 탐 웨이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 http://youtu.be/HwA-droqk5Y  밥 딜런, make you feel my love : 날도 오지라게 춥고 애새끼들은 널 괴롭히는 것 같고,  시바 ! 슬퍼서 많이 울었지 ? 비록 찐따 같은 나이지만 네 횡경막이 으스러지도록 안아줄께. 날 믿어, 시바. 우린 처음 만났을 때 알았어. 넌 내 여자'라는 사실. 우리 그냥 둘이, 고슴도치처럼 살자.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대로변에다 대변을 싸라고 명령하면 난 진짜 쌀 수도 있어. 넌 내꺼야.

 

반면 밥 딜런'은 정반대'다. 밥 딜런이 부른 노래를 듣게 되면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아주 나쁜 상태도 아닌 노래처럼 들린다. 음... 그러니까, 그냥 " not bad ! " 인 상태'다. 그런데 실력파 가수가 다시 부르게 되는 경우, 그 노래가 보석 같은 곡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밥 딜런이 가창력이 없다 보니 보석 같은 노래'를 not bad하게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밥 딜런 노래'는 누군가가 다시 불러야 비로소 진가'를 알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밥 딜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썩은 성대, 새집 같은 헤어스타일, 허접한 가창력'에서 쏟아내는, 매캐한, 연기 자욱한, 뜨, 뜨뜨미적지근한, 겨우 내내 얼었던 수도가 봄볕에 녹아 쏟아내는 녹물 같은 맛이 밥 딜런 노래의 아우라'다. 이들 목소리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떠돌이 서정을 담고 있다.

 

다음은 같은 노래를 가창력 제왕인 아델'이 부른다. 아델의 곡이 뛰어나지만 아델 노래는 불알 탁, 치며 아, 프게 하는 싼티 나는 " 19,990원의 서정 " 이 없다.

 

http://youtu.be/ljawHxBl_Rk 

 

아델의 프리허그'가 달달할지는 모르지만 끈적끈적한 뒷골목 쌈마이 프리허그'를 재현하지는 못한다. 수채화 물감으로 유화 그림 흉내를 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아무래도 가창력 뛰어난 가수의 미성 앞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하기보다는 둔탁한 통증 앞에서 불알 탁, 치고 아, 픈 노래에 끌린다. 둘 다 좋다. 하지만 비루한 쌈마이 프리허그'가 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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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바. 곰발님글 존나 좋다. 후다닥 3=3=3=333 (곰발님 버전 ~~~ㅋㅎㅎㅎㅎ저와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5:40   좋아요 0 | URL
아. 이거 나비 님이 시바와 조낸으로 표현하시니 쌈마이 정서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거친 취향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ㅋ 하여튼 전 탄밥 불알후드 좋아합니다. ( 탐 앤 밥 )

yamoo 2015-02-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은 지극히 몇 개를 제외하고는 시바..소리가 절로 나도록 졸라 좋습니다...ㅎㅎ


근데, 위의 노래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관계로 동조를 해 드릴 수 없어 아쉽다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5:39   좋아요 0 | URL
시바... 이게 알라딘 개편하고 나서 전 동영상 삽입이 안 됩니다.
시바와 조낸은 원래 류근 시인 전매특허였는데 저도 동참했습니다.
탐과 밥`은 사실.... 좀 삐딱한 서정`을 가진 녀석들이 좋아하는 부류라 함부로 추천을 못하겠습니다.

stella.K 2015-02-0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왜 안 되는 여자 음역대에 도전하시고 그러셨습니까?
저는 제가 태어난 이후 가요사에 충격을 줬던 인물이라면
심수봉과 김창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그렇게 노래 부르는 가수가 없었거든요.
아니 어떻게 이런 노래가 대중의 인기를 끌 수가 있지 신기했습니다.
특히 말씀하셨던대로 심수봉의 뽕끼 작렬도 그렇지만 그녀의 촌티 패션은
정말 뭐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당시 패션테러리스트란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김창완은 도무지 동요라고 말할 수도 없구 가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래를
불러재끼는데 요즘엔 김창완이 정말 가사 하나는 잘 썼다 싶어요.

김광석 노래도 부르는데 그렇게 어려운가요?
가사가 진짜 시던데...
저는 노래방에가면 신성우의 `서시` 같은 거 불러요.
잘 부르나마나 그런 거 안 따지고. 그것도 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긴 하지만...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5:44   좋아요 0 | URL
심수봉하면 미사일 탑재한 어깨뽕`으로 유명하죠.. ㅎㅎㅎㅎㅎㅎ
김창완은 천재에 가깝고. 사실 서태지는 과대 평가된 면이 있어요.
시대적 운을 따른 뮤지션이란... 뭐 운도 실력 아니겠습니까....

김광석 노래 좋죠 ? 노래 은근히 어렵습니다. 박자 다 맞춰 부른다고 해도 뭔가가 좀 뜨뜨미적지근하다고나 할까요... 안공불락임... 노래방에서 김광석 노래 부른 사람치고 잘부른 사람 못 봤음..

오히려 서태지 노래를 잘부르는 사람은 많아요. 역설적이지만 서태지 멜로디는 쉬워요. ㅎㅎ

+

심수봉 노래는 뭔가 남자가 불러도 될 것 같은 음역인 것 같아 막상 부르면... 안 됩니다....

stella.K 2015-02-02 15:51   좋아요 0 | URL
심수봉 노래는 여자도 잘 안 될 걸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목소리가 조금은 두꺼운 편이라
노래방 가면 남자 가수 노래들을 주로 불렀습니다.
간혹 여자 노래를 부른다면 키를 낮춰서 부르곤 했었죠.
심수봉 노래 키를 낮춰 불러보시지 그러셨습니까? 누가 압니까? 성공하실지.ㅎ
나중에 한 번...^^

근데 곰발님 답글 두 개 달렸어요. 켁.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5:55   좋아요 0 | URL
왜 락은 쉬운 멜로디라도 어려울 거야 라는 선입견이 있는 반면
트로트는 트로트는 당연히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 아니겠어, 라는 정서가 있잔아요.
따라부르다가 개망한 경우입니다. 여성이 심수봉 노래 불로도 잘 부르는사람 못봤습니다.
음정 박자 다 맞는다고 해도 그냥 성대모사한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맛이 안 나요... 맛이.. ㅋㅋㅋ

stella.K 2015-02-02 15:59   좋아요 0 | URL
그녀 특유의 콧소리 있잖아요. 아마 그게 어려울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이미자나, 또는 달 타령으로 유명한 김부자의 노래도 어려울 걸요?ㅋㅋㅋ

AgalmA 2015-02-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래방가면 신해철-이중인격자 자주 부르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요. 자기들 가리키며 삿대질 총질하는데 좋아 죽어요. 좀더 괴롭히고 싶어서 스틸 하트 she`gone이나 전인권 행진부르면 서로가 괴로워지더라고요ㅋ 중간중간 유재하도 불러주고....나는야 노래방자학자~~노래방 나오면 목소리가 썩어서 나와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7:58   좋아요 0 | URL
ㅎㅎ 고해와 더불어 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남성 노래방 노래`가 바로 쉬즈건`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로 롹 노래를 즐겨부르시는군요. 역시 남자는 롹이죠.. ㅎㅎ

근데 이런 노래도 불러줘야 노래방에서 노래 부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듭니다.

stella.K 2015-02-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암, 뽕끼작렬 그룹 사운드도 있는 거 아세요?
와일드 캐츠요. 그 시절 국어 순화 운동한다고 이들을 `들고양이들`로도 불렀는데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는 그 사람...`하면서 시작되잖아요.
거기서 키포인트는 그 노래 뒤에 `짠짜라라라라라라...` 그건데
얼마 전 `불후의 명곡`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홍경민이던가? 그 노래를 락버전으로 부르면서
그 키포인트를 죽여버렸어요. 그러고나니까 영 노래빨이 안 살더라구요.
뭐 락이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뽕끼는 뽕끼여야만 하겠더라구요.
아마 우승 못했을 거예요.
그거 부를 땐 진짜 술집 젓가락 장단이다 싶었는데 없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사람으로 치면 맹장 같은 거라고나 할까?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7:56   좋아요 0 | URL
들고양이들 처음 들오봅니다.. 근데 짜라짜라짠짜... 하니 생각이 나네요.
홍경민 참... 노래 드럽게 못하는 가수죠. 난 이 가수 오ㅒ 그런데 나오나 모르겠어요.
노래를 못하면 탐처럼 저항 정신이라도 있던지... 하여튼 짜증나는 가수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나저나 유투브에서 들고양이 함 찾아봐야겠어요..

stella.K 2015-02-02 18:01   좋아요 0 | URL
헉, 그 불후의 명곡을 모르시다니... 전 아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 한 번 들어보세요. 오리지날버전으로. 꼭이요!ㅋㅋ

혹시 유투브에서 못 찾겠으면 노래방 가서 들고양이들의 <마음 약해서>를 꼭 찾아서
불러보세요. 죽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7:59   좋아요 0 | URL
아, 지금 찾아보니 무슨 노래인줄 알겠습니다. 와일드캣츠.. 이름 좋은데요. 헐리우드 영화 재목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이런 쪽으로는 김추자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정말 독보적인 목소리입니다.

stella.K 2015-02-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찾았구나!! 좋죠? 보컬이 정말 죽여요. 여잔덴 굉장히 까칠하게 생겼잖아요.
머리도 그렇고.ㅎㅎ

그렇죠. 김추자는 뽕끼의 여제죠. 거칠면서도 끈적함과 누구 눈치 보지 않는 강렬함 뭐 기타 등등.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18:23   좋아요 0 | URL
김추자 신중현은 천재 같습니다. 김추자.. 아 좋네요. 미련이란 곡 듣고 있는데
뭐 이리 절절하냐... 대폿집 가서 소주 마시면서 젓가락질하고 싶습니다.

iforte 2015-02-0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은 심수봉씨랑 똑같은 목소리, 창법을 가진 아마추어분이 노래하는걸 들었는데, 노래 두어곡하더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이다. 들을때 쉬워 보인다고 부르는것도 쉽게 부르는게 아님을, 그때 알았어요.

위 댓글에 `김창완` 언급하신 분, 동감이요. 거기에 `전인권` 얹읍시다. 어느 방송에선가 쾌와 불쾌의 차이는 한끗이고, 전인권씨는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탄다는 평을 들었을때 막 공감했었다죠. 정상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소리를 청감이 미적으로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려고 어마무시하게 노력하셨다고.. 개인 삶이야 어쨌든, 예인들의 노력에는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iforte 2015-02-02 20:55   좋아요 0 | URL
아, 개인적으로 신중현 좋고, 이장희의 곡들도 좋아한다는요. 리메이크 곡들밖에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다들 넘넘 좋더라고요. 어떻게 그 옛날에 그리도 모던한 감성이...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21:46   좋아요 0 | URL
그게 아마 가수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 때문에 다른 이가 부르면 죽이 되는 경우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김창완, 이장희, 들국화 ( 들국화 4집은 거의 초절정 걸작... ) 를 참 좋아하는데
이들 음악은 솔직히 말하면 서태지보다 모던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뽑자면 어떤날, 시인과촌장`도 들 수 있는데 하덕규 솔로도 꽤 좋습니다.
오늘 필 받아서 김추자 << 미련 >> 듣고 있는데 뭐 죽이네요...

cyrus 2015-02-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김광석의 노래가 많이 알려지니까 노래 좀 부른다는 사람들이 오디션에서 자주 부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군 복무할 때 선임이 김광석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노래방 가면 김광석 노래만 불러요. 군인은 아이돌 노래만 좋아한다는 저의 편견을 깨뜨린 선임이에요. 같이 부대 노래방에 갔는데 7년 전인데도 선임이 부른 김광석의 나무가 아직도 제 귀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저에게는 개성적인 목소리였어요. 굶직하면서 울림이 있는 그런 목소리요. 저랑 같은 대구 출신인데 제가 다른 소대로 옮기는 바람에 선임 전역하는 것도 못 보고, 전화번호도 받지 못했어요. 아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21:48   좋아요 0 | URL
김광석 노래 쉽지 않아요. 아우라가 노래에 덧씌워져 있어서 자기 노래로 소화하기 힘들죠.
선임이 김광석 노래를 멋들어지게 소화했다고 하니 대단한 양반 같습니다.
뭐,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열 ? ㅎㅎㅎ
근데 군대 나오면 거기서 끝이더라고요. 저도 몇 년 동안은 해마다 만나고 그랬는데
딱 2년 지나면 다 흐지부지하게 된다능...ㅎㅎㅎㅎ

cyrus 2015-02-02 21:58   좋아요 0 | URL
제가 알고 지낸 군대 동기는 서울이나 경기도 쪽에 살아요. 그래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요. 서로 바쁘게 지내다보면 동기와의 우정도 즐거운 추억으로만 자연스럽게 남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수다맨 2015-02-0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밥 딜런 같은 정조를 자아내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는 한대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한대수 목소리 처음 듣고는 기겁을 했었어요. 어떻게 저런 목으로 노래를 부르나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곰곰발님 비유처럼 녹물 같은 맛, 떠돌이 서정의 비애가 있는 듯합니다. 또, 세시봉이니 뭐니 하면서 지겹게 추억팔이를 하는 몇몇 가수들과 달리, 언제나 자신만의 음악적 실험을 감행하는 모습도 미덥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2 22:08   좋아요 0 | URL
솔까말... 세시봉 노래는 그냥 번안가요`이지 음악사적 업적이 있는지 늘 궁금합니다. 팝송 번안해서 부른 게 뭐 그래 대단하다고 말이죠. 저도 세시봉 노래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대수 음악 들으면 가끔 탐 웨이츠와 맞짱떠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비슷해요. 한대수도 종종 영화 카메오로 얼굴 비추시던데... 탐웨이 형님도 그렇고 말이죠...

samadhi(眞我) 2015-02-05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수봉은 소리집안 출신이기도 하지요. (알고 계실수도 있겠지만요. 고모인가가 소리-국악- 하시던 분). 역시 애교콧소리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실제로 애교쟁이들이 수봉언니 노래를 잘 부르더라구요. 헝가리 민요를 번안한 백만송이 장미는 가사가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해요. 이미 도를 깨달은 사람이 쓴 시같은 느낌. 발음이 헝가리 민요랑 비슷해서 오히려 짜맞춘 게 아닐까 싶은데도. 노랫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대학 때 선배들 때문에 김광석 노래를 엄청 들었는데요. 김광석은 그냥 ˝소년˝ 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숱한 가수들이 김광석 노래 다시 부르기를 했지만 와닿는 소리가 없더라구요.

저랑 취향이 비슷하네요. 저도 ˝담배에 쩐˝ 것 같은, 담배 좀 피웠을 것 같은 텁텁한 목소리가 좋아요 ㅋㅋㅋ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담배 쩐 목소리 언니야 있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요. 그 노래 들으면 절로 웃음이 나는데, 좋아서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9:16   좋아요 0 | URL
흠흠.. 그렇군요. 처음 듣는 소리군요. 역시 소리꾼 집안이었군요.
뭔가 다르다 했습니다. 확실히 국악`은 본질적으로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어요.
그래서 심수봉 노랠 따라하기 힘들었나 봅니다. 허허... 이것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