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정해 놓았다면,
그 사람은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음식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질 수 있고,
한없이 경배할 수 있고,
한없이 깊이 있게 배워 그 맛을 소중하게 음미할 수 있고,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좋아하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내 마음이 한없이 힐링된다는 것,
그래서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어서 나 자신을 힐링해 주는 음식이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
너무 많아서 어떡한다?


내가 정해놓은 ‘나‘라는 사람의 경계는 어디까지 존중하고 어디부터 허물어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가 고집이고 어디부터가 열린 태도일까? 분명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자 체가 어느새 나를 편협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계를 알았다면, 슬며시 선을 넘어 밖으로도 나가볼 일이다.  거기에 어떤 세계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어디에 꽃이 피어 있을지, 무엇에 내 마음이 덜컹일지 알 수 없으니,
물론 그 세계가 별로라면 다시 안전한 내 세계로 돌아오면 된다. 경계가 명확하니 돌아오는 일도 간단하다. 치즈 덕분에 나는 내가 몰랐던 세상에 슬 - P93

쩍 발을 들여보았다. 가장 확실하다 생각했던 나의 경계가 조금 희미해졌다. 그 틈으로 더 큰 세상이 밀려들 것이다. 사는 게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다.
- P94

마지막 날, 와인과 치즈에 취한 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떠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아이들 몇몇만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멀지 않은 분수 곁에 앉았다.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하늘을 보고, 우뚝 솟은 탑을 보고,
멀리서 연하게 스치는 웃음 소리를 마음에 담았다.
아직 혀끝에는 방금 먹었던 치즈 맛이 남아 있었다.
23일 동안 모든 것이 변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켜서, 퇴사하려는 나를 붙잡아 기어이 휴가를 보낸 팀장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 P104

이로써 충분해졌습니다.
다시 돌아갑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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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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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지 않고 쫄깃한 치즈라면 한없이 먹게 된 시점이 2 년 정도 된 듯하다. 그래서 치즈에 관한 띵 책이니 흥미가 간다. 다른 음식에 비해 치즈에 관한 소재는 한정되어 있을꺼라고 여겼지만, 웬걸! 치즈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더군다나 치즈를 평생 밥 먹듯 하는 사람이 있음에 또 놀랐다. 치즈 이름도 잘 모르고 그냥 먹었던 치즈는 생모차렐라 치즈였고(카프레제란 요리 이름도 알게 됨) 만들기 쉽대서 집에서 만들다 실패한 치즈는 리코타 치즈란걸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이제 와인을 마실 때, 치즈를 안주로 먹어 보고 싶다.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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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3-05 1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인을 마실때… 전 맥주 마시고 싶어요. 술 입에도 안 댄지 한 두달 된 것 같어요. 대상포진 이후 술은 아예 입에도 못 대게 해서리… 예전에 빕스에서 카프레제 처음 먹었을 때 미각의 신세계더만요. 삼십대 까지도 다양한 먹거리를 먹어보지를 않어서…. 그때 빕스 통해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3-05 12:04   좋아요 2 | URL
작가는 와인 마실 때 치즈 안주 얘기를 자주 하더라구요~맥주 이야기도 나오긴 했지만요~손님 초대해서 간편하게 내올 수 있는 안주가 카프레제, 라자냐 였대요. 치즈만 있음 술안주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저는 지방이라 그런지 카프레제를 좀 늦게 접했던 것 같은데 처음 먹어보고 응?? 했었네요ㅋㅋ 그리고 샐러드에 곁들여져 나오는 리코타 치즈 먹고 으응??? 됐었구요.ㅋㅋㅋ
치즈가 이리 폭신하고 부드러울 수가 있나?? 저도 신세계였었죠^^
맨날 마트에서 슬라이스 체다 치즈 비닐에 벗겨 먹었는데 맛 없이 먹다가...예전에 뷔페에서 종류별로 치즈를 올려 놓은 코너에서 맛보고 와~감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작가의 말처럼 카프레제에 곁들인 치즈나 리코타 치즈는 백도화지 맛이란 그 표현이 좀 이해가 갔네요.

대상포진 완전히 나으시려면 정말 맥주 당분간 금주!!!!
힘드시더라도 좀만 더 참으세요^^

mini74 2022-03-05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게 치즈란 냄새 좋은 거 꼼꼼한 거 두 정류로만 나누는 ㅠㅠㅠ 리코타 치즈 저도 만들어봤어요 나무님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3-06 07:01   좋아요 1 | URL
리코타 치즈 만들어 보셨어요?
성공하셨나요?
전 실패해서 다 버린 이후론 절대 만들지 않았네요^^
그냥 사먹는 걸로~ㅋㅋ

그레이스 2022-03-05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코타치즈는 자주 만들어 먹어요.^^

책읽는나무 2022-03-06 07:03   좋아요 2 | URL
자주 만들어 드신다구요??
역시 그레이스님은 만능 재주꾼이십니다^^
어떡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책에서도 쉽다고 적혀 있더군요^^;;;

그레이스 2022-03-06 19:40   좋아요 1 | URL
끓어오를때 소금 넣고 레몬즙 넣고 많이 젓지않아야 하구요
그리고 나서 약불로 30분 정도 졸여준 후 면보에 받아서 물을 뺀 후 차갑게 보관.
제가 하는 방식인데 대충 모양을 봐가면서 하기때문에 팁이랄게 없어요^^

책읽는나무 2022-03-06 21:5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의 특레시피 알려주셔 감사드립니다.
레시피대로 함 도전해봐야 겠어요.
성공하게 되면 페이퍼에다 인증해보고 싶네요^^👩‍🍳👩‍🍳

희망으로 2022-03-05 2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흰 샐러드에 치즈 넣어 먹는거 좋아해요. 비싸지만 않으면 팍팍 넣겠는데 말이죠.ㅎㅎ
언젠가는 티라미슈 만든다고 마스카포네 사서 그냥 퍼묵퍼묵했다는요~

책읽는나무 2022-03-06 07:06   좋아요 2 | URL
리코타 치즈 샐러드에 들어가 있음 얼마나 맛있게요~~^^
희망님도 치즈 좋아하시나 보군요?
티라미슈 만들어야 하는데 미리 드셔버리다니~ㅋㅋㅋ

희선 2022-03-07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치즈를 밥처럼 먹는 사람도 있다니... 치즈에도 종류가 많겠습니다 저는 치즈 잘 모릅니다 치즈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군요 음식 잘하고 그런 데 관심 많은 사람은 잘 만들겠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03-07 17:19   좋아요 2 | URL
치즈 마니아!!!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먹어왔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나도 꾸준하게 먹어 온 음식이 있었나? 생각해봐도 나는 밥밖에 안떠오르네요??ㅋㅋㅋ
치즈를 만들어 드시는 분들이 꽤 되시더라구요? 그래서 쉬운 건가? 싶어 만들어 봤는데 실패한 뒤론 안만들었네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데 전 실패하면 그냥 바로 끝이라서....^^;;;;

psyche 2022-03-09 04: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발사믹에 빠져서 맨날 카프레제 만들어 먹느라 부엌 싱크대 앞에 바질을 키운 적도 있어요.
쓰다보니 다시 생각나네요. 바질 화분 하나 나와서 다시 만들어 먹어야겠다. ㅎ

책읽는나무 2022-03-09 12:40   좋아요 0 | URL
바질~^^
전 바질 페스토 만들어 먹는다고 바질 화분 키웠었어요. 근데 이쁘게 큰 걸 보니 못먹겠어서 놔뒀더니 겨울 전에 다 시들어서 죽여버렸네요ㅜㅜ
하트모양으로 바질트리라고 굉장히 예쁘게 크더라구요^^
카프레제에 바질도 넣어서 드셨군요?
좋아요~좋아~ 맛있었겠어요^^
저도 카프레제 해먹으려고 생모짜렐라 치즈 안만들고 사왔어요.
근데 토마토를 깜빡하고 안샀..ㅜㅜ
또 장 보러 가야 해요^^
 
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읽노라면, 젊은 시절의 통통 튀는 사노 요코의 글을 만나 반가웠고, 사노 요코의 끝을 알기에 후반부의 힘겨워 보이는 글들은 가슴이 아팠다. 읽는 동안, 평생 국적이 다른 이성에게, 더군다나 내 나라에 적의를 품고 있는 이성에게 어떻게 오랫동안 마음을 열 수 있었을까? 정말 그릇이 큰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노 요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남해의 봄날‘이란 출판사를 개인적으로 애정하는데, 애정하는 출판사와 애정하는 작가의 조합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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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3-04 2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출판사 너무 좋아해요~ 이 책도 나왔을 때부터 관심있었는데 책나무님 읽으셨군요! 남해의 봄날에서 하는 봄날의 책방도 너무 좋아요~ 통영 가본지 너무 오래됐네요!!

책읽는나무 2022-03-04 20:17   좋아요 2 | URL
어머나~가보셨어요?
햇살님은 역시!!👍
통영에 있다는 소리만 들었지~통영 갔을 땐 다른 곳 둘러보느라 까먹었던 기억이!!!^^
통영이 생각보다 둘러볼 곳이 많더군요? 서너 번 갔다 왔었는데도 아직 안가본 곳이 많네요??ㅜㅜ
다음엔 봄날의 책방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봄날의 책방 출판사는 대표님도 정말 사람 좋으신 분이라고 팟캐스트에서 MD분이 얘기하는 걸 듣고...더욱 신뢰를 하게 되었죠^^

햇살과함께 2022-03-04 20:58   좋아요 3 | URL
저 남해의 봄날에서 나온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요 책 보고 독립서점 여행 시작한거라~ 거의 초창기, 2016년에 갔어요! 통영 좋죠. 봄날의 책방 뒤에 전혁림 미술관도 가보세요!

책읽는나무 2022-03-05 10:11   좋아요 3 | URL
그 책 제목 기억납니다.
읽다가 만 책이었네요.ㅜㅜ
그 시절 저도 각 지역 독립책방 관심이 생기긴 했는데(그래서 햇살님의 독립책방 후기 페이퍼가 반가웠었나 봅니다^^) 막 찾아다니진 못했었는데 햇살님께서는 직접 탐방도 하시고~대단하십니다^^
16년도에 시작하셨다면, 지금쯤 꽤 많이 다니셨겠군요??
통영을 다시 가게 되면 꼭 들러봐야 겠어요~^^ 전 그곳에 출판사만 있고, 서점은 없을 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녔군요. 전혁림 미술관 이름도 많이 들어본 듯 합니다. 그곳도 발도장 찍어야 겠구요~^^
아...갈 곳은 많은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여 언제 움직일 수 있을런지??ㅜㅜ

행복한책읽기 2022-03-05 15:42   좋아요 4 | URL
오호!! 햇살과함께 님 덕에 좋은 정보 채집해갑니당. 고맙습니당~~^^

햇살과함께 2022-03-05 15:46   좋아요 3 | URL
좋은 정보라니 저도 기분 좋네요 ㅎㅎ 저도 고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3-05 15: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안뇽~~^^ 사노 요코 좋아요. 인생을 유머스러스하게 사는법을 알았던 언니^^ 이 책 찜할게요. 남해의봄날 독립출판사 저도 좋아해요. 통영 가고프네요. 책읽는나무님, 가끔 불쑥 들를게요~~ 건강히 지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3-06 07:09   좋아요 2 | URL
가끔 불쑥 들러주시는 손님은 단비와 같습니다.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코로나 끝나면 아름다운 통영 여행 ✈️ ✈️ 이루어 보자구요^^

mini74 2022-03-05 2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백만번 산 고양이를 통해 저는 첨 알게된 작가에요. 나무님의 애정하는 출판사와 아정하는 작가라니 궁금해지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3-06 07:14   좋아요 2 | URL
저는 사노 요코 작가를 <사는 게 뭐라고>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백만 번 고양이를 찾아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아마도 에세이집이 더 강렬했었나 봅니다. 그 뭐라고 시리즈 많잖아요?
전 아들이 뭐라고.가 제일 재밌었어요. 사노 요코 여사는 그렇게 쿨하고 냉철한 듯 한데도 아들에게만큼은 세상 따뜻할 수밖에 없었던 글들이 좋았었죠^^
이 책 편지글에서도 간간히 사노 요코의 성정이 보이더군요~
남해의 봄날은 통영에 있대요. 전 지방에 이렇게 이쁜 책들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더라구요^^

햇살과함께 2022-03-06 08:47   좋아요 2 | URL
저는 에세이는 안읽어봤고 백만 번 산 고양이랑 태어난 아이만 봤는데 에세이도 읽어봐야겠어요~
미니님 얘기해서 생각난 김에 집에 있는 백만 번~ 꺼내왔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3-06 09:12   좋아요 2 | URL
아...그래요?햇살님^^
에세이도 많고, 최근엔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만화책으로 엮은 5 권의 만화책도 나왔었어요.
그 책도 읽을만 했었어요.^^
 

<사는 게 뭐라고>의 세상 시크한 사노 요코의 젊은 시절 한국의 지식인 최정호 씨에게 보낸 편지글을 묶은 책이다.
벗으로서 40 년간 서로 주고 받은 편지라 무람없이 사노 요코의 다정한 기본 성정이 엿보인다.
그래도 작가는 작가!
역시 간간이 사노 요코의 시크하고 유쾌한 부분들도 없진 않다.
암튼 읽으면서 사노 요코의 새로운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카드에는 베니스의 운하 그림이 있었습니다. 강물이 이발소 간판 같은 흰색과 빨간색 줄무늬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베니스에 진짜 갔더니 그림 그대로인 거예요.
하도 우스워서 하마터면 쭈그리고 앉아서 자지러지게 웃을 뻔했습니다. 미스터 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베니스가 아니라 그림과 똑같은 베니스를 보고 저는 몹시 화가 났어요.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보고 실물을 보러 갔는데 전혀 아름답지 않더라는 게 철칙이잖아요. 인생은 그런 식으로 기대에 어긋나야 해요.
그림 그대로의 풍경이나 기대한 대로 되는 삶은 우습지 않아요? 그림과 똑같은 베니스는 너무 시시했고, 그래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일본 대중목욕탕에 가 보셨어요? 페인트로 그린 큰 그림이 반드시 있어요. 그림에는 꼭 원경에 아름다운 후지산이 있고 앞쪽에 바다가 있고 오른쪽에 튀어나온 바위산에 모양새 좋은 소나무가 두세 그루 그려져 있어요. 아주 일본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데도 없는 풍경을,
일본 사람들은 목욕 중에 구경하며 느긋한 기분에 젖어요.
베니스는 목욕탕 그림 같았어요.
어느 날 국내여행을 하다가 목욕탕 그림과 똑같은 경치를 봤어요. 그때 마침 석양이 바다로 가라앉으려고 하고 - P83

있어서 그림이 더 완벽해졌어요. 그때도 무척 우스웠어요.
웃으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래도 역시 우스웠어요. 저는, 그림과 같은, 있을 수 없는 경치를 진심으로 경멸했어요.
저는 진짜가 아닌 여행밖에 못하는 불쌍한 사람 같아요.

미스터 최, 어서 오세요. 여행은 좋으셨나요?
- P84

신은, 세계에 불공평을 창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당신의 나라에는 지금도 낭만과 농담과 사내대장부들이 있다니, 마음에 들어요. 미스터 최에 대한 일 중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미스터 최가 대학이 생긴 이래 가장 짧은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는 일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마음에 들어요..
뭐, 재벌의 실세하고 술을 마시고 술기운으로 한바탕 행복론을 연설하셨어요? 그래서 연구비를 내도록 만들었다고요? 웃겨 죽겠어요.
그 재벌도 역시 행복을 찾나요? 옛날에 중국의 왕이 장수를 바란 것처럼, 재벌이 되어도 더욱 더 행복을 찾는 걸까요?
그리고 당신의 탁월한 두뇌도 역시 그것을 원하시나요?
(저는 재벌 실세의 구두끈 조차도 만진 적이 없는데요.) 신은 불공평을 창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부자에게도 우수한 두뇌에게도 신은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 P102

신은 세계가 불완전하면 할수록 균형 잡힌 완전한 우주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에요. 미스터 최, 당신이 그 우수한 감성과 지성으로 행복론을 완성하면 당신은 더 고민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미스터 최의 행복론을 기다리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감성도 지성도 없지만 성질이 나빠서 역시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제 인생은 남의 불행과 행복을 보는 재미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 사람은 남이 쓴 행복론을 열심히 읽어요. 저 같은 사람이 있는 한 미스터 최의 행복론은 반드시 베스트셀러가 될 거예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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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마인드‘ 에서 올리버 색스는 주기율표를 너무 사랑해서 늘 들고 다니면서 계속 외운다더니, 인체 해부학 논술 시험에서 1 등을 하고 받은 부상으로 12 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구입하다니....
더군다나 의학부 시절 내내 통독하고, 그 이후로도 잠자리에 들기 전 한 권을 뽑아 읽는다니...수재는 뭔가 다르긴 하구나!
자서전은 위인전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본인의 필력으로 써내려가다 보니, 재미있다.

더군다나 책의 표지는 분명 양장본의 형식을 띈 큰 책인데도, 가벼워 읽기 편하다. 종이도 번들거리지 않아 눈도 편하다.
알마 출판사가 책을 참 잘 만드는 곳이란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험 결과는 그 주말 〈타임스The Times)에 실렸다. 수상자는 나,올리버 울프 색스였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부학 최종 시험에서 꼴찌를 한 사람이 대체 무슨 수로 시어도어 윌리엄스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야?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건 옥스퍼드대학교 예비시험에서 일어났던 일의 재판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거꾸로였을 뿐. 나는 ‘예,아니요‘를 묻는 지식 시험에는 형편 없었지만 에세이라면 물 만난 고기였다.
시어도어 윌리엄스 상에는 부상으로 상금 50파운드가 따라왔다.
50 파운드라니! 그렇게 큰돈이 한목에 생긴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화이트호스로 가지 않고 (그 술집 옆에 있는) 블랙웰 서점으로 가서 44파운드를 주고 12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을 구입했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 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는 의학부 시절 내내 이 사전을 통독했고,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책꽂이에서 한 권을 뽑아들고 잠자리로 가곤 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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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28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작하셨군요!! 저는 이제 한 1/4 정도 남겨 놓은 것 같아요.
빨리 끝내고 싶은데 맘이 바빠서 그런가 빨리 안 끝나네요.^^;;

책읽는나무 2022-02-28 22:11   좋아요 0 | URL
읽는다고 걸어둔 건 오래전인데 오늘 맘잡고 1 꼭지 읽었어요.
재밌네요^^
의학용어가 많이 나와서 좀 낯설었지만, 라로님께서는 무척 친근하고 흥미로운 책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따님이 의대생이니까 더욱 그러셨겠어요^^
1/4 남겨 놓으셨다니 빨리 읽으셨네요?
일 다니시고 언제 또 그리 책 읽을 시간이 있으신지? 대단하십니다^^
제가 라로님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요ㅋㅋㅋ

psyche 2022-03-04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는 주기율표를 사랑해서 들고다니면서 외운다는 글을 보니
막둥이 아들이 어릴 때 주기율표를 좋아해서 벽에 붙여놓았던 생각이 나네요. 그 똘똘했던 녀석은 어디로 사라지고 게으른 곰돌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다니....ㅜㅜ

책읽는나무 2022-03-04 14:32   좋아요 0 | URL
어머나~ 막내 아드님도 주기율표를 사랑한????^^
안그래도 지난 번 라로님이 프시케님 아드님 똑똑하다고 칭찬하신 글이 생각납니다.역시~~^^
똘똘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몸을 움직이진 않는 것 같아요. 머리를 움직이잖아요~그리고 생각을 몰아서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일도 몰아서 하는 것 같더라구요.
부지런한 사람들 눈엔 게으르게 보여도 본인들은 그렇지 않게 그것이 나름 완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거라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