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마인드‘ 에서 올리버 색스는 주기율표를 너무 사랑해서 늘 들고 다니면서 계속 외운다더니, 인체 해부학 논술 시험에서 1 등을 하고 받은 부상으로 12 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구입하다니....
더군다나 의학부 시절 내내 통독하고, 그 이후로도 잠자리에 들기 전 한 권을 뽑아 읽는다니...수재는 뭔가 다르긴 하구나!
자서전은 위인전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본인의 필력으로 써내려가다 보니, 재미있다.

더군다나 책의 표지는 분명 양장본의 형식을 띈 큰 책인데도, 가벼워 읽기 편하다. 종이도 번들거리지 않아 눈도 편하다.
알마 출판사가 책을 참 잘 만드는 곳이란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험 결과는 그 주말 〈타임스The Times)에 실렸다. 수상자는 나,올리버 울프 색스였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부학 최종 시험에서 꼴찌를 한 사람이 대체 무슨 수로 시어도어 윌리엄스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야?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건 옥스퍼드대학교 예비시험에서 일어났던 일의 재판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거꾸로였을 뿐. 나는 ‘예,아니요‘를 묻는 지식 시험에는 형편 없었지만 에세이라면 물 만난 고기였다.
시어도어 윌리엄스 상에는 부상으로 상금 50파운드가 따라왔다.
50 파운드라니! 그렇게 큰돈이 한목에 생긴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화이트호스로 가지 않고 (그 술집 옆에 있는) 블랙웰 서점으로 가서 44파운드를 주고 12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을 구입했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 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는 의학부 시절 내내 이 사전을 통독했고,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책꽂이에서 한 권을 뽑아들고 잠자리로 가곤 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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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28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작하셨군요!! 저는 이제 한 1/4 정도 남겨 놓은 것 같아요.
빨리 끝내고 싶은데 맘이 바빠서 그런가 빨리 안 끝나네요.^^;;

책읽는나무 2022-02-28 22:11   좋아요 0 | URL
읽는다고 걸어둔 건 오래전인데 오늘 맘잡고 1 꼭지 읽었어요.
재밌네요^^
의학용어가 많이 나와서 좀 낯설었지만, 라로님께서는 무척 친근하고 흥미로운 책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따님이 의대생이니까 더욱 그러셨겠어요^^
1/4 남겨 놓으셨다니 빨리 읽으셨네요?
일 다니시고 언제 또 그리 책 읽을 시간이 있으신지? 대단하십니다^^
제가 라로님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요ㅋㅋㅋ

psyche 2022-03-04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는 주기율표를 사랑해서 들고다니면서 외운다는 글을 보니
막둥이 아들이 어릴 때 주기율표를 좋아해서 벽에 붙여놓았던 생각이 나네요. 그 똘똘했던 녀석은 어디로 사라지고 게으른 곰돌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다니....ㅜㅜ

책읽는나무 2022-03-04 14:32   좋아요 0 | URL
어머나~ 막내 아드님도 주기율표를 사랑한????^^
안그래도 지난 번 라로님이 프시케님 아드님 똑똑하다고 칭찬하신 글이 생각납니다.역시~~^^
똘똘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몸을 움직이진 않는 것 같아요. 머리를 움직이잖아요~그리고 생각을 몰아서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일도 몰아서 하는 것 같더라구요.
부지런한 사람들 눈엔 게으르게 보여도 본인들은 그렇지 않게 그것이 나름 완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거라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