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2월은 사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고를 때이지만(실제로 몇 곳에 추천도서 목록을 보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읽어볼 만한 책이 또 없지는 않다. 하던 대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추천목록에 따라 다섯 분야의 책을 고르고(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나대로 고른 책을 덧붙이기로 한다.

 

  

 

1. 문학예술

 

먼저 내가 고른 책은 손철주의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이다. 손철주의 옛그림 이야기의 연속인데, 이번에 다룬 건 '사람 그림'. "이미 우리 옛 그림을 어떻게 보고 읽을 수 있는지 안내해 온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만을 골라서 설명과 논평을 붙였다.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족하고 논평은 간명하지만 핵심을 전달한다."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조은 시인의 <또또>(로도스, 2013)다. "이 책은 인간과 반려동물이 같이 하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기록인 동시에, 인간이 다른 생명과의 동반적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새롭게 이해해가는 하나의 성장담"이라는 평이다. '동물권리 선언 시리즈'로 나온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책공장더불어, 2013)과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책공장더불어, 2013)도 같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덧붙여,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들을 읽으며 한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마지막 소설집 <디어 라이프>(문학동네, 2013)가 최근 번역돼 나왔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뿔, 2010)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뿔, 2007)은 이미 나와 있던 책들이다.

 

 

 

2. 인문학

 

인문 분야 추천도서는 김경임의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산처럼, 2013)와 오창섭의 <근대의 역습>(홍시, 2013)이다.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는 "우리 회화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몽유도원도'는 어떤 의미를 담고 탄생하게 됐으며 어떻게 역사의 물결을 타고 유랑하게 됐는지 이 책에서 그 흔적을 찾아나선" 책이다. "몽유도원도의 시대적.사상적.문화적 탄생 배경을 살펴보며, 꿈의 주인인 안평대군의 삶과 문화적 이상을 추적하여 그림에 담긴 의도를 밝혀내고 있다." 미술사학자 안휘준 교수의 <안견과 몽유도원도>(사회평론, 2009)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근대의 역습>은 "일제 강점기의 사진, 신문, 기사 등에서 우리를 근대화시킨 증거와 흔적들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의 짝이 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문학론과 혼종문화론을 주제로 한 책들도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지구시대의 문학연구'를 부제로 한 윤지관 교수의 <세계문학을 향하여>(창비, 2013)는 세계문학의 이념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쟁론적 글들을 수록하고 있는 평론집. 김용규 교수의 <혼종문화론>(소명출판, 2013)도 '지구화 시대의 문화연구와 로컬의 문화적 상상력'이란 부제대로 지구화시대 혼종문화적 양상에 대한 진단과 이론을 소개한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의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봄아필, 2013)는 "문화를 둘러싼 이분법,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문학과 문화, 리얼리티와 가상, 실제와 재현 등의 구분법을 의문시하고,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텍스트들 속에서 ‘타자’와 문화에 대해 사유"를 담았다.

 

 

 3. 사회과학

 

프란시스코 페레/박홍규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우물이있는집, 2013)과 스튜어트 프리드먼의 <와튼스쿨 인생특강>(비즈니스북스, 2013)이 추천도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의 교육론을 소개하고 간략한 평전을 덧붙인 책으로 200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대선 1년을 맞아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담은 책들도 읽어봄직하다. 문재인 후보의 <1219 끝이 시작이다>(바다출판사, 2013)와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다산북스, 2013)이 나왔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을 밝힌 유시민의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돌베개, 2013)은 두달 전에 출간된 바 있다. 바둑처럼 복기를 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도서는 길버트 웰치의 <과잉진단>(진성북스, 2013)이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본 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일인데, "조기 검진이 병에 걸린 이에게는 유용하긴 하지만, 과잉 진단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아마 감상선 암환자의 증가 같은 게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달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겠으나 오히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한다. 의학상식으로라도 읽어둘 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거숀의 <제2의 뇌>(지만지, 2013)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뇌가 아닌 소화기관에 관한 책이다. "소화기 신경계의 발견에서부터 각종 신경전달물질, 식도에서 위, 대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과 신경계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와 관련된 것이기도 한데, 러셀 블레이록의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에코리브르, 2013)은 MSG로 대표되는 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책이다. "글루탐산과 여타 흥분독소가 성장기의 뇌 발달 방식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과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흥분독소를 비롯해 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중요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과학책 독자라면 물론 에드워드 윌슨의 신간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2013)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들도 놓칠 수 없겠다. 개인적으론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와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가 번역된 김에 원서도 주문했다(굴드의 소문난 글솜씨를 감상해보기 위해서다). 

 

 

 5. 실용일반 

 

여문주의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맞춤법 500>(인이레, 2013)이 추천도서다. "이 책은 500개라는 항목 수가 확인해 주듯이 일상에서 잘못 쓰이는 어휘와 표현들이 거의 망라된 책이다. 너무 사소하여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고 너무 황당해서 남들도 잘 지적해 주지 않는, 그런데 나만 모르고 잘못 써 온 말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의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죽 넘겨보면 된다." 학생들에게도 요긴할 듯한 책. 맞춤법에 관한 책을 더 찾아보니 김남미의 <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나무의철학, 2013)이 인기 도서다. 전문적인 책으론 <한글 맞춤법 강의>(신구문화사, 2010)가 있다.

 

 

 

0. 글쓰기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글쓰기'로 정했다. 계기는 유명작가 20인의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매러디스 매런의 <잘 쓰려고 하지 마라>(생각의길, 2013)인데,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 제인 스마일리 등이 어떤 동기와 노력으로 글을 쓰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면 따라해볼 수 있는 지침서. 조금 프로페셔널하게는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가 아주 요긴한 책. 헤밍웨이와 포크너 등 유명작가 18인의 소설작법을 쪽집게 선생처럼 짚어준다. 저자가 유명작가가 아닌 게 신기할 정도다. '거장'이란 말에 주눅들지 않고 좀더 평범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책읽는수요일, 2013)이 도움이 된다. 글쓰기의 부담은 낮추고 의욕은 한껏 부추겨준다.  

 

13. 12. 07.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논어>를 고른다. 정확하게는 <논어> 강의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논어>(민음사, 2013)가 3권짜리로 출간돼서인데, <논어>에 대한 책이 중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나오진 않을 듯싶다. 도대체 무슨 새로운 얘기가 더 가능한지 궁금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비교해볼 만한 건 물론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통나무, 2008)다(최근에는 만화판까지 나왔다). 아, 리링의 <집 잃은 개 1,2>(글항아리, 2012)와 <논어, 세 번 찢다>(글항아리, 2011)도 비교대상이 될 수 있겠다. 베이징대 석학의 <논어> 강의는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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