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이후로, 한때 알라딘 서재와 북플의 속도가 느려질 만큼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독서가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이제까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알라딘에 리뷰를 남긴 것이 있는지 살펴보니, 단 한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뿐이다. 대략 십여 년 전에 읽고 썼는데, 당시에 별점을 만점으로 표기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좋은 시집이라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글은 시보다 소설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읽어본 것보다 읽어보지 않은 것이 더 많은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읽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노벨상 수상자 발표시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언급한 그녀의 작품들을 한림원의 평가와 함께 출간일 순으로 서재에 정리해 두기로 하였다. 작품은 모두 소설이다.
1. 그대의 차가운 손 (2002. 문학과지성사) : 예술에 대한 한강의 관심이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인체 해부학에 대한 집착과 페르소나와 경험 사이의 유희, 조각가의 작업에서 신체가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다.
2. 채식주의자 (2007. 창비) :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과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을 통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주인공이 섭식의 규범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때 벌어지는 폭력적 결과를 묘사한다.
3. 희랍어 시간 (2011. 문학동네) : 일련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발화의 힘을 잃은 한 젊은 여성이 시력을 잃어가는 고대 그리스어 교사와 만나게 된다. 상실과 친밀감, 궁극의 언어 조건에 대한 수려한 명상이다.
4. 회복하는 인간 (2013. 아시아) : 치유 불가, 주인공과 죽은 여동생 사이의 고통스러운 관계를 다룬다. 진정한 회복은 일어나지 않으며, 고통은 지나가는 고통으로 환원되지 않는 근본적 실존 경험으로 드러난다.
5. 소년이 온다 (2014. 창비) :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 신원 미상의 주검, 묻힐 수 없는 주검을 보며 안티고네의 기본 모티브를 떠올리게 된다.
6. 흰 (2016. 문학동네) :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인물에게 헌정하는 서정시이다. 작가의 시적 스타일이 다시 한번 두드러진다.
7. 작별하지 않는다 (2021. 문학동네) : 응축된 듯 정확한 이미지로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집단적 망각 상태를 드러내고 트라우마를 공동 예술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친구들의 끈질긴 시도를 추적한다.
이렇게 7권의 작품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언급한 그녀의 대표작이고, 작가 본인은 자신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이 중에서 두 작품을 우선 추천한다. 그녀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채식주의자>를 추천하는데, 두 작품이 국제적인 문학상의 수상작이라는 점과 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영어로 번역된 작품임을 고려해서 추천한 듯 하다.
그녀의 작품이 노벨 문학상 에디션으로 출간되면 구입할 의향이 있는데, 작품마다 출판사가 달라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노벨 문학상 정도면, 출판사들 간의 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다니, 우리도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니,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