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셀름 그륀의 종교란 무엇인가 - 안셀름 그륀 신부에게 던지는 75개의 질문
안셀름 그륀 지음, 신정훈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종교 영역의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안셀름 그륀 신부의 답변이지만, 단지 개인의 견해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학에 기초한 답변이다.
하느님께서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는 사랑이십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그러하지 못할 때는 상처받고 실망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감정을 뛰어넘어 영혼의 바닥에 도달하면 그 누구도 앗아 갈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합니다. 이는 끊임없이 흐르며,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결코 외롭거나 고독하다고 느끼지 않게 됩니다. - P70
우리는 삶의 길을 보여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그분의 생애를 묵상하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힘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는 환경에서 삽니다. 예수님께서 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시는지는 내가 그분을 받아들이는지, 거부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 관심이 없거나 무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그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94
인간 원죄의 본질은 하느님처럼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나 자신이 하느님이 되어 누구에게도 매여 있지 않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를 하느님이라 생각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지 못할 뿐더러 그들을 억누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과 무상성, 결핍에 눈 감아 버립니다. - P125
여기서 신앙은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 깊이 통찰하는 이는 다른 새로운 삶으로 나아갔음을 체험합니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는다."(요한 5,24)라는 말씀처럼 신앙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끕니다. 이는 죽음 이후의 삶뿐만이 아니라 새로워진 지금의 삶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믿음은 새로운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어디에서든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 P133
교회는 여러 책을 성경으로 확정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나에게 이 성경 말씀을 통해 말씀하시며 마음을 움직이십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때때로 성경 말씀을 읽고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내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하느님 상과 자아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온전히 답할 때까지 하느님의 말씀과 씨름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내 자신과 진정한 친구가 될 것입니다. - P175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에서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을 참작하여 교회를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으로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순례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지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비신앙인들과도 함께 순례합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순례하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지친 순간에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이들, 길을 잃었을 때 옳은 길을 가르쳐 주는 이들, 원하는 목적지까지 함께하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교회의 의미입니다. 교회는 함께 그리스도인의 길을 가는 모든 이의 신앙 공동체인 것입니다. - P204
또한 그리스도교 신학에서는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진술은 명료하지 않습니다. 지상에서의 삶과 유사한, 죽음 이후에 이어지는 삶은 없습니다. 오히려 죽음은 인간의 완성입니다. 죽음 이후에는 더 이상 시간이 없고 영원만이 있을 뿐입니다. 죽음으로써 인간은 하느님과 결합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인간은 영원히 삽니다. 영원은 오랜 시간이 아니라 가장 높은 현존으로 이해됩니다.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자신이 되고 온전히 현재 안에 머무릅니다. 그때에는 과거도 미래도 더 이상 없습니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그 모습을 갖추었지만 이제 온전히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 P212
이러한 인간과 창조된 세계에 하느님의 영이 현존하신다는 것을 느끼는 내적인 태도가 그리스도인의 본질을 형성하며 다른 이들과 구분되게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세상을 그리스도의 영으로 채우고 변화시키기 위해 점점 더 예수님의 영이 우리를 관통하실 수 있도록, 그분이 더욱 빛나시도록 노력합니다. - P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