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좀 엉뚱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나는 이 책을 읽기전에 제목을 듣고는 그 노래가 먼저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 에 삽입된 노래.

난 춤을 추고 싶어 춤을 추면 내 온몸에서 열이나
난 꿈을 꾸고 있어 꿈속에서 난 빛으로 변했어

난 내가 아닌가봐 내 몸은 허공에 떠 있어
내 몸속엔 빛이 가득 찼어 갈 수 있어 너의 기억속으로
열이나 온몸이 열이나 난 춤추고 있어
가벼워 온몸이 가벼워 난 꿈꾸고 있어
나는 너야 너는 나야 너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난 하늘을 날고 싶어 자유로운 세상으로 날고파
난 내가 아닌가봐 내 꿈은 날아가고 있어
내 몸속엔 빛이 가득 찼어 갈 수 있어 너의 영혼속으로

(기회되면 들어보시길)

책을 놓고 뜬금없이 상관도 없는 노래 얘기냐, 라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내게는 이 두가지가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원더풀데이즈를 꿈꾸는 것과 내가 춤을 추며 혁명을 꿈꾸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가득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것이니까.

사상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굳이 좌파라는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하고 함께 어우러져 신명나게 어깨춤 출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무척 색다른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 재미있어진다.

그저 흥겨운 댄스풍의 월드컵 노래로만 알고 있었던 첨바왐바의 노래들이 실제로는 영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하나의 상품처럼 쓰이는 체 게바라의 사진이 사실은 사진작가 꼬다르의 작품으로 그가 유일하게 소유권을 요구했던 것은 체의 사진을 영국의 한 보드카 회사에서 광고로 썼을때뿐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야기들도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조근조근 얘기해주니까 훨씬 더 쉽게 이해되고 그 뜻을 알 수 있어 좋다.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인터넷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종교까지 세계관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아주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고 있으니 굳이 '투쟁하자!'라는 전투적인 용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또한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점이고, 또한 다른 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춤을 추고, 꿈을 꾸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이 혁명인 것이다. 그런 멋진 미래의 상상은 얼마나 멋진가. 나는 혁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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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구판절판


당신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사막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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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 조토에서 마그리트까지 교양으로 읽는 세계명화
노성두.이주헌 지음 / 한길아트 / 2006년 5월
품절


우리는 왜 아름다운 그림에 이끌리는가?


노성두는 13-14세기 편과 15세기 편, 엘 그레코를 제외한 16세기 편, 조르주 드 라 투르, 니콜라 푸생, 디에고 엘리자베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를 제외한 17세기편, 그리고 18세기 편에서 필리프 오프 통계를 썼습니다.

이주헌은 16세기 관에서 엘 그케코를, 17세기 편에서 조르주 드 라 투르, 니콜라 푸생, 디에고 벨라스케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를, 필리프 오토 룽게를 제외한 18세기 편, 그리고 19세기편과 20세기 편을 썼습니다.

시대별로 글쓰기가 이루어져 있는데, 중간중간 이처럼 흥미로운 글도 섞여들어 있다.

내가 좋아라~ 하는 그림이 책 두쪽에 걸쳐 실려있고.

이 작품의 탁월한 예술적 청취는, 그 긴장과 대립의 표정 위에 짙은 휴머니즘의 향기가 뿌려져 있다는 데 있다. 사실 그려진 인물들은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라를 구한 영웅이나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영웅적인 투쟁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다. 비록 빵 한조각을 놓고 벌이는 투쟁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의 투쟁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들은 스스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조건 아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가난과 고난은 결코 그들을 비루한 인간으로 전락시키지 못한다. 그들은 그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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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구판절판


"책을 읽는다는 건 고독한 행위고, 또 시간도 걸리잖습니까. 그런데 일본사회는 바빠요.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느긋하게 책을 읽을 시간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책 따위는 읽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91-92쪽

예를 들어 제가 상사에게 회식에 못가겠다고 한다고 해요.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저번에 줄 서서 산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거든요'라고 거절합니다. 상사는 쓴웃음을 짓기는 하겠지만 '못 말리는 녀석이군. 저녀석 오타쿠라니까' 하고 말죠. 하지만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책을 읽고 싶거든요'라고 거절하면 어떨까요? 상사는 틀림없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거고, 저에 대해 반감을 가질 겁니다. 비디오 게임은 획일적이고 본인의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안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남들과 다른 일을 생각하는 사람, 혼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간주됩니다. 상사의 처지에서 보면 '저 녀석, 내가 모르는 데서 나 몰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같은 식이죠. -91-92쪽

요즘 '가치관의 다양화'니 뭐니 하지만, 저는 완전히 양극화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다양함이 존재하는 세계와 대다수의 보수적인 세계. 그 대다수의 보수적인 세계, 제가 지금 있는 환경도 그렇지만요, 그 세계는 지금 롤러로 밀듯이 무조건 한 가지 색깔로 칠해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수파에 속하는 평균적인 일본인은 다양한 쪽 세계의 사람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자기하고 같은 보수파에 속하는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은 미워합니다. 혼자서 다른 걸 하지마., 혼자서 다른 걸 생각하지 마, 하고 말이죠. 일본 사람은 인간관계를 귀찮아하면서도 또 고독에는 굉장히 약하지 않습니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다 함께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있는 셈이에요. 저 사람도 나하고 같은 일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난 고독하지 않아, 그런거죠. 그래서 자기만 다르다든지,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다른 일을 한다든지 하는 일에 많이 민감한 걸 겁니다"
-91-92쪽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무서운 이야기예요. 이 정도까지 모든 게 다 시각화된다는 건 획일화를 조장하는 일입니다. 원본을 접할 기회도, 접할 필요도 없어요.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으니까요. 난해한 철학책이나 두꺼운 세계문학전집도 해설서나 축약판이 나돌아다니죠. 책 따위는 읽을 필요없어, 자, 여기 이렇게 간단한 게 있잖아, 같은 식이거든요. 읽지마, 봐, 라고 말이에요. 다 함께 똑같은 걸 보자, 그런 거예요"

-9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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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6-08-11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구절에 밑줄긋기 하러 들어왔다가 추천만 하고 갑니다. 저 구절의 "일본"을 "한국"으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지요? 슬프지만 나이 들면서 남한테 책 읽는다는 이야기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TV얘기 하면 화기애애해지지만 책 얘기하면 혼자 튀면서 분위기 썰렁해진달까;;;; 어쨌든 같은 부분을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좋으네요. 서재에도 한 번 놀러가야겠습니다.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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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건 주머니 속의 동전 한 닢이 전부였다. 나는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앞면이 나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필코 영국으로 갈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콜리어스>에 내 처지를 설명하고는 전도금을 되돌려 주리라.
공중으로 동전을 튕겨 올렸다. 결과는 뒷면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까짓 동전에 나의 미래를 내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10쪽

보도 사진가로 산다는 것과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이 서로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 보았다. 병사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장면은 빠뜨린 채 그저 한가하게 비행장 주변에 앉아 있는 모습만 찍은 사진은 사람들에게 진실과는 동떨어진 세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전사자와 부상자까지도 여과 없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내가 감상에 빠지기 전에 그런 장면들을 한 통의 필름에 담아두길 잘했다는 판단이 섰다.



-47쪽

군의관실은 교회에 딸린 고아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직 군의관이 내게 자기 침대를 내줬다. 그날 밤 그에게는 잠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군의관과 나는 식사를 함께 했다.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수녀원장의 인솔을 따라 고아들이 열을 지어 교회 뜰 안으로 들어왔다. 고아들은 행진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바로 '소년 파시스트의 노래'였다. 커피를 앞에 놓고 잠깐 졸음에 빠졌던 군의관이 눈을 번쩍 뜨고는 큰 소리로 통역관을 불렀다.
"수녀원장에게 가서 저 따위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해. 지금 나더러 미국 식량을 먹여가며 미래의 파시스트를 기르란 말이야? 즉시 대열을 풀고 보통 아이들처럼 노는 법을 가르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고아들 점심은 없다고 분명히 말해"
한동안 설전을 벌인 끝에 수녀원장은 교회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아이들은 마치 들판의 인디언처럼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하나의 새로운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잠시동안 군의관은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긴장한 표정을 하고 벌떡 일어나서는 수술실로 달려갔다.-121-123쪽

내 머리 바로 위로 포탄이 날아다녔다. 박격포탄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순양함은 쇳소리를 내고, 장갑차는 삑삑거리는 고음을 내며 서로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독일군 박격포도 휘익 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서 불과 100미터도 안되는 언덕 위에 떨어졌다. 나는 덤불 속으로 더 낮게 머리를 파묻었다. 태양이 내 등을 비추어 따뜻한 온기가 전해왔다. 불현듯 '아! 공중을 날며 노래하는 것이 새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133쪽

셸부르의 독일군 사령관인 칼 폰 슈리펜 장군으로, 그는 우리가 생포한 최초의 고위급 독일군 포로였다. 나는 그의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포즈를 취해주지 않았다. 그가 부관에게 말했다.
"언론의 자유랍시고 떠들어대는 미국신문이라면 지긋지긋해."

나도 독일어로 한마디 응수했다.

"나도 이제 싸움에 패한 독일군 장군을 찍는 일에는 넌덜머리가 납니다"

내 말에 격분한 그가 나를 향해 홱 돌아섰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았다. 아마도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나올 수 없으리라!-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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