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건 싫건 어린 시절 각인되어버린 그 무엇을 짊어진채, 사람들은 수많은 괴로움과 얼마되지 않는 잗다란 기쁨으로 수놓인, 인생이라는 긴긴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 인생을 인내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은 어린 시절 몸과 마음에 깊숙이 아로새겨진 그 무엇이다.- 저자후기에서


어딘지 모르게 어린 시절의 책읽기에 대한 추억과 감성이 닮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책을 읽었다.

유난히 운동을 싫어하고 - 못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 내 부모에 대한 환상, 내 친부모는 다른 누구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확실하지 않지만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으며 ‘울어서는 안된다’는 소년의 결심에서 오히려 책을 읽던 나는 눈물을 뚝뚝흘렸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독서편력과 성장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 성장기, 어린 시절의 그 느낌들.

이것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온전히 동화될 수는 없지만 깊은 공감을 가지며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리 기억할 만한 것이 없다. 어린이날이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는 것은 다 커서야 알았고,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던 세대인 나는 학년이 올라가 오후에 학교에 가야하는 날은 죙일 라디오 앞에서 시간을 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가끔 책이나 혼자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놓치면 학교엘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가슴졸이며 라디오 시보만을 기다렸던 그 오후의 기억만 뚜렷한.

그렇게 가난한 맞벌이 집안의 막내로 자란 쓸쓸한 기억이 내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눈과 머리는 글을 따라 가고 있었고 마음은 거꾸로 내 어린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저자의 말처럼 어린시절 몸과 마음에 아로새겨진 그 무엇인가가 꼼지락거리며 기어나왔다. 누구나 다 어린시절의 특별한 추억거리가 있겠지만 너무도 다른듯한 환경이면서도 어쩌면 이리 비슷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지으며 나의 추억을 되살려보게 되었다.

내게는 각기 다른 성향의 오빠들이 있었고, 책을 좋아하는 오빠는 나의 책읽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다른 오빠는 온갖 잡기, 바둑이나 장기 심지어 카드놀이까지 꼼꼼히 가르쳐주면서 나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였었다. 한참 태권도를 배울 때는 내게 발차기 연습까지 하였던가....

그런 일상에서 커가면서 읽었던 책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책을 언니에게 선물 받은 것도 생각난다. 직장을 다닌 언니의 첫 월급으로 내가 사달라고 했던 책은 읽을때마다 그 느낌이 새로운 어린왕자였는데...

그때 언니가 사 준 책은 영어공부도 하라는 뜻으로 영어판본과 번역본이 같이 있는 영한문고판 같은 책이었다. 누렇게 뜬 책이지만 지금도 갖고 있으니 벌써 이십여년쯤 전 책이 되어버렸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양장본의 어린왕자책도 있고 들고다니며 읽기 쉽게 나온 자그마한 어린왕자 책도 갖고 있지만 그 누렇게 뜬 책이 더 정감어린 이유는 ‘언니가 사 준 책’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겠지?


이 책에는 내가 읽은 몇권의 책 이야기를 빼놓으면 전혀 알 수 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생뚱맞게 읽게되는 것은 아니다. 책 이야기를 하며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공감과 연대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내 마음과 통했던 것일까? 새로운 부임지로 떠나시는 수녀님에게 망설이다 이 책을 선물했더니 훑어보시고는 ‘감동적일 것 같다’는 말씀을 하고 가셨다.

그래, 어쩌면 나도 그랬는지 모른다. 이 책의 부제는 ‘서경식의 독서편력과 영혼의 성장기’인 것처럼 그의 독서편력과 영혼의 성장을 따라가며 나 자신을 투영시켜 보고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인지도. 

아니, 이런저런 이유를 모두 버리고 한 영혼이 지나 온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고 감동받을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독서와는 관계없이, 거창하게 식민지의 역사를 지나 재일교포로 살아야 했던 소외된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과도 관계없이 그저 내가 지나온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나의 인생을 지탱하게 하는 그 힘의 원천을 떠올리게 된다면. 물론 내게는 단순히 어린시절의 추억에 잠겨 떠올리는 감상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닌 식민지배의 역사속에 조국을 떠나 돌아오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이들과 분단상황에서 일본에서 지낸 한 가족의 역사가 더 깊이 새겨져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이따금, 위기를 모면하고 용케 책장과 서랍속에 살아남은 낡은 책들을 펴들 때가 있다. 낙서와 손때로 지저분해진 책을 한 장 한 장 들추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기뻐하고 슬퍼하던 감정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어수선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성장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자부심과 열등감, 희망과 실의가 격렬하게 교차하던 그 나날들이.(p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을 나는 교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5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읽었던 책만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는 나를 보면서 이것저것 책을 권해준 것은 나와 여덟살 차이나는 오빠였고 그 첫번째 책이 바로 하늘을 나는 교실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재미없을 것처럼 이어지는 저자의 서문 때문에 그 책을 슬며시 놔버렸었다.

그리고 언제 읽게 되었을까?

떠오르는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날엔가 혼자 집을 지키며 있을 때 하늘을 나는 교실을 집어들었고 그 책을 읽으며 너무 슬프게 울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아마 눈 쌓인 운동장에서 마르틴과 유스투스 선생님이 나눴던 대화를 읽으면서였겠지.


어른이 되어 또 나는 한밤중에 이불 뒤집어 쓰고 울면서 책을 읽었다. 꿈많은 소년들의 활기찬 모습과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용감히 나서는 모습, 친구들과의 풋풋한 우정, 그리고 선생님. 나도 어릴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유스투스 선생님처럼 정의롭고 마음 따뜻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내게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둥지같은 어른이라도 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또 지금의 내 모습이 슬퍼진다.


이제는, 다시 또 이 책을 읽게 될 때에는 이불 뒤집어 쓰고 슬피 우는 것으로만 끝나지 말고, 글귀 하나하나에 찡한 감동을 받는 것으로만 끝나지 말고 나도 조금은 유스투스 선생님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어른이 되어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의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것은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나고 있는 지금 현재가 소중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 꿈과 희망과 용기를 갖고 힘껏 날아갈 수 있게 티끌만큼의 힘이라도 되어주는 어른이 된다면 나는 충분히 어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주치다 눈뜨다 - 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지승호 지음 / 그린비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내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소설책은 금방 읽는 편이어서 여러권을 줄줄이 엮어 얘기하는데 그 외의 책은 조금씩 여러날을 읽기때문에 선뜻 어떠한 책을 읽는다라는 대답을 못해준다.

엊그제 오랫만에 후배를 만나 저녁과 차를 마시며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일상얘기가 끝나니 공통적으로 늘어놓을 만한 이야기꺼리가 없는거였다. 최근에 본 영화얘기로 시작하다 결국은 요즘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소설책이 없냐고 물어본다. 내가 요근래에 읽은 책이 뭐드라....?
골똘히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지금 읽는 책이 뭐냐고 묻는다.
'아, <마주치다 눈뜨다>라는 책이야'
'아휴~ 요즘 책들 제목은 정말이지~'하고 말하는 후배를 보니 좀 당혹스러웠다.
'마주치다 눈뜨다' ㅎㅎ
정말 멋진 연애소설 제목같다는 생각을 그때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래, 연애소설과 다를 것이 뭐 있나.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
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감동적으로 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런가보다...하며 넘겨버리고 있지 않는가? 여전히 편향된 시각으로 인터뷰책을 읽고 끝낸다면 이 책을 왜 읽어?
아마 나는 스쳐 지나가며 잠시 마주치기만 했을 뿐, 진정 지혜의 눈을 뜨지는 못했나보다. 게다가 이미 인터뷰의 시기가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그 전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과거사 청산과 자주 평화통일의 문제는 남아있고 지금도 연일 군문제는 내가 사는 자그마한 섬지방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우리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데모만 하던 놈들이 지들 버릇 못버리고 국회에서도 고함만 지르면 되는 줄 아는 정치인들이 냉철함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해 그저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제발 좀 모두가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한 방송사 프로그램중에 '눈을 떠요'라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인터뷰집이 우리들의 토론문화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정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제, 문화, 종교... 다른 많은 분야의 인터뷰집을 내어 진정 우리가 한국사회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 그냥 넘어가기 싫은 이야기 한마디.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니 놀라지 마시고... 책을 읽으려고 펴든순간 반으로 쩍 갈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제본이 제대로 안된듯하다. 갈라져버린 부분은 책장을 넘기다보면 낱장으로 떨어져나가버리니 영 보기가 싫다. 한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라해도 제본은 제대로 하는데... 신경 좀 써주시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5-01-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높은데요. 매너리스트님 지난번 책 방출 때 이 책 내놓으셨던데, 로드무비님 가져가셨더라구요. 오늘 운빈현님 이 책 구했다고 자랑하시던데, 매너님 책 방출 때 얼른 집을걸그랬나 봐요. 난 도무지 이 방면엔 마음이 안 가서리 굼뜨네요. >.<;;

chika 2005-01-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별점은 다섯개를 주고 싶은데, 책도 갈라져버렸는데다가 (^^;;) 조금 미진한 인터뷰가 한두개 있어서랍니다. 저는 다른님들 책방출때 이미 있는 책이 많이 나오면 괜히 아쉬워요..히히~ ^^;

로드무비 2005-01-3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스텔라님, 매너리스트님이 아니라 갈대님이었어요.
마태우스님이 하도 재밌게 리뷰 써 올리셔서 꼭 보고 싶었던 책이거든요.
너무 재밌으면 스텔라님께 빌려드리든지 드리든지 할게요.
치카님 리뷰 잘 읽고 가요.^^

chika 2005-01-3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어요. 재밌다는 표현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딱딱하지 않고 연애소설 읽히듯 술렁술렁~ (가볍다는 뜻은 아니고요. ^^;;) 잘 읽혀요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 말, 당시 한국에서 영어의 몸으로 고생하고 있던 셋째형이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닌 사명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서재나 연구실에서 씌어진 말이 아니었다. 고문이 가해지고, 때로는 '징벌'이라 부르던, 수개월간이나 계속된 독서금지 처분을 당하던 상황에서 써 보낸 편지였다.
나는 곧바로 형의 이 말을 나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항변의 여지가 없었다.
한순간 한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없는 자기연찬 自己硏贊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돼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있는 것은 아닌가......-14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술탄 앞에서 시합을 벌인 두명의 의원 가운데 분홍색 카프탄을 입은 한 명이 코끼리를 죽일 만큼의 독성이 강한 초록색 알약을 만들어서 푸른색의 카프탄을 입은 다른 의원에게 주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먼저 독이 든 알약을 먹고, 곧바로 푸른색 해독제를 꿀꺽 삼킨 다음 달콤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그가 경쟁자에게 죽음을 맛보게 할 순서가 되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천천히 분홍색 장미를 ™어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어둠의 시를 속삭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하게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에게 장미향기를 맡으라고 내밀었다.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은 장미 안에다 속삭인 시의 힘이 너무나 두려워서 향기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 장미가 코에 닿자마자 겁에 질려 죽고 말았다.-11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2-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2-1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추천이 6개씩이나 있었나, 생각중입니다. 저거 몽땅 땡스투일까요? 돈 번건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