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고양이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일제 빌제

누구도 원치 않지

요리사가 집어다가

아궁이에 처넣지

 

일제 빌제는 가짓과의 독초라고 한다. 그리고 일제는 11월의 고양이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름때문에 그렇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제는 그 말에 상처를 받는다. '누구도 원치 않지'

아, 나는 그 순간부터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나의 이름을 갖고 놀리거나 비웃지 않았다. 하지만 왜 나는 '누구도 원치 않지'라는 말에 이렇게 깊이 공감해버리고 있을까.

 

11월은 왠지모를 쓸쓸함을 전해준다. 10월이 가을의 풍성함을 느끼고, 12월은 한해의 마지막이지만 성탄의 즐거움이 있는데 11월은 가을이 지나 나무도 헐벗고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는 느낌때문인지 더욱더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뿐이다. 그래서 괜히 그 어감만으로도 11월의 고양이는 왠지 슬퍼보인다.

물론 11월의 고양이는 그런 감성적인 느낌뿐만이 아니라 살아남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까다로워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더 슬프다. 그처럼 일제도 외롭다. 아버지는 새 부인과 결혼을 하며 집을 나가버리고 생활이 어려운 엄마는 자신의 불행을 탓하며 일제에게 사랑을 주지 않고, 두 오빠는 모든 심부름과 집안일을 일제에게 떠넘기며 구박할 뿐이다. 할머니는 일제가 아닌 언니 마르가를 택하여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을 받으며 선생님에게는 말썽꾸러기 낙제아로 찍혔버렸다. 그런 일제에게 '누구도 원치 않지'라는 친구들의 노래는 일제를 더욱더 슬프게 만드는 무기가 되고만다.

 

나는 그럴수록 더욱더 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움츠러들며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숨어 지내고만 있었을것이다. 실제로 나 자신은 그랬고,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현실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일제의 시간에도 기적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때문이었을까. 일제의 따돌림의 상처가 꼭 나의 것만 같았던 것은.

하지만.

 

쓰레기 더미에서 11월의 고양이를 발견하고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일제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여러 시도를 해 보는 일제의 모습뿐 아니라 그녀의 그런 모습에 반응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사랑스럽게 변해가고 있는 듯 하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11월의 고양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존재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제의 존재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일까?

별다를 것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 삶에 찌들어있지만 그것 자체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인 것이고, 그러한 일상이 언제나 불행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11월의 고양이를 통해 볼 수 있게 될까?

기적이 일어나는 11월이 아니라 11월의 그 모습 그대로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모두를 보게 되는 일제의 이야기인지, 당신에게도 그러한지 궁금해진다.

누구도 원치 않는, 그런 존재는 없다는 것을 믿게 되는 12월을 맞이하게 될지 역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문번호 001-A473987935 엄청난 쿠폰을 기대하면서 장바구니를 채워나갔는데... 아무래도 평소 문학동네 책을 너무 많이 샀나봅니다. 그것도 분야별로 골고루. ㅠㅠ 구간도서도 장르별 도서도 이미 갖고 있는 책들이 많아서 할인쿠폰이나 적립금 혜택을 많이 못받았지만 그래도 문학동네 이십주년 기념인데! 장바구니 채우고 이벤트 응모도 해야겠지요? ㅎ 주어진 박스에 책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구입을 회피하던 시집을 담고 좀 찬찬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문학동네 물류창고라니!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 만약 이벤트 당첨되어 가게 된다면 비행기도 타야되고, 서울사는 조카들 용돈도 줘야되고... 책값만큼이나 비용지출이 있겠지만 뭐.. 물류창고를 합법적으로 털어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은거니까 흥미로울 듯 합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hika 2013-12-2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서재에 등록되는 거 해제확인을 안했;;;;;;;

아무튼. 지금 문학동네 이벤트 중;;;
 

 

 

 

 

 

 

 

 

미미여사, 히가시노 게이고, 교코쿠에 이어 또.... 지금은 가만 있어도 오싹하게 추운 겨울 아닌가? 그런데 어째 이 추운 겨울에 장르소설의 대가들 작품이 마구 쏟아져나오는 걸까. 괜히 읽고 싶어지게시리.

 

장바구니를 마구 채우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엊그제도 구간도서를 마구 쓸어담다가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 했더니 오늘은 결제할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미 집에 읽지 못하고 쌓아둔 책만으로도 이번 겨울뿐 아니라 내년 겨울도 나겠는데. 어쩌랴.

 

 

 

 

 

 

 

 

사실 그보다는 교종프란치스코께서 발표하신 서한문을 읽는 것이 이 겨울을 나는 바람직한 자세일진데, 어찌 그리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혹시나 해서

 

 

 

 

 

 

 

 

 

 

 

 

 

 

 

 

뉴스가 지겹다기보다는 뉴스쇼를 보는 것이 화가난다!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런데 엊그제 철도파업뉴스를 보면서 어머니와 대화를 하고, 어머니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꼭 같이 뉴스를 봐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아, 근데 그럴라면 내가 완전 화나는 걸 많이 참아야하는데 어쩌나. 그래도 우리 서로의 의식화를 위해, 참아야겠지.

이 책들의 제목을 보니 참말로. 세상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근본적으로 자꾸만 되풀이되고 있기에 아직도 이모양일뿐인걸꺼다.

 

 

 

 

 

 

 

 

 

 

유전학의 역사는 초파리가 바꾼다지만 인류의 역사는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일들로 바뀌기도 할것이다. 우리의 분단이 그럴것이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그럴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통해 바뀌기도 할 것이고.

나 역시. 여행을 떠나고 삶이 바뀔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추운 겨울에는 역시 연작소설. 혹은 만화. 지금 읽고 싶은 건 호시노 유키노부 작품. 근데말야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구입한 하나오도 읽지 않고 래핑한채 그대로 방바닥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판국에. 아, 그래도 올해가 가기전에 장바구니를 하나 만들어내고 싶은. 아니, 근데 올해도 다 갔구나, 싶지만 아직 일주일도 더 남았어. 시간이 너무 빨라, 라고 하지만 책을 구입할때만큼은... 왠지 길게 여기게 되면서도 지나고나면 짧은 시간에 엄청 구입하고야마는 것 같은.

아니, 그래도 오늘은 일단. 참아야겠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게 뭔지. 모르겠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번째 질문.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 그래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 번째 질문, 책 읽는 습관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네 번째 질문.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다섯 번째 질문.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여섯 번째 질문. 평생 얼마큼의 책을 읽을 것인가?

일곱 번째 질문, 책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책을 구입하려고 서둘렀지만 오늘은 일단 구매보류. 장바구니에 마구잡이로 집어넣는 것조차 여유가 없다.

사무실에 쌓여있는 책박스 하나를 허물어 몇권을 집에 갖고 가려고 가방에 담아넣는데 제발트의 책띠가 눈에 화악 띈다.

 

 

 문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있는 중.

 

 

 

 

 

 

구입하고싶은 책, 구입해야하는 책, 구입했지만 기념품때문에 또 구입하고싶은 책, 그냥 눈에 띄는 책...책들이 많은데.

오늘 읽으려고 들고 온 소설 책 두 권이 나를 비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듯한 이 싸한 느낌은 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당에 갔다가 내년 부제품을 준비하는 신학생을 만났다. 내가 그 신학생을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1학년때였으니 벌써 20여년이 지났구나. 어렸을때부터 본 녀석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애처럼 보이기 마련인지 정장 양복을 갖춰입고 성당에 나타난 신학생은 왠지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해보였는데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저 멋있다는 칭찬만 할 뿐이었다. 선배의 조카로 알고 지내다가 성당 주일학교에서 선생님이 되어 만나고 이제는 머잖아 신부님으로 만나게 되겠지. 오늘 인사하면서 농담처럼, 부제품을 받고 나면 막말도 쉽게 못하니 못본척 피해다녀야겠다고 하며 웃었지만 어렵게 대해야 하는 사이가 아니니 그런 말도 할 수 있는것이었겠지?

 

문득 그 신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주일학교 담당교사를 발표하는 시간에 내 이름이 호명되자 머리가 커진 녀석들은 '에이~'하면서 노골적으로 실망스러운 소리를 내뱉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랬던 녀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면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하곤한다. 원리원칙을 따지고 열정은 있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융통성을 찾기 힘들던 교리교사 시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 대립하듯 날 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때가 내 모든 정성을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쏟아넣던 때였음을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있기 전에 어쩌면 그때의 아이들이 더 먼저 깨닫고 내게 다가와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 누나라고 크게 부르는 녀석들을 보면 더 그런 확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맙다.

 

폴리나,는 내게 자꾸만 보진스키 선생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폴리나의 이야기는 그녀의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고통, 상처와 아픔, 노력과 새로운 도약의 삶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만 그 지난한 세월속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 보이는 아니, 오히려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 듯 보이는 보진스키 선생님의 모습은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후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커다란 감동으로 느껴졌고, 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선생님이 어떤 분인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폴리나의 이야기는 여섯살에 유명한 보진스키 발레 아카데미에 입단테스트를 하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날 폴리나는 보진스키 선생님으로부터 뻣뻣하다는 말을 듣는다. '6살 때 유연하지 않은 사람이 16살이 되어서 유연해질 수는 없는 법이지. 유연성과 우아함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는 말은 폴리나의 발레 인생에 대해 의심하게 하지만, 특별 케이스로 그녀는 보진스키 선생님에게 발레를 배우게 된다.

"춤은 예술이다.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지. 댄서는 타고나는 거다. 그리고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지. ...우아하고 유연해 보이지 않으면 관중들에겐 네가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 보일거야"

보진스키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서 폴리나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지만 자신을 후회하게 만들지 말라는 엄격함은 폴리나가 그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춤에 대한 이해도 어렵게 할 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신의 춤에 대한 이해를 하기 전에 보진스키 선생님을 떠나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폴리나는 혼란을 겪고 그 과정을 잘 이겨내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과 실연은 그녀의 삶에 또 다른 전환점을 갖게 한다. 그리고 몇년의 시간이 흐른 후 놀라운 성장을 한 그녀는 비로소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는데...

 

간결한 선과 인물의 묘사에서 예전과 똑같은 모습의 보진스키 선생님이 폴리나의 마음을 듣고난 후 묘사되는 백발과 주름진 얼굴은 그 기나긴 세월을 보여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내면으로는 여전히 어린 폴리나를 제자로 생각하며 지켜보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내가 너와의 관계에서 모든 걸 망친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위로한단다..."

어떻게 보면 그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는 폴리나의 이야기는 격한 반전이 없지만, 그 짧고 무덤덤히 그려지는 컷은 무심히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하게 감정 표현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컷 사이에, 조금은 생략되어있는 듯한 표현 사이에 전해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속에서 더 커다란 감동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 폴리나를 읽으면서는 그렇게 폴리나와 보진스키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바라보고 있지만, 두번 세번 읽어보게 될때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다시 한번 슬쩍 훑어보면서는 폴리나의 삶의 여정을 생각해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왠지 모르게 뒷부분으로 가면서 봇물터지듯 터져드는 감동이 폴리나를 다시 보게 한다. '나는 춤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라고 말하는 이에게도 추천을 해 주고 싶은 댄서 폴리나의 이야기는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지만 앞으로 또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 싶어지게 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