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저처럼 고서적상 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책 매입의 대부분을 고객에 의존하고 있는, "그런 건 장사가 아니고놀이야"라고 놀림받는 가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길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굳이 길에서 벗어나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순간을 헌책방이나 이끼 관찰이 만들어 낼 수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거대한 책의 바닷속에 있는 한권의 책과 한마디 언어가 지금 여기 끼어 있는 이끼처럼 먼미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망상에 빠져 있을 수있는 곳, 바로 이곳이 고작 동네 헌책 장사일 뿐인 제가 기댈 수 있는 이곳,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헌책방입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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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꽉 차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늘과 구석에 마음을 쓰고, 우리 생활과 정신에 깊숙하게 얽혀있는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제가 이끼에 끌리게 된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그리고 이끼든 변형균이든 일상에서 별로 사람들 눈에띄지 않는 존재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 다양성과 생태가 놀랄 정도로 드라마틱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큰 차이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은화식물(또는 민꽃식물) 중의 은화식물 이라고 불릴만 합니다.
이끼 식물은 정식 명칭으로는 ‘선태류‘라고 하는데 뻐꾹이끼 등으로 대표되는 선류와 우산이끼 등의 태류, 그리고 여러 종류의 뿔이끼류를 포함합니다.
한편, 오래된 나무줄기와 돌담 등에 딱 붙어 있는 녹회색이나 탁한 황색의 이끼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지의류라고 하며 물속에 생기는 녹조와 가까운 생물입니다.
우리는 이끼가 끼는 곳이라고 하면 금방 숲속의 어둡고습한 장소를 떠올립니다. 분명 대부분 이끼가 그런 곳을 매우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만, 뜻밖에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이끼는 어디에서든 생겨납니다. 이름 그대로 주위의 녹색이끼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은백색이라서작은 종류지만 멀리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은이끼는 비교적 별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고, 가혹한 환경에도 별 어려움없이 적응할 수 있는 매우 강한 종류입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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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을 너무 오랫마에 읽은 모양이다. 첫 시작부터 피가 넘쳐나고 있어서 솔직히 잠시 망설였다. 생각보다 피가 너무 낭자한 장면들이고 시체 썩는 냄새와 맛이 느껴지는 듯한 묘사가 계속 될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에필로그만 읽고 책을 덮었다. 

아니, 그런데 그 다음의 전개가 궁금했다. 하필 다이빙 연습을 하러 간 그곳에서 재수없게 살인 장면을 목격한 소년이 맥없이 죽는 것 치고는 묘사가 너무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하. 이 소년은 죽지 않는다.


소년 제이스는 자존심을 건 다이빙에 성공하기 위해 인적이 없는 채석장으로 가 다이빙 연습을 한다. 성공적으로 입수를 끝내고 나서려는데 물 속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기겁을 하지만 죽은지 오래지 않은 시체의 모습에 어쩌면 살인자가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곳에 누군가 찾아온다. 뜻밖에도 그들은 경찰이었고 경찰이 다른 경찰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게 되어버린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게 도망을 치려는 제이스가 무사히 숨어드는가 싶었는데 살인자들은 이미 제이슨이 다이빙을 위해 벗어둔 옷가지를 발견하고 살인의 목격자를 찾아나선다.


바로 장면이 바뀌어 당연히 소년 제이스가 살인자들에게 죽임을 당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제이스는 그 현장에서 살아남아 살인자들에게서 보호받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위장하여 몬태나의 생존캠프에 들어가게 된다. 캠프 운영자는 생존프로그램의 배테랑인 이선 서빈이며 그는 아내 앨리슨과 숲 속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는 제이스가 이선의 생존 캠프에 합류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에필로그와 도입부만을 이렇게 길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을 직접 읽으려는 이들을 위해서이다. 목격증인 제이슨이 끝까지 살아남는지, 그를 도와줄 이선 역시 실전에서 생존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책을 읽어나가며 뜻밖의 장면과 마주하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넘쳐나는 감동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랫만에 늦은 시간에 잠들기보다 책읽기를 우선하게 된 책이다. 그만큼 뒷 이야기가 궁금해 조바심을 내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물론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상영중이니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 


죽어가는 부류.
아니, 그보다 더한 사람,
포기하는 부류.
생존자는, 이선은 아내가 마구간에서 듣고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그러는 대신 딱 멈춰 서서 머리를 굴려대기 시작하지. 관찰하고, 계획도 세우고, 그건 멈추는 거지 포기하는 게 아니야. 포기하는 건 죽는 거나 다름없어. 너희들은 살아남는 부류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부류일까? 그야 차차 알게 되겠지."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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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서점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2
권희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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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서점,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솔직히 나는 그저 단순히 꽃서점이 생각났다. 꽃인테리어가 조화로운 서점인가 정도일뿐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화관을 쓴 고양이 표지는 '이 책, 뭐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했는데 어떤 내용일지 짐작되지는 않았다. 실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책에 대한 홍보 문구와 설명을 통해서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제주 애월의 동네 서점에 대한 시작과 진행 과정을 담은 책이라는 것에 마음이 더 쏠리기는 했다. 


꽃서점 1일차는 오랜 시간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했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출판 외의 다른 일을 찾아보다가 플로리스트로서의 적성을 찾아 꽃집을 운영하다가 제주 애월까지 이주를 해 꽃집과 서점을 같이 운영하게 된 과정을 다 털어놓고 있는 책이다 그저 스토리텔링처럼 업종을 바꾸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성공담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동네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과 그 일에 대한 것을 담고 있어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이 서점이나 북까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자신의 취미생활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같은 마음이라는 일침은 내가 정말 북까페를 하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퇴직을 하면 집 가까운 곳에 작은 까페를 운영하면서 책 인테리어를 하고 소일거리로 식물을 키우면서 제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라껍데기 화분에 다육이나 선인장을 심어 같이 판매를 하면 내 취미도 살리고 소소한 수입도 얻을 수 있지 않으려나... 라는 생각을 가볍게 하기도 했었는데 기획단계에서부터 구체화해야하는 걸 깨달았다. 


동네이 작은 서점이지만 '디어마이블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서점 주인인 권희진님이 스스로 소화해낼 수 있는만큼의 책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무실 근처에 삼십여년이 넘는 서점이 하나 있는데 온라인 서점이 없던 시절에도 그 서점에는 잘 가지 않았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서점 주인이 책을 팔기만 하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신간에 대해 물어보면 답이 없고, 초판을 구하고 싶어 가면 책이 없어 시차를 두고 찾아가보면 없거나 그나마 2쇄가 나와있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서점들이 다 문을 닫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있는 서점이다. 그만큼 서점이 학습서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편집일을 한 경험치가 느껴질만큼 책의 구성은 마음에 쏙 들어온다. 작고 얇은 책이니 금세 읽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내용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알차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도 많았다. 자영업자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도 그렇지만, 디어마이블루 서점과 꽃집을 운영하면서 그곳만의 특색을 잡고 운영하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쯤은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벤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꽃서점 디어마이블루 주인장이 30대 때부터의 꿈인 프라하의 한인민박 주인이 되기를 기원하며 책 한 권을 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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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6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쉽지 않을 듯해요.
그래도 저는 치카님이 북카페의 주인이 되길 더 기원합니다. ^^

chika 2021-05-16 22:38   좋아요 1 | URL
ㅎ 까페는 언니님이 하고 싶어하는것이고. 서점일은 힘들것같아서 나이먹고 될까, 싶습니다. 동네 사랑방하나 만들어서 차마시면서 갖고있는책 나눠읽는 놀이터정도를 고민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