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는 꽉 차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늘과 구석에 마음을 쓰고, 우리 생활과 정신에 깊숙하게 얽혀있는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제가 이끼에 끌리게 된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그리고 이끼든 변형균이든 일상에서 별로 사람들 눈에띄지 않는 존재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 다양성과 생태가 놀랄 정도로 드라마틱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큰 차이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은화식물(또는 민꽃식물) 중의 은화식물 이라고 불릴만 합니다.
이끼 식물은 정식 명칭으로는 ‘선태류‘라고 하는데 뻐꾹이끼 등으로 대표되는 선류와 우산이끼 등의 태류, 그리고 여러 종류의 뿔이끼류를 포함합니다.
한편, 오래된 나무줄기와 돌담 등에 딱 붙어 있는 녹회색이나 탁한 황색의 이끼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지의류라고 하며 물속에 생기는 녹조와 가까운 생물입니다.
우리는 이끼가 끼는 곳이라고 하면 금방 숲속의 어둡고습한 장소를 떠올립니다. 분명 대부분 이끼가 그런 곳을 매우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만, 뜻밖에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이끼는 어디에서든 생겨납니다. 이름 그대로 주위의 녹색이끼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은백색이라서작은 종류지만 멀리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은이끼는 비교적 별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고, 가혹한 환경에도 별 어려움없이 적응할 수 있는 매우 강한 종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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