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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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작가의 공간. 나는 책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거나 혹은 그러한 열망으로 가득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글들이 마음깊이 와 닿을 것 같지만 그러한 마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예상과 다르다며 그냥 술렁술렁 읽어넘겨버리고 마는 책인 것이다. 나는 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굳이 진지하게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물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글을 쓰게 될 때 명확하고 간결하며 깊이가 있는 좋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열망은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언제나 글쓰기만을 생각하며 글쓰기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같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게 이 책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총 8부로 나뉘어 있다. 물리적 공간, 집, 정신적 공간, 정서, 성찰, 상상, 공적인 공간과 실존의 공간까지 크게 보면 실질적인 개념 그대로 물리적인 공간과 의식의 공간으로 나뉘어 그 공간에서의 글쓰기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왠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야 할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일은 없으며 글이 안쓰일때는 평소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바꿔주는 것으로도 새로운 기분으로 글쓰기가 시작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고 조금 더 노력하는 것으로 글쓰기가 이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맞을지 잘 모르겠지만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무엇이든지 잘 될 것만 같은 희망이 넘쳐나는 그런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을 잘 쓰기를 바라기는 커녕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글이 쓰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그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지 현실적인 방법과 효과적인 방법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말마따나 이 책은 가라앉아 있는 창작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는 글이다. 실제로 각 장의 말미에는 실천지침들이 적혀있는데 실행이 어렵지 않으면서 그대로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펜을 잡고 뭔가를 쓰고 싶은 의욕이 넘쳐나게 되는 듯 하다. 글을 잘 쓰는 글쓰기 방법론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에서라도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집이라는 익숙한 일상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공간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든지 가끔을 글을 쓰기 위해 까페로 나가보기도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조금은 예상이 되는 것들이지만 저자의 글은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글쓰기를 회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며 작가로서의 글쓰기가 갖는 의미와 무엇을 쓰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까지 작가로서 가져야 할 글쓰기의 자세에 대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함을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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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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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에서 단지 '우리'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나는 한없이 가벼운 대중적인 보편성을 떠올렸다.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기는 하지만 그런 책의 대부분이 자신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며 느끼는 주관적인 이야기들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의 선택은 그러한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한 것이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서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태어나서 이사만 서른 여섯번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 옮겨다닌 국가만 해도 몇개국일런지.. 저자에 대한 첫느낌은 진짜 길 위에서 생활하는 노마드, 여행 방랑자였다. 그러한 그녀의 여행이야기는 내가 평소에 읽던 낯설고 색다른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담고 있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즐거움과 삶의 벅찬 행복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길 위에서의 여행같은 삶의 이야기, 삶과 같은 여행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국적도 없이 이름도 없이 직업도 없이 친근하길 바란다. 우리의 취향은 옅으므로 당신도 나도 많은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취향이 옅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떠나왔다는 취향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아, 그러니까 나는 미리 짐작하여 우리의 취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책 첫머리에서부터 그녀는 우리의 취향이 옅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나왔다는 것을, 나의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삶과 여행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믿을 수 있었기에 마음편히 책 속으로 그녀의 여행을 따라갔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느껴지지만 그 사이로 또한 그녀의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영국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는 오히려 나의 마음을 더 옥죄이는 듯 했다. 언제나 낯선 곳에서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은 지금도 무조건 피하고 싶은 상황인데 그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를 너무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 자신에게 영어를 알려주었던 이웃집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역시 너무도 담담하게 펼쳐놓는 것을 보니 그녀는 진정한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삶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았을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었는데 항상 길 위에서 지내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이 그녀를 냉소적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에는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는 그녀가 그 어느곳에서든 사람을 만나려하고 그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따뜻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세상 구석구석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마음들을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상상도 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재밌고 나는 제법 괜찮다. 대신 나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힘을 내자'라든지 '일어서야 해'라든지 '나는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같은 말을 일기장에 적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죽는게 조금 덜 두려워졌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해졌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악이나 최고도 아닌 미래를 상상할 줄도 알게 되었고 그 정도만큼 나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도 알게 되었다."(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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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밥을 먹다가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스토리 오브 어스. 영화 내용에 대해 듣고 다들 괜찮을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 근데 어느 한순간.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그 남녀의 차이에 대한 규정의 범주에서 나는 남자쪽으로 기울어져가고 있는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라기보다는 어렸을때의 기억이. 그런 차이가 아니라면. 어쩌면 어린시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는것인지도.

아, 생각하기가 귀찮으니까 그냥 떠오르는대로 마구 떠들어대고 있다. 이거 뭔 말이래,여도. 어쩔 수 없어. 나 자신에게 설명하는것조차 귀찮아. 머리가 멍해지고 있구나.

아니, 그래서말인데. 내가 지금 머리가 멍한 이유는 내과적인 문제일까 신경정신과적인 문제일까. 빈혈도 좀 있는 것 같고 누웠을 때 오른쪽보다는 왼쪽방향으로 고개를 틀면 조금 더 어지러운 듯한 느낌이 있는 걸 보면 뇌쪽...아니면 달팽이관, 균형감각...뭐 이런 문제일수도. 처음 시작은 어지러움뿐이었는데 그날 하루 구토증이 느껴지다가 지금은 다른 모든 감각은 평상시로 돌아온 듯 하지만 약간의 몽롱한 상태. 그러니까 멍...한 느낌과 붕 떠 있는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여자라는 생물,이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리는 생각들이 왜 이모양인걸까.

아무튼. 마스다 미리.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한국을 방문하신다는데, 나는 가보지 못할 뿐이고. 마스다 미리의 신작은 계속 나오고 있을뿐이고.

 

 

 

 

 

 

 

 

 

 

 

 

 

 

 

 

어머니가 퇴원하신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무료해서 이것저것 정리하시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남아있는 우리가 다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는지 조금씩 조금씩 끊임없이 집안정리를 하고 계신다. 옷정리에 이어 지금은 쌓아 둔 옷감들 정리. 좋은 천들을 모아두고 옷을 만들어 입으려고 한건데 결국 그대로 쌓아두게 된 천. 누구 재봉하는 친구 있으면 갖다 주라고 했는데, 욕심이 많은 나는 그걸 내가 쓰겠다고 했다. 사실 책읽기만 아니라면 집에 앉아서 손인형을 만들고 싶은데... 천성이 게을러서 손인형이든 손뜨개든 자수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줄창 책읽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퇴근해서 집에 가 저녁 챙기고 치우고 간단히 정리하고 앉으면 드라마 하나 볼 시간. 그리고 금세 열두시... 졸다가 잠들면 아침 알람. 되풀이되풀이되풀이 ㅠㅠㅠㅠㅠㅠㅠㅠ

 

 

 

 

 

 

 

 

 

 

 

 

 

 

 

 

 

 

 

 

 

 

 

 

ㅈ조존존레논의 책도 기대되는데 마라톤 1년차도 그만큼 기대된다. 어제 책장을 마구 살펴보다가 김충원의 드로잉 책이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 발견해냈다. 다른 드로잉책도 방 정리하면서 밑바닥에 깔아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하려니 왜 이렇게 시간이 안나는겐지. 정말 하는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 한데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리고 있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사진을 찍으려다가 귀찮아서 또 관뒀는데...

 

 

 

 

 

 

 

 현재 싸안고 있거나 곧 싸안게 될 책들이다. 안그래도 사무실 책상이 엉망인데 이 책들로 내 주위는 완전히 창고처럼 되어버렸다. 엊그제 다 읽은 책을 어제 무겁게 들고 가서 마루에 퍼질러 놔 둔 것만도 몇권인지.... 하나하나 물건 정리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느낀 것도 잠시뿐. 나는 여전히 책을 쌓아두고 있다. 사실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쌓아두는 것이 없는데 (아니, 쓰잘데기없는 것들, 이 조금 있기도 하지만 뭐...)

 

 

 

 

 

 

 

 

 

 

 

 

 

 

 

 

 

 

 

 

 

 

 

 

  21ㅅ세세기

21세기 여행 사랑법,이라니!

팝,이 경제를 노래하다니!

아, 그보다 뽀짜툰 2에서는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도 있다는데.

며칠전부터 책 주문을 해야지..해놓고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긴 지금 쌓여있는 것을 좀 정리해두고 주문해야지, 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이번주에 책 주문은. ㅠㅠㅠㅠ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찾을수도 없고. 누군가의 말대로 집에 있다고 하더라도 찾을 수 없는 책이라면 없는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없는 책이다. 주문할 책들을 모아모아놔야겠어. 아, 그런데 책주문보다 더 급한건 책 정리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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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한 달에 한 도시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유럽편 한 달에 한 도시 1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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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이런 유형의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내가 그 얘기를 들은 것은 좀 오래전이었고 체계적인 체인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무료로 비어있는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나눔의 형태였다.

처음엔 그저 한 달에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생활한다는 것에 부러움만 가득했고 이 책에서도 왠지 색다르고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들, 여행지에서의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설렘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는데 이야기의 진행방향은 내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예상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여러가지 장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외에도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 각 지역의 현지 주거형태에 머물면서 각각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라고 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리 많은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의 호텔마다 샤워시설과 수도꼭지 트는 방식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서 숙박하면서 그 사용법을 익혔던 것조차 기억에 남아 있으니 정말 현지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주거의 형태에 직접 들어가 생활해보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울까 싶어진다.

 

'한 달에 한 도시'는 결혼 1년차 부부가 그 맛있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맛을 직접 보기 위해 떠나야겠다는 핑계(!)로 2년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사항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여행기가 아니라 에어비앤비라는 숙박시설을 이용하여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각 지역의 특색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부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느낌에 대한 것이다. 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있지만 좀 더 여성성을 지닌 남편 백종민의 글이 많고 젊은 부부가 겪을만한 의견차이와 감정차이에 따른 싸움에 대해서도 흘려넣고 있어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면서도 부부의 생활에세이가 되기도 하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멋진 풍경 사진과 세계 각국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와는 조금 다르게 유명관광지에서 약간 벗어난듯한 곳에서 한달을 숙식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를 나누는 이야기 역시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세계여행을 떠난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며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여행을 위해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고 있을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항상 다라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안정된 생활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욕망이 강렬했고 그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312)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역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여행생활자이든 생활여행자이든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그 '행복'이 내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가기 직전의 일정까지 기록되어 있다. 뉴욕을 거쳐 남미를 여행하고 - 애초에 이 부부는 아르헨티나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스테이크 맛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이기에 위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반드시 여행하리라 생각되는 남미를 지나 아시아를 여행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는 왠지 남미 사람들의 화끈한 친교와 아시아 사람들의 정 넘쳐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어서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그들은 꽤 괜찮은 여행자라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낯선 나라에서 눈을 뜨고 문밖을 나서면 책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들을 말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자 여행은 정말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뎌졌다. 감사한 마음도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마음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뜻밖의 기회가 이탈리아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의 자격은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자의 자격은 떠나던 순간의 마음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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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10-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꿈꾸기는 하지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제게 무리네요. 아쉬움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제 타입.

chika 2014-10-17 10:13   좋아요 0 | URL
흠,,,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저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생활이네요 ㅠㅠ
지금은 딱 일주일만 여행을 떠나도 완전 만족할 것 같은 기분이예요. 휴가같은 휴가를 보낸지 너무 오래돼서;;;
 
포로수용소 - 내 이름은 르네 타르디 슈탈라크ⅡB 수용소의 전쟁 포로였다
자크 타르디 지음,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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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에 너무 강렬한 그래픽 노블을 읽어서 그런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의 느낌은 그냥 평범한 그래픽 노블이라는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글자도 너무 많았고. 그래서 처음엔 내용을 인지하느라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포로 수용소'라는 제목이 던져주는 그 의미심장함과 깊이때문에 너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서 그런거였는지 이 책은 전후 세대인 아들이 전쟁을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회고록처럼 기록한 것 정도로만 생각하기 시작할즈음,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들의 질문과 끼어들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나 역시 많은 책과 기록물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포로수용소의 비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이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과 이야기들은 되짚어 볼수록 놀랍다.

그림체 역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단순함쪽에 조금 가까운 그림의 형태인데 나는 이런 명확한 그림이 좋다. 그래서 그저 술렁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아버지 타르디가 결국 전차를 두고 잡혀가게 되었을 때 저자는 전차 그리는 것이 힘들었었는데 다행이다,라는 표현을 넣는다. 아들의 그런 말은, 어쩌면 전쟁 이야기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다. 또 참혹하고 인권이 무너지는 전투의 현장뿐 아니라 포로 수용소의 끔찍한 실상과는 상관없이 유머러스하거나 영웅의 탄생을 볼 수 있을것 같은 현장으로 묘사되고 있는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일뿐이라는 아버지의 항변은 전쟁을 겪은 세대가 니들은 아무것도 몰라,라고 툭 내뱉는 말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나이 든 분들의 넋두리같은 이야기려니 하며 흘려버렸던 나 자신을 반성해보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사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포로 수용소의 실상에 대한 몇가지의 이야기들은 다른 문학작품을 통해 접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문학적인 표현방법과 그래픽 노블의 표현, 그리고 이 책 '포로 수용소'는 실제 르네 타르디가 19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를 하고 2차 대전때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생활하며 겪은 사실을 기록한 기록문학이라는 생각은 이 책에 실려있는 에피소드들을 그저 쉽게 넘기며 볼 수는 없게 하고 있다.

 

"난 모든 게 미웠다. 병사들이 한탄하는 소리도 지겨웠어. 기운빠진 병사들은 하루 종일 궁시렁거렸지. 하긴 그 사람들은 징집돼 전쟁을 했으니 자원 입대한 내 입장은 뭐가 되겠니.... 내가 남들 못지 않게 서글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날 비웃었겠지. 그래서 절망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애썼어. 비웃음거리가 될 순 없잖니. 나 역시 전쟁을 원한 건 아니었으니..."(72)

 

그렇게 원하지 않던 전쟁을 겪고 5년여의 수용소 생활로 인해 르네 타르디의 일상은 바뀌어버렸다.

아, 이건 이렇게 한 문장, 한 단어로 그의 삶은 바뀌어버렸다, 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엉켜버리고 무너져내려버렸음을 알 수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깊이 새겨져있을뿐만 아니라 표현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에도 담겨있으리라 예상하게 된다.

 

"먹물 깨나 먹었다고 거들먹거리던 놈들은 자기들이 전쟁만 끝나면 국가의 부름을 받고, 무너져버린 프랑스의 자긍심을 재건하는 일에 한몫 끼게 될 거라고 믿었어. 그러면서 독일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주장했지. 벌써 장관 자리 차지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이 비겁한 자식들이 어쩌다 장관이라도 된다면 국가의 자긍심을 세운다는 이유로 아무 거리낌없이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낼 거야. 지금은 바지에 오줌이나 싸는 주제에." (71-72)

 

하지만 현실은 르네 타르디와 같은 사람들을 비난으로 내몰고 있을 뿐이다. 조국은 그들을 존경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라고 표현하지만 조국뿐이겠는가. 아들조차 아버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원입대했음을 상기시키며 그를 궁지로 내몰고 있을뿐이다.

화장실도 없는 열차 한 칸에 40명이 들어가 손발이 저릴만큼 움직이지도 못하고 빼곡하니 몸을 굳히고 있어야하고 10cm가 넘는 열차 밑바닥에 겨우 조그만 구멍을 내고 볼일을 봐야하고, 수용소에서는 굶주림이 일상이었는데 그마저도 니히트 아르바이트 니히트 에센, 그러니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로 수용소안에서도 노동력착취가 횡행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꿈꾸기는 커녕 굶지않고 죽음을 비껴가며 살아가고 있음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도 의문인 생활을 한 아버지에게 말이다.

그리고 아들은 자꾸만 아버지에게 탈출시도를 하지는 않느냐고 캐묻는다. 탈출이 여의치않았다는 아버지의 대답을 왠지 그 일에 대한 회피를 짐작하게만 하는데, 결국 친구 샤르도네와 탈출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순찰을 돌던 독일군 병사가 이유없이 쏜 총에 그 친구는 죽임을 당하고 탈출계획은 무산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의 죽음은 독일군의 명백한 살인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묻혀버리고 만다.

 

다큐멘터리 기록같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어져가는 이야기는 조금 어색했고,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꾸 추궁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던 아들의 질문은 책을 덮을 즈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대화를 통해 아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버지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했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주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게 비난받을 일이냐? 전쟁이 일어날 걸 짐작했고, 싸워야 한다는 걸 이해했던 거야. 우리 지휘관들이 전투를 이끌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겠지. 하지만 난 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결정을 내릴 거다. 어쨌든 난 싸웠고, 게다가 나 혼자 싸운 건 아니었어! 전쟁의 위협을 느꼈기에 난 학교를 떠나 군대에 들어간 거야"(171)

아들이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할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더 확장해서는 국민으로서 전세대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 지금 읽은 르네 타르디의 기나긴 이야기의 첫 부분보다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지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주 강렬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고 했는데, 자크 타르디의 포로수용소는 무채색인 듯했던 첫느낌과는 달리 서서히 스며들며 자신의 색을 깊이 새겨놓은 듯한 느낌에 다른 책과는 또 다른 강렬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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