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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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왜 책의 제목이 '전문가와 강적들'일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 이유는 요즘 난무하는 가짜 뉴스의 홍수속에서 가짜와 진짜를 어떻게 구분하고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일반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딱히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없다고 느꼈다. 저자가 외국인이라 외국에서의 실제 예들은 많은데 광고 문구에 나온 것처럼 탈원전 살충제 달걀, 생리대 파동, 백신 논란등의 정보 홍수 시대의 혼란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방향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려고 보니 어쩌면 내가 너무 쉽게 정답만을 찾으려고 했기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책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가짜와 거짓의 홍수속에서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실상 그것을 딱 끄집어내어 정답만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었나, 생각해보면 내가 터무니없는 기대감으로 혼자 실망한 것은 아니었을까.

 

솔직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을 느낄수는 없었다. 예전에 소비에트 연합이 있었을 당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미국 학생들의 대다수가 소련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막연히 캐나다를 소련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에 어이없어 했었는데 이 책에도 그와 비슷하게 1943년 대학 신입생들의 상당수가 링컨을 미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노예를 허약하게 만든 - emaciated, 해방시켰다는 뜻의 emancipated와 혼동하여 -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글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잘못알고 있는 것도 자기도취적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는 착각에 빠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 전문가의 말을 믿지도 못하고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은 특히 유명 인기 연예인의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사실 책에서도 언급한 달걀에 대한 이야기는 나 역시 부끄럽게도 달걀을 먹으면 살찐다는 속설을 들어 한동안 먹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었다.

얼마전 쉬는 날 티비에서 갱년기에 대한 특집방송을 하고 있는데, 내가 듣기에 호르몬제를 맞으면 암발생율이 높아지고 강제적인 호르몬 조절을 하면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것고는 달리 - 아니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암에 걸릴 확율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에 똑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관점에서 그 사실을 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그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의 말에 대한 신뢰를 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에 무조건 따라가기만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접하는 언론 매체를 살펴보면 자신과 같은 논조를 가진 매체를 선호하고 지적 비판 능력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사실에 근거한 진실'이 무엇인지 구별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기꺼이 배우려고만 한다면 대부분의 무지는 극복될 수 있다'(401)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임을 인식해야 하며 일반 국민들 역시 스스로 주인이 되려면 나라를 운영하는 일에 계속해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406)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의 견해로 무조건 자기 주장만이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전문가의 견해에 무조건 받아들이고 아무런 비판이나 검증없이  그 말이 진리라고 받아들이기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책을 읽고 진짜를 어떻게 구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해결은 안되었지만 어떻게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잡을 수 있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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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는 무민 동화에 묘사된 자연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크기는 제각각이더라도 달은 항상 제대로 된 방향에서 떠올랐다. 무민들이 사는 세계는 바다와 폭우, 험준한 산과 동굴로 이루어졌지만 꽃이나 빽빽한 숲도 있었다. 무민 골짜기는 아늑하고 동네같으면서 안전한 환경이며, 모험이 전개되는 배경은 정확히 그와 반대된다. 예측불가능하고 위험천만한 바다와 산악지대는 온갖 재난이 닥쳐올 것만 같다. 무민 가족은 광활한 세상으로 나갔다가 평화로운 골짜기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늘 안심한다. 물론 돌아오기 위해서는 먼저 떠나야 하지만 말이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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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7-10-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이나 실망을 전혀 느낒 않는다고 생각해봐. ...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봐. 잠도 못 자고, 추위도 못 느끼고 절대 실수도 저지르지 않고, 또 배탈이 났다거나 그게 가라앉지도 않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기뻐해주지도 맥주를 마시지도 못하고, 양심에 찔리는 기분도 못 느낀다고 말야......... 173.


서니데이 2017-10-0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벌써 연휴 3일째예요.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chika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chika 2017-10-02 20:50   좋아요 1 | URL
넵!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

2017-10-02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해가 새해에게 선물을 안기다, 가름, 1943년 신년호표지.

부상당하고 행색도초라한 애꾸눈지난해가 어린 새해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그가 줄 만한 건 배식 쿠폰과 총, 방독면, 총탄, 장난감 무기뿐이다.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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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단순한 생각 같지만,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늘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얕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 자신을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그날 밤 - 방금 서술한 내용보다 이 부분이 더 잘 기억난다 - 어둠 속에서 아빠가 오빠 옆에 누워 오빠를 아기 안듯 안아주었다고. 오빠를 무릎에 올리고 가만가만 흔들어주었다고 나는 말하려 한다. 나는 어느 눈물이 누구의 것이고 어느 중얼거림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분간할 수 없다. 138-139.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한 오빠에게 소리를 지르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 오빠를 안아주는 아빠의 모습.

 

당신은 그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야, 안 그래?

 

문장 하나하나 옮겨놓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지만 글을 읽기 위해 참는다.

 

모든 생生은 감동이다.

 

 

 

 

 

 

 

 

"내가 내 아이들이 느끼는 상처를 아느냐고? 나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이였을 때 품게 되는 아픔에 대해, 그 아픔이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며 너무 커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갈망을 남겨놓는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꼭 끌어안는다. 펄떡거리는 심장이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끌어안는다.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217.

 

 

 

 

 

 

요즘 나는 가을에 우리의 작은 집을 둘러싼 농장에서 해가 지던 장면을 이따금 떠올린다. 어디를 봐도 지평선이 보여. 내가 한 바퀴 빙 돌면 지평선도 한 바퀴 원을 그렸다. 해는 등뒤에서 지고, 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그 아름다운 변신을 멈출 수 없다는 듯 은은한 분홍빛을 자아내다 슬며시 푸른 기운을 띤다. 이윽고 지는 해에 가장 가까운 땅이 한 줄 오렌지색 선으 그리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어두워지다 거의 컴컴해진다. 하지만 돌아서면 땅은 여전히 부드러운 형체를 희미하게 드러내며 몇 그루 나무와, 흙을 갈아엎고 간작 식물을 심은 고요한 들판을 보여주고, 하늘은 머뭇거리다, 머뭇거리다 마침내 완전히 어두워진다. 그런 순간에는 영혼도 조용히 지켜볼 것만 같다.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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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뚝딱 스케치 - 3분이면 머릿속 생각이 종이 위에 구현된다!
야마다 마사오 지음, 이은정 옮김 / 더숲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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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티비를 보다가 크로키처럼 빠른 속도로 그려내는데 엽서 크기의 노트에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봤다. 까맣게 칠해진 듯 보이지만 카메라가 근접해 그림을 보여주자 그냥 펜으로 선을 쓱쓱 긋듯이 그려낸 그림이었다. 그걸 보니 3분 뚝딱 스케치,가 바로 저것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3분 뚝딱 스케치를 읽기 시작한 건 내가 정교한 드로잉을 잘 해내지 못하지만 사물의 특징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그 관찰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서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드로잉의 기본은 열심히 계속 그려보는 것이 최고의 실력쌓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냥 무조건 따라 그려보기보다는 이론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3분이면 머릿속 생각이 종이 위에 구현된다, 라고 하는데 솔깃해지지 않을수가 없지 않겠는가.

 

처음 드로잉을 연습할 때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리는 것이 가장 잘 그리는 것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가만 생각해보니 똑같이 그릴것이라면 사진이 훨씬 간편하고 더 정교하게 나오는데 굳이 드로잉을 할 이유가 있나 싶다. 사진과 드로잉의 차이, 그러니까 프레임을 맘대로 할 수 있다거나 대상의 특징이나 그림의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더 좋은 것은 관찰자의 생각과 특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3분에 뚝딱 그림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드로잉의 매력은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과는 다른 스케치만의 매력적인 부분을 강조하고난 후 가장 기본적인 선과 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이것이 스케치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는 부분이라면 그 다음장에서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익히고 실전으로 그려가면서 배울 수 있다. 그대로 따라 그리면서 이론적인 부분을 익혀가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 책은 이론적인 부분의 체계적인 설명으로 먼저 배우고 난 후 기술적인 연습을 하게끔 하고 있는데 어느것이 먼저다,라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글만 읽으며 이론적인 부분만 접하려고 했을 때 좀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내가 정확히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이론을 접하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조금 더 쉽게 느껴져 좋은 부분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러니할지도 모르지만 스케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과감히 포기하라는 것이다. 금속제품을 표현해야 한다거나 동일한 형태의 반복같은 경우가 그러한데, '스케치하고 싶은 소재를 찾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리기 어려운 것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3분에서 5분정도로 스케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그리기 어려운 것을 굳이 소재로 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의 전환도 필요한 부분인 듯 하다. 내가 그려내고 싶은 것을 특징을 잡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그리고 그 특징을 보여주기 위함인데 그리기 어려운 것을 놓고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그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말인데도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다.

 

이론적인 부분을 익히고 그리기 기술을 쌓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것 역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이 가볍고 들고 다니기 좋으니 다시 한 챕터씩 되돌아보면서 그리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머지 않은 시간에 3분 뚝딱 스케치,를 나도 해낼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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