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절판


나는 90퍼센트가 페르시아인인 이란에서 아랍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이란에서는 아랍인으로 불리고, 다른 나라에 가면 페르시아인으로 불립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그쪽 사람들은 밖에 세운 메르세데스 안에서 경적을 울릴 뿐입니다. 우리가 직접 밖으로 나가서 주문을 받고, 상품을 갖다 줘야 합니다. 바깥 기온은 40도가 넘어요. 차 안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해요. 내가 땀 범벅이 되어도 그 사람들은 신경도 안써요. 주스를 건네주면 예의 없는 사람들은 살짝 연 창문으로 돈을 바닥에 내던집니다. 그러면서 가난뱅이 외국인이라고 말하곤 그냥 가 버립니다. 그래서 도로에 떨어진 돈을 땀을 뻘뻘 흘리며 주운 적도 많습니다."
부자와 가난뱅이, 어느 나라든 다 비슷한 모양이다.-187-188쪽

나는 그 무렵 조금씩 글자만 차 있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알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가르쳐 주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전에는 책방에 가더라도 만화나 잡지 코너만 얼쩡거렸다. 처음에는 활자가 꾹꾹 채워진 책을 읽는 것이 수영장 바닥을 잠수로 헤엄치는 것만큼 괴로웠다. 하지만 호흡은 조금씩 길어지기 마련이다. -233쪽

당신이 삶의 의욕을 잃는다든지 학교나 회사가 못 견딜 만큼 싫어졌다면 한 번쯤 이케부쿠로로 와 보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용기가 약간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넥타이나 교복의 호크를 풀고 길가에 앉아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다.
거리는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이자 엄격한 학교다. 우리는 거기에서 부딪치고 상처입고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 거리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377-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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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묘 2017-09-0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무슨 책인가요? 읽어보고싶음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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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좀 고민스럽기는 했다. 이시다 이라를 떠올리면 여전히 먼저 라스트가 떠올라버리니까 말이다. 그 충격이 어지간히 크긴 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라스트에서의 충격이 아주 컸던 것은 내가 현실감있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적나라한 현실로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이케부쿠로에서의 마코토의 이야기는 그래서 선뜻 읽기 망설여지기도 했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할 것 같은, 피가 낭자하게 거리를 끈적이며 흐르고 폭주가 있고 눈 풀리는 약물중독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일본의 이케부쿠로 거리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의 느낌은 딱 이것뿐이었다.

아, 그 느낌만으로 이 책을 멀리 했다면 나는 계속 이시다 이라의 라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케부쿠로의 꽤나 멋진 녀석인 마코토도 만나지 못했겠지.
이케부쿠로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와 공존,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삶도 알 수 없었겠지.
아니, 그래 쉽게 얘기하자. 사실 평화라느니 공존이라느니 하는 멋진 말을 선뜻 들이댈 수 있을 만큼의 밝은 곳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살아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가?
한때 로마의 평화,라는 말이 떠돌았었는데 그것이 로마의 군사력에 의한 힘의 지배로 평화를 유지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건 더이상 평화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케부쿠로에서의 평화는 그런 거짓된, 박제된 듯한 평화로움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각자의 다양한 삶과 날뜀(!)이 있는 평화로움이다. 

이시다 이라는 그렇게 허를 찌르며 내게 이케부쿠로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조금씩 이시다 이라의 이야기가 맘에 들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이케부쿠로의 이야기는 더욱더 맘에 들어버리고 있다.

"당신이 삶의 의욕을 잃는다든지 학교나 회사가 못 견딜 만큼 싫어졌다면 한 번쯤 이케부쿠로로 와 보는 게 어떨까. 처음에는 용기가 약간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넥타이나 교복의 호크를 풀고 길가에 앉아 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다.
거리는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이자 엄격한 학교다. 우리는 거기에서 부딪치고 상처입고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 거리의 이야기는 끝이없다.
그러니까 나도 안녕이라고 말하진 않겠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고. 그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잔뜩 찾아 놓을 테니까. ......."

나는 그가 잔뜩 찾아놓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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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절판


넌 모를거다. 네 안에는 누가 뭐래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뭔가가 있어. 학교든 세상이든 우리 조직이든, 그걸 움직이긴 어려울 테지. 가끔 네가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어. 그렇게 쿨한 건 네 마음 어딘가가 철문처럼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방에 틀어박힌 저 녀석보다 더 심각해질 수도 있으니까, 가끔씩 열어보는 게 좋아.
.......... 나는 차가운 녀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든 열 수 없는 방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다 그런 거 아닌가?... 나의 방, 나의 독방.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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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4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구판절판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우리가 본 것이
그것의 본래의 모습인가 하는 점입니다.
- 존 W 캠벨 주니어 '그림자가 간다'-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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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7-01-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 않나요? 암튼 이 책 무척이나 사고 싶었는데 서평 꼭 올려 주세요. ㅋㅋ

chika 2007-01-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서 읽게 될 것 같은데요? 서평은... 자신없지만, 암튼 두툼한 분량에 비해 책은 금새 읽혀요. ^^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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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평일/주말'로나눠져 있을 때는, 일요일의 무력감에 대해 알지못했다. 매일을 일요일처럼 보내는 사람에게, 일요일은 탕수육과 자장면을 함께 시키면 함께 따라오는 군만두처럼 느껴진다. 맛은 없으면서,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317)

삼십대의 어느 날들, 에 대한 이야기....
책을 읽으면 자동적으로 따라 붙는 리뷰,가 글도 못쓰면서 아무리 지나치려 해도 꼭 끄집어 내서 쓰게 되는 이 습성을 버리지 못해 겨우 한 줄 써놓고 생각만 마구 뻗쳐나가고 있다.
내가 지나온 그 시절의 이야기,와도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그 느낌과 책의 묘미를 제대로 적어 낼 수가 없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서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고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새삼 맘 아프지도 않고, 삶이 허무해지지도 않는 나는 그냥 또 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들처럼 달콤한 도시,에서 살지 못하고 밋밋한 시골길을 터벅거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탕수육과 자장면에 딸려 온 군만두가 맛은 없으면서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는 않지만, 없으면 허전한 것도 사실 아닌가. 어쩌면 내 삶이, 나의 존재가 그런 군만두같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맛은 없지만 없으면 허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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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7-01-0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제목이 이 소설을 비유한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저는 군만두 되게 좋아하는데요;;ㅋㅋ

chika 2007-01-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도 군만두 좋아해요!!
- 근데 다른 사람들은 물만두가 더 맛있다고 해서;;;;;

2007-01-1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