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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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나?"(브랜든1, 335)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유일한 진리는, 모든 존재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브랜든2, 193)


d몬 작가의 사람3부작 중 마지막 3부 '브랜든'은 평평한 지구 너머의 또 다른 차원에 있는 지구, 에 살고 있는 존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기저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백퍼센트 공감을 하기에는 좀 불편함의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에 대한 존재증명과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전에 맨인블랙이라는 영화를 볼 때, 첫장면에서 윌 스미스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표적을 총으로 쏘는데 겉모습은 어린 소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줬던 것이 강렬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드러나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그 존재에 대한 의미를 규정할수는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는데 그때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인지 솔직히 브랜든에서 묘사하고 있는 서로 다른 모습들에 대한 사람의 존재는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AI를 연상하게 하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가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그들의 개념정의에 따라 브랜든을 사람이 아니라고 지칭할 때는 이 이야기에서는 사람의 존재증명을 어떻게 보여주려고 하는지 궁금해 서둘러 읽어버릴만큼 생각을 끌어올리는 장면들이 많다.


[브랜든]의 이야기는 우연히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공간의 문이 열리고 그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 또 하나의 지구로 간 브랜든과 다른 차원의 사람인 올미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브랜든은 올미어의 관찰 대상이 되고,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 

브랜든과 올미어는 각자의 차원에서 '사람'이라 규정되지만 각자의 세계에서 또 서로는 사람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모든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마도 '모든 존재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하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이 없다,라는 단정에는 또 긍정할수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좀 더 솔직한 것이지 않을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 올미어의 이야기를 빼고 브랜든의 이야기를 하려니 왠지 자꾸 추상적이고 겉도는 이야기만 나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처음으로 돌아가 브랜든의 어린 시절 다른차원으로의 문을 우연히 발견했던 것이 시작인데 뒤로 가면서 다른 차원의 문은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브랜든의 의지로 연결되고 있다. 

이 책을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천천히 읽어보게 된다면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상징과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려나, 궁금하게 되는 흐름중 하나이다. 

아니, 굳이 심각하게 이 책을 읽어야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 맨인블랙의 끝장면에서 지구가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일뿐임을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우리 인간의 존재 역시 그 거대한 우주의 티끌만한 존재임을 떠올려본다면 굳이 브랜든의 인간존재 증명에 연연하기 보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브랜든, 아니 우리의 현재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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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인물들이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바랐다. 고독 속에서 연대하기를 바랐고, 그러니 이 반성문을 쓸 때의 내가 진심이었기를, 그것이 삶과 책의 판관들에게 무사히 전해져 내가 사면을 받고, 쓰는 자로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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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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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아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를 방문하고 학생신분이었던 당시의 쿱 회원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전혀 짐작되지 않았지만 프롤로그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첫장을 펼치면서 나는 아버지가 아닌 아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들의 현재가 아닌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었다. 

1977년의 여름, 은 뭔가 다른 해였을까 기록을 찾아보려다가 문득 이방인으로 지냈을 그 누군가에게는 77년이든 87년이든 그리 다르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90년대 이후, 특히 2001년 911테러 이후라면 또 무슬림인 칼라지의 삶은 많이 달라졌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케임브리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았고, 그들 중 한 명이 아니었으며, 시스템에 들어 있지 않았고, 들어 있었던 적도 없었다. 여기는 내 삶의 터전이 아니었고, 내 고향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나 자신이 아니었고, 내가 될 수도 없었다"(23)


1977년, 늦여름 하버드 광장, 까페에 앉아 그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려보는 나른함의 여유와는 다른 삶의 모습,정도로만 생각을 했고 그정도까지라면 또 이 책을 읽는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름의 고단함이 있는 이방인으로서의 무슬림과 유대인의 자조와 체념이 섞여있는 대화들 - 더구나 자꾸만 끼어드는 프랑스어는 영어 생활권에서 결코 그 안에 스며들어가지 못한 이방인의 삶을 보여주는 듯 했고 그 삶의 모습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소설읽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더 더디게 글을 읽었어야 했는데 자꾸만 성급한 마음에 글읽기를 서둘러버려 안드레 애치먼의 문장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뒤적거리며 글의 흐름을 보고 있으려니 처음에 미처 느끼지못한 문장의 의미와 깊이가 새롭다. 

금세 읽어버리기 힘든 소설이었던 만큼 그 이상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은 것이다. "나는 자신이 기증한 장기가 아직도 자신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째깍거리며 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돌아온 장기 기증자처럼 어색함을 느꼈다"(385)와 같은 비유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모든 일은 칼라지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터였다. 나는 이것이 칼라지의 삶을 상징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를 얼마나 오랫동안 알아왔든, 그가 주변 사람들의 세계를 얼마나 교란시켰든 간에, 결국 그는 우리의 삶에서 퇴장하고 모든 상황은 칼라지를 만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세상을 자신의모습대로 재창조하려는 그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으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사실 그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 사이에 이미 오래전에 역사와 인류의 테두리에서 벗어났다. 그는 지구가 미친 변덕을 부려 만들어낸 신화 속 야수를 연상시킨다. 그 야수는 지구인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하고, 지구 환경을 황폐화하다가, 갑자기 지구에게 다시 잡아먹힌다.

죽은 이들은 잊히고, 상처는 치유되고, 사람들은 계속 살아간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은 채."(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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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두를 검색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마마두들의 국적과 언어, 그리고 마마두는 마호메트이고 그들의 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이름이라는 것 정도이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반찬의 이름은 반찬, 마마두의 이름은 마마두, 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상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작가 마마두가 나무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가서 뜨거운 소금을 검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 푸른 하늘과 호수의 장밋빛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상상해본다.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 135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며칠 사이에 자꾸만 일이 생겨난다. 이 모든 일들이 미래의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구체적인 히스토리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수없이 터져나왔던 부당함에 대한것들은 잊을 수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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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모든 일은 칼라지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터였다. 나는 이것이 칼라지의 삶을 상징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를 얼마나 오랫동안 알아왔든, 그가 주변 사람들의 세계를 얼마나 교란시켰든 간에, 결국 그는 우리의 삶에서 퇴장하고 모든 상황은 칼라지를 만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세상을 자신의모습대로 재창조하려는 그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으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사실 그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 사이에 이미 오래전에 역사와 인류의 테두리에서 벗어났다. 그는 지구가 미친 변덕을 부려 만들어낸 신화 속 야수를 연상시킨다. 그 야수는 지구인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하고, 지구 환경을 황폐화하다가, 갑자기 지구에게 다시 잡아먹힌다.
죽은 이들은 잊히고, 상처는 치유되고, 사람들은 계속 살아간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은 채.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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