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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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세편을 읽었다.
처첩제와 관련된 처첩성군, 이혼과 관련된 이혼지침서, 전쟁이야기 등불 세 개.
아,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별 이야기 아닌 것 처럼 되어 버렸다. 어쩌나. 이 세 단편은 모두 긴 여운을 주고 있는데.... 아, 서평은 이렇게 쓰는게 아니었는데....

사실 중국의 주목받는 작가라든가, 중국의 사회상을 그려낸 것이라든가 그런 거창한 말을 떠올리면 더욱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런 수식 없이 내가 읽어 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맘 편하게 이 소설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순간 순간 번득이는 듯한 재치있는 말솜씨에 웃음이 나온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 웃음이 바로 허탈한 한숨으로 변해버리기도 하지만 쑤퉁이라는 사람의 말솜씨는 훌륭하다. 심각한 사회제도와 가정의 문제를 명랑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물론 그 명랑함은 '등불 세 개'를 읽을 때 절정에 달한다. 나의 경우,에 한한것이지도 모르지만.
통통거리며 비엔진의 뒤를 따라 웃음 짓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어버리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등불 세 개의 이야기가 중국의 내전을 다룬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비극적인 사건을 비장하지 않게 그려내는 쑤퉁의 말쏨씨에 끝까지 빨려들어 간 것 같다.

세 단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딘가 닮아있고, 내게 아주 익숙한 듯 하지만 너무나 낯선 이야기들이다. 옛날 옛날에 중국은, 이라거나 지금의 중국은 말야, 라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 내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께...'라고 시작해서는 간혹 웃음을 던져주며 담담히 이야기를 끌어가다 갑자기 뭔가 불안함이 느껴지며 '이거 슬픈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 이야기를 툭, 끝내버린다. 내 느낌은 그렇다는 것이다.
쑤퉁의 이야기가 현실에 대해 지독하게 냉소적인 듯 해보이지만 그래도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딘가 익숙한 듯 하지만 조금은 낯선 그의 이야기들을 좀 더 듣게 된다면 조금 더 쑤퉁의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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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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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추운 날,이라고 하는데도 아직 우리 사무실은 전체 난방을 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석유난로를 피우고 있는 전체 난방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가 자기들 따뜻한 것만 알고 난방에는 신경쓰고 있지도 않은 탓일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부서에 이야기 하지 않는다. 모두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싫어서 그냥 추위에 떨고 앉았다. 개인용 히터를 온풍으로 써버리면 되는거지, 머.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사무실에서 걸쳐입을 만한 옷을 사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나는 책을 받았다.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내가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입었다고? 재밌는 생각이네. 이건 도대체 뭘 얘기하려는거지?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도통 모르겠다. 나는 나름대로 많이 얘기하려고 한다지만,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한 청소년의 글이 비수처럼 내게 꽂혀있어 나는 절대로 그들을 믿지 않는다. 물론 나 자신도 믿지 않는다. 그때 그녀석은 자신들에게 보이는 어른들의 관심을 그런식으로 튕겨냈다. "당신들은 우리를 이해해주는 척 들어오고 있지만 그것 역시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 결국은 당신들의 이야기를 강요하고 있는거 아닌가"
물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부분은 맞는 말일 것이다. 서로 다가서려고 하지만 결코 다가서는 것만이 행복일수 없는 고슴도치들 마냥 어른인 나는 청소년들을 100% 이해해 줄 수 없다. 그냥 그들을 있는 그대로 100% 받아들일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게 큰 문제인가. 어차피 타인은 온전히 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나 자신은 어떤가?

"난 그냥 무난한 옷을 입어. 외로운 건 질색이거든. 튀는 건 어쨌거나 외로운 거니까"
"나도 알아. 외로움도 견딜 줄 알아야 한다는 거. 하지만 난 고독을 즐길 줄 모르고 상처 받는 일이 무척 겁이 나. 굳이 나를 왕따시킬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옷 입을 때 신경을 쓰는 거야. ... 난 얼마든지 나 자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할 수 있어. 그럼 난 언제나 세련된 멋쟁이일 수 있고 상처 받을 일도 없는거야"(83-84)

언젠가 본 카툰에는 그런 그림이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어느 날 무심코 봤더니 다들 유행하고 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아주 무난한 신발을 신고 있는 자신이 오히려 더 튀는 모습이 되어 그 다음 날 바로 유행하는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가는 내용의 카툰이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내 몸에 맞춰 적당히 옷을 꿰입고 무난하게 계절과 날씨에 맞춰 옷을 입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옷을 입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마냥 필사적이다.  그건 그들의 생각이 어려서가 아니다.
모자를 사려는 각진 턱의 친구에게 짜증나는 말을 내뱉는 모자들에게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한다. '억울했지만 어쨌든 모자만의 잘못도 아니었다. 각진 턱에 어울릴 만한 모자를 만들지 않는 건 모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사람의 능력이 안되어 그런 모자를 안만드는 것이 아니라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기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52)

세상은 이미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놓고, 아이들에게 그에 맞춰 옷을 입고 살아가라고 강요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뜨고 옷장을 살펴보다가 '옷이 나를 입고 있는' 걸 깨달아 버린 임태희씨의 마음이 그걸 들어버린 거 아닐까? 옷이 나를 입고 있어....
어쩌면 좋을까? 

세일러 문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기 위해 변신을 하여 세상을 구원한다. 그런 세일러 문의 변신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희망이 되어주고 있을까. 아니, 우리의 아이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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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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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론으로는 다 해명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거야. -107쪽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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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 (ゆれる)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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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많은 사람이 외쳤다.
'유레루' 봤어?
어, 그걸 못봤단 말야?

오다기리 죠,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것이다.
유레루 디비디가 나오면 질러주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내가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다.
- 하지만 어쩔건가, 내가 사는 곳에서 개봉하지도 않는 영화를 어찌 본단 말인가. 아무리 그동안 그런 영화를 야금야금 보긴 했었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을 듣는 짓은 많이 했지만, 유레루 OST를 받고서는 잠시 망설였었다. 조금만 더 참아볼까?
음반의 겉표지를 보고 며칠이 흘렀고, 오늘은 드디어 속을 뒤졌다.
내 귀에 들려오는 건 유일하게 '다이조구'(아마 일본어로, 괜찮아, 라는 뜻이겠지?). 그렇게 천천히 아주 낮은 음성으로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난 괜찮지 않아. 영화가 보고 싶어 미치겠는걸!


음반이 한바퀴 도는 삼십분 오십일초,는 너무 짧다.
그리고 저 비닐에 담겨 소중하지 않은 듯 담긴 시디의 형태는 무지무지 맘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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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6-12-05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레루를 못봤어요... 엉엉...

chika 2006-12-0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ㅠ.ㅠ
(조만간 디비디가 나올거라는 소문도 있지만... 아직은 없네요. 엉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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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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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런 인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거야"
정일이는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띤다. 그러면 나는 왠지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84-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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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2-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멋있는 책'이란 바로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을 말하는 것이다! 라고 해 주고 싶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내가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을때와도 다르고 박치기라는 영화를 볼 때와도 다르다.

진/우맘 2007-03-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밑줄긋기 하려고 들어왔더니, 뭐야~ 치카님에게 진작에 새치기 당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