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아름답다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지음, 방영호 옮김 / 생각과느낌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식은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냥 얼핏 듣기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맥캔들리스의 [지식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보면 나같은 무덤덤한 사람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을 하게 된다. 아니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지식'의 아름다움보다는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지식'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때 더욱더 감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서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읽어보곤 했었는데 마침 간단상식1 부분을 읽고 있을 때였다. 그 내용에는 '아동 살해범들 - 누가 아동을 살해하는가?'가 있었고 부모/계부모가 60%이상을 차지한다는 그래픽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금 나 역시 그저 글로만 설명하고 있는데 백명의 사람 그림에서 반 이상이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사람들이 아동살해범이라는 것을 보면 놀라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놀란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메인뉴스에서 아동폭행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미지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더 충격적이고 인상적인지 여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글로 접하는 정보에 좀 더 익숙해서인지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평소에도 흔히 접하는 원의 크기로 생각의 전염 수준을 나타내고 각 분야를 색깔로 표현해 한장 가득 이미지화시킨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글이었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고 - 실제로 나 역시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은데다가 정말 '기본'상식처럼 퍼져있는 이야기도 많아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할수록, 정보와 지식을 그림으로 그려볼수록 이들 사이의 차이가 더 잘 느껴지고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라고 맥캔들리스는 말하고 있다. 또한 "이해"가 핵심이며 정보를 이해하면 할수록 정보는 더더욱 연결되고 맥락화되어 지식이라는 형태로 변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의 추구는 끝이 없으니, 하나의 그래픽이 갑자기 열개의 그래픽으로 펼쳐졌다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솔직히 어느 부분은 내게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냥 한번쯤 읽고 지나갈만한 지식이 담겨있는 그래픽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포그래픽은 그 형태만으로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점점 더 의미가 확장되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처음 책을 펼쳐들때만해도 그저 그렇게 시각화된 아름다움과 추상적인 지식의 아름다움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많이 다가서게 되었다. '지식은 아름답다'라는 명제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바라보기만 할 수 있다면...


이방인처럼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참여하지 않은 채 그냥 관찰만 할 수 있는 이방인처럼 말이죠. 아마 내가 너무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자유를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

 

지금껏 태어나서, 누군가를 증오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데 에너지를쓰고 싶지 않았다. 정말 미운 사람이 있어도, 무시하고 피하는 쪽을 택하며 살았다. 그러니 미움이 증오로 바뀔 틈이 없었다. 그럴 새가 없었다. 그냥 미움은 미움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이게 내가 싫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좋고 즐거운 일로만 인생을 채우기도 아까운데, 미움과 증오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미치도록 증오해주고 싶은 사람이 내 인생에 침입해 들어왔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고, 도망가면 쫓아와 마음에 상처를 주고 갔다. 그냥 잊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미치도록 도망가고 싶었지만, 어느새 내 삶의 모퉁이 뒤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심장에 칼 하나를 꽂아 넣었다. 도망가면 어느새 나타나 심장을 도려내고, 피하려 하면 쫓아와 마음을 난도질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향해 증오라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증오의 감정을 안고 지내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구멍난 항아리처럼 에너지가 줄줄 새어나갔다.

증오의 감정이 내 가슴 한켠을 차지한 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불쑥불쑥 그 감정이 치밀어오를 때마다, '지금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틈만 나면 말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라고. 그리고 나를 달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곤 했다. 떠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참고 지내기도 했다. 증오의 감정이 마음에서 요동을 치면, 어디론가 가고 싶어서 여행을 했다.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서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떠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럭저럭 얼마간은 버틸만했다. 그렇게 증오의 감정을 눌러가며 살았다. 그게, 더러운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

내가 바란 것은 자유가 아니라, 그저 증오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자유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던 거다. 아니, 자유를 원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진짜 자유는 아니었다. 어쩌면 진정한 자유는 원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것이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자유를 준다고 해도,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도 없을 거다. 말로 하는 자유, 부러움에 가득찬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를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마음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자유를 선택하지 못하고 자유 쪽으로 움직여가지 못한다. 이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대부분 것짓 자유, 마취약 같은 자유만 바랄 뿐 진짜 자유는 무서워하게 마련이다. 발리의 쿠데타에서, 스톡홀름 슬로센의 어느 카페에서 가짜 자유로 나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참아내며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나라는 나약한 존재다. (234-23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ika 2015-12-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단정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어도 여유 있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자기조절력이 강하다는 신호다. 스트레스 받아도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은 괴로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자존심을 건드려도 쉽게 화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 지치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고통이 찾아와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구나!`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긴다. ...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며 산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은 닥쳐오기 마련이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살다보면 누구나 겪게 된다. 이것이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삶의 숙명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다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하며 그럴듯하게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기술을 배워가는 것이 우리 삶일지도 모르고. (292-293)




chika 2015-12-2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도 게르만어로 자유 freiheit, 평화 friede, 친구 fraund의 어원은 모두 사랑하다 fri 라고 한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친구와 사랑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셈이다. 그래서일까? 진정한 자유는, 혼자가 아니라 나 아닌 누군가와 함께할 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혼자가 아니라 사랑과 우정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묶여 있지 않음으로가 아니라 묶여 있으므로 자유를 느낄 수 있고, 혼자보다 둘이 되어야 평화로워질 수 있는 존재다. 혼자보다 좋은 둘이 아니라, 반드시 둘 이상이 함께 가야만 하는 길이 우리 삶이다. (321)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진짜 여행에 대한 인문학의 생각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기쁨, 쾌락, 감격, 감동, 설렘, 들뜸, 새로움, 즐거움으로만 정의하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다. 여행 Travel의 어원인 Travail이 고통과 역경을 의미한다는 것은 애초에 여행 속에 '부정적 순간들'이 배태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생, 피로, 고통은 모든 삶이 그렇듯, 모든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다"(175)

 

한권의 책을 읽으며 여행에 대한 여러 의미와 느낌들을 떠올리고 정리해보게 되었는데 자꾸만 이 여행에 대한 어원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맴돈다. 오래전부터 여행은 삶이고, 삶이 곧 여행이다 라는 이야기를 되내이곤 했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들 역시 그 맥락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내 첫 여행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수학여행이었을뿐이었고 그에 대한 추억은 반 친구들과 함께 외박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가장 크다. 그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의 추억이라고 해야하겠지. 그렇다면 첫 해외여행은 또 어떤가. 그것 역시 세계가톨릭청년대회라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 것이었기에 어쩌면 진짜 '여행'이라고 할만한 첫번째 여행은 언니와 언니친구부부와 함께 떠났던 배낭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보면 꼴랑 로마와 파리 중심가만 둘러보고 돌아 온 여행이었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여행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길을 물어물어 돌아다니고, 빤히 누가 훔쳐갔는지 알면서도 지갑을 돌려받지 못한 집시들의 모습과 프랑스 사람들의 양면성도 느꼈었던 나름의 문화체험을 하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맥베스를 읽을 때 어떻게 병사들이 나무를 한그루씩 짊어지고 움직이는 것으로 숲 전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 라는 어릴때의 의문을 로마에 가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바티칸을 중심으로 구경은 했지만 파업으로 인해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는데 우연히 만난 한국인 유학생 덕분에 저렴한 숙소도 구하고 하루 관광 가이드도 소개받아 시 외곽으로 차를 타고 나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나무들이 올리브 나무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어떻게 내 머리속에서는 맥베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숲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문학의 사실성과 함께 문화체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내게 여행은 '체험'이 가장 크게 자리잡았다.

 

이 책은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처음의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과 일상에서의 일탈이라는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바로 그곳에 내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남기는 것. 그렇게 일반적인 시작을 하고나면 조금씩 자신의 여행에 대해, 그러니까 어쩌면 여행과 삶의 닮은 꼴을 찾게 되기 시작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있는 사색에 빠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저자만의 경험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것은 또 나 자신의 여행과 닮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와는 다른 나의 체험과 삶을 정리해보게 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여행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떠올리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가장 기본적으로 아무생각없이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해방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이든 연로하신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갈 수 있는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지 어머니와 함께 떠날 수 있는 짧은 온천여행이라도 가보고 싶은 것이든 그 모든 여행이 바로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남은 나의 삶과 여행은... 조금씩 더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

 

"여행은 삶을 견디고 바꿀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선물하고, 우리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며, 또 한편 우리를 허무한 욕망의 사슬로 이끌기도 한다. 최고의 것들에는 항상 최악의 가능성이 함께 감추어져 있듯,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 현명한 여행은 틀림없이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주고,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다 미리의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생활하면서 이리저리 치인다는 느낌이 들 때 마스다 미리의 책을 펼쳐들면 왜 그리 힘들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리 아둥바둥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그럴만한 가치있는 일에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뭔가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자꾸만 마스다 미리의 책이 나오면 펼쳐들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자그마한 일에 공감을 하게 되어버리고, 나만 이러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책은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라는 제목이다. 그렇다면 마스다 미리의 작가 생활에 대한 이야기일텐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될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물론 이번에도 변함없이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치대겨지고 짓이겨진 마음으로 위안을 찾아보고자 아껴뒀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제목처럼 작가로서의 마스다 미리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 생활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대부분 작가로서 편집자를 만난 이야기와 일상 체험에서 어떻게 그 에피소드를 - 그러니까 별로 참가하고 싶지 않았던 버섯강좌라거나 쌍둥이바람초 관찰 체험에 가서도 귀가 번쩍 뜨이는, 설레이는 말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갔다는 이야기속에서도 그녀가 마음에 남는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작가임을 느끼게 한다.

작가로서 편집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나의 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 해보이기도 하지만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의 태도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결코 무겁지 않게, 마스다 미리 특유의 짧고 굵은 표현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 나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타난 결과만을 통해 나에게 화내고 지탄하는 사람들에게 치여 몹시 우울해하고 있었다. 선의로 시작된 일이, 그것도 별 것 아닌 아주 자그마한 일이 돌고 돌아 내가 정말 생각도 없고 윗 상사에 대한 예의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렸을 때의 기분이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내 기분을 끄집어내주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일. 그것도 역시 그 사람을 만드는 거죠. 잘하는 일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에요. .... 모두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서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갑니다. 그런 까닭에 현재의 나,  손해를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99-101)

다른 사람의 일이 잘못되든 엉망으로 돌아가든 이젠 신경쓰지 않겠어, 라는 생각에 빠져들었었는데 그 모든 것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 역시 지금의 나라는 걸. '손해를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 라는 말은 정말 지금 내게 하는 말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마스다 미리, 이 사람은 어떻게 이리도 명확하게 내 마음을 탁 치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좋아, 달콤한 거나 먹으러 가자~! 라는 것까지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2-26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 한국은 - 우리의 절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박성호 지음 / 로고폴리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그저 그랬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겠는가. 노동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육, 심지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내재해있는 문제들을 끄집어내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해결해야할 근본원인들이 쏟아져나오기만 하고 우리의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막막한 느낌에, 솔직히 나는 이런 글들을 일부러 회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의 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평불만만 할 뿐 스스로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최악일뿐이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좀 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도 그 길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밝혔듯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한 사회를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며, 그렇게 개별적인 문제들이 연결고리를 가지며 새로운 문제들을 생겨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현상을 좀 더 깊이있고 넓게 통찰할 수 있어야 그에 대한 근본문제의 해결과 더 나은 미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는 노동, 역사, 정치, 언론, 종교, 교육, 국방의 문제를 유기적인 연관관계로 이어가며 다루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어떻게 연관이 되고 그 흐름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만들고 어떤 현상을 드러내는지 알기 쉽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서 책을 금세 다 읽어버렸다. 특히 교육과 국방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흘려들으며 소문처럼 알고 있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좀 더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있어서 솔직히 나는 그저 막연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반대라고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저자는 그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해방이 되면서부터의 남북한의 군사력, 미국의 영향,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의 정보력에 이르기까지 그 근원에서부터 역사적인 흐름속에서 생겨나는 문제점까지 언급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가져오는 세계적인 영향력에 이르는 문제까지 언급을 하고 있다. 핵무기가 소형화되고 그것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이미 알고 있지만 좀 더 깊이있고 넓게 알아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 길게 언급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내게는 좀 더 새롭게 다가온 국방에 대한 부분만 언급했는데 이 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그저 가볍게 읽어 나갈 수 있는 글이지만 깊이있게 파고들면 들수록 근본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제대로 알게 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의 말처럼 '알고나 당하자, 아니 알고나 싸우자!'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가 되면 깊이 알기보다는 넓게 아는 사람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많아요... 사회가 급변하면서 노동환경이 점점 열악해질 때, 이에 맞서서 내 권리를 지키려면 도대체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우리가 미래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를 골라 했는데 더 많은 것들은 우리 각자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390)

그리고 한가지 덧붙여 우리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자본의 힘은 대단하지만 그 자본은 또한 소비자를 두려워할수밖에 없으니 우리 모두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끝을 내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그저 낙관할수만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현명한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더 낙관적인 미래를 만들수는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