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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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공부할 권리'라니. 이 책은 그닥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뭐 정여울 작가를 그리 잘 알아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부할 권리'라는것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그런 공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권리'라고까지 이야기하는데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공부할 권리'가 뭔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쓰윽 읽어버리고나서야 그 의미를 새겨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 주는 최고의 멘토"라는 그녀의 에필로그가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되새겨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제가 지난 10녀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길 없는 길 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으며, 그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는데 용감하게 두 주먹을 꽉 쥔 아이, 마음이 단단한 작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었지요. 여러분도 이 소박한 마음의 학교에서 자신 안의 가장 소중한 아이,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천진한 내면의 아이를 꼭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작은 방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 세상이 너무 알고 싶어 '나'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온 세상을 헤매다 비로소 나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아이가 또 다른 길 위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공부할 권리'를 스스로 되찾는 순간, 새로운 인생의 2막은 비로소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조금 긴 글을 인용했지만 혹시 나처럼 '공부'라는 말에 응? 하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녀의 말을 옮겨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했던 생각들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 그러니까 이것 역시 정여울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기는 하지만 -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보다 일상 속에서 책을 어떻게 써먹을까입니다"(321)

아니, 책을 수단화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책을 읽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냥 스쳐버리지 말고 내가 읽은 책이 삶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책의 메시지도 함께 나누고, 그에 더하여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삶의 모습으로 실천하기도 하며 책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지만 깊이있게 읽어내지 못한 책의 이야기도 있었고, 깊이 공감하며 함께 읽어나가는듯한 느낌이 든 책 이야기도 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읽지 못한 책을 빨리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조급함이다. 왠지 내가 왜 이런 세상을 몰랐을까, 라는 마음이 드는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이 책은 정여울이라는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만 볼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그 글들이 내 삶의 모습과 연결되게 하는 것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이야기 한토막처럼 '정의'와 '정의감'은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쨌든 책은 너무 술술 읽혀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약간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느낌이 남아있는데 이제 다시 그녀가 이야기한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나대로 내 삶의 이야기를 더하여 나의 내면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해나가면 그 묵직함은 또 다른 깊이있음으로 바뀌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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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9 0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주문해서 지금 이 책 배송될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
읽은 책이 삶에 깊숙히 스며들 수 있도록, 책을 그렇게 읽는 사람과 그렇게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chika 2016-04-19 09: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끄러움을 알게된 우리도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기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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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8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디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네요.
제목이 너무 식상해서 망설이고 있던 책인데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chika 2016-04-18 09:33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제목이 좀 맘에 안들었는데, 내용은 빨려들어갑니다. ^^

사두고 묵혀두기만 하고 있는 일리아드나 안티고네를 마구 읽고 싶어지게 되고요 ^^
 

 

 

 

 

 

 

 

 

김연수 작가의 글들을... 다 읽어보지 못했잖아! 그러니까말이다. 그런데 갖고 있지 않은 책이 뭐...였더라?

쌓여있는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보지만 어디 숨어있는지...

숨은 그림 찾듯 김연수 작가와 한 획만 다른 김언수 작가님 책도 끄집어 내 보며 킥킥거렸지만.

아, 심각하다.

한정판 김연수 작가 사인이 들어간 넘버링 케이스. 저거, 갖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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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다시 시작하다 - 리셋 원정대의 뉴질랜드 트레킹
박재희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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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냥 '트레킹'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닥 이 책을 들춰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을 혹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리셋 원정대의 뉴질랜드 트레킹'이라는 부제다.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우연찮게 얼마전에 티비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대한 로망과 환상은 '반지 원정대' 때문이었다. 이미 그곳이 영화 반지전쟁의 촬영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영화촬영지라는 것이 그리 큰 매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뉴질랜드의 풍경을 보니 그 수많은 곳 중에서 왜 뉴질랜드인지 알것같았다.

 

저자는 반지원정대에 빗대어 자신들을 리셋 원정대라고 명명하고 - 그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 때묻지 않은 청정 지역인 뉴질랜드로 떠난다. 밀포드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퇴로가 없는 전진 뿐임을 자각해야한다. 캠핑을 할 수 없는 곳이며 원두막에는 1박이상을 할 수 없기에 4일동안 줄곳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번에 갈 수 있는 인원은 40명.

그러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보이는데 저자는 준비과정에서부터 세세하고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호기심으로 책을 들여다보는 이를 지쳐버리게 하지는 않는다. 이 대장정을 어떻게 해? 라는 두려움과 막막함 보다는 '이런 나도 하는데 당신도 도전할 수 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듯 가볍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하지만 그 가벼움속에 현실적으로 요긴한 팁들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그래서 허술한 듯 하지만 전혀 허술하지 않은 트레킹 이야기가 완성된 느낌이다.

자연의 모습과 길을 걸으며 배우게 되는 삶의 지혜, 가르침은 그에 대한 덤일까 아니면 이 이야기의 주된 강조점일까. 아무튼 설렁설렁거리는 듯, 간간이 나오는 멋진 사진들에 감탄을 하면서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야기는 끝이 나 있었다.

 

밀포드 트레킹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다른 많은 모습을 알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뉴질랜드에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밀포드 사운드,라는 이름에 대한 저자의 분개는 그들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까지 떠오르게 하며 공감하게 된다.

밀포드 사운드라는 이름은 그곳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애초에 원주민의 땅인 그곳은 흔해빠진 사운드(해협)도 아니고 빙하작용으로 생긴 피오르드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을 일컫는 이름은 피오피오타히, 지금은 멸종된 피오피오생의 이름을 따서 조상대대로 불러왔다고 한다.

청정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 입산 인원수를 제한하고 소독을 철저히 하며 자연을 지켜내는 모습은 대단하지만 그 이름도 원래 주인들이 부르는 이름을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그곳으로 길을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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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플라워 패턴 일러스트
박영미 지음 / 미디어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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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패턴,이라고 해서 아주 샤랄라한 공주님 패턴만 떠올리며 나랑은 안맞겠구나 싶었는데 [북유럽패턴 일러스트]의 저자라는 걸 알게 되니 급 관심이 생겼다. 카드를 만들거나 손편지를 쓸 때 가끔씩 책장에 꽂혀있는 북유럽 패턴 일러스트 책을 꺼내들고 활용을 하고는 했는데 이 책 역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감이 진한 이전의 책과 달리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꽃무늬 패턴이라 은근히 화사한 것이 카드를 만들거나 포장지를 만들때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들고 가장 마음에 드는 꽃그림부터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보면서 펜으로 따라 그리기를 하고 색을 칠하는데 도무지 책의 문양처럼 색감이 나오지 않아 책을 집어넣고 묵혀두었었는데 앞장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니 이 책의 모든 패턴은 색연필로 그린 것이라고 되어 있다. 나도 색연필로 해 봤는데 왜 저자의 그림처럼 이쁘게 안나오는걸까, 하고 다시 봤더니 모양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것에 따라 색연필의 굵기도 달라져야 하고 강약을 주며 색을 칠하면서 입체감을 주는 것에 따라서도 결과물은 아주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약간 엉성한 과정을 거치면서, 몇번의 실패도 해보면서 따라 그리고 색을 칠하고 그랬더니 처음보다는 꽤 괜찮은 러블리 플라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을 정교하게 잘 그린다면 훨씬 더 이쁜 패턴을 만들 수 있겠지만 나처럼 그림을 잘 못그려도 그림에 색을 입히고 자잘한 문양을 일정한 패턴으로 그려넣으면 그냥 밋밋한 여백이 있는 종이보다는 훨씬 이쁘고 정성이 담기게 보인다.

더구나 이 책은 러블리 플라워 패턴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카드나 엽서를 만들고 메모장이나 포장태그를 만들어 포장 장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팁이 같이 들어있다.

책 뒤에는 부록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패턴지가 있는데 여전히 쉽게 쓰지는 못하겠다. 어쨌든 세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소품을 만들 수 있는 팁을 주는 책이라 종종 꺼내어 활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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