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에 제목때문에 일단 제일 먼저 쳐다보게 된 책. 평소 이런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하루 종일, 주말 내내 뉴스와는 담을 쌓아놓고 지내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켰을때 - 마침 뉴스 특보 화면이 나오고 나름 알찬 주말을 보내고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 싹 바뀌어버렸다. 지금 이 판국에 저렇게 웃음짓고 싶을까.

정말 무뇌충도 아니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설문 써주고 고쳐주던 사람이 구치소에 있으니 더 이상 연설문도 못쓰고 아무말도 못하는건가,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저렇게 기만한 표정으로 웃음짓고 있다니. 세상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래. 지금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습니까, 라는 물음에 소박한  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두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궁금해졌어.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촛불 다음에 우린 어디로 가야할까?"

 

이대로 5년이 흐른다면 한국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저자들은 똑같은 질문을 들고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11명을 만났다. 헬조선 담론이 바닥을 치던 2016년 상반기였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전직 부총리(이헌재), 뇌공학과학자(정재승), 리버럴 사회학자(조한혜정), 탈북자 출신기자(주성하) 처럼 평생 같은 자리에서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 통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 국가 모델(박저희모델)과 시장만능주의국가모델(IMF모델)이 우리 과거를 규정했고 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인식이 그것이었다. 11명 인터뷰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의 키워드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과정이 흥미롭다.

 

 

"회의적인 실망이 아니라 대담한 꿈이 삶을 지배하는 것 말입니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지구인들이 쏘아 올린 성단선이 연료가 부족하면 행정의 중력 궤도를 따라 '위성'이 되어 구조선을 기다리면 된다고 묘사했다. 소설이 완결된 해인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상상은 재빨리 현실이 되었다. 별들이 간직한 지식을 찾아나선 우주탐험가들. 외계에서 만난 미지의 생명체와 공포, 과학이 이룩한 새로운 경지의 예술들. '안드로메다 성운'은 고전적 SF 소설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 소설이 그리는 세상은 공산주의적 유토피아 사회다. 폭력과 전쟁은 사라지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세계. 우주를 횡단하는 것보다 대담한 상상이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 문명의 꽃]

해외여행 일정의 대부분은 사실 도시를 즐기고 오는 것이다. 유적을 둘러보면서 도시의 화려한 과거를 되짚거나 클럽이나 바에서 역동적인 현재를 즐기거나 아니면 새로 들어서는 웅장한 건축물을 보면서 도시의 미래를 예측한다. 이 책은 동서고금의 도시가 생성, 발전, 쇠퇴하는 양상을 설명한다. 어떤 맥락으로 도시가 형성되었고 그 도시가 이룬 성취가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본다. 위대한 도시 뒤에는 위대한 철학이 있다. 로마는 시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바실리카(공회장), 타블라리움(공문서보관소), 콜로세움(경기장), 상설극장, 신전을 건축해 시민의식을 키웠다. 이 가운데 건축물의 상당수는 개선장군들이 전리품을 기증해 지었다.

 

노년예술수업

'문제'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노인을 생각한다.

 

 

 

 

 

 

 

 

 

 

 

 

 

 

 

 

 

 

 

 

 

 

 

 

 

 

 

 

 

 

 

 

 

 

 

 책정리를 하고 또 그만큼의 책을 사들이고 쌓아놓는다. 읽은 책이 훨신 더 많기는 하지만 이제 머잖아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책이 더 늘어날것이다. 책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니, 그보다는. 너무 졸려서 일이 안될 것 같아 엄청난 딴짓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 와중에도 나는 졸고 있다.

꽃을 기다리다, 를 기다리고 있기는한데. 책은 언제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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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두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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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7-03-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 해결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해결책이 관습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망칠 수 없는 100만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실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아기가 나를 나보다 더 큰 또 하나의 무언가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내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내 인생의가장 큰 특권 중의 하나가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도와줄 사람이 있고, 충분한 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직업이 있고, 필요하면 먹을 수 있는 약이 있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정말로 기쁨으로 거두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326
 



나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고 싶었지. 하지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과학이 아닌 전쟁을 위한 과학에 몰렸다. 40






생각했던것과는 조금 다른 전개이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어린시절 엄마와 문학공부를 하고 대학진학도 문학을 전공으로 했지만 결국 과학자의 길을 걷고있다는 저자의 글은.

그나저나 연구자의 길은 어디서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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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뭐라고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읽어보고 싶은 에세이는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일본 작가들의 에세이는 호불호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너무 비슷한 문화적 환경에서 너무나 일본스럽다 라는 느낌때문에 괜한 거부감이 생길때가 있다. 이 모순적인 느낌을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어쨌거나 나와 감성코드가 맞는지 먼저 간을 보듯 한 권을 읽어보는 것이 아니라,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모두 읽어보겠다는 욕심에 한꺼번에 너댓권을 구입했다. 이미 베스트 셀러가 된 책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검증된 글보다는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이 담겨있는 추억이 뭐라고, 가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유년기는 악마의 시절이다"(32)

 

어린날의 '소중한' 일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녀의 유년시절 이야기 속에서 나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의 유년 시절을 너무 많이 떠올렸다. 잘난 것도 없고 오히려 극단적으로 내성적이고 소심한데다 못생겨먹은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닥 잘하지 못했다. 청소당번날이 달라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한참을 기다리던 나를 못본척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집으로 가버렸을 때의 기억은 왜 잊혀지지도 않는 것인지. 나는 아직까지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채 그저 어린 시절에 왕따였을까,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또 기억을 떠올려보면 반에서 인기있었던 친구들 - 초등학생 시절에는 남자애들까지 포함해서 그런 친구들과 내가 꽤 친하게 지냈다는 느낌의 기억도 있다.

담임선생님이 특별히 이뻐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 내가 같이 있었다는 기억은 나를 불편하게 하고있다. 물론 그보다 더 불편한 것은 수업시간에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화가난 선생님의 지목에 놀라 일어섰다가 수업내용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기억이다.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버리는 내게 벌은 못주고 그저 더 화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노 요코가 기억하는 에피소드의 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이었든 내 기억속의 선생님도 수학선생님이셨는데. "따지고 보면 소학교 때는 언제고 이유도 없이 얻어맞았던 아이가 있었다. 그것은 편애의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좋고 싫음이 있는 법이다"(150)

 

애교가 없어서, 인사성도 없어서, 사회성도 없어서 유년 시절 친구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의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성격으로 인해 그 많은 친구들과 스스로 멀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를 왕따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해 스스로 떨어져 나온 탓이 있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하다. 사노 요코의 에피소드는 나의 유년과 닮아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한데 그 무엇이든 나만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하아. 어찌해야하나. 자꾸만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다 읽고 싶은 마음과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고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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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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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죽었다. 눈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사랑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선입견으로 인해 나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유레루라는 영화의 기억이 좋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오히려 소설보다는 그녀가 만든 영화를 통해 섬세한 감정선을 영상으로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리고 별 의미없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도입부라고만 생각하며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무명으로 지내다 인기를 얻게 된 소설가 쓰무라 케이. 그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고, 이미 무감각해져버린 아내와의 관계는 그저 소 닭 보듯 할 뿐이다. 이미 애정도, 좋고 싫음조차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 앞에 슬픔은 커녕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그런 그 앞에 아내와 함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키의 남편 오미야 요이치가 나타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오미야와 그의 아이들 신페이와 어린 아키라를 만나게 되고 쓰무라는 일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되는 오미야를 대신해 신페이와 아키라를 돌보게 되면서 오미야 가족과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는데...

 

그냥 이런 줄거리를 말하는 것으로는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겠다. 내가 느끼게 된 세심한 감정선들을 다 늘어놓는 것도 왠지 쓸데없는 말이 될 것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의 반은 그저 그런 내용이려니 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진행이 흥미로워져 서둘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래,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에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와 대면대면한 사이었던 나의 모습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프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자꾸만 눈물이 흐르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의 모습이 생각나 갑자기 울컥해졌다. 어쩌면 이런 것이 사랑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긴 변명인걸까.

 

아마도... 그러니까 짐작하건데 이 이야기를 쓴 니시카와 미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 얼마나 다양한 감성으로 나타나는지, 자기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사람은 후회하는 생물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사랑해야 할 날들에 사랑하기를 게을리 한 대가가 작지 않군."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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