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 위에 서다 - 25개국 522일, 미니벨로 세계여행!
황장수 지음 / 알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든 자들이여 여행을 떠나라.

오늘은 이것저것 할일이 많았다. 분명 아침까지만해도 그 많은 일을 하나씩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펴는 순간 모두 잊어버리고 책만 들여다보고 말았다.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고 한장씩 넘길때마다 빠져나오기 힘든 풍경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정말 모든 것 다 팽개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들어버린다. 그동안 많은 일에 치여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일년이 지나가버렸고 그렇게 또 일년이 지나가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지고 그럴수록 예전과 달리 몸이 먼저 반응하며 통증을 전해온다. 한참 일이 바빴을 때 오후만 되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괴로울만큼 힘들었었는데 요즘 좀 여유가 생기고 잠시이기는 하지만 사무실에 상사가 자리를 비우고 있으니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하루하루가 편하게 지나간다. 그러니 오백일이 넘게 세계여행을 떠난 저자의 여행동기가 더 와 닿는다. 나는 지금 당장 떠날 용기를 갖지 못했으나 과감히 첫발을 내딛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 온 저자에게 힘껏 박수를 쳐주고 싶어진다. 한없는 부러움은 내 몫일뿐이고.

 

공부하느라, 취업준비하느라, 일하며 돈버느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지금 직장인 대다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는 잠시 다른 길을 선택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냥 세계 여행이 아니라 '느린 여행'을 하고 싶어서 미니벨로 여행을 선택하고 지금이 아니면 떠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는 2013년 4월 여행을 떠난다. 거짓말처럼 외국인에게 폐쇄된 국경을 중국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건너게 되고,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하게 되고, 이정표 하나 없는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들면 죽음에 이를수도 있을텐데 기적처럼 마을에 도착하고, 마음씨 좋은 친구들과 지역주민들을 만나 함께 여행하며 지역의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기나긴 여행을 했다. 우연처럼 너무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 속에서 그 자신만의 여행을 한 그의 글은 처음 읽었을 때 여행을 너무 쉽게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을지 마음 졸이고, 이 길의 끝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느끼고, 지저분한 숙소와 사기꾼을 만나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보다 저자에게는 여행길에서 만난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더 기억에 남고 그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것이어서 많은 일들이 우연과 행운의 연속처럼 느껴졌을뿐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어떨까. 당장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며 지레 포기하고 마는 내 모습이 지금의 현실이고 그것이 전부일까. 그처럼 혼자 느린 여행을 떠날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삶에 맞는 나의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이란 그런것이고 그것이 삶일테니. 그러니 다시한번 되뇌어본다. '힘든 자들이여 여행을 떠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파리 하나 만들 줄 모르지만 파괴할 줄은 아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잎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우리는 모두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호프 자런은 한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그 이야기가 바로 랩걸인 것이다.

 

랩걸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런 글을 읽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이든 좋아서 -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자세히 알지못하면서도 무조건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한데 - 과학자가 쓴 식물 이야기는 좀 딱딱하고 지루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왠 횡재인가. 과학자라 불리는 호프 자런의 이 책은 과학자로서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서전을 쓴 듯한 에세이는 문학으로서도 아주 훌륭한 이야기라고 느껴지는데 그것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식물을 이루는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꽃과 열매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은 그 자체로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만 또 하나의 비유로서 호프 자런 자신의 삶과 과학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린시절 문학을 공부하는 어머니와 함께 문학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만 또 과학자였던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녀에게 운명적인 만남이라 느껴지는 빌과의 만남과 연구 프로젝트 비용을 받기 위한 노력, 한눈에 반해 결혼하고 임신하여 아들을 낳고... 이런 삶의 이야기와 과학자로서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식물의 특성에 대한 이야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식물의 성장과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닮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호프 자런은 식물들은 우리와 같지 않다고 말한다. 중대하고 기초적인 면에서 우리와 다르며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식물과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식물에게 투영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으며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식할 수 있다(399)

그녀의 말처럼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인간의 욕심과 필요에 의해 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수많은 질문을 던지도록 하자.

우리는 이미 과학자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시작하는 과학자로서의 삶을 나무를 심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진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부활초들은 대부분 작아서 우리 주먹보다 크지 않다. 보기 싫은 외모에 작고 쓸모없고, 그리고 특별하다. 비가 오면 부활초의 이파리는 다시 부풀어 오르지만 48시간 동안 초록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극적인 인생도 결국은 계속 갈 수 없어서 장기적으로는 부활초마저도 시들고 완전히 죽는 때가 온다. 그러나 잠시 스쳐지나가듯 누리는 영광스러운 그 순간 부활초는 다른 식물은 전혀 모르는 비밀스러운 지식을 누린다. 바로 초록이 아니면서도 성장을 하는 비밀 말이다. (203-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6명의 집: Beams At Home 2 - 훔치고 싶은 감각, 엿보고 싶은 스타일
빔스 지음, 김현영 옮김 / 라의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집, 개성이 강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는 건 괜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사실 빔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템을 갖고 운영되는 회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빔스의 직원들의 개성넘치는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보다는 책 제목 그대로 136명의 집, 그들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생활환경에 맞게 꾸며놓은 멋스러운 생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올뿐이다. 물로 이 전에 출판된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를 보고 빔스의 분위기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은 뭔가 따라하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공간을 보면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어떤 것일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도움이나 길잡이의 느낌으로 펼쳐보게 된다.

빔스 직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처음부터 사진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집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파악하기는 힘들어보이지만 부분적인 공간의 꾸밈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진다. 작은 소품들을 그저 툭 진열해놓은 것 같아보이는데도 왜 멋있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쌓아놓은 것도 내 방은 창고처럼 느껴질 뿐인데 이들은 그마저도 감각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부제에 '훔치고 싶은 감각'이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몇몇의 집에서 훔치고 싶은 소품들이 있을뿐이라는 것도.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구경하는 재미에 사진만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비로소 그들에게 던진 질문과 대답을 읽기 시작하게 된다. 아니, 처음에는 그냥 흘리듯이 쓰윽 읽으려고 했는데 처음 펼쳐들고 읽은 질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는데, 소파에서 볕을 쬐는 것이라는 대답에 홀려 조곤조곤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집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조언,에 단적으로 '버려라!'라고 답한 것을 보면서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대로 실행하고 있었고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 도움이 되고 자극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나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

개성있고 창의적인 것은 학습되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이 보여주는 감각적인 모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나 자신의 것을 찾는 것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책 뒤에는 부록처럼 빔스 직원들의 '자신의 편애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각각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른것은 당연한데, 그것처럼 또 당연하게 '좋으면 좋아한다. 그뿐이다'라는 아주 당연한 말이 마음을 툭 치고 간다. 왠지 나도 조금은 자신있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남기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라니! 하며 책을 펼쳤더니 동계올림픽 관전기에 대한 에세이이다.

그러고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도 시드니 올림픽 관전기를 쓴적이 있지.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 그리고 각기 다른 글쓰기를 하는 작가의 에세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닮은 듯 닮지 않은, 그런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하루키의 에세이는 여러 권을 읽어봤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는 처음이라는 거.

게다가 첫 등장부터 아저씨로 나오는데 뜬금없이 인간이 된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거 말인가 보말인가. ㅎ

그래도 꽤 흥미롭게 시작하고 있다. 두어시간쯤 전 점심먹고 너무 졸려서 책을 펼쳤는데 일을 해야할 시점인데도 책장을 덮기가 싫더라니....

 

 

책 표지가 생각나는. 제목이 생각안나더니 달의 위로였어. 읽어보지 않았지만 표지만으로도 괜히 펼쳐보고 싶은 책들인데.

아무튼 '마음'이라는 것은 볼 수도, 번역할수도 없는 건데 그렇다고 딱히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싶지는 않은.

 

 

 

 

 

 

 

 

 

 

 

 

 

 

 

 

 

이제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먹방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그냥 그런가, 하게된다. 그런데 먹는 존재, 먹는 인간...

글쎄...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라는 오랜 물음을 새삼 꺼내고 싶은 건 아니고.

단순히 만화책이 궁금할 뿐.

 

 

 

 

 

 

 

 

 

 

 

 

 

 

 

지금 기대하고 있는 책들은.

 

 

 

 

 

 

 

 

날이 흐려 그런가. 집에 가서 이불 속에 들어가 만화책 펴 놓고 읽다가 그냥 잠들고 싶다.....

 

 

굿즈때문에 자꾸만 기웃거리게 되는 책.

사실 로재나는 이미 구입을 해 버려서 두 권을 사야 받을 수 있는 북마크는 이미 그림의 떡.

메모장은 넘쳐나서 그닥 유용하지는 않지만.

스가 아키코의 에세이는 조만간 구입해야지, 하고는 있는 책인데 지금 에스프레소 머그컵을 받을 수 있으니 왠지 바로 구매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에코백도 묵혀두고 있는 게 많은데 - 굿즈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을 위한다고 이곳저곳에서 에코백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오히려 그게 더 낭비같기는 하지만 나처럼 잔뜩 쌓아놓고 있는 사람이 별로없으니 뭐... 그래도 올해는 손수건을 많이 주고 있어서 손수건이 늘어났다. 이제 한두개쯤 분실해도 충분할만큼. 항상 쓰던 것만 바로 빨아서 쓰고 있으니 잃어버리지 않는 한 새것을 꺼낼일이 없기는 한데 그래도 손수건이 많은 건 좋은... 좋은건가?

 

 

 

 

 

 

 

 

 

 

 

누쿠이 도쿠로.

이 이름은 항상 잊어버리고 기억을 떠올릴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건 이누이. 왜 그럴까?

 

 

 

 

 

 

 

 

 

 

천계영 만화는 유일하게 오디션을 본 것 같은데 꽤 독특해서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지 했던 기억뿐 다른 기억이 없네. 요즘 자꾸 만화에 꽂히고 있다. 신앙서적은 안본지 오래됐지만 왠지 공지영이 이야기하는 건 귀기울여보고 싶다는.

사순기간에 좀 더 절제하고 좀 더 기도하고 좀 더... 라는 건 생각뿐. 아, 미칠지경이다. 사순이 사순같지 않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 사막은 나쁜 동네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거기서 사는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어서 거기서 사는 것이다. 물은 너무 적고, 빛은 너무 많고, 온도는 너무 높은 상태. 사막은 이 모든 불편한 조건을 극대화해서 가지고 이"ㅆ는 곳이다. 생물학자들은 사막을 많이 연구하지 않는다. 식물이 인간사회에 가지는 의미는 세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식량, 의약품, 목재.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사막에서는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막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정말 흔치 않고, 그렇게 하는 과학자는 종국에 가서는 자기 분야의 비참함에 이골이 나고 만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고통을 날마다 견뎌낼 자신이 없다.

사막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는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순환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환경의 일부일 뿐이지 식물이 피할 수 있거나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인장의 생존 여부는 치명적인 극도의 건기를 반복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무릎까지 오는 정도 키의 원통 선인장이면 적어도 25세 이상 된 녀석이다. 선인장들은 사막에서 천천히 자란다. 그것도 자랄 수 있는 해에만.

 

'부활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식물은 약 100여종이 있다. 이 종들은 서로 전혀 관련이 없지만, 그들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부활초의 이파리들은 바삭바삭한 갈색으로 말라붙은 채 버티고, 몇 년 동안 죽은 척하다가 수분을 다시 받으면 정상 기능을 되찾는다.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 식물들의 특이한 생화학적 기능 덕인데, 그들 본인이 선택을 한 것이 아닌 우연히 얻은 특징이다. 시들기 시작하는 잎에는 농축된 당이 모이고, 마르면서 높은 밀도의 당이 남는다. 이 시럽으로 인해 이파리들은 엽록소가 다 빠진 후에도 안정적으로 보존된다.

부활초들은 대부분 작아서 우리 주먹보다 크지 않다. 보기 싫은 외모에 작고 쓸모없고, 그리고 특별하다. 비가 오면 부활초의 이파리는 다시 부풀어 오르지만 48시간 동안 초록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광합성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다시 깨어난 직후 그 묘한 기간 동안 식물은 순수하게 농축된 당을 먹으며 살아남는다. 1년 내내 먹고 살 수 있는 수크로오스가 단 하루 만에 관을 통해 온몸에 퍼지면서 짙은 달콤함이 지속된다. 이 작은 식물이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다. 죽음의 시든 갈색을 뛰어넘어 다시 살아난 위업을 이루었지 않은가. 물론 이 기적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루 이틀 사이에 모든 것이 불가피하게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극적인 인생도 결국은 계속 갈 수 없어서 장기적으로는 부활초마저도 시들고 완전히 죽는 때가 온다. 그러나 잠시 스쳐지나가듯 누리는 영광스러운 그 순간 부활초는 다른 식물은 전혀 모르는 비밀스러운 지식을 누린다. 바로 초록이 아니면서도 성장을 하는 비밀 말이다. (203-205)

 

 

 

 

 

 

 

 

 

 

랩 걸을 읽으면서 자꾸만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 책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책 읽기가 재미있는데 왜 나는 한동안 책읽기가 재미없다고, 피곤하다고 잠만 잤을까.

 

 

 

 

 

 

 

 

 

 

 

 

 

 

 

 

주문한 책이 도착해야 다음 책을 주문할텐데 지난 주 주문한 책은 일주일을 다 채우고 도착하려나보다. 택배가 많이 밀리는 시기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책을 주문하고 받으면 바로 읽는 것도 아닌데 책 박스는 꼭 빨리 받고 싶어하는 건 또 뭔지. 아무튼. 이제 놀지 말고 짬이 날때마다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괜한 욕심으로 다 싸안고 있으려 하지 말고 왠만한 책들은 그냥 술렁술렁 넘겨주기도 하고. 오늘도 선물할 책을 골라볼까, 하다가 그냥 집에 갖고 있는 책을 먼저 빼주기로. - 응? 아니다. 벌써 한 권은 주문했구나.

 

 

아, 어쨌거나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원래부터 그런 환경에 살도록 되어먹은게 아니라는 이야기. 사막에서 나와 잘 자라는 식물이 될 수 있게 하려면 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