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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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 보고 유아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에세이라니.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 이름을 보고서도 잘 몰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한가지쯤은 분명 공감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책 좀 빌려줄래?'의 작가가 바로 그랜트 스나이더이고 이 책은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 하지만 여전히 왜 이 책의 원제 The art or living이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하지'라는 어린이용 제목이 붙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의문은 책의 내용에 있었다. '지나친 몰두에서 벗어나는 법'(63)의 8가지 컷 만화 중 한 컷이 '샤워를 오랫동안 한다'이다. 편집자에게는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남은것이었을까?


'깨어있는 삶을 위한 선언' 9개는 바로 이 책의 목차이다. 특별한 것이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나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는 글과 그림이다. 카툰에세이 대부분은 짧은 컷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생략되거나 축약하는 것 없이 보여지는 그대로 알기 쉽게 작가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짧은 글로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난 후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펼쳐보고 있는데 색감과 그림의 형태가 내 취향이라 그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글을 같이 읽으면 또 좋아서 더 많은 에피소드를 찾아 책장을 자꾸만 넘겨보게 된다.


그런데 몇 번 보다보니 이 책에 나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저자가 다른 작가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재해석해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한 것처럼말이다. 

'존재의 방식'에는 끈기있게 나아가기, 하늘 높이 날기, 어둠 속에서 깜박거리기, 느릿느릿 미끄러지기, 하룻밤 사이에 돋아나기, 산들바람에 떠다니기, 물 밑에서 헤엄치기, 고개 높이 쳐들기, 큰 꿈 꾸기가 담겨있는데 여기에 나의 글을 더하면 그때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글에 아이디어를 얻어,라는 말을 덧붙여 내 이야기 책이 되는 것이겠지. 지금 내가 이루고 싶은 존재의 방식 하나는 '큰 소리로 웃기'이다. 행복과 즐거움은 커다란 웃음에서 시작된다는 삶의 단순한 진리라고나 할까...

단순명료한 삶의 일상이 어쩌면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이의 동일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된다. 그래서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하다보면 뭔가 스치듯 나의 일상에서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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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식물, 광물 세계의 감수성과 지성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우리의 허영심, 우리네 가부장적 종교들, 우리의 철학, 우리의산업, 우리네 학문의 부추김으로 우리가 이 행성 위에 생명을 탄생시킨 끊이지 않는 대화를 무시한 채 지배하고, 경멸하고,
몰살해온 그 형제자매들, 수없이 많은 그 존재들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133


* 이 책이 인쇄될 무렵에 나는 키토에서 숲의 지위를 ‘의식 있고, 권리를 갖춘 생명체로 공식적으로 선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콰도르 헌법에 ‘자연의 권리‘
가 명시되리라는 걸 알리는 서곡 같은 사건이다. 키츄와 부족이 이뤄낸 놀라운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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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트하우젠 나치 강제수용소는 가스실마저 아끼기 위해 수감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시켜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를 살린 건 한 송이 제비꽃이었습니다˝라고 그는 편지에 썼다. 이 부르고뉴 출신의 90세 노인은 터키 문자처럼 삐뚤삐뚤 떨리는 글씨로 이렇게 밝혔다.
˝그렇지만 선생님과 호두나무처럼 저는 그 꽃의 부름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꽃을 구하지 못했어요. 아니 어쩌면 꽃은 그저 내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기억하도록 작은 신호를 보낸 건지도요.˝
그가 내게 들려준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러하다. 1930년에이본 지역에 배속된 젊은 경찰관인 그는 초현실적인 악몽을꾸고 깨어난다. 작은 제비꽃 하나가 돌더미 한가운데에서 잎사귀와 꽃잎을 흔들며 구해달라고 그를 부르더니 이내 바위더미와 함께 폭발해버린다. 그는 그 꿈을 거의 매일 밤 꾸는데, 풍경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알 것 같은 그 장소를 찾는다. 크리라는 마을 부근의 채석장이다.
그곳, 돌더미 틈에서 그는 꿈속에서 본 꽃과 닮은 제비꽃을여럿 발견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소풍 때 그 꽃들을 눈여겨보고 기억했다가 잊었는데, 그의 무의식이 다시 떠올려 반복되는 꿈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의미로, 무슨 목적에서일까?
경찰관은 꽃의 상징에 몰두해본 적이 없었기에 정보를 수집해본다. 그리하여 크리 채석장의 확장 계획이 곧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몽이 계속되었기에 그는 어느 범죄를수사하던 중에 만난 적 있는, 식물의 독 전문가인 디종의 어느 교수에게 문의한다. 그 식물학자는 즉각 경찰서로 달려와 연락해준 그에게 고마워하며 꽃을 구하러 나선다. 크리의제비꽃은 멸종위기에 놓인 종으로 그 지역의 석회질 돌더미에서만 겨우 살 수 있어서 토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위험했는데, 특히 채석장의 확장에 필연적인 바위 폭발은 더더욱 위험했다.
경찰관과 식물학자는 한 달 동안 그들의 상부와 공권력과채석장 주인과 싸운다. 소용없었다. 그들은 분쟁을 일으키는두 사람의 열정을 가라앉히려고 철석같은 약속을 해주었지만결국 청년의 꿈은 예지몽이었음이 밝혀지고 만다. 크리의 마지막 남은 기념비적 제비꽃 군집은 폭발로 몰살된다. 식물학자와 경찰관을 무력한 분노와 슬픔에 빠뜨린 채.
나의 독자는 이렇게 썼다.
˝그런데 이 나쁜 기억이 13년 뒤에 제 목숨을 살렸습니다.
이 기억이 마우트하우젠에서 버티게 해주었어요. 감히 말하자면 나는 한 송이 꽃을 떠올리며 공포에 버틸 힘을, 인간의 야만 행위에 맞설 힘을 냈지요. 죽을 처지에 놓여 내게 도움을 청해온 작은 꽃 한송이 덕에 말입니다.˝
고백하건대 처음에 나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식물의 부름‘이 내가 3년 전에 『이중 정체성」에서 지어낸 상황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마리 펠트는 크리의 제비꽃 이야기와 그 종이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프랑스의 식물군에서 사라진 것이 사실이며, 그 꽃을 구하려고 시도한 경찰관이 누구였는지를 확인해주었다. 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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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해 자살과 다름없는 광기를 저질렀어도 식물계는 아직 지구 생물 총량의 99%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식물없이는, 식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산소와 식량없이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58


진화 초기부터 인간은 식물의 향기와 맛, 색채와 아름다움에 끌렸다. (그런데 이게 바로 식물의 목적이 아니던가?) 스테파노 만쿠소는 2013년에 이렇게 썼다. "식물이 우리에게 기분 좋은 꽃을, 열매를, 냄새를, 맛을, 향을, 색깔을 만들면서 인간을 상대로 조종 능력을 발휘했으리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식물은 오직 인간의 마음에 들려는 목적에서 그 모든 걸 만들었고, 인간은 그 반대급부로 전 세계에 꽃을 퍼뜨리고 가꾸고  보호하는지도 모른다. (…)
자연에서는 누구도 아무 대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우리가 적어도 일부 식물 종에게는 최고 동맹이 될 수 있을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그렇다. 하지만... 동맹인 인간이 배신해서 갑자기 최악의 포식자로 돌변한다면 식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산림파괴에 공해 피해까지, 유전자 조작에 몰수 특허 취득까지 인간은 한세기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식물에게 공공의적 1호가 되었다. 그렇다면 식물이 노린재를 상대로 실행했던 퇴치법을 인간에게 실행할 위험은 없을까?
식물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초, 대추야자나무의 꽃가루 속 에스트론이나 감자 속의 프로게스테론처럼 다양한 식물 종에서 여성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장-마리 펠트는 1996년에 『자연의 비밀 언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은 곤충의 호르몬만 흉내 내는 데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특정한 성호르몬도 만들 줄 안다." 그것도 피임약의 용량을 연상시키는 용량으로….
그것은 자연의 ‘실수‘일까 아니면 인간이 초래할 위험에 대한 식물의 결연한 대응일까? 펠트는 "곤충의 출생 제한은 다양한 식물 종들이 실행하는 활동이고, 인간이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에서 쓰이던 전략이다"라고 말한다. 55-57

*스테파노 만쿠소.알렉산드라 비올라, 매혹하는 식물의 뇌 - P56

우리가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해 자살과 다름없는 광기를 저질렀어도 식물계는 아직 지구 생물 총량의 99%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식물없이는, 식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산소와 식량없이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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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쌩뚱맞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친 몰두에서 벗어나라는 겐지.
그래도 너무 가벼워보이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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