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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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심을 먹으러 나갈까 생각하다가 삶이 아주 지루하고 술을 한잔 하더라도 여전히 지루할 것이고 하루 중 어떤 때라도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은 어쨌거나 재미가 없겠거니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198쪽

일단 죽으면 어디에 묻혀 있는지가 중요할까? 더러운 구정물 웅덩이든, 높은 언덕 꼭대기의 대리석 탑이든 그게 중요한 문제일까? 당신이 죽어 깊은 잠에 들게 되었을 때, 그러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기름과 물은 당신에게 있어 바람이나 공기와 같다. 죽어버린 방식이나 쓰러진 곳의 비천함에는 신경쓰지 않고 당신은 깊은 잠에 들게 되는 것뿐이다. 나도, 이제는 그러한 비천함의 일부가 되었다.-352-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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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세상을 만나다 카르페디엠 20
시게마츠 키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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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를 가기 전,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이 책을 붙잡고 놓지 못해 결국 다 읽고 나서야 짐가방을 꾸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책을 덮으며, 느낌이 너무 좋은데 서평을 쓸 시간은 없고.. 아쉽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조차 의심스러울만큼 책에 대한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길 위의 악마'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누가, 길 위의 악마인가 하는 것이 중요했던가? 세심하게 그려진 소년의 심리가 아주 인상깊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소년, 역시 세상에 대한 저항과 부적응의 상태로 성큼 다가가 범죄 실행의 충동을 느끼고 전율하던 모습의 묘사가 날카롭고 섬뜩하고 현실적이어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섣부르게 소년,을 이해한다거나 소년,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거나.. 그런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뭔가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은 든다.

<조간 신문을 들춰봤다. '소년'에 관한 사건이 하나, 폭주족에 가입한 열일곱 살 난 소년 세 명이, 그 그룹을 탈퇴하려던 동년배 머시기 군을 집단 구타해서 죽였다. '소년'은 피해자가 되면 실명으로 보도된다. '군'이란 호칭까지 붙어서.
칼럼 기사는 해외 뉴스였다. 고등학교를 1년만에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쪽도 열일곱 살의 머시기 군인데, 스케이트보드 타기 대회에서 3위로 입상했다. 사진까지 나와있다.
구렛나룻이 긴 스포츠형 머리를 한 머시기 군은 스케이트보드를 무슨 방패인 양 세우고 V 사인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내 꿈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입니다"라는 멘트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마친 직후, 속에서 울컥 화가 치민 어떤 놈이 나이프를 휘둘러 그의 등을 찍는 경우도 '있을 순 있는' 일이다. 그건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가능성'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352)

이 책에는 사춘기 소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담겨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을 경험하여 이겨내고 자신을 찾고 세상과 직면하는 소년의 모습일 것이다.
오랜 전, 내가 세상에 섞여들어가버리기 전, 세상을 만나려고 마음의 성장통을 경험할즈음의 내 모습도 슬며시 끼어들어본다. 학교를 졸업하며 몇년동안 기록했던 나의 비밀들, 이라기보다는 내 치열한 고민들을 불태워버린 기억은 그것이 아주 오래전의 희미한 기억이기에 나 자신을 이상화시켜 추억하게 된다. 친구에 대해, 사랑과 우정에 대해, 믿음과 존중에 대해...
예전의 내 모습은 사라졌고, 이제 나는 또 다른 소년의 모습을 바라볼뿐이다. 이제는 성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아이들이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도망쳐버리지 않게 길을 비춰주고 싶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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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2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장바구니 담아야겠네요

chika 2006-10-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게 읽었어요. ^^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구판절판


타샤에게 감자 수확은 한 해의 정점을 이루는 일로 꼽히니 멋지게 차려 입을 만한 행사다. "감자 캐는 일이 좋아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정말 만족스럽거든요. 삽이 감자를 찍어서 두 쪽으로 나눌 때면 진저리가 쳐지기도 하지만요"
.....
이따금 양배추 뿌리는 다 먹지 못하고 상할 때가 있지만, 잎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못먹는 이파리는 닭 모이로 주지요"
간단히 말해 그것이 타샤의 인생철학이다.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고, 몸짓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나뭇잎 하나 버리지 않는 것이.-206-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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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 1 - 유럽의 역사 그리고 문화여행, 신화와 역사편 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유혹
베니야만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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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생각은 온통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으로 향하고 있어서 이 책이 재미없는 것일까?
책 제목과는 달리 전혀 유럽에 빠져들 수 있는 유혹거리가 없는것이다.
첫 장의 신화편은 오히려 이주헌님이 쓴 책 '신화, 그림으로 읽기'가 좀 더 낫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미술분야로 한정되어 설명했지만 어째 내게는 그 책이 더 깊이있고 신화의 이야기 역시 더 실감있게 다가오는겐지. 실제로 유럽여행을 하면서 조카와 같이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하며 조각상을 보고 그림을 봤던 기억때문에 이주헌님의 책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신화이야기를 하면서 유럽의 문화에 대해 맞물려 이야기하려 한 것 같지만 어딘지 집중되지 않고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는 느낌이어서 맘에 안든다. 잘 모르는데 좀 더 친절하게 잘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둘째장 건축과 정원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욕심이 과했는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유럽의 건축양식에 쏙 빠져들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부제는 '유럽의 역사 그리고 문화여행'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역사와 문화 여행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내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책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재미없는건 어쩌랴. - 어쨌거나 첫째권, '신화와 역사'라고 제목을 붙인것은 아니다 싶은데.
괜히 내가 예상한 책 아니라고 책 탓을 하다니. 서평을 쓰면 안되는거 아닐까?

둘째권이 궁금해지긴 하지만 읽을 기회는 없을 듯 하다. 아, 나도 즐거운 맘으로 유럽에 빠져들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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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6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10-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알라딘이 좀 이상했어요. 한번 클릭했는데 왜 두번씩이나 뜨는겐지 ㅠ.ㅠ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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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신은 이 사회에서 모든 걸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일한 무기가 진실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며,-57쪽

역시 나는 한 가지 일에 매달리거나 사소한 일로 오늘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듯,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은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아니, 그런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은가.-226-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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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