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책이 나왔다!
그러니까 어제 집으로 들어가는데 어머니가 저 고냥이가 꼼짝도 않고 앉아있다,고 하시길래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정말 늙은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와 담을 두고 이웃해있는 집 지붕에 올라가 우리집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회색털이 조금 지저분해보이고 꽤 나이도 들어보이던데 내가 앞으로 한발짝 다가서면 도망가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꼼짝도 않고 앉아있어서 오히려 내가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냥 들어와버렸다. 눈길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녀석.
여름이 다가오면 현관문을 열어두곤 하는데 그러면 가끔 그 앞으로 지나가는 길냥이 녀석들을 보게 된다. 언젠가부터 그 길이 고양이들의 통행로처럼 되어버려서 이제는 별로 신경도 안쓴다만. - 물론 고양이 녀석들도 집안에서 움찔거리는 나 정도는 신경도 안쓰고 힐끔거리고는 그냥 지나가버린다는 말이다.
길냥이들의 모습을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 냥이들과의 동거이야기라니... 뭔가 쫌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입이 짧아서 못먹는 음식도 많고, 재료 손질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요리가 더욱더 제한이 되니 아무리 관심을 가지려고 해 봐야 요리가 늘지 않는데 그래도 다행히 요즘은 샐러드 관련책도 많이 나오면서 드레싱 만드는 법도 배워보려고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비빔장 만들어놓고 마당의 온갖 야채를 다 쓸어 넣어서 밥 넣고 계란 하나 튀겨내서 비벼먹어도 한끼 식사로 훌륭하게 해결이 되니 좋다. 오늘 점심에도 갓 깎은 오이와 함께 밥을 먹으니 뭔가 상큼해서 좋았고.
작년에 수박씨를 버리다말고 화분에 휙 던져넣어뒀더니 줄기가 마구 뻗어서 수박잎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처음 봤는데, 삼시세끼에 나오는 묘종 중에 한두개 빼놓고는 다 구분이 되더라. 우리집 마당에는 다 지들이 알아서 잘 자라주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해바라기는 농협에서 나눠 준 씨앗을 그냥 한번 심어봤는데 저 혼자 무럭무럭 너무 잘 자라고 있다.
보이는 건 해바라기, 호박, 토마토, 깻잎, 고추, 상추, 스피아민트. 이번 주말에는 누구처럼 스피아민트 잎을 따서 6분간 우려내어 허브차를 마셔봐야지.

"앞으로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턱없이 싼' 상추를 산더미처럼 생산해 화물선으로 전 세계에 이송할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소비자들은 자기 집 뒷마당에서 채소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데도 평생 가보지도 못할 먼 이국 땅에서 난 농산물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몇마일 안 되는 곳에서 똑같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데도 수입품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불필요한 교역 redundant trade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하는 딸기의 양은 캘리포니아산 딸기가 제철일 때 최고조에 이른다. ......
캘리포니아 수자원의 85퍼센트는 농업용으로 사용되며, 이로 인해 일부 강은 물이 말라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이를 때쯤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처럼 믿기 힘든 생태계 파괴의 대가로 나는 1년 내내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한 상추를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50-51)
세상에 지치고 사회가 더는 만족스럽지 않을 때에도 채소밭은 늘 한결같다 - 미니 오모니어
어떻게 자라든 간에 풀은 낙천주의자다. (67)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엊그제 점심을 먹을 때 가만히 재료들을 보게 되었다. 오랫만에 먹은 연잎밥. 연잎은 우리동네에도 있는 것이고. 갖가지 야채들도 다 동네에서 재배할 수 있는 것인데... 당면은 살짝 의심을 해봐야 하고.
해물전의 해물도 분명 동네 바닷가에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우같은 것은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밀가루도 분명 아니겠고.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하다보면, 정말 이 책을 쓴 부부의 이야기가 재미있게만 읽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나물의 향연을 얼마나 기다렸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니.
그래도 우리 동네에 딸기도 있고, 커피는 안나지만 녹차밭이 있으니 녹차, 홍차, 귤차..... 흠,,,,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어서 조금 더디게 나아가고 있는데 주말동안 열심히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뭔가 좀 이거야! 라는 심정으로 눈길을 확 사로잡는 책은 안보이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