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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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벚꽃, 다시 벚꽃]을 읽으면서 왠지 자꾸만 한여름밤의 소동처럼 뒤죽박죽이면서도 한바탕 소동이 해결되고나면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책을 기대하게 되었다. 뭐 딱히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벚꽃의 이야기를 뭐라해야할까...

아니, 이 책은 벚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에도를 배경으로 - 그러니까 좀 더 멀리 돌려 말하자면 촌구석에서 자란 다르타냥은 원대한 기사의 꿈을 갖고 파리에 입성하지만, 우리의 심약한 기사 쇼노스케 후루하시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풀기 위해, 그러니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결한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내기 위해 에도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쇼노스케의 어리버리한 모습이 보이지만 그는 품성이 착하고 어눌해보이기는 하지만 꽤 영민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매력을 풍기고 있다. 그가 생활하는 도미칸 나가야, 그러니까 쪽방촌이라고 이해하면 어떤 형태인지 짐작이 가는 그런 곳에서의 생활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야기도 조금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야기의 흐름은 분명히 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안에 얽혀있는 엄청난 음모와 슬픔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 다시 벚꽃]은 슬슬 웃음이 나고, 또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안이 있다고만 느껴진다. 사건의 해결 이야기와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쇼노스케가 부업삼아 하고 있는 대본소의 필사일과 관련해서 우연히 얻게 된 책자 - 과거의 곤궁한 시절에는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잇지 못하고 굶는것이 다반사였을텐데 에도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의외로 곤궁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적혀있는 책을 열심히 필사해 널리 보급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왠지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일본 에도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문화, 계급사회와 주종관계를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대충 시대적 상황에서의 생활에 대해 어림짐작하며 읽어나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어서 그냥 술술 읽어버렸다.

가족에 대한 인식, 가족의 소중함은 잘 알고 있지만 피를 나누었다는 속박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가족도 있음을 깨닫고,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하더라도 그것으로 사람으로서 소중한 걸 잃은 것은 아니라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나니 이 책의 주인공 쇼노스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리버리하고 많이 물러보이는데다 칼솜씨도 형편없는 무사이지만 자신이 지켜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쇼노스케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호언장담하지 않고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이 있는 법. 목청 높여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권세를 손에 넣는 것만이 인간의 명예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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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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