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릴 수 있는 색연필 일러스트 10,000개 - 쉽고 귀여운 색연필화
페이러냐오 지음, 백인하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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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릴 수 있는 색연필 일러스트 '10,000'이랜다. 지금까지 일러스트 책을 몇 권 사서 따라그리기를 해보곤 했는데,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꾸준히 연습을 해야하겠지만 나의 변덕스러운 마음은 한번 따라 그리기 한 그림은 보지 않고도 그 특징을 살려 잘 그릴 수 있는 연습을 귀찮아 하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일러스트의 그림이 어떤지 보지도 않고 만개의 그림이 있는 책이라면 그 중 백개만 건져서 따라그리기를 해도 성공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책에 관심이 갔다.

지금까지 받아 본 일러스트 따라그리기 책 중에 가장 크고 가장 두툼한 책일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이 되었지만 별다른 설명없이 그림만 빼곡한 책은 사실 좀 당황스럽기는 했다.

 

첫인상을 말하자면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는 그런 느낌? 사실 그림의 스타일을 보기 전에 이 책의 작가가 예전에 다육이 색연필화책을 본적이 있어서 작가의 그림은 믿고 있었지만 그냥 빼곡이 그려진 그림을 봤을 때는 그냥 좀 당황스러운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을 잡고 그림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차분히 책을 펼쳐들었을때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다. 색연필의 특성이나 색연필화에 대한 이야기는 별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해도 색연필의 표현이나 색감에 대한 것은 역시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표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첫장이 사람 얼굴이다. 이번 책을 볼때는 첫장부터 하나씩 차근히 그려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펼쳐들었는데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빼곡하게 담겨있으니 좀 질린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런데 하나씩 그려보기 시작하니 느낌이 좋다. 처음부터 색연필로 그리지는 않고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이어서 색연필로 덧그리거나 색을 칠하면서 일러스트를 따라 그리다보니 에전과는 달리 나름대로 다양한 변주를 그려보게 된다. 하루에 단 하나의 그림을 그려보더라도 꾸준히 그리자, 라는 결심을 했지만 비슷한 얼굴들만 계속 그리려니 심심했는데 두석장을 건너뛰어 익혀둔 얼굴표정과 동작을 연결해서 그리니 나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 대강 훑어볼때는 못느꼈는데 그림을 하나씩 보면서 따라 그려보려고 하니 그림의 과정을 간단하게 그리고 또한 간단하게 그 특징을 설명하는 글- 달리는 동작을 표현하려면 다리가 엘자로 되게 그리면 된다는 등의 글이 있어서 도움이 된다.  처음은 이렇게 보면서 따라그리기를 하지만 만개의 그림을 그리다보면 앞으로는 나만의 표현대로 기본적인 특징을 담아낸 일러스트, 색연필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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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기다리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나오는.

그리고 러버스 키스도 재출간이네. 이건 집에 있는 책이니 패스. 최근 만화책을 산 기억이 없으니 명탐정 코난도 구입을 안했을것이고. 지금 보니 우라사와 나오키의 빌리배트는 20권을 끝으로 '완결' 표시가 떴다. 이제 구입해서 읽으면 되는건가?

안그래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굿즈때문에 어쩌나, 고민이었는데.

여름이라 더운 건 참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열대야로 밤에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해서 계속 비실비실대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더 추욱축 처지기만 하고. 그러니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뭔가를 해봐야지, 하다가도 금세 정신을 놓고 있다.

 

 

 

 

 

 

 

 

여름은 또한 장르소설의 계절.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음 사람을 죽여라.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한밤의 더위는 못이겨내고 있다. 어젯밤에 너무 더워서 책을 펼쳤다가 포기하고 그냥 멍때리며 누워있었는데.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1870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성장기와 1970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경제성장 둔화기에 대한 생생한 기록과 분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방대한 전망과 제언을 담고 있다. ... 저자의 해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구하는 '강한 미국'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울러 그의 제안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누진세 강화 등 세제개편을 추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방향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흠.. 과연?

 

거대한 후퇴. 15명의 학자와 언론인이 권위주의와 배타적 국가주의로 얼룩진 거대한 후퇴를 진단한다.

여공문학. 1989년 한국에서 만난 10대 여공들과 그들의 문학적 열정에 매료된 호주 페미니스트 역사학자가 쓴 한국 여공문학 연구서. 희생양 담론에서 외면돼 왔던 여공들의 욕망과 섹슈얼리티를 복원해 의미를 부여한다.

바깥은여름. 이건 뭐..무조건 읽기를 바랄뿐.

강남만들기 강남따라하기.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강남식 주거환경과 도시적 삶을 지향하고 욕망하며 이를 공간적으로 복제하려 했던 한국의 도시성을 분석했다.

 

 

 

 

 

 

 

 

서울 봉천동 산 42번지에는 말썽쟁이 철호가 살았다. 직업군인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누나둘과 형 하나, 철호 여섯 식구다. 철호의 단짝 정민이는 호떡장사하는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고 기성이의 아버지는 폐병을 앓고 있다. 셋은 봉천동을 휘젓고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내가 아는 s는 깡촌에서 살았다고 한다. 나는 도시에서 살았지만 풍족한 삶이 아니었기에 주식은 라면이었고 간식은 어릴적에 어머니가 집에서 해 주시던 도넛과 만두와 부침개.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밀가루를 엄청 먹어댔고 지금도 여전히 밀가루 음식을 잘 먹는데, s는 만두도 커서 먹어봤고 라면조차 구경하기 힘들었었다고 한다. 옛 이야기를 하다보면 각자의 환경에 따라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왠지 나 혼자만 힘들게 살아온 것은 아니야, 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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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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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본태박물관에 갔었다. 이름이 생소한 그 박물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내실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건축물 자체도 안도 타다오의 노출콘크리트 기법뿐 아니라 물과의 조화도 보면서 다닐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좀 더 넓었다면 돌아다니며 지쳐버렸을지도 모르겠고, 규모가 더 작았거나 전시물이 적었다면 괜히 비싼 입장료에 볼 것 없다며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전시관을 둘러보고 또 다른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 외부로 통하는 문을 나설때까지만해도 왜 구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었지만 잠시 야외로 나가 건축물의 구조를 보고 물과 물의 흐름과 건물과의 조화로움도 느끼며 야외 정원의 구조물을 보고 쉬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 본태 박물관을 본 느낌이 좋았기 때문일까? '끌리는 박물관'이라는 책의 제목에 바로 마음이 끌렸다. 전 세계의 크고 유명한 박물관이 많지만 굳이 그런 박물관이 아니라 동네의 자그마한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24명의 작가에 의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이 책의 설명은 왠지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사실 몇년전만 해도 나는 유명하고 커다란 박물관, 누구나 얘기하면 알만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 더 좋은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패키지 여행으로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서 여러 조각상을 구경하면서 언젠가 꼭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했었는데 마침내 자유여행일정으로 피렌체에서의 여행 일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었다. 그때 강력히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지만 걷는 것이 힘든 어머니와 미술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언니와 다른 일행을 이끌고 나 혼자만의 욕심을 채울수는 없었는데 이태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신부님이 그렇다면 우피치 말고 산마르코 수도원에 가는 것을 제안해주었다. 안젤리코의 그림에만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꽤 괜찮다고. 결론적으로 그때의 선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도 그 큰 규모의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도 못했고 유명하다는 몇몇 작품만을 스치면서 사진찍기에만 바빴지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그마한 미술관에서 오랜시간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더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끌리는 박물관]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딴 얘기만 하나, 싶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이야기 자체가 끌리는 박물관을 읽고난 후의 내 느낌이다. 24명의 작가가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 보았던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굳이 어느 작가가 어느 곳을 방문했었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재방문한 그곳의 가치를 새삼 다시 느꼈고... 그것이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재미있게 읽은 글도 있지만 사실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박물관도 있었지만 내 관심밖의 박물관 이야기도 있었다.

나름 유명 작가들의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두 작가의 이름을 빼면 내게는 낯설기만 한 작가들의 글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각자의 개성대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박물관 본연의 모습 그대로 그곳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극히 사적인 감상과 사적인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티비프로그램중에 알쓸신잡이 유명한데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 중 과학자인 정재승박사는 어떤 여행지를 가든 꼭 그곳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간다. 지역의 특색과 박물관의 연관성이 뭐지?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대중음악박물관은 그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한 개인이 수집한 물건들을 전시한 것만으로도 전문적이며 제법 큰 규모의 박물관을 개장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끌리는 박물관]에도 개인의 수집품인 인형을 모아 전시한 인형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엄밀히 따지면 로댕박물관의 경우도 로댕의 개인 미술품 전시장일뿐이니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규모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카프리 섬의 빌라 산 미켈레 역시 문테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곳일 터이고.

다양한 방면의 다양한 수집품을 전시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 온 지구와 자그마하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의 유물이나 조상들의 생필품들을 보는 것도 나름 꽤 흥미로운 일이다.

끌리는 박물관은 바로 그러한 재미를 슬그머니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는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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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7-18 0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선생님과 제주 답사할 때 여기도 갔었는데, 오랜만에 차카님 덕분에 기억을 끄집어내었네요.^^

chika 2017-07-18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선생님과 제주 답사라니! 부러운 일이예요 ^^
 

 

조금은 먼 동네지만 어쨌거나 한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 동네의 여름 풍경.

아니, 여름 풍경의 하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이도 많지만, 뜨거운 태양아래 노동의 땀을 흘리는 이들도 많다는 걸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우리 동네의 또 다른 풍경.

 

 

 

겨울이 되면 노랗게 익은 귤들이 이 여름의 고생을 잊게 해주겠지...?

 

 

 

 

 

그 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저 떠오르는 건 어둠 퇴근 후 딸각, 스위치를 켜면 부엌 한쪽에서 흐느끼던 아내의 얼굴과 다시 딸각, 불을 켰을 때 거실 구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던 아내의 윤곽뿐이다. 냉장실 안 하얗게 삭은 김치와 라면에 풀자마자 역한 냄새를 풍기며 흐트러지던 계란, 거실 바닥에 떨어진 갈색 고무나무 이파리 같은 것들뿐이다. 이따금 아내는 베란다 창문을 보며 동어반복을 했다.

... 여보, 영우가 있는 곳 말이야. 여기보다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거기에는 영우가 있으니까.

 

23, 입동.

 

 

 

 

 

- 마지막 방법으로 ..... 드물게 안락사를 선택하는 분들이 있어

- 그게 뭔데요?

- 아픈 동물 친구를 곤히 재운 뒤 심장 멎는 주사를 놔주는 거야. 편안하라고.

의사는 "그러고 나서 후회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으니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일단 에반에게 잘해주라고, 살아 버티는 동안 무척 고통스러울 테니 옆에서 잘 다독여주라고 했다. 그렇지만 찬성은 어떻게 해야 잘해주는 건지, 에반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때마침 건넛방에서 할머니가 한숨 토하듯 "아이고, 죽어야 모든 고통이 사라지지. 죽어야 근심이 없지. 하느님 나 좀 조용히 데리고 가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찬성이 몸을 돌려 에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서로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 ....... 알고 있니?'

에반의 젖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들거렸다. 찬성이 에반의 입매, 수염, 눈썹 하나하나를 공들여 바라봤다. 그러자 그 위로 살아, 무척, 버티는, 고통 같은 말들이 어지럽게 포개졌다.

- 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

- ......

- 에반, 많이 아프니?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

 

 

 62-63, 노찬성과 에반.

 

 

 

 

 

 

 

 

일상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그 슬픔과 영원할 것만 같은 슬픔과 고통의 시간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슬퍼.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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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죽이다 데이브 거니 시리즈 3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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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티비 드라마중에 파수꾼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거기에 악의 화신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살인을 서슴지않는 캐릭터가 있는데, 그 자신은 그 모든 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한다. 어떻게 살인에, 그것도 진실을 밝히겠다며 증언에 나선 선량한 시민을 살해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거의 끝무렵까지 온 드라마는 죄의식이 없는 검사 아버지를 등에업고 사이코패스처럼 그려지는 그 아들의 죄를 밝혀내는 것을 클라이막스로 종영할 분위기이다. 별생각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하며 거슬리게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그 아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 책이 떠올랐다. 기꺼이 죽이는 모습, 거리낌없이 자신의 살인을 덮기 위해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는 그 악의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말 한마디가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어서 장르소설을 읽고 난 후 그 느낌을 쓰려면 자꾸 멀리 돌아서 이야기하게 되고 뜬구름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도 자꾸 뭔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이 소설의 재미를 혼자만 알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좋은 건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것이 다 같은 마음이리라.

 

이야기의 전개는 이미 은퇴를 한 전직 형사에게 걸려 온 전화 한통에서 시작된다. 오래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 일명 '착한 양치기' 사건은 돈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부의 불평등 구조를 없애기 위해 부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한 미해결 사건이 있는데 당시 벤츠를 몰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피해자의 가족에 초점을 두고 트라우마 치유의 일환으로 가족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송기획 프로젝트를 하는 딸을 도와달라는 전화 한 통.

과거의 살인사건은 현재의 사건과 그리 연관되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존재가 의심스러운 다큐멘터리 기획자인 킴의 남자친구 로비의 등장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된다. 미심쩍은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전직 형사인 데이브 거니는 직감적으로 '착한 양치기'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데이브 거니 형사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인 '기꺼이 죽이다'는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과거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꺼내보게 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해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한 장르소설의 재미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그 사건들을 풀어헤치고 다시 짜맞추는 과정에서 살인에 대한 정의, 공적 이익을 위한 살인은 정당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할 수 없어하는 고위 관료들 - 그뿐인가,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사건의 해결보다는 사건을 독점수사하려는데 더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고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고발은 더 적나라하다. 굵직한 것만 이야기해도 이 정도니, 아무리 책이 두껍고 과거의 이야기가 반 이상을 잡아먹는다 해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회차가 제한된 티비드라마의 한계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에 비해 그 표현이 좀 부족하고 마무리 되는 이야기가 좀 답답해서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존 버든의 이야기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산만하게 분산되지 않고 짜임새있게 잘 엮여있어서 끝으로 갈수록 아쉬움이 든다. 물론 마지막 장면의 거창함(?)은 영화제작을 염두에 둔 듯한 스펙타클함에 좀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도 없잖아 있지만 뭐 어떤가, 너무 진중한 독자를 위한 작가의 액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그 또한 재미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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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