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YMCA에 바치는 경의]

 

옛날 옛적 샌프란시스코에 인생의 세련된 것, 특히 시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멋진 운문을 좋아했다.

그가 자기 취미에 몰입해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직장을 갖고 일할 필요가 없었기때문이었는데, 이는 1920년대에 그의 할아버지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는 사립 정신병원에 투자한 것이 크게 성공해서 그가 상당한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흑자를 내고 있는 그 병원은 타자나 외곽의 샌 페르난도 밸리에 있었다. 그곳은 정신병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온통 장미꽃으로 둘러싸여 있었기때문이다.

매달 1일과 15일이면 병원에서 수표가 왔는데, 우체국이 쉬는 날에도 왔다. 그는 퍼시픽 하이츠에 멋진 집을 갖고 있었고, 바깥에 나가 더 많은 시를 사 오곤 했다. 물론 시인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건 그에게 너무 과한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단지 시를 읽고 축음기로 시인의 낭송을 듣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시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는 집의 배관을 갖고 나가서 시로 교체하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는 수돗물을 잠그고 수도관을 갖고 나가서 시인 존 던으로 교체했다. 수도관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또 욕조를 들어내고 대신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들여놓았다.

그는 부엌 싱크대를 들어내고 에밀리 디킨슨을 들여놓았다. 싱크대는 놀라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는 화장실의 세면대를 들어내고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를 들여놓았다. 화장실 욕조는 물이 단수되었음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온수 히터를 들어내고 마이클 맥클류의 시를 들여놓았다. 온수 히터기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화장실 변기를 들어내고 이름 없는 시인들을 들여놓았다. 변기는 이 나라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자기가 해놓은 놀랄만한 작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로 했다. 그가 해놓은 일에 비하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항해한 것은 하찮은 것이었다. 그는 다시 물을 틀고 자신의 비전이 현실화된 것을 관찰했다. 그는 행복했다.

"목욕을 해야지" 그는 자신의 성취를 축하하기 위해 말했다.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서 목욕하려고 마이클 맥클류를 데우려 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럼 설거지나 하지, 뭐" 그는 말했다. 그는 <나는 발효되지 않은 술을 맛보았다>에다 접시를 넣고 씻으려고 했는데, 그 술과 싱크대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점점 절망에 빠졌다.

그는 화장실 변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이름 없는 시인들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가 변기에 앉아 일을 보려 하자, 시인들은 자신들의 경력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중 한 시인은 순회 서커스에서 본 펭귄에 대한 소네트를 197개나 썼다. 그 시인은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다고 느꼈다.

별안간 남자는 시가 배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환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즉시 시를 들어내고 수도관을 들여놓은 다음, 싱크대와 욕조와 온수 히터와 변기도 다시 들여놓기로 결심했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군" 그가 말했다. "배관을 다시 들여야겠어. 시를 들어내고" 실패의 환한 빛에 그가 벌거벗고 선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그는 전보다 더한 문제에 봉착했다. 시는 나가려 하지 않았다. 시는 전에 배관이 차지했던 자리를 차지하기를 즐겼다.

"난 멋진 부엌 싱크대 같아"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말했다.

"우린 훌륭한 변기 같고" 이름 없는 시인들이 말했다.

"난 완벽한 온수 히터야" 마이클 맥클류의 시가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는 화장실에서 새로운 수도꼭지, 고통을 넘어서는 수도꼭지를 노래했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저 미소 짓기만 했다.

"너희는 멋지기는 하지만....." 남자가 말했다. "난 이 집에 진짜 배관을 원해. 내가 '진짜'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봤지? 진짜가 필요해! 시로는 안 돼. 현실을 직시해"

하지만 시는 떠나기를 거부했다. "우린 여기 있을 거야!"

그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는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를 가두어봐, 이 무식한 놈아!"

"소방서를 부를 거야!"

"책을 태우는 놈아!"

그는 시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가 누군가와 싸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의 코를 발로 찼다.

마이클 맥클류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시는 뚜벅뚜벅 걸어와서, 영어와 러시아어로 "그런 식으로는 안 되지"라고 말하면서 그 남자를 계단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래서 그 남자는 포기했다.

그건 2년 전의 이야기였다. 그 남자는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YMCA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를 좋아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냈다. 그 남자는 밤이면 화장실에 가서 불을 끈 채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 너무 졸려서, 글을 읽다가 맘에 드는 내용이라는 생각에, 잠도 깰 겸 필사도 할 겸 겸겸겸... 타이핑을 했는데. 글을 한 번 읽고. 다시 옮겨 쓰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나는 치매일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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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계 속 약한생물들의 생존전략을 자연과학적 시각에서 살펴본 다음 그들의 전략을 인간의 삶과 연결시킨 책이다. 인간 역시 자연 속의 일부임을, 나아가 약자란 그저 '약한 자'가 아니라 '변화하는 자'임을 자각하게 해 준다.

........ 변화하는 자, 변화시키는 자.

일련의 사태... 사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지난 주에는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사건과 그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이 흉흉해보이더니 오늘은. 역시 월요병을 넘기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 그것보다는 내가 지금 무기력하게 추르륵 맥이 빠져있어서 온 세상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세상이 여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끔 그런 모습에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점심을 먹고 혼자 앉아있다가 갑자기 심장박동이 거세어지기 시작하면, 이 불안증은 혹시 사람들이 흔히 떠들어대곤 하는 공황장애가 아닐까 의심해보기도 하고,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면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해하고. 그러다가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평소처럼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무기력함을 떨칠수가 없어.

그런데 정말 '그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인걸까.

 

 

 

 

 

 

 

 

 

이 뜬금없는 연상작용은 '미스테리아'에서 출발하여 결국 십이국기, 마성의 아이까지 연결이 되었다.

무려 백장이나 준다는 엽서에 혹하여 서둘러 장바구니에 집어넣다가, 알라딘에는 이미 품절이 되었다고 하니 다른 서점을 기웃거려보다가 구매의욕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한 권을 구입하려니, 마일리지가 딱 그만큼인 곳에서는 배송비가 있어버리고 다른 서점을 기웃거려보니 구입해야 할 다른 책들이 생각나서 또 습관처럼 오만원짜리 장바구니를 채우다가 문득.

내게 엽서 백장이 있다한들 그걸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건데? 라는 생각이 스치며 장바구니 포장을 멈춰버렸다. 정말 좀 더 많은 책을 정리하기전까지는 왠만한 도서구매는 안하련다,라는 결심을 쉽게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다. 사실 책을 쌓아둘 곳이야 만들면 생기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소유욕을 불태우고나면 나중에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욕심을 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미 내가 살아 온 날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잘 되지는 않지만.

 

몇십년 전 4.3을 이야기하면 죽임을 당했고, 광주를 이야기하면 빨갱이가 되었다. 민주와 자유를 외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했고 이데올로기에 갇힌 생활자들은 어부에서 어느날 갑자가 간첩이 되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새 사찰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고, 이렇게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득.

십여년전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언급이 되었었고, 지금 역시 조금 길게 가기는 했지만 십여년전과 똑같이 바뀌는 것 없이 그냥 지나가버리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기장에는 그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이고, 십년전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개인의 일기는 또 역사가 될지도.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그건 심히 의심스러운 일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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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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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라는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영화였다. 서로의 얼굴을 뒤바꾸어 신분을 바꾸고 위장하여 사건의 중심에서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달려나가던 영화. 이 책은 그 영화와는 연관이 없지만, 이 책의 기획 자체로는 그 대단함을 부인할 수 없는,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두번다시 탄생하기 쉽지 않은 그런 엄청난 책이다.

영미 추리 스릴러를 대표하는 22인의 스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인 형사(탐정)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단독작품이 아니라 등장인물을 콜라보처럼 구성하여 두명의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시켜나가는 방식이다. 스타 작가들의 작품 속 스타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사건 해결을 해 나갈 수 있는데 콜라보를 이룬다니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싶어진다.

그러니까 처음 생각했을 때는 솔직히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를 떠올렸는데, 그들은 하나의 팀을 이뤄 한가지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만 [페이스 오프]에는 전혀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교차점을 찾아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스릴러,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봤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작가들의 작품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게는 각각의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명의 작가가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고 접점을 찾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제프리 디버와 존 샌드포드의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제프가 범죄 현장과 과학 수사에 기반을 둔 부분을 쓰고, 존이 위장 근무와 거리에서 하는 수사를 맡아 썼다고 하는 '라임과 프레이'의 이야기는 순서대로 - 그러니까 한명이 이야기를 쓰면 뒤를 이어 다른 한명이 쓰고 하는 교차방식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위화감 없이 하나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탄생하였고 복선과 반전이 교묘하게 숨어 있어 글을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스릴러 추리 소설의 향연을 그 누가 마다할 수 있겠는가, 싶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어야만 진짜 작품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적어도 홈즈와 왓슨같은 콤비의 활약이 아니라 홈즈와 뤼팽의 콤비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그 둘 모두를 데리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듯 하다. 한명으로도 충분한데 넘쳐나는 위인이 있다면 그 역할도 줄어들수밖에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보이기도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그래서 몇 이야기는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당신의 능력으로는 더 많은 것을, 더한 놀라움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요? 라는 마음이 드는.

나는 개인저으로 '지옥의 밤' 같은 본격 스릴러나 '정차'같은 액션이 넘쳐나는 작품보다는 '야간비행'같은 작품이 더 좋다. 물론 '웃는 부처'나 '팬더를 찾아서' 그리고... 다른 작품들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페이스 오프에 참여한 작가들이나 그들의 작품들을 모른다고 해서 이 이야기들이 흥미롭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들을 안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그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뭔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이스 오프]에 담겨있는 단편들의 의미와 그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그 아쉬움을 넘어서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여름에 스릴러를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페이스 오프]이기도 하고,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와도 같은 스릴러의 드림팀을 만나고 싶은 마니아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사실 약간의 아쉬움은 어쩌면 이후에 더 기나긴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되기도 하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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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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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책을 보는 것은 이제 어느듯 습관적인 일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어느날 우연히 툭 내게 주어진 책을 읽어봤는데, 무섭고 이상하기만 하던 고양이가 조금씩 애완동물처럼 보이더니 이제는 어느덧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길을 걷다가 저 앞에서 졸고 있는 녀석을 보면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쳐다보게 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뭐 재밌는 일 없을까 찾아보는듯한 호기심 어린 고양이를 만나면 저 멀리서부터 열심히 눈을 깜박이면서 고양이 인사를 해 보기도 한다. 물론 고양이녀석들의 인사를 받아본 기억은 없지만 적어도 가까이 다가갈때 잽싸게 도망가버리곤 하던 고양이들의 뒷꽁무니만 쳐다봤던 내가 이제는 고양이 옆을 지나가는 행인이 되기는 했다.

새끼 고양이를 보면 너무 귀여워서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아직 나는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이처럼 고양이 책이 나오면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특히 이용한의 고양이책은 읽어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으니 이것도 참 묘한 일이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산책길에 마주친 고양이 세마리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여행을 하던 라이더들이 찻길에서 구조한 녀석들을 역장에게 맡기려고 한다는 이야기에 망설이던 저자는 결국 새로 부임한 역장이 어떻게 하게 될지 몰라 일단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고양이 세 마리 오디, 앵두, 살구는 저자의 집이 아닌 저자의 시골 처가에서 살게 된다. - 첫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오디와 앵두, 살구의 아기고양이시절 사진이 보이는데 어쩌면 이리도 귀여운 포즈를 잡고 있는지 이런 녀석들을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도저히 그냥 발길을 돌릴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세 녀석이 등장하고, 앵두의 새끼고양이 세마리가 태어나고 이웃마을 방앗간에서 버림받은 네마리의 아기 고양이들도 들어오게 되고 다시 또 앵두가 네마리의 아기 고양이를 낳고... 그렇게 고양이들이 늘어나지만 시골 농가에서의 복작거리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행복하게만 보인다. 아, 그리고 저자의 표현대로 "냥이가 '낭줍'한 고양이 삼순이"도 있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데려오고, 사람의 손길을 타고 자란 녀석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지만 그런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고양이 2세대들은 집안에서 살면서 사람에게서 먹이를 받아먹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다는 습성은 쥐사냥을 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떠올리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생각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고양이 책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도시의 길고양이들이 아닌 집고양이, 그것도 시골집에서 자라고 태어나고 자연을 벗삼아 뛰어노는 고양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담겨있어 좋았고, 저자가 말한것처럼 장독대를 배경으로 노니는 모습이 더욱 멋있고 아름다운 고양이들이 있어서 좋았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명예를 걸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개를 보면 숲을 산책하고 싶지만, 고양이를 보면 빈둥거리고 싶어진다. 개가 1차적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2차적 동물이다"(미셀 투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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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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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든 월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88)

 

어쩌면 이 문구를 읽는 순간부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든지, 내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들 이 글들이 모두 내게 무의미할뿐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그 모든것을 내가 다 꿰뚫어 읽을수는 없다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데 굳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내가 지금 느끼고 얻게 된 딱 그만큼을 남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내 독서의 시작과 (끝도 포함해서) 모든것은 지독하게 사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할테니까.

 

"글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놈의 생각이란 걸 해야 하니까"라고 엘리자베스 하드윅의 글을 옮겨놓은(239)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적인 체험과 생각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탄생한 소설가의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읽을즈음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처음엔 어쩌다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사적인 도시]를 계속 읽어나가려고 펼친 순간 저자가 메모해 놓은 글의 출처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책이 있어 꺼내어 펼쳐봤더니 자신이 밑줄 그어 놓은 부분이 나오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던 문장 하나의 정체도 밝혀졌다는 부분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그럴때가 있는데... 그리 생각을 하니 신경숙 작가가 불쌍해졌다. 모두 알고 있는데, 어쩌면 자기 자신마저도 알고 있는데 끝까지 모르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굳이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미 글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깨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생각과 글이 나의 생각과 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을 거쳐 형상화되는 것이기때문에 다르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의 사적인 도시'에 대한 박상미라는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글이 - 때로는 알 수 없는 이름들과 이야기들로 가득할때도 있지만 - 내게 흥미로움을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나의 생각을 끌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 듯 하기도 하다.

 

나의 이런 표현이 딱히 어울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표현의 한계안에서 비유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수준에 맞지 않는 글일지라도 수준에 맞는만큼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야기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왠지 공감이 가는 그런 이야기들, 그러니까 친구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알 수는 없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수준'이라는 것은 결코 그 높낮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자신의 관심이 흘러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그녀의 일상과 환경, 작업과 일, 관심사는 나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것은 아니기때문에 그녀의 사적인 도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내게 그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글은 조금 많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녀가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녀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느낌이 끼어들 여지가 있어서 한꼭지씩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적인 도시가 이제 내게는 조금 특별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것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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