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YMCA에 바치는 경의]

 

옛날 옛적 샌프란시스코에 인생의 세련된 것, 특히 시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멋진 운문을 좋아했다.

그가 자기 취미에 몰입해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직장을 갖고 일할 필요가 없었기때문이었는데, 이는 1920년대에 그의 할아버지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는 사립 정신병원에 투자한 것이 크게 성공해서 그가 상당한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흑자를 내고 있는 그 병원은 타자나 외곽의 샌 페르난도 밸리에 있었다. 그곳은 정신병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온통 장미꽃으로 둘러싸여 있었기때문이다.

매달 1일과 15일이면 병원에서 수표가 왔는데, 우체국이 쉬는 날에도 왔다. 그는 퍼시픽 하이츠에 멋진 집을 갖고 있었고, 바깥에 나가 더 많은 시를 사 오곤 했다. 물론 시인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건 그에게 너무 과한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단지 시를 읽고 축음기로 시인의 낭송을 듣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시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는 집의 배관을 갖고 나가서 시로 교체하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는 수돗물을 잠그고 수도관을 갖고 나가서 시인 존 던으로 교체했다. 수도관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또 욕조를 들어내고 대신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들여놓았다.

그는 부엌 싱크대를 들어내고 에밀리 디킨슨을 들여놓았다. 싱크대는 놀라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는 화장실의 세면대를 들어내고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를 들여놓았다. 화장실 욕조는 물이 단수되었음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온수 히터를 들어내고 마이클 맥클류의 시를 들여놓았다. 온수 히터기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화장실 변기를 들어내고 이름 없는 시인들을 들여놓았다. 변기는 이 나라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자기가 해놓은 놀랄만한 작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로 했다. 그가 해놓은 일에 비하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항해한 것은 하찮은 것이었다. 그는 다시 물을 틀고 자신의 비전이 현실화된 것을 관찰했다. 그는 행복했다.

"목욕을 해야지" 그는 자신의 성취를 축하하기 위해 말했다.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서 목욕하려고 마이클 맥클류를 데우려 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럼 설거지나 하지, 뭐" 그는 말했다. 그는 <나는 발효되지 않은 술을 맛보았다>에다 접시를 넣고 씻으려고 했는데, 그 술과 싱크대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점점 절망에 빠졌다.

그는 화장실 변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이름 없는 시인들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가 변기에 앉아 일을 보려 하자, 시인들은 자신들의 경력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중 한 시인은 순회 서커스에서 본 펭귄에 대한 소네트를 197개나 썼다. 그 시인은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다고 느꼈다.

별안간 남자는 시가 배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환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즉시 시를 들어내고 수도관을 들여놓은 다음, 싱크대와 욕조와 온수 히터와 변기도 다시 들여놓기로 결심했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군" 그가 말했다. "배관을 다시 들여야겠어. 시를 들어내고" 실패의 환한 빛에 그가 벌거벗고 선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그는 전보다 더한 문제에 봉착했다. 시는 나가려 하지 않았다. 시는 전에 배관이 차지했던 자리를 차지하기를 즐겼다.

"난 멋진 부엌 싱크대 같아"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말했다.

"우린 훌륭한 변기 같고" 이름 없는 시인들이 말했다.

"난 완벽한 온수 히터야" 마이클 맥클류의 시가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는 화장실에서 새로운 수도꼭지, 고통을 넘어서는 수도꼭지를 노래했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저 미소 짓기만 했다.

"너희는 멋지기는 하지만....." 남자가 말했다. "난 이 집에 진짜 배관을 원해. 내가 '진짜'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봤지? 진짜가 필요해! 시로는 안 돼. 현실을 직시해"

하지만 시는 떠나기를 거부했다. "우린 여기 있을 거야!"

그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는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를 가두어봐, 이 무식한 놈아!"

"소방서를 부를 거야!"

"책을 태우는 놈아!"

그는 시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가 누군가와 싸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의 코를 발로 찼다.

마이클 맥클류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시는 뚜벅뚜벅 걸어와서, 영어와 러시아어로 "그런 식으로는 안 되지"라고 말하면서 그 남자를 계단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래서 그 남자는 포기했다.

그건 2년 전의 이야기였다. 그 남자는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YMCA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를 좋아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냈다. 그 남자는 밤이면 화장실에 가서 불을 끈 채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 너무 졸려서, 글을 읽다가 맘에 드는 내용이라는 생각에, 잠도 깰 겸 필사도 할 겸 겸겸겸... 타이핑을 했는데. 글을 한 번 읽고. 다시 옮겨 쓰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나는 치매일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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