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생은 절취선처럼 불연속적으로 이어졌다가 약간 위태로운 절다면에 이르러 끊어져버리는 것이니까.





그는 내가 자주 자신을 놀라게 만든다고 말하곤했다.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자신같은 사람에게는 일기예보에서 보던 불연속선을 연상시킨다는 거였다. 차가운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면 지표면에 경계가 생겨난다. 그 경계가 불연속선이다. 그 선을 따라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구름 모양이 변하며 눈과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인다. 하늘에서 가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 이것은 가방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하늘에서 가방이 떨어져내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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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통 사람들의 지금 영어
김아영 지음 / 사람in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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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보통 사람들의 지금 영어, 라고 하면 미국 사람은 아니지만 국제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조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8살에 주재원 파견을 나가게 된 아빠를 따라 외국의 국제학교를 다니게 될 때까지 영어라고는 써보지도 않았지만 학교에 입학해 영어를 배우고 생활하면서 원어민 영어 교사가 인정하는 원어민 발음을 하고 있는 조카를 볼 때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영어공부를 해야한다고 기를 쓰던 내 모습이 교차되면서 많은 자괴감이 생기기도 한다. 조카 둘은 이제 다 커서 영어 자신감이 없는 내게 완벽하게 잘 해야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편하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영어는 무척 쉽게 할 수 있다고 말을 하는데 솔직히 그 말이 더 무섭다. 그처럼 쉬운 걸 나는 왜 못하느냔 말이지.

 

휴가때 단 며칠이긴 하지만 조카들이 집에 와서 지내며 우리와 상관없이 조카 둘만 대화를 할 때는 편하게 영어를 쓰는데 그럴 때는 나도 맘이 편해져서인지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기는 했었다. 특히 서로 의견이 안맞아 목소리를 높이며 싸울 때 - 내가 전혀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맘놓고 영어로 떠들어댄 듯 하지만 분위기로 싸우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는 걸 몰랐는지 - 거리낌없이 말하는 것을 대강 눈치로 알아들을수는 있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일 뿐 내가 그 말을 다시 해보는 것은 어렵지만 관심을 갖고 듣는다면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보통 사람들의 지금 영어'는 그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뷰 형식이니 일상 대화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인터뷰 자체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이고 인터뷰어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니 크게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일단 저자의 지인 다섯명에 대한 인터뷰라고 되어 있어서 뭐 흥미로울까 싶은 마음이었는데 예상외로 한편의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항상 영어 문장을 먼저 보고 내가 얼마나 이해를 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공부를 하듯이 책을 접했었는데 우리말 문장을 먼저 보고 있으니 정말 이 문장을 영어로 옮기면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공부는 나름 자기만의 방식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충실히 따르고 있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그만큼 교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겠다는 일종의 신뢰감 같은 것이 생겨서 더 진중하게 책을 살펴보게 된다.

 

내용이 어려운 뉴스기사나 잡지의 글을 보면서 영어를 애써 공부하기 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다양하게 미국 현지인의 생각과 말을 접할 수 있는 이 한권의 인터뷰집 같은 책이 더 친근한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한 권의 인터뷰집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자연스러운 대화속에서 우리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익힐 수 있고 각 챕터마다 일상회화가 담겨있고 간략하지만 문법 설명도 되어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부를 하며 읽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듯이 들여다보고 표현에 익숙해진다면 그것이 내게는 더 좋은 학습방법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말로 하기 보다는 눈으로 읽는 것이 편해서 아직 이 책의 스피킹 단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큐알코드를 이용해 원어민의 생생한 발음을 듣고 따라하는 것도 없이 한번정도만 쓱 듣고 지나가버리고 말았지만 앞으로 책의 내용이 익숙해지면 스피킹 부분을 더 많이 활용하면서 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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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는 정확히 보기가 힘들어.

아무튼.

노래는 기억을 못하지만 조휴일의 독특한 음색은 기억을 하는구나.

노래보다 목소리를 먼저 기억하는건 윤뺀과 검정치마.

그리고 디카프리오. 아, 얘는 노래가 아닌 그냥 목소리.


음악 안들은지 백만년은 지난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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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3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아시아편 한 달에 한 도시 3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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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니, 아니 책을 다 읽을즈음 이들의 오랜 세계여행도 끝이 났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타이베이에서의 만두얘기에 군침을 삼키게 되는 새벽시간이었고 그들의 일정이 끝나 서울에 정착하게 되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더 싱숭생숭 복잡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신나고 재미있게 그들의 여정에 함께 했는데, 글로만 여행을 함께 한 나보다 실제 이들 부부가 더 마음의 정착이 어려웠으련만 왜 내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것인지... 새벽이라 그런걸까?

 

세계일주를 한 여행자의 이야기는 많이 읽어봤다. 혼자 배낭메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일정을 함께 하기도 한다. 물론 여러곳을 다니기도 하지만 여행생활자로서 한곳에 장기간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도 읽어봤는데, 이들처럼 한도시에 한달간 머무르며 세계일주를 한 부부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이야기도 이들 부부의 여행이야기를 통해 처음 들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들은 유럽으로 시작하여 남미를 거쳐 아시아를 여행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물론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에 이만원하는 에어비앤비 – 그것도 집 한 채를 통으로 다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거주지에서 서울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 – 여행을 시작한 유럽편은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부러웠고, 이탈리아의 아씨시에 갔을 때 외국에서 처음으로 딱 한달정도만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에 더 감정이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서툴지만 신기하고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것만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시간을 지나며 좀 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시아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까 망설이고 있을 때 선뜻 이 책을 집어들고 싶게 만든 건 터키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난감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어버리는 난민 이야기가 정치,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다가왔는데 불법 장사를 하는 난민 소년을 단속한 경찰이 아이들을 쫓아내기 전 따뜻하게 끌어안아주는 모습을 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에 빠져들어버렸다. 경찰의 직무를 다 하기 위해 불법 단속을 하지만 인간적인 그의 마음은 난민 소년을 보듬어주고 싶은 따뜻함이 있다는 것. 우리 경찰들에게도, 우리 정치가들에게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그런 따뜻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서로에 대해 익숙해져서일까,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툭 털어놓고 그 과정도 숨김이 없다. 서로가 완전히 다른 성격 유형을 갖고 있으며 서로의 단점도 숨겨놓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삶은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의 풍경이나 여행지에서의 놀이에 푹 빠져들어가는 이야기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그들의 가족이야기와 일상생활에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

크리스마스즈음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피해 찾아 든 고아에서 마음을 전할 카드를 쓰려다가 방도 아닌 식당의 맨바닥에 이불하나 깔고 잠에 든, 네팔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형을 따라 인도의 소도시 고아에까지 와서 일을 하는 차팔의 얼굴을 보고 카드 대신 초콜릿, 사탕, 과자를 잔뜩 사고 차팔과 단골식당의 모든 직원들, 동네 꼬마들을 비롯한 이웃 모두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에는 감동을 받아버렸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이웃에게 전해지며 바로 또다시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것, 이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겠지.

 

이야기를 끝내며 이들은 불안보다는 설레임이 더 크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보다는 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매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후우시절이라고 하는 그들의 마음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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