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도시 3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아시아편 한 달에 한 도시 3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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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니, 아니 책을 다 읽을즈음 이들의 오랜 세계여행도 끝이 났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타이베이에서의 만두얘기에 군침을 삼키게 되는 새벽시간이었고 그들의 일정이 끝나 서울에 정착하게 되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더 싱숭생숭 복잡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신나고 재미있게 그들의 여정에 함께 했는데, 글로만 여행을 함께 한 나보다 실제 이들 부부가 더 마음의 정착이 어려웠으련만 왜 내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것인지... 새벽이라 그런걸까?

 

세계일주를 한 여행자의 이야기는 많이 읽어봤다. 혼자 배낭메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일정을 함께 하기도 한다. 물론 여러곳을 다니기도 하지만 여행생활자로서 한곳에 장기간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도 읽어봤는데, 이들처럼 한도시에 한달간 머무르며 세계일주를 한 부부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이야기도 이들 부부의 여행이야기를 통해 처음 들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들은 유럽으로 시작하여 남미를 거쳐 아시아를 여행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물론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에 이만원하는 에어비앤비 – 그것도 집 한 채를 통으로 다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거주지에서 서울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 – 여행을 시작한 유럽편은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부러웠고, 이탈리아의 아씨시에 갔을 때 외국에서 처음으로 딱 한달정도만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에 더 감정이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서툴지만 신기하고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것만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시간을 지나며 좀 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시아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까 망설이고 있을 때 선뜻 이 책을 집어들고 싶게 만든 건 터키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난감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어버리는 난민 이야기가 정치,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다가왔는데 불법 장사를 하는 난민 소년을 단속한 경찰이 아이들을 쫓아내기 전 따뜻하게 끌어안아주는 모습을 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에 빠져들어버렸다. 경찰의 직무를 다 하기 위해 불법 단속을 하지만 인간적인 그의 마음은 난민 소년을 보듬어주고 싶은 따뜻함이 있다는 것. 우리 경찰들에게도, 우리 정치가들에게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그런 따뜻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서로에 대해 익숙해져서일까,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툭 털어놓고 그 과정도 숨김이 없다. 서로가 완전히 다른 성격 유형을 갖고 있으며 서로의 단점도 숨겨놓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삶은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의 풍경이나 여행지에서의 놀이에 푹 빠져들어가는 이야기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그들의 가족이야기와 일상생활에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

크리스마스즈음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피해 찾아 든 고아에서 마음을 전할 카드를 쓰려다가 방도 아닌 식당의 맨바닥에 이불하나 깔고 잠에 든, 네팔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형을 따라 인도의 소도시 고아에까지 와서 일을 하는 차팔의 얼굴을 보고 카드 대신 초콜릿, 사탕, 과자를 잔뜩 사고 차팔과 단골식당의 모든 직원들, 동네 꼬마들을 비롯한 이웃 모두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에는 감동을 받아버렸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이웃에게 전해지며 바로 또다시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것, 이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겠지.

 

이야기를 끝내며 이들은 불안보다는 설레임이 더 크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보다는 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매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후우시절이라고 하는 그들의 마음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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