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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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무겁지 않아서 좋다. 때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느끼며 동질감에 친근함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고, 때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저자의 관심과 시선이 머무는 곳이 나와 같다면 더욱더 빠져들며 읽게 되는 것이 에세이라는 생각을 한다.

목수정의 에세이는 머나먼 프랑스에 살면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지만, 또 많은 이야기가 현재라기보다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시공간을 넘어서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의미는 퇴색한 것이 아니기에 한꼭지 한꼭지씩 쓱쓱 읽다보니 책 한권을 금세 다 읽어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이 책을 첫장부터 차근히 잘 읽어내려간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무심결에 책장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읽었던 꼭지는 '학교, 권위에 저항하는 법을 가르치다'였다. 저자의 글쓰기가 어떤지 알아채기도 전에, 소제목을 살펴보지도 않고 무심결에 저자의 딸이 황급히 엄마를 부르며 '교복'을 입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단박에 나의 시선을 끌었다. 프랑스 학교에서 교복입기라니 뭔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다보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만우절 거짓말을 할수도 있으며 - 그뿐인가. 부모들에게 직접 가정통신문을 보내기까지 하지 않는가 - 그 만우절의 거짓말이 단순한 속이기의 일화가 아니라 그안에 숨어있는 뜻, 저자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획일화 교육에 저항하는 법을 가르치는 훈련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이 에세이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자잘한 일상의 이야기에서 깨닫게 되는 자각과 시대에 대한 성찰과 사유이다. 이미 한번쯤 생각해봤던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고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튀어나와 과거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해 그럴때는 좀 더 주의깊게 글을 읽게 되기도 했다. 언젠가 친구가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을 도와주는 현명하고 용감한 조연 - 아니 조연급에도 못미치는 스치는 인물들 중에 흑인이 많은거 아냐고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에 흑인을 포진해놓음으로 인해 인종차별을 피해가기도 한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한동안은 영화를 볼때마다 생각이 났었다. 절대 주인공 자리는 내주지 않으면서 주변에만 맴돌게 하는 것, 어쩌면 대놓고 하는 차별보다 더 무서운 은폐의 기술. 아니, 모든 것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볼필요는 없겠지만 이 에세이의 한 꼭지에서 디에이치엘의 횡포에 대항한 글을 읽다보니 새삼 또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약한 자들끼리 싸우게 하고, 그사이 점잖게 돈을 챙겨가는 자본 혹은 그들을 호위하는 지배권력의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그 청년이 복종 이외의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를 바란다'며, 두달 가까이 그 건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 힘이없는 이민자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자본권력에 대한 분노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새삼 '분노의 화살이 겨누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실의 편에 선다는 것이 고난의 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목숨을 거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희망의 밤은 언제 올까....싶어진다. 특히 요즘 정의와 진실은 만천하에 드러나고 승리하게 되었음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풍기는 악취에 괜히 기운을 잃어가는 듯 해 몸서리치게 된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밤, 그날이 오면 몸치인 나도 더덩실 춤을 추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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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노동.....
이라고 말하기가 무서울만큼 잡초 ㅡ가 무성하다.
제초제 한번 안뿌려보겠다고 하지만 역시 봄에는 한번 뿌려사할듯.
나무도 많이 죽어버렸다.
하아. 힘든 주말.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꼴은 잠깐 잊을 수 있으니 좀 나은건가?

언제면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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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머니와 뉴스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백남기 선생님의 사인 규명을 두고 부검을 하려고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며 왜 저러냐, 하는 게 아니라 부검을 막는 이유가 뭔가 유족측이 걸리는게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라는 듯 말씀하시는거였다.

응? 아니, 도대체 이건 뭔 말인가.

한때 노동자들의 시위장면을 보면서도 편집을 저 따위로 했다며 노동자들이 나쁜거 아니지? 라거나, FTA가 왜 나쁜거냐며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알려달라거나. 정치뉴스가 나오면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거나. 그랬던 어머니가 변하셨다. 저들의 말도 안되는 주장, 백남기 농민의 지병을 숨기고 있었던 거 아니냐라는 말 한마디에 불온한 이야기라도 들은 듯 어머니보고 어디가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가서 이상한 할망들이영 이상한 말만 듣고 다니지 말라고, 낮에 채널A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는 방송 좀 보지 말라고 막 큰소리를 냈다. 하아. 흥분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나마 자분자분 얘기한 건 물대포가 집에서 쓰는, 마당의 화분에 물을 주는 그런 호수인 줄 아냐고. 오죽하면 물'대포'이겠냐고. 대포같은 물줄기에 맞았는데 사람이 말짱하겠냐고.

그러다가 반성을 좀 했다. 어머니와 대화가 필요해. 날마다 뉴스 시간에 저따위 뉴스 - 어머니는 제이티비씨뉴스는 뉴스같지 않다고 싫어하시고, 뉴스는 꼭 봐야하는 분이기에 9시 뉴스를 보는데 나는 항상 뉴스가 저 따위니! 라며 온갖 트집이나 잡고 상대를 안하고 있으니. 그건 아니지. 대화가 필요해, 라는 걸 심각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웃긴건.

요즘 뉴스를 보면서 욕을 해대도 아무 말씀을 안하신다는거. 아니, 어머니도 어찌나 어이없다 생각하시는건지 별다른 말 없이 최순실이 대장이여,하고 마신다는 거. 팔순넘은 노친네까지 저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보며 어이없어 하는데 여전히 눈가리고 아옹하는 저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말해 뭣하겠는가.

 

이런 판국에도 책은 읽는다. 아니, 이래서 더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아닌가? 책보다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행동을 부르는 책읽기는 대환영,이니까.

 

 

 

나 하나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멈출까.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고 나 혼자만 죽게 될 뿐이다. ...... 억울하지만 더 억울해지기는 싫다......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악의 악순환을 바꾸어야 한다.

시작은 나 하나로도 세상은 바뀐다는 것이다“(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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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족이니까 더 말 못한 거라고!"

 

다른 남자와 눈 맞아 도망간 엄마에게 17년만에 엽서가 도착한다. 엄마는 몸만 가지 않았다. 동생의 사망 보험금도 함께 들고 갔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엄마를 찾으러 삼 남매가 길을 나선다. 이 강제 가족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남이지만 또 결국 '나'이기 때문에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족의 맨얼굴을 만나게 된다.

 

 

 

 

 

 

 

 

 

 

 

 

 

 

 

 

 

 

 

 

 

 

 

 

 한 장서표에 적힌 경구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저자의 소장품 중 19세기 말에서 지금까지 통용된 유럽 각국의 각 시기별 장서표 200매를 수록했다. 대부분 장서표의 주제나 등장하는 소품이 '책'과 연관된 것으로, 장서표의 주인에 관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은 코드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무서운 책이 다 있던가. 그래도 장서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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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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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도 한참을 내가 무엇을 읽은 것인가, 싶었다. 소설을 읽었지만 세상살이를 읽었고 과거를 잃어버린 스파이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그 의미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미 잊혀져버린 과거의 의미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며 현재를 잃기 시작했다. 패자의 서가 시작되면서 나는 패자의 역사에 속하고 있는가, 확신없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는 스파이이고, 이 세계는 끝났다.

 

고요한 밤의 눈,은 스파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멋진 첩보의 활약을 펼치는 스파이의 세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15년의 기억을 잃고 깨어났는데 스파이였었고 지금도 스파이인 엑스, 그의 잃어버린 시간속에 들어가 기억을 조정하며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되는 와이, 일란성 쌍둥이 언니가 갑자기 행방불명되자 언니를 찾기 위해 언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는 실존자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디, 그리고 그들의 보스인 비...

불확실한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기록을 하기 시작했지만 조작될 수 있는 기록은 신뢰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오히려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고 스파이와 이중스파이에 대한 불안은 더욱더 가중되고 스파이로 살아가는 이들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현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속의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더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인지 잃어버리고 만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있는 것인지, 내 정체를 잃어가고 있는 현재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소설을 읽고 있지만 세상을 읽고 있다는 것이 내가 잃은 기억을 자꾸만 헤집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선뜻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움직일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서글픔이었고 패자의 서에 한걸음 다가설 수도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어 힘들기만 했다.

나 하나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멈출까.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고 나 혼자만 죽게 될 뿐이다. ...... 억울하지만 더 억울해지기는 싫다......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악의 악순환을 바꾸어야 한다.

시작은 나 하나로도 세상은 바뀐다는 것이다“(261)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삶과 죽음을 바꾼다고 이야기 전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이야기를 다시 새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과거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바꿀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선일까, 악일까.(240)

 

나는 스파이이고, 이 세계를 위해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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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필의 New 영어기초확립 불후의 명저 시리즈
안현필 지음 / 하리스코대영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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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쯤 전, 갑자기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생겨 이탈리아어 독학 학습서를 잠깐 들여다봤었다. 영어 알파벳과 다르지 않지만 발음은 영어와 달라서 첫장은 이탈리아어의 알파벳과 발음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와 똑같이 안현필의 영어기초확립은 영어 알파벳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냥 이 책을 먼저 봤다면 시시하게 알파벳부터 시작이야? 라고 했을지 모르겠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어를 배우면서 알파벳부터 시작을 했더니 새삼스럽게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책은 말 그대로 영어기초확립이기에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지 기본적인 기초를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봐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이유를 꼽으라면 음성학 교재 못지않은 발음 기관의 구조를 그려 그림으로 설명하고 발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원어민이 없더라도 원음에 가까운 발음을 흉내내어 볼 수 있게 되어있는 것과 가장 기초적인 문장의 구성을 정확히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또 한가지 강점은 다른 대부분의 영어 교재들과는 달리 이 책은 영어문장과 우리말을 교차시키며 자연스럽게 영작문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독특한 점은 문장의 구조나 기본적인 문법을 설명하고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음을 먼저 던지고 그에 대한 해설과 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먼저 생각을 해보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문법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본 질문과 연습문제 앞에 체크박스가 있는데 정확히 아는 부분은 그대로 넘어가고 혹시 틀렸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체크를 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그 부분만 공부하고 넘어가면서 스스로 학습진도와 과정을 조절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꽤 괜찮은 학습방법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기초부터 시작해서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라는 것보다는 영어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접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은 별다른 가르침이 없더라도 혼자 독학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꼼꼼히 살펴보면 영어과외 선생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영어기초과정이라고 해도 회화와 문법을 구분하여 따로 설명하는 것이 많은데 안현필의 영어기초확립은 그말 그대로 영어의 기초를 회화든 문법이든 영작이든 혼연일체된 느낌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솔직히 미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학습 교재로 만든 것보다 이 책이 훨씬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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